“설마 한지훈이?”회의실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강준상 역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강우연에게 다가가 계약서를 빼앗아 들었다.“장하다, 장해! 이 다섯 업체가 우리 강운그룹에 원자재를 납품해 준다면 우리도 S시에서 한자리 당당히 차지할 수 있겠어! 수고했어, 우연아!”강우연은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다가 어제 한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저 사람들이 그의 지인이란 말인가?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아까 회장님들은 한지훈의 아버지뻘이었다.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지?서경희도 달려와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 약속 지키셔야죠? 우리 우연이가 납품 업체랑 계약까지 따냈으니 총 책임자는 여전히 우리 우연이한테 맡겨야죠.”강준상도 감동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우연아, 열심히 해봐. 할아버지는 널 믿는다!”반면 강희연 일가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성공이 눈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납품 업체가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망할 한지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분통이 터진 강희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떠받드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강우연은 겸손한 자세로 더 노력하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한편, 강운그룹을 나선 다섯 회장님들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지훈에게 곧장 다가갔다.그들은 한지훈의 뒤에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이한승을 보고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S시의 재벌 1위가 젊은 청년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니! 이 청년이 무슨 신분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비범한 인물인 건 확실했다.“이 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방 회장이 말했다.이한승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한지훈에게 말했다.“한 선생님이 원하신 대로 다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잘하셨어요.”말을 마친 그는 다섯 회장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이 회장님, 저분은 누굽니까?”궁금증을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우리 가문과 친하게 지내던 선배님들이야. 예전의 친분을 봐서 내 부탁을 들어주신 거지.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 잘될 거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지훈 씨.”한지훈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 삼계탕 다 끓은 것 같아. 가서 보고 올게.”잠시 후, 한지훈은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삼계탕을 식탁에 대령했다.“자, 밥 먹자.”고운이는 의자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삼계탕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고운이도 아빠가 해준 삼계탕 먹고 싶어.”강우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코기만 골라내서 고운이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렇게 일가족은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수저를 들었다.식사 중, 강우연이 잠시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오후에는 공장에 다녀와야겠어요. 파괴된 장비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 보고 필요한 부품들도 구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폭행당한 직원들 문안도 다녀와야겠어요. 고운이 좀 부탁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숟가락을 들고 쑥스럽게 웃었다.한지훈은 커다란 닭다리 하나를 뜯어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을 반짝 빛냈다. 사실은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와 같이 다니면 어딘가 안정감이 들었다.“그럼 고운이는 어쩌죠?”강우연의 질문에 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용일이 부르면 되지.”“고운아, 오후에는 용일 삼촌이랑 잠시 놀고 있을래?”그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좋아! 고운이는 용일 삼촌이 너무 좋아!”한고운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날 오후, 용일은 약속한 시간에 저택으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공장으로 갔다.난동사건으로 운영이 중단된 공장 상태는 처참했다.공장 직원들도 무서워서 도망간 인원이 태반이었다.강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공장 상
건장한 체구를 가진 대머리가 입에 담배를 물고 부하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더니 누런 금니를 드러내며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왕 공장장, 어제 그렇게 경고했는데 왜 그렇게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지금 저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우리랑 한판 붙겠다는 거야?"강우연은 왕재석을 제치고 앞으로 나가서 웃으며 물었다."안녕하세요, 강우연입니다. 저는 본사 직원인데 이번에 공장 재건을 담당했습니다. 얼마면 조용히 물러나 주실 수 있을까요?"순진한 강우연은 그들에게 적당한 돈만 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대머리는 미모의 여인을 보자 홀린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오전 회의 때문에 각별히 메이크업에 신경 써서인지 강우연의 미모는 오늘따라 더 눈부셨다."이름을 들어보니 강씨 가문인가? 강가에 이런 미인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예쁜이, 오늘 오빠랑 나가서 술 한잔할래?"대머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순간 겁에 질린 강우연이 뒤로 뒷걸음질쳤다.그 순간!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대머리의 손이 허공에서 한지훈에게 잡혔다."내 마누라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한지훈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앞으로 나서며 대머리의 손목을 꺾어버렸다.감히 누구를 희롱해!대머리는 골절된 손목을 잡고 흉악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이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다 같이 덤벼! 저 여자만 제외하고 한 놈도 살려두지 마!"강우연은 홀로 수십 명을 상대하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겁에 질려 소리질렀다."지훈 씨, 빨리 피해요!"하지만 한지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래 봐야 동네 양아치야.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가공할 속도로 달려나가 발차기를 날렸다. 순식간에 한놈이 중심을 잃더니 뒤에 있는 네댓 명의 장정들과 같이 멀리 튕겨져 나갔다.그 뒤로는 일방적인 전투가 진행되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홀로 가볍게 놈들을 제압해 버렸다.난봉꾼들은 저마다 바닥을
그 말을 들은 왕재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장해성이라는 인간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 일대에서 오성파는 무법자로 통해요. 슬하에 무려 백 명이 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고 예전에 사건을 저질러서 감옥에 갔다가 석방됐다고 하는데 조폭 세계에서는 굉장히 발이 넓은 자입니다. 근처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보호비를 받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요. 오늘 남편분께서 팔을 부러뜨린 그놈은 장해성의 직속 부하예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더 늦기 전에 강 부장님이랑 어서 돌아가세요. 두 분이 여기 없으면 장해성도 우리한테 뭐라고 하지는 못할 겁니다."옆에서 듣고 있던 강우연이 말했다."공장장님, 저희는 돌아갈 수 없어요. 어차피 일은 이미 발생했고 사건의 발단은 저 때문에 생겼으니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는 일단 좀 피해 있어요. 난 여자니까 놈들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못할 거예요. 안 되면 신고해야죠, 뭐."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신고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놈들이 이렇게 대놓고 설치지는 않았을 거야. 사람을 때린 건 나이니 내가 남을게. 당신은 공장님이랑 여기 정리 좀 부탁해.""그렇지만…."강우연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지만 한지훈은 급기야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그녀가 떠나자 한지훈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송호문에게 전화를 걸었다."송 청장님, S시 치안관리가 이 정도로 실망스러울 줄은 몰랐네요!"그 시각 송호문은 S시 각 관할 경찰서 서장들, 강력계 팀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그들은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하면 S시의 치안 수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맨 앞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던 송호문이 당황한 말투로 한지훈에게 물었다."한 선생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강운그룹 산하의 공장이 조폭 조직의 습격을 받았어요! 두목이 장해성이라고 하더군
"송 청장님,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신 겁니까? 아까 전화 온 분은 누구신데요?"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원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물었다.송호문은 싸늘한 시선으로 상대를 쏘아보며 말했다."내가 화를 내? 아니, 난 화난 게 아니야! 두려운 거라고! 그분 앞에서는 이 송호문이도 벌벌 떠는 개미에 불과하다고! 그분 한 마디면 S시 전체가 발칵 뒤집힐걸? 한민학, 소지성 같은 인물들도 그분 앞에서는 고개도 들지 못해! 금조그룹이 어떻게 됐는지 잊었어? 그분 작품이야!""그분 사모님이 관리하는 공장이 지 서장 관할구에 있는데 조폭들의 습격을 받았다잖아! 지 서장 자네 이거 제대로 해결 못하면 큰일 나! 모가지가 날아간다고! 도대체 치안 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조폭이 대낮에 판을 치고 돌아다녀?!"지찬웅은 머리가 어지럽고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경찰청 청장인 송호문까지 벌벌 떨게 하는 존재라면 관할서 서장 옷을 벗기는 건 일도 아닐 터!그들 모두 금조그룹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건경과는 기밀로 분류되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그 사건기록지를 본 사람은 송호문밖에 없었다.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이 사건이 거대한 세력과 깊게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소문으로만 들은 소리지만 나중에 용각에서 직접 그 사건자료를 인계 받아 가져갔다는 얘기도 돌았었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설마 용경 사람인가?’지찬웅뿐만 아니라 다른 인원들도 착잡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이때, 핸드폰 진동음과 함께 지찬웅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결과 나왔어?"양규혁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장님, 결과 나왔어요. 이 장해성이란 놈이…."결과를 전해들은 지찬웅은 송호문에게 그대로 전했다. 서림구의 장해성은 조폭 세계에서는 꽤 유명인사였다. 수하에 백 명이 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관리하는 유흥업소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장해성이 이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었던 건 배후에 정도현
공장 밖을 지키던 직원들은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악명이 자자한 장해성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그의 등 뒤에는 백 명이 넘는 조폭들이 살기를 뿜으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매일매일 성실하게 일해서 밥벌이나 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겁에 질린 일부 직원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장해성은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뚜벅뚜벅 한지훈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가 단추를 풀고 외투를 벗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부하가 나와서 외투를 받았다.장해성은 각진 얼굴에 사나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후!”그는 하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앞에 있는 공장 직원들에게 물었다.“내 애들 건드린 자가 누구지?”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향했다.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나야. 내가 그랬어.”장해성은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이놈 다리 두 개 부러뜨려서 내 앞에 무릎 꿇려. 어린 놈이 건방지네.”장해성이 살아온 인생에서 한지훈처럼 대드는 자들의 말로는 다 비슷했다.그의 뒤에서 쇠파이프를 든 장정들이 나오더니 험악한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소리를 들은 강우연은 다급히 공장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보인 건 한지훈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조폭이었다.“지훈 씨!”하지만 그 순간!요란한 소리와 함께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한지훈에게 달려들었던 네 명의 장정이 공중을 날아 바닥을 뒹굴었다. 한 명은 기절해서 정신도 못 차리고 있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뒤에서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장해성은 제자리에 꿋꿋이 서 있는 한지훈을 보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싸움 좀 하네? 그래도 혼자서 백 명은 무리지 않겠어?”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등 뒤에서 수십 명의 조폭들이 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나왔다.한지훈은 피식 냉소를 짓고는 그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등골이 오싹하게
"장해성 잘 들어! 마지막 경고야! 무기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스피커를 든 양규혁이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뒤늦게 도착한 지찬웅은 양규혁의 손에서 스피커를 빼앗아 들고 소리쳤다."장해성! 넌 오늘 이곳을 못 빠져나가! 당장 나와서 자수해!"불리한 상황에 처한 장해성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다.그가 데려온 조직원들은 전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고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온 무장경찰이 그들을 하나씩 끌고 나갔다.결국 그는 천천히 두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바닥에 엎드렸다.지찬웅은 성큼성큼 다가와서 장해성을 발로 걷어차고는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공손히 말했다."많이 놀라셨죠? 저는 서림 경찰서 서장 지찬웅이라고 합니다. 송 청장님의 명을 받고 달려왔습니다."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지찬웅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눈앞의 젊은 청년이 내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완전히 기가 죽었다. 송호문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안에서 달려나온 강우연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물었다."괜찮은 거죠?"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여기 서장님까지 놈들 체포하러 오셨잖아. 조폭들 체포 현장에 직접 오시다니. 우리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지."강우연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지찬웅에게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강우연이라고 합니다. 이 공장 담당자입니다. 정말 너무 감사해요. 형사님들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지찬웅이 웃으며 말했다."우린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장해성은 우리 강력계에서 오래 쫓던 인물입니다. 덕분에 이번 기회에 오성파 놈들을 일망타진하게 되었네요! 공장이 입은 피해액은 저놈들이 변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강우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인사를 했으나 지찬웅은 오히려 한지훈 눈치를 살폈다.그는 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뒤돌아서 현행범들을 끌고 공장을 빠져
털썩!이한승의 불호령에 정도현은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회장님, 무슨 말씀인지 제대로 말씀해 주셔야죠.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입니까?"이한승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추궁하듯 물었다."장해성 네가 데리고 있던 애새끼 아니야?"정도현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가 부리던 애 맞습니다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조금 전에 장해성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맥을 동원해서 그를 빼내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번에는 사고를 쳐도 단단히 쳤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한승은 짜증스럽게 정도현의 어깨를 걷어차며 으르렁거렸다."네 밑에 애새끼들이 그렇지!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이한승은 곧장 정도현의 옆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정도현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S시 재계의 거장, 하늘 같은 존재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정도현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이한승이 누군가의 앞에 무릎을 꿇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정도현은 무릎을 질질 끌고 이한승의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이 회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장해성 그 놈이 혼자 날뛴 거지 저는 아무것도 모른단 말입니다!"이한승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나한테 말해도 소용없어. 그분이 오셔서 판결할 거야!"아니나 다를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별장 밖에서 날카로운 엔진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차분한 걸음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다가왔다.고개를 든 정도현의 눈에는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젊은 남자가 보였다.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듯이 매서운 눈매로 정도현을 쏘아보고 있었다. 정도현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리고 온몸이 떨려왔다.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살기였다.한지훈의 뒤에는 건장한 체구를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
소창지개는 처음부터, 단도류와 동극인술을 결합한 살수를 보였다. 게다가 이 수법에는 천조진법마저 담겨 있어, 태양 전체를 아예 가려버렸다. 그때 링 아래에서는 갑자기 한바탕 비명이 들려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장세풍을 위해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TV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국 관중들도 모두 장세풍의 대결에 저도 모르게 땀이 났다. 한편 링 아래에 앉아 있던 허천은 다소 걱정하는 말투로 한지훈에게 물었다. “한 선생님, 선생님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장 선배와 소창 중 누가 더 강한 것 같나요?”용국의 일원으로서 허천도 당연히 용국 고수가 이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장세풍과 소창지개를 흘깃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장세풍이 반드시 패할 거야!”뭐라고? 그러자 주위에 있던 몇 명의 용인들이 잇달아 한지훈을 향해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냈다. “너 용국 사람 맞긴 해?”“그러니까 말이야, 부상인들한테서 뭘 받기라도 한 거야?”“너 같은 놈이 바로 부상인의 앞잡이인 거야!”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비난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전혀 화를 내지도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 “교만하게 구는 강자는 반드시 패하는 법이야!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실력도 전혀 모르는데, 냅다 한 손만으로 싸우겠다고 양보한 것 자체가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니냐고?” “게다가 장세풍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 장 씨 집안의 삼절진은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우리 용국의 각도로 보았을 때 상대의 천조대진 역시 장 씨 집안의 삼절진 못지않아!” “대체 저놈은 뭘 믿고 상대를 얕보고 양보하겠다고 하는 거지? 심지어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내가 보기에 결과는 똑같을 거야!”“자고로 애국이란 건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한지훈의 주장에도,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결에 눈을 돌렸다. 장세풍은 여전히 오만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쳐다보았다. “어디서 고작 주
이 상황에 장세풍은 꽤나 득의양양했다. 마침내 그의 목적이 달성한 셈이었다. 나라의 원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 용국 백성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이 부상인 세 사람을 죽이기만 하면 용국에서의 자신의 지위도 높게 오를 것과 같았다. 역외 강자라 하더라도, 민심을 얻어내는 자만이 비로소 천하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인 세 사람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장세풍은 차갑게 웃으며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 “왜,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용국 조상들을 죽이더니, 이젠 감히 못 나서겠어?” 그 말에 부상인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들은 사실 단지 미육과 유럽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장세풍을 두려워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 그럼 첫판은 용국한테 넘길게. 우린 가자!” 이내 유럽과 미육 강자들은 몸을 돌려 링 위로 돌아왔다. 설득에 성공하게 된 장세풍은 더욱 오만한 태도를 보였고, 이내 손으로 부상인들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쥐새끼 같은 부상인들! 너희들 전부 내 손에 죽는 줄 알아!”“장세풍, 일단 좀 진정해. 제대로 확인하고 싶은데, 용국이 정말 첫 번째로 대결을 펼칠 거야?”바로 그때 비육 쪽의 한 고수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이건 우리 용국과 부상의 백 년의 원한이 걸린 일이야.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 돼!”장세풍은 다시 한번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용국은 압도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었다. 필경 그와 조승은 모두 2성 천신계의 정점을 찍고 있었기에, 삼성 천신계 전력에 버금갈 정도였다. 게다가 서천술이라는 삼성 천신계의 존재는, 함부로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당연히 이런 절호의 기회에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아, 너희들 절대로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비육의 고수는 차가운 비웃음을 보였다. 반면 부상인 세 사람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않는 한편, 직전신개는 고개를 돌려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창지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고는 천천히 일어
그 후, 마지막으로 등장한 사람은 바로 용국의 서천술이었다. 입장하자마자 서천술의 시선은 바로 부상의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지난번에 바로 저 세 놈이 우리 용국 강자를 죽이고, 나중에 사람까지 데려와 우리 용국을 괴롭힌 거야?”서천술은 차가운 목소리로 옆에 있던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세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바로 저 세 사람이에요. 백여 년 전 바로 저 소창지개라는 놈이 저희 용국 두 강자를 참살한 겁니다!”“게다가 당시의 국왕을 핍박하여 부상에 항복하게끔 하고, 용국이 부상의 꼭두각시가 되게 만들었어요.” 그 말에 서천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갑게 웃었다. “좋아! 그렇다면 그 100년 전에 묵은 빚은 오늘 제대로 청산해야겠네!”“나는 오히려 지금의 부상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보고 싶네!”“형님, 굳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저 혼자만으로도 세 사람을 얼마든지 끝낼 수 있습니다!”장세풍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국 세 사람이 입장한 후, 역외에서 돌아온 모든 강자들 역시 입장을 완료했다. 주최 측인 용국은, 링 아래에서 관전 중인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미 기세만으로도 다른 세력들을 확실히 깔아뭉갰다. 한편 소창지개는 용국의 세 사람들을 차갑게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는 부하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이내 두 사람의 얼굴에는 경멸의 웃음이 떠올랐다. “이젠 모두 다 모이게 된 이상, 바로 시작할까?” 곧이어 소창지개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위압이 있었다. 그가 입을 떼자, 링 아래에서 수군대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잇달아 링 위를 바라보았다. 이때 미육의 한 강자가 느릿느릿 링 위에서 내려왔고, 가장 먼저 대결에 나설 뜻을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 강자 몇 명들도 잇달아 일어났다. 이제 막 시작된 시점에, 미육과 유럽이 벌써부터 불구덩이에 들어가려고 하자 링 아랫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사실 여태 미육과 유럽은 관계가
모두들 그제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이 천신계에 다다른 후 많은 사람들은 모두 술업에 관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진법에 능하고, 어떤 이들은 초식에 능하며 또 어떤 이들은 타격 능력을 수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육은 진법과 초식이 모두 부족했기에, 타격 능력을 연습하는 길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상대의 거듭되는 공격을 감당해내다 보면 상대의 실력은 약화될 것이고, 바로 그때 반격을 하는 그런 수법이었다.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세 명의 백인 남자들이 축대에 올랐다. 두 명의 비육 고수에 비해, 세 사람의 얼굴에는 안하무인의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 세 사람은 모두 유럽의 전설 같은 존재들이었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찰리만 대제의 검시였다. 유럽 내에서 찰리만 대제의 지위는, 용국에서의 황제 지위에 버금갈 정도였다. 찰리만 대제가 세운 제국이 분열이 일어나게 된 후에야, 비로소 현재 유럽에 수십 개의 작은 나라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저 세 사람, 대체 정체가 뭐지? 방금 그 두 사람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쳇, 네가 알긴 뭐 알아. 중간에 있는 저 사람 봤어? 바로 찰리만 대제 검시잖아!” “검시? 검을 든 하인이라고?”“미친, 너 정말 멍청한 거야? 찰리만 대제 검시는 아서 왕까지 격파한 적 있어!”그 말에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사실 아서왕은 한 달 전에 한지훈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의 위세는 여전했다. 현시대에 아서왕을 이길 수 있는 자라면 거의 넘사벽의 전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내 다른 세력의 역외 강자들도 링 위로 올라와 분분히 의론 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그들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줄곧 부상에서 돌아온 그 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 검복을 입은 동양 남자 세 명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링 위로 올라왔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보고는, 찻잔을 들어 차 한 모금 마셨다. “주상님, 부상이 이번에 파견한 세 사람 모두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