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부대와 공병부대? 미쳤나 봐! 어쩜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지!’놀라서 한쪽에 숨어있던 프런트 직원들 역시 경비들에게 둘러싸인 한지훈을 바라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저 사람 미쳤나 봐요! 자기가 뭐 대단한 인물이라고!”“정말 궁상맞아요! 저 사람 때문에 소미 언니 잘릴 뻔했잖아요!”“빨리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요. 아마 조회수 엄청나게 나올걸요?”어느새 보통 직원들도 몰려들어 웃음거리를 기다렸다.갑자기 인파 속에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로 방금 로비에 들어온 오관우와 강희연이다.“희연아, 저거 한지훈 아니야?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어?”오관우가 물었다.강희연은 오관우가 가리키는 곳을 힐끗 보더니 눈빛에 독기가 가득 올라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상갓집 개가 뭐 볼 게 있다고! 보나 마나 누구 건드렸나 보지! 저런 자식은 맞아 죽어도 싸! 빨리 반 부장 만나서 자재 협력에 관해 얘기나 나누자고.”오관우는 냉소를 짓더니 이내 몸을 돌려 접대 비서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같은 시각, 장 부장은 냉소를 짓더니 잔뜩 오버하며 물었다.“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방금 뭐라고? 장갑 부대와 공병 부대? 여기를 쓸어버린다고? 하하하! 다들 들었어? 어디서 이렇게 모자란 놈이 왔어?”‘웃겨 죽겠네! 아직도 이런 얼간이가 있다니. 허파에 바람만 잔뜩 찼네!’경비원들도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젓더니 진압봉을 휘두르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야,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십여 명의 경비원은 다시 한지훈을 에워쌌다.하지만!쿵쾅거리는 소리, ‘다다다’ 발걸음 소리가 밖에서 울려 퍼졌다!인파 속의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저것 봐! 저거… 진짜 장갑차 아니야?”“세상에! 진짜 장갑차야. 한 대… 여덟 대!”“백여 명의 군인이 삽을 들고 오고 있어!”순간,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이안 그룹의 유리 벽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이안 그룹 앞에는 여덟 대의 장갑차와
그 순간 장 부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예전에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위협적인 기세였다.이 사람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하지만 거만함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장 부장은 쉽게 백기를 들고 싶지 않았다.“그럴 리 없어! 이건 사기야! 다 가짜라고! 당신들 사기꾼이지? 군졸을 사칭하는 건 사형감이라고!”장 부장은 당황한 사람들에게 빽빽 소리지르며 해명하기 급급했다.한지훈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장 부장이라는 인간은 정말 매운 맛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절대 순순히 항복할 것 같지 않았다.“경비원! 뭘 멍하니 서 있어? 빨리 애들 소집해서 저것들 제압해! 다 사기꾼이라니까?”장 부장이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질렀지만 경비실 직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이때, 사람들 틈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례하긴! 장 부장 지금 뭐 하는 거야!”사람들 사이로 이한승 회장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현장으로 달려왔다.장재덕 부장은 이한승을 본 순간 구세주를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뛰어갔다.“이 회장님, 저 사기꾼들이 지금 군졸을 사칭하고 들어와서 우리 회사를 쓸어버리겠답니다!”짝!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한승이 손을 들어 장재덕의 뺨을 후려쳤다. 장재덕의 입가에서 비릿한 피가 흘러나왔다.“한 선생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이한승의 싸늘한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회장은 사람들의 의아한 눈빛을 뒤로한 채, 다급히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굽혔다.“한 선생,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들이 결례를 범했군요. 제가 다 처리할 테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경악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뒤돌아선 이한승은 분노한 눈빛으로 장재덕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은 지금 이 순간 부로 해고야! 앞으로 S시에서 그 어떤 회사도 당신을 고용하지 않을 거야!”“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 비밀을 누설한
“민학그룹과 강우연이 같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중간에 원자재 공급상이 필요해요. 대신 좀 알아봐 주시고 거래에 차질이 없게 준비해 놓으세요. 내가 시켰다는 건 비밀로 하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할 사람이 필요해요. ”한지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한승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와 협약을 맺은 원자재 공급회사가 있어요. 내일 사람을 시켜 계약서 준비해 놓으라고 할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사무실을 나섰다.그를 문앞까지 배웅한 이한승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밖으로 나온 오관우와 강희연이 이한승을 발견했다.“관우 씨, 저기 봐. 저 사람 이안그룹 이 회장 아니야?”강희연은 오관우의 팔을 꼭 붙잡고 흥분에 겨워 말했다.“그러네!”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한승을 바라보던 오관우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이 회장이 누구 배웅하나 본데? 그런데 저 차에 탄 사람… 한지훈 닮지 않았어?”그 말을 들은 강희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창을 바라보았다.“이상한 소리하지 마. 한지훈 그 인간이 뭔데 이 회장이 배웅까지 하겠어?”강희연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오관우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 젠장! 요즘은 누굴 봐도 한지훈 얼굴이 보여!”말을 마친 그는 강희연을 끌고 이한승에게 다가가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찬그룹의 오관우입니다. 여기 제 명함이요.”뒤돌아서려던 이한승은 무뚝뚝한 얼굴로 오관우를 힐끗 쏘아보고는 명함을 받았다.“오찬그룹?”말을 마친 그는 명함을 비서에게 건네고는 가던 길을 갔다.반면 오관우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했다.“회장님, 조심히 들어가세요!”이한승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오관우는 싱글벙글하며 허리를 폈다.“희연아, 반 부장이랑 계약서를 쓰고 나오면서 이 회장까지 만나다니! 오늘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강희연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그런가 봐!”“가자! 지난번에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미친 사람 보는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좋다! 공급업체 다섯 곳과 계약하지 못하면 우연이는 그날로 회사를 사직하고 이번 프로젝트는 희연이에게 맡기겠다! 그리고 너 한지훈은 실패하는 즉시 우리 집에서 꺼져!”강준상은 분노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좋습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서경희와 강신은 조바심이 났다.“한지훈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게 무슨 미션인 줄 알고 덥석 받아? 이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우연이 본인도 수락하지 않았는데 네가 뭐라고 대답해!”흥분한 서경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강준상에게 말했다.“아버님, 저는 반대예요. 한지훈 이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우연이 입장을 대변해요!”“맞아요! 이 인간은 누나를 대변할 수 없어요!”강신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한지훈을 힘껏 노려보았다.강희연 일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들을 보며 웃었다.한지훈은 조용히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말했다.“나 한번만 믿어줘.”강우연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믿을게요.”어쩐 일인지 이 순간 그녀는 한지훈이 너무 믿음직했다. 얼마나 어려운 미션이든 한지훈의 말대로 될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강우연마저 고개를 끄덕이자 서경희는 뒷목을 잡으며 욕설을 퍼부었다.“강우연, 너 바보야? 너 왜 그렇게 멍청해? 저 자식이 뭐라고 이걸 덥석 받아? 이 자식이 뭘 할 수 있는데? 아이고… 머리야!”강신 역시 불쾌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 내일 무슨 수로 공급업체와 계약을 따내는지 두고 보겠어!”그렇게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자 술렁거리던 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회의실에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우연과 담담하게 웃고 있는 한지훈만 남았다.강우연은 여전히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지금 공급업체 사장님들을 만
"흥! 무능력해서 가문에서 쫓겨난 주제에 무슨 수로 위기를 해결하겠어? 계속 버티고 있어봐야 웃음거리만 될 뿐이지!""회장님, 지금 당장 강우연을 민학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합니다!"사람들은 너도나도 일어서서 강우연을 물어뜯었다.강우연 역시 긴장되고 두려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계속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한지훈이 빨리 도착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가자 그녀는 점차 희망을 잃어갔다.‘지훈 씨가 나한테 거짓말한 걸까?’서경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 내가 진작 뭐라고 했어? 한지훈 그 자식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내 말을 그렇게 안 듣더니! 이제 어떡할 거야? 그 자식은 나타나지도 않고 너만 여기서 사람들한테 비난 받고 있으니… 당장 그 자식이랑 이혼해. 내가 제대로 된 혼처 알아봐 줄 테니까."강신도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누나, 그냥 포기하고 둘이 짐 싸서 나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사람들의 압박에 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그들에게 사정했다."저는 지훈 씨 믿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잠자코 듣고 있던 강준상이 버럭 화를 냈다."그만! 지금부터 민학 프로젝트는 희연이가 담당한다. 희연아, 지체할 시간 없어. 무슨 수를 써서든 공급업체 다섯 곳을 찾아서 계약해."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내밀었다."이럴 줄 알고 제가 미리 준비했죠. 할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강준상은 흐뭇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주 좋아!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다른 임원들도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정말 잘됐네요! 희연이가 그룹을 살렸어요!""희연이가 업무 능력이 워낙 출중하긴 했죠. 실력도 없으면서 버티고 있는 누구보다는 훨씬 낫네요!""주제를 알면 진작 회사를 떠났어야지! 월급만 축내는 밥통도 아니고!"회의실에는
강준상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빨리! 빨리 마중을 나가야지!"강가의 친인척들과 고위 임원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데 바깥에서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근엄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5인의 거장이 각자 비서를 거느리고 회의실에 들어섰다.회의실에는 고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S시의 원자재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거물들이었다.자산만 다 합치면 10조를 훨씬 넘었고 강운그룹 같은 중소기업은 열 개도 더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강대한 부와 권력의 소유자, 강운그룹 회장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거물들이었다.더욱 그들을 긴장하게 만든 건 이들의 배후에 있는 이안그룹의 이 회장이었다. S시에서도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거물!이 다섯 명의 거장 역시 이한승을 등에 업고 지금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어떻게 다섯 분이 이 누추한 곳으로 함께 오셨습니까? 미리 알지 못해서 마중 나가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강준상은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고개를 바짝 숙였다. 그런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나머지 사람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아부 섞인 웃음을 지었다.필두에 선 영진그룹 방 회장은 이들 중에서도 같은 업계 탑으로 꼽히는 재력가였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강준상을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강 회장님,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인사치레는 사양하겠습니다. 강운그룹에 강우연 씨가 누구시죠?"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준상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강우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강우연 역시 심장이 철렁해서 자신이 혹시 거장들에게 실수한 거라도 있는지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강우연, 부르잖아!"강희연은 강우연이 저들의 눈밖에 난 것이 분명하다고 고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불렀다.강우연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방 회장은 곧장 다가가서 지극히 공
“설마 한지훈이?”회의실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강준상 역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강우연에게 다가가 계약서를 빼앗아 들었다.“장하다, 장해! 이 다섯 업체가 우리 강운그룹에 원자재를 납품해 준다면 우리도 S시에서 한자리 당당히 차지할 수 있겠어! 수고했어, 우연아!”강우연은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다가 어제 한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저 사람들이 그의 지인이란 말인가?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아까 회장님들은 한지훈의 아버지뻘이었다.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지?서경희도 달려와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 약속 지키셔야죠? 우리 우연이가 납품 업체랑 계약까지 따냈으니 총 책임자는 여전히 우리 우연이한테 맡겨야죠.”강준상도 감동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우연아, 열심히 해봐. 할아버지는 널 믿는다!”반면 강희연 일가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성공이 눈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납품 업체가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망할 한지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분통이 터진 강희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떠받드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강우연은 겸손한 자세로 더 노력하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한편, 강운그룹을 나선 다섯 회장님들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지훈에게 곧장 다가갔다.그들은 한지훈의 뒤에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이한승을 보고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S시의 재벌 1위가 젊은 청년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니! 이 청년이 무슨 신분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비범한 인물인 건 확실했다.“이 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방 회장이 말했다.이한승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한지훈에게 말했다.“한 선생님이 원하신 대로 다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잘하셨어요.”말을 마친 그는 다섯 회장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이 회장님, 저분은 누굽니까?”궁금증을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우리 가문과 친하게 지내던 선배님들이야. 예전의 친분을 봐서 내 부탁을 들어주신 거지.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 잘될 거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지훈 씨.”한지훈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 삼계탕 다 끓은 것 같아. 가서 보고 올게.”잠시 후, 한지훈은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삼계탕을 식탁에 대령했다.“자, 밥 먹자.”고운이는 의자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삼계탕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고운이도 아빠가 해준 삼계탕 먹고 싶어.”강우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코기만 골라내서 고운이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렇게 일가족은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수저를 들었다.식사 중, 강우연이 잠시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오후에는 공장에 다녀와야겠어요. 파괴된 장비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 보고 필요한 부품들도 구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폭행당한 직원들 문안도 다녀와야겠어요. 고운이 좀 부탁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숟가락을 들고 쑥스럽게 웃었다.한지훈은 커다란 닭다리 하나를 뜯어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을 반짝 빛냈다. 사실은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와 같이 다니면 어딘가 안정감이 들었다.“그럼 고운이는 어쩌죠?”강우연의 질문에 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용일이 부르면 되지.”“고운아, 오후에는 용일 삼촌이랑 잠시 놀고 있을래?”그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좋아! 고운이는 용일 삼촌이 너무 좋아!”한고운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날 오후, 용일은 약속한 시간에 저택으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공장으로 갔다.난동사건으로 운영이 중단된 공장 상태는 처참했다.공장 직원들도 무서워서 도망간 인원이 태반이었다.강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공장 상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중년 남자는 더 이상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얼핏 봐도 방금 전, 지독한 형벌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지훈! 내...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야!”강만용은 한지훈과 용운 두 사람을 보자마자 눈물을 금치 못하고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용경에서 온 한 무리의 문관들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무고하게 산채로 맞아 죽게 되는 상황에서도 강만용은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신한국의 아들인 신국호 또한 몽둥이로 수차례 얻어맞아 두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고, 심지어 피까지 많이 흘리게 되어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다. 그야말로 두 집안이 하룻밤 사이에 풍비박산이 나게 되었다. “누구예요! 대체 누굽니까? 어느 개자식이 감히 이렇게 잔인한 수를...”잔인하게 놈들의 수단에, 용운은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당장이라도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에휴, 됐어. 아마도 이 늙은이가 그동안 사는 동안 죽인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느님이 날 벌하려나보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힘들었겠는데 일단 방에 가서 앉아있어!”신한국은 겨우 눈물을 닦아내며 한지훈과 용운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강로님, 국왕께서는 대체 왜 이러시는 거랍니까? 낙 선생은 대체 또 어떤 구실로 강로 님의 가족을 건들게 된 건가요?”한지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강만용은 결국 탄식하면서 말했다. “내가 30년 전에 물려받은 천 평 넘는 가택이 있는데, 낙 선생은 내가 군비를 횡령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국왕이 직접 장문로까지 파견하여 조사하게 한 거고.”“조사요?”어이없는 상황에 기가 찬 용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조사라는 거지? 사람이 죽게 됐잖아!’ “용운아!”한지훈이 낮은 소리로 호통을 치자 용운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시 조용히 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놈들은 어젯밤, 강로 님을 끌고 가기라도 했나요?”한지훈
“뭐라고?”그 소식을 들은 한지훈은 순간 대경실색하였다. 강만용과 신한국 두 사람은 이미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낙 선생이 굳이 그 둘을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는 급급히 말했다.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인데?”“바로 어제저녁, 낙 선생이 파견한 사람들은 이미 두 각로의 거처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저의 부하들이 찾아와서 보고한 데에 따르면 두 각로의 아들들 역시 모두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세한 상황은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두 각로님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저희 쪽에서 사람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한참을 깊이 생각하던 한지훈은 겨우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거듭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직접 갈게!”사실 신룡전은 충분히 강만용과 신한국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낙선생에게 약점을 잡혀 다시 국왕 앞에 불려갈 가봐 신경이 쓰였다. “용왕 님, 차라리 제가 사람들을 먼저 보낼까요?”용운은 내심 걱정이 됐다. “괜찮아. 나 곧 출발할 거니까 바로 헬리콥터를 안배시켜!”한지훈은 말을 마치자 전화를 끊었다. “여보, 이렇게나 많이 다쳤는데 당분간은 외출하지 마요. 아무리 그래도 상처를 다 치료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야죠...”약재 한 그릇을 든 채 마침 마당으로 나온 강우연은 한지훈을 걱정하며 말했다. 그녀는 한지훈과 용운이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잘 듣지는 못했지만 헬리콥터를 보낸다는 얘기는 듣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상처가 낫지 않은 한지훈을,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니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니. 듣자 하니 두 각로가 큰 일을 당한 것 같아. 오양 각로께서 이미 나를 구하려다 희생하게 됐어. 더 이상 강로와 신로도 그 뒤를 따르게 놔둘 수는 없다고!”한지훈은 말을 마치고는 약재를 꿀꺽 마셨다. 이내 국그릇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강우연을 달래주었다. “나 괜찮아. 내가 강중에 없는 사이, 만
심지어 도청 전인의 나이는 강우연의 할아버지보다도 열몇 살이나 더 많았다. “이렇게 위급할 때일수록 강경한 태도로 나섰다가는 주상만 또 다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저희 천검종은 얼마든지 주상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감히 반항하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버릴 겁니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나한비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셋째 삼촌의 의견을 순순히 따라서 다행이지, 아니면 나 씨 집안 역시 풍비박산 날 뻔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피비린내 나지 않을까요?”강우연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무리 복수를 한다 하더라도 아예 온 집안을 몰살시키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사모님, 절대로 한 치의 자비도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오늘 반대로 주상께서 원효천에게 패하게 됐다면...” 감정이 북받친 도청 전인은 순간 멈칫했다. “어르신의 말씀이 맞아요. 만약 오늘 한 선생님이 패하기라도 했다면 저희 나 씨 집안 또한 다른 가문에게 몰살당했을 것입니다!”나계홍은 극히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두 사람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한지후는 담담하게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이번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강우연에게 맡겼다. 누구나 한 번씩 겪어보게 될 과정이었기에, 그는 강우연의 선택을 지켜보기로 했다. 비록 내심 그 또한 도청 전인의 의견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만일 강우연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그 또한 지지할 생각이었다. “그...”강우연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창백한 얼굴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야 한지훈에게 말했다. “여보, 저랑 얘기 좀...”“네가 어떻게 결정하든 뭐든지 지지해!”한지훈은 강우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나계홍의 시선은 곧바로 강우연에게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말 한마디로 앞으로 강중의 세력 구분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전투에서 나 씨 집안의 역할 또한 강우연의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사모님! 절대로 자비를 베풀어서는
낙 선생의 말을 들은 국왕은 뜻밖의 소식에 다소 놀라긴 했다. 신한국과 강만용의 저택이 천 평이 넘을 줄이야. 이 모든 건 진작에 알고 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무려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게다가 이 저택들은 모두 두 집안의 조상이 직접 물려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30년 전, 신한국과 강만용 두 사람은 용각에 들어간 날 바로 천 평의 가옥을 모두 국가에 상납하여 자신들의 청렴을 증명하였다. “폐하, 왜... 왜 그러십니까?”국왕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아낸 낙 선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내 국왕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제 보니 너무 가증스러워서! 당장 사람들을 보내서 더욱 자세히 조사하고, 결과를 나한테 보고해!”“네!”발걸음을 옮기던 낙 선생은 뭔가 떠오른 듯이 다시 몸을 돌려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 그 한지훈은...”“그것도 조사해. 하지만 한지훈한테는 들키지 않게 암암리에서 조사하고 있어!” 말을 마치자마자 국왕은 손을 살짝 흔들며 낙 선생더러 물러나라고 하였다. 그렇게 낙 선생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국왕의 곁을 지키고 있던 한 궁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폐하, 저 자는 짐승 같은 야망을 갖고 있는데 정말 그냥 방심하실 생각이신겁니까?”“방심?”그러자 국왕의 눈빛에서는 갑자기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낚시를 하려면 미끼도 잘 골라야 해. 던지는 미끼가 클수록 물고기도 더 큰 걸 낚을 수가 있는 거야!”뒤이어 국왕은 천자각 9층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그는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 있었다. 그 또한 낙 선생의 꿍꿍이를 모를 리는 없었다. 용국을 향한 오양 각로의 충성도 대단했기에, 그는 애초에 조사를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낙 선생은 애초에 의도를 품은 채 국왕의 곁에 와서 그를 모시며 상위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었다. 이런 사람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큰 세력이 숨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결코 드러난 무신종의 존재
지금 그들에게 있어 가장 비참하게 느껴진 것은 바로 자신들의 운명이었다. 오늘 원 씨 집안이 허무하게 패배하게 된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앞날이 대충 짐작이 갔다. 그 와중에도 매우 분통한 것은, 원효천 이 늙은 영감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수도 이겨내지 못하고 한지훈의 졸개 손에 죽게 되다니. 줄곧 원 씨 집안을 믿고 자신들의 모든 가산과 목숨마저 걸었던 그들은 이제 막막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패가망신하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원 씨 집안까지 끌어들여 함께 죽을 작정이었다. “우린... 일단 용경으로 돌아간다!”원상용은 겨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내 그는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강중의 세력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 원 씨 집안, 어찌 한지훈 어린놈한테 휘둘릴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용경으로 돌아간 후, 바로 남은 세 명의 노조한테 도움을 청할 겁니다. 반드시 한지훈을 죽일 수 있게!”말을 마치자마자 원상용은 성큼성큼 링 아래로 내려갔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비할 데 없는 후회감이 들었다. 애초에 원 씨 집안을 굳게 믿은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도 원 씨 집안이 자신들을 위협하려 할 줄은 몰랐다. 사실 원상용이 방금 한 말은,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원 씨 집안에는 아직 세 명의 노조가 있으니, 그들은 어떻게든 마음만 먹으면 복수를 할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야말로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뒤이어 원 씨 집안사람들은 원상용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링에서 내려왔다. 한편 그 시각, 멀리 용경에 있는 국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지훈이 멋지게 전투를 치를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원 씨 집안에서 두 노조가 돌아가시게 된 것도, 이는 다른 가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게 뻔했다. “폐하, 낙 선생께서 찾아오셨습니다!”바로 그때 한 궁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푸!”한지훈은 순간 피를 뿜어내면서 완전히 의식을 잃게 되었다. 사실 방금 한지훈은 남은 마지막 한 가닥의 힘으로 겨우 링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는 절대 쓰러지고 싶지도, 피를 토하고 싶지도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4대 가문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자신을 덮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한지훈뿐만 아니라 우연 그룹까지 모두 강중에서 제거될 위기에 처하게 되니까. 중상을 입고 실신한 한지훈의 모습에 놀란 나계홍은 얼굴마저 창백해진 채 어쩔 바를 몰라했다. “한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한 선생님!”나계홍은 필사적으로 한지훈을 흔들었지만, 한지훈은 더 이상 대답할 힘도 없었다. “주상...”도청 전인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강우연이 먼저 손을 뻗어 그를 가로막았다. “다들 당황하지 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에 타요! 얼른 갑시다!”마찬가지로 크게 놀란 강우연도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한지훈의 일행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강우연은 그제야 방금 한지훈이 왜 부상의 고통까지 억지로 참아가며 침착한 척했는지 알게 되었다. “네!”도청 전인은 재빨리 대답해하고는 움직였다. 뒤이어 강우연 역시 차에 올라타고는 급히 명령했다. “출발해, 빨리! 당장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남편의 모습을 아무도 못 보게 해!”“알겠습니다!”이내 나계홍은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조수석에 있는 나한비에게 말했다. “당장 내려가서 저 사람들을 쫓아내!” 이때 한 무리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는 나계홍의 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한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당장 멈춰! 다들 죽고 싶어? 감히 한 선생님의 길을 막다니... 너희들도 저 링 위에 쓰어진 그 두 영감들처럼 영원히 여기에 묻히고 싶어?”이내 나한비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손을 흔들자, 경호원 30~40명이 순식간에 나타나 달려들었다. 그러자 차 앞을 막고 있던 모든
한지훈은 원성천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지만, 한지훈은 파경 직전의 솟구치는 혀릭로 인해 힘을 쓸 수 없었다! "아악!"한지훈은 포효하며 총을 들어 원성천을 찔렀다! "푹!"한지훈이 적색 장총을 휘두름과 동시에, 그의 체내에서 갑자기 한 줄기 기운이 솟아올랐고, 동시에 그의 기세가 다시 상승하며 사성 천급 천왕계의 경지로 들어섰다!! "응?!"허공을 가르는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들은 원성천은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장총이 나타났다! 원성천이 다시 그의 기세로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퍽!"창 전체가 원성천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고, 한지훈의 모습은 원성천의 등 뒤에 나타났다."쿠…쿨럭…"원성천은 기침을 하더니, 피를 한 모금 내뱉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보았다. 그는 몸을 가늘게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네… 네가…"털썩! 다음 순간, 원성천의 손에 들린 장검이 땅에 떨어졌고 그의 몸은 비무장 위에 쓰러졌다! "가주님!"관중석에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원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원상용은 곧장 비무장으로 달려가 손을 뻗어 원성천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가주님! 괘… 괜찮으십니까?""푸욱!"원성천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한입 가득 피를 뱉어냈다.그는 원상용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그러나 원상용은 원성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원씨 가문의 두 가주가 강중에서 죽임을 당하다니?!"생방송을 보고 있던 동방 가문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며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한지훈이 어찌 이토록 난동을 부린다는 말이냐!!하지만…원씨 가문의 두 가주의 죽음은 그들에게 깨우침을 주기도 했다. 한지훈이라는 자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빨리… 빨리 가거라!"원성천은 마지막 유언을
"한지훈, 죽어라!"원성천의 이 일격은 바람 소리와 함께 방금 전 그 광풍과 맞닿았다! 한지훈은 후퇴하며, 먼저 오는 광풍을 피한 뒤 몸을 돌려 원성천의 일격을 다시 피해냈고, 다리를 들어 원성천의 가슴을 향했다! "퍽!"한지훈의 무릎이 원성천의 가슴에 부딪히려는 순간, 원성천은 손을 들어 한지훈의 무릎을 막아냈다.순식간에 공중에서 한 줄기 파장이 일었고, 두 사람은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원성천의 손바닥은 번개처럼 빨랐고, 한지훈의 급소를 향해 다가오자 한지훈도 반격하며 짧은 순간에 천 번의 공격을 주고받았다! 원성천은 어쨌든 한지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강자였고, 이에 비해 한지훈은 체력적으로나 힘으로나 원성천과 같은 선에 있지 않았다. 그들이 싸운 지 10분도 되지 않아, 이미 한지훈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러나 원성천은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고,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한지훈이 반드시 패배하게 될 것이다! 원성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섬뜩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때, 원성천의 오른 손바닥이 한지훈의 가슴을 치려 하자 한지훈의 가슴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이더니, 한 줄기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원성천은 찰나의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더니, 황급히 손을 다시 회수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이 이미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는 걸 느꼈다! 이럴 수가! 설마… 설마 저건…진법?! 원성천은 이 생각을 하자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한지훈은 무술뿐만 아니라 진법에도 정통한 것인가?! 제기랄! 원성천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고,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분출해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거대한 기벽이 원성천 앞을 가로막았고, 적색 장총이 한지훈의 손바닥에 들리며 칼끝이 원성천을 향하고 있었다! "쨍!"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와 함께 원성천은 식은땀을 흘리며 겁을 먹었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한지훈이 어떻게 그를 도망가게 놔둘 수 있단 말인가?! "거기 서라!"한지훈의 말과
원성천의 검이 한지훈의 어깨를 베려는 순간, 한지훈의 몸은 순간 이동하듯 몇 미터 뒤로 물러났다.휙!검의 기운이 휩쓸고 지나갔고, 관객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잘했군!"TV 앞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국왕도 환호를 금치 못했다.원성천은 한지훈이 자신의 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다시 오만한 표정을 되찾고는 사납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놈이 절학을 발휘할 줄은 몰랐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그 말과 동시에, 원성천의 발끝이 땅에 닿자 번개처럼 한지훈이 있는 쪽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은 마치 뚫을 수 없는 촘촘한 그물처럼 한지훈을 덮었다!사실 방금 전 그 검을 피했을 때 강력한 검기에 의해 이미 한지훈의 옷에는 구멍이 뚫리며 그의 살을 찔렀다! 만약 자신이 궁지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이미 원성천의 검에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한지훈조차도 어떻게 방금 전 검을 피할 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생각에 잠시 잠기더니 몸이 저절로 수 미터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했고,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천왕의 힘일지도 모른다! 원성천이 다시 검을 들어 그에게 달려들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들고 오릉군 가시를 손에 쥔 채 소리쳤다. "죽어라!"그러자, 오릉군 가시가 그의 손에서 날아가 원성천의 미간으로 향했다. "탕, 탕!"원성천의 장검에 연거푸 막혔지만, 오릉군 가시는 여전히 미세한 조절로 원성천의 미간으로 날아갔다. 천왕의 힘에 대한 한지훈의 이해가 진행됨에 따라 그의 통제 능력도 질적으로 도약한 것이다! 오릉군 가시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원성천의 공격을 계속해서 방해했다. 한지훈이 가까이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원성천은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아무리 기를 써도 헛발질만 할 뿐이었다."한지훈!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이런 잔재주를 부리다니!"원성천은 장검을 휘두르며 어디선가 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