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한지훈이 든든히 그녀의 앞을 지키며 서 있었고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양아치들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그들은 팔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처참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한지훈이 군인 출신이고 비범한 싸움 실력을 갖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덟이나 되는 사람을 순식간에 쓰러뜨릴 줄은 몰랐다.한편, 그 광경을 두 눈 뜨고 목격한 오관우와 강희연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서렸다.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다가가자 겁에 질린 강희연은 뒷걸음질치며 오관우의 등 뒤로 숨었다.“너… 뭐 하자는 거야? 한지훈, 우리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회장님께서 널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오관우도 두려운지 강희연의 뒤로 숨으려 했다.서로 앞에 나서기 싫어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은 보기에도 우습기 그지없었다.한지훈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함쳤다.“닥치고 꺼져!”섬뜩한 목소리에 놀란 강희연 커플은 미친 듯이 차로 달려가더니 시동을 걸고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났다.강우연은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지훈 씨, 괜찮아요?”그는 담담한 시선으로 바닥을 구르는 양아치들을 노려보고는 말했다.“괜찮아. 이제 집에 가자.”“그래요.”강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미친듯이 질주하던 오관우는 한지훈이 뒤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길가에 차를 세우고 거친 숨을 토해냈다.“젠장! 그 자식 대체 뭐야? 무슨 놈이 그렇게 무식하게 세?”강희연은 눈알을 굴리다가 갑자기 오관우의 가슴을 치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오관우, 이 무능한 녀석! 믿을만한 녀석들이라며? 여덟이서 어떻게 한지훈 한 놈을 상대 못해? 창피하지도 않아? 아, 짜증나!”오관우도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자식이 그 정도로 셀 줄을 누가 알았겠어? 직업 군인이라더니 정말 대단한 몸재주를 가졌네!”“그럼 이제 어떡해? 이대로 가만히 있으라고?”강희연은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팔짱을 끼며 앙칼지게
수화기 너머로 한 중년 남자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 사장, 금액은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4천만 원이면 되겠습니까?”그 시각, S시의 한 아파트.담배 연기가 자옥한 원룸 내부에 열명 남짓한 사내들이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한 컴퓨터 앞에 마주앉은 중년 사내는 한눈에 봐도 섬뜩해 보이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의뢰 게시 버튼을 누르고 4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입력했다.모든 준비를 끝낸 남자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4천만 원짜리 의뢰가 들어왔어. 차액으로 2백 정도 더 챙길 수 있겠군.”“형님, 또 의뢰가 들어왔어요? 부럽네요.”옆에 있던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부러운듯이 말을 걸었다.“저녁에 내가 밥 살게.”조영호가 웃으며 말했다.“형님, 사랑합니다!”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이 환호를 질렀다.조영호는 커피를 타서 베란다로 나왔다. 메시지로 의뢰가 수락되었다는 알람이 떴다.잠시 후, 그의 계좌에는 200만 원이 입금되었다. 조영호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로 돌아갔다.그날 밤.한지훈은 강우연과 고운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홀로 정원에 앉아 밤하늘을 감상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빛에 진한 살기가 스쳤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담벼락을 응시했다.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재밌네. 누가 보냈을까?”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담벼락 쪽으로 걸어갔다.구석진 곳에 야행복을 입은 남자가 번뜩이는 비수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훌쩍 날아 담을 뛰어넘었다.가벼운 착지 소리가 들렸다.남자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조심하라고 하길래 경비가 삼엄한 줄 알았더니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이 정도로 4천만 원이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네. 젠장, 내가 이런 조무래기들이나 처리하고 있다니.”바닥에 착지한 순간 그는 이 집에 자신을 막을 정도의 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건너편에서 균일한 숨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얼핏 들어도 일반인에 불과했다.남자가 의기양양해서 4천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앞에 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최소 그의 보스와 거의 맞먹는 실력이었다.영찬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망치자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그의 손을 꽉 잡고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개를 든 한지훈은 다리를 들어 영찬의 복부를 걷어찼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영찬은 담벼락에 허리를 부딪히며 추락했다.담벼락이 무너지며 영찬을 뒤덮었다.영찬은 당장에서 피를 토하며 자신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오는 한지훈을 절망적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넌… 누구야? 무식하게 세네.”말하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영찬이 입은 부상은 심각했다. 오장육부가 파열된 느낌이었다.더 절망적인 건 상대가 힘을 아꼈다는 사실이었다. 한지훈이 만약 진심으로 응했다면 영찬은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한지훈은 영찬의 앞으로 다가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영찬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와 다를 바 없었다.“누가 보냈는지만 말해.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 너한테 기회는 한번뿐이야.”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토해내는 영찬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영찬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말하면 정말 살려줄 거야?”“쓸데없이 말이 많네.”이어진 싸늘한 목소리.영찬은 고민에 잠겼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말할게. 난 사이트에서 의뢰를 받고 왔어.”“의뢰? 무슨 의뢰?”한지훈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킬러넷이라고 살인 의뢰를 받는 사이트가 있어. 누가 4천만 원에 이 집에 사는 사람들 팔다리를 한쪽씩 부러뜨리라고 의뢰를 올렸더라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킬러넷이라. 몇 년 전에 들어본 적 있는데 아직도 살아 있을 줄이야.”그 말을 들은 영찬이 움찔하며 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킬러넷을 알아?”3년 전, 킬러넷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살 조직이었다.수천 명의 전문 킬러를 육성한 이 거대 조직은 비밀 리에 운영되고 있지만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킬
한지훈의 말에 영찬은 움찔하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부들 떨었다.등골이 오싹하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당신은… 3년 전 그 사건에 참여했던… 전신급 전사 중 한 명인가요?”영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시무시한 실력과 그 전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과거 킬러넷 소탕 작전에 참여해 수많은 서방의 조직원을 제거한 용국의 여덟 전사와 그들의 사령관뿐이었다.설마 그 여덟 전사 중의 한 명일까?영찬은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미쳐버릴 것 같았다.‘내가 지금 무슨 의뢰를 받은 거지? 고작 4천만 원 벌자고 신급의 전사를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은 건가?’허탈한 웃음이 나왔다.이 사람이 이 사건을 끝까지 추궁한다면 본진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영찬의 이마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왜 하필이면 나지?왜 하필 그 의뢰를 받아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거지?그는 용국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한지훈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 여덟 전사는 내 부하들인데?”청천벽력 같은 말에 영찬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여덟 전사의 상사?여덟 전사 중 한 명도 아니고 그들의 총사령관이 눈앞에 있었다.용국의 수호신이자 동방의 용왕으로 불리는 존재!그가 전장을 누비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용국의 수호신으로 불렀다.그리고 3년 전 킬러넷 소탕 작전을 경험한 유럽의 시민들은 그를 경외하여 동방의 용왕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다.전 유럽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영찬은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자칫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과거 킬러넷 본진을 일망타진한 동방의 용왕이라니!영찬은 없는 힘까지 쥐어짜내서 기어나와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소인 영찬, 동방의 용왕님을 뵙습니다….”“동방의 용왕? 그건 또 뭐야?”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영찬이 말했다.“저는 킬러넷 휘하의 암살 점조직의 일원 영찬이라고 합니다. 동방의 용왕이란 호칭
말을 마친 영찬은 이마에 피가 터지도록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동방의 용왕이라. 재밌군. 아까도 말했지만 기회는 한번뿐이야. 누가 보냈어?”영찬이 다급히 대답했다.“용왕 어르신, 저는 킬러넷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같은 하층 조직원은 고용주의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그 말은 사실이었다.킬러 업계에서 의뢰는 전부 익명으로 받게 되어 있었다.고용주가 자신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킬러넷 같은 대형 킬러 집단도 고용주의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무릇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뢰는 유럽 암흑 세력의 선별을 거쳐 정보가 가려진 채로 게시되기 때문이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유럽의 킬러 조직이 돌아가는 상황은 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떨고 있는 영찬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돌아가서 네 배후의 관리자한테 전해. 3일 시간을 줄 테니 알아서 해산하라고. 암살 조직의 구성원은 스스로 팔목을 잘라 그 사이트에 계시하도록. 그리고 용국 침입 불가라는 글도 함께 게시해. 알겠어?”영찬은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비천한 목숨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왕 어르신.”“꺼져.”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영찬은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절뚝거리며 정원을 나섰다. 더 이상 한지훈의 살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에야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날로 비행기를 타고 용국을 떠났다.한지훈은 쓰러진 담벼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내일 할 일이 생겼네.”침실로 돌아오자 강우연과 고운이는 달게 자고 있었다. 한지훈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침대머리에 놓인 다 타버린 향초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그것은 깊은 수면에 들게 하는 특수한 향초였다. 몸에는 별로 해가 되지 않지만 다음 날 일어나면 피로감이 드는 부작용이 있었다.군부대에 있을 때 군의관에게서 전수 받은 향초였다.비록 자주 의술을 쓰지는 않지만 수면향을 만드는 것쯤은 손쉽게 할 수 있었다.그 시각, 오관우와 강
조영호의 고함에 오관우는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형님, 정말 숨기는 거 없어요. 그 인간 퇴역 군인 출신 맞아요. 5년 전에 그룹이 망하고 혼자만 살아남은 놈이에요. 정말 별거 아닌 놈이에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조영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지금부터 더 이상 나한테 연락하지 마. 우린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는 거야!”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오관우의 이마는 식은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지?옆에서 듣고 있던 강희연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자기, 어떻게 됐어?”오관우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문제가 좀 생겼어. 의뢰는 실패했대.”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씩씩거리며 그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내 그럴 줄 알았어! 그 인간들 믿을 놈들이 아니라니까! 킬러는 무슨, 그냥 사기꾼들이네!”오관우는 인상을 쓰며 조영호가 했던 말을 곰곰이 되짚었다.‘영호 형이 설마 나한테 거짓말을?’거대 조직이 운영하는 킬러넷이 한지훈 같은 일반인 하나 처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분노한 오관우는 술병을 바닥에 던지며 호통쳤다.“젠장! 또 속았어! 한지훈 그 멍청한 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게 무슨 킬러야!”그는 생각할수록 분이 치밀어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씩씩거리던 강희연이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자기, 화 풀어. 그 자식 그냥 내버려 두자. 어차피 우리 결혼 날짜도 곧 다가오는데 그때가 되면 S시의 모든 유명 인사들이 우리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잖아. 그거로 우린 강우연 한지훈을 제대로 짓밟을 수 있어. 그날에 그것들을 통쾌하게 한번 망신 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오관우는 미소를 지으며 강희연을 껴안았다.“그래. 네 말이 맞아. 한지훈 콧대를 꺾고 화려한 결혼식을 치르는 게 가장 현명한 복수지!”“그럼!”다음 날.한지훈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망가진 담벼락을 수리했다.잠에서 깬 강우연은 피곤한 얼굴로 정원에 나왔다가 담벼락을 수리하는 한지훈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담이 왜 무너
강우연은 별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옆에 있던 한지훈은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그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이분은 누구시죠?”한 담당자가 한지훈을 가리키며 물었다.강우연은 웃으며 그를 사람들에게 소개했다.“제 남편 한지훈 씨예요.”담당자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아… 그 집에서 전업주부를 한다는… 남편분이셨군요.”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한지훈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일부러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발언에 일일이 반응해 줄 필요는 없었다.강우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진행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배가 좀 나온 한 중년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는 한데 사소한 문제가 좀 있어요.”“어떤 문제요?”강우연이 물었다.민학그룹과의 협력 사업이 걸린 문제라 대충 넘어갈 수 없었다.강운그룹은 공사 업체에 외주를 맡겼는데 강문복과 친분이 있는 업체였다.처음에 강우연이 직접 업체를 알아보려 했지만 강문복이 이사 직책을 이용해서 그녀를 건너뛰고 이 업체랑 계약을 했다.업체 사장 서해철이 웃으며 말했다.“자재를 거의 다 써가네요. 새로 주문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지정한 업체 자재가 불량품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직접 주문을 넣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그 많은 자재를 다 썼다고요?”그녀는 자재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에 주문한 자재가 거덜이 나 있었다.강우연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이렇게 빨리 소모되었을 리가 없는데?서해철이 다급히 해명했다.“강 부장님, 자재가 빨리 소모된데는 이유가 있어요. 폐기율이 20퍼센트가 넘거든요.”“폐기율이 왜 그렇게 높아요?”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화들짝 놀라며 재차 물었다.“예전에도 이랬나요?”서해철은 여러 담당자들과 시선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요. 예전에 강 이사님과 같이 일을 할 때는 폐기율이 25퍼센트에 육박했어요. 민학그룹과 사업을
그 시각, 강문복은 서해철 일행이 아침에 가져온 1억 5천만 원이 넘는 현금을 금고에 넣고 있었다.그는 강우연의 질문에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알아, 보고 받았어. 서 사장은 우리 강운과 오랜 친구 같은 사이야. 폐기율 20퍼센트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이미 최저 수치야. 서 사장이 요구하는 거 잘 들어줘.”강우연은 인상을 쓰며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서 사장님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자재 주문을 넣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좋지. 우린 서 사장을 믿어야 해. 그 친구는 인테리어 경험도 우리보다 풍부하니 절대 문제 없을 거야. 우연아, 민학그룹과의 이번 사업은 우리 강운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에 최대 프로젝트야. 백 선생과의 사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이번 백화점 인테리어 사업은 그 어떤 착오도 있어서는 안 돼. 그러니까 이런 일은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맡겨야지. 너도 서 사장 보고 많이 배워둬. 알겠지?”말을 마친 강문복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은 강우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강문복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별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부장님, 강 이사님은 뭐래요?”서해철이 웃으며 물었다.“그렇게 진행하라고 하시네요.”그 말을 들은 서해철은 서류가방에서 문서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사님까지 별문제 없다고 하셨으니 여기 사인 좀 부탁드릴게요. 강 부장님 사인이 있어야 자재를 현장까지 운반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받아 확인해 보았다. 각종 자재의 단가가 표기된 서류였다.“서 사장님, 이 서류는 돌아가서 단가를 확인해 보고 사인할게요.”강우연의 태도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그 말을 들은 서해철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강 이사님, 자재의 단가는 시장 최저가로 책정했어요. 자재에도 아무 문제 없고요. 걱정 마세요. 저희는 강 이사님과 오랜 시간 같이 일했어요. 강 이사님도 저희를 믿으니까 이렇게 큰 공
사실 양 씨 어르신은 처음으로 진우에게 이런 요구를 한 것이었다. 그의 손녀인 양령아는 흑병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비육에서 일하지는 않고 유럽에서 킬러 소대의 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지훈이 비육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재빨리 자신의 할아버지한테 연락하여 자신을 비육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사실 한지훈은 용국 내에서만 명성이 자자한 것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일찍이 신화 속 인물처럼 소문이 전해졌다. 그리하여 오래전부터 한지훈을 숭배하고 있었던 양령아는 이 기회에 한지훈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모처럼 다가온 귀한 기회에 그녀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진우는 양령아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일성 사령관의 실력이었다. 비육의 그 소대 성원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약했다. 그리하여 진우는 한지훈에게 그녀의 안전을 꼭 확보하라고 신신당부하였다. 이튿날 아침, 한지훈은 비육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를 타는 동안, 한지훈은 줄곧 머릿속으로 비육에 도착한 후 어떻게 유회원이 감금되어 있는 그 피라미드를 찾아갈 것 인가를 궁리하고 있었다. 필경 비육에는 피라미드가 수백 개에 달했고,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뿐이었다. 괜히 섣불리 움직였다가 놈이 눈치를 채면, 즉시 유회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 계속 수감하고 자칫 했다가는 죽일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 나자 한지훈은 일단 의자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이고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착륙하였다. 한지훈은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는 기내를 나섰다. 사실 이 비행기는 한지훈을 위해 특별히 안배된 전용기였기에 다른 여행객은 전혀 없었다.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사다리 아래에는 일찍이 젊은 남녀 몇 명이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한지훈을 가장 먼저 발견한 한 젊은 여자가 옆에 있는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 “대장 님, 그분 맞죠?”젊은 여자는 손으로 한지훈을
말을 마친 한지훈은 이내 강우연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였다. 바로 이때, 한지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고 뜻밖에도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뜨는 알 수 없는 번호였다. 틀림없이 국왕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인 걸 알아챈 한지훈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폐하!”“한 사령관, 라이언 킹 찰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어. 사실 내가 원했던 결과이긴 하지만, 유회원한테는 위협이 갈 수도 있는 일이야. 만약 아시란치 가문이 중재하지 않는다면 이번 일은...”“폐하, 사실 유회원이 납치된 것 자체가 아시란치 가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라이언 킹 찰리가 죽기 전에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습니다!”한지훈은 찰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국왕에게 전해주었다. “음... 한 사령관 말도 아주 일리가 있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라이언 킹 찰리뿐만 아니라 현재 용국을 노리고 있는 다른 상업적인 행동들도 모두 이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어.” 뒤이어 국왕은 한지훈에게 현재의 정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 이미 준비를 다 마친 각 나라들이 당장 용국의 상업에 손을 대려고 대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이유는, 다들 유회원 납치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를 관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폐하, 내일 아침 제가 직접 비육으로 향하여 반드시 유회원을 안전하게 용국으로 돌려보낼 겁니다!”한지훈은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만약 한 사령관이 정말 비육에 가게 된다면, 내가 보기에 유렵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일부 현지 세력들이 전부 사라지게 될 거야. 그럼 오히려 일석이조이긴 해.” 국왕은 그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러나 한지훈의 와이프 강우연이 곧 출산하게 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요구가 확실히 지나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한지훈의 시선은 이내 강우연에게로 향했고, 그는 이미 만삭이 된 와이프의 배를 보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 사령관, 그럼
라이언 킹 찰리는 결국 한지훈에게 맞아 죽었고, 그의 시체는 온통 피범벅이 되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현장에 있던 무종과 강중의 대인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한지훈이 자신들에게는 참으로 관대하게 대해줬음을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진 씨 어르신은 이를 악물고 한지훈의 뒷모습을 노려보았고, 분노에 찬 얼굴로 그는 발길을 돌려 공항 쪽으로 향했다.한지훈이 자신을 무시하며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짓밟았으니,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길을 가는 내내 진 씨 어르신은 국왕 앞에서 어떻게 한지훈을 고발할지 궁리했다. “진 씨 어르신, 한지훈은 건드려선 안 될 사람입니다. 그는... 그는 너무 잔인합니다!”중년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진 씨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그를 죽이는 데 무기 따위는 필요 없소!”진 씨 어르신은 냉소를 흘리며 대답하곤 빠르게 차에 올라타 공항으로 향했다.한지훈은 라이언 킹 찰리의 갑옷을 들고 별장으로 돌아왔고, 이 갑옷은 확실히 한지훈의 마음에 쏙 들었다. 현재 강우연은 임신 중이라 내공을 사용할 수 없어 일반인과 다름없는 상태였기에, 이 갑옷이라면 그녀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크기가 맞는지 몰랐기에, 한지훈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두 사람이 쓰는 침실로 들어갔다.“우연아, 이 갑옷 너무 괜찮은 것 같아. 무게도 가벼우니 한번 입어볼래?”한지훈은 갑옷을 강우연에게 건네며 말했고, 갑옷에 묻었던 피는 이미 깨끗이 씻어냈다.강우연은 금빛 갑옷을 받아 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는 온몸을 보호할 수 있는 갑옷이었고, 두께와 길이만 봐도 적어도 수십 킬로그램은 나갈 듯 보였지만 막상 들어보니 솜털처럼 가벼운 것이다! “이 갑옷이 이렇게 가볍다고요?!”강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고, 한지훈은 미소를 띠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갑옷은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급이나 천급의 무기나 방어구와는 차원이 다른 신병
“뭐?!”라이언 킹 찰리는 완전히 멍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자신의 목숨을 유회원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건가?! “유회원이 잡힌 건 분명 아시란치 가문과 관련이 있겠지? 그렇지 않으면, 네놈의 말이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맞을 수 있겠어? 삼 일 내에 유회원을 풀어준다고?”이 말을 한 한지훈은 발을 들어 라이언 킹 찰리를 걷어찼고, 그는 3미터 이상 날아가며 거대한 나무에 그대로 부딪혀 떨어졌다. 그 순간, 라이언 킹 찰리는 땅에 굴러떨어지며 한지훈의 발길에 맞은 배가 끊어질 듯 아파와 몸조차 일으킬 수 없었다.타다닥!한지훈의 발자국 소리는 마치 사신이 내는 소리 같았고, 라이언 킹 찰리의 귀에 울려 퍼지자 그 소리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한지훈! 너희 국왕께서 명령을 내리셨다. 네놈은 절대 날 죽여서는 안 돼! 절대로!”라이언 킹 찰리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소리쳤다.“네놈을 죽이지 않으면 민심을 가라앉힐 수 없고, 군의 위세를 떨칠 수 없으며 국위를 과시할 수 없게 된다!”한지훈의 말이 떨어지자, 그는 한걸음에 라이언 킹 찰리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은 빗발치듯 떨어지며, 찰리의 비명이 처음에 들려왔지만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주먹에 맞는 둔탁한 소리만이 들려왔다. 또 10분 정도 지나자, 한지훈은 깊은숨을 한 번 내쉰 뒤 라이언 킹 찰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그때 라이언 킹 찰리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온몸은 핏덩이가 되어 있었다.우지직!철갑 두 조각이 라이언 킹 찰리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한지훈은 연달아 세 번의 주먹을 날렸다!그 세 번의 주먹이 내리치자, 라이언 킹 찰리의 머리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우욱…”이 광경을 본 몇몇 부유한 상인들은 그 자리에서 구토를 했다. “한지훈! 네… 네놈이 감히 국왕 폐하의 명령을 거역하다니!”진 씨 어르신은 떨리는 손으로 한지훈을 가리켰고, 두 눈은 라이언 킹 찰리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 용국과 아시란치 가문
라이언 킹 찰리가 아직 반응을 채 하기도 전에 한지훈의 손바닥이 빗발치듯 떨어졌다! 라이언 킹 찰리의 갑옷이 거의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자랑하더라도,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갑옷은 칼과 창에는 강했지만, 순수한 힘에 의한 공격, 즉 주먹과 손바닥에는 방어력이 없었다. 주먹과 장풍은 갑옷을 뚫지 않아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찰리의 몸에 전달될 수 있었고, 이때의 갑옷은 공기와 다를 바 없었다! 10초도 채 안 되어 찰리는 한지훈에게 무려 백 대를 맞았고, 그는 결국 금속 가면을 벗어던지며 피를 토했다. “한지훈! 이 악마 같은 놈! 오… 오지 마! 우리 비무는 취소다!”찰리는 오장육부가 전부 손상된 듯 고통을 느끼며 울부짖었다. 지금 이 순간, 갑옷은 그에게 도움은커녕 오히려 그의 행동을 더디게 만들어 한지훈의 공격을 피할 수도 없게 했다. 갑옷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이다!“시작은 네가 정할 수 있지만, 끝내는 건 내 마음대로다!”한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고, 지금 라이언 킹 찰리는 도마 위의 생선과도 같았다.비무를 취소하겠다는 한마디로 목숨을 건지려는 것은 불가능했다.“이 백 대는 서효양의 몫이다!”한지훈은 손바닥을 주먹으로 바꾸더니 찰리의 몸에 강하게 내리쳤다.“한지훈! 이 악마 자식, 난 서효양을 단 한 대만 쳤을 뿐이다!”“네놈이... 컥!”찰리는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다시 한번 피를 뿜어냈다. 한지훈의 주먹은 너무나도 강렬했고, 공격을 한 번 할 때마다 마치 거대한 망치가 몸을 내리치는 듯했다.30초도 안 돼서 찰리는 무려 백 대가 넘는 공격을 맞았고, 그는 심폐가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피거품을 입에서 토해냈다. 찰리와 함께 온 백인 무리들도 그 광경에 완전히 얼어붙었다.찰리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들도 잘 알고 있었고, 용국에 잠입하던 중 찰리가 웅국의 사성 천왕을 맨손으로 도륙했던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도륙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고, 그 용국 무인은 반격 한 번도 못 하고 찰리의 손
라이언 킹 찰리가 움직이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그에게 달려들며 오릉군 가시가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흥! 하찮은 수작에 불과하군!”찰리는 비웃으며 황금 사자 갑옷의 면갑을 내려 시커먼 눈동자만 드러냈다. “쨍!”오릉군 가시가 금속 면갑에 부딪히는 순간, 불꽃이 튀었다.하지만 한지훈의 기대와는 달리, 오릉군 가시는 결국 갑옷을 관통하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한지훈의 주 무기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을 본 도청전인은 속으로 긴장했다.이때, 안에서 싸움 소리를 들은 강우연이 문 앞으로 나가려 했지만, 천검종 제자들이 길을 막았다.“강 대표님, 한지훈 선생님께서 지금 비무 중이니 절대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대표님께서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강우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자신이 임신 중인 것도 맞고, 한지훈을 돕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혹시라도 자신의 등장으로 한지훈이 한눈을 팔아 위험에 빠지게 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단념했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은 떨칠 수 없었다. 그때, 한 천검종 제자가 망원경을 가지고 와서 강우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강 대표님, 밖이 춥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셔서 이걸로 한지훈 선생님의 비무를 지켜보십시오!”그러자 강우연은 망원경을 받아 든 뒤 위층으로 향했다. 그 사이, 한지훈과 라이언 킹 찰리는 이미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찰리는 연속으로 강렬한 주먹을 날렸지만, 한지훈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로 찰리의 치명적인 약점을 찾으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 갑옷은 찰리를 완벽히 감싸고 있었다.한지훈이 몇 번이고 공격을 가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찰리는 한지훈을 전혀 다치게 할 수 없었고, 한지훈 또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상대의 약점을 찾지 못하면 자신이 체력이 바닥나 싸움을 포기할 위험이 컸다.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도 상황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전부터 한지훈과 악연이 있던
이때, 별장 문밖에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무종 사람들과 강중의 여러 상업계 거물들이 대체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 라이언 킹 찰리를 따라 이곳에 몰려들어 있었다.찰리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팔짱을 낀 채, 별장을 향해 싸늘하게 외쳤다.“한지훈! 나와서 죽음을 받아들여라!”이전에 한지훈에게 제압당했던 무종의 사람들과 여러 상업계 거물들은 그 말을 듣고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은 도청전인과 함께 천검종의 제자 십여 명을 대동해 별장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러자 라이언 킹 찰리는 냉소를 띠며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한지훈이냐?”“그렇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주변에 어떤 기운도 흐르지 않은 채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며 찰리를 응시했다.“지금 네 앞에는 두 가지 길만 있다. 우리 아시란치 가문에 귀속되거나, 아니면 이 문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찰리는 그렇게 말하며, 강철로 된 권투 장갑을 손에 착용했다.“그렇다면, 세 번째 길은 없는 건가?”한지훈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의 여유로운 태도가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아, 찰리는 얼굴을 찌푸리며 냉소했다.“세 번째 길? 물론 있지. 네 가족 모두를 몰살하는 길 말이다.”“혹시, 네가 죽는 길은 없는 건가?”한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띠며 되물었다.이 말을 듣자, 찰리뿐만 아니라 그의 곁에 있던 몇 명의 백인 남자들까지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렸다.지금 용국이 아시란치 가문과 협상 중이라는 상황을 배재하고도, 라이언 킹 찰리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이 어찌나 어리석은 발언인가!!“네놈이 혹시 지금 사성 천급 천왕계의 경지에 올랐다고, 나를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찰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외투를 벗어 옆으로 던졌고, 그의 몸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갑옷이 드러났다.“성사 갑옷?!”한지훈은 한눈에 그것이 대단한 물건임을 알아차렸다.찰리가 입고 있는 이 갑옷은 거의 모든 공격
그러자 한지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듣자 하니 비육이라는 작은 나라에 납치당했다고 하는데, 큰 문제는 아닐 거야.”“유씨 가문은 용국의 상업계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존재라고도 하던데요!”강우연은 최근 많은 전국적 기업들 및 다국적 기업과 접촉했기에, 자주 협력처에서 유회원에 대해 듣곤 했다.그만큼 그 사람이 세계 상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당연하지. 한 사람이 용국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석유 공급을 장악하고 있으니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를 감금하고 용국에 협박할 일도 없었을 거야.”한지훈은 상대가 비육이라는 작은 나라의 사람일 수가 없고, 그 배후에 분명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오륙이 왜 아시란치 가문이 이 나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흘린단 말인가? 사실, 오륙의 소국들과, 심지어 이국이 주도하는 작은 세력들이 최근에 발생한 진왕의 내란에서 이득을 챙기지 것을 한으로 삼아 유회원에게 손을 댄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유회원을 협상카드로 삼아 용국에게 전장에서 얻지 못한 이익을 요구하려는 것이다. “여보, 그러면 당신도 다시 멀리 떠나야 하는 거예요?”강우연은 살짝 이마를 찡그리며 물었고,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여보... 그런데... 내가 곧 아기를 낳게 되잖아요. 요즘 자꾸 아기가 내 배를 걷어차는 느낌이 들어요...”강우연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한지훈이 그렇게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한지훈은 용국의 기둥 같은 인물이기에, 그에게 용국의 안전을 손 놓고 지켜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지훈은 매우 괴로울 것이다. 그녀는 단지 한지훈이 아기가 태어날 때 옆에 있어 주기
“한지훈! 당장 나오지 못할까! 진 씨 어르신께서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고…”중년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두 명의 천검종 제자는 별장 안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급히 옆으로 비켜섰다.잠시 후, 한지훈이 걸어 나와 문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살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지를 내려놓고 돌아가십시오!”뭐라고?진 씨 어르신과 두 명의 중년 남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지훈이 이게 무슨 뜻인가?“한지훈, 나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들어 여기로…”“성지를 가져오십시오!”한지훈은 냉랭하게 손을 내밀며, 진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한지훈! 나는 흠차한 것이오!”진 씨 어르신이 겨우 한마디를 하자, 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진 씨 어르신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그리고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지를 빨리 가져오지 못할까!”진 씨 어르신은 따귀를 맞고, 부르튼 얼굴을 감싸며 분노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한지훈은 이미 실권이 없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하지만 한지훈의 냉혹한 눈빛을 마주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록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는 결국 떨리는 손으로 국왕의 친필로 된 성지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그 순간, 강우연이 회사에서 막 귀가를 하며 차를 별장 앞에 세웠을 때, 한지훈이 진 씨 어르신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장면을 목격했다.진 씨 어르신을 한 번 보고, 강우연은 급히 다가가며 말했다.“여보, 왜 이렇게 화를 내요?”한지훈은 성지를 받아서 품에 넣은 뒤, 진 씨 어르신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라!”그 후, 그는 강우연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진 씨 어르신과 두 명의 중년 남자는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그들이 생각했던 환대와 풍성한 만찬은 모두 꿈에 불과했다! “한지훈!”진 씨 어르신은 이를 갈며 한지훈의 등을 노려보았다.하지만, 용국 전체에서 누가 감히 한지훈을 건드릴 수 있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