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재현이라는 이름을 벌써 세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살짝 틀어진 한지훈의 표정을 보고 졸개는 한숨을 돌렸다.졸개는 형님의 이름을 대니 만사가 통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H시 유재현과 재현 동아리를 모르면 간첩이나 다름없다.재현 동아리는 무려 H시 지하 세력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존재이다.그러나 한지훈은 냉랭하게 대답했다.“몰라!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유재현을 모른다는 한지훈의 말을 듣자, 졸개는 순간 역대급으로 동공이 확장되었다.“재현 형님을 모른다고? H시 지하 세력 10위권에 안에 드는 우리 형님을 모른다고? 그게 말이 돼? 우리 형님이 H시에서 힘이 얼마나 센지 알기나 해? 감히 우리 재현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넌 앞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살게 될 거야. 네 뒤에 있는 공장도 폐허 따위밖에 안 될 거야.”졸개는 미친 듯이 소리를 치며 한지훈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두려워하기는커녕 한지훈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그래?”그리고 뒤꿈치에 힘을 가했는데, 순간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졸개는 더 이상 몸부림을 치지도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강우연은 이미 넋이 나간 지 오래다.공장의 공원들도 담당자도 이 광경을 목격한 모든 이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혹시 악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놀라워 마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한지훈은 더없이 덤덤했다.불 건너 강 구경하듯 공장 대문을 한 번 보고 줄줄이 쓰러진 십여 명의 졸개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다가 혼자서 중얼거렸다.“재현? H시에서 왔어?”한지훈은 중얼거리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용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당장 수위 군졸 100명 파견하도록 해.]한지훈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사이에 강우연이 달려왔다.걱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지훈 씨, 괜찮아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난 괜찮아. 공원들은 어때?”
유재현의 차가운 목소리는 소슬하기 그지없었다.그리고 그의 뒤에서 강철로 된 몽둥이를 쥔 부하들이 몇 명 걸어 나와 흉악한 얼굴로 한지훈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허! 네가 뭔데 어디 감히 우리 재현 동아리 사람을 때려! 죽고 싶어 환장했지!”말하면서 부하는 즉시 한지훈의 무릎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공장 안에 숨어있던 강우연과 공원들은 얼굴에 초조한 빛이 역력하다.“강 부장님, 어떡해요? 저러다가 정말 일 나겠어요!”누군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강우연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이다.당장이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갈 기세였다.그러나 그들은 곧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한지훈은 달려오고 있는 부하를 향해 하이킥을 날렸다.그러자 그 부하는 여덟 미터 정도 날아가더니 우렁찬 소리를 내며 뒤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에게 부딪혔다.순식간에 수십 명의 부하들은 도미노처럼 와르르 넘어졌다.“대박! 강 부장님 남편 너무 대단해요!”“저 정도 힘이라면 소도 날아가겠어요.”몇몇 공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약간의 오버도 떨었다.강우연도 놀라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달려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지훈 씨! 조심해야 해요! 경찰에 신고했어요!”강우연은 긴장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지고 두 손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달려 나가고 싶지만, 이 상황에서 나간다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한지훈의 걸림돌만 될 것이 분명하다.게다가 지금 상처를 입은 공원들은 강우연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강우연을 포함한 십여 명의 공원들은 지금 한지훈을 위해 가슴이 조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한편, 한지훈의 하이킥에 유재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재현은 눈살을 찌푸렸고 뒤에 있는 백여 명의 부하들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다들 한지훈은 지금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유재현이 버젓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의 부하를 차버릴 수 있다는 용기는 아무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미친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X발!
“네! 형님!”“죽여! 저 XX 눈에 거슬린지 한참 됐어!”“X발! 죽여버려!”순식간에 백여 명에 가까운 부하들이 흉측하게 몽둥이와 칼을 휘날리며 한지훈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다가갔다.혼자서 백 명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분수도 모르고 덤벼드는 것이다.그러나 한지훈은 덤덤하게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갑자기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포악하고 차가운 기운이 솟아오르더니 한지훈은 발끝으로 땅에 줄을 그었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선만 넘으면 가차 없이 죽일 것이다!”다들 순간 멍해지더니 물 끓듯 떠들썩해졌다.백여 명의 졸개들은 소매를 걷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X발! 오줌 지를 뻔했네! 좀 무섭긴 하다!”“하하하! 웃겨! 선만 넘으면 죽인다고? 네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딱 넘을 건데! 넘으면 네까짓 게 뭐 어쩔 건데?”부하 한 명은 몽둥이를 쥔 채로 미친 듯이 웃으며 한지훈이 그은 선을 넘었다.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러자 졸개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으며 조소가 끊이지 않았다.유재현마저도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웃었다.“몸놀림만 좋고 머리는 텅텅 비어 있구나!”한지훈은 여전히 덤덤하게 제자리에 서서 사신처럼 선을 넘고 지나와 자기 앞으로 다가온 졸개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기어코 죽겠다는데, 남 탓하지 마!”한지훈은 냉랭하게 말했다.“펑!”말이 떨어지자마자 총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먼 곳에 있는 빌딩 테라스에는 저격수가 있다.저격수는 망원 조준경을 주시하며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었다.그리고 껌까지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주제넘더니 꼴좋다!”한편, 공장 안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놀라워 마지 못했다.놀라움과 두려움이 잔뜩 그려진 두 시선 속에서 일 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졸개는 총알이 관자놀이를 뚫고 지나가 피가 용솟음쳤다.쿵!그리고 그대로 피로 물들인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삽시간에 주위는 또다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백
“유 선생? 유국봉이 네 삼촌이야?”한지훈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유재현은 이 말을 듣고 한지훈의 안색도 관찰했다.그러자 험상궂게 웃으며 소리쳤다.“맞아! 우리 삼촌이 바로 유국봉 유 선생이야! H시 유 선생이라고!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우리 삼촌이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 천만에! 우리 삼촌은 네 온몸에 뼈를 산산조각 내서라도 복수해 줄거야.”유재현은 얼굴이 더없이 창백했다.피가 용솟음치는 무릎을 꼭 누르며 고통에 겨워 숨만 크게 들이쉬었다.유재현에게 있어서 삼촌 유 선생은 H시에서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권문세가도 삼촌 유 선생을 높이 우러러본다.그러므로 지금 유재현한테 미움을 샀다는 건 곧 죽음을 자초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말이다.적어도 유재현은 삼촌을 이렇게 대단한 인물로 여긴다.하지만 한지훈은 시종일관으로 덤덤하다.그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복수? 감히 못 할 거 같은데?”한지훈도 유재현과 유 선생이 숙질 사이일 줄은 몰랐다.유재현은 한지훈의 말을 듣고 눈가를 씰룩거리며 차갑게 말했다.“너 지금 우리 삼촌 무시하는 거야? 오군 촌놈 주제에 왜 이렇게 건방져? 지금 당장 우리 삼촌 부를 거야! 오늘이 네 제삿날이니 딱 기다려!”말을 마치고 유재현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서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삼촌! 저 좀 구해주세요! 저 지금 두 다리 모두 불구 됐어요! 저 미친놈이 삼촌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했어요!”전화를 받은 유국봉은 지금 오군의 5성급 호텔에서 쉬고 있다.유국봉은 H시로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진성주가 맡긴 일을 아직 완성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그래서 유국봉은 오군에 며칠 동안 머물면서 기회를 봐서 다시 돌아가 복명할 생각이었다.게다가 지난번에 한지훈에게 맞은 상처도 채 아물지 않았고 내상이 여태 심각하다.그러므로 유국봉은 미녀들 사이에서 위로를 찾으면 심신 건강을 돌보려고 했다.조카의 전화를 받는 지금도 옆에는 레이스를 입은 미녀가 있다.미녀는 전화를
이와 동시에 고급 차 몇 대가 공장 문 앞에 세워졌다.차 문이 열리자, 흰색 무술 복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내려왔다.남자는 다름이 아닌 유국봉이었다.더없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와 40여 명의 제자까지 이끌고 왔다.그리고 거들먹거리며 공장 안으로 쳐들어왔다.유국봉의 앞에 있던 큰 제자는 즉시 고래고래 소리쳤다.“누구야! 누가 우리 유 선생 조카한테 손을 댄 거야! 나와! 제대로 죽여줄 테니!”건방지고 야만스럽기 그지없었다.갑자기 나타난 이들 때문에, 공장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다시금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그들은 평생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한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유재현은 지금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유국봉의 소리가 들리자, 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대성통곡했다.“삼촌! 저 여기 있어요! 여기 있다고요! 살려주세요!”유국봉은 소리를 듣자마자 제자들을 데리고 재빨리 달려갔다.달려가 보니 조카의 두 다리는 이미 불구가 되어있었고 피도 낭자한 것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그 순간 유국봉은 제대로 불이 붙었다.일성 예비 군왕의 기세를 내뿜으며 소리를 쳤다.“누구야! 누가 우리 조카 다리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당장 기어 나와! 내가 한 방에 부셔줄 테니!”일성 예비 군왕의 기세는 확실히 하늘을 찌른다.노여움에 깃든 소리만으로도 공장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놀라워 마지 못하며 다리가 후들거렸다.“나다!”갑자기 냉랭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덤덤한 목소리지만 모두가 뚜렷이 들을 수 있었다.유국봉을 소리를 듣자마자 앞에 있던 제자를 밀치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그리고 즉시 손을 내밀며 호통을 쳤다.“미친놈이 너였구나! 죽고 싶어 환장……”유국봉이 말을 채 하기도 전에 한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유 선생, 우리 또 보네? 상처는 다 회복됬어?”순간 유국봉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동공에 지진이라도 난 듯이 경악을 금치 못한 채 한지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럴 수가!유국
한지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유국봉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대신 복수하러 온 거야?”이 말을 듣자, 유국봉은 즉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필사적으로 부인했다.“아니! 오해야! 복수하러 온 게 아니라 혼내 주러 온 거야!”말을 마치고 유국봉은 일어서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유재현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두말하지 않고 유재현을 세차게 걷어찼다.유재현은 아직 방금 일어난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는데, 삼촌한테 맞아 더욱 이성을 잃어갔다.“삼촌! 미쳤어요? 나 삼촌 조카야!”유국봉은 지금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하지만 발에 힘을 줄이지 않고 유재현을 거듭 차면서 소리를 질렀다.“너 같은 조카 없어! 네가 지금 누구한테 미움을 샀는지 알기나 해? 어디 감히 한 선생 앞에서 주제도 모르고, 목숨이 여러 개야? 다리만 불구로 만든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당장 사과해!”오늘 이 공장은 여러 번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유재현은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H시에서 온 위풍당당한 유국봉마저도 두려움에 떨고 한지훈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에게 주어진 길은 하나다.바로 한지훈한테 사과하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유재현은 삼촌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다.하여 유재현은 자기 앞에 당당하게 앉아 있는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한 선생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잠깐 돈에 눈이 멀어 이 일을 받긴 했는데,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기를 바랍니다.”한지훈은 유재현과 유국봉을 차가운 눈빛으로 한 번 보고는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꺼져!”짧고 굵은 두 글자를 듣고 두 사람은 마치 대사면을 받는 듯했다.유국봉은 제자들에게 유재현을 데리고 나오라고 시키고 미친 듯이 공장 밖으로 도망쳐 나갔다.그들은 토끼보다 빠르게 순식간에 차로 피신했다.순간 공장 안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남은 공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 마지 못했다
유국봉의 말에 유재현은 멍해지고 달갑지 않았다.“삼촌, 한지훈 진짜 그렇게 대단해요? 삼촌은 무슨 일성 예비 군왕의 실력이라면서요. 게다가 무도의 일대 종사신데 그래도 안 돼요? 이제 겨우 20살 넘은 어린놈을 정말로 이길 수 없어요?”유국봉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조카 시야가 좁구나. 일성 예비 군왕의 실력은 일반인 또는 병왕이 보기에는 대단할 것이다. 넘사벽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지. 근데 최고의 경지는 없단다. 용국에서 일성 예비 군왕 실력을 지닌 사람은 적어도 수십 명이 된다. 하지만 군신 실력을 지닌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무릇 그런 사람이라면 용국의 탁월한 인물이 아닐까? 혹은 5대 주국에 있는 인물이거나 고위 정치인들이 아닐까?”“군신이요? 그럼, 그 한지훈 실력이 군신급이라는 말씀이세요?”유재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이마에 땀까지 맺혔다.한지훈이 군신이었어?유국봉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군신급 인물이 작디작은 S시에서 데릴사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하겠어.”두 사람이 지금 한지훈을 군신급 인물로 여기고 있는데, 이 사실을 한지훈이 알게 된다면 비웃지 않을까?겨우 군신급?유재현은 머리가 터질 듯이 윙윙거렸다.한지훈이 일존 군신이라는 사실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방금 자신의 언행이 떠올라 두려움이 밀려왔다.일존 군신과 충돌이 생겼을 뿐만이라 겁 없이 들이대기도 했다.창공과 같은 인물을 앞에 두고 용감하기 그지없었다.심지어 숨 쉬는 사이에 죽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그렇다면, H시 지하 세력의 강력한 존재는 한지훈 앞에서 과연 어떤 존재일까?한 마디에 동아리 전체를 얼마든지 엎어버릴 수 있다.유재현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번호를 보니 도중기의 비서 서주안이었다.유국봉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받아.”전화가 연결되자 서주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은 잘 처리 했어?”유재현은 삼촌을 한 번 보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죄송합
7개 설비 공장의 사장들도 지금 사무실에 있는데, 맹시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부회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도 회장님께서 지시라도 있는 겁니까?”“저희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씀만 하세요.”맹시현은 고개를 들고 앞에 있는 사장들을 바라보았다.“강우연 공장에서 어디선가 설비를 들여왔다고 합니다. 도 회장님이 사람들 시켜서 설비를 몇 대 부수고 공원들도 다치게 했는데, 강우연은 지금 거금을 들여 능력자를 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곧 생산도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든 생산 할 수 없게 지금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아니면 도 회장님은 사장님들의 설비를 사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그러자 7명의 사장은 동시에 당황하며 조급해졌다.“네? 도 회장님이 진짜로 그러셨어요? 이제 어떡해요?”“우리 설비 산다고 약속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강우연한테 팔지 않은 건데, 이제 와서 이게 무슨 뜻입니까?”“부회장님, 저희 좀 도와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 손해가 막심합니다!”맹시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을 흔들었다.“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대책을 내려고 불렀잖아요! 일단은 그 강우연부터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갑자기 우엔지설비회사의 조화림이 나섰다.“실은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거금을 들여 공원들을 모집하면 됩니다! 강우연 공장에서 생산조차 진행할 수 없게 막으면 그만입니다! 동시에 부회장님께서 공고문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강우연 공장에 문제가 있고, 설비에 문제가 있다고 생산을 금지해 주세요. 일주일을 기한으로 하여 조사한다고 미루기만 하면 다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자리에 있는 사람은 조화림의 아이디어가 그럴싸하다고 여겼다.“역시 조 대표! 교묘한 아이디어가 많아요.”“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그럼, 강우연 공장에 공원이 없게 되는 것이고 사람이 없으면 자연스레 생산도 할 수 없잖아요.”“어디서 힘들게 구해 온 설비를 관상용으로만 쓰겠네요. 하하하.”사장들은 서로 눈을
곧이어 한 백발의 노인이 광막 속으로 강림했고, 그의 두 발이 땅에 닿자 그 광막 또한 즉시 사라졌다.“장... 장 선배님!”허천지는 급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대장로를 비롯한 일행도 잇따라 앞으로 나서 노인에게 공손히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조정의 대표로 이 자리에 온 것이었기에, 허천지처럼 저자세를 보일 수는 없었다.“흠! 듣자 하니, 소위 한지훈이라는 놈이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몇이나 죽였다던데, 그자를 당장 이리 끌어오너라. 죽음을 맞이하게 해야지!”누구도 장세풍이 막 돌아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한지훈을 겨냥해 살의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장 선배님, 북양왕은 이 자리에 없으니, 잠시만...”무종 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세풍은 손을 들어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짝!”대장로는 그대로 장세풍의 뺨을 맞고 쓰러졌다. “너...!”종묘 장로와 진우는 이 광경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흥! 한지훈이 감히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여? 그리고 너희들은 뭘 하고 있었나? 그런 조정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우리 장씨 가문은 조룡의 무덤을 지켜온 가문이다! 그게 얼마나 큰 공인지 아느냐?!”“하찮은 백성 몇을 죽인 것이 뭐 대단한가? 설사 용경을 몰살했다 해도, 그건 우리 장씨 가문이 잃은 이자의 일부를 되찾은 것일 뿐이다! 더구나 죽은 자들은 단지 한지훈으로 가장했던 자들뿐이었어!”“그게 오히려 그 한지훈에게 면을 세워준 일이다! 그따위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장씨 가문 자손을 죽여?! 자손들을 연달아 살해당했는데, 국왕 폐하마저 침묵이라니! 그따위 국왕이 개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장세풍은 돌아오자마자 거칠게 포효하며 마치 미친 개처럼 날뛰었다. 무종 대장로와 종묘 장로 앞에서도 국왕을 개에 비유하며 조롱을 퍼붓는 건, 그야말로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장형, 지금은 한지훈과의 대립을 따질 시점이 아닙니다. 비무가 끝나면 그때 죽여도 늦지 않습니다!”그때, 서른
노인은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그 몸부림은 전혀 무의미했다.오히려 그의 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강대한 위압감이 그의 온몸을 짓누르자 그는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바로 그때, 밤하늘 위에 오색찬란한 빛줄기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천지 이변이 연달아 일어나자, 용경의 백성들조차 놀라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마침내 용경 전체가 오색 광휘에 휩싸였고, 밤하늘의 별빛조차 모두 사라진 채 찬란한 광채만이 세상을 뒤덮었다.각국의 역외 강자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었다.이때, 안드레 역시 문 앞에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한때 오륙 최강자라 불리던 그였지만, 그의 몸은 도저히 제 의지로 버틸 수 없을 만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비록 그도 천신계 강자였지만, 이런 공포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다.“이건…… 정말로 천신이 강림한 수준이지 않은가! 수백 년간 왜 각계에서 역외 강자들의 귀환을 막아왔는지 알겠군!”그는 온몸으로 느끼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감탄하듯 말했다.이는 그조차도 감히 맞설 수 없는 힘이었다.이때 안드레의 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지어 예전 한지훈과 대면할 때조차 느끼지 못한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담담한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곁에 서 있던 도청전인 역시 떨리는 몸을 도저히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두려움을 감지한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기침을 한 번 했다.그 순간, 도청전인의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공포감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전 세계가 왜 천신계 강자의 세속 출현을 금지해 온 건지 이제야 알겠군. 이건…… 핵무기보다 훨씬 무섭잖아!”“핵무기?! 핵은 고작 한 번밖에 못 쓰지만, 천신계 강자는 혼자서 만 리를 도륙할 수 있어!”사람들 사이에서 탄식과 경악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이건 겨우 첫 번째로 세속에 귀환한 역외 강자들일 뿐이었다.그것도, 가장 약한 자들만이 귀환했을 뿐이었다.
그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한, 누구도 감히 용국 땅을 밟게 두진 않을 것이다!잠시 더 앉아 있다가, 한지훈과 허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허천은 머뭇거리며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한 선생님, 사실 드릴 말씀이 하나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어요.”한지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말하세요.”허천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선생님을 모셔다드린 후, 우연히 할아버지와 서영호, 그리고 장령풍이라는 사람의 대화를 들었어요. 그들이 선생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한지훈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물었다.“그래서,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말하길, 이번 비무가 끝난 후, 승패를 막론하고 서천술이 직접 선생님을 문책하러 올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엔 반드시 선생님을 죽이려는 계획이라고 했어요! 한 선생님, 제발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멀리, 아주 멀리 가셔야 해요!”허천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간절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그 노인장이 뭐라 했는지 못 들었나요? 그들은 이기지도 못하고 살아남지도 못할 거라고 합니다. 죽을 사람들인데, 그런 자들이 나를 어떻게 죽이겠어요?”“게다가 지금 용국이 큰 재앙을 맞이하려는 시점인데,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는 없지요.”“내가 더는 북양왕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는 용국 사람입니다. 우리 동포가 도살당하는 걸 눈 뜨고 볼 순 없는 노릇이에요!”한지훈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그 단호한 눈빛에, 허천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이후 이틀 동안, 각 방면의 세력은 잠잠해졌다.결국 천신계 강자가 눈 깜짝할 새에 살해당한 상황에서, 누구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역외 강자와의 대결을 하루 앞둔 밤.허천지는 특별히 한지훈과 도청전인의 방을 찾아왔고, 진지한 얼굴로 당부하듯 말했다. “두 분, 오늘 밤에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마십시
한지훈은 상대를 한 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저는 그냥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어느 누가 감히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른 나라가 이미 손에 넣은 진법 비기를 빼앗으려 드는 건지 말이지요.” 노인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수염을 비비고는 웃으며 말했다.“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이 세상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거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지.”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렇습니까? 역외 강자가 돌아온다면, 이 세상은 곧 난세로 접어든다는 뜻인가요?”“난세이기도 하고, 난세가 아니기도 하지. 사실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천신계 강자들이 마음껏 세상 위를 활보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핵무기조차 천신계 강자를 죽이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런 세상이 오면 무공이 곧 권력이고, 누구 주먹이 세냐에 따라 세상을 명령할 수 있지.”“좋은 물건이 있다 해도, 그자가 손짓 한 번이면 약자는 고분고분 바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새로운 질서다.”“그리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약자들뿐이야. 약자는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서로를 공격하며 생존을 모색하게 되지. 이게 바로 역외 강자들이 돌아온 후의 세상이다.”노인은 말을 마치고 혼자 차를 따라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르신 말씀을 들으니, 걱정은 전혀 없으신 듯하네요?”노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 역외 강자들이 전부 돌아온다 해도, 우리 미륙은 여전히 안전할 거다. 왜냐하면 미륙에는 역외 강자만 있는 게 아니거든.”“수백 년 전부터 미륙에 숨어 지내던 고수들도 있네. 그들은 심지어 역외 강자들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들이지.”노인의 이 말에 많은 이들이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자마자 곧 고개를 돌리고는 조용해졌다.모두가 입을 다물자, 노인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젊은이, 자네 인상이 좋아 보이니 특별히 충고 하나
“흠, 아마 약탈당한 국가에서 복수를 위해 고수를 보낸 걸지도 몰라.”“에이? 혹시 용국의 한지훈 아니야? 그자가 예전에 오륙의 이성 천신계 강자 넷을 상대로 싸운 적 있잖아!”“말도 안 돼.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한지훈이 감히 함부로 나설 리가 없지.”사람들 눈에는 한지훈이 지금 숨기 바쁠 시점이었고, 신분을 드러낼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고 본 것이다.같은 시각, 허씨 가문의 대청 안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그들 중에는 곧 천신계 돌파를 앞둔 고수들도 있었지만, 수십 명이나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이때 흰옷을 입은 남자가 바깥에서 급히 들어오자, 허천지가 얼른 일어나 물었다.“소식이 있나?”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손을 쓸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전부 조사해 봤지만, 단서 하나 찾지 못한 것이다.“가주님, 설마 얼굴조차 못 보신 겁니까?”그가 물었다.얼굴을 봤느냐고?허천지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상대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뭘 봤겠는가?“어젯밤, 그 자는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끄럽게도, 누가 저희를 도운 건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허천지가 고개를 저었다.“가주님, 일성 준천신을 순식간에 죽인 실력이라면… 혹시 역외에서 귀환한 강자가 아닐까요? 설마 서천술 선배께서 은밀히 보낸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아닐세. 서천술 선배라면 사전에 반드시 통보가 있었을 테지. 그래야 우리가 마중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몰래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나.”허천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더 캐낼 게 없다면 그만두게. 당분간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말도록 하고.”이때, 허천과 함께 방을 쓰는 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천이가 데리고 온 그 친구 아닐까요? 어젯밤 그 친구 부탁으로, 천이가 할아버지를 뵈러 간 거잖아요.”허천지는 고개를 연신 저었다.“말도 안 된다! 한지훈이 그를 보낸 건 자기한테 불똥 튈까 봐
죽은 두 사람은 비록 이제 막 준천신계를 돌파한 강자이긴 했지만, 외부 세계에선 대륙 하나를 제압할 만한 존재였다.그런데 방금 전, 단 한 방에 살해당한 것이다!게다가 그 천성구요 진법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였다!구하러 나섰던 허천지조차 넋을 잃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하늘에 아홉 개의 태양이 뜬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그 뜨겁고 불타는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바닥에 흩어진 투명한 살점들을 바라보며, 장령풍은 자신의 목숨을 간신히 건진 것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피를 토하며 날아간 서영호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허천지는 급히 다가가 서영호의 상처를 살폈고, 다행히 내장은 다치지 않아 하루이틀만 쉬면 회복될 수 있었다.사람들을 시켜 서영호를 옮기게 한 뒤, 허천지는 냉랭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방금 전, 그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기운을 느꼈다.즉, 지금 죽은 둘 외에도 또 한 사람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앞선 두 명이 순식간에 살해당하는 걸 보고는, 나머지 한 사람이 은둔하여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방금 전 천성구요의 위력에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허천지는 장령풍을 한 번 흘겨보았고, 방금 전 무릎 꿇고 살려달라 외쳤던 모습이 너무 또렷했다.과연 저자가 장씨 가문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무겁게 한숨을 쉰 허천지가 장령풍을 향해 말했다.“장 도련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경호원을 붙여드릴 테니, 돌아가 쉬세요.”그러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장령풍의 흠뻑 젖은 바짓가랑이를 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민망함이 스쳤다.“예, 예, 허 선배님.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그 말을 남기고 장령풍은 서둘러 호텔 쪽으로 달려갔다.그날 밤, 진가복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죽은 자들 중에는 비륙의 고수뿐 아니라, 오륙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로드 가문에서 파견한 강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그들은 모두 무도학원 진법루에서 큰 수확을 얻은 자들이었지만, 운이 장령풍이나 서영호만큼은
하지만 그 누구도 정식 비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대학살극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영호와 장령풍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을 때, 폭풍 같은 기류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서영호는 반응조차 못 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장령풍은 겁에 질린 채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살려주십시오! 저는 하등 쓸모없는 놈입니다! 단지 이곳에 구경하러 온 것뿐입니다......”“저…… 저 그냥 시중도 들겠습니다! 종이든 말이든 다 할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그들은 사실 특수한 단약을 써서 겨우 실력을 끌어올린 상태였을 뿐, 진짜 실전 경험은 전무했다.그런데 상대는 고작 기류 한 줄기로 서영호를 반쯤 죽여놨으니, 분명 최소 준천신 강자일 것이다!자신보다 강한 강자를 만나자, 장령풍은 그대로 오줌을 싸버렸다.몸은 덜덜 떨리고, 눈조차 제대로 들 수 없었다.“휙!”그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명의 검은 복면을 찬 사람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고, 싸늘한 눈빛으로 장령풍을 노려보며 말했다.“진법루에서 가져온 진법 비책을 네가 갖고 있지?”장령풍은 이미 잔뜩 겁에 질린 상태였고, 지금 이 순간 목숨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는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용국 무종의 미래 따위는 전혀 그와 무관한 일이 되었다!상대가 다시 묻기도 전에, 장령풍은 품속에서 두툼한 비책들을 꺼내 내밀었다.분명히 상대는 진법을 빼앗기 위해 온 것이니, 넘겨주기만 하면 자신의 목숨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검은 복면인은 그것을 낚아채며 한쪽 손으로 품었다.“멈춰라!!”“쉬익!”그 순간, 한 줄기 은빛이 스치며 주변 집들이 한바탕 흔들렸다.마침 이때 허천지가 검을 들고 있었다.진작에 진가복 전체가 진법에 쌓여 있었고, 이때 허천지는 즉시 진법을 가동했다.동쪽 하늘에서 솟은 눈부신 백광 아래, 진가복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수많은 살기가 일순간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을 겨눴다!그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허천지는 한눈에 필 칸트를 알아봤다.그는 오륙의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칸트 가문의 가장 유망한 후계자였다!게다가 요즘은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어, 칸트 가문에도 두 명의 강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런데, 겨우 북양왕이라 불리는 자, 소문만 무성한 초라한 일성 준천신 경지의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그런 자격으로 오륙 십 대 가문의 정점에 선 젊은이에게 말을 건다고?만약 상대방이 기분이라도 상하면, 한지훈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자신의 손녀까지 휘말리면 큰일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허천지는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곁에 서 있던 허천을 확 잡아끌었다.“천아, 내가 뭐라고 했지? 밥 다 먹었으면 바로 한 선생을 모시고 돌아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했잖아. 길거리에서 이러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할아버지, 이분이 먼저 한 선생님에게 아는 척하며 인사하셨어요. 우리가 무례할 수는 없잖아요.”허천은 억울하다는 듯 허천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여긴 길 가다 아무나 붙잡아도 대단한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야. 괜히 문제 생기면 누가 너희를 지켜주겠어? 게다가 저 사람, 오륙 십 대 가문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이라니까!”“한지훈이 먼저 인사했다고? 웃기고 있군! 그쪽에서 먼저 말 걸 일이 뭐가 있어! 당장 데리고 돌아가! 이런 곳에 더 있지 마!”“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은 책임질 의무 따위 없다!”허천지는 싸늘하게 한지훈을 한번 흘겨보곤, 멀리 서 있는 몇 사람을 보고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가 말없이 돌아섰다.한지훈은 필 칸트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허천과 함께 허씨 가문에서 마련해 준 민박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밤이 막 내려앉은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졌다!곧이어 수많은 빛줄기가 창문을 뚫고 쏟아져 들어왔다.사람 그림자들이 빠르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녔고, 한지훈은 창밖으로 수십 명이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한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절대 나오지 마십시오!”문을 두
장세풍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허천지는 눈빛이 번쩍였다.장세풍, 세속 세계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외 강자들과 오대 명산에겐 익히 알려진 이름이었다.이 사람은 바로 천사도 제7대 조사, 즉 장천사의 일곱 번째 제자였던 것이다!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설마 장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천사도 전승을 이은 그 장세풍을 말씀하시는 겁니까?!”허천지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맞습니다! 바로 우리 선조이지요.”장령풍은 허천지가 장세풍을 경외하는 태도를 보이자, 얼굴에 더한 자부심을 드러냈다.“흠, 장 선배께서 오신다면, 이번 대전은 틀림없이 압승이겠지요. 만약 당시 그분이 역외로 은둔하지 않았다면, 어찌 그 후손의 변발 병사들이 용국을 차지했겠습니까?!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요, 이번 대회에 그분까지 속세에 돌아오시다니!”허천지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흥, 이번엔 반드시 우리 용국이 승리할 겁니다. 누구나 알고 있잖습니까, 대전에서 이기는 자는 명성을 떨칠 뿐 아니라, 용국의 국운까지 계승할 수 있다는걸!”서영호가 냉소하며 말했다.“한지훈 그 자식의 좋은 날도 이제 끝났습니다. 대전이 끝나는 날이 바로 그가 용심을 넘기고, 목숨을 내놓는 날이 될 겁니다!”이 말을 하며, 서영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였다.태어나서 지금껏 누가 그를 무릎 꿇게 한 적 있었던가?하지만 오륙에서, 한지훈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그때의 굴욕을 떠올릴 때마다 서영호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켰다.허천지는 서영호가 한지훈을 언급하며 증오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속으로 기뻐했다.한편, 한지훈 일행은 점심을 먹은 뒤 허천이 한지훈을 데리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다.과거엔 이 작은 마을이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각국의 거물들이 몰려오면서, 연예계 스타나 유명 국제 서커스단까지 이곳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길을 걷는 동안에도 한지훈은 익숙한 얼굴들을 여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