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영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는 마치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턱을 높게 치켜들었다.그만큼 그는 박 대표에게 자신이 있었다.그는 박 대표가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아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정도현? 송호문? 박 대표에 비하면 벌레 같은 목숨들이었다.장우영은 눈엣가시 같은 정도현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박 대표가 도움을 주기로 한 이상 더는 정도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어쩌면 정도현 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그래! 그럼 나 장우영은 S시에서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한지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가식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장 사장한테 들었는데 어느 벌레만도 못한 녀석이 서랑구 세력을 뿌리뽑겠다고 했다면서?”경멸과 조롱이 가득 담긴 말투였다.주변 공기마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용기를 얻은 장우영의 부하들이 정도현의 인력과 대치 중이었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덤덤하게 물었다.“박용진?”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내 싸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재밌는 녀석이네. 별 볼일 없는 S시의 벌레가 내 이름을 다 알고 말이야. 너 누구야?”거만하고 무례한 말투!한지훈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북양구!”탁!순식간에 전화가 끊어졌다.한지훈은 놈의 빠른 판단에 어이가 없었다.이 정도로 빨리 도망칠 줄이야!‘3년이 지났는데 겁 많은 건 여전하네, 이 자식.’그 시각, 용경의 어느 한 호화 별장. 노천 수영장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거의 벗다시피 한 여자 DJ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현장에는 용경의 재벌 자제들이 모여 환락을 즐기고 있었다.별장 입구에는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여러 외제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멀리 내다보니 남자들은 각자 옆에 화끈한 몸매를 가진 여자들을 끼고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재벌 2세들이 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그라도 이 남자 앞에서는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이 세상에 그 인간보다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는 없었다.그 남자는 용경 재벌 2세들의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그의 이름은 그들끼리 모였을 대도 금지어가 되었다.과거 한지훈이 용경에서 재직 중일 때, 박용진과 충돌이 좀 있었는데 그때 박용진이 가문의 재력을 믿고 한지훈을 들이받은 적 있었다.그날로 한지훈은 북양에서 10만 대군을 호출하여 용경 주변을 개미 한 마리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했다.그날 BY그룹은 폭풍의 중심이 되었다. 북양의 군졸들이 무자비하게 그들의 저택을 습격했다.가주인 박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박용진을 비롯한 식솔들을 거느리고 한지훈이 거주하는 저택 앞으로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다.한지훈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박 회장은 손자인 박용진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자식 농사를 망친 재벌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한지훈의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었다.당시 이 사건은 용경 전체를 뒤흔들었다.백 명이 넘는 BY그룹 식솔들이 한지훈을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다니!충격적이고 믿기지 않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당황한 박용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지훈 형님, 정말 형님이십니까?”한지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당연히 나지. 그런데 목소리만 듣고 그렇게 벌벌 떨어서야 큰일을 할 수 있겠어?”“형님은 농담도 잘하십니다. 갑자기 전화하니까 긴장해서 그랬죠. 형님을 존경해서 그런 겁니다.”박용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장우영 네 사람이야?”한지훈은 옆에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우영을 지그시 노려보며 물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해두고 박용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제 사람은 맞습니다만… 혹시 녀석이 형님 심기를 건드렸나요? 그럼 혼내야죠! 그 자식은 멍청이예요. 형님이 놈을 뿌리 뽑고 싶으시다면 굳이 형님 손을 더럽힐
다행히 천향 공장은 서랑구와 그리 멀지 않아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천향 공장 밖에는 방망이와 비수를 든 험악한 조폭들이 죽치고 있었다.그들은 대형 트럭을 이용해서 공장 입구를 막고 설비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한지훈은 다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조폭들은 한지훈이 다가오자 방망이를 손에 쥐고 협박했다.“젠장! 넌 또 누구야? 이 공장 봉쇄했어. 다른 곳 알아봐!”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의 주먹이 날아왔다.쾅!한 주먹에 소리를 지르던 조폭이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는 그대로 공중을 날아 트럭에 허리를 부딪히며 추락했다.놈은 두 눈이 뒤집히더니 입에서 피를 뿜으며 정신을 잃었다.그 모습을 본 다른 조폭들이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젠장! 지금 쳤어? 너 죽고 싶어?”입구를 지키던 십여 명의 조폭들이 칼을 휘두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주제도 모르는 것들!”한지훈은 싸늘하게 말을 뱉고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순식간에 십여 명의 사내들이 공중을 날며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토해냈다.한지훈은 싸늘하게 그들을 흘겨보고는 공장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보니 조폭들이 공장 직원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십여 명의 공장 직원들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서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맨앞에 선 남자가 강우연을 끌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한지훈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그는 쏜살같이 녀석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그거 놔!”쾅!강우연을 끌고 가던 남자는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한지훈의 다리에 복부를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남자는 힘없이 허공을 날아 공장 폐기물을 모아놓은 쓰레기더미에 처박혔다.위에 쌓였던 쓰레기들이 무너지며 남자는 그대로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버렸다.그 모습을 본 현장의 조폭들은 경악에 빠진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현장에서 소란을 부리던 녀석들은 헉 하고 가쁜 숨을 들이켜며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바닥에 쓰러진 강우연
싸늘한 목소리가 공장 마당에 울려 퍼졌다.그 말을 들은 재형은 부하들을 뿌리치고 독기 어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물었다.“저 여자 때문에 온 거야? 너 대체 누구야?”“내가 이 여자 남편이야.”한지훈이 싸늘하게 대답했다.그 순간 재형의 얼굴이 비웃음으로 일그러졌다. “네가 저 계집애 남편이었어? 그러니까 마누라한테 용돈이나 타 쓰는 무능한 녀석이 너라는 말이지? 한지훈이라고 했었나?”한지훈은 기가 차다는 듯이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군.”“꼴에 남자라고 허세는! 네까짓 게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재형은 거만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며 한지훈에게 말했다.“치료비로 2억을 주면 그냥 넘어가 주지. 싫으면 넌 오늘 내 손에 죽게 될 거야.”한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2억? 내가 20억을 줄 수도 있어.”“무슨 소리야?”재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는 바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한지훈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쾅!한지훈은 순식간에 재형을 향해 다리를 날렸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재형은 힘없이 공중을 날아 벽에 처박혔다.순식간에 벽이 쩍쩍 갈라지며 재형은 벽에 거대한 자국을 남긴 채 바닥에 쓰러졌다.옆에서 지켜보던 조폭들은 등골이 오싹하고 몸에 소름이 돋았다.이게 사람 실력인가?재형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고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놈은 호주머니를 들추더니 신호탄을 꺼내 공중으로 쏘았다. 붉은색 신호탄이 하늘에서 거대한 원을 그리며 터졌다.“넌 끝장이야. 감히 날 건드리다니. 우리 형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곧이어 우리 형님의 사람들이 와서 이 공장을 평지로 만들어 버릴 거라고!”말을 마친 재형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정신을 잃었다.주변의 조폭들이 달려와서 재형을 부축해 일으켰다.“놈이 형님을 죽였어!”“저놈을 죽여서 형님 복수를 하자!”순식간에 삼사십 명의 조폭들이 온몸에 살기를 두른 채
한지훈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주먹을 세차게 날렸다. 그 결과 한지훈을 향해 달려오던 사람은 유성이 밤하늘을 쏜살같이 지나가듯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뒤에 있던 일고여덟 명까지 한 방에 쓸어버렸다.그들은 처량한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혼절해 버렸다.아무런 예열도 없이 생으로 맞아 쓰러졌다.“팡!”“팡!”“팡!”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으며 한지훈은 주먹을 휘둘렀는데, 가장 기본적인 스냅이었다.이어서 한지훈은 칼을 들고 달려드는 졸개의 목을 확 졸라버렸다.그리고 목을 조른 채로 들어 올려 날려버렸다.그러자 쿵 하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옆에 있는 자재 더미를 단번에 뒤집혔다.간단한 스냅이지만 십여 명의 졸개들은 모조리 땅바닥에 쓰러진 채 울부짖었다.하나 같이 손과 발 그리고 복부를 감싸며 고통에 겨워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순간 남은 스물 몇 명의 졸개들은 서로 눈치만 보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지금, 이 순간의 한지훈은 그들에게 있어서 악마나 다름이 없다.이미 그들의 인지를 벗어날 정도로 무섭기 짝이 없었다.30초 만에 십여 명이나 쓸어 버렸으니 충분히 놀라고도 남을 노릇이다.남은 졸개들은 이미 다리가 후들거렸고 심지어 도망가려는 이들도 있었다.“X발! 도망가지 말고 다 같이 죽여!”“그래! 다 같이 죽이자! 신호탄도 이미 보냈으니 재현 형님 곧 오실 거야.”“저 XX 죽여!”우두머리인 졸개는 떨리는 목소리로 히스테리를 부렸다.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사기를 올리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동료들은 이미 고개를 돌리고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죽고 싶어 환장하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불덩이로 뛰어들려 하지 않을 것이다.“쿵!”이때 갑자기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히스테리를 부리던 졸개는 눈앞에 있던 동료가 한 방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가고 피가 섞인 거품까지 토해냈는데, 오장 육부의 찌꺼기까지 있는 듯했다.이 상태로 살아 숨 쉴 수 있다면 해는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서 떠오를 것이다.우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재현이라는 이름을 벌써 세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살짝 틀어진 한지훈의 표정을 보고 졸개는 한숨을 돌렸다.졸개는 형님의 이름을 대니 만사가 통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H시 유재현과 재현 동아리를 모르면 간첩이나 다름없다.재현 동아리는 무려 H시 지하 세력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존재이다.그러나 한지훈은 냉랭하게 대답했다.“몰라!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유재현을 모른다는 한지훈의 말을 듣자, 졸개는 순간 역대급으로 동공이 확장되었다.“재현 형님을 모른다고? H시 지하 세력 10위권에 안에 드는 우리 형님을 모른다고? 그게 말이 돼? 우리 형님이 H시에서 힘이 얼마나 센지 알기나 해? 감히 우리 재현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넌 앞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살게 될 거야. 네 뒤에 있는 공장도 폐허 따위밖에 안 될 거야.”졸개는 미친 듯이 소리를 치며 한지훈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두려워하기는커녕 한지훈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그래?”그리고 뒤꿈치에 힘을 가했는데, 순간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졸개는 더 이상 몸부림을 치지도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강우연은 이미 넋이 나간 지 오래다.공장의 공원들도 담당자도 이 광경을 목격한 모든 이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혹시 악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놀라워 마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한지훈은 더없이 덤덤했다.불 건너 강 구경하듯 공장 대문을 한 번 보고 줄줄이 쓰러진 십여 명의 졸개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다가 혼자서 중얼거렸다.“재현? H시에서 왔어?”한지훈은 중얼거리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용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당장 수위 군졸 100명 파견하도록 해.]한지훈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사이에 강우연이 달려왔다.걱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지훈 씨, 괜찮아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난 괜찮아. 공원들은 어때?”
유재현의 차가운 목소리는 소슬하기 그지없었다.그리고 그의 뒤에서 강철로 된 몽둥이를 쥔 부하들이 몇 명 걸어 나와 흉악한 얼굴로 한지훈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허! 네가 뭔데 어디 감히 우리 재현 동아리 사람을 때려! 죽고 싶어 환장했지!”말하면서 부하는 즉시 한지훈의 무릎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공장 안에 숨어있던 강우연과 공원들은 얼굴에 초조한 빛이 역력하다.“강 부장님, 어떡해요? 저러다가 정말 일 나겠어요!”누군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강우연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이다.당장이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갈 기세였다.그러나 그들은 곧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한지훈은 달려오고 있는 부하를 향해 하이킥을 날렸다.그러자 그 부하는 여덟 미터 정도 날아가더니 우렁찬 소리를 내며 뒤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에게 부딪혔다.순식간에 수십 명의 부하들은 도미노처럼 와르르 넘어졌다.“대박! 강 부장님 남편 너무 대단해요!”“저 정도 힘이라면 소도 날아가겠어요.”몇몇 공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약간의 오버도 떨었다.강우연도 놀라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달려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지훈 씨! 조심해야 해요! 경찰에 신고했어요!”강우연은 긴장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지고 두 손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달려 나가고 싶지만, 이 상황에서 나간다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한지훈의 걸림돌만 될 것이 분명하다.게다가 지금 상처를 입은 공원들은 강우연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강우연을 포함한 십여 명의 공원들은 지금 한지훈을 위해 가슴이 조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한편, 한지훈의 하이킥에 유재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재현은 눈살을 찌푸렸고 뒤에 있는 백여 명의 부하들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다들 한지훈은 지금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유재현이 버젓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의 부하를 차버릴 수 있다는 용기는 아무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미친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X발!
“네! 형님!”“죽여! 저 XX 눈에 거슬린지 한참 됐어!”“X발! 죽여버려!”순식간에 백여 명에 가까운 부하들이 흉측하게 몽둥이와 칼을 휘날리며 한지훈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다가갔다.혼자서 백 명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분수도 모르고 덤벼드는 것이다.그러나 한지훈은 덤덤하게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갑자기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포악하고 차가운 기운이 솟아오르더니 한지훈은 발끝으로 땅에 줄을 그었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선만 넘으면 가차 없이 죽일 것이다!”다들 순간 멍해지더니 물 끓듯 떠들썩해졌다.백여 명의 졸개들은 소매를 걷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X발! 오줌 지를 뻔했네! 좀 무섭긴 하다!”“하하하! 웃겨! 선만 넘으면 죽인다고? 네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딱 넘을 건데! 넘으면 네까짓 게 뭐 어쩔 건데?”부하 한 명은 몽둥이를 쥔 채로 미친 듯이 웃으며 한지훈이 그은 선을 넘었다.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러자 졸개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으며 조소가 끊이지 않았다.유재현마저도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웃었다.“몸놀림만 좋고 머리는 텅텅 비어 있구나!”한지훈은 여전히 덤덤하게 제자리에 서서 사신처럼 선을 넘고 지나와 자기 앞으로 다가온 졸개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기어코 죽겠다는데, 남 탓하지 마!”한지훈은 냉랭하게 말했다.“펑!”말이 떨어지자마자 총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먼 곳에 있는 빌딩 테라스에는 저격수가 있다.저격수는 망원 조준경을 주시하며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었다.그리고 껌까지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주제넘더니 꼴좋다!”한편, 공장 안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놀라워 마지 못했다.놀라움과 두려움이 잔뜩 그려진 두 시선 속에서 일 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졸개는 총알이 관자놀이를 뚫고 지나가 피가 용솟음쳤다.쿵!그리고 그대로 피로 물들인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삽시간에 주위는 또다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백
곧이어 한 백발의 노인이 광막 속으로 강림했고, 그의 두 발이 땅에 닿자 그 광막 또한 즉시 사라졌다.“장... 장 선배님!”허천지는 급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대장로를 비롯한 일행도 잇따라 앞으로 나서 노인에게 공손히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조정의 대표로 이 자리에 온 것이었기에, 허천지처럼 저자세를 보일 수는 없었다.“흠! 듣자 하니, 소위 한지훈이라는 놈이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몇이나 죽였다던데, 그자를 당장 이리 끌어오너라. 죽음을 맞이하게 해야지!”누구도 장세풍이 막 돌아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한지훈을 겨냥해 살의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장 선배님, 북양왕은 이 자리에 없으니, 잠시만...”무종 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세풍은 손을 들어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짝!”대장로는 그대로 장세풍의 뺨을 맞고 쓰러졌다. “너...!”종묘 장로와 진우는 이 광경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흥! 한지훈이 감히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여? 그리고 너희들은 뭘 하고 있었나? 그런 조정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우리 장씨 가문은 조룡의 무덤을 지켜온 가문이다! 그게 얼마나 큰 공인지 아느냐?!”“하찮은 백성 몇을 죽인 것이 뭐 대단한가? 설사 용경을 몰살했다 해도, 그건 우리 장씨 가문이 잃은 이자의 일부를 되찾은 것일 뿐이다! 더구나 죽은 자들은 단지 한지훈으로 가장했던 자들뿐이었어!”“그게 오히려 그 한지훈에게 면을 세워준 일이다! 그따위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장씨 가문 자손을 죽여?! 자손들을 연달아 살해당했는데, 국왕 폐하마저 침묵이라니! 그따위 국왕이 개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장세풍은 돌아오자마자 거칠게 포효하며 마치 미친 개처럼 날뛰었다. 무종 대장로와 종묘 장로 앞에서도 국왕을 개에 비유하며 조롱을 퍼붓는 건, 그야말로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장형, 지금은 한지훈과의 대립을 따질 시점이 아닙니다. 비무가 끝나면 그때 죽여도 늦지 않습니다!”그때, 서른
노인은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그 몸부림은 전혀 무의미했다.오히려 그의 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강대한 위압감이 그의 온몸을 짓누르자 그는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바로 그때, 밤하늘 위에 오색찬란한 빛줄기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천지 이변이 연달아 일어나자, 용경의 백성들조차 놀라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마침내 용경 전체가 오색 광휘에 휩싸였고, 밤하늘의 별빛조차 모두 사라진 채 찬란한 광채만이 세상을 뒤덮었다.각국의 역외 강자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었다.이때, 안드레 역시 문 앞에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한때 오륙 최강자라 불리던 그였지만, 그의 몸은 도저히 제 의지로 버틸 수 없을 만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비록 그도 천신계 강자였지만, 이런 공포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다.“이건…… 정말로 천신이 강림한 수준이지 않은가! 수백 년간 왜 각계에서 역외 강자들의 귀환을 막아왔는지 알겠군!”그는 온몸으로 느끼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감탄하듯 말했다.이는 그조차도 감히 맞설 수 없는 힘이었다.이때 안드레의 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지어 예전 한지훈과 대면할 때조차 느끼지 못한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담담한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곁에 서 있던 도청전인 역시 떨리는 몸을 도저히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두려움을 감지한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기침을 한 번 했다.그 순간, 도청전인의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공포감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전 세계가 왜 천신계 강자의 세속 출현을 금지해 온 건지 이제야 알겠군. 이건…… 핵무기보다 훨씬 무섭잖아!”“핵무기?! 핵은 고작 한 번밖에 못 쓰지만, 천신계 강자는 혼자서 만 리를 도륙할 수 있어!”사람들 사이에서 탄식과 경악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이건 겨우 첫 번째로 세속에 귀환한 역외 강자들일 뿐이었다.그것도, 가장 약한 자들만이 귀환했을 뿐이었다.
그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한, 누구도 감히 용국 땅을 밟게 두진 않을 것이다!잠시 더 앉아 있다가, 한지훈과 허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허천은 머뭇거리며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한 선생님, 사실 드릴 말씀이 하나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어요.”한지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말하세요.”허천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선생님을 모셔다드린 후, 우연히 할아버지와 서영호, 그리고 장령풍이라는 사람의 대화를 들었어요. 그들이 선생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한지훈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물었다.“그래서,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말하길, 이번 비무가 끝난 후, 승패를 막론하고 서천술이 직접 선생님을 문책하러 올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엔 반드시 선생님을 죽이려는 계획이라고 했어요! 한 선생님, 제발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멀리, 아주 멀리 가셔야 해요!”허천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간절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그 노인장이 뭐라 했는지 못 들었나요? 그들은 이기지도 못하고 살아남지도 못할 거라고 합니다. 죽을 사람들인데, 그런 자들이 나를 어떻게 죽이겠어요?”“게다가 지금 용국이 큰 재앙을 맞이하려는 시점인데,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는 없지요.”“내가 더는 북양왕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는 용국 사람입니다. 우리 동포가 도살당하는 걸 눈 뜨고 볼 순 없는 노릇이에요!”한지훈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그 단호한 눈빛에, 허천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이후 이틀 동안, 각 방면의 세력은 잠잠해졌다.결국 천신계 강자가 눈 깜짝할 새에 살해당한 상황에서, 누구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역외 강자와의 대결을 하루 앞둔 밤.허천지는 특별히 한지훈과 도청전인의 방을 찾아왔고, 진지한 얼굴로 당부하듯 말했다. “두 분, 오늘 밤에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마십시
한지훈은 상대를 한 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저는 그냥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어느 누가 감히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른 나라가 이미 손에 넣은 진법 비기를 빼앗으려 드는 건지 말이지요.” 노인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수염을 비비고는 웃으며 말했다.“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이 세상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거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지.”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렇습니까? 역외 강자가 돌아온다면, 이 세상은 곧 난세로 접어든다는 뜻인가요?”“난세이기도 하고, 난세가 아니기도 하지. 사실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고 나면, 천신계 강자들이 마음껏 세상 위를 활보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핵무기조차 천신계 강자를 죽이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런 세상이 오면 무공이 곧 권력이고, 누구 주먹이 세냐에 따라 세상을 명령할 수 있지.”“좋은 물건이 있다 해도, 그자가 손짓 한 번이면 약자는 고분고분 바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새로운 질서다.”“그리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약자들뿐이야. 약자는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서로를 공격하며 생존을 모색하게 되지. 이게 바로 역외 강자들이 돌아온 후의 세상이다.”노인은 말을 마치고 혼자 차를 따라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르신 말씀을 들으니, 걱정은 전혀 없으신 듯하네요?”노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 역외 강자들이 전부 돌아온다 해도, 우리 미륙은 여전히 안전할 거다. 왜냐하면 미륙에는 역외 강자만 있는 게 아니거든.”“수백 년 전부터 미륙에 숨어 지내던 고수들도 있네. 그들은 심지어 역외 강자들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들이지.”노인의 이 말에 많은 이들이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자마자 곧 고개를 돌리고는 조용해졌다.모두가 입을 다물자, 노인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젊은이, 자네 인상이 좋아 보이니 특별히 충고 하나
“흠, 아마 약탈당한 국가에서 복수를 위해 고수를 보낸 걸지도 몰라.”“에이? 혹시 용국의 한지훈 아니야? 그자가 예전에 오륙의 이성 천신계 강자 넷을 상대로 싸운 적 있잖아!”“말도 안 돼.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한지훈이 감히 함부로 나설 리가 없지.”사람들 눈에는 한지훈이 지금 숨기 바쁠 시점이었고, 신분을 드러낼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고 본 것이다.같은 시각, 허씨 가문의 대청 안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그들 중에는 곧 천신계 돌파를 앞둔 고수들도 있었지만, 수십 명이나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이때 흰옷을 입은 남자가 바깥에서 급히 들어오자, 허천지가 얼른 일어나 물었다.“소식이 있나?”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손을 쓸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전부 조사해 봤지만, 단서 하나 찾지 못한 것이다.“가주님, 설마 얼굴조차 못 보신 겁니까?”그가 물었다.얼굴을 봤느냐고?허천지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상대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뭘 봤겠는가?“어젯밤, 그 자는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끄럽게도, 누가 저희를 도운 건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허천지가 고개를 저었다.“가주님, 일성 준천신을 순식간에 죽인 실력이라면… 혹시 역외에서 귀환한 강자가 아닐까요? 설마 서천술 선배께서 은밀히 보낸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아닐세. 서천술 선배라면 사전에 반드시 통보가 있었을 테지. 그래야 우리가 마중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몰래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나.”허천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더 캐낼 게 없다면 그만두게. 당분간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말도록 하고.”이때, 허천과 함께 방을 쓰는 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천이가 데리고 온 그 친구 아닐까요? 어젯밤 그 친구 부탁으로, 천이가 할아버지를 뵈러 간 거잖아요.”허천지는 고개를 연신 저었다.“말도 안 된다! 한지훈이 그를 보낸 건 자기한테 불똥 튈까 봐
죽은 두 사람은 비록 이제 막 준천신계를 돌파한 강자이긴 했지만, 외부 세계에선 대륙 하나를 제압할 만한 존재였다.그런데 방금 전, 단 한 방에 살해당한 것이다!게다가 그 천성구요 진법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였다!구하러 나섰던 허천지조차 넋을 잃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하늘에 아홉 개의 태양이 뜬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그 뜨겁고 불타는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바닥에 흩어진 투명한 살점들을 바라보며, 장령풍은 자신의 목숨을 간신히 건진 것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피를 토하며 날아간 서영호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허천지는 급히 다가가 서영호의 상처를 살폈고, 다행히 내장은 다치지 않아 하루이틀만 쉬면 회복될 수 있었다.사람들을 시켜 서영호를 옮기게 한 뒤, 허천지는 냉랭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방금 전, 그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기운을 느꼈다.즉, 지금 죽은 둘 외에도 또 한 사람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앞선 두 명이 순식간에 살해당하는 걸 보고는, 나머지 한 사람이 은둔하여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방금 전 천성구요의 위력에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허천지는 장령풍을 한 번 흘겨보았고, 방금 전 무릎 꿇고 살려달라 외쳤던 모습이 너무 또렷했다.과연 저자가 장씨 가문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무겁게 한숨을 쉰 허천지가 장령풍을 향해 말했다.“장 도련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경호원을 붙여드릴 테니, 돌아가 쉬세요.”그러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장령풍의 흠뻑 젖은 바짓가랑이를 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민망함이 스쳤다.“예, 예, 허 선배님.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그 말을 남기고 장령풍은 서둘러 호텔 쪽으로 달려갔다.그날 밤, 진가복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죽은 자들 중에는 비륙의 고수뿐 아니라, 오륙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로드 가문에서 파견한 강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그들은 모두 무도학원 진법루에서 큰 수확을 얻은 자들이었지만, 운이 장령풍이나 서영호만큼은
하지만 그 누구도 정식 비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대학살극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영호와 장령풍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을 때, 폭풍 같은 기류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서영호는 반응조차 못 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장령풍은 겁에 질린 채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살려주십시오! 저는 하등 쓸모없는 놈입니다! 단지 이곳에 구경하러 온 것뿐입니다......”“저…… 저 그냥 시중도 들겠습니다! 종이든 말이든 다 할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그들은 사실 특수한 단약을 써서 겨우 실력을 끌어올린 상태였을 뿐, 진짜 실전 경험은 전무했다.그런데 상대는 고작 기류 한 줄기로 서영호를 반쯤 죽여놨으니, 분명 최소 준천신 강자일 것이다!자신보다 강한 강자를 만나자, 장령풍은 그대로 오줌을 싸버렸다.몸은 덜덜 떨리고, 눈조차 제대로 들 수 없었다.“휙!”그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명의 검은 복면을 찬 사람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고, 싸늘한 눈빛으로 장령풍을 노려보며 말했다.“진법루에서 가져온 진법 비책을 네가 갖고 있지?”장령풍은 이미 잔뜩 겁에 질린 상태였고, 지금 이 순간 목숨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는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용국 무종의 미래 따위는 전혀 그와 무관한 일이 되었다!상대가 다시 묻기도 전에, 장령풍은 품속에서 두툼한 비책들을 꺼내 내밀었다.분명히 상대는 진법을 빼앗기 위해 온 것이니, 넘겨주기만 하면 자신의 목숨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검은 복면인은 그것을 낚아채며 한쪽 손으로 품었다.“멈춰라!!”“쉬익!”그 순간, 한 줄기 은빛이 스치며 주변 집들이 한바탕 흔들렸다.마침 이때 허천지가 검을 들고 있었다.진작에 진가복 전체가 진법에 쌓여 있었고, 이때 허천지는 즉시 진법을 가동했다.동쪽 하늘에서 솟은 눈부신 백광 아래, 진가복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수많은 살기가 일순간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을 겨눴다!그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허천지는 한눈에 필 칸트를 알아봤다.그는 오륙의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칸트 가문의 가장 유망한 후계자였다!게다가 요즘은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어, 칸트 가문에도 두 명의 강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런데, 겨우 북양왕이라 불리는 자, 소문만 무성한 초라한 일성 준천신 경지의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그런 자격으로 오륙 십 대 가문의 정점에 선 젊은이에게 말을 건다고?만약 상대방이 기분이라도 상하면, 한지훈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자신의 손녀까지 휘말리면 큰일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허천지는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곁에 서 있던 허천을 확 잡아끌었다.“천아, 내가 뭐라고 했지? 밥 다 먹었으면 바로 한 선생을 모시고 돌아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했잖아. 길거리에서 이러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할아버지, 이분이 먼저 한 선생님에게 아는 척하며 인사하셨어요. 우리가 무례할 수는 없잖아요.”허천은 억울하다는 듯 허천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여긴 길 가다 아무나 붙잡아도 대단한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야. 괜히 문제 생기면 누가 너희를 지켜주겠어? 게다가 저 사람, 오륙 십 대 가문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이라니까!”“한지훈이 먼저 인사했다고? 웃기고 있군! 그쪽에서 먼저 말 걸 일이 뭐가 있어! 당장 데리고 돌아가! 이런 곳에 더 있지 마!”“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은 책임질 의무 따위 없다!”허천지는 싸늘하게 한지훈을 한번 흘겨보곤, 멀리 서 있는 몇 사람을 보고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가 말없이 돌아섰다.한지훈은 필 칸트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허천과 함께 허씨 가문에서 마련해 준 민박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밤이 막 내려앉은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졌다!곧이어 수많은 빛줄기가 창문을 뚫고 쏟아져 들어왔다.사람 그림자들이 빠르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녔고, 한지훈은 창밖으로 수십 명이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한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절대 나오지 마십시오!”문을 두
장세풍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허천지는 눈빛이 번쩍였다.장세풍, 세속 세계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외 강자들과 오대 명산에겐 익히 알려진 이름이었다.이 사람은 바로 천사도 제7대 조사, 즉 장천사의 일곱 번째 제자였던 것이다!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설마 장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천사도 전승을 이은 그 장세풍을 말씀하시는 겁니까?!”허천지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맞습니다! 바로 우리 선조이지요.”장령풍은 허천지가 장세풍을 경외하는 태도를 보이자, 얼굴에 더한 자부심을 드러냈다.“흠, 장 선배께서 오신다면, 이번 대전은 틀림없이 압승이겠지요. 만약 당시 그분이 역외로 은둔하지 않았다면, 어찌 그 후손의 변발 병사들이 용국을 차지했겠습니까?!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요, 이번 대회에 그분까지 속세에 돌아오시다니!”허천지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흥, 이번엔 반드시 우리 용국이 승리할 겁니다. 누구나 알고 있잖습니까, 대전에서 이기는 자는 명성을 떨칠 뿐 아니라, 용국의 국운까지 계승할 수 있다는걸!”서영호가 냉소하며 말했다.“한지훈 그 자식의 좋은 날도 이제 끝났습니다. 대전이 끝나는 날이 바로 그가 용심을 넘기고, 목숨을 내놓는 날이 될 겁니다!”이 말을 하며, 서영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였다.태어나서 지금껏 누가 그를 무릎 꿇게 한 적 있었던가?하지만 오륙에서, 한지훈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그때의 굴욕을 떠올릴 때마다 서영호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켰다.허천지는 서영호가 한지훈을 언급하며 증오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속으로 기뻐했다.한편, 한지훈 일행은 점심을 먹은 뒤 허천이 한지훈을 데리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다.과거엔 이 작은 마을이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각국의 거물들이 몰려오면서, 연예계 스타나 유명 국제 서커스단까지 이곳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길을 걷는 동안에도 한지훈은 익숙한 얼굴들을 여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