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만히 있는데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고운이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엄마, 너무 예쁘다! 고운이도 커서 엄마처럼 예뻐질 거야!”강우연은 쑥스럽게 웃으며 다가가서 한지훈의 팔짱을 껐다.그들은 곧장 번화가에 있는 DJ백화점으로 향했다.이곳은 S시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으로 온갖 명품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선 핫플레이스였다.전 세계의 사치품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 백화점의 하루 매출도 상당했다.L사, G사, C사 등등 온갖 대형 브랜드가 이곳에 입점했다.이곳은 그야말로 쇼핑의 천국이었다.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쇼핑에 대한 욕구를 갖고 태어났다고 했던가? 백화점에 도착한 강우연의 얼굴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한 귀금속 매장.강우연은 팔찌 하나가 마음에 드는지 팔목에 걸어보기도 하고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고 바로 포기해 버렸다. 팔찌 하나에 1200만원이라니!강우연은 단호하게 내려놓고 한지훈의 팔짱을 꼈다.그런데 때마침 비아냥거리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이게 누구야? 강우연 아니야? 맞네!”고개를 돌려 보니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중년 남자의 팔짱을 끼고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고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구….”여자는 이목구비가 예쁜 편은 아니었지만, 화장으로 단점을 커버해서 꽤 스타일리쉬하게 보였다.여자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강우연, 옛 친구도 몰라보는 거야? 나야, 이미아. 우리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었잖아.”이미아라는 여자는 말을 하면서도 손목에 주렁주렁 착용한 명품 액세서리를 자랑하듯 과시했다.특히 목에 걸린 커다란 에메랄드 목걸이는 아주 심플하면서도 청아한 빛을 뿜고 있었다.강우연은 겨우 생각난 듯, 표정을 활짝 피며 인사를 건넸다.“이미아? 너였구나. 몰라봤어.”이미아 옆의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는 음흉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아래위로 훑더니 이미아에게 물었다.“미아야, 이분은 누구야?”
이미아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재빨리 진열대로 다가갔다.“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한번 착용해 볼게요.”이미아는 진열대에 있는 몇백만 원짜리 목걸이와 반지를 가리키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강우연은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기며 떠날 채비를 했다.전태복이 말했다.“우연 씨, 이대로 가려고요? 아까 봐둔 팔찌 있지 않았어요? 우연 씨도 하나 골라봐요. 내가 선물로 줄게요.”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아… 아니에요, 전 회장님.”말을 마친 그녀는 한지훈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전태복이 아니었다.“강우연 씨, 내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네요. 여자는 원래 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잖아요. 그런데 남편분이 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줄 능력이 안 되나 봐요? 걱정 마세요. 난 돈이 아주 많거든요. 내가 사줄게요. 대신 나랑 밥 한 끼만 같이 먹어요.”전태복은 완전히 한지훈을 무시했다.그 말을 들은 강우연의 얼굴에 분노가 치밀었다.“전 회장님, 자중하세요! 전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어떻게 저런 인간이 다 있지?세상 모든 여자가 허영심에 빠져 선물만 주면 다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나?말을 마친 그녀는 한지훈의 팔목을 이끌었다.그런데 전태복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미안해요, 우연 씨. 내가 말실수를 좀 했네요. 그냥 정말 순수하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그랬어요.”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고 싸늘하게 말했다.“전 회장님, 선물은 필요 없어요. 선물을 하더라도 남편이 해야죠. 그리고 길 좀 비켜주세요.”강우연이 끄떡없자 전태복도 짜증이 치밀었다.평소에 그가 지갑을 열겠다고 하면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 여자들이 알아서 다가왔다.그런데 강우연이 이렇게 대놓고 자신을 거절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좋아. 아주 좋아.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 여자군.’전태복은 점점 더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꼈다.강우연의 싸늘한 반응은 그에게 정복 욕구를 불러일으켰다.‘이 여자는 내 거야!’“우연
재력으로 누구에게 꿀려본 적 없는 전태복이었다.이 나라 직장인은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든 게 현실이니까.아무리 일 년을 뼈 빠지게 일해도 연봉 1억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이는 전태복이 여자랑 여행을 가고 유명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는 가격이었다.전태복은 자신과 일반인의 차이를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그런데 한지훈이 뜻밖의 말을 했다.“고작 몇십억?”순간 전태복은 말문이 막혔다.‘저게 무슨 말이지? 몇십억이 적다는 얘기인가?’‘감히 일반인 주제에 나를 무시해?’“이봐, 젊은 친구. 체면 살리기 위해 억지 부리지 마. 내 자산을 무시하는 거야? 그럼 넌 얼마나 있는데? 네가 입고 있는 거 다 합쳐도 20만 원이 안 될 텐데?”전태복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강우연도 한지훈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그냥 가요. 이런 사람이랑 더 얘기할 필요도 없어요.”한지훈은 고운이를 강우연의 품에 안겨주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냥 무시하면 되긴 하지만 내 여자와 열심히 일하는 일반 직장인들을 능멸했잖아. 이건 절대 못 참지.”“하지만….”강우연이 뭐라고 말리려 했지만 한지훈은 이미 뒤돌아서 만면에 냉소를 지으며 전태복에게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내가 입고 있는 거 다 합쳐도 20만 원이 안 돼. 난 당신처럼 졸부가 아니니까.”그 말을 들은 전태복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알면 됐어. 그래서 네 아내에게 한 달에 2천만 원씩 용돈을 주겠다잖아. 난 괘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보는데? 그럼 너희 생활에도 보탬이 되잖아.”하지만 그 뒤에 한지훈이 한 말은 전태복을 경악에 빠뜨렸다.“하지만 난 당신이 가진 몇십억 재산보다 더 값진 걸 갖고 있지.”전태복이 순간 인상을 쓰며 싸늘하게 물었다.“그게 뭔데?”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나에게는 30만 북양 대군이 있거든.”그의 말이 끝나자 현장이 조용해졌다.강우연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남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전태복조차 이 휘장의 진위를 의심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용국에서 군을 사칭하는 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는 중범죄였기 때문이었다.그렇기에 이 휘장을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일 것이다.전태복은 평생 살면서 자신이 북양의 총수에게 밉보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무려 8개국의 백만 대군의 위에 있는 존재였고 그 자체가 용국의 상징이었다.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존재!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전태복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네 죄를 알겠지?”전태복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귀인을 몰라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스스로 귀뺨을 때리기 시작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중에는 전태복을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뭐야? 영창그룹 회장 아니야? 왜 무릎을 꿇고 있지?”“모르겠어. 그런데 저 사람 누구야? 전태복이 무릎을 꿇고 사죄할 정도라니.”구경꾼들이 많아지자 한지훈은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강우연의 손을 잡고 매장을 나섰다.그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전태복은 식은땀을 훔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액세서리를 한가득 고른 이미아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리는 전태복을 보자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양아빠, 괜찮아요? 어떻게 된 거예요?”“나 좀… 부축해 줘.”전태복은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다.한편, 멀리 나가서 걸음을 멈춘 강우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이 진짜 북양 총수 맞아요?”한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하지만 전태복이 당신 앞에 무릎까지 꿇었잖아요. 북양의 총수라면서… 게다가 지훈 씨도 30만 북양 대군을 언급했고… 당신 나한테 숨기는 게 뭐예요?”강우연은 그가 자신을 기만하
쾅!통제를 잃은 트럭은 그대로 돌진하여 길가에 있는 대형 백화점의 벽을 부수고 난 뒤에야 멈췄다.곳곳에 피범벅이 되어 도망치는 사람들과 비명이 울려 퍼졌다.한지훈은 강우연을 단단히 품에 감싸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강우연은 겁에 질려 넘어지는 순간에도 품에 안은 고운이를 다치지 않도록 꼭 끌어안았다.한지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여보, 고운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강우연은 넋이 나간 상태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괜찮아요.”겁에 질린 고운이가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강우연은 서둘러 일어나서 고운이를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그리고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훔쳤다.너무 위험한 순간이었다.한지훈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그녀와 고운이는 아마 지금쯤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모른다.잠시 후, 경찰차와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착했다.그리고 때마침 한지훈의 핸드폰도 울렸다.낯선 번호였다.전화를 받자 싸늘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놈의 딸과 마누라도 내 아들과 남편과 똑같이 만들어 줄 거야! 한지훈, 이건 경고야. 다음에는 오늘처럼 피해 가지 못할 거야.”말을 마친 여자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주변 곳곳과 사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그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요동치고 있었다.누군가가 정확히 강우연과 고운이의 목숨을 노리고 접근했다.누굴까?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지훈 씨, 왜 그래요? 누구 전화인데요?”강우연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스팸 전화였어. 일단 고운이 데리고 병원에 가보자.”말을 마친 그는 강우연과 고운이를 감싸고 병원으로 향했다.뒤늦게 도착한 용일도 병원 대기구역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말했다.“사령관님, 이미 송호문 청장에게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아마 곧 찾을 수 있겠죠!”‘감히 사모님과 어린 고운이를… 죽여 버리겠어!’그의 말이 끝
군사를 동원해 M시를 포위한다.이 말이 한지훈의 입에서 나오자, 용일은 흠칫하며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사령관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지난번처럼 오군 구군 본부에서 동원하실 건가요?”한지훈은 온몸으로 예리한 살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말했다.“3만 북양대군을 당장 투입해. 전쟁부에서 장비를 운송해 오고 아직 복역 중인 호랑지사 부대는 즉각 M시 작전에 투입한다.”“현역 장병 3만을요?”용일의 얼굴이 비장해지더니 숨결마저 거칠어졌다.현역 복무 중인 호랑지사 부대의 3만 장병을 투입한다니!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용국을 호위하기 위해 싸웠던 바로 그 영웅들이었다.백만 대군이 쳐들어와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정예 부대가 호랑지사였다.북양 30만 대군 중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로 불리는 부대였다.장병 하나하나가 개인 역량이 최고로 불리는 용사들이었다.그들은 북양 총수 단 한 사람의 지시만 따른다.북양 총수의 지시가 없으면 이 3만 정예 부대는 북양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지금 바로 연락을 넣겠습니다.”용일이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M시의 우씨 가문이 위협을 가해 온다.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병실로 돌아갔다. 강우연과 고운이는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외상은 거의 없었기에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지훈 씨, 우린 괜찮으니까 이제 집으로 가요.”강우연이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돼. 일단 여기서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자.”강우연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거절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참, 나 며칠 동안 오군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아. 다른 도시에 볼일이 좀 있어.”한지훈이 말했다.강우연이 예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어디 가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M시로 갈 거야.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강우연은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조심해서 다녀와요.”한지훈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싸늘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창 사무실에서 정무를 처리하던 여동해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북양 총사령관께서 우리 시에 고찰을 오신단 말씀이십니까?”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북양은 M시에서 수천 키로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렇게 높으신 분이 갑자기 이 도시로 온다는 사실이 약간 믿기지 않았다.설마 5대 주국의 직위에 변동이 생긴 걸까?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여동해는 머리가 복잡해졌다.하나 확실한 점은 북양의 총사령관은 한 번도 이 도시에 발을 들인 적 없다는 사실이었다.밤중에 갑작스러운 방문이라면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여동해는 이 전설 속의 인물을 어떻게 마중할지 머릿속에 플랜을 세웠다.M시는 남영구에서 가장 부유하고 땅덩어리가 넓은 도시였다.한 시간 뒤, 여동해는 본부에서 보낸 리스트대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공항으로 갔다.원래는 가장 실력 있는 우씨 가문도 부르려고 했지만 통화에서 명확하게 우씨 가문에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조용히 일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문이 열리고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인영이 나타났다.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안에 입고 있는 드래곤 전포가 선명하게 보였다.북양의 군장으로 중무장한 한지훈은 금빛이 찬란한 휘장을 달은 군모까지 쓰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용일을 필두로 한 그의 일곱 친위대가 따르고 있었다.북양을 대표하는 일곱 장군은 서로 맡은 직책은 다르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상당했다.이미 그들만으로도 M시에 주둔 중인 남령 전쟁부 전신급 장군을 압살하는 수준이었다.남령 전쟁부에서 나온 장군은 5만 병사를 이끌고 M시에 주둔 중이었다. M시의 안전을 수호하고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임무였다.하지만 여동해를 포함한 M시의 주요 세력들은 한지훈의 카리스마에 넋이 나간 상태였다.그의 일곱 친위대가 내뿜는 기세와 카리스마는 남령구 전신으로 불리는 장군들에 비해도
잠시 후, 입구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한지훈이 친위대와 함께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담담하게 상석에 자리했다. 원래는 여동해의 자리였지만 여동해는 자진해서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한지훈이 자리한 뒤에야 사람들은 자리에 앉았다.여동해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총사령관님, 무슨 중요한 일이기에 이 밤중에 이 먼 곳까지 행차하셨나요?”한지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다가 뒤에 있는 용이에게 눈짓했다.용이가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앞으로 나섰다.“총사령관께서 M도시에 친히 행차하신 이유는 단 하나, 여러분은 심사숙고를 거친 뒤에 답변하기 바란다.”여동해는 근엄하고 진지한 용이의 모습에 점차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번 회담은 우씨 가문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설마 북양 총수께서 밤중에 친히 M시까지 방문한 이유가 우씨 가문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장군, 걱정 말고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M시 5대 가문 중 하나인 하씨 가문의 수장 하기봉이 말했다.용이는 한지훈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 정중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총사령관께서 M시에 친히 방문하신 이유는 오직 하나, 우씨 가문을 박살 내는 것이다.”그 말은 모두에게 청천벽력으로 다가왔다.회의실 내부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모두가 경악한, 그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우씨 가문을 박살 내다니.상대는 M시 재계 1위로 막대한 재력을 보유한 우씨 가문이었다.우씨 가문이 M시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우씨 가문은 M시의 절반 이상의 경제 흐름을 장악하고 있었고 M시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지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이었다. M시의 GDP절반이 우씨 가문 덕분에 이룬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우씨 가문은 M시의 자랑이었고 사람들의 선망 대상이었다.우씨 가문의 세력이 없었으면 M시는 이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시장인 여동해마저도 우씨 가문 가주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쿠궁! 이때, 한바탕 굉음이 들리더니 20여 대의 군용 헬리콥터가 공항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헬리콥터가 착륙도 하기 전에, 한 명의 별을 단 군인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다.그는 한지훈 앞에 와서 차렷 자세를 한 채 경례를 했다. “경기 위수군, 좌항도가 북양왕께 보고드립니다!”이승운은 너무 놀라서 담즙까지 토할 뻔했고, 임몽몽도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강진회의 등장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무게감이 있었지만, 좌항도의 등장으로 그 무게감은 두 배로 커졌다!좌항도의 공손하기 그지없고 존경심에 가득 찬 눈빛을 보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좌항도는 오국 연합군이 용경을 포위한 후 새로 부임한 위수군 장관으로, 서효양과 같은 위치에 있는 전역구 사령관이었다! 그는 국가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단순히 임몽몽이나 임씨 가문의 가주도 그와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좌항도의 태도와 눈빛에서 보인 극도의 존경을 보자, 동방영도 말을 잃었다.강진회 시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전역구의 요원을 동방영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방 가문의 도련님일 뿐, 좌항도와 대면할 자격조차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좌항도가 손을 쓰면, 그들은 모두 현장에서 처형될 수도 있었다!이승운은 이번에 진심으로 두려워했고, 설령 동방영이 그를 보호하려고 해도 좌항도와의 대립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승운은 이 순간에서야 한지훈이 아무리 몰락한 상태라도, 자신 같은 작은 인물이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동... 동방 도련님, 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이승운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동방영의 옷자락을 잡아 끌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지금 동방영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좌항도 앞에서 그 또한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방금, 누가 북양왕을 적대시한다고 했지? 누가 자신이 이곳의 하늘이라고 말했나? 누가 북양왕의 짐을 압수하라고 한 것이냐, 당장 앞으로
용각을 떠올리자, 노봉군은 마치 죽음을 맞이한 사람 같았다! 만약 한지훈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의 온 가족이 죽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국법은 감정에 상관없이, 그 어떤 연민도 허락하지 않는다.하지만 이승운은 여전히 왜 자신이 해고당했는지 묻고 있었다.“믿을 수 없어! 한지훈이 도대체 뭐라고! 지금은 전쟁도 끝났고, 여러 나라의 연합군도 다 물러났는데, 누가 그를 신경 쓴다는 말이지?! 흥, 당신이 해고할 필요 없이 내가 스스로 물러날 거다! 동방 도련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이승운의 외침에 드디어 동방영의 마음이 움직였다.“저기, 노 회장님 맞으시죠? 저 사람 풀어주세요. 이곳은 국제공항입니다. 우리 용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폭행을 저지르다니, 이게 무슨 나라 망신입니까!”동방영은 몇 명의 부하들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들은 급히 나서서 이승운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하는 경호원들을 밀쳐냈다.그러고는 죽은 개를 끌고 가듯 이승운을 동방영에게 뜰어나 놓았고, 그제야 이승운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흥, 내가 해고를 당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어! 나… 나는 이제부터 동방 도련님을 따르면 그만이다! 노봉군 당신과 한지훈, 이제 감히 날 어떻게 할 수 있겠나!”이승운은 피가 흐르는 얼굴을 닦아내며,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떠들어댔다.오늘 자신이 보인 충성으로 동방영의 신임을 얻었으니, 앞으로 동방 가문에서 일할 수 있다면 작은 공항의 관리자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승운의 마음은 훨씬 더 편안해졌다.그러자 양령아는 이미 처참히 맞은 이승운을 보고는 약간의 동정심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오늘 그들이 맞이할 결과가 무엇일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방금 한지훈이 전화를 걸었던 상대는 바로 진우였다!진우는 흑병대의 진정한 주인이지 않은가! 용각, 무종, 종묘의 장로를 제외한 모든 관리들이 그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그것이 바로 흑병대의 권한이며, 용국이 부여한 사명
이승운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고, 결국 그는 마치 개처럼 울부짖기 시작했지만 경호원들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노 회장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회장님, 한지훈은 이미 북양왕이 아닌데 어째서…”“북양왕이 아니라고?! 네놈이 아직도 겁을 상실했구나, 오늘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어야겠어!”노봉군의 얼굴은 분노로 뒤틀렸다.유청은 한지훈을 대신해 북양의 군무를 수행하고, 파용군을 관장하고 있을 뿐 한지훈이 북양왕 자리를 면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반역적인 말을 하다니, 이는 노봉군 역시 연루될 수 있었다.노봉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이승운에게 따귀를 날렸다.“노 회장님... 저는... 저는 동방 가문을 위해 일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 배후에는 동방 가문이 있어요! 동방 도련님, 제발 살려주십시오!”“짝! 짝! 짝!”이승운이 아무리 외쳐도, 경호원들은 그의 목덜미를 잡고 계속해서 따귀를 때리고 있었다. “노 회장님!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모두 체제 안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저를 때린다면… 신고하겠습니다!”이승운은 너무 심하게 맞아 얼굴이 피로 물들어갔다.그는 더 맞으면 자신이 살아서 이 공항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봉군에게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체제? 감히 내 앞에서 그 말을 꺼내다니! 좋다, 지금 당장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넌 해고다! 지금부터 저놈은 공항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죽을 때까지 때려라!”노봉군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승운은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다니. 그가 이승운을 때리는 이유는, 한지훈에게 사과를 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한지훈의 용서를 받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테고, 모든 책임을 동방 가문에게 전가하면 이승운과 노봉군 두 사람은 해방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멍청이는 동방 가문을 들먹이며 한지훈을 협박하고 있다니! 한지훈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직접 원성천을 처치한 사람이지 않은가!
오국 연합군 20만 명을 한지훈이 무찔렀고, 오국 상장군 또한 한지훈의 손에 죽지 않았는가?! 수십 명의 보안 요원들은 마치 나무처럼 굳은 채 제 자리에 서서 한지훈을 바라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했다.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 이승운은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한지훈! 넌 이제 더 이상 북양왕도 아닌데 나를 때린다고? 네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오? 어디 한 번 해봐. 어떻게 날 상대할 건지 나도 궁금하군.”한지훈은 냉담하게 이승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겨우 한 달 동안 용경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한지훈은 용경의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가문이 원씨 가문을 등에 업고 다시 날뛰고 있는 꼴을 보니, 4대 가문에게 준 교훈이 부족했던 모양이군! 한지훈은 말을 마친 후 바로 전화기를 꺼내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지훈 형님? 용경으로 오셨습니까? 곧 데리러 가겠습니다!”전화 너머로 진우의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공항의 관리자가 자신이 이곳의 하늘이라 하더군요! 게다가 동방 가문과 함께 날 괴롭히고 있으니, 당신도 와서 문제가 될까 염려됩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전화 너머로 듣고 있던 진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제길! 진우는 이를 악물고 곧장 용경 국제 공항의 노봉군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봉군, 겁을 상실한 건가?! 감히 북양왕 한지훈을 건드리다니! 그가 아무리 지금 군권이 없어도, 작위는 아직 있는 걸 모르는 거야?! 이따위로 행동하는 건 집안을 말아먹겠다는 거지! 알아서 뒤처리를 하도록 해!”진우는 말을 마친 후, 노봉군의 설명도 듣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노봉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곧장 반응해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 “빨리! 로비로 가자!”같은 시각, 공항 로비. “흥, 한지훈, 네가 아직도 북양왕이라고 생각하나? 거드름은 그만 피우도록 해, 4대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누가 당신 편을 들어주겠어
임몽몽은 한지훈을 힐끗 바라보고는, 조롱 섞인 웃음으로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저에게 너무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당신을 존경했었거든요.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죠!”“비록 지금은 좀 다르게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제 꿈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조금 떨어진 처지가 되셨지만, 털 뽑힌 봉황은 닭만 못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착한 사람이니 괜찮습니다!”임몽몽의 말은 비꼬는 의미가 가득했고, 거의 모든 말이 한지훈을 조롱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그녀의 의도는 분명했다. 한지훈이 예전엔 위상이 높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저 한낱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자신이 한지훈을 돕는 것은 단지 길가의 거지에게 잔돈을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지훈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몇 년 전 바로 이 공항에서, 그때 당신이... 아 맞다, 7개국 정상 회담에 참석하고 돌아왔을 때요.”“그날 아침, 저는 공항 입구에서 4시간 넘게 기다리며 당신의 사인 하나 받으려 했는데, 당신의 경호원들이 저를 막았죠.”“그때 정말 실망했어요. 그 일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요. 그 남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정말 가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저기, 저 남자 보세요. 지금의 당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어 보이잖아요.”임몽몽은 자신의 분노를 숨기지 않고, 한지훈을 조롱하며 말했다.한지훈은 더 이상 이 불쾌한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고, 그는 이승운을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죠? 당신이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그리고 파용군의 공적이 가짜라고 하셨습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그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파용군에 대한 모욕은 용납할 수 없었다.파용군은 이 나라를 위해 싸워온, 수없이 많은 전투 속에서 목숨을 바친 철군이었다! 그들 모두는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었
“하하, 임몽몽 씨, 그건 예전 일이죠. 지금은 평화로운 시기니까, 그가 여전히 북양왕이라 해도 특권을 가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이승운은 매우 협조적으로 말을 꺼냈다.“이승운!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양령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당연히 알지, 내가 뭘 하는지. 그리고 너희 둘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말이야. 나한테 손을 대고 싶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저기 기자들 많잖아? 네가 손을 대면 한지훈을 패가망신시킬 수도 있다고!”이승운은 이를 드러내며 비웃으면서 말했다.“이 매니저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사실 저도 한지훈 선생님을 정말 존경했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그의 물건을 돌려주도록 하세요!”임몽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양령아는 화가 치밀었다.이 임몽몽은 도대체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한 걸까?“만약 한지훈이 말했다면 무시했을 테지만, 임몽몽 씨가 이렇게 말하니 반드시 들어 드려야죠!”이승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임몽몽과 눈을 맞추고 교묘하게 웃었다.누구나 알 수 있었듯, 임몽몽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한지훈을 깎아내리려는 거였다.한지훈이 북양왕이 아니었다 해도, 여전히 평범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하지만 지금, 그가 여자 한명에게까지 무시당하고 있다니.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오늘 한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참고 있더라도 그의 명성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하하하!”동방영은 과장된 웃음을 터뜨리며, 한참 동안 웃고 난 후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여러분, 다 들으셨죠? 정말 실망스럽군요!”“이분이 바로 북양왕이었던 분입니다, 한때 파용군의 상장군이었죠!”“자, 여러분들, 파용군의 상장군이 어떻게 이렇게 여자에게만 의지하는 사람인지 보세요! 그동안 한지훈이 우리 평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파용군에 한지훈 같은 상장군이 있었다니
이승운의 미친 듯한 고함 소리에 곧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젊은 미모의 여성이 선글라스를 벗고 군중을 헤집고 나타났다. 그녀는 고급스럽고 섹시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검은색 롱 드레스 아래에 하얗고 길게 뻗은 다리가 드러나 매우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매우 거만하고,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짐을 찾는 곳으로 향했다.그녀의 이름은 임몽몽, 임 씨 그룹의 외동딸이었고 용경에서 어느 정도 상류층에 속할 만한 명망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매니저님, 오랜만이네요!”세계 각국을 오가며 사업을 관리하는 그녀는 공항의 단골이기도 했기에, 이승운과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승운과 인사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승운은 일개 공항 매니저에 불과했고, 임몽몽과 동급에 있을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는 특별히 한지훈을 보러 온 것이었다! 한때 북양왕이었던 한지훈은 수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존재였고, 반년 전만 해도 임몽몽은 한지훈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당시 그녀처럼 자산이 몇 천억 원 수준인 작은 가문의 후손들이 용경에 얼마나 많았는지 세기도 어려웠다.하지만 한지훈은 용국의 군혼이자 영웅이었으며, 그는 많은 이들에게 신뢰와 숭배를 받는 존재였다.모든 여자가 그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했고, 모든 여자가 그와 가까워지기를 원했다.하지만 임몽몽은 전혀 한지훈과 마주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 번은 한지훈이 외국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한 후 용국으로 돌아왔을 때, 임몽몽은 공항에서 하룻밤을 기다려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한지훈에게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늘, 뜻밖에도 여기서 전설의 남자를 만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임몽몽은 한지훈을 가까이서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의 권력과 지지가 사라지고 나니, 한지훈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었고 공항 매니저에게 꾸중을 듣는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모든 남자들은 다 똑같은 것인가? 한지훈도 세속에
“이게 누구 짐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요?!”양령아는 얼굴이 차갑게 변하며 말했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특별 증명서를 꺼내야 할 상황까지 갔다.한지훈은 그녀에게 큰 영웅이었고, 방금 동방영의 조롱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항 직원까지 그를 괴롭히는 상황에 분노가 치솟았다.“당연히 알지요. 한지훈! 반년 전에는 북양왕이었지만 지금은 평민인데, 어쩌겠어요?”직원은 냉담하게 대답했다.“아가씨, 아직도 한지훈이 북양왕이라 생각하세요? 이제 전쟁도 없고, 용경도 포위되지 않았으니 그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아가씨는 이쁘고 젊으니까, 한지훈 같은 쓸모없는 사람은 멀리하고 동방 도련님 같은 귀인가 가까워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하면 나중에 큰 이득이 있을지도요.”이승운은 팔짱을 낀 채 담배를 물고, 자신만만하게 다가오며 말했다.이승운은 한지훈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그때는 그가 북양왕으로, 오국 대군이 용경을 포위할 때 그가 직접 마중 나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의 신분으로 한지훈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었고, 그에게 50미터 내로 다가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지훈에게 당당하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으니, 인생은 참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승운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지며, 한지훈을 조롱했다.게다가 지금 한지훈은 너무 평범해 보였고, 자신이 그를 모욕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방 가문이 한지훈과 가까이 지내면 일가를 멸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었고, 권력을 잃은 한지훈은 이제 약골에 불과했다! “이승운 씨, 그게 지금 무슨 뜻이죠!”양령아는 이승운의 명함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그냥 절차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혹시 모르세요? 최근 이집트에서 기생충이 유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여러분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짐을 잠시 압수하고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합니다!”이승운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변명했다.“내가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양령
이 말을 들은 한지훈과 양령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을 찌푸렸다.VIP 휴게실 안에는 이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쉬고 있었고, 몇몇은 오늘의 신문을 읽고 있었으며, 몇몇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폐쇄되었다는 흔적은 전혀 없었고, 이 매니저가 분명히 한지훈과 양령아를 일부러 난처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매니저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분은 한지훈, 과거의 북양왕입니다. VIP 휴게실을 사용할 특권이 있으신 분이에요. 이 사실이 윗분들께 알려지면 우린...”한 직원이 다급히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이승운에게 말했다.“윗분?”이승운은 비웃으며 담배를 꺼내 물고 연기를 뿜어냈다.“동방 오우 도련님께서 이미 경고했잖아. 그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멸문시킨다고!”“윗분들이 알면 어쩔 건데?!”그는 태연히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반년 전이라면 나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는 더 이상 북양왕이 아니고, 게다가 사대 가문과도 등을 졌잖아. 사대 가문 앞에서 그놈은 그저 먼지에 불과하다고!”이승운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동방영이 뒷짐을 진 채 다가오며, 한지훈과 양령아를 쓱 훑어보고 비웃었다.“어이쿠, 한 선생님께서 이번에 귀국하신 게 꽤나 순탄치 않으신가 보네요.”“하지만 원인이야 있겠죠. 누구더라, 사대 가문조차 안중에 없으셨던 분? 하도 거만하시니, 이제 공항 매니저도 한 선생님을 경멸하네요!”“그럼 이렇게 하시죠. 우리 북양왕님께 작은 접이식 의자 하나 사드리죠. 여기서 잠시 앉으셔서 쉬시고, 제가 사람을 시켜 컵라면 한 그릇 끓여 드리겠습니다. 어떠신가요?”주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동방영!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하라고 했어?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양령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분노를 터뜨렸다.“흥,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황제급 대우지! 나 같으면 국물 한 방울도 안 줬을 거다!”이승운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만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