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대신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선물을 보낸이로 온갖 그룹 회장 이름이 언급되던 그때,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네가?”잠깐 흠칫하던 강준상이 바로 호통을 쳤다.“거짓말도 정도껏 쳐야지. 너희 가문이 몰락했다는 건 이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이야. 네가 무슨 수로 이걸 구해?”“하, 프로젝트도 따내겠다 그러더니 이제 저 선물도 자기가 보낸 거라고 그러네? 이건 뭐... 리플리 증후군인가?”“강우연 쟤도 참 불쌍해. 어쩌다 저런 남자랑 얽혀서는...”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 비수처럼 강우연의 가슴이 꽂히고 결국 그녀는 다시 한지훈의 손목을 잡았다.“제발... 제발 그만 좀 해요.”한지훈이야말로 제발 자기를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한다.한고운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말했다.“내일 저택으로 계약서가 도착할 겁니다. 약속... 꼭 지키십시오, 회장님.”말을 마친 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잡고 파티홀을 벗어났다.물론 사람들은 그의 말 따위에 신경도 쓰지 않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물상자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말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우연은 결국 또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지훈 씨까지...”“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라니까. 저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든 난 전혀 신경 안 써. 그리고 너,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그런데... 금조그룹 프로젝트라니... 누구한테 이걸 부탁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걸요...”한지훈의 위로에도 강우연의 얼굴에는 수심으로 가득했다.“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니까. S시 친구들한테 부탁하려고.”“정말... 가능할까요?”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에 강우연의 눈동자에 조금의 희망이 스쳤다.“그럼.”하지만 잠시 후, 뭔가 떠올린 듯한 강유리가 커다래진 눈으로 물었다.“설마... 금조그룹... 지훈 씨 때문에 파산한 거예요?”사실 한지훈을 다시 만난 뒤로 강우연은
“네 보스, 무슨 다른 분부라도 있으십니까?”한민학이 다급히 물었다.지금까지 그는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이다!한지훈의 기세는 매우 강했고, 비록 앉아 있어도 한민학은 자신이 그에게 견줄 수 없다는 걸 느꼈다.“김 씨 가문이 남긴 협력 프로젝트를 골라내서 강우연에게 넘겨. 기억해, 강우연에게만 넘겨야 돼,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돼!”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네……알겠습니다.”한민학은 황급히 대답했고, 비록 마음속에는 의문이 있었지만 추궁할 수 없었다.“다른 볼일 없으면 먼저 가 봐.”한지훈이 담담히 말하자, 한민학은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보스, 부탁이 있습니다. 3일 후 S시에서 부하들이 개최한 유명 인사들의 교류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목적은 김 씨 가문의 프로젝트를 받은 가문과 기업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죠. 여기 특별 초청장이 몇 장 있는데 부하들이 보스와 부인을 모시고 싶어 합니다.”“일단 놔둬, 시간이 되면 갈 테니까.”한지훈이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예!”한민학은 그에게 인사를 한 뒤 낭월 산장을 떠났다.낭월 산장을 벗어나서야 한민학은 긴장이 완전히 풀려 버렸고, 그의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한편, 강 씨 가문의 별원 안.강희연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적지 않은 물건을 부수며 강문복에게 말했다.“아빠! 정말 우리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당하고만 있어야 해? 강우연이 강 씨 가문으로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나한테는 기회조차 없을 거라고!”하지만 강문복은 덤덤하게 차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웃으며 대꾸했다.“희연아, 그만. 이미 사람을 시켜서 조사를 했는데 한지훈은 그저 귀향한 군인일 뿐 아무런 세력이 없다. 한 씨 가문은 이미 5년 전에 망했어, 한지훈 그 집을 잃은 개가 뭘 할 수 있겠니? 김 씨 가문이 남긴 프로젝트를 그 사람은 절대로 받을 수 없다!”“정말이야?”그의 말을 들은 강희연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흥! 그럴 줄 알았어, 강우연 그 천한 계집애는 평생 강 씨 가문에 돌아올 생각도 하
말을 마친 서경희는 거실에서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강학주에게 소리쳤다.“그만! 너무 정신없잖아! 이것 좀 보라고, 이게 당신 딸이 데려온 그 집을 잃은 개가 한 짓이야! 이 일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절대 용서는 없을 줄 알라고!”밖에서 서경희는 강학주의 체면은 세워주었지만, 집에만 오면 그는 공처가가 된다.“여보, 우연이는 이미 강 씨 가문에서 쫓겨났어. 그런데 나보고 어떡하라고?”강학주가 두 손을 펴 보이며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말했다.“당신도 봤다시피 한지훈은 그저 막돼먹은 놈일 뿐이야!”“하하, 속으로는 아직도 그 계집애를 걱정하고 있는지 누가 알아! 내가 단단히 알려주는데, 강우연은 절대 강 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어! 이 집에서 걔 자리는 없다고! 그리고 내일 한민학을 보러 가는 일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어? 잘 아는 친구가 있다면서? 우리 신이가 갈 수 있기는 한 거야?”서경희가 물었다.“잘 안될 것 같아, 한민학을 아무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 강 씨 집안의 지위로는 희박하지, 아버지도 우리 집을 신경 쓰지 않으시는데 내 친구들로는 한민학 군단장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 같네.”강학주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뭐라고? 당신 정말 도움 되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네, 한지훈보다도 더 무능하기 짝이 없어!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당신한테 시집을 왔는지! 이번 일도 안 되면 우리 신이는 어떡하라고? 어르신은 지금 온통 강미연 그 게집애 밖에 눈에 안 들어오고 우리 신이는 안중에도 없어! 나중에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우리 집은 강문복에게 쫓겨나게 될 거야!”서경희가 강학주의 코를 가리키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욕을 해댔고, 강학주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가만히 서서 그녀의 구박을 받아냈다.“……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지.”이튿날 아침, 한지훈네.“우연아, 내가 옛날 친구들과 연락이 닿아서 오늘 한민학 군단장님을 만나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게 됐어.”한지훈이 말했다.”“네? 한……한
“언니……”강우연은 살짝 겁이 났는지 재빨리 한지훈의 손을 뿌리쳤다.강희연은 서늘한 얼굴로 강우연과 한지훈을 바라보며 다가왔다.“너희는 여기가 어딘지 알기나 해? 빨리 꺼져, 우리 강 씨 가문에 먹칠하지 말고! 만약 나랑 민학 그룹의 협력에 방해라도 되면 너희가 그 책임을 질 수라도 있겠어?!”강희연의 기세에 강우연은 기가 눌려 당황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그냥 가는 거 어때요?”하지만 한지훈은 물러서지 않았다.“이미 왔으니 다시 돌아가는 건 도리가 아니지. 만약 민학 그룹이 널 선택하면?”이 말을 들은 강우연은 넋을 잃었다, 그녀는 원래 아무런 희망도 품고 있지 않았는데…현장에 이렇게 많은 S시의 명문가와 대기업 회사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자신을 민학 그룹이 무슨 근거로 자신을 뽑겠는가?“뭐라고?”강희연이 콧방귀를 뀌며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말했다.“한지훈, 꿈도 꾸지 마. 민학 그룹이 너희 같은 쓰레기와 협력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하하, 웃기지도 않는군!”오관우도 그들을 비웃으며 자신의 회색 양복을 정돈하곤 말했다.“제대로 된 선물 하나 가져오지도 않은 것들이 이곳에 발 디딜 생각을 해?”그가 이 말을 하자 강희연은 그제야 한지훈과 강우연이 빈손으로 온 것을 알아챘다.순간 강희연은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내기도 하찮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주변에 있던 세가와 기업의 대표들도 자연스럽게 방금 말다툼을 한 그들에게로 시선이 향하며 빈정대기 시작했다.“저기 강 씨 가문의 강우연과 한지훈 아니야? 저들이 정말 여길 오다니, 철면피가 따로 없군.”“게다가 빈손으로 온 것 좀 봐, 무슨 염치로 온 거지?”“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억 대의 선물을 들고 왔는데 말이야. 이 세계에서는 좋은 선물을 한 사람이 협력도 순조롭다는 걸 모르나 보군.”어젯밤 강 씨 가문의 생신잔치 일은 이미 S 시에 널리 퍼져 있었다.한지훈이 돌아온 뒤 강우연을 데리고 강준상의 생신잔치에서 일을 벌
“됐다! 말하지 말거라, 난 널 모른다!”강학주는 매우 차갑게 말을 끊었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녀 앞을 지나갔다.그러자 강우연은 작은 목소리로 흐느꼈다.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아는 체하기도 싫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이때, 민학 그룹 빌딩의 정문이 열리며 검은색 양복을 입고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걸어 나왔고, 군복을 입고 총을 든 병사 네 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순간, 정문 주변이 매우 조용해졌고, 중년 남성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이번 민학 그룹이 받은 김 씨 가문의 협력 프로젝트 대표인 손의강입니다. 모두들 잘 들어주십시오, 선물을 들고 온 분들은 민학 그룹과 협력을 할 수 없습니다! 선물을 들고 오지 않은 분들만 앞으로 와주십시오!”순간, 선물을 가지고 온 세가와 기업의 대표들은 모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은 정문도 들어가지 못한 채 협력을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뭐라고?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럼 괜히 온 게 아닌가……”“손 매니저님, 이건 안 되죠! 저희는 군단장님을 뵈어야 합니다, 저흰 소양 그룹에서 왔다고요! 전에 이미 인사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저는 왕 씨 가문의 아들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이미 왕 회장님과 연락을 했습니다! 저도 군단장님을 봬야겠습니다!”떠들썩해진 현장을 본 오관우도 당황하며 손에 든 선물을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그중 특히나 거세게 항의하는 몇 명은 네 명의 군복을 입은 병사들에 의해 제압당했다.“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군단장님의 뵙겠다고 하다니! 군단장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게 속임수를 쓰며 뇌물을 바치는 겁니다! 계속해서 소란을 피운다면 직접 내쫓겠습니다!”손의강이 살기가 배어 있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마침내 떠들썩하던 현장이 조용해졌다.그들은 그제야 상대방이 S시의 작전 구역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그들과 맞서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강희연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고, 오관우의 팔을 잡아당기며
하지만 한지훈의 격려에 강우연은 용기를 내 앞으로 나갔고,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다.순식간에, 그녀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왜냐, 그녀의 손에는 선물이 없었기 때문이다!선물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앞전에 한지훈이 한 말을 떠올렸고, 속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을 증오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손의강은 일찍이 한민학의 명령을 받았고, 멀리서 한지훈도 보았기에 나지막이 웃으며 물었다.“저……저는 강우연이라고 합니다.”강우연은 온몸을 떨고 있었고,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강우연? 어느 회사 소속이죠?”손의강이 되묻자, 강우연은 얼어붙었다.그녀는 아무런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데!그녀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한지훈이 대답도 하기 전에 강신과 서경희가 손을 들어 웃는 얼굴로 달려들었다.서경희는 더욱 큰 소리로 말했다.“강 씨 그룹입니다, 우연이는 저희 강 씨 가문 사람이고 제 딸입니다!”“맞아요, 제 누나이기도 하죠. 저는 강신이라고 하고 여기 제 명함입니다.”강신은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냉큼 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파렴치한도 따로 없지, 서경희와 강신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그 두 사람은 속으로 매우 흥분되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 누가 한민학이 선물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라도 했겠는가! 심지어 선물을 받지 않을뿐더러 선물을 들고 온 사람들과의 협력을 곧장 거절하고, 오히려 유일하게 선물을 들고 오지 않은 강우연만이 선택을 받지 않았는가!이것은 기회이다, 강신의 기회! 그리고 강 씨 가문 차남 집안의 기회!이때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우연이가 당신 딸이라고? 그리고 누나? 내가 기억하기로는 어제 당신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한지훈, 네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입 닥쳐!”서경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욕설을 퍼부었다.“그래! 한지훈, 넌 아직 우리 강 씨 가문의 사위도 아니잖아,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단 말
결국, 한지훈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강우연에게 말했다.“우연아, 저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생각해야 해. 지금 저 사람들은 민학 그룹과의 협력을 따내기 위해서 널 이용하려는 거에 불과하다고.”강우연은 온몸을 떨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들이 내 아버지이고, 엄마, 동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잖아요. 지훈 씨, 난 5년을 기다렸어요, 정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요……”한지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연아, 날 믿어줄 수 있어?”“네!”강우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지훈 씨를 믿어요!”한지훈은 그녀의 작은 손을 꽉 붙잡고는 곧이어 말했다.“그럼 내 말을 들어.”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강학주 식구들을 바라보며 손의강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는 저 사람들을 모릅니다! 그들은 저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고, 강우연은 이미 강 씨 가문과의 관계가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직접 제 아내와 부녀 관계를 끊었다고 직접 말하기까지 했고요!’쿠궁!이 말은 강학주 식구들의 귀에 박혔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며 의견이 분분했다.강희연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학주 일가도 협력을 받지 못하는 한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가해지지 않는다.다만, 강우연이 민학 그룹의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속 좁은 강희연에게 있어서 매우 언짢은 일이 아닐 수 없다!강우연이 뭐 때문에?“한지훈! 너 미쳤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우리 집안일이야,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서경희는 잔뜩 화가 나서 손을 들어 한지훈을 내리치려 했지만, 그녀의 팔목은 허공에서 한지훈에 의해 잡혀버렸다.한지훈은 냉랭한 얼굴로 서경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여자를 때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죠!”서경희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고, 공포감에 몸을 덜덜 떨었다.한지훈의 눈빛은 마치
한지훈과 강우연은 이미 차로 돌아갔고, 돌아가는 길에 강우연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지훈 씨, 어떡하죠? 그들이 저희를 미워하지 않을까요? 지훈 씨가 방금 말한 그 조건들은 너무 한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다시는 날 손녀로 인정하지 않을까 봐 걱정돼요……”강우연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불안해져갔다.한지훈은 그녀의 작은 손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그들은 분명 너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부탁하러 올 거야. 왜냐하면, 이번 협력은 강 씨 가문에게 있어서 몇 년 동안 만나기 어려운 기회거든. 만약 네 할아버지가 강 씨 가문이 끊임없이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너한테 와서 부탁할 거야.”“하지만, 할아버지는 연세가 있으신데 저한테 직접 와서 부탁을 한다니. 전 차마 못 하겠어요, 전……”강우연은 여전히 마음씨가 너무 고왔고, 이 시점에서도 강준상을 걱정하고 있었다.“우연아, 설마 평생 강 씨 가문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은 거야? 분명 계속 강 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한지훈이 물었다.“하지만……”강우연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날 믿어, 내가 다 알아서 할게.”한지훈이 말하자, 강우연은 숨을 깊게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지훈 씨 말 들을게요!”그녀는 말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지훈의 손을 꽉 붙잡았다.“참, 지훈 씨는 어떻게 한민학 군단장님이 선물을 싫어하신다는 걸 알았어요?”강우연은 큰 눈을 깜빡이며 의구심을 품고 물었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의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이건 너무 뜻밖의 일이었다, 현장에 그렇게 많은 돈과 세력이 있는 가문과 기업이 있었는데, 민학 그룹은 그중에서도 하필 그녀를 선택하다니.정말 한지훈과 한민학이 아는 사이라도 되는 걸까?“이건 설명하기 쉽지, 한민학은 오군 주군의 사령관, 즉 군인이야. 군인은 분명 규율을 매우 중요시할 거고! 게다가 내가 들은 바로는 한민학은 매우 청렴하고 정직한 사람이야! 그러니 뇌물을 건넨 사람들은 한민학을 모욕하는 거나
“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임천덕의 뺨을 강타했다.임천덕은 그 자리에서 바닥을 뒹굴며 마당으로 나가떨어졌고, 그의 광대뼈까지 함몰되었다.얼굴이 시뻘겋게 부어오른 임천덕은 마치 부모를 잃은 듯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들어와라!”한지훈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날카롭게 호통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러운 태도로 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때가 돼서야 도청전인은 사태의 전말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는 한지훈의 손에 들린 약환 세 알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한지훈의 의도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천덕은 손으로 함몰된 얼굴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기어 다시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그가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말해라. 이 약은 대체 무슨 약이지? 그리고 네 몸에 해독제는 있는 거냐?!”한지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이... 이 약은 ‘백일단장단’이라 불리는 약입니다. 이걸 먹으면 백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아무리 경지가 높은 강자라도 창자가 썩어 죽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임천덕은 말을 하며 몰래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한지훈의 살기가 서린 시선을 마주친 순간, 그는 몸을 움츠리며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그러더니 서둘러 몸에서 파란색 작은 병을 꺼내 들고는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하, 한지훈 선생님! 이… 이게 해독제입니다!”한지훈이 병을 받아 들고 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왔고, 확실히 해독제임이 틀림없었다. 한지훈은 다시 임천덕에게 차갑게 물었다.“이 약을 더 가지고 있나?”임천덕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의 손끝을 보았고, 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백일단장단이었다.임천덕은 서둘러 남은 다섯 알을 꺼내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 약은 총 여덟 알뿐입니다. 이것은 제 스승님께서 임종 전에 물려주신 것입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이 약을 조제할 줄 모릅니다!”한지훈은 약환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천덕은 품에서 검붉은 약환 세 알을 꺼내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약은 현재 다섯 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세 알이면 한지훈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예를 갖추며 약환 세 알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쳐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은 약환 한 알을 집어 들고 코밑에 가져가 냄새를 맡았고, 순간 지독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사람을 살리는 약이라면, 그 향기가 반드시 은은하게 퍼지기 마련이다.그러나 이처럼 비린내가 나는 약은 독약임이 분명했다.초보적인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알아챌 수 있는 이런 속임수는 한지훈 앞에서 더더욱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오호, 약이 꽤 좋아 보이는군요.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백생단입니까?”한지훈은 약환을 손에 들고 입으로 가져가는 척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임천덕은 순간 당황했다. 이건 명백한 만성 독약인데, 백생단이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귀의문의 역대 종사들은 독약을 연구하는 데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전혀 열의가 없었다.한지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임천덕은 대답을 망설이다 결국 떠듬거리며 말했다.“그, 그것이... 이 약을 복용하면 부패한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살이 돋아나며, 오장을 보양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어서 백생단이라 부릅니다!”“임 문주, 이렇게 좋은 약이라면 문주께서도 하나 드셔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한지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약환을 들고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아, 아뇨!”임천덕은 두 손을 흔들며 급히 말했다.“이 약은 너무나 귀해서 제가 먹으면 낭비일 뿐입니다! 필요한 분께 써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임천덕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임천덕, 정말 내가 의술에 대해 모를 줄 알았나? 이 약의 냄새가 이토록 비릿한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독성이 섞인 것이지?”“아, 아뇨! 한지훈 선생님, 오해십니다! 저희
한지훈은 손을 가볍게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에이, 사람이 이렇게 선의로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차갑게 대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임 문주?”임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염려 마십시오. 제가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습니다!”그는 한지훈의 맞은편에 앉아 손을 뻗어 맥을 짚기 시작했다.약 오 분 정도 지나, 임천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제 진단에 따르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상처가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오장육부에 손상이 갔습니다. 만약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한지훈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 제 상처가 그렇게 심각합니까? 얼마나 심한 상태란 말이죠? 치료를 미루면 어떻게 됩니까?”“그게... 치료를 미루면 오장이 손상되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임천덕은 신중한 척하며 답했다.하지만 그의 말은 전부 허풍이었고, 그는 한지훈이 의술에 무지하리라 믿고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지훈 앞에서 그의 의술은 고사하고 황약사조차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로 보잘것없다는 것을 말이다! 천생서문에는 만 가지 학문이 담겨 있었으며, 의술은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게다가 한지훈은 본래 의술에 관심이 많아, 용국군에서도 ‘신의’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이었다.천생서문의 여러 학문 중에서도 한지훈이 가장 정통한 분야는 바로 의학이었다.“아이고, 이렇게 위험할 줄이야! 임 문주께서 제때 와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아직도 무지한 채로 있을 뻔했군요. 오늘 아침만 해도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한지훈이 이런 말을 하자, 도청전인은 다급해지며 황급히 손을 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런 자의 말만 믿어선 안 됩니다. 비록 제가 부족하지만, 의학에 조금 식견이 있으니, 제가 직접 진맥을 해보겠습니다!”하지만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선생님, 저희
문에 들어서자마자, 임천덕은 한마디 말도 없이 두 제자의 뺨을 연달아 갈기고는 한지훈의 발치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아직도 뭐 하고 있느냐! 어서 한지훈 선생님께 무릎 꿇고 사죄드려라!”그러자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됐습니다. 저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니, 그냥 그들을 내버려두십시오.”“어서 한지훈 선생님의 너그러운 은혜에 감사드려라!”임천덕이 제자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한지훈 선생님의 관대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두 제자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고 물러났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임천덕은 한지훈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다 제 불찰입니다. 제가 평소 문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제자들이 감히 한지훈 선생님을 모독하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괜찮습니다, 임 문주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미소를 띠고 물었다.임천덕은 도청전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잠시 머뭇거렸고, 다시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사실 요 몇 년간 특히 젊은 세대 가운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이는 다름 아닌 한지훈 선생님이십니다!”“무엇보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친히 파용군을 이끄시어 오국 연합군을 격파한 그 업적은, 용국의 국경을 수호하신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위대한 공로입니다!”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이 늙은이는 말만 열었다 하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군, 이런 자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하는 법!“며칠 전, 제가 강중 지역을 지나던 중 라이언 킹 찰리가 한지훈 선생님께 도전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필 얼마 전, 한지훈 선생님께서 청봉문에서 부상을 입지 않으셨습니까!”“제가 알기로 이 찰리라는 자는 내력이 대단하며, 아시란치 가문의 일원입니다. 그래서 한지훈 선생님의 상태를 염려하여 이렇게 진료를 도와드리려 온 것입니다. 제 의술은 변변찮습니다만, 그래도 귀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지훈 선생님께 조금이
한지훈은 그들을 다시 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며, 천검종의 두 제자에게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냥 쫓아내라. 나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임천덕의 두 제자는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돌아와 임천덕에게 울며 하소연을 했다.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반쯤 감긴 눈으로 둘을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쓸모없는 놈들! 이런 네놈들의 태도에 한지훈이 어찌 고분고분 따를 거란 말이냐!"노 씨 어르신이 화를 내자 임천덕이 앞으로 나와 다급히 말했다. “노 씨 어르신, 진정하십시오. 제가 직접 가서 반드시 한지훈이 고분고분 따르게 만들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두 제자를 흘겨보고 소리쳤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당장 따라와라!”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임천덕의 뒤를 따라 한지훈의 별장 앞에 다시 도착했다.별장 입구에 있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자 눈썹을 치켜세우며 칼자루를 움켜쥐고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아까 준 교훈이 부족했나 보군!”“아뇨, 아닙니다! 두 분은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저는 임덕천이라고 하고, 특별히 한지훈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임천덕은 상냥하고 공손한 태도로 두 천검종 제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못하는 법.게다가 임천덕은 어쨌든 귀의문 문주로서 나름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천검종 제자들도 함부로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의 두 제자와는 다르게 임천덕은 상황 판단이 빨랐으며 처음부터 태도에서 격식과 진지함이 느껴졌다.“너희 둘, 당장 이리 와라!”임천덕이 뒤에 있던 두 제자를 향해 소리치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풀이 죽은 얼굴로 다가갔다. “두 분께 사과드려라!”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며 임천덕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했다.하지만 그들이 주저하는 사이, 임천덕이 그들의 뺨을 갈겼다. “귀가 먹었느냐?!”임천덕이 또다시 호통을 치자,
필경 상대방의 신분을 알지는 못했기에, 제자들은 냅다 경솔하게 무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키 큰 남자는 여전히 실눈을 뜨고는 고개까지 쳐든 채 얄미운 표정으로 그들을 도발하였다. “얼른 나와서 우리를 맞이하라고 해! 우린 귀의 임천덕 문주의 제자들이거든! 우리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한지훈 사령관이 곧 용국 무종의 체면이 걸린 찰리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기에 특별히 직접 나서서 상처를 치료해 주겠다고 하셨거든!”“사실 우리 사부님은 이렇게 쉽게 주동적으로 나서서 은혜를 베풀지는 않으셔! 이번에는 오직 무종을 위해서 나서신 거지. 무려 우리 사부님의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키 큰 남자는 거만한 표정을 한 채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암만 생각해도 그들이 감히 사사로이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아 이내 급히 별장으로 달려가 한지훈에게 보고하였다. “한 선생님, 별장 앞에 두 중년 남자가 찾아왔는데 귀의 임천덕의 문하생들이라고 합니다.” “귀의 임천덕이 직접 하산하여 한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고, 선생님더러 얼른 나와서 자신들을 맞이하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임천덕은 무종의 체면을 위해서 이번에 특별히 나서려고 한답니다!”‘뭐? 임천덕?’ 한지훈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지만, 도청 전인에게는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사실 임천덕은 오래전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람을 구한다면 기본적으로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긴 했지만, 반면 누군가 독극물을 먹고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열 건 중 아홉 건을 흔히 임천덕의 짓으로 의심하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달려와서 한지훈의 상처를 치료한다니. “주상, 이 사람은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맹의 편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차라리...”도청 전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예상이 갔다. 그는 노 씨 어르신이 보낸 살인자라는
그 말을 들은 임천덕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목숨을 살리는 게 아니라 끊으라고?’ “그건... 어렵진 않긴 한데, 어르신께서 그렇게까지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여전히 어리둥절했던 임천덕은, 노 씨 어르신이 자신을 강중으로 부른 목적을 알지 못했다. 임천덕은 사람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확실히 황약사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죽이는 건 아예 다른 일이었다. “사실...”이내 노 씨 어르신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고, 또 라이언 킹 찰리와 한지훈의 결전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자초지종을 듣게 된 임천덕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한동안 깊이 생각에 잠긴 후에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저더러 독을 넣으라는 것입니까?”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임천덕을 노려보았다. “뭔 소리 하는 거야! 난 엄연히 무맹 장로인데, 어떻게 그렇게나 일을 추잡하게 진행할 수가 있어?” “게다가 라이언 킹 찰리는 이방인이야. 이방인이 우리 용국 공신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미는데 내가 어찌 용국 공신에게 독을 먹일 수가 있냐고! 너 날 대체 뭐로 보는 거야?”쉿!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제대로 혼쭐이 난 임천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 그... 그럼 대체 어떻게 진행하실 심산인 겁니까?”노 씨 어르신은 침착한 표정으로 임천덕을 힐끗 보며 말했다. “전에 낙구영과 한번 대결을 치르는 과정에 한지훈이 부상을 입게 됐어. 아마 결전 전에는 어떻게든 반드시 상처를 치료하려 할 거야. 하지만... 상처라고 모두 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 말 알겠지?”눈을 깜박거리던 임천덕은 한참을 궁리하고 나서야 노 씨 어르신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젠장... 그 말은 즉 한지훈한테 독을 내려라는 거 아니야?’ “하지만 결전 당일 전까지 한지훈은 죽으면 안 돼, 알겠어?”노 씨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즉 노 씨 어르신
노 씨 어르신은 음흉한 표정을 한 채 이를 갈며 말했다. “안됩니다, 선생님! 찰리님의 뜻을 오해하지는 마세요. 결투하기 전까지, 절대 한지훈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혹여 죽게 되더라도 찰리님의 손에 죽어야 합니다!”로말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그 이유는 이번 결투는 찰리의 미래 인생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한지훈이 찰리의 손에서 죽지 않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노 씨 어르신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다면 찰리 선생한테 이 말을 꼭 전해줘. 그가 원하는 대로, 결투 그날 반드시 한지훈을 죽여달라고!”그제야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이내 서로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뒤이어 로말은 자리를 떠났고, 노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방 안을 몇 바퀴씩 돌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그는 갑자기 약왕파 황약사를 떠올렸다. 그러나 거듭된 고민 끝에 그는 생각을 접었다. 만약 황약사가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었다면, 한지훈은 진작에 그의 손에 죽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황약사 또한 무맹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강자는 아니었다. 필경 무적천과는 동급의 강자였으니까. 노 씨 어르신은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접고는 성내의 다른 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문득, 귀의 임천덕이 떠올랐다. 귀의문은 무종 중에서도 무도 패륜이라고 불리는 작은 문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귀의문 역시 만만치 않은 강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나 그들은 독극물을 잘 이용하고 의술도 능통했다. 게다가 약왕파 다음으로, 의도로 문파를 세운 종문이었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귀의문의 문주인 임천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평소에 명성이 극히 나쁘기로 유명했던 임천덕이, 무려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건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격이었다. 무맹은 단지 민간 조직일 뿐이긴 하지만, 그 지위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귀의문의 미래도
한편 그 시각 강중의 한 스위트 룸에서는, 금발을 한 한 30대의 남자가 어린 모델 두 명을 껴안고는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옆에 있는 백인 남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뭐? 그 한지훈이라는 놈이 무맹 사람들한테까지 미움을 샀단 말이야?”이 금발의 남자가 바로 라이언 킹 찰리였다. 그가 이번에 강중으로 온 것은 바로 한지훈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일단 한지훈에게 손을 대지 않고 먼저 다른 몇 명의 용국 종문 장교나 문주들을 처단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모두 한지훈에게 덮어씌울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한지훈은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될 테고, 무종도 한지훈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뜻밖에도 한지훈이 이미 무맹의 미움을 사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다 된 밥상에 누군가가 숟가락을 얹어준 셈이었다. “찰리, 저희 이번 기회를 아주 잘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무맹 쪽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려고요!”백인 남자는 라이언 킹 찰리의 곁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당장 무맹에 연락해서 내가 곧 3일 후에 한지훈과 결투를 하게 될 거라고 전달해! 만약 그가 감히 도망치려 한다면, 무종 전체는 전멸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거야!”이내 찰리는 손에 든 물컵을 깨뜨리며 환호하였다. “네!”백인 남자는 짧은 대답과 함께 돌아서서는 스위트 룸을 나섰다. 아시란치 가문의 자손으로서 라이언 킹 찰리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격을 차리는 걸 중시했었다. 전에 서효양을 암살하러 갈 때도 그는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었다. 그런데 만약 이번 기회에 한지훈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그야말로 최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 명예를 안고 유럽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온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에게 있어 권력과 명예는, 아시란치 가문의 명예보다도 훨씬 중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절했던 건, 한지훈의 몸에 있는 하나의 용심이었다. 용심만 되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