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승낙에 사람들의 반응은...“허.”“말도 안 되는 소리!”비웃음뿐이었다.“지금 웬만한 기업들은 다들 그것만 노리고 있는데 자기가 아직도 한정그룹 도련님인 줄 아나봐?”강준상의 태도 역시 사람들과 별 다르지 않았다.“지난 5년 동안 뭘 하면서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영하는 기업은커녕 인맥 하나 없는 네가 무슨 수로? S시의 웬만한 기업들은 전부 금조그룹의 남긴 프로젝트를 노리고 있을 텐데? 그래, 네가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5일 안에 해내. 그럼 우연이뿐만 아니라 너도 내 손주사위로 인정해 줄 테니까.”만약 한지훈이 실패한다면 강우연이라는 오점을 영원히 지울 수 있을 테고 만약 성공하여 금조그룹 프로젝트만 따낸다면 강운그룹의 주가 역시 치솟을 것이다. 이건 강운그룹이 한 단계 더 상승하여 재계 50위권 기업에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가슴속에 능구렁이 100마리는 넘게 키우고 있는 강준상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을 사위로 받아들인다면 5년 전 그 치욕을 두 사람이 첫 눈에 서로에게 반했다쯤으로 무마할 수 있을 테니 어느 쪽이나 그에게 나쁠 것이 없었다.‘뭐 그래도 지까짓 게 무슨 수로 5일 안에 해내겠어...’하지만 한지훈의 대답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5일이나 필요없습니다. 하루면 충분합니다.”“지금 그 프로젝트를 손에 쥐고 있는 누구인지 알긴 해? 너 같은 건 평생 말도 못 붙일 분이셔!”강희연이 팅팅 부은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할아버지, 지훈 씨 S시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데 무슨 수로...”강우연이 애원을 해봤지만 강준상의 태도는 단호했다.“억지로 강요한 적 없어. 사내라면 자기가 하겠다고 한 일은 무조건 해내야지. 이 험한 세상에서 정말 너희 모녀를 지켜낼 수 있는지 검증하는 테스트 정도라고 생각해라.”강우연의 다급함을 눈치챈 한지훈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나 믿어.”“하지만...”“몸 깨나 쓰는 거 보니까 어디 조직
“우연이 대신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선물을 보낸이로 온갖 그룹 회장 이름이 언급되던 그때,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네가?”잠깐 흠칫하던 강준상이 바로 호통을 쳤다.“거짓말도 정도껏 쳐야지. 너희 가문이 몰락했다는 건 이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이야. 네가 무슨 수로 이걸 구해?”“하, 프로젝트도 따내겠다 그러더니 이제 저 선물도 자기가 보낸 거라고 그러네? 이건 뭐... 리플리 증후군인가?”“강우연 쟤도 참 불쌍해. 어쩌다 저런 남자랑 얽혀서는...”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 비수처럼 강우연의 가슴이 꽂히고 결국 그녀는 다시 한지훈의 손목을 잡았다.“제발... 제발 그만 좀 해요.”한지훈이야말로 제발 자기를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한다.한고운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말했다.“내일 저택으로 계약서가 도착할 겁니다. 약속... 꼭 지키십시오, 회장님.”말을 마친 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잡고 파티홀을 벗어났다.물론 사람들은 그의 말 따위에 신경도 쓰지 않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물상자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말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우연은 결국 또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지훈 씨까지...”“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라니까. 저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든 난 전혀 신경 안 써. 그리고 너,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그런데... 금조그룹 프로젝트라니... 누구한테 이걸 부탁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걸요...”한지훈의 위로에도 강우연의 얼굴에는 수심으로 가득했다.“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니까. S시 친구들한테 부탁하려고.”“정말... 가능할까요?”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에 강우연의 눈동자에 조금의 희망이 스쳤다.“그럼.”하지만 잠시 후, 뭔가 떠올린 듯한 강유리가 커다래진 눈으로 물었다.“설마... 금조그룹... 지훈 씨 때문에 파산한 거예요?”사실 한지훈을 다시 만난 뒤로 강우연은
“네 보스, 무슨 다른 분부라도 있으십니까?”한민학이 다급히 물었다.지금까지 그는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이다!한지훈의 기세는 매우 강했고, 비록 앉아 있어도 한민학은 자신이 그에게 견줄 수 없다는 걸 느꼈다.“김 씨 가문이 남긴 협력 프로젝트를 골라내서 강우연에게 넘겨. 기억해, 강우연에게만 넘겨야 돼,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돼!”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네……알겠습니다.”한민학은 황급히 대답했고, 비록 마음속에는 의문이 있었지만 추궁할 수 없었다.“다른 볼일 없으면 먼저 가 봐.”한지훈이 담담히 말하자, 한민학은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보스, 부탁이 있습니다. 3일 후 S시에서 부하들이 개최한 유명 인사들의 교류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목적은 김 씨 가문의 프로젝트를 받은 가문과 기업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죠. 여기 특별 초청장이 몇 장 있는데 부하들이 보스와 부인을 모시고 싶어 합니다.”“일단 놔둬, 시간이 되면 갈 테니까.”한지훈이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예!”한민학은 그에게 인사를 한 뒤 낭월 산장을 떠났다.낭월 산장을 벗어나서야 한민학은 긴장이 완전히 풀려 버렸고, 그의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한편, 강 씨 가문의 별원 안.강희연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적지 않은 물건을 부수며 강문복에게 말했다.“아빠! 정말 우리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당하고만 있어야 해? 강우연이 강 씨 가문으로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나한테는 기회조차 없을 거라고!”하지만 강문복은 덤덤하게 차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웃으며 대꾸했다.“희연아, 그만. 이미 사람을 시켜서 조사를 했는데 한지훈은 그저 귀향한 군인일 뿐 아무런 세력이 없다. 한 씨 가문은 이미 5년 전에 망했어, 한지훈 그 집을 잃은 개가 뭘 할 수 있겠니? 김 씨 가문이 남긴 프로젝트를 그 사람은 절대로 받을 수 없다!”“정말이야?”그의 말을 들은 강희연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흥! 그럴 줄 알았어, 강우연 그 천한 계집애는 평생 강 씨 가문에 돌아올 생각도 하
말을 마친 서경희는 거실에서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강학주에게 소리쳤다.“그만! 너무 정신없잖아! 이것 좀 보라고, 이게 당신 딸이 데려온 그 집을 잃은 개가 한 짓이야! 이 일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절대 용서는 없을 줄 알라고!”밖에서 서경희는 강학주의 체면은 세워주었지만, 집에만 오면 그는 공처가가 된다.“여보, 우연이는 이미 강 씨 가문에서 쫓겨났어. 그런데 나보고 어떡하라고?”강학주가 두 손을 펴 보이며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말했다.“당신도 봤다시피 한지훈은 그저 막돼먹은 놈일 뿐이야!”“하하, 속으로는 아직도 그 계집애를 걱정하고 있는지 누가 알아! 내가 단단히 알려주는데, 강우연은 절대 강 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어! 이 집에서 걔 자리는 없다고! 그리고 내일 한민학을 보러 가는 일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어? 잘 아는 친구가 있다면서? 우리 신이가 갈 수 있기는 한 거야?”서경희가 물었다.“잘 안될 것 같아, 한민학을 아무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 강 씨 집안의 지위로는 희박하지, 아버지도 우리 집을 신경 쓰지 않으시는데 내 친구들로는 한민학 군단장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 같네.”강학주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뭐라고? 당신 정말 도움 되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네, 한지훈보다도 더 무능하기 짝이 없어!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당신한테 시집을 왔는지! 이번 일도 안 되면 우리 신이는 어떡하라고? 어르신은 지금 온통 강미연 그 게집애 밖에 눈에 안 들어오고 우리 신이는 안중에도 없어! 나중에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우리 집은 강문복에게 쫓겨나게 될 거야!”서경희가 강학주의 코를 가리키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욕을 해댔고, 강학주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가만히 서서 그녀의 구박을 받아냈다.“……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지.”이튿날 아침, 한지훈네.“우연아, 내가 옛날 친구들과 연락이 닿아서 오늘 한민학 군단장님을 만나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게 됐어.”한지훈이 말했다.”“네? 한……한
“언니……”강우연은 살짝 겁이 났는지 재빨리 한지훈의 손을 뿌리쳤다.강희연은 서늘한 얼굴로 강우연과 한지훈을 바라보며 다가왔다.“너희는 여기가 어딘지 알기나 해? 빨리 꺼져, 우리 강 씨 가문에 먹칠하지 말고! 만약 나랑 민학 그룹의 협력에 방해라도 되면 너희가 그 책임을 질 수라도 있겠어?!”강희연의 기세에 강우연은 기가 눌려 당황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그냥 가는 거 어때요?”하지만 한지훈은 물러서지 않았다.“이미 왔으니 다시 돌아가는 건 도리가 아니지. 만약 민학 그룹이 널 선택하면?”이 말을 들은 강우연은 넋을 잃었다, 그녀는 원래 아무런 희망도 품고 있지 않았는데…현장에 이렇게 많은 S시의 명문가와 대기업 회사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자신을 민학 그룹이 무슨 근거로 자신을 뽑겠는가?“뭐라고?”강희연이 콧방귀를 뀌며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말했다.“한지훈, 꿈도 꾸지 마. 민학 그룹이 너희 같은 쓰레기와 협력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하하, 웃기지도 않는군!”오관우도 그들을 비웃으며 자신의 회색 양복을 정돈하곤 말했다.“제대로 된 선물 하나 가져오지도 않은 것들이 이곳에 발 디딜 생각을 해?”그가 이 말을 하자 강희연은 그제야 한지훈과 강우연이 빈손으로 온 것을 알아챘다.순간 강희연은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내기도 하찮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주변에 있던 세가와 기업의 대표들도 자연스럽게 방금 말다툼을 한 그들에게로 시선이 향하며 빈정대기 시작했다.“저기 강 씨 가문의 강우연과 한지훈 아니야? 저들이 정말 여길 오다니, 철면피가 따로 없군.”“게다가 빈손으로 온 것 좀 봐, 무슨 염치로 온 거지?”“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억 대의 선물을 들고 왔는데 말이야. 이 세계에서는 좋은 선물을 한 사람이 협력도 순조롭다는 걸 모르나 보군.”어젯밤 강 씨 가문의 생신잔치 일은 이미 S 시에 널리 퍼져 있었다.한지훈이 돌아온 뒤 강우연을 데리고 강준상의 생신잔치에서 일을 벌
“됐다! 말하지 말거라, 난 널 모른다!”강학주는 매우 차갑게 말을 끊었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녀 앞을 지나갔다.그러자 강우연은 작은 목소리로 흐느꼈다.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아는 체하기도 싫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이때, 민학 그룹 빌딩의 정문이 열리며 검은색 양복을 입고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걸어 나왔고, 군복을 입고 총을 든 병사 네 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순간, 정문 주변이 매우 조용해졌고, 중년 남성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이번 민학 그룹이 받은 김 씨 가문의 협력 프로젝트 대표인 손의강입니다. 모두들 잘 들어주십시오, 선물을 들고 온 분들은 민학 그룹과 협력을 할 수 없습니다! 선물을 들고 오지 않은 분들만 앞으로 와주십시오!”순간, 선물을 가지고 온 세가와 기업의 대표들은 모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은 정문도 들어가지 못한 채 협력을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뭐라고?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럼 괜히 온 게 아닌가……”“손 매니저님, 이건 안 되죠! 저희는 군단장님을 뵈어야 합니다, 저흰 소양 그룹에서 왔다고요! 전에 이미 인사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저는 왕 씨 가문의 아들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이미 왕 회장님과 연락을 했습니다! 저도 군단장님을 봬야겠습니다!”떠들썩해진 현장을 본 오관우도 당황하며 손에 든 선물을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그중 특히나 거세게 항의하는 몇 명은 네 명의 군복을 입은 병사들에 의해 제압당했다.“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군단장님의 뵙겠다고 하다니! 군단장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게 속임수를 쓰며 뇌물을 바치는 겁니다! 계속해서 소란을 피운다면 직접 내쫓겠습니다!”손의강이 살기가 배어 있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마침내 떠들썩하던 현장이 조용해졌다.그들은 그제야 상대방이 S시의 작전 구역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그들과 맞서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강희연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고, 오관우의 팔을 잡아당기며
하지만 한지훈의 격려에 강우연은 용기를 내 앞으로 나갔고,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다.순식간에, 그녀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왜냐, 그녀의 손에는 선물이 없었기 때문이다!선물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앞전에 한지훈이 한 말을 떠올렸고, 속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을 증오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손의강은 일찍이 한민학의 명령을 받았고, 멀리서 한지훈도 보았기에 나지막이 웃으며 물었다.“저……저는 강우연이라고 합니다.”강우연은 온몸을 떨고 있었고,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강우연? 어느 회사 소속이죠?”손의강이 되묻자, 강우연은 얼어붙었다.그녀는 아무런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데!그녀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한지훈이 대답도 하기 전에 강신과 서경희가 손을 들어 웃는 얼굴로 달려들었다.서경희는 더욱 큰 소리로 말했다.“강 씨 그룹입니다, 우연이는 저희 강 씨 가문 사람이고 제 딸입니다!”“맞아요, 제 누나이기도 하죠. 저는 강신이라고 하고 여기 제 명함입니다.”강신은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냉큼 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다.파렴치한도 따로 없지, 서경희와 강신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그 두 사람은 속으로 매우 흥분되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 누가 한민학이 선물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라도 했겠는가! 심지어 선물을 받지 않을뿐더러 선물을 들고 온 사람들과의 협력을 곧장 거절하고, 오히려 유일하게 선물을 들고 오지 않은 강우연만이 선택을 받지 않았는가!이것은 기회이다, 강신의 기회! 그리고 강 씨 가문 차남 집안의 기회!이때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우연이가 당신 딸이라고? 그리고 누나? 내가 기억하기로는 어제 당신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한지훈, 네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입 닥쳐!”서경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욕설을 퍼부었다.“그래! 한지훈, 넌 아직 우리 강 씨 가문의 사위도 아니잖아,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단 말
결국, 한지훈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강우연에게 말했다.“우연아, 저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생각해야 해. 지금 저 사람들은 민학 그룹과의 협력을 따내기 위해서 널 이용하려는 거에 불과하다고.”강우연은 온몸을 떨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들이 내 아버지이고, 엄마, 동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잖아요. 지훈 씨, 난 5년을 기다렸어요, 정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요……”한지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연아, 날 믿어줄 수 있어?”“네!”강우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지훈 씨를 믿어요!”한지훈은 그녀의 작은 손을 꽉 붙잡고는 곧이어 말했다.“그럼 내 말을 들어.”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강학주 식구들을 바라보며 손의강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는 저 사람들을 모릅니다! 그들은 저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고, 강우연은 이미 강 씨 가문과의 관계가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직접 제 아내와 부녀 관계를 끊었다고 직접 말하기까지 했고요!’쿠궁!이 말은 강학주 식구들의 귀에 박혔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며 의견이 분분했다.강희연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학주 일가도 협력을 받지 못하는 한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가해지지 않는다.다만, 강우연이 민학 그룹의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속 좁은 강희연에게 있어서 매우 언짢은 일이 아닐 수 없다!강우연이 뭐 때문에?“한지훈! 너 미쳤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우리 집안일이야,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서경희는 잔뜩 화가 나서 손을 들어 한지훈을 내리치려 했지만, 그녀의 팔목은 허공에서 한지훈에 의해 잡혀버렸다.한지훈은 냉랭한 얼굴로 서경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여자를 때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죠!”서경희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고, 공포감에 몸을 덜덜 떨었다.한지훈의 눈빛은 마치
천생서문 전체 문장 중 총 6곳에서 이 네 글자가 나타났고, 한지훈은 줄곧 이 단어가 후손들을 격려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삼절진의 묘사와 결부하여 다시 읊어보게 된 한지훈은 이 단어 속에, 반드시 숨겨진 뜻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른바 인성승천이란, 인체 속에 포괄된 만상이 우주와 통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은 즉, 인력은 사실 우주와도 연관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체의 잠재력만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천지를 뒤흔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자연계를 이루게 된다.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두 손을 뒤로 젖힌 채 서재를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 도청 전인이 주전자 하나를 들고는 나타나 한지훈의 옆 책상에 올려놓았다. “주상, 차 한 잔 하시죠!”“그래!”“와이프는 잠들었고?”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요 며칠 간병인이 항상 사모님을 저녁 8시 전에 잠들게끔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쯤이면...”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흘깃 보았다. “이미 잠들었겠네요.”그제야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신이 써 내린 그 종이를 도청 전인에게 건네주었다. “도청, 이것 한번 좀 봐봐. 자네는 몇십 년 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이런 것에 대한 이해는 나보다 강할 거라 생각해.” 두 손으로 공손히 종이를 받은 도청 전인은 내용을 자세히 읽고는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주상, 자세한 내용은 너...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안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두 글자가 있습니다!”“그 두 글자가 뭔데?”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여러 곳에서 자기장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는 이 '인'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장이야 어디든 다 있죠. 자연계든 인체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액은 정상적으로 흐를 수도 없고, 숨도 쉴 수 없게 됩니다!”“그럼 과연 인체 안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것인가, 아니면 인체 밖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궁인은 황급히 재빠른 걸음으로 천자각을 뛰쳐나왔고, 국왕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양성우를 흘깃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이만 물러가!”“네!”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양성우는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물러났다. 약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진우는 재빨리 천자각에 들어섰다. “폐하!”진우는 도착하자마자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이것 봐 봐! 한지훈 이놈, 이번에 제대로 큰일을 저질렀더구나!”국왕은 비보를 진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진우는 비보를 확인하자마자 두 손을 덜덜 떨며 비보를 땅에 떨어뜨렸다. “어... 어떡하면 좋죠! 장 씨 집안은 동방 가문과는 차원이 다른데요!”진우도 몹시 당황해 보였다. 자고로 용국 사람들은 누구 하나 천산 장 씨 집안의 특권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설사 한지훈이 북양 왕이라는 신분이 있다 하더라도, 장 씨 집안사람을 죽이게 된 이상 장 씨 집안이 찾아와 복수라도 하게 된다면 용국은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됐다. 수천 년 동안 탄탄한 바탕으로 계승해 온 장 씨 집안을, 한지훈 한 사람이 어찌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폐하, 이번 일은 어떻게 하실...”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국왕뿐만 아니라 진우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일에 대해 우리가 정면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여전히 미리 준비는 좀 해야 해. 일단 한지훈한테 전해, 요즘 조심하라고. 그리고...” 국왕은 왔다 갔다 서성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능하면 사람을 보내서 한지훈을 지키고 있어!”그 말에 진우는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지키라고? 무신종이든 천산 장 씨 집안이든 한지훈을 죽이고 복수하려 마음먹고 사람을 보낸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파견할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흑병대에서는 웬만한 강자들은 다 막아낼 수 있는 고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예!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러나 어찌 됐든 국왕의 명령이었기에 진우는 무조
한지훈은 눈앞의 노인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대체 무슨 사고를 저질렀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장월동 이놈이 날 사칭하고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악행을 저질렀기에 내가 혼내준 것뿐이야!”“비록 난 거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북양 왕으로서 감히 우리 용국을 모독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응당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 장월동 한 사람만 죽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말을 마치자마자 한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 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노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장월동조차도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이 괜히 나섰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일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유 씨 어르신, 이젠 어떡하죠? 만약 천산 장 씨 집안이 장 씨 도련님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알게 되면 반드시 추궁할 텐데요!”이내 유 씨 어르신 뒤에 서 있던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우리 무극문은 결코 한지훈을 대신해서 이 책임을 짊어질 수는 없지. 당장 가서 차 한 대 준비하고, 장월동의 시체를 그대로 천산에 돌려보내. 반드시 장 씨 집안에...”말을 이어가던 노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흔들었다. “됐어, 내가 직접 갈 거야!”이번 일은 꽤나 중요한 일이었기에 유 씨 어르신 감히 부하들에게 맡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잘못 말했다가는 무극문이 멸망의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 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 몇 명은 들것을 들고 와서, 장월동의 시체를 올려놓고는 차에 올라탔다. 곧이어 검은색 승용차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치 방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같은 날, 강릉은 발칵 뒤집히게 됐다. 십여 명의 대 가문의 가주들, 그리고 상속자들이 모두 죽게 되었다. 심지어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죽음을 당하게 됐다. 최고 부자의 아들인 낙소종마저 호텔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강릉 상류
그리하여 장월동은 결국 삼절진의 비법을 흔쾌히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삼절진이야말로 한지훈을 망설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어디 있는데?”그러자 장월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속옷 안에 있어! 내가 속옷 위에 꿰매어 놨거든.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어!”장월동은 직접 건네고 싶었지만, 두 어깨가 이미 부서진 상황이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뻗어 장월동의 옷을 찢고 그의 속옷까지 찢었다. 그의 말대로 속옷 안에는 흰 비단 한 장이 꿰매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된 문자로 삼절진에 대한 설명이 빽빽이 쓰여 있었다. 한지훈은 잠시 훑어보고는 그 내용들을 곧바로 마음속에 아로새겼다. “한지훈! 이제 날 풀어줄 수 있지?”장월동은 고개를 들어 긴장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한지훈의 표정은 조금도 미동이 없었다. “그래도 너를 이렇게 풀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넌 그냥 죽어줘야겠어!”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라고?”그 말을 들은 장월동은 벌컥 화를 냈다. 원하는 걸 내주면 날 풀어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데? “한지훈, 너 이렇게 뻔뻔하게 말을 바꿀 수가 있어!”장월동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뭐라고? 난 너랑 뭔 약속 같은 건 안 한 것 같은데?”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장월동을 바라보았다. 젠장! 잔뜩 격분한 장월동은 하마터면 이를 깨뜨릴 뻔했다. 방금 마음이 너무나도 급했던 그는 한지훈이 약속을 하기도 전에 삼절진을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하더라도 이미 늦었다. “한...”장월동이 입을 떼기도 전에, 오릉군 가시가 차가운 빛을 반짝이며 장월동을 향해 찔렀다. “푸!”그렇게 오릉군 가시는 아예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장월동의 미간을 뚫어 아예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푸!”이내 장월동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사실 장월동 그조차도, 천산 장 씨 집안을 떠난 후 현재의 절진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큰 위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과거 그가 천산에 있을 당시, 역시나 천절진을 사용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위력은 매우 약했었다. 그러나 눈부신 전광과 굉음과 함께 한지훈을 덮치기 시작하는 토네이도의 모습에, 장월동은 이미 한지훈의 죽음을 확신했다. “쏴!”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의 별들이 빛을 번쩍이더니 한지훈이 오릉군 가시를 던지자 한줄기 유광이 토네이도의 중심으로 날려갔다. “찢어!”이내 한지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한 줄기 유광이 오릉군 가시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오릉군 가시는 순식간에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토네이도 속에서는 잇달아 비명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토네이도는 육안으로 보아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약화되었다. 장월동은 눈앞의 이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고, 그가 멍하고 있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날카롭게 곧장 그를 향해 날려갔다. 쿵! 이번만큼은 장월동의 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푸른 광막은 쉽게 뚫리게 됐고, 오릉군 가시는 바로 그의 왼쪽 어깨를 뚫었다. “푸!”이내 한 줄기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장월동의 몸은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갔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월동은 땅에 힘없이 떨어지게 됐고,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는 거의 질식할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온 그는 한 번도 이렇게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왼쪽 어깨 전체가 거의 부서진 상황이었다. 장월동이 땅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으로 그의 또 다른 어깨를 꽉 잡았다. “철컥!”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월동의 또 다른 한쪽 어깨도 깨져버렸다. “아악!”너무 아픈 나머지 장월동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쇼크 할 뻔하여, 몸을 끊임없이 벌벌 떨기도 했다. “한... 한지훈, 살려줘! 나... 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한지훈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암만 봐도 장 씨 집안은 확실히 탄탄한 바탕이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장월동은, 고층 건물 18층의 높이에서 지면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 광경을 목격한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비명을 질렀다. “아악! 누군가 위층에서 떨어졌어!”“다들 비켜요!”“얼른 앰뷸런스 불러요!”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때, 장월동은 힘껏 허리를 비틀어 겨우 발을 땅에 착지하였다. 하마터면 뒷걸음질 쳐 넘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그의 뒤에 있던 검은색 승용차를 한 손으로 짚고 나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바로 그때, 한지훈도 몸을 훌쩍 날려 18층 고층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다. 필경 장월동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설령 10여 층의 고층 건물에 아무런 반항 없이 떨어지게 되더라도 그에게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그 누구든지 일단 천왕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육체는 금강석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단단해지니까. 넘어지기는커녕, 포격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쉽게 다칠 일은 없게 된다. 그리하여 한지훈이 끝까지 쫓아온 것이었다. 장월동은 다시 또 다가오는 한지훈의 모습에,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한지훈! 설마 너 정말 나랑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거야!”그제야 장월동은 단단히 화가 폭발했다. 한지훈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반격을 당하게 됐으니, 장 씨 집안은 이미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게다가 지금의 한지훈은 더 이상 용서하지도 않고 기어코 그를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니 장월동의 내심 두려웠다. 지금으로선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남은 천절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직 펼쳐보지 못한 남은 천절진의 진법을 시전 하게 되면, 어쩌면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네 두 손은 이미 피로 가득 물들었잖아. 그러니 넌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그는 부자 상인들을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그
보라색 번개가 거침없이 창문으로 돌진하는 모습에, 한지훈은 두 눈을 살짝 감고는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안정시키기로 했다. 사실 한지훈은 동방 오우와 맞붙을 때도 비슷한 진법을 쓰긴 했지만, 장월동이 펼친 이러한 진법은 한지훈도 아직 파악해내진 못한 상황이었다. 오직 감각에 의해서만 발휘해 내는 진법은, 물론 동방 오우와 장월동에게 있어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지훈에게 남겨진 시간은 점점 짧아지기만 했다. 일단 보라색 번개를 맞게 되면, 설령 5성 용급 천왕계인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필경 천위는 인간이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뒤이어 보라색 번개가 룸을 덮치는 순간, 앞쪽에서 무릎 꿇고 있던 10여 명의 재계 거물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 장면만으로도 보라색 번개의 위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무자비하게 천지를 파괴하는 위력에 한지훈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다시금 공명감이 엄습하게 되자, 한지훈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내 한줄기 금빛이 한지훈의 가슴에서 솟아올랐다. 만연한 금빛에 한지훈은 갑자기 홀가분함을 느끼게 됐다. 곧이어 한지훈의 몸에서는 한 줄기 광막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동방 오우가 펼쳐 보였던 진법이었다. 비록 한지훈은 그중 일부만 배워냈을 뿐이었지만, 장월동의 진법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쾅!”바로 그때, 흰색의 기랑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지훈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담효운만이 금빛 광막 속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됐다. 그에 반면 무릎 꿇고 있던 나머지 부자 상인들은 거의 모두 피투성이가 되었다. “우르르!”“쾅쾅!” 연이은 번개가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몰려들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개는 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게 됐다. “아니...”방금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하던 장월동은, 뜻밖의 모습에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천절진의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위력은 천산 산기슭에 있는 수십
안타깝게도 천생 서문에는 삼절진에 관한 내용은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록은 매우 상세히 돼 있었다. 삼절진은 조룡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왔지만, 조룡 이후로는 더 이상 삼절진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자고로 삼절이란 바로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천절전이 가장 포악했고, 지절전이 가장 오묘했으며, 인절진이 가장 잔인했다. 장월동은 삼절진 중에서도 오직 천절진만을 수련해 왔었고, 그가 선보인 이 남색의 광막이 바로 천절진의 기운이었다. 이 기운은 심지어 천둥과 번개와도 같은 엄청난 위력과 효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 기운에 타격을 입게 되면, 그 어떤 만물이든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외에도 천절진은, 당시 금용왕이 펼친 진법과도 비슷한 점이 꽤나 많았다. “훗! 그래, 네가 영리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애석하게도, 넌 젊은 나이에 일찍 죽게 됐네!”장월동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하늘에서는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자고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천위였다. 그 어느 속박에도 얽매이지 않은 천위는 얼마든지 하늘과 땅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불길한 생각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고, 먼 허공에는 어두운 구름만 은은하게 모였다. 검은 먹구름들은 하늘과 해를 가렸고, 구름층 속에는 짙은 남색의 전광이 누비며 노닐고 있었다. “어?”“아니... 도련님, 저희 모두 결백합니다!”“도련님,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모두 도련님을 맞이하러 이곳까지 온 겁니다!”어느새 수십 명의 부자 상인들은 그의 기운에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깜짝 놀란 낙소종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먹구름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게 된 이상, 룸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살아나갈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한 선생님!”이내 담효운도 고개를 들어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이미 온몸이
장월동은 자신의 진법이 정말 효과를 거두고, 게다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까지 쉽게 튕겨낸 걸 보고는 갑자기 신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동안 집안의 어른들이 줄곧 이 진법을 열심히 연습해라고 충고를 한 이유를 그제야 깨닫게 됐다. 사실 장 씨 집안이 세속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단지 수천 년간 줄곧 조룡 묘지를 수호해 온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 씨 집안은, 조룡부터 시작하여 모든 오묘한 진법들을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룡이 남긴 진법은 그 위력을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5대 명산도 쉽게 등한시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그제야 장월동은 득의양양하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5성 룡급 천왕계와의 맞대결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쉬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 자신이 한지훈을 정말 과대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다시 한지훈의 손아귀로 돌아온 오릉군 가시는, 알 수 없는 강한 위력과 함께 다시 돌아오게 됐다. 예상치 못한 기운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굳힐 수 있었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장월동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당황함은 전혀 없고, 오히려 여유롭게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한 선생님, 괜찮으세요?”겨우 한 라운드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게 된 한지훈의 모습에, 담효운은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현재로선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대결이 시작되었기에 아직 승패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천산 장 씨 집안, 역시 내 예상 밖 실력이었어!”한지훈도 결코 이 강한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장월동 또한 동방 오우만큼 5성 용급 천왕계 경지까지 도달했다면, 오늘 정녕 누가 죽게 될지는 정말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장월동의 실력은 동방 오우에 비해 하늘땅만큼의 차이가 났다. 어쩐지 천생 서문의 기록에 따르면, 천산 장 씨 집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