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표정 관리도 잊고 입을 떡 벌리고는 한지훈의 손을 잡은 이한승을 바라보았다.이안그룹 이 회장이, S시 재계 요지부동 1위 재력가 이한승이 한지훈에게 굽신거리다니!수많은 고위 관료들이 그와 친분을 쌓으려고 다가가도 모두 거절했던 인물이었다.그런 사람이 왕태훈을 무시하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한지훈에게 굽신거리다니 믿기지 않았다.사람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지훈은 품에 아이를 안고 있었기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이한승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그 모습이 더욱 꼴사나웠다.왕태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건방진 자식!이한승이 먼저 손까지 내밀었는데 저 멍청한 자식은 보는 체도 하지 않다니!왕태훈은 이한승이 자신을 보지도 않고 지나쳤다는 사실도 있고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회장님이 손까지 내밀었는데 그걸 무시해? 예의가 없어도 분수가 있지!”왕태훈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기태식도 덩달아 한지훈을 비난했다.“한지훈! 넌 너무 건방져! 이분은 이안그룹 회장님이시라고! 글쎄 넌 당연히 모르겠지만 딱 봐도 대단한 인물이라는 게 안 보여? 당장 이 회장님께 사과드려!”“당장 사과해!”왕소연도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한승에게 다가갔다.“이 회장님, 죄송해요. 그런데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닌가요? 이 사람은 강운의 데릴사위인데 현재 백수예요. 회장님께서 극존칭을 쓸만한 사람은 아닌데요?”서경희 일행은 대화에 낄 수 없었다.이한승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왕태훈 일가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무엄하다! 한 선생한테 이 무슨 무례야! 나랑 한 선생은 오래전부터 우정을 쌓아온 사이야! 비록 한정그룹은 사라졌지만,난 옛정을 저버리는 인간이 아니라고! 한 선생은 당신들이 말하는 백수도 아니야. 이분은 북….”이한승은 다급한 마음에 하마터면 한지훈의 진짜 신분을 발설할 뻔했다.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으로
바로 이때 한지훈은 한고운을 품에 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아니라 제 아내랑 그리고 아내 가족에게 사과하시죠.”“한지훈, 너 선 넘지 마! 네가 상가견이라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 이갑부만 믿고 까불지 마!”왕소연은 한지훈이 한 말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즉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서연은 딸이 소리를 치며 화를 내자 덩달아 순간 안색이 변하면서 따라서 소리쳤다.“그래! 네가 뭔데 우리 보고 사과하라는 거야! 너 우리 사위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이러는 거지? 우리 사위는 H시 기 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참, S시에서 회사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야!”물론 서연은 홧김에 한 소리고 기태식은 당연히 그녀의 말에 반대했다.두 사람의 말을 듣고 한지훈은 눈썹을 들썩였다.그리고 이미 멍해진 강우연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 뒤를 이한승도 따라갔다.화난 모습으로 콧방귀를 뀌면서 말이다.모두가 떠나는 모습을 보이자 왕태훈은 조급해졌다.한걸음에 다가가 왕소연의 뺨을 때리고 호통쳤다.“닥쳐! 당장 사과해! 이갑부에게 미움을 사면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당장 사과해!”갑작스러운 상황에 왕소연은 제자리에 굳어졌다.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아버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딸을 때린 적이 없다.“미안해, 내가 와인을 네 몸에 쏟아서 미안해. 우연아, 언니 한 번만 용서해줘.”왕소연은 당황한 채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마지못해 사과했다.왕태훈은 또다시 서연을 노려보며 눈치를 줬다.그러자 서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서경희에게 사과했다.“경희야, 언니가 잘못했어. 내가 워낙 좀 생각이 없는 편이라 말이 막 나가.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마.”그러자 서경희는 대범한 척하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말했다.“어머, 언니, 가족끼리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속이 좁은것도 아니고.”그렇게 기고만장하던 모녀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한
“당장 내려!”두목인 장한이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 휘두르면서 보닛을 마구 내리쳤다.그러자 보닛은 순간 움푹 꺼져 들어가 버렸다.차 안에서 강유연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한고운을 꼭 안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저 사람들 다 뭐예요? 지훈 씨, 우리 그냥 신고해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강우연을 지그시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나가서 처리하고 올 테니 고운이랑 차에 있어.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차에서 내리면 안 돼! 알았어?”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는 내내 긴장하며 불안해했다.“조심해요.”“아빠, 파이팅!”한고운은 솜 주먹을 꼭 쥐고 더없이 진지하게 아빠에게 응원을 해주었다.예쁜 딸의 응원에 한지훈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다가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차 문을 확 밀고 나갔다.문 주위에 있던 괴한 세 명은 그 자리에서 날아가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한지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문을 꼭 잠갔다.그리고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내뿜고서 아주 평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누가 보냈어?”쓰러졌던 괴한들은 힘겹게 일어나 분노가 가득한 채로 소리를 질렀다.“X발! 이런 미친 X을 봤나! 죽고 싶어 환장했어!”그러면서 그중 한 괴한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한지훈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팍!시간이 정지라도 된 듯이 야구 방망이는 공중에서 한지훈에게 잡혔다.괴한이 아무리 힘을 써도 야구 방망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모든 과정을 목격한 다른 괴한들은 순간 멍해졌다.그러나 친구가 장난하는 줄 알고 대뜸 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철아, 너 X발 뭐 하는 거야? 그냥 때려! 여자 생기더니 마음이 약해진 거야?”철이는 지금 당황하기 그지없다.“나도 때리고 싶어! 근데 이 X 힘이 너무 세!”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지훈은 발로 철이의 복부를 강하게 차버렸다.그러자 철이는 연처럼 훨훨 4, 5미터나 날아가 가로등을 박았
”아아아! 귀신이다! 얼른 도망가!”괴한 중 누군가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순간 남은 괴한들은 몽둥이를 버리고 미친 듯이 승합차로 달려가 도망치려고 했다.가장 먼저 도망간 괴한은 당연히 제일 기고만장했던 우두머리다.육덕진 몸으로 좌석을 비집고 들어가 미친듯이 소리쳤다.“X발! 오늘 X됐어! 얼른 밟아!”그러나 차안의 여러 명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승합차 앞에 우뚝 서서 무서운 살의를 토해내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기 때문이다.우두머리는 이를 보고 험상궂은 얼굴로 다시금 소리를 질렀다.“밟아! 저 X죽여!”우웅!삽시간에 승합차는 스포츠카에 불과한 느낌을 자아내며 액셀을 끝까지 밟아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한지훈을 박으려고 했다.하지만 한지훈은 이내 덤덤한 얼굴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괴한들의 승합차를 보면서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그리고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지훈은 손을 들어 고속으로 달려오는 승합차를 내리쳤다.쿵!천지가 뒤흔드는 듯한 진동이 크게 울렸다.승합차는 큰 충격을 받으며 보닛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관성에 의해 차 뒷부분도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차안에 있던 괴한들은 일제히 앞으로 쏠려 나왔다.쿵쿵!앞 유리가 와장창 깨지면서 세 명의 괴한이 그대로 유리를 뚫고 나왔다.운전기사는 앞 유리에 몸이 박힌 패 피범벅으로 되어 그 자리에서 죽었다.우두머리도 몸 절반이 승합차를 뚫고 나가 얼굴에 유리가 가득 박혀 선혈이 낭자했다.한지훈은 단번에 우두머리의 옷깃을 잡아당겨 차에서 억지로 끌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보냈어?”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이 괴한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모른다고! 너 인제 끝났어! 우리 형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절대!”이를 듣고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발을 들어 괴한의 무릎을 세게 찼다.순간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거리 전체에 널리 퍼졌다.괴한은 눈동자가 붉어지고 얼굴에 핏줄이 가득한 채로 비명을 질
S시, 어느 별장 안.현재 방성훈은 단정하게 별장 안 소파에 한 여인을 안고 앉아 있다.품속의 여인은 속옷만 입은 채 예쁘게 빠진 몸매를 더없이 섹시하게 움직이고 있다.방성훈은 흡족하는 듯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시가를 피우고 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현금이 자그마치 2억이나 있다.“하하하하! 그래! 좋아!”방성훈은 전화를 끊고 웃음이 만발한 얼굴로 테이블 위의 현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여인을 단김에 확 잡아당겨 부드러운 피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오늘은 너랑 사랑해야겠어! 내가 깊게 사랑 해줄게!”“아이, 부끄러워요.”쿵!별장의 정문이 누군가에 의해 차여 문 전체가 그 자리에서 터졌다.문 앞을 지키고 있던 부하들은 고속으로 날려가 큰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한쪽에 있는 술상에 깡그리 쓸어 넘어지고 입으로 피를 뿜어내며 생사를 알 수 없었다.살의로 가득 찬 한지훈은 그렇게 별장 안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사신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공포에 질린 모습이 역력한 방성훈을 보고 물었다.“네가 방성훈이야?”방성훈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이 화를 내며 한지훈을 삿대질하고 물었다.“X발! 너 뭐 하는 XX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쳐들어 와!”“지키고 있던 X들은 다 어디 갔어!”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한 걸음씩 서서히 다가가 태연자약한 얼굴로 방성훈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문 앞에 있던 네 부하들 그러는 거야? 다 죽었어.”별장 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말 한마디에 별장 안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것 같았다.방성훈은 아무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평온한 모습으로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어린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자식, 좀 하나 봐? 근데 감히 겁도 없이 이곳으로 쳐들어온 걸 보면 죽으려고 아주 환장을 했구나?”한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으며 자기 앞에 서 있는 방성훈을 보고 답했다.“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나 봐?”“하하하!”방성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전화도 안 받는 거야!”방성훈은 핸드폰에 대고 욕을 하였다.그리고 마침내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오빠, 왜 그래요?”옆에 있던 여인도 차츰 걱정되기 시작했다.불안하기는 방성훈도 마찬가지이지만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말했다.“괜찮아, 신호가 없어서 그런가 봐.”말을 마치고 방성훈은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정체가 뭐야?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한지훈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내 차 뒤에 사람 붙이고 우리 일가족 습격하라고 지시 내린 사람이 너 방성훈 아니야?”한지훈의 답을 듣고 방성훈은 그제야 무거운 돌이 내려지는 느낌이 들었다.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시가를 피우며 웃으며 답했다.“하하하, 난 또 누구라고, 너였구나! 강씨 가문의 하찮은 사위, 한씨 가문의 상가견, 한지훈이었구나! 네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영호 걔들이 실패했다는 뜻인데, 너도 어느 정도 좀 하나 봐? 그럼, 그냥 고개 숙이고 내 밑으로 들어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돈도 여자도 만져주게 할게. 어때?”방성훈은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마저 우러나왔다.한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우선 네 제안은 너무 별로야!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 난 복수하러 온 거야! 나 말이야, 다른 건 어느정도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아내랑 딸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히 못 있어. 아니, 너 같은 놈 입에서 우리 아내랑 딸 언급되는 것도 역겨워! 넌 가장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고 내 마지노선을 건드렸다는 말이야! 누구야? 네 배후에 있는 사람.”한지훈의 말을 듣고 여유로웠던 방성훈은 다시금 당황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다시 마음을 부여잡고 태연한 척하며 소리쳤다.“X발! 너 지금 나 겁주는 거니? 내가 S시에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배후를 불어 본 적이 없어! 내가 3살짜리 얘도 아니고 네 말에 겁먹고 빌 줄 알았어
퉁!방성훈은 가격을 듣고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왼손 하나에 10억원 이라니!값에 놀라 기절할 뻔했지만, 방성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오른손이 이미 잘렸으니, 왼손까지 잃게 할 수는 없었다.“좋아요! 형님 말대로 10억으로 할게요!”방성훈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형님, 제가 지금 너무 어지러워서 그러는데, 제발 좀 살려주세요. 병원으로 당장 가야겠어요.”그러자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허허! 내가 끝났다고 그랬어? 네 배후에 있는 놈이 누군지 말해, 그래야 병원에 갈 수 있어.”배후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자 방성훈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일단 배후의 이름을 부르면 앞으로 S시에는 방성훈이 있을 곳이 없게 될 것이다.이쪽 업계에도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규칙을 어기고 싶지 않아 방성훈은 이내 갈등하고 있었던 것이다.“말하기 싫으면 계속 거래나 할까? 다리는 값이 얼마나 돼?”한지훈이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네?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제 다리는 값이 얼마 안 됩니다.”방성훈은 또다시 당황하기 시작했다.“20억!”한지훈이 덤덤하게 다리의 가격을 말했다.쓰읍!방성훈은 숨을 들이마시며 온몸에 솜털이 곤두섰다.다리 하나에 20억원 이라니!대놓고 사기 치는 것과 뭐가 다른가!방성훈은 돈이 있으나 이 정도로 돈이 있는 건 아니다.“형님, 저 진짜 돈 없어요. 다리 값이 20억이라니, 저 돈 없어요.”방성훈은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다.“그래? 그럼, 네 뜻은 다리가 없어도 된다는 거야?”한지훈은 수라와 같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방성훈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20억으로 해도 좋습니다!”지금 방성훈의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이번에 맡은 일은 겨우 2억을 보상으로 받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써 30억이나 줘버렸다.정말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그러나 순순히 대답한 것과 달리 방성훈은 마음속으로 포효하고 있었다.‘아아아! 미친
”그래? 그럼, 네 말대로 네 목숨을 가져갈 수 없어.”한지훈은 말하면서 소파에서 일어났다.손에는 온몸에 솜털이 곤두설 정도로 아찔한 비수를 휘두르며 한 걸음씩 천천히 땅에 주저앉아 있는 방성훈을 향해 걸어왔다.방성훈은 질서 있게 휘둘러지는 비수를 바라보며 온몸이 경직되어 숨도 가빠지기 시작했다.그 순간 방성훈은 사신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살의를 내뿜으며 별장 전체를 뒤덮을 듯이 한지훈의 눈빛을 마주했다.무섭다!두려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아아아아! 제발 살려주세요! 말할게요! 오관우, 오찬 그룹의 도련님이 시킨 겁니다! 일이 무사히 끝나면 2억 준다고 하셨습니다.”배후의 이름을 내뱉은 순간 방성훈이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몸에 힘이 쭉 빠졌다.오늘 밤 이후로 더 이상 S시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한지훈의 차가운 눈매에 날카로움이 뿜어져 나왔다.“오관우!”그리고 한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장을 떠났다.한지훈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서야 방성훈은 땅에서 일어났다.비틀거리며 별장 밖으로 나가 부하를 찾아 병원으로 가고 싶었다.그러나 아직 나가기도 전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살수들이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너희들 뭐야! 뭐 하려는 거야!”방성훈은 당황한 얼굴로 거실 안을 빼곡히 채운 20여 명의 살수들을 경계하며 보았다.그리고 이때 정도현이 걸어 들어왔다.정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방성훈, 너 너무 오래 살아서 죽고 싶었어? 어디 감히 선생님께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지!”정도현을 본 순간 방성훈은 놀라서 땅에 주저앉았다.“정 나리, 제가 잘못했습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저도 그분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은 몰랐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제가 그만 실수를 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정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선생님이 널 풀어 준다고 해서 나도 널 풀어 주는 건 아니야. 당장 이놈 묶어서 강에 던져버려!”“네!”순간 여러 명의 살수들은 방성훈을 묶어버렸다.방성훈이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요, 들었습니다! 그럼 저... 바로 연락할게요!”구원항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두 손으로 버튼을 마구 눌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무서웠다. 방금 한지훈은 진왕검만을 탈환한 것이 아니라, 카일 가문의 미움까지 사게 됐다. “만약 여전히 불복한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돼!”한지훈은 몸을 돌려 갑판 너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느새 갑판 위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진우조차도 멍하니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지훈아, 차라리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두자.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잖아!” “그저 하나의 장식품일 뿐, 우리 용국에는 검이 많고도 많은데 저거 하나 있어봤자야!”그러자 한지훈은 차갑게 웃었다. “아무리 소용없다 하더라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어놔도 되는 거잖아!”그 말에 오마르는 단단히 화가 났다. 감히 카일 가문의 상징과도 같은 귀한 것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려 하다니? 설령 한지훈이 고의로 그들을 자극하려고 한 말이라 하더라도, 방금 그 발언은 확실히 선을 넘긴 했다. “이봐, 어린 친구. 정말 이대로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겠다는 거야?”이때 선실에서는 위엄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선실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방금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한지훈은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같은 천신계 강자로서, 그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일성 준천신의 경지에 있긴 하지만, 상대의 기세는 더욱 안정적이었다. 그 말은 즉, 그는 훨씬 오래된 준 천신계 강자라는 것이다. 사실 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단지 이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봐, 용국의 어린 청년! 당장 정복자의 검을 내려놓지 못해! 내 사부님이 있는 한, 넌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해야 돼!”이때, 오마르는 눈가가 찢어지는 상처를 참아내며 미친 듯이 노호했다.
“모욕이라니? 네가 모욕당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한지훈은 오마르를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무대 방향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진왕검을 잡을 기세였다. “너... 나를 물리치게 되면 카일 가문으로부터 저 검을 손쉽게 뺏어낼 수 있을 것 같아?”오마르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크게 소리쳤다. 지금의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엄연히 아직 천왕계 강자에 지나칠 뿐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천신계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천신계 강자와 견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방금 심상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는 것은, 바로 이 배에 또 다른 천신계 강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설사 일성 준천신이라 하더라도 그 실력은 한지훈이 절대 우러러볼 수 없을 정도였다. “뺏어내다니? 우리가 방금 말했듯이, 진왕검은 예로부터 용국 국왕의 패검이야. 너희 카일 가문이야말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강도들이라고!”“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들 명심해! 카일 가문은 용국 국기를 반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용국 국왕에게 직접 사죄까지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 유럽을 피바다로 만들어서라도 카일 가문을 짓밟아버릴 거야!”잔잔한 바다 위, 한지훈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오마르는 여전히 땅에 떨어진 장검을 힘없이 쥐고 있었다. 그의 어깨뼈는 이미 한지훈에 의해 밟혀 깨져버려 더 이상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이 상황까지 돼서도, 자신의 스승이 왜 여전히 가만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지훈이 이렇게 날뛰는 것을, 그냥 빤히 보고 있겠다는 건가? “팍!”바로 이때, 한지훈은 손을 뻗어 나무상자를 손에 쥐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백발의 노인을 힐끗 보았다. “가져가! 우리 카일 가문이 베푸는 아량이야!”노인의 눈빛 속에는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지만, 말투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것이 바
“이... 이건 조석이잖아!”오마르의 얼굴에는 순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성신바다의 진법은 매우 강하긴 하지만, 조석만큼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조석은 자연계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통제하기 힘든 기운이었다. 그런데, 한지훈이 손을 들자 뜻밖에 조석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무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백발노인은, 입을 벌름거리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한 갈래의 보이지 않는 힘은, 마치 크나큰 그물처럼 단번에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을 덮쳐버렸다. 오마르는 눈앞의 이 장면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장검을 든 그의 손은 끊임없이 떨려났다. 그 이유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 그는 비할 데 없이 강한 위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실력이 약했더라면, 아마 진작에 이 위압에 눌려 처참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칼을 휘두르기는커녕 손에 든 장검을 꽉 쥐기도 벅찰 것이다. “이 진법은 어때?”그때, 한지훈은 얼굴이 창백해진 오마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오마르는 마치 하늘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다닥!”이내 사람들은 오마르의 골격이 끊어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어냈다. “안돼!”곧이어 오마르는 고개를 들어 노호하기 시작했고, 5성 용급 천왕계 기운을 뿜어내며 어떻게든 이 보이지 않는 위압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헛수고일 뿐이었다. 그가 들어 올린 두 팔은 곧바로 아래로 처지게 됐다. 지금 그는 마치 두 손으로 한 행성을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적인 두 개의 힘은 전혀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푸!”결국 오마르는 갑판 위에서 털썩하고는 주저앉아 피를 뿜어냈다.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갑판 바닥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느끼게 됐다. 이 힘은, 그가 일생 동안 마주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힘이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오마르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지
“하하!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네. 용국 무종 문파는 비록 많긴 하지만 그중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야! 너희 용인들은 그들의 진법이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 영원히 알 수도 없는 거라고!” “가소로운 용국인들, 설령 너희 용국의 조상들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내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처럼 비천한 목숨이야!”“오늘 나 오마르, 이 배 위에서 널 죽여버릴 거야!” 붉은 망토를 걸친 오마르의 은발은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고 있었다. 한편 하늘의 천둥소리는 끝없는 천위를 띠고 있었다. 사실 그의 성신바다는 장 씨 집안의 삼절진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곤륜 뇌해에 비하면 정말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 시각, 배 위의 사람들은 모두 더없이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굉음에 귀를 기울이며 온 하늘의 먹구름을 보고 있었다. 마치 이 거대한 유람선이 당장이라도 거대한 파도 속에 뒤집힐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 이미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네가 방금 그랬지, 우리 용국의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그리고 용인들은 그 진법이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른다고.”한지훈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내 말 맞지 않아? 너희 용국 무종 강자들은 힘만 강할 뿐이지 진정한 힘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 진정한 힘은, 이 우주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직접 보아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거야!”“그 말은 즉, 너희 용국에는 진정한 강자란 없고 전부 쓰레기들이라는 거야!”오마르의 말에 진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말대로 여태까지 진우는 진법이 가장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그는 전혀 일격을 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방금 한지훈과 오마르가 진법을 이용하여 비로소 천지를 뒤흔드는 모습에 그제야 자신이 보잘것없음을 깊이 느끼게 됐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사방의 뇌해를 바라보았다. 해수면에 떨어진 한 갈래의 필련은 마
이곳은 엄연히 카일 가문의 개인 영지이기에, 그들이 한지훈을 어떻게 처단하든 누구든지 비난할 수가 없었다. 설령 용국이라 할지라도 간섭할 권리는 없다. “죽어!”바로 이때, 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손바닥을 툭 쳤다. “쾅!”그러자 한지훈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갑자기 기랑이 일었다. 기랑에 부딪힌 세 갈래의 기력은 점점 사라져 갔지만, 반면 기랑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푸! 푸! 푸!”이내 놈들은 연달아 피를 뿜어냈다. 그렇게 2성 천왕계 강자 세 명은 동시에 피를 흘리며, 저 멀리로 몸이 날아올라 갑판을 따라 바로 바다로 떨어졌다. 그 광경에 많은 사람들은 감탄하였다. 정말 강자 중 강자였다. 닥치는 대로 2성 현급 천왕계 강자 세 명을 격파하다니. 어쩐지 젊은 놈이 미쳐 날뛰더라니, 역시나 탄탄한 바탕이 있었구나. 한편 구원항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한지훈을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진우의 작은 졸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에, 그는 비로소 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 말의 참뜻을 깨달았다. “가져와!”한지훈은 무대에서 5 보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무대 위의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소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일 가문의 저력은 절대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었다. “건방진 놈!”바로 그때, 선실에서는 우레와도 같은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은발에 두 눈이 붉은 한 젊은 남자가 갑판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등장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진우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바로 오마르였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세속에 관여할 수 있는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의 수제자다. 그는 5 성 용급 천왕계 실력을 지니고 있는 진천왕이다. 사실 5성 용급 천왕계 중, 진법이나 현기에 대해 잘 모르는 천왕계 강자들은 단지 반천왕이라고만 할 수 있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