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두려움에 젖은 그녀의 표정을 보자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그래도 군에 입대해서 전장까지 구른 나야. 게다가 특수부대 출신이니 저런 테러범 한 명쯤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 가시지 않았다.“그 사람 대체 누구예요? 5년 전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했는데 지훈 씨랑 아는 사람인가요?”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도 잘 몰라. 하지만 조사하면 알게 되겠지.”이때 형사 몇 명이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신분증을 내보이며 한지훈에게 말했다.“선생님, 죄송하지만 몇 가지 조사할 게 있으니 협조 부탁드려도 될까요?”강우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한지훈이 형사들에게 말했다.“좋아요. 저쪽으로 가서 얘기합시다.”말을 마친 그는 강우연의 어깨를 다독이며 놀란 그녀를 달래주었다.“몇 가지 질문만 대답하고 바로 돌아올게.”“알았어요.”강우연이 고개를 끄덕이자,한지훈은 형사들을 따라 구석진 곳으로 갔다.형사가 정색하며 그에게 물었다.“한 선생님, 괜찮으신 거죠?”한지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난 괜찮은데 범인 신상은 나왔나요?”강력계 팀장이 대답했다.“나왔습니다. 형사과 데이터를 조회한 결과 범인은 7년 전 용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성시 일가족 사건의 주범 하준호였습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현지 경찰관들이 끈질기게 단서를 쫓았지만 찾을 수 없었는데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네요.”말을 마친 그는 한지훈에게 사진을 건넸다.“놈의 몸에서 한 선생과 사모님, 그리고 아이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놈이 어젯밤 나타났던 암살자들과 같은 조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근교에서 나온 두 구의 시체도 놈이 한 짓 같아요. 놈의 몸에서 휴대폰이 발견되었는데 번호는 하나만 저장되어 있었습니다.”한지훈은 형사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는 딱 하나, 그 어
보이지 않는 곳에 적이 또 나타났다. 한지훈도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 자신의 안위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아내와 고운이가 걱정이었다.용일이 멀리서 숨을 헐떡이며 다가오더니 물었다.“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난 괜찮아. 근교에 벌어진 사건은 더 조사할 필요가 없겠어. 지금부터 넌 우연이랑 고운이의 신변 안전을 지켜줘. 상대는 또 올 거야!”“네!”용일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다시 돌아오자,강우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괜찮은 거죠? 형사들이 곤란한 질문은 안 했어요?”그녀를 죽이러 온 테러범이었지만 어쨌든 한지훈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인을 했다.한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괜찮아. 조사 끝났어. 상대는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 용의자에 현상 수배범이었어. 신원이 곧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당신을 납치해서 인질로 잡고 도망가려고 했었나 봐. 어쨌든 난 수배범을 잡았으니,나한테 용감한 시민상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군. 물론 난 거절했지만.”한지훈의 미소를 보고 나서야 강우연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앞으로 무리하지 마요.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나랑 고운이는 어떡하라고요.”말을 마친 그녀는 한지훈의 손을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지훈 씨, 이거 하나만 약속해 줘요. 무슨 일이 생겨도 고운이만은 지켜줘요. 그럴 수 있죠?”한지훈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약속할게.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당신과 고운이는 안전할 거야.”강우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그들은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병원 주변은 경계가 강화되었다.이날 있었던 사건은 얼마 되지 않아 매체에 보도되었다.한지훈의 뒷모습도 TV에 나왔다.그 시각, 강운그룹.강희연은 사무실에서 매니큐어를 칠하다가 핸드폰에 뜬 뉴스를 보았다.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는데 용감한 시민이 인질을 구한 영상이었다.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이 움찔하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떤 상황을 말하는 거야?”강문복이 싸늘하게 말했다.“방금전 뉴스 봤지? 만약 강우연이나 고운이 그것이 다쳐서 병원에 계속 입원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집회에 우리만 참석할 수 있잖아. 이한승 회장이 불만이 많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겠지.”말을 마친 강문복은 만면에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조금 전에 생각해 낸 방법이었고 그가 보기에는 전혀 허점이 없었다.이한승도 결국엔 어쩔 방법이 없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강희연이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방법 괜찮네. 그렇게 되면 입회 자격은 자연스럽게 우리한테 돌아올 테지. 강우연이 다쳤으니 계약을 체결할 수가 없게 되잖아? 이 점을 이용해서 강우연에게 압박을 좀 가해서 순순히 계약 체결 자격을 우리한테 양보하게 하면 되겠어!”강희연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지어졌다.강문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역시 우리 딸은 똑똑하네. 이 일은 너에게 맡길게. 깔끔하게 처리해야 해. 일 잘하는 놈들 몇 명 고용해서 보내. 돈만 보고 허세만 떨어대는 무능한 녀석들 말고.”강희연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아빠. 지금 사람을 구해볼게.”말을 마친 그녀는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검색하다가 마상철이라는 인물을 찾아냈다.그녀는 마상철에게 전화를 걸어 간드러진 목소리로 인사부터 건넸다.“오빠, 오랜만이야.”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여자들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희연이? 네가 어쩐 일이야? 무슨 일 있어?”그의 이름은 마상철, 지금 한창 유흥업소에서 건달 친구들과 함께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강희연이 웃으며 말했다.“오빠랑 거래를 하고 싶어서 연락했지.”“무슨 거래?”마상철이 물었다.“두 인간을 겁 좀 주고 싶은데 병원에 며칠 입원할 정도로만 좀 혼내줘.”마상철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건 누워서 떡 먹기지. 그런데 이렇게 쉬운 일을 나한테 맡긴다고? 인력 낭비 아니야?”사실 마
강희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찾았어.”말을 마친 그녀는 강우연과 고운이의 사진을 파일로 첨부해서 주소와 함께 마상철에게 전송했다.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마상철은 문자를 확인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주소와 함께 1억이 계좌로 입금된 것이다.마상철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 동료들에게 말했다.“일이 또 생겼어. 자 이 잔만 마시고 바로 출발하자!”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에서 시끄럽게 울렸다.30분 뒤, 마상철은 동료 열 명을 이끌고 병원으로 왔다.병원 입구에 도착한 뒤에야 그들은 근처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 인력들을 발견했다.“형님, 어떻게 된 거죠? 주변에 경찰이 너무 많아요!”한 부하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마상철은 부하의 귀뺨을 때리더니 다짜고짜 욕설부터 퍼부었다.“멍청한 것! 뭘 그렇게 당황해? 우리가 뭐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냥 들어가!”말을 마친 그는 인원들을 이끌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그리고 강희연의 문자대로 곧장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올라간 뒤에야 병실 앞에 두 명의 형사가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상황이 좀 어려워졌다.“어떻게 된 거지? 병실 앞에 웬 형사가 있어?”구석진 곳에 몸을 숨긴 마상철 일행의 손에는 신문지로 감싼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리고 부하들에게 말했다.“죽고 싶어? 당장 그거 치워! 저기 형사들 있는 거 안 보여?”부하직원들이 다급히 무기를 품으로 숨겼다.마상철은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하다가 두 부하에게 명령했다.“너희들이 가서 형사들을 유인해!”“네? 형님, 저희도 무섭습니다….”두 부하가 당황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마상철은 발로 차서 그들의 등을 떠밀며 욕설을 퍼부었다.“가라면 갈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죽고 싶어?”두 부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억지로 형사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난동을 부리는 척 접근하며 형사들의 주의를 끌었다.마상철은 동료들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병실 입구까지 갔다.
제복을 입은 형사들과 마주한 마상철은 당황했다.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다리가 덜덜 떨렸다.“형사님들, 제가 병실을 착각했네요. 나중에 다시 봅시다. 아… 아니! 다시는 보지 맙시다!”마상철은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뒤로 후퇴했다.그의 등 뒤로 제복을 입은 형사가 와서 입구를 봉쇄했다.“뭐 하는 자식들이야!”등 뒤에 선 형사가 욕설을 퍼부으며 마상철의 정강이를 걷어찼다.놈들은 겁에 질려 병실을 뛰쳐나온 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사님들, 저희 정말 병실을 착각하고 들어온 거예요.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무릎을 꿇은 마상철은 눈물 콧물 흘려가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그의 부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자리에서 일어선 송호문이 싸늘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했다.“마상철, 여긴 어떻게 온 거지?”마상철은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당황하여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송호문이 있었다.마상철은 등골이 오싹했다.송호문 청장이 왜 여기 나타났을까?마상철은 머리속이 하얘져서 소파에 앉은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강희연이 줬던 사진에서 봤던 그 남자였다.그런데 남자가 송호문과 같이 차를 마시는 사이라니!마상철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되었다.그는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아우성쳤다.“송 청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송 청장님이 여기 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화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철수할게요….”마상철은 아직도 빠져나갈 구멍을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송호문이 버럭 화를 내며 섬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마상철, 논점 흐리지 말고 똑바로 대답 안 해?”마상철은 가슴이 철렁했다.“누가 보냈는지 똑바로 말해!”송호문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마상철은 경찰서 단골 손님이었다. 매번 폭행으로 잡혀 오고 다시 풀려나기를 반복했다.그는 반성을 모르는 놈이었다.조금 전, 그는 한지훈과 병원 보안 문제를 의논하고 있었고
그 순간 마상철 일행은 전부 당황했다!송호문이 저 젊은 남자에게 극존칭을 쓰다니!강희연은 그가 무능한 백수에 데릴사위라고 했다.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한지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상철을 노려보았다. 마상철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보고 순간 겁을 집어먹었다!그는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형사님들이 알아서 처리하세요.”그는 담담히 이야기하고는 병실을 나갔다.병실을 나가자마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강희연!정말 악랄하고 끈질긴 여자였다!‘우연이를 건드리려고 했으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그는 그 길로 택시를 타고 강운그룹으로 왔다. 그리고 태연하게 로비를 지나 강희연의 사무실로 직행했다.밖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한지훈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지훈은 곧장 달려가서 강희연의 사무실 문을 발로 걷어찼다.쾅!원목재질로 된 문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오관우와 통화 중이던 강희연마저 겁에 질려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는 입구에 서 있는 한지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사납게 표정을 바꾸고 그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너 미쳤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나 알아? 여기 강운그룹이야! 당장 꺼져!”강희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사무실 문을 박살 내다니!용서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저승사자 같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한발 한발 강희연에게 다가갔다.싸늘한 그 눈빛에서 진한 살기가 느껴지자 놀란 강희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너… 지금 뭐 하자는 거지? 한지훈, 여기 회사야! 당장 멈춰! 안 그러면 너랑 강우연, 그리고 네 딸까지 모두 가문에서 쫓아낼 거야!”강희연은 무시무시한 그의 눈빛에 완전히 압도당했다.두려워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강희연, 충고 하나만 하지. 내 아내와 고운이 가만히 내버려 둬. 또 뒤에서 이상한 짓하면 그때는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전화를 끊은 강희연은 두 눈을 부릅뜨고 험악한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소리쳤다.“한지훈! 너 오늘 잘 만났다! 감히 나를 협박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난동이야? 당장 그 요망한 다리부터 부러뜨릴 테니까 딱 기다려!”한지훈은 태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서서 싸늘하게 말했다.“마상철은 경찰에 붙잡혔어. 지금 여기서 소리를 질려도 아무 소용없다고. 네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은 거 참고 있으니 조용히 해!”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가슴이 철렁하며 당황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마상철이 잡혔다니!그럴 리가 없었다!동료들을 데리고 가서 강우연과 한고운만 처리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잡힌 거지?‘마상철,이 멍청한 자식! 1억이나 받아놓고 일을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하다니!’강희연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인정할 수 없었다.“뭐라고 지껄이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사람 모함하지 마! 마상철이 누군데? 난 모르는 사람이야. 네가 가만히 있는 내 사무실에 들어와서 문을 박살 내고 날 협박한 건 너야!”한지훈은 이 여자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가치를 못 느꼈다.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건장한 사내 네 명이 몽둥이를 들고 사무실로 달려 들어왔다.맨 앞에 선 경호팀장은 이마에 식은땀을 훔치고 헐떡이며 강희연에게 물었다.“강 실장님, 무슨 일이십니까?”강희연은 바로 한지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저놈이야! 저놈이 내 문을 박살 내고 나한테 협박까지 했어! 당장 저놈을 끌어내!”경호팀장은 즉각 뒤돌아서더니 험악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당신이 문을 걷어찼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젠장! 뭐가 이렇게 당당하지? 당장 놈을 끌어내!”경호팀장이 손짓하자 뒤를 따르던 팀원들이 위협적으로 방망이를 흔들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에게 달려들었던 팀원들이 나가떨어지며 주변에 있던 테이블과 사무실 책상에 부딪혔다.경호원들의 고
송지민이 싸늘하게 말했다.“조사에 협조해 주세요!”말을 마친 그녀가 한지훈을 향해 손을 뻗었다.한지훈은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하고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송지민 형사님, 자중하시죠. 난 법을 위반한 적 없는데 무슨 근거로 날 체포하려는 겁니까?”허탕을 친 송지민이 굳은 표정을 짓더니 차갑게 말했다.“병원 사건으로 참고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몇 가지 질문만 할 거예요!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서 안 가고 버티는 겁니까?”한지훈은 약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송지민은 악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급하고 불같은 성격이 좀 짜증을 유발했다.그녀는 그의 신분이 궁금한 것 같았다.“죄송합니다만 딸이 내가 사준 케이크를 기다리고 있어서요. 병원 사건에 대해 의문이 있으시다면 송 청장님을 찾으시면 됩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한 뒤, 뒤돌아섰다.그 행동이 송지민의 분노를 유발했다.명색이 형사인데 일반 시민에게 무시당한 것 같아 그녀는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형사를 무시하는 시민이라니!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지훈의 신분을 낱낱이 밝혀야겠다고 다짐했다.5년 전, 한정그룹 오너 일가 사망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현재는 강운그룹의 데릴사위 신부을 가진 남자.송지민은 그의 신상 관련 조사 결과를 받았을 때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인데 왜 삼촌은 그에게 극존칭을 쓰며 상전처럼 모시는 걸까?게다가 그녀에게는 한지훈의 말은 절대복종하라고 주의를 주었다.송지민은 직접 조사해 보기로 다짐했다. 그러던 와중에 병원 인질극이 발생했고 그녀에게도 좋은 핑계가 생겼다.“이대로 도망치려고요? 그렇게는 안 되죠! 경찰서로 가서 조사받으세요!”송지민은 이를 악물고 다가가서 상체를 재빨리 기울이고 한지훈의 팔뚝을 잡아서 뒤로 꺾었다.경찰대를 다닐 때 배운 권술이었다.매번 현장에 출동할 때면 이 권법으로 양아치 무리를 일망타진했었다.하지만 놀라운 장면이 발생했다.한지훈은 손쉽게 그녀의 공격을 피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