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뒤.길씨 가문에서 벌어진 일은 매일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고 구설수에 오르내렸다.물론 그중에서 관심이 뜨거운 건 한민학과 홍진수에 대한 관심이었으나, 한지훈과 홍진수가 언론사를 압박하여 소식을 봉쇄하면서 그날 밤 자세한 상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날 밤, 병원.하루 종일 아내를 간호한 한지훈은 피곤한 기색으로 병원 복도를 걸었다.어둡고 조용한 병원 복도는 낮과는 달리 싸늘한 분위기가 풍겼다.그리고 이때!갑자기 전등이 전부 꺼지더니 주변에 어둠이 내려앉았다.창밖의 바람 부는 소리마저 섬뜩하게 느껴졌다.한지훈은 긴 의자에 앉아 요지부동으로 어딘가를 쏘아보았다.어둠 속에서 자잘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창가 쪽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셋이군!한지훈은 순식간에 상대의 인원수와 실력을 가늠했다.‘나를 암살하러 온 일당인가? 적국 특공대?’그의 주변으로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복도 끝에서,야행복을 입은 암살자들이 검은색 가면을 쓰고 살기를 진하게 풍기며 다가왔다.그들의 손에는 비수가 들려 있었는데 달빛을 받아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들이 병실에 접근하려던 순간, 어둠 속에서 저승사자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직업 킬러인가? 어디 소속이야?”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긴 침묵이 오갔다.비수를 든 암살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복도에 사람이 있었다니!이럴 수가!진입할 때 전혀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분명히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그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암살자들이었다.일반적인 상황에서 복도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가 있었다면 절대 그들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그런데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죽여라!”암살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비수를 든 채,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한 놈은 한지훈의 심장을 노렸고 한 놈은 목을, 한 놈은 복부를 노렸다.한방만 제대
그 암살자는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확인도 못 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마지막 남은 암살자는 동료들이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겁을 먹고 다급히 걸음을 돌렸다!살고자 하는 본능이 지금 도망쳐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짧은 순간에 손쉽게 두 명이나 제거한 상대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보통내기가 아니야! 당장 돌아가서 주인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집안에서 버림받은 모녀의 병실 입구에 이런 실력 좋은 경호원이 지키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그들 조직에서도 이 정도의 실력자는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그들의 주인님 정도 되는 실력을 갖춘 자만이 대적해 볼 수 있었다.하지만 한지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암살자를 향해 다가가더니 그 자리에서 다리를 날려 놈의 복부를 걷어찼다.쾅!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암살자는 그대로 공중을 날아 죽은 동료의 시체 옆에 떨어졌다.그 뒤에 이어지는 공격에 그는 다시 공중을 날아 복도 끝의 창문을 뚫고 그대로 추락했다.이곳은 3층이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등에서 뼈가 부러지는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3층 입구에서 그를 노려보던 남자는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더니 가볍게 3층에서 밑으로 착지했다.이 정도 높이에서 그대로 추락했다면 일반인은 다리 하나 정도 부러졌을 것이다.하지만 한지훈은 내력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착지했고 그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충격으로 인해 시멘트 바닥에 금이 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암살자의 가슴을 발로 짓밟았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지고 암살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한지훈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솜씨를 보아하니 어느 정도 전문적인 훈련 과정을 거친 것 같은데 어디서 온 거지? 널 보낸 조직과 국가를 말해. 왜 여기 나타난 거야?”가슴이 짓밟힌 암살자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부들부들 떨었다.그의 눈에 한지훈은 무시무시한 저승사자로 보였다.정보에 뭔가 문제가 있다!이런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별일 아니야,어서 자.”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지훈 씨, 나랑 얘기 좀 할래요? 잠이 안 와요.”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이어지는 30분 동안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강우연은 점차 잠이 들었고 한지훈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병실을 나왔다.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병실 밖에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일과 하룻밤 사이에 많이 늙어 버린 송호문이 있었다.한지훈을 본 용일이 다가오며 다급히 물었다.“사령관님, 사모님께서는 놀라지 않으셨죠?”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송호문에게 물었다.“다 처리했나요?”송호문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네, 현장은 말끔히 청소했습니다. 우리 애들이 놈들의 몸에서 뭔가를 찾아냈어요.”말을 마친 그는 세 명의 킬러의 품에서 찾아낸 세 장의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사진을 확인한 한지훈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싸늘한 살기를 뿜어냈다.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목표는 그의 가족이었다.“다른 단서는 없었나요?”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송호문은 고개만 저었다.“아직 별다른 단서는 나오지 않았어요. 주변 CCTV에는 암살자들만 찍히고 증거로 쓸만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어요. 조금 전에 말씀하신 차량도 찾아봤는데 번호판이 없어서 추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네요.”한지훈은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어두운 얼굴로 용일에게 지시를 내렸다.“북양 첩보팀에 연락해서 전문가를 이쪽으로 보내도록 지시해! 뒤에서 장난질하는 자가 누군지 알아내야겠어!”“네, 사령관님!”용일은 공손히 거수경례한 뒤, 북양 전쟁부의 첩보 부서에 연락을 넣었다.그 시각, S시 근교의 폐기된 별장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검은 가면을 쓴 남자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남자를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뭐라
슉! 슉!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암살자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도 자신들이 왜 실패했는지 모를 것이다.남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동료들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멍청한 것들! 무능한 것들! 일반인 세 명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데리고 있어서 뭐 해? 차라리 내가 직접 나서는 게 낫지!”말을 마친 그는 차량에서 휘발유 통을 가져오더니 죽은 동료와 별장 곳곳에 휘발유를 들이부었다.그리고 별장을 나서기 전에 라이터를 뒤로 던지자, 별장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다.가면남은 입구에서 잠시 지켜보다가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다음 날.한지훈이 병원에서 강우연과 고운이와 놀아주고 있는데 송호문에게서 전화가 왔다.“한 선생님, 어젯밤 도시 근교의 폐기된 별장에서 불에 탄 시체가 두 구나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암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말을 마친 한지훈은 전화를 끊었다.강우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한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나한테 볼일이 좀 있대.”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은 그 길로 병원을 나가 차를 타고 용일이 보낸 주소로 찾아갔다.그 시각, 불에 탄 별장 주변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주변에 형사들과 법의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다.현장에 나타난 한지훈이 곧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여형사 한 명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살인현장에 일반인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폴리스라인 밖으로 물러나 주세요!”한지훈은 육감적인 몸매에 천사의 얼굴을 가진 그 여형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복에 검은 스타킹, 검은 단화를 신은 여자는 차가우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남자들이 보면 침을 흘릴 정도로 미인이었다.“송호문 청장을 뵈러 왔습니다.”한지훈이 말했다.송지민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대꾸했다.
한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예쁜 여형사가 왜 자신에게 이토록 큰 적대감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과 시비가 붙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은 뒤,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3분 정도 지나서 송호문이 멀리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여형사와 같이 있는 한지훈을 보자마자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다급히 달려가서 허리부터 숙였다.”한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한지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그 모습을 본 송지민은 당황했다.송청장이 정말로 마중을 나오다니!도대체 둘은 무슨 사이일까?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전화 한 통으로 경찰청장을 움직이게 한단 말인가!한지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송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당황한 송지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다.송호문이 그녀를 힐끗 노려보며 말했다.“지민아, 빨리 비켜!”“아… 네!”송지민은 그제야 길을 비키고 폴리스라인을 걷어주었다.한지훈이 앞장서서 걷자,송호문은 미소를 띈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이쪽으로 오시죠. 용일 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불에 탄 별장 내부로 향했다.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던 송지민이 송호문을 뒤따라가며 물었다.“삼촌, 저 사람 누구예요? 시 경찰청 청장인 삼촌마저 극존칭을 써야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인가요?”뒤돌아선 송호문이 그녀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지민아, 알아서 좋을 것 없는 문제는 묻지도 마! 나마저도 저분 눈치를 볼만한 인물이란 것만 기억하면 돼! 네 아빠가 널 여기로 보낸 것도 그 성격 좀 고치라고 보낸 거야. 앞으로 일을 할 때도 조급한 네 성미가 일을 그르칠 때가 많을 거야. 더 멀리 보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 알겠니?”송지민이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청장 삼촌!”송호문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한마디 덧붙였다.“네가 여태 심기 건드린 고위 인물만 몇 명이니? 눈치 볼 줄 모르는 네
용일이 네 명의 군인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예를 갖춘 뒤, 용일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장관님, 이분들은 첩보부 소속 팀원들입니다. 어젯밤 비행기를 타고 북양에서 이곳으로 넘어왔습니다.”네 명의 군인들은 한지훈을 보자마자 허리를 곧게 펴고 경례했다.“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장관님!”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말했다.“시작해.”“네!”네 명의 군인은 가져온 공구 상자를 열고 현장에서 단서를 추적하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호문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 선생님, 우리 애들이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조사한 결과 아무런 가치가 있는 단서도 없었어요. 괜히… 인력 낭비하는 것 같군요.”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송 청장님, 가끔 형사들이 놓친 단서를 우리 애들이 찾을 수도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송호문은 움찔했지만,속으로는 반신반의했다.현장 경험이 풍부한 형사들과 감식반 인원들이 단서를 놓쳤을 리 없었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현장을 수색하던 형사 한 명도 한지훈의 말을 듣고 속으로 기분이 언짢았다.저건 형사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발언 아닌가!그런데 이때, 군인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무언가를 들고 다가왔다.“장관, 여기 새로운 단서가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송호문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아직 현장에 도착한 지 2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새 단서를 발견했다고?그럴 리가 없었다!송호문은 곧장 한지훈을 따라 그곳으로 갔다. 군인이 현장에 있던 재떨이에서 남은 담배꽁초 하나를 집어 들었다!크리스탈 재질이었기에 불에도 타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것이다.한지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송호문에게 물었다.“청장님, 우리 애들 실력 어떻습니까?”말문이 막힌 송호문은 애꿎은 팀원들을 노려보며 호통쳤다.“일 똑바로 안 해? 경찰청 이미지를 망치고 있어! 오늘 돌아가면 각자 경위서 써서 제출해!”말을 마친 그는 한지훈을 돌아보며 곧장 사과했다.“한 선생님,
순간 한지훈의 몸이 경직되었다.“누구지? 처자식은 건드리지 마! 당장 갈게!”그의 차디찬 목소리에서 진한 살기가 묻어 나왔다.그가 내뿜은 섬뜩한 살기는 현장을 압살했다.멀리서 달려온 용일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령관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끊은 한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놈들이 움직였어! 지금 병원에서 우연이와 고운이를 인질로 잡고 있어!”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SUV에 올라 시동을 걸고 폭주 기관차처럼 거대한 연기를 내뿜으며 현장에서 사라졌다.그 모습을 목격한 주변 형사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송지민도 눈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분노한 용일이 송호문을 노려보며 비난하듯 말했다.“송 청장! 도대체 주변 경계를 어떻게 했기에 납치범을 병원으로 들여보낸단 말이오!”거대한 분노를 느낀 송호문이 흠칫하며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용 장군,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한 선생은 왜….”하지만 용일은 대답 대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송호문을 노려보며 말했다.“사모님과 고운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청장 당신도 옷 벗을 준비해!”말을 마친 용일은 신속히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미친 속도로 병원으로 향했다.차로 20분 정도 되는 거리가 한지훈에게는 2년과도 같았다. 그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려 8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요란한 브레이크 소리가 병원 입구에서 울렸다.쾅!발로 문을 차고 내린 그는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처럼 예리하고 섬뜩한 기운을 풍겼다.병원 내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의료진과 환자들이 머리를 감싸며 바깥으로 도망 나왔다.총을 소지한 형사들 몇몇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안쪽에 있는 용의자에게 명한다! 당장 무기 내리고 인질 풀어줘!”강력팀 팀장이 스피커를 들고 병실 쪽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한지훈은 그의 옆을 지나쳐서 곧바로 병동으로 뛰어 들어갔다!“거기! 멈춰요! 안에 위험하다고요!”강력팀 팀장이 다급히 소리쳤지만,한지훈
“젠장! 어쩐지 그 멍청이들이 임무를 실패했다 했어! 멍청이들이 말한 고수가 바로 너였구나! 그래서 뭐? 한발은 피할 수 있어도 총탄을 전부 피할 수 있을까? 죽어!”암살자는 미친 사람처럼 한지훈을 향해 연속으로 총을 발사했다.한발만 맞아도 치명상이었다!하지만!상대가 방아쇠를 당긴 순간에 한지훈은 허리춤에서 은침을 꺼내 적을 향해 뿌렸다.네 개의 침이 섬뜩한 기세로 허공을 날더니 총탄을 전부 명중하자 총탄의 궤적이 변했다.전부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북양 총사령관 한지훈은 아무도 뛰어넘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자였다.가는 침으로 상대의 목을 따는 것도 그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이는 신의로 불리는 손강수가 필생의 의술을 쏟아부어 단조한 무기였다. 손강수는 강철도 쉽게 뚫을 수 있는 이 예기를 한지훈에게 선물로 주고 그에게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침술을 가르쳤다.한지훈은 손강수의 수제자로서 그의 모든 의술을 전수받은 유일한 제자였다.하지만 한지훈 본인은 의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무기만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이 침들은 사람을 구하는데도 쓰이지만,무시무시한 살생 무기이기도 했다.과거 한지훈은 이 침술로 적국의 전신급 장수들의 목을 벴다.이어지는 광경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한지훈은 오른발을 힘껏 구르더니 사냥감을 추격하는 맹수처럼 신속하게 적에게 달려들었다.그 순간 그의 주변에 있던 의자, 테이블 할 것 없이 거대한 충격에 공중으로 흩뿌려졌다.사람들이 눈 깜짝할 사이, 암살자가 다섯 번째 총탄을 발사한 순간, 한지훈은 귀신처럼 암살자의 측면에서 나타나더니 왼손으로 상대의 총구를 잡았다. 그 순간 총구가 휘고 부품들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예리한 표창이 암살자의 목을 관통했다.순식간에 시뻘건 피가 암살자의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암살자는 경악한 눈빛과 함께 피를 뿜으며 뒤로 넘어갔다. 바닥에 쓰러진 암살자는 고통스럽게 경련을 일으켰다!번개보다 빠른 속도였다!목숨을 곧 잃게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요, 들었습니다! 그럼 저... 바로 연락할게요!”구원항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두 손으로 버튼을 마구 눌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무서웠다. 방금 한지훈은 진왕검만을 탈환한 것이 아니라, 카일 가문의 미움까지 사게 됐다. “만약 여전히 불복한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돼!”한지훈은 몸을 돌려 갑판 너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느새 갑판 위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진우조차도 멍하니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지훈아, 차라리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두자.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잖아!” “그저 하나의 장식품일 뿐, 우리 용국에는 검이 많고도 많은데 저거 하나 있어봤자야!”그러자 한지훈은 차갑게 웃었다. “아무리 소용없다 하더라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어놔도 되는 거잖아!”그 말에 오마르는 단단히 화가 났다. 감히 카일 가문의 상징과도 같은 귀한 것을, 화장실 인테리어로 걸려 하다니? 설령 한지훈이 고의로 그들을 자극하려고 한 말이라 하더라도, 방금 그 발언은 확실히 선을 넘긴 했다. “이봐, 어린 친구. 정말 이대로 정복자의 검을 가져가겠다는 거야?”이때 선실에서는 위엄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선실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방금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한지훈은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같은 천신계 강자로서, 그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일성 준천신의 경지에 있긴 하지만, 상대의 기세는 더욱 안정적이었다. 그 말은 즉, 그는 훨씬 오래된 준 천신계 강자라는 것이다. 사실 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단지 이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봐, 용국의 어린 청년! 당장 정복자의 검을 내려놓지 못해! 내 사부님이 있는 한, 넌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해야 돼!”이때, 오마르는 눈가가 찢어지는 상처를 참아내며 미친 듯이 노호했다.
“모욕이라니? 네가 모욕당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한지훈은 오마르를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무대 방향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진왕검을 잡을 기세였다. “너... 나를 물리치게 되면 카일 가문으로부터 저 검을 손쉽게 뺏어낼 수 있을 것 같아?”오마르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크게 소리쳤다. 지금의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엄연히 아직 천왕계 강자에 지나칠 뿐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천신계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천신계 강자와 견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방금 심상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는 것은, 바로 이 배에 또 다른 천신계 강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설사 일성 준천신이라 하더라도 그 실력은 한지훈이 절대 우러러볼 수 없을 정도였다. “뺏어내다니? 우리가 방금 말했듯이, 진왕검은 예로부터 용국 국왕의 패검이야. 너희 카일 가문이야말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강도들이라고!”“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들 명심해! 카일 가문은 용국 국기를 반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용국 국왕에게 직접 사죄까지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 유럽을 피바다로 만들어서라도 카일 가문을 짓밟아버릴 거야!”잔잔한 바다 위, 한지훈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오마르는 여전히 땅에 떨어진 장검을 힘없이 쥐고 있었다. 그의 어깨뼈는 이미 한지훈에 의해 밟혀 깨져버려 더 이상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이 상황까지 돼서도, 자신의 스승이 왜 여전히 가만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지훈이 이렇게 날뛰는 것을, 그냥 빤히 보고 있겠다는 건가? “팍!”바로 이때, 한지훈은 손을 뻗어 나무상자를 손에 쥐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백발의 노인을 힐끗 보았다. “가져가! 우리 카일 가문이 베푸는 아량이야!”노인의 눈빛 속에는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지만, 말투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것이 바
“이... 이건 조석이잖아!”오마르의 얼굴에는 순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성신바다의 진법은 매우 강하긴 하지만, 조석만큼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조석은 자연계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통제하기 힘든 기운이었다. 그런데, 한지훈이 손을 들자 뜻밖에 조석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무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백발노인은, 입을 벌름거리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한 갈래의 보이지 않는 힘은, 마치 크나큰 그물처럼 단번에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을 덮쳐버렸다. 오마르는 눈앞의 이 장면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장검을 든 그의 손은 끊임없이 떨려났다. 그 이유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 그는 비할 데 없이 강한 위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실력이 약했더라면, 아마 진작에 이 위압에 눌려 처참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칼을 휘두르기는커녕 손에 든 장검을 꽉 쥐기도 벅찰 것이다. “이 진법은 어때?”그때, 한지훈은 얼굴이 창백해진 오마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오마르는 마치 하늘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다닥!”이내 사람들은 오마르의 골격이 끊어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어냈다. “안돼!”곧이어 오마르는 고개를 들어 노호하기 시작했고, 5성 용급 천왕계 기운을 뿜어내며 어떻게든 이 보이지 않는 위압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헛수고일 뿐이었다. 그가 들어 올린 두 팔은 곧바로 아래로 처지게 됐다. 지금 그는 마치 두 손으로 한 행성을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적인 두 개의 힘은 전혀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푸!”결국 오마르는 갑판 위에서 털썩하고는 주저앉아 피를 뿜어냈다.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갑판 바닥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느끼게 됐다. 이 힘은, 그가 일생 동안 마주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힘이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오마르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지
“하하!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네. 용국 무종 문파는 비록 많긴 하지만 그중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야! 너희 용인들은 그들의 진법이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 영원히 알 수도 없는 거라고!” “가소로운 용국인들, 설령 너희 용국의 조상들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내 앞에서는 그저 땅강아지처럼 비천한 목숨이야!”“오늘 나 오마르, 이 배 위에서 널 죽여버릴 거야!” 붉은 망토를 걸친 오마르의 은발은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고 있었다. 한편 하늘의 천둥소리는 끝없는 천위를 띠고 있었다. 사실 그의 성신바다는 장 씨 집안의 삼절진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곤륜 뇌해에 비하면 정말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 시각, 배 위의 사람들은 모두 더없이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굉음에 귀를 기울이며 온 하늘의 먹구름을 보고 있었다. 마치 이 거대한 유람선이 당장이라도 거대한 파도 속에 뒤집힐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 이미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네가 방금 그랬지, 우리 용국의 진정한 천왕계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그리고 용인들은 그 진법이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른다고.”한지훈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내 말 맞지 않아? 너희 용국 무종 강자들은 힘만 강할 뿐이지 진정한 힘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 진정한 힘은, 이 우주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직접 보아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거야!”“그 말은 즉, 너희 용국에는 진정한 강자란 없고 전부 쓰레기들이라는 거야!”오마르의 말에 진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말대로 여태까지 진우는 진법이 가장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그는 전혀 일격을 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방금 한지훈과 오마르가 진법을 이용하여 비로소 천지를 뒤흔드는 모습에 그제야 자신이 보잘것없음을 깊이 느끼게 됐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사방의 뇌해를 바라보았다. 해수면에 떨어진 한 갈래의 필련은 마
이곳은 엄연히 카일 가문의 개인 영지이기에, 그들이 한지훈을 어떻게 처단하든 누구든지 비난할 수가 없었다. 설령 용국이라 할지라도 간섭할 권리는 없다. “죽어!”바로 이때, 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손바닥을 툭 쳤다. “쾅!”그러자 한지훈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갑자기 기랑이 일었다. 기랑에 부딪힌 세 갈래의 기력은 점점 사라져 갔지만, 반면 기랑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푸! 푸! 푸!”이내 놈들은 연달아 피를 뿜어냈다. 그렇게 2성 천왕계 강자 세 명은 동시에 피를 흘리며, 저 멀리로 몸이 날아올라 갑판을 따라 바로 바다로 떨어졌다. 그 광경에 많은 사람들은 감탄하였다. 정말 강자 중 강자였다. 닥치는 대로 2성 현급 천왕계 강자 세 명을 격파하다니. 어쩐지 젊은 놈이 미쳐 날뛰더라니, 역시나 탄탄한 바탕이 있었구나. 한편 구원항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한지훈을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진우의 작은 졸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에, 그는 비로소 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 말의 참뜻을 깨달았다. “가져와!”한지훈은 무대에서 5 보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무대 위의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소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일 가문의 저력은 절대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었다. “건방진 놈!”바로 그때, 선실에서는 우레와도 같은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은발에 두 눈이 붉은 한 젊은 남자가 갑판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등장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진우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바로 오마르였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세속에 관여할 수 있는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의 수제자다. 그는 5 성 용급 천왕계 실력을 지니고 있는 진천왕이다. 사실 5성 용급 천왕계 중, 진법이나 현기에 대해 잘 모르는 천왕계 강자들은 단지 반천왕이라고만 할 수 있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