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 강운 사람들은 너희 결혼식에 가지 않을 거야! 꿈 깨!”모두가 그들을 비웃었지만,한지훈은 더 해명하기도 귀찮아서 사람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강가의 사람들도 더 있을 필요를 못 느꼈기에 순순히 병원을 떠났다.한지훈은 병원 입구에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음 달 28일에 우연이랑 결혼식을 올릴 거야. 모든 관계를 총동원해서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할 생각이야.”“강희연이 고작 S시 유명 인사들만 초대했다면 난 전국의 유명 인사들을 불러 모을 거야! 아니, 세상 모두가 주목할 만한 그런 결혼식이 될 거야! 용국의 10억 백성, 3백만의 정예 군인들까지 내 아내가 될 사람을 축복할 거야. 국혼이야! 우린 이곳에서 국혼을 치를 거야!”설명을 들은 용일은 공손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그럼요, 총사령과님. 모든 관계를 총동원해서 성대한 국혼을 준비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용일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드디어 그의 상관이 결혼한다.국혼의 형태로!용국은 개국한 이래 국혼을 치른 적 없었다.이번이 처음이니 절대 실수가 없어야 한다!용일은 신속히 북양구 본부에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다음 달 28일에 총사령관님께서 성대한 국혼을 올리실 예정이다! 북양의 30만 대군은 변방 호위군을 제외하고 모두 S시로 진군할 준비를 하고 대기한다! 각 전쟁부와 용각에 이 사실을 알리고 국혼의 형태로 준비해!”“예, 장군!”전화를 받은 연락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대답했다.그렇게 무수히 많은 통화가 북양구 본부에서 용국의 다른 전쟁부와 행정부까지 이어졌다.이날, 용국의 집정부와 전쟁부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북양 총사령관이 국혼을 올린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하급 부문들은 상부에서 지시한 사안을 이행하느라 바빴다.그리고 이 소문은 가장 빠른 속도로 용각에 전해졌다.용각의 비서실장 주찬영은 북양 본부의 비밀 연락을 받고 긴장한 표정으로 용각 집무실로 달
그 말을 들은 신한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흥분에 겨워 말했다.“뭐? 그 녀석이 드디어 장가를 간다고?”신한국뿐이 아니었다. 강만용을 비롯한 다른 장로들도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그들은 한지훈이 국혼을 올린다는 데 대해 전혀 난감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큰손자를 장가보내는 할아버지처럼 기쁨을 금치 못했다.신한국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주 비서, 당장 용국의 모든 행정 부서에 연락해서 국혼을 준비하라고 지시해! 다음 달 28일에 있을 우리 용국의 위상을 드높일 결혼식은 무조건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져야 해! 국내와 해외 언론사들에 알리고 모든 채널에서 생중계할 거야! 이국의 오랑캐들에게 우리 용국 총사령관의 위엄을 자랑해야지!”“네, 알겠습니다!”주찬영은 약간 혼란스러웠다.그가 주저하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신한국에게 물었다.“어르신,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혼이면 수많은 인력과 시간, 자원을 소비해야 하는데….”“무엄하다!”신한국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주찬영, 너 잊었어? 그 녀석이 우리 용국을 위해 변방에서 5년을 싸웠어! 30만 죽음을 불사하는 군사로 변방으로 쳐들어오는 8백만 오랑캐를 박살 내고 용국의 국토를 지켜냈어! 그런 영웅이 결혼식을 올린다는데 당연히 만백성이 같이 축하해 줘야지! 국혼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그가 이루어 낸 업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주찬영은 화들짝 놀라며 이마에 식은땀을 닦았다.신한국은 5대 총사령관에서 은퇴한 장수 중 한 명이었다.비록 나이는 들었지만,여전히 장군의 위엄은 건재했다.강만용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주 비서, 어서 가서 준비해. 국혼에 관한 일은 국왕께 내가 직접 보고를 올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예, 어르신!”주찬영은 경례를 올린 뒤, 무거운 걸음으로 집무실을 나섰다.밖으로 나온 그의 입에서 비명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괜히 한마디 더 했다가 꾸중만 들었다.그는 재빨리 달려가서
천자각 내부, 높은 의자 앞에는 금자수를 놓은 가림천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뒤에 한 중년 남자가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남자는 가만히 펜을 들고 있는데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넘쳤다.“전하.”강만용 일행이 예를 갖추며 그에게 말했다.“무슨 일이지?”가림천 뒤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북양구 총사령관, 한지훈이 국혼을 올리고 싶다고 청하였습니다.”강만용이 공손히 말했다.중년 남자가 펜을 내려놓았다. 가림천 뒤에서 한복을 입은 남자가 성지를 들고 내려와서 강만용 일행의 앞에 섰다.“어르신, 전하의 명입니다.”강만용은 금빛 용이 반짝이는 성지를 공손하게 받아들었다.성지를 펼치자 ‘국혼을 허락한다!’라는 간결한 글자가 시야에 들어왔다.강만용은 길게 심호흡하고 높은 곳에 계신 그분에게 예를 올렸다.“전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군요.”남자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한지훈은 용국을 구한 수호신이기도 하니 서운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하지. 그의 뒤에는 3백만 북양 대군도 있으니까! 만반의 준비를 해서 해외 여러 나라들에 우리 용국의 위엄을 보여주자고!”“예, 전하.”강만용은 그분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인 뒤, 정중한 태도로 대답했다.“장로들께서는 나 대신 후한 선물을 준비하여 용국 최고의 예를 갖춰 증여하도록!”왕좌에서 여유 넘치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중년 남자는 편전으로 사라져 버렸다.강만용 일행은 천자각을 나와 다급히 전용차에 올라탔다.그 시각, 용경의 한 교외.사람이 살지 않는 한 별장 내부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고 가면을 쓴 남자들이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었다.그들의 앞에는 검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뒷짐을 지고 서서 싸늘한 한기를 뿜어내고 있었다.“멍청한 자식들! 5년 전 한정 그룹 일가를 몰살시켜 버렸다면서? 어찌하여 S시에 또 한가의 더러운 핏줄이 나타났냔 말이다!”남자는 손에 든 사진 세 장을 부하들에게 던졌다.한 명은 한지훈, 다른 한 명은 강우연, 그리고 고운이도 있었다.맨 앞에 무릎을
3일 뒤.길씨 가문에서 벌어진 일은 매일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고 구설수에 오르내렸다.물론 그중에서 관심이 뜨거운 건 한민학과 홍진수에 대한 관심이었으나, 한지훈과 홍진수가 언론사를 압박하여 소식을 봉쇄하면서 그날 밤 자세한 상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날 밤, 병원.하루 종일 아내를 간호한 한지훈은 피곤한 기색으로 병원 복도를 걸었다.어둡고 조용한 병원 복도는 낮과는 달리 싸늘한 분위기가 풍겼다.그리고 이때!갑자기 전등이 전부 꺼지더니 주변에 어둠이 내려앉았다.창밖의 바람 부는 소리마저 섬뜩하게 느껴졌다.한지훈은 긴 의자에 앉아 요지부동으로 어딘가를 쏘아보았다.어둠 속에서 자잘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창가 쪽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셋이군!한지훈은 순식간에 상대의 인원수와 실력을 가늠했다.‘나를 암살하러 온 일당인가? 적국 특공대?’그의 주변으로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복도 끝에서,야행복을 입은 암살자들이 검은색 가면을 쓰고 살기를 진하게 풍기며 다가왔다.그들의 손에는 비수가 들려 있었는데 달빛을 받아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들이 병실에 접근하려던 순간, 어둠 속에서 저승사자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직업 킬러인가? 어디 소속이야?”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긴 침묵이 오갔다.비수를 든 암살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복도에 사람이 있었다니!이럴 수가!진입할 때 전혀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분명히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그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암살자들이었다.일반적인 상황에서 복도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가 있었다면 절대 그들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그런데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죽여라!”암살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비수를 든 채,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한 놈은 한지훈의 심장을 노렸고 한 놈은 목을, 한 놈은 복부를 노렸다.한방만 제대
그 암살자는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확인도 못 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마지막 남은 암살자는 동료들이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겁을 먹고 다급히 걸음을 돌렸다!살고자 하는 본능이 지금 도망쳐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짧은 순간에 손쉽게 두 명이나 제거한 상대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보통내기가 아니야! 당장 돌아가서 주인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집안에서 버림받은 모녀의 병실 입구에 이런 실력 좋은 경호원이 지키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그들 조직에서도 이 정도의 실력자는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그들의 주인님 정도 되는 실력을 갖춘 자만이 대적해 볼 수 있었다.하지만 한지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암살자를 향해 다가가더니 그 자리에서 다리를 날려 놈의 복부를 걷어찼다.쾅!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암살자는 그대로 공중을 날아 죽은 동료의 시체 옆에 떨어졌다.그 뒤에 이어지는 공격에 그는 다시 공중을 날아 복도 끝의 창문을 뚫고 그대로 추락했다.이곳은 3층이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등에서 뼈가 부러지는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3층 입구에서 그를 노려보던 남자는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더니 가볍게 3층에서 밑으로 착지했다.이 정도 높이에서 그대로 추락했다면 일반인은 다리 하나 정도 부러졌을 것이다.하지만 한지훈은 내력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착지했고 그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충격으로 인해 시멘트 바닥에 금이 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암살자의 가슴을 발로 짓밟았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지고 암살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한지훈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솜씨를 보아하니 어느 정도 전문적인 훈련 과정을 거친 것 같은데 어디서 온 거지? 널 보낸 조직과 국가를 말해. 왜 여기 나타난 거야?”가슴이 짓밟힌 암살자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부들부들 떨었다.그의 눈에 한지훈은 무시무시한 저승사자로 보였다.정보에 뭔가 문제가 있다!이런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별일 아니야,어서 자.”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지훈 씨, 나랑 얘기 좀 할래요? 잠이 안 와요.”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이어지는 30분 동안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강우연은 점차 잠이 들었고 한지훈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병실을 나왔다.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병실 밖에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일과 하룻밤 사이에 많이 늙어 버린 송호문이 있었다.한지훈을 본 용일이 다가오며 다급히 물었다.“사령관님, 사모님께서는 놀라지 않으셨죠?”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송호문에게 물었다.“다 처리했나요?”송호문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네, 현장은 말끔히 청소했습니다. 우리 애들이 놈들의 몸에서 뭔가를 찾아냈어요.”말을 마친 그는 세 명의 킬러의 품에서 찾아낸 세 장의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사진을 확인한 한지훈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싸늘한 살기를 뿜어냈다.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목표는 그의 가족이었다.“다른 단서는 없었나요?”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송호문은 고개만 저었다.“아직 별다른 단서는 나오지 않았어요. 주변 CCTV에는 암살자들만 찍히고 증거로 쓸만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어요. 조금 전에 말씀하신 차량도 찾아봤는데 번호판이 없어서 추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네요.”한지훈은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어두운 얼굴로 용일에게 지시를 내렸다.“북양 첩보팀에 연락해서 전문가를 이쪽으로 보내도록 지시해! 뒤에서 장난질하는 자가 누군지 알아내야겠어!”“네, 사령관님!”용일은 공손히 거수경례한 뒤, 북양 전쟁부의 첩보 부서에 연락을 넣었다.그 시각, S시 근교의 폐기된 별장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검은 가면을 쓴 남자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남자를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뭐라
슉! 슉!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암살자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도 자신들이 왜 실패했는지 모를 것이다.남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동료들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멍청한 것들! 무능한 것들! 일반인 세 명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데리고 있어서 뭐 해? 차라리 내가 직접 나서는 게 낫지!”말을 마친 그는 차량에서 휘발유 통을 가져오더니 죽은 동료와 별장 곳곳에 휘발유를 들이부었다.그리고 별장을 나서기 전에 라이터를 뒤로 던지자, 별장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다.가면남은 입구에서 잠시 지켜보다가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다음 날.한지훈이 병원에서 강우연과 고운이와 놀아주고 있는데 송호문에게서 전화가 왔다.“한 선생님, 어젯밤 도시 근교의 폐기된 별장에서 불에 탄 시체가 두 구나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암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말을 마친 한지훈은 전화를 끊었다.강우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한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나한테 볼일이 좀 있대.”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은 그 길로 병원을 나가 차를 타고 용일이 보낸 주소로 찾아갔다.그 시각, 불에 탄 별장 주변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주변에 형사들과 법의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다.현장에 나타난 한지훈이 곧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여형사 한 명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살인현장에 일반인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폴리스라인 밖으로 물러나 주세요!”한지훈은 육감적인 몸매에 천사의 얼굴을 가진 그 여형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복에 검은 스타킹, 검은 단화를 신은 여자는 차가우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남자들이 보면 침을 흘릴 정도로 미인이었다.“송호문 청장을 뵈러 왔습니다.”한지훈이 말했다.송지민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대꾸했다.
한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예쁜 여형사가 왜 자신에게 이토록 큰 적대감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과 시비가 붙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은 뒤,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3분 정도 지나서 송호문이 멀리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여형사와 같이 있는 한지훈을 보자마자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다급히 달려가서 허리부터 숙였다.”한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한지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그 모습을 본 송지민은 당황했다.송청장이 정말로 마중을 나오다니!도대체 둘은 무슨 사이일까?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전화 한 통으로 경찰청장을 움직이게 한단 말인가!한지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송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당황한 송지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다.송호문이 그녀를 힐끗 노려보며 말했다.“지민아, 빨리 비켜!”“아… 네!”송지민은 그제야 길을 비키고 폴리스라인을 걷어주었다.한지훈이 앞장서서 걷자,송호문은 미소를 띈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이쪽으로 오시죠. 용일 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불에 탄 별장 내부로 향했다.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던 송지민이 송호문을 뒤따라가며 물었다.“삼촌, 저 사람 누구예요? 시 경찰청 청장인 삼촌마저 극존칭을 써야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인가요?”뒤돌아선 송호문이 그녀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지민아, 알아서 좋을 것 없는 문제는 묻지도 마! 나마저도 저분 눈치를 볼만한 인물이란 것만 기억하면 돼! 네 아빠가 널 여기로 보낸 것도 그 성격 좀 고치라고 보낸 거야. 앞으로 일을 할 때도 조급한 네 성미가 일을 그르칠 때가 많을 거야. 더 멀리 보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 알겠니?”송지민이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청장 삼촌!”송호문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한마디 덧붙였다.“네가 여태 심기 건드린 고위 인물만 몇 명이니? 눈치 볼 줄 모르는 네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