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학 군단장을 직접 만나는 날이 오다니!오관우는 만면에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군단장님, 저는 오찬그룹 후계자 오관우라고 합니다.”하지만 한민학은 그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곧장 한지훈에게 다가가며 물었다.“한 선생, 괜찮으신 거죠?”그 모습을 지켜본 오관우와 강희연은 당황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군단장 한민학이 한지훈에게 극존칭을 쓰다니!왜 매번 한지훈이 위기에 몰릴 때면 한민학이 나타나서 도와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오관우는 한민학과 한지훈의 관계가 너무 궁금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멍하니 서 있는 오관우, 강희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옆방으로 달려갔다.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강우연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 미안해요. 다 제가 못나서 도움도 못 되고….”한지훈은 그 모습을 보자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는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차가운 손을 어루만져 주었다.“괜찮아. 당신 탓 아니니까 일단 병원부터 가자.”강우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지훈은 단숨에 그녀를 소파에서 안아올렸다.강우연은 얼굴을 붉히며 그의 따뜻한 품에 얼굴을 묻었다.한지훈은 그대로 그녀를 안고 술집을 나섰다.술집 밖은 한민학이 데려온 부하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상황이 궁금한 손님들은 군인들 사이로 목을 빼들고 안쪽 상황을 살폈다.한지훈이 강우연을 안고 밖으로 나오자 그들은 너도나도 핸드폰으로 그 모습을 촬영했다.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부상이 심각했기에 강우연은 며칠 입원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한지훈은 병원과 집을 오가며 아이와 그녀를 돌봤다.오늘도 그녀에게 줄 삼계탕을 끓여 들고 오는데 병실 안에서 요란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강우연, 네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아? 한지훈 그 자식이 길시아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
태연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한지훈을 보자 서경희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지금 뭐라고 했어? 네가 해결한다고? 그것도 하루만에? 넌 허풍 안 떨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어?”“그래! 직장도 없는 백수 주제에 무슨 수로 거래처를 해결해? 넌 거울 좀 보고 주제 파악 좀 하고 살아!”강신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는 이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 길시아를 때린 건 한지훈인데 온 가족이 쫓겨나게 생겼다.그러건 말건, 한지훈은 직접 끓인 삼계탕을 강우연의 병상 앞에 가져다 놓고 그릇에 담아 그녀에게 주었다. 강학주는 그 모습을 굳은 얼굴로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무슨 수로 해결한다는 건데?”그 말을 들은 서경희와 강신은 조바심이 났다. 서경희가 강학주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언성을 높였다.“여보! 저 새끼가 하는 말을 믿어? 그냥 허세 부리는 거잖아!”서경희는 씩씩거리며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경고하는데 한지훈,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같이 길씨 가문을 찾아가서 사과드려! 내 딸 지켜준다며? 그럼 우연이랑 고운이를 위해서 남자 노릇 한번 해! 네 경솔한 행동으로 불러일으킨 사고는 네가 책임져야지!”강우연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엄마, 지훈 씨는 잘못 없어. 길시아가 먼저 폭력을 행사한 거 아시면서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강우연은 자신을 지켜준 한지훈이 오히려 비난 받는 이 상황이 지긋지긋했다.분노한 서경희가 강우연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너 미쳤어? 아직도 저 자식 편을 들어? 지금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해? 영감님이 미쳤어! 3일 안에 이 사건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를 내쫓겠다고 했다고!”말을 마친 서경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고래고래 통곡했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힘없는 목소리로 한지훈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이제 나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네요.”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강학주에게 말했다.“하루만 시간을 주세요.”강학주는 인상을 쓰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딱 하
한지훈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닙니다. 주소 보내주시면 내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한지훈은 사무실을 나섰다.그 시각, 강운그룹 회의실은 삭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고위 임원과 강가의 친인척들이 전부 회의에 참석했다. 그만큼 회사의 존망이 달린 심각한 문제였다.“어르신! 당장 한지훈 그 놈을 길가에 보내 사과하게 하세요! 안 그러면 회사 망해요!”“그래요, 회장님! 지금 열 곳이 넘는 거래처에서 계약 파기를 선언했어요. 하루 만에 손해 금액이 수백억이란 말입니다! 이러다가 파산하겠어요!”“길 중장이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니 누가 감히 거역하겠어요? 이 모든 게 한지훈 그 자식이랑 강우연이 사고 쳐서 생긴 일이잖아요! 그들을 길가에 보내 처벌을 받게 하는 게 맞아요!”사람들은 격분한 얼굴로 강우연 일가를 길씨 가문에 보내 사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상석에 앉은 강준상 회장의 얼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강희연이 나서서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할아버지! 더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잖아요! 그날 밤에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한지훈 그 미친 놈이 여자를 상대로 주먹까지 휘두르는 모습을 똑똑히 봤어요. 게다가 길 중장과도 현장에서 충돌이 있었죠. 한민학 군단장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길 중장이 군단장으로 승진하면 바로 강운그룹에 보복을 시작할 거예요. 그때 가면 모든 게 늦어버린다고요!”“그래요! 아버지, 더 고민할 시간이 없어요!”강문복도 옆에서 거들며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었다.“한지훈이 이 집에 들어온 뒤로 바람 잘 날이 없어요. 불행을 몰고 다니는 애들이에요! 재앙신이 따로 없다고요! 길씨 가문에서 이 일로 물고 늘어지면 우리 다 죽어요! 저들을 집안에서 내치는 것만이 답입니다!”“맞아요!”“강 이사님 말씀이 맞아요. 어르신, 빨리 결정을 내려주세요!”“맞아요! 저들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는 없어요!”강준상은 굳은 표정으로 지팡이를 두드리며 차갑게 말했다
“뭐라고? 우리와 계약한다고? 확실해?”강준상이 눈을 크게 뜨며 재차 확인했다.이 시점에 강운에 손을 내미는 기업이 있다고?이는 대놓고 길정우 중장에게 반기를 드는 것과 다름없었다.다른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눈치만 살폈다.하지만 이건 기회가 틀림없었다.사람들은 기업 대표들을 움직인 배후가 궁금했다.“설마 우리 강운에 숨겨둔 귀인이 있었던 겁니까? 길 중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리랑 계약하려는 회사가 나타나다니요!”“귀인이 나타난 게 틀림없네요! 길조가 들었나 봅니다!”“빨리 나가서 만나봅시다!”사람들은 다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준상도 강문복의 부축을 받으며 로비로 나왔다.열 명이 넘는 기업 대표들이 긴장한 얼굴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육 대표, 왕 대표, 이게 무슨….”강준상은 아는 얼굴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부 S시에서 난다 긴다 하는 기업의 대표들이었다.평소에 강준상이 만나서 차 한잔 하자고 그렇게 초대를 보내도 거절하던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회사로 찾아와서 계약을 제안한 상황!강준상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주 대표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강준상에게 말했다.“강 회장님은 참 복도 많아요. 이한승 회장님과 이렇게 두터운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이한승 회장님의 지시를 받고 강운에 거래를 제안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여기 계약서와 투자계획이 든 서류가 있으니 검토해 보시고 문제없으면 사인하시죠.”뭐라고?이안그룹 이한승?사람들을 그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모두가 궁금했던 귀인이 S시 재계 1위 이한승 회장이었다니! 망해가는 회사를 되살리고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전설의 인물이었다.강준상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사인까지 마쳤다.지금 이 순간 강준상은 모든 게 꿈만 같고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강문복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이한승 회장님께서 왜 갑자기 우리 회사를 돕
말을 마친 주 대표 일행은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이게 전부 한지훈 덕분이라고?직장도 없이 백수 생활을 하는 그 녀석이?믿기지 않았다.강준상은 다급히 주 대표를 쫓아가서 물었다.“주 대표님, 그게 사실입니까? 이한승 회장님께서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요? 한지훈 그 버러지를 위해 우리를 돕는다고요?”주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영감님, 전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한승 회장님은 확실히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는 한지훈 씨와 이 회장님 둘만 아는 비밀이 있겠죠. 그럼 저는 일정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주 대표는 급하게 자리를 떴다.로비에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한지훈? 그 인간이 이한승 회장과 무슨 사이지?”강희연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강문복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계획했던 일이 전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그는 서둘러 강준상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아버지, 아직은 안심하기 이릅니다. 상대는 길정우 중장이에요. 3일 뒤면 군단장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이 회장이 아무리 힘이 있어도 군인 장교와 비교할 수는 없죠! 게다가 이한승과 한지훈이 정확히 무슨 사이인지 밝혀지지도 않았잖아요. 이건 확실히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요.”강준상도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단 선물 좀 준비해서 나랑 병원에 좀 다녀오자꾸나.”“할아버지! 안 돼요! 할아버지는 우리 가문 가주이신데 어찌 어린 강우연의 병문안을 가시려고 그래요? 이런 일은 저와 아버지한테 맡기세요.”강희연이 다급히 말했다.강준상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너희끼리 다녀와. 한지훈이 이 회장이랑 무슨 관계인지 자세히 알아내. 이 녀석 우리한테 뭔가 숨기는 게 많아.”강희연과 강문복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재빨리 회사를 떠나 대충 선물을 고른 뒤,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한지훈은 고운이를 병실에 데려간 뒤, 과일을 사러 밖으로 나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이 거물들이 다 지훈 씨 때문에 온 거라고요?'게다가 이한승이라면, S시의 갑부가 아니던가. 이런 대단한 사람이 한지훈 때문에 강씨 집안을 돕는다니. 이건 대놓고 길정우네 집안과 맞서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거나 다름없었다.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한지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대체 한지훈은 뭘 숨기고 있는 걸까?한민학과 친구라고 했을 때는 같은 직군이라 특별 대우를 했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이한승과도 인연이 있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강우연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문복을 바라보았다."큰아버지,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지훈 씨가 말해주지 않았거든요."그 말을 들은 강문복이 웃으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면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자꾸나."강학주와 서경희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도 퍽 의심스러운 눈치였다.강학주가 물었다."형님, 이한승 회장이 친히 사람을 보내 우리 강운그룹과의 협력 의사를 전했다는 게 정말입니까? 게다가 그게 한지훈 때문이라고요?"강문복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니까. 그래서 확인차 어르신이 우리를 보낸 거 아니겠어. 만약 한지훈이 정말 그분과 특별한 사이라면, 이 소중한 기회를 잘 이용해야지, 안 그래?"그러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서경희가 중얼거렸다."권력도 힘도 다 잃은 무능한 녀석에게 그런 재주가 있을 리 없잖아.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지."비록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으나 가슴이 두방망이질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그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인형을 갖고 놀던 한고운이 사람들한테 다가왔다. 조막만 한 머리를 갸웃거린 아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엉첨나게 큰 건물도 샀고 나쁜 사람들도 쫓아냈어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그러자 기분 나쁜 티를 내며 눈살을 찌푸린 서경희가 비아냥거렸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이 되바
"그것참 아쉽게 됐군. 우리도 어르신이 잘 알아보라고 하셔서 온 거야. 볼일 끝났으니 우린 이만 가봐야겠어."곧바로 태세를 전환한 강문복은 바로 강희연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났다. 불과 2분 사이에 그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강학주가 그들을 배웅하려 했으나 서경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제지했다."당신이 가서 뭐 하게? 배웅이라도 해주려고? 저 사람들 표정 안 보여? 그냥 여기 있어!"서경희가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홱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능력은 변변찮으나 이번 일은 잘 해결했다. 더는 이 일로 따지지 않으마. 하지만 3일 뒤면 길정우 중장의 진급 축하 연회가 열린다는 걸 잊지 말거라. 길씨 가문과의 문제는 해결했어? 우리한테 피해를 주면 가만있지 않겠어!""맞아, 아직 제일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고. 한지훈, 해결 못 할 거 같으면 고분고분 사죄드리러 가는 게 어때?"강신도 맞장구를 쳤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마음 놓으세요. 잘 해결될 겁니다."짧게 코웃음 친 서경희가 몸을 돌렸다.강우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학주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어 강학주도 서경희를 따라 병실을 벗어났다.이제 병실에 남은 사람이라곤 한지훈과 강우연, 그리고 옆에 앉아 장난을 치고 있는 한고운뿐이었다.강우연이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 이한승 회장님과 아무 사이 아니에요?"강우연을 자리에 앉힌 한지훈이 대답했다."특별할 거 없는 사이야. 자꾸 이상한 상상 하지 말고, 이리 와서 내가 깎아주는 사과나 먹어.""아빠, 나도 사과 먹고 싶어."장난감을 품에 안은 아이가 한지훈의 품에 덥석 안겼다.부드럽게 미소 지은 한지훈이 아이의 코를 아프지 않게 쥐었다."그래, 우리 딸한테도 깎아줘야지."늦은 저녁 용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용일이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총사령관님, 일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직접 오셔서 확인하시겠습니까?"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강우연을 흘끔거린 한지운이 대답했다."알았어. 곧 가지
사람들이 불안과 의혹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용일은 성큼성큼 회의실로 들어섰다. 몸에 두른 살기가 회의실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눌렀다.그는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자신의 살기를 거침없이 내뿜었다. 덕분에 방 안의 사람들은 몸을 벌벌 떨며 입을 조개처럼 다물고 있어야 했다.이윽고 사람들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날카로운 분위기만으로도 그가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용일이 싸늘한 시선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그도 착석하는 대신 정도현의 반대편에 섰다."용일이라고 합니다. 절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알면 그만이니까요."그러자 용일에게 바싹 다가간 정도현이 사람들의 정보가 적힌 파일을 공손하게 건넸다.무표정하게 자료들을 훑어본 용일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당신들을 이 자리에 부른 건, 길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단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헛숨을 들이켰다.어떤 이들은 화를 내며 책상을 내려쳤다. 그 중 한 사람이 정도현에게 손가락질했다."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우리를 부른 게 저런 이유 때문이라고? 정체도 불분명한 자의 말 한마디에 길 씨길 씨 집안과의 협력을 끊으라니. 당신 미쳤어? 3일 뒤면 길정우가 군단장이 되는 것도 몰라?"한 사람이 반박하자 모두 맞장구를 쳤다."오늘 일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어. 따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당장 길정우 중장에게 보고할 테니 당신이 알아서 책임져!""뭐 이런 개판이 다 있나. 모두 이만 물러가자고."방금 항의했던 중년 남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가 문을 향해 걸어가는 도중, 굉음과 함께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 남성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의 미간에 총이 겨눠진 것이다.문밖에는 이미 중무장한 군인 수십 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총구가 그 남성에게 향했다.제 이마에 총을 겨눈 자의 차림새를 슬쩍 곁눈질한 남성이 다시 한번 경악했다. 그 군인의 직급은 다름 아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