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우리와 계약한다고? 확실해?”강준상이 눈을 크게 뜨며 재차 확인했다.이 시점에 강운에 손을 내미는 기업이 있다고?이는 대놓고 길정우 중장에게 반기를 드는 것과 다름없었다.다른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눈치만 살폈다.하지만 이건 기회가 틀림없었다.사람들은 기업 대표들을 움직인 배후가 궁금했다.“설마 우리 강운에 숨겨둔 귀인이 있었던 겁니까? 길 중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리랑 계약하려는 회사가 나타나다니요!”“귀인이 나타난 게 틀림없네요! 길조가 들었나 봅니다!”“빨리 나가서 만나봅시다!”사람들은 다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준상도 강문복의 부축을 받으며 로비로 나왔다.열 명이 넘는 기업 대표들이 긴장한 얼굴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육 대표, 왕 대표, 이게 무슨….”강준상은 아는 얼굴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부 S시에서 난다 긴다 하는 기업의 대표들이었다.평소에 강준상이 만나서 차 한잔 하자고 그렇게 초대를 보내도 거절하던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회사로 찾아와서 계약을 제안한 상황!강준상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주 대표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강준상에게 말했다.“강 회장님은 참 복도 많아요. 이한승 회장님과 이렇게 두터운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이한승 회장님의 지시를 받고 강운에 거래를 제안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여기 계약서와 투자계획이 든 서류가 있으니 검토해 보시고 문제없으면 사인하시죠.”뭐라고?이안그룹 이한승?사람들을 그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모두가 궁금했던 귀인이 S시 재계 1위 이한승 회장이었다니! 망해가는 회사를 되살리고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전설의 인물이었다.강준상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사인까지 마쳤다.지금 이 순간 강준상은 모든 게 꿈만 같고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강문복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이한승 회장님께서 왜 갑자기 우리 회사를 돕
말을 마친 주 대표 일행은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이게 전부 한지훈 덕분이라고?직장도 없이 백수 생활을 하는 그 녀석이?믿기지 않았다.강준상은 다급히 주 대표를 쫓아가서 물었다.“주 대표님, 그게 사실입니까? 이한승 회장님께서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요? 한지훈 그 버러지를 위해 우리를 돕는다고요?”주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영감님, 전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한승 회장님은 확실히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는 한지훈 씨와 이 회장님 둘만 아는 비밀이 있겠죠. 그럼 저는 일정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주 대표는 급하게 자리를 떴다.로비에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한지훈? 그 인간이 이한승 회장과 무슨 사이지?”강희연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강문복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계획했던 일이 전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그는 서둘러 강준상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아버지, 아직은 안심하기 이릅니다. 상대는 길정우 중장이에요. 3일 뒤면 군단장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이 회장이 아무리 힘이 있어도 군인 장교와 비교할 수는 없죠! 게다가 이한승과 한지훈이 정확히 무슨 사이인지 밝혀지지도 않았잖아요. 이건 확실히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요.”강준상도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단 선물 좀 준비해서 나랑 병원에 좀 다녀오자꾸나.”“할아버지! 안 돼요! 할아버지는 우리 가문 가주이신데 어찌 어린 강우연의 병문안을 가시려고 그래요? 이런 일은 저와 아버지한테 맡기세요.”강희연이 다급히 말했다.강준상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너희끼리 다녀와. 한지훈이 이 회장이랑 무슨 관계인지 자세히 알아내. 이 녀석 우리한테 뭔가 숨기는 게 많아.”강희연과 강문복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재빨리 회사를 떠나 대충 선물을 고른 뒤,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한지훈은 고운이를 병실에 데려간 뒤, 과일을 사러 밖으로 나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이 거물들이 다 지훈 씨 때문에 온 거라고요?'게다가 이한승이라면, S시의 갑부가 아니던가. 이런 대단한 사람이 한지훈 때문에 강씨 집안을 돕는다니. 이건 대놓고 길정우네 집안과 맞서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거나 다름없었다.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한지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대체 한지훈은 뭘 숨기고 있는 걸까?한민학과 친구라고 했을 때는 같은 직군이라 특별 대우를 했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이한승과도 인연이 있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강우연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문복을 바라보았다."큰아버지,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지훈 씨가 말해주지 않았거든요."그 말을 들은 강문복이 웃으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면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자꾸나."강학주와 서경희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도 퍽 의심스러운 눈치였다.강학주가 물었다."형님, 이한승 회장이 친히 사람을 보내 우리 강운그룹과의 협력 의사를 전했다는 게 정말입니까? 게다가 그게 한지훈 때문이라고요?"강문복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니까. 그래서 확인차 어르신이 우리를 보낸 거 아니겠어. 만약 한지훈이 정말 그분과 특별한 사이라면, 이 소중한 기회를 잘 이용해야지, 안 그래?"그러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서경희가 중얼거렸다."권력도 힘도 다 잃은 무능한 녀석에게 그런 재주가 있을 리 없잖아.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지."비록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으나 가슴이 두방망이질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그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인형을 갖고 놀던 한고운이 사람들한테 다가왔다. 조막만 한 머리를 갸웃거린 아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엉첨나게 큰 건물도 샀고 나쁜 사람들도 쫓아냈어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그러자 기분 나쁜 티를 내며 눈살을 찌푸린 서경희가 비아냥거렸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이 되바
"그것참 아쉽게 됐군. 우리도 어르신이 잘 알아보라고 하셔서 온 거야. 볼일 끝났으니 우린 이만 가봐야겠어."곧바로 태세를 전환한 강문복은 바로 강희연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났다. 불과 2분 사이에 그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강학주가 그들을 배웅하려 했으나 서경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제지했다."당신이 가서 뭐 하게? 배웅이라도 해주려고? 저 사람들 표정 안 보여? 그냥 여기 있어!"서경희가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홱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능력은 변변찮으나 이번 일은 잘 해결했다. 더는 이 일로 따지지 않으마. 하지만 3일 뒤면 길정우 중장의 진급 축하 연회가 열린다는 걸 잊지 말거라. 길씨 가문과의 문제는 해결했어? 우리한테 피해를 주면 가만있지 않겠어!""맞아, 아직 제일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고. 한지훈, 해결 못 할 거 같으면 고분고분 사죄드리러 가는 게 어때?"강신도 맞장구를 쳤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마음 놓으세요. 잘 해결될 겁니다."짧게 코웃음 친 서경희가 몸을 돌렸다.강우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학주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어 강학주도 서경희를 따라 병실을 벗어났다.이제 병실에 남은 사람이라곤 한지훈과 강우연, 그리고 옆에 앉아 장난을 치고 있는 한고운뿐이었다.강우연이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 이한승 회장님과 아무 사이 아니에요?"강우연을 자리에 앉힌 한지훈이 대답했다."특별할 거 없는 사이야. 자꾸 이상한 상상 하지 말고, 이리 와서 내가 깎아주는 사과나 먹어.""아빠, 나도 사과 먹고 싶어."장난감을 품에 안은 아이가 한지훈의 품에 덥석 안겼다.부드럽게 미소 지은 한지훈이 아이의 코를 아프지 않게 쥐었다."그래, 우리 딸한테도 깎아줘야지."늦은 저녁 용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용일이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총사령관님, 일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직접 오셔서 확인하시겠습니까?"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강우연을 흘끔거린 한지운이 대답했다."알았어. 곧 가지
사람들이 불안과 의혹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용일은 성큼성큼 회의실로 들어섰다. 몸에 두른 살기가 회의실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눌렀다.그는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자신의 살기를 거침없이 내뿜었다. 덕분에 방 안의 사람들은 몸을 벌벌 떨며 입을 조개처럼 다물고 있어야 했다.이윽고 사람들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날카로운 분위기만으로도 그가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용일이 싸늘한 시선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그도 착석하는 대신 정도현의 반대편에 섰다."용일이라고 합니다. 절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알면 그만이니까요."그러자 용일에게 바싹 다가간 정도현이 사람들의 정보가 적힌 파일을 공손하게 건넸다.무표정하게 자료들을 훑어본 용일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당신들을 이 자리에 부른 건, 길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단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헛숨을 들이켰다.어떤 이들은 화를 내며 책상을 내려쳤다. 그 중 한 사람이 정도현에게 손가락질했다."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우리를 부른 게 저런 이유 때문이라고? 정체도 불분명한 자의 말 한마디에 길 씨길 씨 집안과의 협력을 끊으라니. 당신 미쳤어? 3일 뒤면 길정우가 군단장이 되는 것도 몰라?"한 사람이 반박하자 모두 맞장구를 쳤다."오늘 일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어. 따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당장 길정우 중장에게 보고할 테니 당신이 알아서 책임져!""뭐 이런 개판이 다 있나. 모두 이만 물러가자고."방금 항의했던 중년 남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가 문을 향해 걸어가는 도중, 굉음과 함께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 남성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의 미간에 총이 겨눠진 것이다.문밖에는 이미 중무장한 군인 수십 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총구가 그 남성에게 향했다.제 이마에 총을 겨눈 자의 차림새를 슬쩍 곁눈질한 남성이 다시 한번 경악했다. 그 군인의 직급은 다름 아닌 중
용일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좋은 질문이군요. 그렇지만 그 집안이 제게 실수를 한 건 아닙니다."자신들이 오해했겠거니 싶었던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했다."길씨 가문은 제 형님, 즉 저희 보스의 눈 밖에 난 겁니다."그러나 이어지는 말을 들은 이들은 또다시 놀란 심장을 부여잡아야 했다. 그들의 얼굴은 아예 공포로 물들었다.용일은 좌중에 폭탄을 던진 거나 다름없었다.'길씨 가문에서 이 집단의 보스를 건드렸다고?'현재 중장이 문밖에서 경호하고 있었으니,회의실에 있는 용일은 대장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그의 형님이라는 자의 직급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그야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길씨 가문이 그런 보스의 눈 밖에 나다니.사람들은 호흡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한단 말인가.용일이 언급한 보스라는 사람은 대단한 권력을 손에 거머쥔 높으신 분이 틀림없었다. 그런 사람의 미움을 사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선생님, 혹 직책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겨우 용기를 낸 누군가가 물었다.그러자 용일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용국 북양구 장군, 용일입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회의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 이 지방에서 알아주는 거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용일에게 무릎을 꿇었다.사람들은 바닥에 머리를 파묻을 기세로 고개를 조아리며 벌벌 떨어야 했다.북양구 출신이었다니! 용국 북양구의 장군이라니!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보스는 현재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용국 북양구 최연소 총사령관일 터였다.드디어 보스의 정체를 알아낸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북양구 총사령관이 이곳 오군에 납시셨다니.당연하게도 길 씨 집안은 북양구 총사령관의 미움을 산 것이다. 자그마치 삼십만 명의 군인을 통솔하는 사람이었다...이 지방의 거물들도 그에게는 한낱 개미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평소라면 한껏 거들먹거리며 존재감을 뽐냈을 이들은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총사령관을 향해 바닥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슬쩍 고개까지 들어가며 총사령관의 얼굴을 확인하려 애썼다.그러나 캐주얼 차림으로 태연하게 상석에 자리한 남자를 마주한 그들은 벙찔 수밖에 없었다.이 사람이... 소문으로만 듣던 북양구 총사령관이라고?이렇게 평범한 차림으로 나타나도 되는 건가?적어도 화려한 청색 무늬 전포쯤은 입어줘야 하지 않나?그런데 이 사람, 어딘가 낯익었다."한지훈? 한씨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한지훈?"무릎을 꿇고 있던 이들 중, 한지훈의 정체를 눈치챈 자가 그를 가리키며 경악했다.상석에 앉은 한지훈이 팔짱을 끼며 좌중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바로 그 순간,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든 용일이 그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탕, 귀를 찢는 소음과 함께 그 사람이 피 웅덩이 속에 털썩 쓰러졌다."총사령관님께 불경한 죄, 죽음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차갑게 일갈한 용일이 다시 총을 거뒀다.혼비백산한 사람들은 바닥에서 몸을 덜덜 떨어댔다.그들은 현재 패닉상태에 빠졌다. 한지훈이 정말 북양구 총사령관이라고? 믿기지 않는 현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렇다면 길씨 가문의 운명은 어찌 된단 말인가?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상석에 앉은 한지훈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을 무감하게 쳐다보았다. 이어 싸늘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내 요구는 하나다. 3일 뒤, 길씨 가문 길정우의 진급 연회에서 그 집안과 일체 협력을 중단할 것을 선포하도록. 할 수 있겠나?"다들 머리를 조아리느라 정신이 없었으니,한지훈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을 리 없었다.그들은 고장 난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예예, 잘 알겠습니다. 반드시 총사령관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그제야 한지훈이 살벌한 기운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여러분들의 도움은 절대 잊지 않겠다. 이 일이 끝나면 이한승이 협력을 제안할 거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용일이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정도현은 마침내 제대로 숨을
말을 마친 강우연이 떠날 준비를 했다. 한지훈은 그녀를 회사에 데려다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돌아온 그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기로 마음먹었다.요 며칠 아이가 놀이공원을 부르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한 한지훈은 아이를 데리고 오군에서 규모가 가장 큰 놀이공원으로 향했다.화려한 놀이공원을 쭉 훑어본 아이는 좋아서 방방 뛰었다. 행복한 미소를 지은 아이가 한지훈의 볼에 뽀뽀했다."아빠,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아이의 오뚝한 코를 툭 건드린 한지훈이 말했다."가자, 아빠랑 신나게 놀아야지!""와아-"한고운이 잔뜩 신나서 작은 손을 파닥거렸다.두 사람은 곧 인파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한 시간 뒤, 두 사람은 휴식 구역에 들어섰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한지훈이 말했다."고운아,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야 해?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 올게."아이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귀여운 토끼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옅게 미소 지은 한지훈은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에게 잠시 아이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한 뒤 편의점에 들어갔다.바로 이때, 손에 문신을 새긴 젊은 남성 두 명이 두리번거리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다짜고짜 아이를 번쩍 안아 든 두 사람은 재빨리 도망쳤다.기겁한 한고운은 힘껏 소리치며 반항했다."아빠! 아빠!"지켜보던 아주머니도 혼비백산하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아이가... 아이가 유괴됐어요!"그 소리를 들은 한지훈은 아이스크림을 내팽개치고 달려왔다. 아주머니가 절박하게 외쳤다."검은 옷을 입고 선캡을 쓴 남자 두 명이 당신의 아이를 데려갔어요! 손에는 문신도 있었고요..."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한지훈이 씨근덕거렸다. 남자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지만 사람들이 하도 많아 작은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이를 유괴한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람들 틈에 숨어들 수 있었다.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한지훈이 용일에게 전화를 걸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명령했다."당장 도시를 봉쇄하라고 한민학에게 전달해. 누군가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