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건장한 사내들을 보고 강우연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겁에 질려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겼다.한지훈만 혼자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마주 보고 있었다.사내 중 한 명이 비수를 휘두르며 한지훈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한지훈은 가볍게 몸을 날려 피한 뒤, 상대의 팔목을 뒤로 꺾어 부러뜨렸다.그리고 다리를 들어 복부를 걷어차자 상대는 힘없이 멀리 나가 떨어지며 뒤에 있던 동료들까지 덩달아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다른 두 명의 사내가 측면에서 비수를 휘두르며 공격해 왔다.하지만 그들은 한지훈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한지훈은 곧장 술병을 들어 그들의 머리를 가격했다. 진한 알코올 냄새와 함께 상대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바닥에 쓰러진 사내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통스럽게 신음했다.한지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깨진 술병을 왼쪽 측면에서 돌진해 오는 사내의 목에 찔러 넣었다!상대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당황한 표정으로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의 가슴팍을 걷어차 멀리 날려보냈다.그렇게 5분도 채 되지 않아 왕호가 데려온 부하들이 하나둘씩 심각한 부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왕호는 당황했다. 살면서 이처럼 무식하게 센 놈은 처음이었다. 그는 벽에 허리를 붙인 채,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나 왕호야! 교구연 형님의 오른팔! 내 새끼들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네가 무사할 것 같아? 내 밑에 있는 애들만 200명이 넘어. 상황파악 했으면 당장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지원군 도착하면 네 동료들까지 다 죽여 버릴 거야!”겁에 질린 강우연의 직원들이 한지훈을 말렸다.“한지훈 씨, 그만해요! 상대는 왕호라고요! 저 사람들에게 밉보이면 우리 다 살아서 못 나가요!”“강 부장님, 남편분 좀 말려보세요! 이러다가 정말 다 죽어요!”“한지훈 씨, 그만해요! 상대는 교구연 무리라고요!”사람들의 고함과 원망 섞인 목소리에도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강우연은 울고만 싶어졌다.한지훈이 이 정도로 경솔하게 행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왕호 무리를 건드리다니.하지만 자신을 구하려고 나서준 그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구경이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강 부장님, 한 선생님, 두 분 괜찮으시죠?”강우연은 구경을 보자 다급히 말했다.“사장님, 죄송해요. 룸이 아수라장이 되었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손해배상은 저희가 다 부담할게요.”구경은 당연히 강우연의 돈을 받을 수 없었다. 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요, 괜찮아요. 지금 애들 불러서 청소하면 돼요.”말을 마친 구경은 룸을 나가고 곧이어 레스토랑 직원들이 안으로 들어와서 방 안을 깔끔히 청소하고 메뉴도 새로 내왔다.자리에 다시 앉은 사람들은 걱정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한지훈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앉아 태연하게 식사를 했다. 물론 조금 전 혼란을 틈타 화장실로 가서 정도현과 송호문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사람들은 모든 분노를 한지훈에게 쏟았다.“한지훈 씨! 지금 큰 사고 친 거 알아요? 상대는 왕호라고요! 교구연의 오른팔! 그런 사람을 쳤으니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것과 같아요! 저들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강 부장님, 이를 어쩌면 좋아요? 왕호가 사람들 데리고 오면 우리 정말 끝장이에요! 저는 연로하신 부모님과 돌봐야 할 자식이 있단 말이에요.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요!”강우연은 이 자리가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직원들의 불만과 걱정은 점점 산처럼 쌓여만 가고 팽팽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한지훈은 전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여러분은 가만히 있었고 사고는 제가 쳤으니 제가 혼자 책임질게요.”“당신이 무슨 수로 책임져? 정말 못 말려! 가문에서도 쫓겨난 거지 새끼가 뭘 믿고 그렇게 나대는지 몰라!”“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강 부장님도 따라서 고생하잖아! 회사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저격 당하고 밖에서까
교구연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에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강우연을 포함한 직원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아니나 다를까,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안으로 들어서더니 그 뒤로 흰색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고 금색 안경을 쓴 남자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좌중을 둘러보았다.그는 숨막히는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했다.그가 바로 4대천왕 중 한 명인 교구연이었다.교구연의 등장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인사했다.“형님!”유독 한지훈만 태연히 자리에 앉아 상대를 빤히 관찰하고 있었다. 강우연과 그녀의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손에 땀이 났다.“지훈 씨, 지훈 씨, 빨리 일어나요!”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을 재촉하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옆에 있던 직원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흘겨보았다.“젠장! 이제 끝장이야! 한지훈 저 자식은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하지? 교 사장이 왔는데 아직도 한가히 밥이나 먹고 있다니!”“이제 어떡하죠? 우리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니에요?”“다 한지훈 저놈 때문이야! 교 사장이 왔으니 이제 아무도 도망 못 가겠네….”당황한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교 사장님, 우린 아무것도 안 했어요. 다 한지훈 저 인간이 했어요! 저 인간이 왕호 형님에게 주먹을 휘둘렀어요. 보복을 하려면 저 인간한테만 하세요. 우린 아무 잘못 없어요!”“그래요, 교 사장님. 우린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니까요?”사람들의 질타에도 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교구연 일행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발끈한 왕호가 다가가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야! 우리 구연 형님이 오셨는데 지금 여기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당장 일어나서 인사 올리지 않고 뭐 해!”말을 마친 그는 테이블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거대한 진동에 테이블에 있던 반찬이 바닥에 쏟아졌다.한지훈은 인상을 쓰며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
S시 지하세력의 4대천왕으로 불리는 그의 앞에서 보란 듯이 부하의 다리를 절단한 상대가 멀쩡히 살아서 시내를 돌아다니면 그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없었다!순식간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무리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을 압박해 왔다.겁에 질린 강우연과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한지훈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현장을 둘러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뭐야? 고작 이거야? 이거 너무 시시한데.”분노한 교구연이 소리쳤다.“같이 덤벼! 당장 저 놈의 간사한 혀를 뽑아버리라고!”조폭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그런데 이때, 분노한 고함소리가 룸을 찢어버릴 듯이 크게 울렸다.“한 선생 몸에 손대는 자는 내가 죽여버릴 거야!”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입구를 바라보니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파이프를 들고 안으로 달려 들어오고 있었다.그 뒤로 체크무늬 정장을 입은 정도현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입장했다.“교 사장, 안 본새에 많이 컸네. 감히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워? 이 정도현이가 그렇게 만만해?”안으로 들어선 정도현은 한지훈과 시선을 교환한 뒤, 교구연을 향해 싸늘하게 경고했다.정도현이 누군가.S시의 최강 세력의 정점에 선 사람이 아닌가!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강우연의 직원들은 공포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교구연 한 명으로도 벅찬데 정도현 회장까지 나타날 줄이야!이제 끝장이야!그들은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아버리고 말았다.교구연이 음침한 표정으로 정도현을 바라보며 따지듯 물었다.“정 회장,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지? 저 녀석을 감싸겠다는 거야?”정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저분을 위해 친히 걸음했는데 할 말 있어?”정도현은 기세로 교구연을 압도했다.교구연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정 회장, 잘 생각해! 저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놈 때문에 나를 적으로 돌리려는 거야?”정도현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교 사
위풍당당하게 부하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온 송호문은 곧장 교구연을 지목했다.그 시각, 스타이 타운 바깥에는 이미 수십 대의 경찰차가 물샐 틈 없이 현장을 포위했고 무장을 한 특수부대원들이 신속히 안으로 침투했다.“1팀 제압 완료!”“2팀 제압 완료!”“3팀 제압 완료!”잠깐 사이에 경찰들이 스카이 타운 전체를 장악했다.위기 상황을 감지한 교구연은 음침한 표정으로 정도현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정도현 이 비겁한 자식이! 감히 나를 음해하려고 들어?”정도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해? 난 아무것도 안 했어.”말을 마친 정도현은 송호문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송 청장님, 야밤에 수고 많으십니다.”송호문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한지훈과 시선을 교환하고는 교구연에게 물었다.“교구연, 조금 전에 누굴 죽이려고 했다던데, 그게 누구야?”교구연은 분노에 치를 떨다가 결국 고개를 떨어뜨리며 대답했다.“송 청장님, 오해십니다. 그냥 장난 좀 쳐본 거였어요.”송호문이 싸늘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장난이었다고? 그래. 그럼 나랑 같이 서로 가서 얘기하지.”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경찰들이 다가가서 교구연 일당의 손에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갔다. 교구연은 끌려 나가면서도 정도현과 한지훈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나 이대로 넘어갈 생각 없어! 비겁하게 감히 날 모함해? 두고 봐!”송호문은 정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정 회장님도 같이 가시죠.”정도현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강우연과 직원들은 갑자기 정리된 상황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교구연과 정도현은 경찰에 잡혀갔으니 이제 무사한 건가?송호문이 다가와서 강우연 일행에게 물었다.“다들 괜찮으세요? 다친 데는 없어요?”강우연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괜찮아요. 형사님들이 제때에 나타나 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송호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게 저희 일이잖아요.
“한지훈, 네가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상황이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어! 너 보고 밥맛 떨어졌으니 썩 꺼져!”사람들의 비난에도 강우연은 그저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모임은 기분 안 좋게 끝이 났다.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강우연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한지훈은 따뜻한 꿀물을 타서 그녀에게 가져다주며 말했다.“아까 술을 좀 마셨으니까 이거 마셔.”“고마워요.”강우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가 내민 컵을 받아 꿀물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여전히 걱정되는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길씨 가문을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해 봤어요? 정말 문제없겠어요?”한지훈은 그녀의 옆에 앉아 느긋한 태도로 답했다.“응, 걱정하지 마. 내가 다 해결할게.”강우연은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지훈은 일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피로가 몰려와 잠에 들었다.한 시간 뒤, 서류를 다 검토한 강우연은 소파에서 잠든 한지훈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 자세로 턱을 괴고 잠시 그의 얼굴을 관찰했다.선 굵은 이목구비에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눈썹, 그리고 오똑한 콧날….보면 볼수록 그녀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런데 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눈을 떴다. 그는 새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무심하게 물었다.“얼굴이 왜 그래?”강우연은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시간도 늦었으니 어서 쉬러 가요.”말을 마친 그녀는 서류를 품에 안고 도망치듯 침실로 돌아갔다. 침실에 들어온 그녀는 벽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렸다.“아… 창피해. 강우연, 이건 너무 바보 같잖아….”그 시각 한지훈은 소파에서 얼굴을 어루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방으로 가서 이불을 하나 챙긴 뒤,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강우연이 다 씻고
강준상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상황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 내게 도움을 청하는 의도가 뭐야? 가문까지 끌어안고 지옥으로 떨어지겠다는 소리야? 사고는 한지훈이 쳤으니 책임도 걔가 져야지. 자기가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잖아? 그 방법이 안 먹히니까 널 나한테 보낸 거야?”강우연은 울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거 지훈 씨는 몰라요. 그래도 고운이 아빠잖아요. 그 사람을 이렇게 잃을 수는 없어요.”“허!”강준상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강우연에게서 등을 돌렸다.“녀석은 가문에서도 버림받은 무능한 놈이야! 우리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5년 전 그 사고가 없었으면 우리 강운그룹도 일류 그룹으로 자리매김했을 거야! 그 인간이 없었으면 네가 지금 이 지경이 됐겠어? 내가 그렇게 예뻐하던 손녀가 왜 이렇게까지 바보가 됐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놈을 위해 무릎까지 꿇다니! 나가!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아!”강우연은 구슬피 울며 애원했다.“할아버지, 제발요. 지훈 씨 좀 도와주세요. 저와 고운이는 그 사람이 필요해요….”쾅!그런데 이때,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강희연이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강우연, 너 사람 말 못 알아들어? 할아버지가 꺼지라잖아? 너 무슨 염치로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구걸하는 거야?”“언니가 날 싫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이번에는 제발 나 좀 도와줘. 지훈 씨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민학그룹과의 프로젝트는 언니한테 전권을 넘길게.”강우연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 말에 강희연은 구미가 동했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강준상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이번만 좀 도와줄까요? 그래도 우리 가문 사위인데 물론 우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잖아요. 한지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비웃지 않겠어요?”강준상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소용없어. 길씨 가문은 나도 안중
말을 마친 오관우는 전화를 끊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길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뒤,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관우? 우리 오빠한테는 어쩐 일로 연락했어?”“응? 시아구나. 정우 돌아왔다고 해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연락했지.”오관우가 웃으며 답했다.“인삿치레는 그만 둬. 내가 오빠를 몰라? 솔직히 말해. 우리 오빠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전화했어?”길시아가 싸늘하게 물었다.오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강희연의 계획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얘기를 다 들은 길시아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새침하게 말했다.“강우연?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해. 저녁에 내가 그리로 나갈게.”전화를 끊은 길시아의 눈빛이 음산하게 빛났다.강우연!몇 년을 안 보고 살았더니 이렇게까지 타락한 건가?한지훈을 위해 자존심 다 버리고 우리 오빠한테 사정한다고?그럼 그 바람, 철저히 부숴주지!“누가 전화왔어?”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길정우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그녀에게 물었다.길시아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스팸 전화.”길정우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씻으러 들어갔다.한편, 강희연과 강우연은 오관우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 오관우에게서 연락이 왔다.강희연이 다급히 물었다.“어때? 약속은 잡았어?”오관우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약속은 잡았는데 길정우가 아니라 시아가 나오기로 했어.”“누구?”강희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강우연의 눈치를 살피고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걔가 왜 나와?”오관우가 말했다.“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길정우 전화를 길시아가 대신 받은 거야. 그런데 상관없지 않을까? 길시아는 길정우가 아끼는 동생이잖아. 길정우는 여동생이라면 껌뻑 죽는다던데, 길시아가 나서주면 오히려 잘된 일 아니야?”강희연은 굳은 표정으로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알았어. 자기가 장소 정하고 문자 줘. 강우연은 내가 데리고 갈게.”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고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강
"어디 감히 건방지게!" 이내 한용의 노호와 함께, 한지훈을 향하던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용, 너... 방금 뭐 한 거야!”우천존은 창시자가 그동안 한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도, 게다가 그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자신의 기운을 깨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무리 속에 서 있던 진강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바빴다. 한지훈이 드디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양령아 또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한지훈이 한용을 할아버지라고 부른 이상,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천존은 더 이상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은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그 환상 속에서 마주한 노인의 말이, 한지훈은 내심 계속 신경 쓰였다. ‘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 한지훈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우천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정한 어둠을 본 적이 있긴 해?” 이 말을 듣고 우천존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는 한지훈의 말속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내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지는 본래 진안이라, 진법을 따라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뒤이어 그는 손을 높이 흔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 위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 충격적인 장면에 온 이집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
“자고로 이 천지는 본래 진법 안에 있고, 이 해와 달 그리고 우주는 진안이라고 볼 수가 있어. 그리고 이런 진안으로는 얼마든지 도검을 만들 수가 있지!”“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금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 하늘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내 노인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진!”바로 그때, 온 하늘의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주위는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한지훈은,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룡심에 숨겨진 무상의 진법이었다. “알겠어?”이내 노인은 한지훈을 흘겨보았다. “그...”한지훈은 뭔가 깨달은 것 같긴 했지만 딱히 정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은 단 한 번만으로는 바로 마음에 새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법을 다시 되새기고 받아들일 과정이 필요했다. “에휴! 마땅히 이렇게 해야만 용족이 앞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가 있는 거야! 그래야만 나도 우리 용족이 부끄럽지 않을 테고!”말을 마친 노인은 살짝 눈을 감더니 이내 점점 실루엣이 옅어졌다. 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한지훈은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지훈과는 달리, 바깥은 이미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필적할 수 없는 기세가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내 갑자기 천지의 풍운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뿌연 황사가 만 미터 고공을 휩쓸고 있었다. 눈부신 고공에, 한 줄기 성화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비할 데 없이 기괴했다. 그 광경에, 우천존과 한용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천신계의 강자인 그들은, 방금 뿜어져 나온 그 강력한 위세에 내심 위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우천존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 기분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상대의 실력은 어찌나 강한지, 단번에 그의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 “지훈아,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우리 한 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어!”하늘 속 그 실루엣은 바로 한용이었다. “할아버지... 저...”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한용의 등장에 감개무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필살의 국면이었던 상황이, 한용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저놈들한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는 없어. 이건 바로 규칙이니까! 결국 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건 너 자신한테 달린 거야!”한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천신계의 강자는 천신 이하의 일반인에게 살수를 통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여태 천 년 동안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규칙에 단호했던 한용은, 당연히 금기를 무시하는 우천존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광명존을 무너뜨리고 한바탕 휩쓸어버린 한용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인왕의 경지인 건가? 자고로 인왕은 백 년에 한 사람도 나오기 힘든 강자 중 강자이다. 그만큼 인왕의 존재는 매우 나도 무서웠다. 나일 강변은 인왕이 한 명 있는 덕에, 주변 열강들은 감히 엿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폴레옹과도 같은 절세의 강자조차도 결국 순순히 비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감히 손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그들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런 위세를 띠고 있었다. 충격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 사제가 심지어 저도 모르게 한용의 방향을 향해 절까지 하였다. 그는 과거 인왕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핍박하여 퇴각시켰는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인왕은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뒤흔들고 대지를 진동시켜 거칠고 사나운 파도까지 불러일으켰었다. 그 위압은 방금
진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천존은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진강의 얼굴을 후려쳤다. “시끄러워!”비록 진강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필경 천신계 강자의 차원은 남달랐기에, 아무리 가벼운 타격이라 하더라도 진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힌다고? 하하.”광명 좌사는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영광으로 여기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태양 광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천왕계 강자들의 앞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점을 노려 한지훈 한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천존이 있으니, 당연히 수치로 여기 지를 않았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가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 어쩔 건데?”광명 우사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한지훈, 안타깝게 됐네. 너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앞으로 쭉쭉 성장하여 창창한 앞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쩌면 언젠가 내가 너한테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 그 성장을 보기도 전에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됐네!”광명존 유회원은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한지훈,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는 거야. 내 뒤에는 천신강자가 있지만 네 뒤에는 뭐가 있는데? 네가 그렇게 충성하는 국왕? 혹은 너의 용국의 기운?”“너한테 솔직히 얘기해 주자면,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위세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형성되는 날이면, 넌 여태 수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한 격차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천신 강자로 등극할 수 있어!”“하지만 넌 이제 영영 그날을 기다릴 수 없게 됐네! 오직 한 사람뿐인 너와는 달리 나의 뒤에는 광명파가 있거든!”광명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뛰여 올랐고, 동시에 광명 좌우사도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지훈을 에워싸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천존은 살기 어린 눈빛
과거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유회원은 당시 체념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는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본인이 가장 아끼던 천도 무영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같은 4성 천왕계인 광명 좌우사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지훈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신계의 강자인 우천존 또한 이 자리에서 대기를 하며, 얼마든지 한지훈을 처단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기에도 한지훈에게 있어 필사의 판국이었다. 한편, 금방 막 태양 광장에 도착한 진강은 죽어라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그는 실력이 약한 자신이, 사령관을 도울 자격조차 전혀 안된다는 사실에 매우 한스러워하며, 한지훈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양령아도 잔뜩 화가 난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삼성 지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상대 중 가장 약한 실력이 무려 4성 천급 천왕계였기에 그녀 또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설마 그동안 백전백승하며 용국을 수년간 호위했던 전신 한지훈이 정말 이곳에서 운명하기라도 하겠어? “흥, 이 모든 게 한지훈이 건방지게 군 탓이야. 감히 천신계의 고수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당장 죽어도 싸!”“그가 제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정 억울하면 한지훈이 여태 멍청하게 군걸 탓해. 광명존은 이미 그한테 살 길을 줬었고, 그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따금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예외 없이 모두 광명존의 편에 서 있었다. 이게 바로 세상의 현실이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더욱 강하면 군중들은 흔히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결국 강자를 도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을 테니까. 약자는 이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외에 굴욕밖
이 틈을 타, 나국화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비꼬았다. “만약 그때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체면을 세워주었더라면, 지금 난 이렇게까지 방관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 됐네,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당시 데클라 호텔에서 한지훈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로부터, 나국화는 줄곧 원한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한지훈과 양령아는 그 후 멤비스로 향하면서도 나국화에게 알리지 않았고, 더욱이는 그를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국화는, 지금 궁지에 몰린 한지훈의 모습에 기뻐났다. “사실 난 정말 네가 천왕계의 강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하지만, 천왕계 강자면 뭐 어때? 비록 네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쉽게 억누르고 고개를 못 들게 할 수 있지만, 유 선생은?”“그리고 이 어르신은?” “네가 과연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까?”“실력은 중요한 요소일 뿐, 때로는 숲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해!”나국화는 어깨를 높이 쳐들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그래도 넌 여전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그러자 한지훈이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그 말에 화가 난 나국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손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좋아, 좋아! 오늘 내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 네가 어떻게 처참하게 이곳에서 피를 뿌리게 되는지!”“한지훈, 한용의 체면을 봐서라도 만약 네가 정말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면, 내가 오늘 네 시체를 아주 깔끔하게 남겨둘게!”우천존은 한지훈을 흘겨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허허, 내 시체를 남겨 두겠다고? 천신계의 강자를 확실히 감당할 수 없긴 하지만, 너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뭐가 됐든 난 네 제자가 아니니, 네가 한 모든 말은 나에게 있어서 아무런 소용도 없어!”한지훈은 차갑게 맞받아쳤다. “한지훈, 너 정말 겁도 없구나! 네가 감히 천신계의 강자한테 도발을 하다니!”
곧이어 한줄기의 노을빛이 유회원의 몸을 뒤덮었다. 이내 방금 그가 입은 부상은 눈에 띄는 속도로 호전되었고, 심지어 뼈가 부러진 팔까지도 다시 멀쩡히 회복되었다. 그제야 유회원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우린 천신계 강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어. 영원히 거역할 수가 없거든!”유회원은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강력한 용병을 손에 넣게 됐다.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뭐 어떠한가? 방금 한지훈으로부터 주먹 세 방이나 맞아도 뭐 어떠한가? 오늘의 일이 만약 세상에 퍼지게 된다면, 그의 명성은 오히려 한 단계 더 올라갈 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천신계의 강자가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질 수밖에 없고, 이길 수도 없다고?”하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우천존을 바라보았다. 한편으론 그의 온몸은 우천존의 위압을 받아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너랑 상의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너한테 이미 정해진 결말을 알려주려는 거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위엄이 배어 있었다. 마치.. 신이 땅강아지에게 명령을 내리듯이. “한지훈, 나도 너의 실력을 보고 매우 놀라긴 했어. 그러나, 운명이라는 건 종종 네가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광명파의 실력은 네가 감히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광명파에 맞서는 모든 자들의 운명은 단 하나뿐이다. 그건 바로 죽음이다!”“네가 죽기 전에 너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당장 천생 서문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죽기 직전까지 널 고통스럽게 괴롭힐 거야!”유회원의 두 눈에서는 두 줄기의 정광이 뿜어 나왔고, 이따금 다시 위용을 회복한 듯했다. “흥! 내가 진작에 너한테 말했었잖아. 여기는 용국이 아니니 모든 일을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됐지? 너는 너의 신룡전이 하늘을 찌를 듯이 위용이 넘친다고 생각해? 내가 이곳에서 20년이란 오랜 시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거든!
그가 바로 진정한 천신계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한지훈은 한껏 경계하며 그를 흘겨보았다. 방금 한지훈이 유회원을 처단할 수 있었던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는 그저 천생서문의 해독법에 따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천신계의 강자를 상대로, 한지훈은 반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개미와 코끼리의 승부처럼 느껴졌다. 개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떼를 지어 몰려들더라도, 자신의 체중의 10배나 넘는 코끼리가 발을 살짝 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짓밟힐 수 있으니까. “우천존님! 제가... 창피하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유회원은 두 눈에 원한을 가득 품은 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역시! 한지훈의 예상대로, 호천 6 존 중 한 명인 우천존이 직접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광명존과 우천존 사이에, 정말 숨겨진 관계가 있기라도 한 건가? 방금 우천존이 나타났을 때의 온 하늘에 가득했던 노을빛, 그리고 다시 광명존의 존호를 다시 되새겨보던 한지훈은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 광명존이 용심을 찾으려는 건 어쩌면 우천존을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역시 호천 육존은 명불허전이시네요. 저 한지훈, 인사드립니다!”한지훈은 우천존을 향해 공손히 손을 내밀었지만 절대 몸은 숙이지 않았다. 우천존은 그런 한지훈을 살기 어린 눈동자로 흘겨보았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 빌어먹을 놈!”“신분이 천신계 강자시니 세상의 불문율의 규칙을 절대 잊지는 마십시오! 천신계는 결코 멋대로 세속의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한지훈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 네가 감히 우천존님께...”유회원이 나서려 하자, 우천존은 손을 살짝 흔들며 광명존의 말을 직접 끊었다. “좋아. 네가 처음이야. 감히 이런 말투로 나를 상대하는 사람은!”“한용은 정말 좋은 손자를 뒀네. 하지만, 오늘 이 싸움에서 너는 반드시 져야 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넘쳤고,
유회원은 입으로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는 한편, 방금 맞은 그 주먹으로 인해 온몸이 마치 부서진 것처럼 계속하여 아파났다. 이럴 수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이긴 하지만 결국 기껏해야 유회원과 동급일 뿐이었다. 반면 유회원은 일부러 자신의 실력을 조절하며 줄곧 4성 천 급 천왕계에 머물러 있던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천신계을 돌파할 수도 있었다. 힘이나 경험이나, 그는 어느 하나 한지훈한테 지는 게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의 그 주먹이 뜻밖에도 쉽게 자신을 깔아뭉갤 줄이야? 마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준인 것처럼. 악에 받친 유회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비록 그의 손에는 아직 네 병의 용혈이 있긴 했지만, 두 병을 마신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여기서 더 마시면 그는 정말 연소하여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유회원에게 천천히 다가가, 다시 주먹 한 방을 날렸다. 유회원이 만약 다시 한번 주먹을 맞게 된다면, 그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엄습해 오는 강력한 기운이 한지훈의 주먹을 직접 막았다. “쿵!”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한지훈은 급히 발을 구르며 뒤로 몸을 굴렀다. 곧이어 저 멀리서 위엄 넘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 네가 여태 저지른 죄행이 얼마나 많은데, 음양존을 죽인 것도 모자랄 판에 이젠 광명존까지 죽이려 해?” 한 줄기 그림자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사람의 두 발은 허공에 머무른 채, 인간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하늘은 순식간에 만 갈래의 노을빛이 물들게 되었다. 심지어 멀리 천리 밖에서도 똑똑히 그 모습을 보아낼 수 있었고, 태양 광장 사방 10리 안의 하늘은 그렇게 모두 색이 변하게 되었다. 이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정체 모를 그림자를 쳐다보며 무릎을 꿇고는 절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