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맞아요.”카운터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손님,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려면 4천만 원 정도의 예약금이 필요한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네, 그렇게 해주세요.”한지훈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카운터 직원이 환한 미소를 짓더니 점장을 호출했다.“점장님, 여기 손님이 가게를 통째로 빌리고 싶다고 하는데 한번 나와보세요.”“점장님 곧 오실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카운터 직원이 친절하게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고운이를 내려놓았다. 로비에는 어린이용 놀이시설이 있어서 아이가 뛰놀기 적합했다.잠시 후,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종종걸음으로 로비로 달려왔다.“손님은 어디 계셔?”직원은 놀이시설 옆에 있는 한지훈을 가리켰다. 점장은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스카이 타운 점장입니다. 반가워요. 손님께서 우리 가게를 오늘 통째로 빌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맞습니까?”한지훈은 다가오는 점장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맞아요.”하지만 한지훈의 얼굴을 확인한 점장이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한… 지훈?”한지훈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한지훈인데요.”순간 점장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입가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비아냥거렸다.“진짜네? 한지훈, 오랜만이야! 나 못 알아보겠어? 우리 고등학교 같이 다녔잖아. 예전에 같은 반도 다녔는데. 너 그때도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아서 인기가 많았었지.”한지훈은 기억을 되살려 겨우 남자를 기억해냈다.“유재호?”유재호가 웃으며 말했다.“날 기억하고 있었네?”유재호는 옷깃을 정리하더니 한지훈의 어깨를 다독이며 애석하다는 듯이 말했다.“너희 가문 얘기는 들었어.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될 거야. 넌 공부도 잘했으니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거야. 최근에 강운그룹 데릴사위로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거
유재호는 냉랭한 눈빛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가문에서 쫓겨나고 마누라 집에 얹혀서 사는 주제에 무슨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다고!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유재호는 당장 그를 뿌리치고 가고 싶었지만 어렵게 찾아온 한지훈을 모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과거 그에게서 느꼈던 굴욕감을 되갚아 줄 절호의 기회였다.한지훈의 얼굴도 차갑게 일그러졌다.“아니면 이렇게 하자. 네 꼬라지 보니까 여기서 소비할 능력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나한테 무릎 꿇고 빌면 내가 작은 룸 하나 내줄게. 음식도 내가 대신 결제하고. 어때? 대박이지 않아?”유재호가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던가!가문에서 내쳐진 한지훈을 마음대로 짓밟는 이 느낌은 정말 통쾌했다.한지훈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을 찍어서 동창생 단톡방에 올리면 애들이 분명 난리 나겠지?허나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대꾸했다.“유재호, 내가 전에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 이러는 거 정말 기분 안 좋아. 난 이 가게를 통째로 빌리러 왔어. 너한테 업신여김이나 당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라고. 그리고 4천만 원,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당장 지갑을 꺼내려 호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유재호가 소리 내어 웃더니 말했다.“한지훈, 아직도 허세야? 4천만 원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강운그룹에서도 사람 취급 못 받잖아! 고아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허풍을 떨지? 한씨 가문은 5년 전에 이미 망했어. 넌 그냥 집 잃은 개와 같다고! S시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잘난 척이야?”유재호가 보기에 한지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저 기분 나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꼴이라니!저 눈빛이 유재호는 마음에 안 들었다.분명 가문도 망하고 처가에서도 대접 받지 못하는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아직도 허세를 부리는지!한지훈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재호, 전
한지훈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달려들어 유재호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유재호가 힘없이 튕겨져 나가더니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갑자기 신물이 올라오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유재호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젠장! 치라고 했더니 정말 쳤어? 너 오늘 잘 만났다! 다들 멍하니 뭐 해? 당장 저 놈 잡아서 쓰러뜨려! 다리를 분질러 버리든 팔목을 분지르든 병신 만들어서 가게 앞에 내다버리라고! 저기 저 인간 딸도 같이 던져버려!”겁에 질린 한고운은 한지훈의 등 뒤에 숨어 온몸을 떨고 있었다. 아이는 전기방망이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보자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았다.“아빠, 고운이 무서워….”한고운이 소리쳤다.한지훈은 곧장 딸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달랬다.“걱정하지 마. 아빠가 있잖아.”저 인간들을 상대하는데 한손이면 충분했다.아니나 다를까, 한지훈은 마치 성난 맹수처럼 달려들어 무기를 든 경호원들을 하나씩 때려눕혔다.일부는 기습을 시도했으나 한지훈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피하고 상대의 가슴팍을 힘껏 걷어찼다.갈비뼈가 부러진 그 경호원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재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경호원들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한지훈, 넌 오늘 죽었어! 여기 사장님이 누군지 알고 감히 우리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 당장 사장님 불러올 테니까 거기 꼼짝 말고 있어!”말을 마친 유재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큰일 났어요! 가게에 난동을 부리는 놈이 나타나서 우리 경호원들을 때려눕혔어요! 당장 이쪽으로 사람을 좀 보내주세요. 이러다가 가게가 다 박살나겠어요!”“뭐라고? 누가 감히 스카이 타운에서 난동을 부려? 지금 출발할 테니까 당장 그 놈 막아! 망할 자식! 감히 내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한창 구연그룹에서 그룹 업무를 처리하던 구경이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안 그래도 회사 일이 안 풀려서 짜증 나는데 누군가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
유재호는 곧장 다가가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사장님, 저희가 실력이 딸려서 그런 게 아니라 저 놈이 미친 놈이에요. 장사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손님을 상대로 무력을 쓰겠어요. 그런데 저놈이 봐주는 줄도 모르고 먼저 주먹을 날리지 뭡니까.”유재호는 자기가 한지훈을 도발한 부분은 쏙 빼고 유리한 부분만 얘기했다.구경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놈 지금 어디 있어?”유재호는 놀이기구 옆에서 고운이와 놀아주고 있는 한지훈을 가리켰다.“사장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요!”한지훈의 뒷모습을 본 구경은 스무 명의 인원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한지훈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우리 가게에서 소란을 피운 놈이 너야?”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뒤돌아서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구경, 며칠 안 봤더니 그룹 문제는 잘 처리됐어?”한지훈의 얼굴을 확인한 구경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손발이 덜덜 떨렸다.이 사람이 소란을 피웠다고?가게를 통째로 내놓으라고 해도 두 손으로 가져다 바쳐야 할 인물 아닌가!구경에게 한지훈은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유재호는 구경 앞에서도 태도를 굽히지 않는 한지훈이 못마땅해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이분이 구경, 구 사장님이야. 어서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할까? 너 정말 죽고 싶어?”유재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구경까지 직접 나섰는데 어디로 도망가려고?이 바닥에서 구경의 악명은 소문이 자자했다.그런데.구경이 뒤돌아서더니 분노한 얼굴로 유재호에게 주먹을 날렸다. 유재호의 어금니가 부러지며 입 안에 핏물이 고였다.“무례한 녀석! 한 선생한테 그게 무슨 말본새야! 너야말로 죽고 싶어?”구경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유재호까지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든다면 분노한 한지훈이 그의 가문을 상대로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보헤미 별장 사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손에 식은땀이 났다.유재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구경을 바라보며 물
지시가 떨어진 순간 건장한 사내들이 유재호에게 다가갔다.절망한 유재호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하지만 곧이어 처참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사내들은 유재호를 인정사정 없이 걷어차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10분 뒤, 맞아서 걸레짝이 된 유재호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구경은 그 모습을 싸늘하게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공손하게 말했다.“한 선생님, 이 정도로 만족하십니까?”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난 사람을 때리라고 한 적 없는데? 이러면 내가 꼭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당황한 구경이 스스로 뺨을 때리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네요. 이건 다 제가 한 일이고 한 선생과는 무관합니다.”직원들은 처참한 모습의 유재호와 어떻게든 한지훈에게 잘 보이겠다고 애쓰는 구경을 보며 두려움이 차올랐다.한지훈은 더 이상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난 이 가게를 통째로 빌리려고 해. 와이프가 회사 직원들과 단체회식을 하기로 했거든.”구경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밤 사모님과 직원분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참석하지 않을 테니까 너무 요란법석 떨지 않아도 돼. 내 신분은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하니까.”구경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는 옆에서 멍하니 있는 직원들에게 소리쳤다.“다들 보고만 있을 거야? 당장 준비하지 않고 뭐 해! 오늘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한 선생님과 사모님만을 위해 서비스할 거야!”나머지는 구경이 해야 할 일이었기에 한지훈은 고운이를 안고 위풍당당하게 스카이 타운을 나섰다.저녁 퇴근시간이 되어 한지훈은 직접 차를 운전해 강우연을 데리러 갔다. 물론 다른 직원들에게도 차량을 준비해 주었다. 그들은 차를 타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 그 정도로 부자 아니야. 구 대표가 열정적인 분이라서 그렇겠지. 안 그래요, 구 대표님?”구경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그럼요. 강 부장님께서 우리 레스토랑으로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마중을 나오고 싶었습니다.”강우연은 반신반의하며 직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인테리어에 넋을 빼앗겼다.사치와 센스가 적절히 조화된 완벽한 인테리어였다.왜 그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하나같이 꼭 와봐야 할 맛집으로 선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웅장한 궁궐 같은 분위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게다가 오후부터 손님을 받지 않았기에 환경도 아주 아늑하고 조용했다.강우연이 안으로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파티용 폭죽을 동시에 터뜨렸다. 공중에서 금박지와 꽃잎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스카이 타운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전체 직원이 허리를 숙여 그들에게 인사했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과 그녀의 직원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며 분분히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이어서 그들은 구경의 안내를 따라 스카이 타운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룸으로 직행했다.한 남자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운을 뗐다.“강 부장님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도 와봤는데 첫 잔은 강 부장님을 위해 듭시다.”강우연 역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비록 술은 잘 못하지만 첫잔은 꼭 마셔야 했다.그녀가 말했다.“여태 옆에서 믿어주시고 응원해준 여러분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열심히 해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요. 보너스는 섭섭지 않게 드릴게요.”“네, 강 부장님!”“강 부장님을 처음 봤을 때는 엄숙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같이 일하다 보니 정말 소탈하시고 성격 좋으신 분 같아요.”“회사에서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유일한 분이죠. 강희연 실장님 봐요. 까탈스럽고 각박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 직원들 탓이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몇몇 직원들은 급급히 조형욱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그를 말렸다. 하지만 조형욱은 전혀 기죽지 않고 언성을 높여 말했다.“이거 놔! 오늘 잘리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어! 한지훈 저 인간이 뭔데? 가문에서 제명 당한 거지 새끼가 무슨 자격으로 강 부장님 같은 분 옆에 있어? 저런 인간은… 강 부장님을 힘들게만 할 뿐이라고! 정말 눈 뜨고 못 봐주겠어. 분명히 더 잘될 수 있는 분인데 저 인간 때문에 회사에서 배척만 당하잖아! 당신들도 알면서 왜 모른 척해? 한지훈, 억울하면 당신이 말해봐!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아?”한지훈은 무덤덤한 얼굴로 조형욱을 빤히 바라봤다. 강우연은 다급히 그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지훈 씨, 화내지 말아요. 형욱 씨가 좀 취했네요. 취해서 말실수 한 거예요.”강우연은 계속해서 조형욱에게 눈치를 보냈지만 조형욱 본인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한지훈은 술잔을 들어 한 모금에 술잔을 비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형욱에게 말했다.“그쪽이 우리 집사람 좋아하는 거 알아. 방금 전에 했던 말들을 못 들은 척해 줄 수도 있어. 난 우리 집사람 신변에 이렇게 충성스러운 부하직원이 있어서 기뻐. 하지만 난 이 사람 사랑하고 이 사람이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군!”조형욱이 뭐라고 반박하려 했지만 주변사람들이 그를 강제로 자리에 앉혔다.송효진은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화제를 돌렸다.“형욱 씨가 좀 취했네요. 신경 쓰지 말고 다들 드세요.”다른 직원들도 분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돌렸다.강우연은 미안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지훈 씨. 형욱 씨가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알아. 걱정하지 마.”그렇게 한차례의 해프닝이 지나갔다.회식 분위기가 후끈후끈해질 때쯤, 밖에서 격렬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젠장! 구 사장, 이게 무슨 경우야? 교 사장님이 예약한 룸을 어떤
구경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처했다.한쪽은 교구연 사장의 오른팔 왕호, 한쪽은 정도현도 두려워하는 한지훈이라니!도대체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한단 말인가….구경이 당황해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자 왕호가 싸늘하게 말했다.“얘기 안 한다 이거지? 그럼 내가 직접 가는 수밖에!”왕호는 동생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룸으로 직행했다.구경은 혼비백산하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형님, 형님! 이러지 마세요. 저분은 건드리면 안 되는 인물이에요!”퍽!뒤돌아선 왕호가 구경의 얼굴에 주먹을 꽂더니 부하직원에게 말했다.“이 새끼 잘 보고 있어!”말을 마친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VIP룸 문을 열었다.“오늘 이 가게는 우리가 접수했으니 알아들었으면 당장 꺼져!”왕호의 불호령과 함께 뒤를 따르던 부하직원들이 룸 안을 포위했다.강우연과 담소를 나누던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했다.강우연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서 왕호에게 웃으며 말했다.“여긴 저희가 먼저 예약했으니 죄송하지만 저희가 끝날 때까지 좀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그 말을 들은 왕호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이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 우리 보고 기다리라고? 죽고 싶어? 우리가 누군지 알아? 당장 이것들을 데리고 썩 꺼져!”왕호는 여자라고 봐주는 법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교구연의 말만 따를 뿐이었다.강우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직원들을 바라보았다.술기운이 오른 남자 직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왕호에게 손가락질했다.“넌 누군데 이 소란이야? 오늘 스카이 타운은 우리 강 부장님이 통째로 예약하셨어! 꺼져야 할 쪽은 너희들이라고!”“개나 소나 조폭 행세를 하고 다니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 당장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썩 꺼져!”“우리가 왜 나가야 하는데? 회식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당장 나가!”“그래! 당장 나가!”흥분한 직원들은 너도나도 왕호를 손가락질하며 맹공격을 퍼부었다.분노한 왕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
피비린내 나는 안개가 터져 나왔고, 미륙의 관중석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채 몰살당했다!부상 쪽도 마찬가지였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넘쳤다!오륙에서는 십 대 가문과 안드레가 동시에 무릎을 꿇은 채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비륙 쪽은 아직도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지만, 물통보다도 굵은 천둥번개가 십여 줄기나 쏟아져 내려와 그들을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영륜도 예외는 아니었다!“봤나, 서천술! 네놈이 천 년을 더 산다 해도 이런 경지에는 도달도 못할 것이다! 그런 놈한테 정혈을 바치라고? 하하! 정말 수치를 모르는군!”서천술은 한지훈의 기이한 수법에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한지훈의 말은 틀리지 않았고, 자신에게 천 년이 더 주어진다 해도 일성 준천신 강자가 이런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설마......한지훈이 진정한 천신이란 말인가?!서천술뿐 아니라 소창지개마저 더는 그를 얕보지 못하고 놀란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무언가 이상하다. 이건…… 이건 일성 준천신의 힘이 아니야!”직전신개도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연달아 저었다.“이게 이상하다면…… 너희가 더 놀랄 일이 아직 남았지!”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진왕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웅!”검신의 떨림과 함께 허공에 불쑥 거대한 실루엣이 나타났다.검은 용포를 걸치고, 머리엔 구룡진주관을 쓴 한 사내의 형상이었다!시황……?!아래에 있던 용국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놀라 감탄했고, 국왕마저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그 환영 같은 시황은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고, 몇 줄기의 금빛 찬란한 광채가 한지훈의 전신을 덮었다.“짐을 대신해 천하를 호령하라!”허공에서 울려 퍼진 위엄 있는 음성은 현장의 모든 사람들의 고막을 울려댔다.그 형체가 점차 사라져가자 또 다른 인물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전신에 전갑을 두른 거대한 형상이었다.“무…… 무안군, 백……백기!”아래의 파용이군 장병들이 일제히 백기의 환영을 향해 예를 올렸다!“이 군령을
만 팔천 번이나 베어 죽인다고?!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장세풍조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번 일이 혹여 장씨 가문에까지 연루된다면, 그는 장씨 가문의 죄인이 될 터였다!이리 생각한 장세풍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한지훈을 가리키며 냉소했다.“한지훈! 고작 일성 준천신계 강자 주제에 이렇게 큰소리치다니, 웃기지도 않는군!”“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역외 강자들은 전부 네놈보다 한 경지씩은 높다! 너 따위가 깝죽대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짓이나 다름없다고!”“그래?”한지훈은 팔을 가볍게 휘둘러 서천술을 십여 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서천술은 멍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마치 무언가 압도적인 힘에 의해 몸 안의 기운이 전부 봉쇄된 듯한 감각을 느꼈다!단순히 저항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서천술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한지훈은 단지 일성 준천신계 강자일 뿐이라는 걸 느꼈는데, 어떻게 삼성 천신계 강자인 자신이 저놈에게 꼼짝도 못 하는 거지?! “오늘, 내가 이 손으로 너희 부상 왜적들을 어찌 학살하는지 똑똑히 보게 해주지!”한지훈은 말을 마치고 무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그 모습을 본 국왕은 한지훈이 진왕검을 맞이하던 그날의 장면을 떠올렸고, 순간 고개를 번쩍 들어 외쳤다.“한지훈! 진왕검을 받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왕은 진왕검을 하늘로 던졌다!한지훈이 손을 살짝 내밀자,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진왕검이 단숨에 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이 진왕검으로 우리 용국의 국위를 떨치고 저 무뢰배들을 베어내거라!”국왕은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크게 외쳤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안의 진왕검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그 순간.“윙!”진왕검이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울음을 터트렸다!“흥, 한지훈. 네가 우리 오륙의 천신계 강자 넷을 연달아 죽였을 때부터 본래 전투가 끝난 뒤에 너를
방금 놈들이 제안했다시피, 저항하지만 않으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목숨만은 지킬 수 있었다. 허천지가 보기에도, 북양 왕 한지훈조차도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였다. 일단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용인들도 자칫했다가는 주살당할 수 있었다.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소창지개는 천천히 몸을 돌려 말했다. “흥! 무식한 용국 놈 같으니라고! 건방지게 한 글자만 더 뱉어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용인들 전부 죽게 될 거야!” 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서천술은 어느새 독한 눈빛을 품은 채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무식한 놈아, 얼른 물러나지 못해?”“물러서라고? 국왕도 더 이상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 씨 집안까지 직접 동원했는데, 이 상황에 나더러 물러서라고?”“넌 네 집안만은 지키고 역외로 돌아가 얼마든지 구걸하며 살 수 있겠지만, 남겨진 용국 백성들은 어떡하라고?”“그동안 그렇게 입버릇처럼 용국을 위해 설욕하고 공평한 도리를 되찾을 거라고 떠들더니, 지금 정작 용국이 정말로 어두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넌 도리여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거야?”한지훈은 경멸하는 표정을 보였다. “너... 너 허튼소리를 하지 마! 너도 봤잖아, 우리 몇 명으로는 전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걸! 우리마저도 상대가 안 되는데, 네가 나서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용국 전체가 몰살당하는 것 외에, 네가 과연 용국을 위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이제 서천술은 정말 조급해났다. 게다가 그의 아들은 축대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데, 만약 소창지개가 정말 마음먹고 칼을 휘두르려 하면 그는 물론 서영호도 다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죽어야 된다는 거야? 하하! 가소롭기 그지없네!”한지훈의 눈빛은 현장에 있던 모든 용국인들의 얼굴을 스치고는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중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 있으면 지금이라도 나서!” 바로 이때 주 씨 어르신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한
20만 파룡군이 곧바로 돌격하려는 순간, 천자각에 있던 국왕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역대 선군들의 기념비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는 거듭 세 번 절을 하였다. “오늘날의 저희 용국은 곧 피바람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부디 역대 선군님들의 영혼으로 저희 우리 용국을 지켜주시옵소서!”이내 국왕은 성큼성큼 나아가 이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용칠을 향해 말했다. “용칠! 당장 내가 입을 갑옷이랑 진왕검 가져와!”용칠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국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전에 계획한 대로 일단은 용군을 선발로 파견하고, 그 뒤로는 서효양의 부대를 파견시키는 거로 하죠. 폐하의 육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니 절대 경솔하게 직접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국왕은 고개를 돌려 용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역시 용국 장병으로서 용국을 위해 피를 흘릴 각오가 돼있어. 게다가 난 국왕으로서 더욱 앞장서서 선봉에 나서야지! 쓸데없는 말 말고 얼른 내 갑옷 병기나 내놔!”용칠은 굳건한 국왕의 태도에,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림군 몇 명은, 금색의 갑옷과 진왕검을 들고는 국왕에게 다가왔다. 금색의 갑옷까지 걸치니 그 자태는 위엄이 넘쳤다. 국왕은 진왕검을 손에 쥐고는, 이미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는 어림군을 향해 말했다. “어림군은 모두 내 명령대로 움직인다! 날 따라 돌격하도록!”“네!”그렇게 수천 명의 어림군은 힘찬 발걸음으로 국왕을 따라 진가복으로 진격하였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한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무적천의 방으로 뛰어들어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 “종주님! 큰일 났어요. 역외 강자들이 저희 용국을 몰살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용국 수억 명의 백성들을 학살하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했습니다!”뭐라고? 그 말에 무적천은 두 눈을 부릅뜨고는, 눈썹을 찌푸린 채 큰 소리로 말했다. “무신종 전 부대, 진가복으로 출동해!” 무적천의 명령에 따라 무신종 고수 전체들이 전부 나섰다. 무적천이 국왕의 자리를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