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마르스는 완전히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으로서 한지훈을 죽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를 어떻게든 다치게 하고 싶었다. 바로 그때, 마르스는 마치 미친 맹수처럼 사활을 돌보지 않고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설사 그 어떤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지훈의 살점만큼은 뜯어내고 싶었다. 뒤이어 신들러도 미친 듯이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 오직 카일만이 멍하니 선 채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이 폭발해 낸 놀라운 기운을 느껴내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쏴!”마르스가 한지훈에게로 돌진하는 동시에, 오릉군 가시는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마르스의 명치를 찔렀다. 그 순간, 마르스는 자신의 눈앞에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눈빛을 느끼게 됐다. 심지어 총알의 속도보다도 더욱 빨리 느껴졌다. 마르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오릉군 가시는 이미 그의 등을 뚫고 나와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공격을 이어갔다. 겨우 두 걸음 내디딘 신들러는 갑자기 등 뒤로 느껴지는 악한 기운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몸을 돌리게 되자, 갑자기 가슴이 차가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됐다. 뒤이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 또한 들었다. 바로 오릉군 가시가 신들러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것이었고, 이내 또 매우 기괴한 각도로 날아들어 한지훈 뒤에 숨어있던 카일을 찔러댔다. 카일은 멀리서 날아오는 그 오릉군 가시를 똑똑히 보아내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푸! 곧이어 세 사람의 몸에서는 거의 동시에 핏물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모두 쓰러지게 됐다. 다만 그들은 온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심지어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지훈! 너... 너 또 무슨 짓 하려고! 차라리 통쾌하게 우리를 죽여버려!”이미 체념한 듯한 마르스는 절망적인 외침으로 한지훈에게 소리쳤다. 사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미지였다. 한
뒤이어 홍장미의 명령에 따라 모든 연합군의 시체는 산 밖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그 후 시체들은 전부 연소탄에 타버려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5개국 연합군의 20여 만 명 병사들은 모두 무관성 아래에서 섬멸되었다. 7 존 오성 용수들을 포함한 모든 병사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됐다. 곧바로 이 소식을 접한 용경 전체는 환호성을 질렀다. 심지어 어떤 용국 백성들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 용경이 살아남았으니, 용국이 살아남았으니 드디어 천하가 태평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한편 망경관 위에서 곧고 바른 자세로 서있던 서효양은, 개국공신한 20만 명의 파룡군 병사들을 향해 목례를 했다. “서 사령관님, 이번 전투에서 파룡군이 드디어 큰 공을 세웠군요. 사실은 저희가...”“이 모든 건 우리가 응당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어. 일단 용경이 함락되면 용국은 무너지게 될 테고, 그러면 우리 모두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울테니. 그 와중에 한지훈은 당당하게 7 존 오성 용수와 맞서 싸워 승리를 이루어냈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실력자야!”서효양은 내심 한지훈에 대해 이미 깊은 감탄을 하고 있었다. 한지훈이 아닌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 과연 정녕 20만 파룡군과 합류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우 손쉽게 해냈고, 불과 며칠 만에 적군 전체를 전멸시켰다. 그야말로 위대한 공적을 이루어낸 것이었다. 심지어 한지훈 덕분에 용국이 연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모든 건 그 한 사람의 공로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도 망경관을 뚫어냈다고요!”그러자 서효양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부사령관을 흘깃 보았다. “한지훈이 무관을 점령하지 못하고 적군의 주력까지 유인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과연 망경관을 공격할 수 있었을까?”그 말을 들은 부사령관은 말문이 막혔다. 이 질문의 답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적군에서는 무려 4 존의 오성 용수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기에 만약 한지훈이
한편 그 시각, 용경의 성 위에 있던 오양무는 지팡이를 짚은 채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뿌듯한 마음으로 용경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 용국이지. 백전백승!”오양무는 전방의 팔룡군 장병들을 가리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지훈 이 녀석, 정말 능력이 뛰어나네!”팽진국 또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어찌 됐든 한지훈을 남겨달라고, 국왕한테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이때 강만용이 조용히 말했다. 바로 그 순간, 한 무리의 위수 군이 갑자기 성 위로 올라오더니 그중 한 군관이 오양무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어르신, 안타까운 소식입니다만 손자 분께서 살인 사건에 혐의되어 어르신께서는 저희와 함께 돌아가 심문을 받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어?’ 그 말을 들은 오양무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 위수군 군관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 손자? 그놈은 올해 겨우 19살 밖에 안돼. 한창 공부하고 있는 나이에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겠어...” 오양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군관은 집법 총사부가 발부한 영장을 꺼내고는 말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명령받은 대로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말이 끝나자마자 군관은 뒤에 있는 위수 군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곧바로 오양무에게 강제로 수갑을 채웠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어르신은 우리 용각의 각로야. 너희들이 잡고 싶다고 함부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이 상황에 신한국과 강만용은 나서서 벌컥 화를 냈다. “두 분, 저희는 단지 명령을 받은 대로 일을 처리할 뿐입니다. 만약 두 분께서 그 어떠한 이의라도 제기하신 다면 저희는 우선 국왕께 보고를 올릴 겁니다. 그러니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 군관의 입에서 나오는 공손한 말과 다르게, 그의 표정에는 다소 오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신한국과 강만용을
“흥! 감히 국왕 앞에서 날 망신 시켜? 아주 겁 대가리가 없구나! 그렇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상, 오늘 한번 제대로 널 괴롭혀봐야겠어!”곧이어 낙로가 손을 흔들자, 장한 몇 명이 나타나 오양무를 바로 옆의 철의자에 묶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백성들로부터 신고를 받았거든. 네 손자가 일반인 여성을 강간했고, 피해자가 저항하니까 네 손자가 화가 난 김에 아예 죽여버렸다고! 그래서 체포 영장 내리고 네 손자랑 널 잡으러 간 거야!” “이 세상 법의 테두리는 매우 치밀한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러니까 충고하는데, 차라리 순순히 죄를 인정하면 처벌만큼은 피하게 해 줄게.”낙로는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굳이 오늘을 이렇게 날로 잡은 이유는 바로, 이쯤이면 다들 모두 한지훈의 공을 위해 축하하고 있을 테고 국왕도 전쟁의 대승에 기뻐하며 많은 신하들과 잔치를 벌이느라 바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국왕은 전쟁의 승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화제에도 관심이 없을게 뻔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용각 4로의 남은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문관들은 결코 오양무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허... 너 아주 피도 눈물도 없구나!”사실 오양무 또한 젊은 시절,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혀봤기에 낙로의 몹쓸 짓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안 무서워? 그래, 좋아. 용각 각로라고 하더니 대체 얼마나 강인하고 잘 버티는지 한번 제대로 검증해 보자고. 우리가 아무리 잔인하게 굴어도 탓하지는 마? 여봐라!” 낙로의 흉악한 미소와 함께, 몇몇 장한들이 잇달아 달려들어 오양무의 옷을 벗겼다. “짝! 짝! 짝!”이내 장한들은 두말없이 손을 들어 채찍으로 오양무를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양무의 피부는 찢어지고 살마저 터져 피가 줄줄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양무는 한사코 이를 악문 채 두 눈으로 낙로를 노려보면서 겨우겨우 입을 뗐다. “낙로, 내가 설령 이 자리에서 죽어서 귀신이 되더라도 너를 가만두지는
오양 가문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비록 하인은 목이 터져라 문밖에서 소리쳤지만, 대전 안에는 한창 문무백관들이 한지훈을 축하하고 있었다. 하인의 외침 소리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파묻혀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곧이어 문어귀를 지키고 있던 군인 몇 명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하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그를 가로막았다. “뭐 하는 짓이야! 대체 누군데 감히 용각에 함부로 뛰어들려고 해! 죽고 싶어?”영문을 알 리 없던 그중 한 군인은 곧장 하인을 멀리 밀어냈다. 마침 그 무렵, 강만용은 공로부를 들고는 천자각에서 나와 용각으로 향해 포상령을 내리려던 참이었다. 그는 용각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군인 몇 명이 오양 가문 사람을 내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강만용은 축하연이 끝난 후에 오양 가문의 일을 국왕에게 보고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문 밖에서 내쫓기는 오양 가문 사람을 발견한 강만용은 급히 나서서 소리쳤다. “그만해!”그제야 군인들은 강만용을 알아보고는 급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러나 강만용의 두 눈은 여전히 위협이 가득한 채로 그 하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 가문 사람이야? 대체 왜 용각을 쳐들어오려는 건데?” 강만용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하인을 일으켜 세웠다. “혹시... 강만용, 강 각로님 맞으시죠? 저는 오양 각로님의 하인인 장복이라고 합니다!” 이내 하인은 털썩 주저앉고는 강만용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바로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자 강만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장복!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건데?”“강 각로님, 살려주세요. 오양 가문이 풍비박산 났어요. 모두 위수 군에 의해 점령당했다고요!”장복은 더욱 큰 소리로 통곡하며 말했다. ‘뭐라고?’ 이 말을 들은 강만용은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일단 급히 장복을 위로하였다. “울지 마. 내가 곧 국왕한테 오양 가문의 일을 보고할게. 우리 각로 몇 명이 잘 해
“오양 가문이 풍비박산 났다고 합니다. 방금 제가 용각에 가서 공로부를 보내던 와중에, 마침 입구에서 오양 가문의 하인을 만나게 됐습니다! 폐하께 꼭 묻고 싶습니다. 대체 오양 가문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수모를 겪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날 수가 있냐고요!” 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얼굴마저 붉어진 채 소리쳤다. “후...”얘기를 들은 국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사실 그는 이 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난 그런 명령을 내린 적도 없어. 아마도 아랫사람이 잘못 전달한 것 같아!”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양 가문 하인이 지금 아직도 입구 앞에 서있어요. 차라리 그를 성전으로 불러들여 한번 제대로 물어보죠!”강만용이 큰 소리로 말했다. 국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강만용은 즉시 어림군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가서 오양 가문의 하인을 데려와!”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의 어림군들이 대전 위에 달려와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께 보고드립니다. 성전 밖에서는 그 어떤 오양 가문 하인도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강 각로님께서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뭐라고?” 강만용은 고개를 돌려 어림군을 노려보았다. 국왕한테 보고를 올린 그 군인은 바로 방금 입구에서 장복을 가로막았던 그 놈이었다. “너 장복을 어디로 데려갔어? 말해!”자신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수를 쓰려는 어림군의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한 강만용은 따지기 시작했다. “각로님, 저희는 정말 각로님께서 얘기하신 그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저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간 제 동료들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방금, 각로께서는 입구에서 허공에 대고 한동안 말을 하시길래 사실 저희도 매우 당황했습니다.”“그래서 아까부터 매우 궁금했던 건데,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어림군 두목은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어림군 두목을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앞
“폐하, 오양 가문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저한테라도 솔직하게 알려주시죠!”한지훈은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나도 잘 아는 바가 없어. 하지만 기필코 오양 각로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겠지...”국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폐하, 방금 저는 오양 가문 사람들이 대체 왜 성 밖에서 모두 위수 군에 의해 끌려갔는지 묻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북양 왕의 축하연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꾹 참았던 거고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놈들이 벌써 오양 각로한테 손을 댈 줄은 몰랐네요!”뒤이어 신 한국도 앞으로 나아가, 방금 발생했던 일을 만조 문무의 앞에서 말했다. 그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문무백관들은, 어떤 사람들은 차갑게 비웃을 뿐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다소 놀라기도 했으면 또 어떤 사람들은 내심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국왕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전에 오양준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알기로는 오양준은, 사리가 밝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엄한 가정교육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건 더욱 불가능했고, 닭조차 죽이기 무서워하는 그런 아이였다. “국왕께 청합니다. 제가 배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이내 한지훈이 앞으로 나아가 국왕에게 말했다. “음... 그래. 너 포함해서 만약 남은 세 명의 각로들도 누가 이번 일에 이의라도 있다면 얼마든지 배심에 참여해도 좋아. 그리고 다른 문관들도 혹시나 이의가 있으면 함께 참여해도 돼!”국왕은 할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룡대에서 내려왔고, 걱정거리 가득한 표정으로 대전 밖으로 향했다. 한지훈은 곧바로 재빠른 걸음으로 국왕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남은 만조의 백관들도 서로 눈치를 슬쩍 보고는 급히 따라나섰다. 국왕마저도 이번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들은 설령 가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함께 가야 했다. 그렇게 부하들은 국왕과 함께 천자각을 떠났고, 얼마 후 그들은 오양무가 위수 군에 의해 심문실로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는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오양 각로께서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건지, 어디 한번 말해봐. 만약 제대로 대답 못하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훗!”그러자 낙로는 차가운 콧방귀를 뀌었고,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면서 국왕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폐하, 그동안 오양무의 행실은 매우 더러웠습니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신분을 믿고 마음대로 부하들을 억압해 왔습니다.” “보세요. 이것은 오양무와 그의 손자가 직접 쓴 진술서입니다!”곧이어 낙로는 사전에 준비한 진술서를 국왕에게 건네주었고, 한지훈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충 내용을 훑고 난 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정말 오양준과 오양무 그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고?”국왕은 진술서에 적힌 내용 전체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폐하, 이 모든 건 오양무가 직접 자백한 것이고 또 저 위에는 그 손자의 자백도 있습니다!” 낙로는 오양준의 자백 또한 강조하였다. 내용을 다 읽고 난 국왕은 이내 두 진술서를 강만용에게 건네주었다. “그럴 리가 없어!” 강만용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노호하였다. 곧이어 한지훈 또한 말도 안 되는 진술서의 내용을 보고는 차갑게 웃었다. “오양 각로께서 이런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이 많은 진술서를 쓰셨다고? 만약 맨 정신으로 살아있을 때 손도장을 찍은 게 아니라면, 난 도저히 믿고 싶지가 않아!”이내 한지훈은 손에 든 두 진술서를 공중으로 뿌리고는 소리쳤다. “이 위에 찍힌 도장은, 무조건 오양 각로께서 돌아가신 후에 다른 사람이 강제로 누른 거야!”뒤이어 한지훈은 자신이 생각해 낸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그중 가장 선명한 것은 바로 도장으로서, 사실상 오양무의 엄지손가락과 거의 같은 크기였다. 그러나 정상적인 상황에서 누구도 이렇게 큼지막하게 도장을 찍을 리가 없었다. 아마도 사람이 죽고 난 후, 다른 사람이 가짜로 은폐하려고 일부러 엄지손가락 전체의 지문을 가득 채운 거라 생각했다. 놈은
“한지훈! 당장 나오지 못할까! 진 씨 어르신께서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고…”중년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두 명의 천검종 제자는 별장 안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급히 옆으로 비켜섰다.잠시 후, 한지훈이 걸어 나와 문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살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지를 내려놓고 돌아가십시오!”뭐라고?진 씨 어르신과 두 명의 중년 남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지훈이 이게 무슨 뜻인가?“한지훈, 나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들어 여기로…”“성지를 가져오십시오!”한지훈은 냉랭하게 손을 내밀며, 진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한지훈! 나는 흠차한 것이오!”진 씨 어르신이 겨우 한마디를 하자, 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진 씨 어르신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그리고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지를 빨리 가져오지 못할까!”진 씨 어르신은 따귀를 맞고, 부르튼 얼굴을 감싸며 분노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한지훈은 이미 실권이 없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하지만 한지훈의 냉혹한 눈빛을 마주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록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는 결국 떨리는 손으로 국왕의 친필로 된 성지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그 순간, 강우연이 회사에서 막 귀가를 하며 차를 별장 앞에 세웠을 때, 한지훈이 진 씨 어르신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장면을 목격했다.진 씨 어르신을 한 번 보고, 강우연은 급히 다가가며 말했다.“여보, 왜 이렇게 화를 내요?”한지훈은 성지를 받아서 품에 넣은 뒤, 진 씨 어르신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라!”그 후, 그는 강우연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진 씨 어르신과 두 명의 중년 남자는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그들이 생각했던 환대와 풍성한 만찬은 모두 꿈에 불과했다! “한지훈!”진 씨 어르신은 이를 갈며 한지훈의 등을 노려보았다.하지만, 용국 전체에서 누가 감히 한지훈을 건드릴 수 있겠는
바로 그때, 문밖에서 천검종의 한 제자가 서둘러 한씨 가문 별장으로 뛰어 들어왔다.“한지훈 선생님, 밖에 한 노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용경에서 오셨다고 하시며, 선생님께서 직접 나가 맞이하셔야 한다고 하십니다. 만약 늦으시면... 늦으시면... ”“늦으면 어쩐다는 거냐?”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오늘은 대체 뭐 하는 날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런 얼간이들만 계속 만나게 되다니!왜 다들 그를 직접 맞이하라고 하는 건지.“죄를 물으시겠답니다!”죄를 묻겠다고?한지훈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를 흘렸고, 천검종 제자에게 차갑게 말했다.“그렇다면 기다리라고 하는 수밖에!”천검종의 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한편, 밖에서는 진 씨 어르신이 성지를 높이 들고 서 있었고, 중년 남자 몇 명은 뒷짐을 진 채 한씨 가문 별장 입구에 서 있었다. 한지훈이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진 씨 어르신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뒤에 있던 두 중년 남자들에게 말했다.“내가 뭐랬더냐? 한지훈 따위가 이제 뭐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다고? 이 몸이 국왕의 성지를 들고 와서 무릎을 꿇게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많이 봐준 것이거늘!”뒤의 중년 남자 두 명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한지훈은 이제 북양왕이란 명함만 걸친 상태이고, 북양의 군권은 모두 유청이 쥐고 있지 않습니까!”“어르신께서 직접 찾아와 맞이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위신을 세워주신 겁니다!”두 사람의 아첨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을 지키던 천검종 제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20분이 넘었지만 한지훈은커녕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아니, 이 한지훈은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만드는 거지?”그중 한 중년 남자가 시계를 힐끗 보며 짜증스럽게 물었다.“아마도 진 씨 어르신을 맞이하기 위해 안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아니면 레드 카펫이라도 깔고 있는 것 아닐까요?!”두 중년 남자는 서로 말을
그러자 임천덕은 히죽거리며 말했다.“허허, 장 도련님,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제가 연락을 드린 건 아주 좋은 일이 있어서입니다.”아주 좋은 일이라고?!장월동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임천덕이 어떤 사람인지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임천덕 같은 자가 자신을 찾아올 일이 뭐가 있겠는가?한낱 소규모 문파의 문주일뿐인데, 돈도 없고, 체면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신들의 장씨 가문 위세를 따라올 수는 없을 터였다.“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지. 임 문주가 나에게 무슨 좋은 일을 찾으셨을까. 하지만 한 가지 미리 말해두자면, 내가 만족하지 못할 시 다음 약값은…하하…”장월동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흐렸다.“물론입니다!”임천덕은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 “장 도련님, 혹시 한지훈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한지훈?장월동은 그 이름을 듣고 비웃으며 말했다.“그 북양왕을 말하는 건가? 지금은 그냥 초라한 평민 아니야? 그 놈이 뭐 대단하다고.“장월동의 말을 들은 엄천덕은 웃으며 대답했다. “한지훈이 지금 천성에서는 아주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많은 상업계 거물들이 그를 우러러보며 눈치를 보지요!”“천성이라... 흥,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장월동은 여전히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장 도련님, 제 말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얼마 전, 도련님께서 주머니 사정이 좀 빠듯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뭘 할 줄 아는지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임천덕은 아첨 섞인 말투로 그를 떠보며 말했고, 장월동의 눈동자가 몇 번 굴러갔다. 그래, 임천덕 이놈의 변장술 하나는 기가 막히지 않았던가, 만약 내 얼굴을…이 생각을 하자마자 장월동은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임 문주, 그 말은 내가 한지훈으로 변장해 상인들에게 돈을 뜯으라는 거야?”“그뿐이겠습니까! 그들의 재산까지 모조리 내놓게 만들어야죠. 누구 하나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다시 도청전인으로 변장해 놈들을 철저히 응징할 겁니다!
노 씨 어르신은 임천덕을 힐끗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방법이란 말이냐?”“어르신께서 혹시 조룡 묘지를 수호하는 천산 장씨 가문을 알고 계십니까?”임천덕은 악랄한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조룡 묘지를 지키는 가문이라니?!천산 장씨 가문은 무종 내에서도 대단한 고수라 할 순 없었다.심지어 수백 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삼성 천왕 이상의 고수를 배출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그들이 어디를 가든 무종은 물론, 심지어 조정에서도 장씨 가문에 예를 갖췄다.조룡 묘지를 수호한다는 것은 곧 용국의 기운을 지키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며, 덕분에 용국은 5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번영을 이어올 수 있었다.따라서 장씨 가문의 공적은 용국 전체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설마 장씨 가문과 연이 있다는 말이냐?”노 씨 어르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 자신이 무맹의 장로임에도, 장씨 가문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물론입니다. 다만, 장씨 가문의 현손과 연이 있을 뿐이고, 올해 스물셋이나 넷쯤 되었을 겁니다. 여색을 무척 밝히는 자이기에, 종종 저를 찾아와 약을 부탁하곤 합니다. 그래서 조금 친분이 생겼죠.”“이자를 이용해 한지훈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겁니다. 설사 한지훈이 라이언 킹 찰리의 손에 죽지 않더라도, 국법으로 죽게 만들 수 있습니다!”임천덕은 음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법으로 죽인다고?용국의 법 중에는 한지훈을 처벌할 법 조항이 없었고, 수많은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며 국가를 위해 싸운 북양왕을 누가 함부로 모함할 수 있단 말인가?이전의 낙 씨 어르신도 결국 국왕의 손에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한지훈을 모함하는 것은 조금 위험이 따를 듯한데…”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만약 한지훈이 협박과 강탈을 일삼으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용국 안에서 누가 감히 그를 용서하겠습니까?”임천덕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하… 하
“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임천덕의 뺨을 강타했다.임천덕은 그 자리에서 바닥을 뒹굴며 마당으로 나가떨어졌고, 그의 광대뼈까지 함몰되었다.얼굴이 시뻘겋게 부어오른 임천덕은 마치 부모를 잃은 듯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들어와라!”한지훈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날카롭게 호통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러운 태도로 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때가 돼서야 도청전인은 사태의 전말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는 한지훈의 손에 들린 약환 세 알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한지훈의 의도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천덕은 손으로 함몰된 얼굴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기어 다시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그가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말해라. 이 약은 대체 무슨 약이지? 그리고 네 몸에 해독제는 있는 거냐?!”한지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이... 이 약은 ‘백일단장단’이라 불리는 약입니다. 이걸 먹으면 백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아무리 경지가 높은 강자라도 창자가 썩어 죽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임천덕은 말을 하며 몰래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한지훈의 살기가 서린 시선을 마주친 순간, 그는 몸을 움츠리며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그러더니 서둘러 몸에서 파란색 작은 병을 꺼내 들고는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하, 한지훈 선생님! 이… 이게 해독제입니다!”한지훈이 병을 받아 들고 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왔고, 확실히 해독제임이 틀림없었다. 한지훈은 다시 임천덕에게 차갑게 물었다.“이 약을 더 가지고 있나?”임천덕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의 손끝을 보았고, 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백일단장단이었다.임천덕은 서둘러 남은 다섯 알을 꺼내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 약은 총 여덟 알뿐입니다. 이것은 제 스승님께서 임종 전에 물려주신 것입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이 약을 조제할 줄 모릅니다!”한지훈은 약환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천덕은 품에서 검붉은 약환 세 알을 꺼내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약은 현재 다섯 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세 알이면 한지훈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예를 갖추며 약환 세 알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쳐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은 약환 한 알을 집어 들고 코밑에 가져가 냄새를 맡았고, 순간 지독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사람을 살리는 약이라면, 그 향기가 반드시 은은하게 퍼지기 마련이다.그러나 이처럼 비린내가 나는 약은 독약임이 분명했다.초보적인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알아챌 수 있는 이런 속임수는 한지훈 앞에서 더더욱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오호, 약이 꽤 좋아 보이는군요.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백생단입니까?”한지훈은 약환을 손에 들고 입으로 가져가는 척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임천덕은 순간 당황했다. 이건 명백한 만성 독약인데, 백생단이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귀의문의 역대 종사들은 독약을 연구하는 데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전혀 열의가 없었다.한지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임천덕은 대답을 망설이다 결국 떠듬거리며 말했다.“그, 그것이... 이 약을 복용하면 부패한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살이 돋아나며, 오장을 보양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어서 백생단이라 부릅니다!”“임 문주, 이렇게 좋은 약이라면 문주께서도 하나 드셔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한지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약환을 들고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아, 아뇨!”임천덕은 두 손을 흔들며 급히 말했다.“이 약은 너무나 귀해서 제가 먹으면 낭비일 뿐입니다! 필요한 분께 써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임천덕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임천덕, 정말 내가 의술에 대해 모를 줄 알았나? 이 약의 냄새가 이토록 비릿한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독성이 섞인 것이지?”“아, 아뇨! 한지훈 선생님, 오해십니다! 저희
한지훈은 손을 가볍게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에이, 사람이 이렇게 선의로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차갑게 대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임 문주?”임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염려 마십시오. 제가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습니다!”그는 한지훈의 맞은편에 앉아 손을 뻗어 맥을 짚기 시작했다.약 오 분 정도 지나, 임천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제 진단에 따르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상처가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오장육부에 손상이 갔습니다. 만약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한지훈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 제 상처가 그렇게 심각합니까? 얼마나 심한 상태란 말이죠? 치료를 미루면 어떻게 됩니까?”“그게... 치료를 미루면 오장이 손상되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임천덕은 신중한 척하며 답했다.하지만 그의 말은 전부 허풍이었고, 그는 한지훈이 의술에 무지하리라 믿고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지훈 앞에서 그의 의술은 고사하고 황약사조차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로 보잘것없다는 것을 말이다! 천생서문에는 만 가지 학문이 담겨 있었으며, 의술은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게다가 한지훈은 본래 의술에 관심이 많아, 용국군에서도 ‘신의’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이었다.천생서문의 여러 학문 중에서도 한지훈이 가장 정통한 분야는 바로 의학이었다.“아이고, 이렇게 위험할 줄이야! 임 문주께서 제때 와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아직도 무지한 채로 있을 뻔했군요. 오늘 아침만 해도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한지훈이 이런 말을 하자, 도청전인은 다급해지며 황급히 손을 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런 자의 말만 믿어선 안 됩니다. 비록 제가 부족하지만, 의학에 조금 식견이 있으니, 제가 직접 진맥을 해보겠습니다!”하지만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선생님, 저희
문에 들어서자마자, 임천덕은 한마디 말도 없이 두 제자의 뺨을 연달아 갈기고는 한지훈의 발치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아직도 뭐 하고 있느냐! 어서 한지훈 선생님께 무릎 꿇고 사죄드려라!”그러자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됐습니다. 저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니, 그냥 그들을 내버려두십시오.”“어서 한지훈 선생님의 너그러운 은혜에 감사드려라!”임천덕이 제자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한지훈 선생님의 관대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두 제자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고 물러났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임천덕은 한지훈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다 제 불찰입니다. 제가 평소 문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제자들이 감히 한지훈 선생님을 모독하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괜찮습니다, 임 문주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미소를 띠고 물었다.임천덕은 도청전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잠시 머뭇거렸고, 다시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사실 요 몇 년간 특히 젊은 세대 가운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이는 다름 아닌 한지훈 선생님이십니다!”“무엇보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친히 파용군을 이끄시어 오국 연합군을 격파한 그 업적은, 용국의 국경을 수호하신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위대한 공로입니다!”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이 늙은이는 말만 열었다 하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군, 이런 자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하는 법!“며칠 전, 제가 강중 지역을 지나던 중 라이언 킹 찰리가 한지훈 선생님께 도전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필 얼마 전, 한지훈 선생님께서 청봉문에서 부상을 입지 않으셨습니까!”“제가 알기로 이 찰리라는 자는 내력이 대단하며, 아시란치 가문의 일원입니다. 그래서 한지훈 선생님의 상태를 염려하여 이렇게 진료를 도와드리려 온 것입니다. 제 의술은 변변찮습니다만, 그래도 귀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지훈 선생님께 조금이
한지훈은 그들을 다시 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며, 천검종의 두 제자에게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냥 쫓아내라. 나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임천덕의 두 제자는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돌아와 임천덕에게 울며 하소연을 했다.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반쯤 감긴 눈으로 둘을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쓸모없는 놈들! 이런 네놈들의 태도에 한지훈이 어찌 고분고분 따를 거란 말이냐!"노 씨 어르신이 화를 내자 임천덕이 앞으로 나와 다급히 말했다. “노 씨 어르신, 진정하십시오. 제가 직접 가서 반드시 한지훈이 고분고분 따르게 만들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두 제자를 흘겨보고 소리쳤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당장 따라와라!”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임천덕의 뒤를 따라 한지훈의 별장 앞에 다시 도착했다.별장 입구에 있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자 눈썹을 치켜세우며 칼자루를 움켜쥐고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아까 준 교훈이 부족했나 보군!”“아뇨, 아닙니다! 두 분은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저는 임덕천이라고 하고, 특별히 한지훈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임천덕은 상냥하고 공손한 태도로 두 천검종 제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못하는 법.게다가 임천덕은 어쨌든 귀의문 문주로서 나름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천검종 제자들도 함부로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의 두 제자와는 다르게 임천덕은 상황 판단이 빨랐으며 처음부터 태도에서 격식과 진지함이 느껴졌다.“너희 둘, 당장 이리 와라!”임천덕이 뒤에 있던 두 제자를 향해 소리치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풀이 죽은 얼굴로 다가갔다. “두 분께 사과드려라!”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며 임천덕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했다.하지만 그들이 주저하는 사이, 임천덕이 그들의 뺨을 갈겼다. “귀가 먹었느냐?!”임천덕이 또다시 호통을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