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 가문이 풍비박산 났다고 합니다. 방금 제가 용각에 가서 공로부를 보내던 와중에, 마침 입구에서 오양 가문의 하인을 만나게 됐습니다! 폐하께 꼭 묻고 싶습니다. 대체 오양 가문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수모를 겪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날 수가 있냐고요!” 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얼굴마저 붉어진 채 소리쳤다. “후...”얘기를 들은 국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사실 그는 이 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난 그런 명령을 내린 적도 없어. 아마도 아랫사람이 잘못 전달한 것 같아!”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양 가문 하인이 지금 아직도 입구 앞에 서있어요. 차라리 그를 성전으로 불러들여 한번 제대로 물어보죠!”강만용이 큰 소리로 말했다. 국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강만용은 즉시 어림군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가서 오양 가문의 하인을 데려와!”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의 어림군들이 대전 위에 달려와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께 보고드립니다. 성전 밖에서는 그 어떤 오양 가문 하인도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강 각로님께서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뭐라고?” 강만용은 고개를 돌려 어림군을 노려보았다. 국왕한테 보고를 올린 그 군인은 바로 방금 입구에서 장복을 가로막았던 그 놈이었다. “너 장복을 어디로 데려갔어? 말해!”자신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수를 쓰려는 어림군의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한 강만용은 따지기 시작했다. “각로님, 저희는 정말 각로님께서 얘기하신 그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저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간 제 동료들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방금, 각로께서는 입구에서 허공에 대고 한동안 말을 하시길래 사실 저희도 매우 당황했습니다.”“그래서 아까부터 매우 궁금했던 건데,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어림군 두목은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어림군 두목을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앞
“폐하, 오양 가문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저한테라도 솔직하게 알려주시죠!”한지훈은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나도 잘 아는 바가 없어. 하지만 기필코 오양 각로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겠지...”국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폐하, 방금 저는 오양 가문 사람들이 대체 왜 성 밖에서 모두 위수 군에 의해 끌려갔는지 묻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북양 왕의 축하연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꾹 참았던 거고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놈들이 벌써 오양 각로한테 손을 댈 줄은 몰랐네요!”뒤이어 신 한국도 앞으로 나아가, 방금 발생했던 일을 만조 문무의 앞에서 말했다. 그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문무백관들은, 어떤 사람들은 차갑게 비웃을 뿐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다소 놀라기도 했으면 또 어떤 사람들은 내심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국왕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전에 오양준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알기로는 오양준은, 사리가 밝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엄한 가정교육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건 더욱 불가능했고, 닭조차 죽이기 무서워하는 그런 아이였다. “국왕께 청합니다. 제가 배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이내 한지훈이 앞으로 나아가 국왕에게 말했다. “음... 그래. 너 포함해서 만약 남은 세 명의 각로들도 누가 이번 일에 이의라도 있다면 얼마든지 배심에 참여해도 좋아. 그리고 다른 문관들도 혹시나 이의가 있으면 함께 참여해도 돼!”국왕은 할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룡대에서 내려왔고, 걱정거리 가득한 표정으로 대전 밖으로 향했다. 한지훈은 곧바로 재빠른 걸음으로 국왕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남은 만조의 백관들도 서로 눈치를 슬쩍 보고는 급히 따라나섰다. 국왕마저도 이번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들은 설령 가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함께 가야 했다. 그렇게 부하들은 국왕과 함께 천자각을 떠났고, 얼마 후 그들은 오양무가 위수 군에 의해 심문실로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는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오양 각로께서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건지, 어디 한번 말해봐. 만약 제대로 대답 못하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훗!”그러자 낙로는 차가운 콧방귀를 뀌었고,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면서 국왕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폐하, 그동안 오양무의 행실은 매우 더러웠습니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신분을 믿고 마음대로 부하들을 억압해 왔습니다.” “보세요. 이것은 오양무와 그의 손자가 직접 쓴 진술서입니다!”곧이어 낙로는 사전에 준비한 진술서를 국왕에게 건네주었고, 한지훈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충 내용을 훑고 난 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정말 오양준과 오양무 그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고?”국왕은 진술서에 적힌 내용 전체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폐하, 이 모든 건 오양무가 직접 자백한 것이고 또 저 위에는 그 손자의 자백도 있습니다!” 낙로는 오양준의 자백 또한 강조하였다. 내용을 다 읽고 난 국왕은 이내 두 진술서를 강만용에게 건네주었다. “그럴 리가 없어!” 강만용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노호하였다. 곧이어 한지훈 또한 말도 안 되는 진술서의 내용을 보고는 차갑게 웃었다. “오양 각로께서 이런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이 많은 진술서를 쓰셨다고? 만약 맨 정신으로 살아있을 때 손도장을 찍은 게 아니라면, 난 도저히 믿고 싶지가 않아!”이내 한지훈은 손에 든 두 진술서를 공중으로 뿌리고는 소리쳤다. “이 위에 찍힌 도장은, 무조건 오양 각로께서 돌아가신 후에 다른 사람이 강제로 누른 거야!”뒤이어 한지훈은 자신이 생각해 낸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그중 가장 선명한 것은 바로 도장으로서, 사실상 오양무의 엄지손가락과 거의 같은 크기였다. 그러나 정상적인 상황에서 누구도 이렇게 큼지막하게 도장을 찍을 리가 없었다. 아마도 사람이 죽고 난 후, 다른 사람이 가짜로 은폐하려고 일부러 엄지손가락 전체의 지문을 가득 채운 거라 생각했다. 놈은
낙로의 심보에 대해서, 국왕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사실 낙로가 이렇게까지 발광하도록 내버려둔 것 또한 단지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낙로가 자신이 예상한 선까지 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용각 3대 각로 중 한 명이었던 오양무는 그동안 전임 국왕을 섬겼을 뿐만 아니라, 더우기는 현임 국왕도 가장 의지하는 각로 중 한 명이었다. 그만큼 감히 그 누구도 오양 각로를 멋대로 죽일 자격은 없었다. 이것은 엄연히 국왕의 금기를 건드리는 게 될 테니까. “아... 이번 사건은... 마유군이 직접 처리한 겁니다.”낙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유군은 바로 위수 군의 총사령관이었다. “뭐라고? 마유군 그놈 건방지네. 지금 어디에 있어?” 국왕은 전혀 당황한 내색하지 않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등 뒤로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폐하, 마유군은 지금 한창 참수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시간쯤이면 되돌아가고 있을 것입니다.”낙로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누구를 참수하러 가는 건데!”이때 신한국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러자 낙로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하며 말했다. “당연히 오양 가문이지! 용국의 율법에 따르면 그가 범한 죄는 나라를 짓밟는 중죄야. 그러므로 그뿐만 아니라 온 가문 사람들도 응당 벌을 받아야 돼!”“닥쳐!”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막말을 퍼부으며 낙로를 삿대질하였다. “아무리 한 나라의 국로가 중죄를 지어 형을 받는다 하더라도 무조건 국왕의 비준을 거쳐야 돼. 하지만 너희들은 국왕의 회답도 기다리지 않고 고문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는 감히 국로의 집까지 망가뜨려?”“어라? 그런 규정이 있었어? 미안하지만 난... 사실 용국 율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낙로는 그저 헤헤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푸!”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든 강만용은 그 자리에서 화를 내며 피까지 토해냈다. 그러자 한지훈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강만용을 부축하였다.
“잠시만요!”국왕은 급히 몸을 돌려 단호하게 떠나가는 세 각로의 뒤를 쫓아갔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얘기할 마음조차 없었고, 곧바로 심문실 밖으로 나섰다. “건방진 놈들!”이내 낙로는 눈을 부릅뜨고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감히 국왕을 상대로 협박을 해? 여봐라! 저 놈들 집안까지 모두 불태워버려!”곧이어 위수군 한 명이 발걸음을 내디디려는 순간, 오릉군 가시가 갑자기 나타나 직접 그의 머리를 베어 떨어뜨렸다. 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십여 명의 위수군들은 깜짝 놀라 급히 물러섰고, 그들은 비할 데 없이 놀란 두 눈으로 낙로를 바라보았다. “한지훈! 너 뭐 하는 짓이야!”낙로는 한지훈이 무려 국왕이 보는 앞에서 위수 군이 살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누구라도 감히 세 각로의 앞길을 막으려 한다면, 나 한지훈이 신용 전주의 이름을 걸고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한지훈은 우렁차게 포부를 밝혔다. 그 말을 들은 만조 문무들은 물론, 각로 세 명을 노리고 있던 위수군들조차 깜짝 놀라 모두 식은땀을 흘렸다. “폐하, 전 이미 이 전투복을 충분히 많이 입어봤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오양 각로의 앞에서 폐하께 이 전투복을 돌려주려고 합니다! 당시 제가 금방 부대를 이끌고 있을 때 오양 각로 어르신의 도움이 컸거든요.”“바로 오늘, 오양 각로님의 영전 앞에서 정식으로 이 갑옷을 벗고 이만 돌아가려 합니다. 오늘부로 용국의 모든 전쟁은 저 한지훈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럼 이만!”곧이어 한지훈은 국왕의 면전에서 그 푸른 무늬의 금룡 전투복을 벗은 뒤 오양무의 몸에 걸쳐주었다. 그리고는 입구에 있던 홍장미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가 떠나고 난 후, 앞으로 용국의 안위는 너한테 달려 있는 거야!”“한 사령관! 너...”국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어나 말했다. “폐하, 마지막까지 용국을 위해 공을 세운 것을 봐서라도 오양 각로님을 위해 따로 장례를 해주시죠! 아니면 천하의 민심이 순식간에 흔들리게 될
그러자 낙로는 머리를 돌려 용칠을 한번 보고는, 이내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 날 뭘로 보고... 이런 잔꾀가 나한테 통할 줄 아는 거야?’ 오랫동안 한지훈의 오른팔로 일해온 용칠이, 한지훈의 이탈로 인해 갑자기 그를 배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 같았다. “용칠, 너 날 아주 만만하게 봤어. 국사인 내 앞에서 감히 이딴 수작을 부려? 아직도 좀 많이 배워야겠네!”낙로는 내심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용일, 너 이 건방진 놈. 네가 북양 왕인 한지훈이나, 혹시 뭐 강만용 같은 각로의 실력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낙로가 노발대발하자 이내 몇 명의 위수군들이 달려들어 용일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 뒤이어 낙로는 다시금 용칠을 힐끗힐끗 훑어보며 내심 또 다른 꿍꿍이를 하고 있었다. 한편 한지훈은 천자각에서 나오자마자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 가는 길에 웬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한지훈은 잠시 망설이고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지훈입니다.”“한 선생님, 큰일 났어요!”전화 너머로는 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알 수 없는 목소리에 한지훈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저는 강 회장님의 비서인 소진이라고 합니다. 강 회장님께서는 이미 3일 동안 회사에 나오지도 않으셨어요. 게다가, 집에 찾아갔는데도 회장님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어떡하죠!”비서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한지훈의 마음은 순간 덜컥 가라앉았다. ‘이럴 수가... 강우연이 실종됐다고? 내가 분명 사람을 시켜서 강우연을 지키도록 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이 급히 물었다. “한 선생님, 강 회장님께서는 이미 실종된 지 3일이나 다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전 강 회장님께서 임신 중이라 몸이 편찮으셔서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계약 업무차 회장님의 집에 들렀더니 이미
같은 시각, 강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옛 산간 도시.동방염은 눈앞에 묶인 강우연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와인 잔을 들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지 같은 년, 너만 아니었으면 내 팔도 부러지지 않았을 거다! 내 앞에서 뭔 고상한 척을 하는 거야!”동방염은 말을 하며 강우연의 얼굴에 그대로 와인을 들이부었다. “당신들은 강 대표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들은… 당신들이 한 말도 지키지 않는 겁니까?!”옆에 같이 묶여 있던 서은정이 쉰 목소리로 소리치자, 동방염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지? 솔직히 말해서, 저 여자만 죽는 게 아니라 너랑 네 가족들도 모두 죽임을 당할 거다!”“네년들을 모조리 죽여서 토막을 내버릴 테다!”동방염은 자신의 왼팔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흉측한 표정을 드러냈다.강우연은 눈을 꼭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자신이 서은정에게 속아 동방염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사흘 전, 서은정은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가 아픈 데다 본가가 강중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며 강우연에게 자신을 이산읍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쨌든 서은정은 회사를 설립한 이래로 줄곧 자신을 잘 따랐고, 두 사람은 자매처럼 사이가 매우 좋았기에 강우연은 별생각 없이 서은정의 안내에 따라 이산읍까지 차를 몰고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서은정의 가족이 아닌 동방염이었다! 동방염과 한 노인이 나타났을 때, 강우연은 비로소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강우연이 차를 돌리기도 전에 동방염의 옆에 있던 노인이 앞을 가로막았고, 동방염은 강제로 강우연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지금 강우연과 서은정을 가두고 있는 이 산채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마을 전체가 이미 동방염의 문하인 천검종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동방염의 스승이자, 천검종의 장교인 도청전인이었
이때, 서은정은 자신이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 대표님… 저… 저도 억지로 강요를 받은 겁니다, 저… 저를 탓하지 마세요…”서은정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강우연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난 항상 너를 자매처럼 생각해왔어! 그런데…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도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강우연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지훈이 혼자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이었다. 그 도청전인이라는 사람은 그녀가 이때까지 보았던 무인과는 사뭇 달랐다.그녀는 당시 자신이 막 시동을 걸려고 할 때, 그자가 손가락을 가리키자 차가 공중 부양을 했던 것을 똑똑히 느꼈다! 마치 눈앞에 벽이 있는 것처럼 차 문을 밀어도 열리지 않았고, 팔다리가 묶인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도청전인이라는 사람이 그녀에게 준 느낌은 매우 공포스러웠다! 이러한 느낌은 심지어 한지훈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은정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게도 해를 끼친 것이다! “강 대표님, 그들이 제 부모님을 납치하고 저를 협박한 거예요! 저는… 저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서은정이 서럽게 울며 말했고, 강우연과 서은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동방염은 그제야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는 두 젊은 여자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고, 사형을 따라 통나무집에서 나와 안뜰로 들어갔다.이때, 도청전인은 안뜰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가 발자국 소리를 듣고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두 눈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했고, 담담하지만 매우 위엄이 있었다.“사부님!”동방염은 도청전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래, 앞으로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걸 기억하거라. 여자 하나 때문에 팔을 잃은 것이 음탕한 생활의 해악을 잘 보여주지 않았느냐!”“오늘 밤, 너와 몇몇 사형들은 반드시 경계를 강화하도록 하라. 예상대로라면 오늘 밤 그 원수가 찾아올 것이다!”도청전인은 말을 한 뒤, 다시
“난 사실 너 같은 어린 여자애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난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관례를 깨뜨려야 할 것 같아!”초천서는 기세를 몰아 사람을 억압하는 한편, 말은 참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천하의 평화를 위하여? 대체 시독이 어떻게 시내로 번지게 된 건데? 모든 무덤들이 외딴 산간 지역에서 발굴되었는데, 당신은 내가 정말 그걸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내가 보기에 너희들의 목적은 단지 내 손에 있는 단방을 빼앗아내어 날 협박하려는 것 같은데?”강우연은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비꼬았다. 그 말을 들은 초천서의 얼굴은 갑자기 귀밑까지 빨개졌다. 강우연의 예상대로, 그는 확실히 낙씨 집안과 협상을 했었다. 단방만 얻으면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천서도 굳이 멀리 있는 신농파에서 이곳까지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박한 년! 감히 우리를 모독해?”초천서가 나서기도 전에, 무리 속에서 한 백발의 노인이 얼굴을 붉힌 채 강우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우연, 너 우리가 이렇게 세력을 들먹이며 고작 너 한 명을 괴롭히려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생각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단방을 내놓아. 이렇게나 많은 선배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우리가 원한대로만 해주면 적어도 너희 두 사람,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 줄게!”한편 승소천은 뒷짐을 진 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동시에 승소천은 천천히 사령관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나장명조차도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끼고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뭐라고? 우리를 무사히 이곳에서 보내줄 수 있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강우연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솔직히 말해 무종 문주가 와도 감히 우리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해. 그랬다가는 비참한 결말만 맞이하게 될 테니까!”
충격적인 눈앞의 장면에,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이... 이럴 리가 없잖아! “너... 진법을 할 줄도 알아?”역시나 초천서는 눈치가 빨랐다. 방금 강우연이 손을 들어 주위의 공기를 비우자마자, 초천서는 예감을 하게 됐다. 뒤이어 강우연이 따귀를 내려치면서 낙천우의 몸을 굳게 만들어버리자, 그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사실 진법은 무종에서 결코 드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법에도 순위가 나뉘게 된다. 보통 무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진법은 대부분 환술 같은 진법이었다. 하지만 강우연이 방금 보여준 진법은 환술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놀랍게도 자연계의 힘까지 동원한 것이다. 초천서조차도 이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사모님! 설마... 진짜 진법을 하실 줄 아시는 겁니까?”유준혁도 옆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줄곧 그렇게 연약해 보기만 했던 강우연이, 숨겨진 강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 권법, 장법 그리고 진법이 결합되게 되면 그 위력이 기하학적인 배수로 증가할 수도 있다. 심하게 얻어맞은 낙천우가 내장까지 토해낸 것을 보아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낙천우는 땅에 쓰러진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꾹 잡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이는 그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단지 우연 그룹의 대표이자 여리여리하기만 한 강우연을 상대로, 허무하게 뺨을 얻어맞고 쓰러지게 됐는데, 설령 그가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더 이상 무도에 발을 디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자신감이 철저히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낙천우, 이번 일은 너희 낙씨 집안과는 무관한 일이길 바라. 아니면 나중에 한지훈이 천부성에 도착하게 되면, 그날이 바로 너희 낙씨 집안이 멸망할 날이 될 거거든!”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아무도 더 이상 감히 비웃지 못하고 감히 경시하지도 못했다. “강... 강우연, 그렇게 벌써 우쭐대지는 마! 내가 설령 네
그의 눈에는, 강우연은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 4성 천급 전신의 전투력이 있다고 해도 뭐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반면 그는 일성 준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주먹 한 방으로도 강우연을 짓밟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유준혁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 저지하려는 순간, 초천서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그를 막고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방금 왜 그렇게까지 오만방자하게 군 거지? 결국 이렇게 끝없는 굴욕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면서. 고작 평범한 일반인 주제에 감히 이렇게나 많은 약종 거물들을 상대로 건방진 발언을 하다니? 승소천은 비웃는 얼굴로 강우연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젠 그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낙천우가 강우연을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때가 되면 단방을 내놓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된다. 바로 이때, 낙천우가 강우연을 향해 돌진하는 동시에 왼쪽 손바닥을 날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고약한 비린내가 코를 찌를 정도로 풍겼다. 이것이 바로 낙씨 집안 특유의 독장이었다. 그들은 평소에 연습하는 과정에 줄곧 독극물로 손바닥 피부를 침식하기 때문에, 손에서는 항상 이러한 비린내가 난다. 그리하여 일단 이 독장에 맞게 되면 즉시 독소가 온몸으로 퍼지게 되어 순식간에 행동 능력을 잃게 된다. 심지어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강우연의 경지는 엄연히 낙천우보다 한 단계 낮았기에, 일단 이 손바닥을 맞게 되면, 강우연은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우연, 이젠 죽어...”“빵!”낙천우가 손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갑자기 강우연이 움직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리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흡인력을 불러일으키며 주위의 공기를 모두 비워냈다. 그리고는 번개 같은 속도로 손바닥을 쳐냈다. 낙천우가 보기에는 그녀의 손바닥이 매우 느리게 보였고
“흥, 한지훈이 그렇게나 미쳐 날뛰더니 이제 와 보니까 그 와이프도 똑같이 미쳐 날뛰네. 너 지금 네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나 보군!”승소천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하든 나는 절대 손에 든 단방을 내놓지 않을 거야!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이야!”생각보다 강경한 강우연의 태도는, 유준혁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줄곧 여려 보이기만 하던 강우연에게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었다니. 그녀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나장명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무려 천부성 시수가 이 자리에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우연이 감히 이렇게 자신의 뜻을 단호하게 밝히다니? “하하! 정말 웃기네!”초천서는 강우연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도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멋대로 얘기한 적 없었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네. 대체 누가 너한테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준 건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 소리를 하는 건지!”“하지만 나 또한 당당하게 너한테 얘기할 수 있어. 너의 배후가 누구든, 넌 오늘 반드시 단방을 내놓아야 해!”“난 그 어떤 배후의 조력자도 필요 없어! 설령 한지훈이 내 곁에 없다 하더라도 난 결코 너희들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강우연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그 어떤 조력자도 필요 없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는 거지!”이내 초천서는 성큼성큼 강우연에게 다가가 당장이라도 손을 댈 기세였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유준혁은 황급히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았다. 비록 자신이 초천서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강우연을 보호해야만 했다. “어르신, 이런 일은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침 저도 담판 질 게 있으니, 제가 직접 강 대표랑 결론짓겠습니다!”곧이어 낙천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며 강
승소천의 말은 결코 겁을 주기 위한 위협의 말이 아니었다. 만약 무종 중 60% 이상의 종문이 동시에 무종에 고소를 제기한다면, 한 사람을 용국 밖으로 몰아내는 건 손바닥 뒤집 듯 쉬운 일이었다. “맞아요. 용국 백성들의 생명을 보잘것없게 여기는 사람들은 더 이상 용국에 계속 남아둬서는 안 돼요!”“그래. 그러니 당장 단방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즉시 한지훈을 용국에서 쫓아내라고 무종에 요구를 할 거야!”“한지훈이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인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고작 단방 하나 내놓으면 되는 거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아쉬운 건데!”모두들 너나 할 것 없이 강우연을 향해 야유했다. 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 중, 나장명 외에는 일반인이 하나도 없었다. 비록 약종의 전력은 보편적으로 높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일반인이 전혀 따라갈 수 없는 정도였다. “흥, 이 자리에 한지훈도 없는데 뭐 어떡하겠어? 설령 한지훈이 직접 달려온다 하더라도 뭘 할 수가 있을까?”승소천은 거만한 표정을 한 채, 주위에 있는 수백 명의 약종 문인 제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기세등등한 그의 모습에 나장명조차도 깊이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당신들 정말 대담하네. 감히 함께 힘을 모아 북양 왕을 추방하려 하다니, 나중에 사당이 당신네 약종을 제재할 수도 있는데 두렵지도 않아!”잔뜩 화가 난 유준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술에는 핏기조차 없었다. “하하! 사당이 과연 감히 무종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을까? 더욱이는 백성들의 분노를 무시할 수도 없지!”승소천은 차갑게 웃으며 유준혁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단방 내놓아!”이때 초천서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강우연에게로 향했다. 평범한 여자일 뿐인 강우연은, 이 상황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유준혁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초천서와 논쟁을 벌이려는 순간, 강우연이 먼저 손을 내밀어 가로막았다. “유 문주
젊은 남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승 사제가 여긴 어쩐 일인가?” 초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승소천에게 다시 한번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초천서마저도 이렇게나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람이란 건, 훗날 반드시 약종의 미래가 될 거라 확신했다. 비록 승소천의 실력은 단지 일성 사령관뿐이긴 하지만, 약종 사람들은 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처방을 숙달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약종이 무종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약종의 환산 고단 덕에 무종의 문인 제자들이 초기 단계인 1~2년 내에 경지를 빠르게 향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약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한 약종 문인일수록, 무종의 추앙을 더욱 많이 받게 되자 무종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설령 그들이 전신계, 심지어 군왕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다. 만약 약종의 우두 머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그건 곧 수많은 종문의 미움을 사는 것과 같게 된다. “초 선배님, 약 10년 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승소천은 초천서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그 말은 즉, 초천서 역시 이전에 항산 약종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승소천과는 일통상맥하는 형제 사이라니? 뜻밖의 상황에 유준혁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그는 본래 약종 사람이기에, 초천서와 승소천 같은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초천서 한 사람만으로도 약왕파를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승소천마저 등장하게 됐으니, 그 결과는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전 천부성에서 시독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방금 복도에서 강 대표의 손에 해독제인 단방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사실인가요?”승소
그는 국가가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 말로, 일을 크게 과장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강우연이 단방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면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단지 평범한 여자였다면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녀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아내이다. 그렇게 단 한마디로, 강우연은 궁지로 몰리게 됐다. “그래, 낙천우의 말이 맞아. 이건 우리가 너희들더러 단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야! 북양 왕은 줄곧 백성들을 지키느라 애를 썼는데, 설마 강 대표는 이 백성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빤히 보고만 있을 거라는 거야?”이때 나장명과 낙천우의 뒤에 서있던 한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며 흉악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대표, 고작 처방전 하나뿐으로도 백성들을 구해낼 수 있다잖아. 만약 나였다면 진작에 목숨까지 바쳤을 거야?” 또 다른 한 노인이 무리를 비집고는 앞으로 나와 늠름한 척하며 말했다. “고작 처방전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이 팔극연명단방, 실제로 사람의 피가 들어있긴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어르신, 그럼 차라리 흔쾌히 피를 내주시죠!”“본인이 스스로 뱉은 말이니,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싶다면 어디 한번 목숨 바쳐 봐!”유준혁은 이를 갈며 강우연의 몸 앞을 막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방금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냅다 말을 내뱉은 노인은, 사실 목숨을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 한 방울 바치는 것도 매우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당신들 대체 뭔데? 날 만만하게 보지 마. 설령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들 단방 얻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게다가 강 대표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와이프인데,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건 더 이상 북양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야?”유준혁은 이 틈을 타, 강우연의 정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배후에 북양 왕 한지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 문주, 이번에 얼마나
황약사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 “문주 님, 하지만... 만약 저희 약왕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이내 대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모습을 드러내려는 거야.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황약사는 대장로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네!”황약사의 단호한 태도한 태도에 대장로는 황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강우연과 유준혁은 이미 천부성에 도착하였고 제1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는 이미 시독에 중독된 환자들이 가득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줘.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 괴롭다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강우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 내용 그대로, 환자들은 온몸에 검은 고름이 흐르고 피부와 근육까지 짓무르고 있었다. 너무 참담한 나머지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는 차마 직시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 사람들 너무 안타까워요. 아니면 저희 먼저 팔극연명단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유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안 되면 다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강우연은 유준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유준혁은 급히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속에서 10여 알의 팔극연명단방을 쏟아내고는, 간호사더러 펄펄 끓는 물을 좀 가져 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팔극연명단방을 끓는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증상이 가장 심한 몇 명의 환자들에게 탕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약효를 증강하기 위해 유준혁은 특별히 또 몇 알의 일반 단약까지 녹여, 환자들을 도와 몸에 발라주었다. 그날 밤, 병세가 위중했던 환자들은 다행히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고름도 나지 않았다. 단 오후의 처치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자, 이 소식은 병원을 떠들썩하게
“맞아요, 시독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 게다가 현재 병원은 전혀 속수무책입니다. 매일 거의 수백 명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어요. 이 상황에 저희가 손을 떼는 건 말도 안 돼요!”유준혁도 나서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이번 일은 한 선생님과 다시 한번 상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강우연은 빠른 걸음으로 2층 침실로 올라가, 자초지종을 한지훈에게 털어놓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며칠간의 요양을 거쳐 한지훈의 상황은 이미 많이 좋아졌다. 다만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가끔 주먹도 몇 번 내뻗을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몸은 피곤했다. “시간은 절대 저희를 기다리지 않아요. 반드시 지금 즉시 천부성으로 가야 해요. 만약 팔극연명단방이 정말 해독할 수 있다면 저희는 수많은 백성들을 구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강우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강우연은 평범한 여성이긴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득했다. “네 생각도 괜찮은 것 같아. 다만 현재 내 몸 상태로는 나설 수가 없어. 차라리 이렇게 하자고. 일단 유 문주 님이랑 같이 먼저 천부성으로 가. 난 며칠 후에 도청전인과 함께 갈게!”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 의견을 밝혔다.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전 유 문주 님이랑 천부성으로 갈게요!”강우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준혁에게 다가가 한차례 교대했다. 이튿날 아침, 강우연과 유준혁은 천부성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막 이륙하자마자 낙씨 집안은 정보를 받게 되었다. “할아버님, 좋은 소식 있습니다. 강우연이 역시나 저희 계략에 걸렸습니다! 이제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낙천택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니야! 이 시독은 팔극연명단방만 해독시킬 수 있어. 강우연이든 황약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