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신한국은 앞으로 나아가 낙로를 삿대질하며 큰소리로 노발대발했다. “맞아. 만약 이 시점에 망경관의 10만 적군들을 모두 무관성 아래에서 섬멸시킨다면, 북쪽 연합군들은 더 이상 전쟁을 이어갈 이유가 없어지게 돼!”잇달아 강만용도 입을 열었다. 그렇게 양측의 논쟁은 점점 과열되었다. 만조의 문무 대거도 두 개의 파로 나뉘어, 문관을 필두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로의 의견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장령들은 잇달아 나서서 한지훈의 편을 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입 닥쳐!”바로 그때, 국왕이 갑자기 용서 안을 두드리며 크게 소리쳤다. 뜻밖에 국왕이 화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그제야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도 너희들은 누구의 공로가 더 큰가로 논쟁을 벌이는 거야?”이 말을 들은 군신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는 더 이상 뭐라 하지 못했다. “폐하, 제 생각에는 여전히 한지훈을 재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출병해야 합니다. 10만 적군들은 언제든지 다시 망경관을 탈환할 수 있습니다!”곧이어 낙로가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에도 한지훈을 재촉하라고? 용일부터 용팔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중상을 입게 됐어. 그런데 이 며칠 동안 휴식할 시간도 주지 않고 어떻게 한지훈더러 바로 전쟁터에 나가라고 할 수가 있어?”신한국은 결국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는 앞으로 나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신...”“오양무께서 도착하셨습니다!”낙로가 다시 반박하려는 순간, 백발의 한 노인이 갑자기 큰 성전으로 걸어 들어왔다. 만조 문무 군신들은 그 노인을 보자마자 일제히 몸을 굽혀 인사를 하였다. “각로님, 안녕하십니까!”심지어 국왕마저도 자리에서 일어선 채 노인에게 인사하였다. “오양 각로님, 건강은 괜찮으십니까?”이 노인은 바로 용각 4대 각로 중 한 명인 오양무였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그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어, 그가 직접 군정 대사에 참여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런 그가
“흥!”강만용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낙로를 힐끗 보았다. 마찬가지로 기분 나쁜 눈빛으로 낙로를 힐끗 쳐다보던 신한국은 이내 고개를 돌려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 지금 전세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무조건 한지훈에게 자주권을 주어야 합니다!”“낙로, 넌 어떻게 생각해?”그 말에 국왕은 고개를 들어 낙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는... 이의 없습니다!”곧이어 낙로는 어두운 안색을 한 채,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내심 오양무를 매우 증오하고 있었다. 늙은 영감이 집에서 요양하지도 않고 굳이 천자각으로 달려와 자신의 계획을 망친 것에 대해 원한이 컸다. ‘내가 언젠가는 저 영감의 온 집안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 낙로는 그렇게 이를 갈며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였다. “그럼 다들 바라는 대로 한지훈에게 3일간의 휴가를 주도록 하지. 그 후에 다시 싸워도 늦지 않을 테니까!”국왕은 말을 마치자마자 옷자락을 휘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측전으로 돌아갔다. 그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오양무는 낙로에게 다가와 도발하였다. “낙로, 아무리 권모술수를 부리고 싶어도 전장에는 무려 수천수만 명의 목숨이 남아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감히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가 있어?”“허... 어르신, 방금 하신 말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어딜 봐서 권모술수를 부리고 있는데요? 저도 애국자입니다. 저희 용국이 적군에게 얻어맞게 되는 매우 창피한 일은 겪고 싶지 않다고요!”“설마 어르신께서는 지금까지 용국을 에워싸고 있는 국제적 여론이 창피하지도 않은 겁니까? 이대로 놔뒀다가는 5개국 연합군이 용경에서 아예 설을 보내게 될 거라고요.” 낙로는 자기 할 말만 마치고는, 뒷짐을 진 채 성큼성큼 천자각을 나섰다. “저 개자식!”그 모습에 강만용은 이를 갈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 오양무는 뒤돌아서 떠나가는 낙로의 뒷모습을 그저 한참 동안 쳐다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보기에는 현재의 천자각은 이미 예전과 매우 다르게 느껴졌고, 심지어
“네!”이내 용사와 용오도 몸을 돌리고는 물러섰다. “용육, 용칠. 너희 두 사람은 각각 1만 명의 정병을 거느리고 적군들과 정면으로 부딪혀!”“네!”“용팔, 넌 2만 정병을 데리고 성을 지키고 있어!” “알겠습니다!”용팔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 켠에 섰다. 성 아래의 수만 적군을 바라보는 한지훈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이 수만 적군들의 손에는 모두 우리 용국 아군들의 피가 묻어있을 거야. 우린 절대 그 누구도 용서해 주지 않을 거고, 받은 그대로 갚아줄 거다!”“네!” 잇달아 병사들은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한지훈의 명령에 따라 그날 밤, 두 대군은 앞뒤로 포위를 뚫고는 북쪽으로 진격했다. 뜻밖에도 두 대군이 북쪽으로 향하는 상황에 5개국 연합군이 어안이 벙벙해있는 틈을 타, 용육과 용칠이 이끄는 2만 대군은 눈 깜짝할 사이에 5개국 연합군을 공격하였고 이에 크게 당황한 연합군은 재빠르게 도망쳤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이내 용사와 용오의 포위권에 빠지게 됐다. 그렇게 수만 명의 연합군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총을 들고 투항했다. 필경 그들 중 전신 강자는 한 명도 없었던 상황에 심지어 겹겹이 포위까지 되어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더 이상 없었다. “사령관님의 뜻대로라면, 투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일단 놈들의 항복을 받아주고 그다음에...” 말을 이어가던 용오는 이내 목을 쓱 베는 제스처를 하였다. “그... 그렇게 하면 국제적 공약을 어기는 게 되잖아!” 용사는 다소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그 공약은 오로지 인간한테만 적용되는 거야. 이런 짐승들은 무조건 어떤 수단을 써서든지 죽여야 된다고!”용오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곧이어 그는 한지훈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너희들이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지 내가 요구하는 건 단 한 가지뿐이야. 목숨 하나도 남겨두지 않는 것. 그리고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게 해.”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자고
이내 무수한 큰 돌덩이들이 굴러내려 와 그들의 퇴로를 완전히 봉쇄하였고, 양 켠의 절벽 위에 있던 수많은 파룡군들은 이 틈을 타 조명탄을 쏘았다. 순간 밤하늘은 대낮처럼 밝게 변했다. 끊임없이 총성이 사면팔방에서 울려오자, 마르스는 급히 부대에 명령을 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5개국 연합군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총소리가 거의 한 번씩 울릴 때마다 병사 한 명이 쓰러지곤 했다. 심지어 어떤 장교들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무자비하게 사살되고 말았다. 오늘 밤은 그야말로 피의 밤이 될 운명이었다. 쿵쾅쿵쾅! 곧이어 수천 발의 포탄이, 연합군의 야영지에 소나기처럼 우수수 떨어져 수많은 시체를 남기게 됐다. 눈앞의 이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한 마르스는 완전히 절망에 빠지게 됐고, 심지어 중상을 입은 로슨마저도 날아온 몇 발의 포탄을 피하지 못하고는 결국 분골쇄신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발의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연합군의 소대는 불바다가 되었다. 사방에서는 울부짖는 소리,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려왔다. “이건 아니야!”마르스 또한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시간도 안 되어 10만 연합군은 모두 몰살되었다. 이렇게나 큰 전장 위에 남은 사람이라곤 마르스와 신들러, 카일 세 사람뿐이었다. 온 하늘에는 여전히 조명탄이 수도 없이 발사되어 대낮처럼 밝아 보였다. 그 순간, 마르스의 시선에는 아주 익숙하기도 하고 원망스러운 누군가의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한지훈이었다. 그를 보자마자 마르스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섰고, 이내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노호하였다. 신들러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한 번 흘깃 보았다. 포탄을 제대로 맞아 산산조각 난 로슨의 시체를 보아낸 그는 역시나 이를 악물고 이내 한지훈에게로 걸어갔다. 오늘,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한지훈을 끌고 같이 지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지훈, 너 이거 엄연히 국제
“죽여!”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마르스는 완전히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으로서 한지훈을 죽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를 어떻게든 다치게 하고 싶었다. 바로 그때, 마르스는 마치 미친 맹수처럼 사활을 돌보지 않고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설사 그 어떤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지훈의 살점만큼은 뜯어내고 싶었다. 뒤이어 신들러도 미친 듯이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 오직 카일만이 멍하니 선 채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이 폭발해 낸 놀라운 기운을 느껴내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쏴!”마르스가 한지훈에게로 돌진하는 동시에, 오릉군 가시는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마르스의 명치를 찔렀다. 그 순간, 마르스는 자신의 눈앞에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눈빛을 느끼게 됐다. 심지어 총알의 속도보다도 더욱 빨리 느껴졌다. 마르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오릉군 가시는 이미 그의 등을 뚫고 나와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공격을 이어갔다. 겨우 두 걸음 내디딘 신들러는 갑자기 등 뒤로 느껴지는 악한 기운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몸을 돌리게 되자, 갑자기 가슴이 차가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됐다. 뒤이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 또한 들었다. 바로 오릉군 가시가 신들러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것이었고, 이내 또 매우 기괴한 각도로 날아들어 한지훈 뒤에 숨어있던 카일을 찔러댔다. 카일은 멀리서 날아오는 그 오릉군 가시를 똑똑히 보아내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푸! 곧이어 세 사람의 몸에서는 거의 동시에 핏물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모두 쓰러지게 됐다. 다만 그들은 온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심지어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지훈! 너... 너 또 무슨 짓 하려고! 차라리 통쾌하게 우리를 죽여버려!”이미 체념한 듯한 마르스는 절망적인 외침으로 한지훈에게 소리쳤다. 사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미지였다. 한
뒤이어 홍장미의 명령에 따라 모든 연합군의 시체는 산 밖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그 후 시체들은 전부 연소탄에 타버려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5개국 연합군의 20여 만 명 병사들은 모두 무관성 아래에서 섬멸되었다. 7 존 오성 용수들을 포함한 모든 병사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됐다. 곧바로 이 소식을 접한 용경 전체는 환호성을 질렀다. 심지어 어떤 용국 백성들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 용경이 살아남았으니, 용국이 살아남았으니 드디어 천하가 태평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한편 망경관 위에서 곧고 바른 자세로 서있던 서효양은, 개국공신한 20만 명의 파룡군 병사들을 향해 목례를 했다. “서 사령관님, 이번 전투에서 파룡군이 드디어 큰 공을 세웠군요. 사실은 저희가...”“이 모든 건 우리가 응당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어. 일단 용경이 함락되면 용국은 무너지게 될 테고, 그러면 우리 모두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울테니. 그 와중에 한지훈은 당당하게 7 존 오성 용수와 맞서 싸워 승리를 이루어냈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실력자야!”서효양은 내심 한지훈에 대해 이미 깊은 감탄을 하고 있었다. 한지훈이 아닌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 과연 정녕 20만 파룡군과 합류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우 손쉽게 해냈고, 불과 며칠 만에 적군 전체를 전멸시켰다. 그야말로 위대한 공적을 이루어낸 것이었다. 심지어 한지훈 덕분에 용국이 연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모든 건 그 한 사람의 공로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도 망경관을 뚫어냈다고요!”그러자 서효양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부사령관을 흘깃 보았다. “한지훈이 무관을 점령하지 못하고 적군의 주력까지 유인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과연 망경관을 공격할 수 있었을까?”그 말을 들은 부사령관은 말문이 막혔다. 이 질문의 답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적군에서는 무려 4 존의 오성 용수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기에 만약 한지훈이
한편 그 시각, 용경의 성 위에 있던 오양무는 지팡이를 짚은 채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뿌듯한 마음으로 용경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 용국이지. 백전백승!”오양무는 전방의 팔룡군 장병들을 가리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지훈 이 녀석, 정말 능력이 뛰어나네!”팽진국 또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어찌 됐든 한지훈을 남겨달라고, 국왕한테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이때 강만용이 조용히 말했다. 바로 그 순간, 한 무리의 위수 군이 갑자기 성 위로 올라오더니 그중 한 군관이 오양무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어르신, 안타까운 소식입니다만 손자 분께서 살인 사건에 혐의되어 어르신께서는 저희와 함께 돌아가 심문을 받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어?’ 그 말을 들은 오양무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 위수군 군관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 손자? 그놈은 올해 겨우 19살 밖에 안돼. 한창 공부하고 있는 나이에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겠어...” 오양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군관은 집법 총사부가 발부한 영장을 꺼내고는 말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명령받은 대로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말이 끝나자마자 군관은 뒤에 있는 위수 군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곧바로 오양무에게 강제로 수갑을 채웠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어르신은 우리 용각의 각로야. 너희들이 잡고 싶다고 함부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이 상황에 신한국과 강만용은 나서서 벌컥 화를 냈다. “두 분, 저희는 단지 명령을 받은 대로 일을 처리할 뿐입니다. 만약 두 분께서 그 어떠한 이의라도 제기하신 다면 저희는 우선 국왕께 보고를 올릴 겁니다. 그러니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 군관의 입에서 나오는 공손한 말과 다르게, 그의 표정에는 다소 오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신한국과 강만용을
“흥! 감히 국왕 앞에서 날 망신 시켜? 아주 겁 대가리가 없구나! 그렇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상, 오늘 한번 제대로 널 괴롭혀봐야겠어!”곧이어 낙로가 손을 흔들자, 장한 몇 명이 나타나 오양무를 바로 옆의 철의자에 묶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백성들로부터 신고를 받았거든. 네 손자가 일반인 여성을 강간했고, 피해자가 저항하니까 네 손자가 화가 난 김에 아예 죽여버렸다고! 그래서 체포 영장 내리고 네 손자랑 널 잡으러 간 거야!” “이 세상 법의 테두리는 매우 치밀한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러니까 충고하는데, 차라리 순순히 죄를 인정하면 처벌만큼은 피하게 해 줄게.”낙로는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굳이 오늘을 이렇게 날로 잡은 이유는 바로, 이쯤이면 다들 모두 한지훈의 공을 위해 축하하고 있을 테고 국왕도 전쟁의 대승에 기뻐하며 많은 신하들과 잔치를 벌이느라 바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국왕은 전쟁의 승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화제에도 관심이 없을게 뻔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용각 4로의 남은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문관들은 결코 오양무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허... 너 아주 피도 눈물도 없구나!”사실 오양무 또한 젊은 시절,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혀봤기에 낙로의 몹쓸 짓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안 무서워? 그래, 좋아. 용각 각로라고 하더니 대체 얼마나 강인하고 잘 버티는지 한번 제대로 검증해 보자고. 우리가 아무리 잔인하게 굴어도 탓하지는 마? 여봐라!” 낙로의 흉악한 미소와 함께, 몇몇 장한들이 잇달아 달려들어 오양무의 옷을 벗겼다. “짝! 짝! 짝!”이내 장한들은 두말없이 손을 들어 채찍으로 오양무를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양무의 피부는 찢어지고 살마저 터져 피가 줄줄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양무는 한사코 이를 악문 채 두 눈으로 낙로를 노려보면서 겨우겨우 입을 뗐다. “낙로, 내가 설령 이 자리에서 죽어서 귀신이 되더라도 너를 가만두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