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강만용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낙로를 힐끗 보았다. 마찬가지로 기분 나쁜 눈빛으로 낙로를 힐끗 쳐다보던 신한국은 이내 고개를 돌려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 지금 전세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무조건 한지훈에게 자주권을 주어야 합니다!”“낙로, 넌 어떻게 생각해?”그 말에 국왕은 고개를 들어 낙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는... 이의 없습니다!”곧이어 낙로는 어두운 안색을 한 채,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내심 오양무를 매우 증오하고 있었다. 늙은 영감이 집에서 요양하지도 않고 굳이 천자각으로 달려와 자신의 계획을 망친 것에 대해 원한이 컸다. ‘내가 언젠가는 저 영감의 온 집안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 낙로는 그렇게 이를 갈며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였다. “그럼 다들 바라는 대로 한지훈에게 3일간의 휴가를 주도록 하지. 그 후에 다시 싸워도 늦지 않을 테니까!”국왕은 말을 마치자마자 옷자락을 휘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측전으로 돌아갔다. 그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오양무는 낙로에게 다가와 도발하였다. “낙로, 아무리 권모술수를 부리고 싶어도 전장에는 무려 수천수만 명의 목숨이 남아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감히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가 있어?”“허... 어르신, 방금 하신 말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어딜 봐서 권모술수를 부리고 있는데요? 저도 애국자입니다. 저희 용국이 적군에게 얻어맞게 되는 매우 창피한 일은 겪고 싶지 않다고요!”“설마 어르신께서는 지금까지 용국을 에워싸고 있는 국제적 여론이 창피하지도 않은 겁니까? 이대로 놔뒀다가는 5개국 연합군이 용경에서 아예 설을 보내게 될 거라고요.” 낙로는 자기 할 말만 마치고는, 뒷짐을 진 채 성큼성큼 천자각을 나섰다. “저 개자식!”그 모습에 강만용은 이를 갈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 오양무는 뒤돌아서 떠나가는 낙로의 뒷모습을 그저 한참 동안 쳐다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보기에는 현재의 천자각은 이미 예전과 매우 다르게 느껴졌고, 심지어
“네!”이내 용사와 용오도 몸을 돌리고는 물러섰다. “용육, 용칠. 너희 두 사람은 각각 1만 명의 정병을 거느리고 적군들과 정면으로 부딪혀!”“네!”“용팔, 넌 2만 정병을 데리고 성을 지키고 있어!” “알겠습니다!”용팔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 켠에 섰다. 성 아래의 수만 적군을 바라보는 한지훈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이 수만 적군들의 손에는 모두 우리 용국 아군들의 피가 묻어있을 거야. 우린 절대 그 누구도 용서해 주지 않을 거고, 받은 그대로 갚아줄 거다!”“네!” 잇달아 병사들은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한지훈의 명령에 따라 그날 밤, 두 대군은 앞뒤로 포위를 뚫고는 북쪽으로 진격했다. 뜻밖에도 두 대군이 북쪽으로 향하는 상황에 5개국 연합군이 어안이 벙벙해있는 틈을 타, 용육과 용칠이 이끄는 2만 대군은 눈 깜짝할 사이에 5개국 연합군을 공격하였고 이에 크게 당황한 연합군은 재빠르게 도망쳤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이내 용사와 용오의 포위권에 빠지게 됐다. 그렇게 수만 명의 연합군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총을 들고 투항했다. 필경 그들 중 전신 강자는 한 명도 없었던 상황에 심지어 겹겹이 포위까지 되어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더 이상 없었다. “사령관님의 뜻대로라면, 투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일단 놈들의 항복을 받아주고 그다음에...” 말을 이어가던 용오는 이내 목을 쓱 베는 제스처를 하였다. “그... 그렇게 하면 국제적 공약을 어기는 게 되잖아!” 용사는 다소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그 공약은 오로지 인간한테만 적용되는 거야. 이런 짐승들은 무조건 어떤 수단을 써서든지 죽여야 된다고!”용오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곧이어 그는 한지훈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너희들이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지 내가 요구하는 건 단 한 가지뿐이야. 목숨 하나도 남겨두지 않는 것. 그리고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게 해.”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자고
이내 무수한 큰 돌덩이들이 굴러내려 와 그들의 퇴로를 완전히 봉쇄하였고, 양 켠의 절벽 위에 있던 수많은 파룡군들은 이 틈을 타 조명탄을 쏘았다. 순간 밤하늘은 대낮처럼 밝게 변했다. 끊임없이 총성이 사면팔방에서 울려오자, 마르스는 급히 부대에 명령을 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5개국 연합군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총소리가 거의 한 번씩 울릴 때마다 병사 한 명이 쓰러지곤 했다. 심지어 어떤 장교들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무자비하게 사살되고 말았다. 오늘 밤은 그야말로 피의 밤이 될 운명이었다. 쿵쾅쿵쾅! 곧이어 수천 발의 포탄이, 연합군의 야영지에 소나기처럼 우수수 떨어져 수많은 시체를 남기게 됐다. 눈앞의 이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한 마르스는 완전히 절망에 빠지게 됐고, 심지어 중상을 입은 로슨마저도 날아온 몇 발의 포탄을 피하지 못하고는 결국 분골쇄신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발의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연합군의 소대는 불바다가 되었다. 사방에서는 울부짖는 소리,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려왔다. “이건 아니야!”마르스 또한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시간도 안 되어 10만 연합군은 모두 몰살되었다. 이렇게나 큰 전장 위에 남은 사람이라곤 마르스와 신들러, 카일 세 사람뿐이었다. 온 하늘에는 여전히 조명탄이 수도 없이 발사되어 대낮처럼 밝아 보였다. 그 순간, 마르스의 시선에는 아주 익숙하기도 하고 원망스러운 누군가의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한지훈이었다. 그를 보자마자 마르스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섰고, 이내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노호하였다. 신들러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한 번 흘깃 보았다. 포탄을 제대로 맞아 산산조각 난 로슨의 시체를 보아낸 그는 역시나 이를 악물고 이내 한지훈에게로 걸어갔다. 오늘,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한지훈을 끌고 같이 지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지훈, 너 이거 엄연히 국제
“죽여!”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마르스는 완전히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으로서 한지훈을 죽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를 어떻게든 다치게 하고 싶었다. 바로 그때, 마르스는 마치 미친 맹수처럼 사활을 돌보지 않고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설사 그 어떤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지훈의 살점만큼은 뜯어내고 싶었다. 뒤이어 신들러도 미친 듯이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 오직 카일만이 멍하니 선 채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이 폭발해 낸 놀라운 기운을 느껴내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쏴!”마르스가 한지훈에게로 돌진하는 동시에, 오릉군 가시는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마르스의 명치를 찔렀다. 그 순간, 마르스는 자신의 눈앞에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눈빛을 느끼게 됐다. 심지어 총알의 속도보다도 더욱 빨리 느껴졌다. 마르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오릉군 가시는 이미 그의 등을 뚫고 나와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공격을 이어갔다. 겨우 두 걸음 내디딘 신들러는 갑자기 등 뒤로 느껴지는 악한 기운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몸을 돌리게 되자, 갑자기 가슴이 차가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됐다. 뒤이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 또한 들었다. 바로 오릉군 가시가 신들러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것이었고, 이내 또 매우 기괴한 각도로 날아들어 한지훈 뒤에 숨어있던 카일을 찔러댔다. 카일은 멀리서 날아오는 그 오릉군 가시를 똑똑히 보아내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푸! 곧이어 세 사람의 몸에서는 거의 동시에 핏물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모두 쓰러지게 됐다. 다만 그들은 온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심지어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지훈! 너... 너 또 무슨 짓 하려고! 차라리 통쾌하게 우리를 죽여버려!”이미 체념한 듯한 마르스는 절망적인 외침으로 한지훈에게 소리쳤다. 사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미지였다. 한
뒤이어 홍장미의 명령에 따라 모든 연합군의 시체는 산 밖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그 후 시체들은 전부 연소탄에 타버려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5개국 연합군의 20여 만 명 병사들은 모두 무관성 아래에서 섬멸되었다. 7 존 오성 용수들을 포함한 모든 병사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됐다. 곧바로 이 소식을 접한 용경 전체는 환호성을 질렀다. 심지어 어떤 용국 백성들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 용경이 살아남았으니, 용국이 살아남았으니 드디어 천하가 태평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한편 망경관 위에서 곧고 바른 자세로 서있던 서효양은, 개국공신한 20만 명의 파룡군 병사들을 향해 목례를 했다. “서 사령관님, 이번 전투에서 파룡군이 드디어 큰 공을 세웠군요. 사실은 저희가...”“이 모든 건 우리가 응당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어. 일단 용경이 함락되면 용국은 무너지게 될 테고, 그러면 우리 모두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울테니. 그 와중에 한지훈은 당당하게 7 존 오성 용수와 맞서 싸워 승리를 이루어냈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실력자야!”서효양은 내심 한지훈에 대해 이미 깊은 감탄을 하고 있었다. 한지훈이 아닌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 과연 정녕 20만 파룡군과 합류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우 손쉽게 해냈고, 불과 며칠 만에 적군 전체를 전멸시켰다. 그야말로 위대한 공적을 이루어낸 것이었다. 심지어 한지훈 덕분에 용국이 연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모든 건 그 한 사람의 공로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도 망경관을 뚫어냈다고요!”그러자 서효양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부사령관을 흘깃 보았다. “한지훈이 무관을 점령하지 못하고 적군의 주력까지 유인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과연 망경관을 공격할 수 있었을까?”그 말을 들은 부사령관은 말문이 막혔다. 이 질문의 답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적군에서는 무려 4 존의 오성 용수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기에 만약 한지훈이
한편 그 시각, 용경의 성 위에 있던 오양무는 지팡이를 짚은 채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뿌듯한 마음으로 용경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 용국이지. 백전백승!”오양무는 전방의 팔룡군 장병들을 가리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지훈 이 녀석, 정말 능력이 뛰어나네!”팽진국 또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어찌 됐든 한지훈을 남겨달라고, 국왕한테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이때 강만용이 조용히 말했다. 바로 그 순간, 한 무리의 위수 군이 갑자기 성 위로 올라오더니 그중 한 군관이 오양무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어르신, 안타까운 소식입니다만 손자 분께서 살인 사건에 혐의되어 어르신께서는 저희와 함께 돌아가 심문을 받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어?’ 그 말을 들은 오양무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 위수군 군관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 손자? 그놈은 올해 겨우 19살 밖에 안돼. 한창 공부하고 있는 나이에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겠어...” 오양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군관은 집법 총사부가 발부한 영장을 꺼내고는 말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명령받은 대로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말이 끝나자마자 군관은 뒤에 있는 위수 군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곧바로 오양무에게 강제로 수갑을 채웠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어르신은 우리 용각의 각로야. 너희들이 잡고 싶다고 함부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이 상황에 신한국과 강만용은 나서서 벌컥 화를 냈다. “두 분, 저희는 단지 명령을 받은 대로 일을 처리할 뿐입니다. 만약 두 분께서 그 어떠한 이의라도 제기하신 다면 저희는 우선 국왕께 보고를 올릴 겁니다. 그러니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 군관의 입에서 나오는 공손한 말과 다르게, 그의 표정에는 다소 오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신한국과 강만용을
“흥! 감히 국왕 앞에서 날 망신 시켜? 아주 겁 대가리가 없구나! 그렇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상, 오늘 한번 제대로 널 괴롭혀봐야겠어!”곧이어 낙로가 손을 흔들자, 장한 몇 명이 나타나 오양무를 바로 옆의 철의자에 묶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백성들로부터 신고를 받았거든. 네 손자가 일반인 여성을 강간했고, 피해자가 저항하니까 네 손자가 화가 난 김에 아예 죽여버렸다고! 그래서 체포 영장 내리고 네 손자랑 널 잡으러 간 거야!” “이 세상 법의 테두리는 매우 치밀한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러니까 충고하는데, 차라리 순순히 죄를 인정하면 처벌만큼은 피하게 해 줄게.”낙로는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굳이 오늘을 이렇게 날로 잡은 이유는 바로, 이쯤이면 다들 모두 한지훈의 공을 위해 축하하고 있을 테고 국왕도 전쟁의 대승에 기뻐하며 많은 신하들과 잔치를 벌이느라 바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국왕은 전쟁의 승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화제에도 관심이 없을게 뻔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용각 4로의 남은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문관들은 결코 오양무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허... 너 아주 피도 눈물도 없구나!”사실 오양무 또한 젊은 시절,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혀봤기에 낙로의 몹쓸 짓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안 무서워? 그래, 좋아. 용각 각로라고 하더니 대체 얼마나 강인하고 잘 버티는지 한번 제대로 검증해 보자고. 우리가 아무리 잔인하게 굴어도 탓하지는 마? 여봐라!” 낙로의 흉악한 미소와 함께, 몇몇 장한들이 잇달아 달려들어 오양무의 옷을 벗겼다. “짝! 짝! 짝!”이내 장한들은 두말없이 손을 들어 채찍으로 오양무를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양무의 피부는 찢어지고 살마저 터져 피가 줄줄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양무는 한사코 이를 악문 채 두 눈으로 낙로를 노려보면서 겨우겨우 입을 뗐다. “낙로, 내가 설령 이 자리에서 죽어서 귀신이 되더라도 너를 가만두지는
오양 가문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비록 하인은 목이 터져라 문밖에서 소리쳤지만, 대전 안에는 한창 문무백관들이 한지훈을 축하하고 있었다. 하인의 외침 소리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파묻혀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곧이어 문어귀를 지키고 있던 군인 몇 명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하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그를 가로막았다. “뭐 하는 짓이야! 대체 누군데 감히 용각에 함부로 뛰어들려고 해! 죽고 싶어?”영문을 알 리 없던 그중 한 군인은 곧장 하인을 멀리 밀어냈다. 마침 그 무렵, 강만용은 공로부를 들고는 천자각에서 나와 용각으로 향해 포상령을 내리려던 참이었다. 그는 용각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군인 몇 명이 오양 가문 사람을 내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강만용은 축하연이 끝난 후에 오양 가문의 일을 국왕에게 보고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문 밖에서 내쫓기는 오양 가문 사람을 발견한 강만용은 급히 나서서 소리쳤다. “그만해!”그제야 군인들은 강만용을 알아보고는 급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러나 강만용의 두 눈은 여전히 위협이 가득한 채로 그 하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 가문 사람이야? 대체 왜 용각을 쳐들어오려는 건데?” 강만용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하인을 일으켜 세웠다. “혹시... 강만용, 강 각로님 맞으시죠? 저는 오양 각로님의 하인인 장복이라고 합니다!” 이내 하인은 털썩 주저앉고는 강만용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바로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자 강만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장복!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건데?”“강 각로님, 살려주세요. 오양 가문이 풍비박산 났어요. 모두 위수 군에 의해 점령당했다고요!”장복은 더욱 큰 소리로 통곡하며 말했다. ‘뭐라고?’ 이 말을 들은 강만용은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일단 급히 장복을 위로하였다. “울지 마. 내가 곧 국왕한테 오양 가문의 일을 보고할게. 우리 각로 몇 명이 잘 해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