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남자의 뒤편 그림자 속에서 냉엄한 얼굴의 노인이 걸어 나왔다.“저군, 시간이 늦었으니 출발해야 합니다. 국왕은 기력이 이미 쇠했으니 저희는 대국을 진행해야 합니다.”“그래, 알겠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거둔 뒤 돌아섰고, 그러다 문득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무신종 측에는 움직임이 있는가?”“예, 무신종 종주 무적천이 천자각으로 향해 의회에서 소란을 피웠지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지훈은 여전히 대원수에 봉해졌고, 제가 보낸 첩보원의 정보에 의하면 무신종이 손을 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낙로가 정중하게 대답하자, 저군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무신종이 용국 일에 관여하는 것은 그들의 첫 번째 탐색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가 무신종을 상대할 것이다.”“예.”낙로가 대답했다. “차를 준비하거라.”“알겠습니다!”옆에 있던 한 장교가 대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용국 깃발을 단 세단이 저룡대를 떠나 천자각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천자각 안. 국왕은 의회 후 그의 몸 상태는 더욱 나빠져 갔다. 비록 황약사의 은침으로 숨을 돌렸지만 그의 안색은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듯해 보였다. 이때, 국왕은 천자각의 용좌에 앉아 간신히 몸을 가누며 무릎을 꿇고 있는 문무백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비록 무릎을 꿇고 있지만,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앞길을 준비하고 있었다.국왕의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고, 용국은 곧 새로운 군주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군주가 왕좌에 오르기 전에 그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어쨌든 국왕이 왕위에 오를 때마다 그들은 옛 국왕의 대신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얼씬거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왕이 바뀔 때마다 용국의 고위층은 반드시 대규모 조정을 맞이하게 된다! 전쟁부 또한 지휘관과 장교를 대거 교체할 것이다!!!“콜록!”국왕이 심하게 기침을 하자, 옆에 있던 황약사가 다급하게 말했다.
순간 국왕이 입을 열어 말하자, 그의 목소리는 마치 종소리처럼 울리며 그의 숨결은 용과 같았다! “첫째, 용국은 절대 각국 열강에 굴복해서는 안 되고, 각국 열강들도 절대 용국을 능멸해서는 안 된다!! 용국은 이미 백 년 전의 약한 용국이 아니다! 너희들은 절대 열등해질 필요가 없다! 각국 열강들이 짐이 죽은 후 만약 기회를 틈타 전쟁을 일으킨다면, 용국의 모든 장병들은 반드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절대로 어떠한 비극적인 조약도 체결하지 말아야 한다! 절대 영토를 할양하지 말고, 배상금을 주어서도 안 된다!”“만약에 전쟁을 해야 한다면 싸우도록 하라!!!”그의 말은 귓전을 때렸고, 그 자리에 있던 전쟁부 장관을 포함한 모두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천자각 안의 사람들의 피가 들끓었을 뿐만 아니라, 용국의 모든 병사와 주요 전역구 장병들도 이 순간 국운의 희미한 황금빛 기운으로 가득 찼다!!모든 사람이 국왕의 말을 이해한 듯했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와-아!!”용국 전역구 전체에서 모든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팔을 들며 함성을 질렀고,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들의 함성 아래, 국운의 기운은 더욱 단단해지며 장엄해졌다! 한 줄기 국운의 기운이 그들의 몸에서 하늘로 솟아올랐고, 창공 위에는 옅은 황금 용이 모여들었다!!용이 포효하며 하늘이 진동했고, 용국 내에 있던 모든 서민들은 모두 눈썹을 치켜 올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곳에는 희미한 황금 용이 구름을 휘저으며 용경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용이다! 용이야!”“국운의 용기이다!!!”이떄, 용국 백성들이 소리치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국운의 용기는 50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오늘 갑자기 용기가 출현해 용국의 대흥을 예고했다!!용경 안, 용기 세단 안에 앉아 있던 저군도 이때 창문을 내려 용경 상공에 옅은 금빛 국운의 용기를 발견했다!!!저군은 미간을 찌푸렸고, 그는 국왕이 마지막 순간에 실제로 국운 용기를 일으켜 용국에서 세 번째로 국운 용기를 일으킨
저군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렵더라도 계속해야 한다. 우리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 낙로 자네는 신경을 좀 써야겠어.”“예, 저는 반드시 저군께서 왕좌에 올라 용국을 다스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낙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같은 시각, 천자각 안. 국왕은 용좌에 앉아 있었고, 온몸에 금빛 국운 용기를 에워싸며 마치 인간 세상에 용이 내려온 듯했다.그의 모습에 문무백관들도 감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고,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국왕 폐하, 저희 용국을 도우시고 용국을 대흥으로 이끌어 주시옵소서!!”국왕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들을 흘끗 보더니, 가볍게 손을 들어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리고는 비할 데 없이 위엄 있는 국운 용기를 빌려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 일은, 내가 죽은 뒤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새 국왕의 명을 받들어 용국을 잘 다스려야 할 것이다!! 만약 용국을 배반하고, 새 국왕을 배신하는 자는 구족을 멸한다!! 만약 새로운 국왕이 자네들을 곁에 두지 않는다고 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자네들은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으니, 이제 물러나 현인에게 양보하면 될게!”“국왕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문무 백관이 대답했고, 국왕의 이 말은 틀림없이 새로운 국왕을 위한 길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고, 국왕은 바깥의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는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머리카락은 바람에 흔들렸다. 국왕은 용좌에서 한 걸음씩 내려와 문무백관들을 지나 마침내 천자각의 금자탑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의 뒤에는 문무백관이 10미터 거리를 두고 바짝 뒤쫓았다. 국왕은 한 걸음씩 천자각 앞의 글자 없는 금자탑으로 걸어갔고 새우등 같은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 석양 아래 금빛 찬란한 글자 없는 기념비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우리 용국 장병들은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금자탑은 영원히 이곳에
국왕의 말에 감명받아 이미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강만용은 직접 나서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공손히 말했다. “용각, 명령을 받들겠습니다!”곧이어 신한국 등 여러 사람들도 90도로 허리를 굽혀 충성심을 보였다. 그들 모두 국왕의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당시 한씨 집안의 참사가 평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이젠 한용이 용국의 조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용국의 정세도 크게 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국왕은 스스로 이 사건을 뒤집어버린 것에 따른 모든 후과를 부담해야 하기도 한다. 한편 국왕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석양을 느끼고 있었다. 역대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도 마지막 순간에 느끼게 되는 아쉬움이 많았다.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대업들을 다 이루지 못해 낸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사실 국왕은 내심 포부가 매우 컸다. “그래도 난, 국왕으로서 집권해 온 30년 동안 용국에 전혀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어! 용국 백성들한테도 매우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어!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건 내가 집권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을 정복하지 못한 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텐데...”곧이어 국왕은 벌떡 일어선 채 노호하더니 얼마 안 되어 털썩하고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폐하!”눈치도 빠르고 행동도 빨랐던 강만용은 가장 먼저 달려가 몸을 휘청이는 국왕을 부축했다. 그러자 국왕은 강만용의 팔을 잡고는 겨우 몸을 지탱하여 다시 똑바로 서게 되었다. “폐하, 이젠 그만 돌아가시죠...” 강만용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그러나 국왕은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는 미소가 띠여있었다. “아직은 안돼... 구석 곳곳에서 우릴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 지금 당장 물러서기에는 무리야. 한지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곧이어 전부의 대장군이 서둘러 앞으로 나가 말했다. “폐하, 한지훈은 이미 내성에 들어
한지훈은 여태 이렇게 천 명이나 되는 수많은 중갑 병사들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난감한 상황에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몸에서 매서운 한기를 뿜어내며 곧바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를 따라 용운도 나서려 하자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는 천자각으로 직통할 수 있는 등용도야. 엄연히 말하면 너희들은 용국에서 벼슬도 직책도 없기 때문에 이곳에 쉽게 발을 들여놓지는 못해. 가만히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만 있어.”하지만 압도적인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의 모습에, 용운은 더욱 긴장하여 소리쳤다. “용왕, 그래도...”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은 몸을 돌려 등용도의 천 명의 흑철 현갑 중갑 병사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들 사이의 간격은 약 50미터도 안 됐다. 그리하여 주위의 분위기는 매우 긴장되고 무거웠다. 심지어 숨소리마저 잘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용운과 모든 신룡전 강자들은 그저 눈앞의 한지훈의 뒷모습을 응시하기만 했다. “용존, 저희 그냥 이렇게 지켜보기만 하는 거예요? 만약 용왕이 실수라도 해도 다치기라도 한다면......”“그러니까요. 이 중갑 병사들, 얼핏 봐도 보통 놈들은 아니에요!”“용존!”용운은 무거운 안색을 한 채, 나지막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리쳤다. “모두 용왕님 명령대로 제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어!”한편 등용도 안으로 들어선 한지훈은, 단호한 눈빛으로 뒷짐을 진 채 한기를 뿜어내며, 그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하나같이 철갑처럼 중무장하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은 전에 지하 창고에서 마주한 호용 기병단과도 매우 흡사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고는 바로 가슴에 달린 마크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갑 병사들은 가슴에 청교를 달고 있었다. 용국에서 청교를 마크로 달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바로 저군이었다. 순식간에 눈앞의 이 천 명의 중갑 병사 배후의 세력을 알게 된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천자각 안에서 반드시 큰일이 곧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
한지훈은 이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저군은 아직 사령관 직위에 오르지도 않은 신하일 뿐인데, 감히 이렇게 내가 천자각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그럼 이렇게 된 이상, 난 저군이 왕위를 강탈하려는 반역의 의도가 있는 거라고 받아들여도 되지?”그가 뱉은 말은 매우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러자 겁에 질린 중갑 장군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소리쳤다. “말했다시피, 저는 저군의 명령만 따를 뿐입니다. 저군이 저희 부대를 여기에 파견한 이상 저희는 그 누구도 침입하지 못하게 할 겁니다! 설령 상대가 북양 왕 당신이라도, 단호하게 막을 겁니다!”“그럼 이왕 이렇게 된 상황에, 아예 모조리 죽여버려야겠다!” 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곧이어 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는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그 모습에 눈빛이 흔들린 장교는, 곧바로 허리춤에서 패검을 뽑아 들어 하늘 높이 들고는 그 빛을 뽑아내며 노호하였다. “다들 총을 들고 적을 맞이하거라! 모조리 죽여도 좋아!”쿵! 그 순간,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이 장총을 들고는 전투 자세를 취했다. “달려들어!”검을 든 장교의 노호와 함께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이 거센 물줄기처럼 한지훈에게로 돌진하였다. 이 모습을 본 한지훈의 미간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돌격해 오는 중갑 병사들을 주시하며, 손에는 오릉군 가시를 꽉 쥐고 있었다. 곧이어 한지훈의 몸에 있는 살의는 마치 용암처럼 미친 듯이 폭발해 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두 발을 세게 내디뎌, 등용도의 지면을 박살 내버렸다. 그러고는 마치 한줄기의 번개처럼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오릉군 가시를 들고는, 순식간에 중갑 병사들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땡그랑! 금철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의 손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오릉군 가시는 10여 미터의 거리를 날아한 중갑 병사의 갑옷을 가볍게 꿰뚫고는 그의 가슴과 배까지 관통했다. 심지어 그의 뒤를 따르고 있
장교의 명령에, 그제야 중갑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고는 노호하며 순식간에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한지훈의 눈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한기와 살기로 가득했다. “천박한 놈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어떻게든 저군의 한쪽 팔을 베어버려야겠어!”곧이어 한지훈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을 내디디자 지면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의 몸에서는 다시금 2성 현급 천왕의 기세가 갑자기 폭발해 버렸다. 가장 앞에 선 채 그에게 달려들던 10여 명의 중갑 병사들은, 어마무시한 그의 기세에 압도 당해 입에서는 피를 토해내며 일제히 땅에 쓰러져 버렸다. 곧바로 한지훈은 더더욱 기세를 폭발시켜, 마치 번개처럼 신속하게 앞으로 돌격해 갔다. 이내 그의 앞으로 달려오던 수십 명의 중갑 병사들은,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아예 산산조각 나 버렸다. “죽여! 당장 죽이라고!” 점점 분노가 끓어올랐던 장교는 더욱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마리의 용처럼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을 휩쓰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교의 이마에도 어느새 식은땀이 스며들었다. ‘이건 너무 무섭잖아. 북양 왕이 이런 존재였어?’ 우르릉! 어느새 등용도 전체에는 놀랍게도 벌써 4500구의 시체가 쓰러져있었다. 셀 수 없이 널린 수많은 시체에, 등룡도 지면에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도 가득했다. 쓱. 이때, 갑자기 먼 곳에서 한 줄기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손에 장검을 든 웬 장군이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너!”그 장군은 곧바로 전방을 향해 장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 이내 손을 들어 올려 직접 두 손가락으로 장검을 부러뜨렸다. 곧바로 그는 장군의 목덜미를 잡고는 그를 땅에서 들어 올렸다. “내 말 잘 들어. 넌 반역자로서 용국 전구 사령관을 습격하고 죽이려고 했어. 용국의법에 따라 난 오늘 반드시 널 죽이고 말 거야!” 철컥! 장군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훈은 직접 그의 목을 힘껏 비틀었다. 그리
곧이어 저군은 손을 뿌리치고는 바로 천자각의 광장으로 향했다. 한편 광장 중앙에 우뚝 솟은 기념비 앞에서는, 문무백관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국왕은 강만용의 부축을 받은 채 어느새 나무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이때 한쪽 편에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던 저군은, 수많은 백관들의 곁을 유유히 지나가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훑어보기만 했다. 그러고는 다시 충성심 어린 눈빛으로 국왕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있던 백관들은 그제야 살짝 고개를 들어 저군을 바라보았다. “저군?”“저군이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야?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은데...”“쉿! 목소리 좀 낮춰! 이제 폐하가 집권하게 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 아마도 앞으로의 용국은 저군이 통제하게 될 거야. 네가 이렇게 다 들리게 떠들다가 나중에 벌이라도 받으면 어떡하려고?”백관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고, 그저 조금씩 머리를 들어 곁눈질로 저군과 국왕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새 국왕 주위에는 용각의 각로 네 명과 전부의 대장군이 서 있었다. 그들은 저군이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습에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신한국이 먼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저군, 네가 여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여기는 네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당장 저룡대로 돌아가!”사실 용국에는 특별한 금지령이 있었다. 국왕의 허락 없이는, 저군은 천자각에 발을 내디딜 수가 없다. 저군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건 단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국왕이 직접 왕위를 물려주거나, 혹은 국왕이 의도치 않게 사망하여 저군이 왕위를 자연스레 물려받게 되는 경우였다. 그런데 국왕이 부르기도 전에, 저군이 감히 버젓이 천자각에 발을 들여놓는 건 엄연히 이 금지령을 어기게 된 것이다. 국왕도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리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저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곧이어 저군은 공손히 몸을 굽혀 말했다. “폐하, 진로, 강로, 그리고 대
한지훈이 다시 몸을 날려 장도령을 향해 달려들자, 장도령은 점점 뒤로 물러나며 버텨내지 못하는 듯했다. 이 광경에 노 씨 어르신이 앞서 했던 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죽을 운명의 사람이 무슨 큰 파란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은 한지훈이 장도령을 쓰러뜨린 후,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는 일이었다.이를 통해 자신들의 죄를 덜어내고, 자신의 가문이나 종문이 학살당하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한지훈이 장도령과 불과 다섯 걸음걸이로 다가섰을 때, 갑자기 장도령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그의 몸 주위로 핏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장씨 가문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주마!”그 붉은빛을 보자 모두 놀라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고, 그제야 비로소 노 씨 어르신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장도령을 중심으로 무수한 붉은 광선이 번개처럼 퍼져나가며, 뜨겁게 불타는 열기와 함께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이 광경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고, 그 붉은 광선은 명백히 장도령 본인의 기운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태양 아래, 붉은 광선이 장도령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좋지 않군!”한지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장도령은 진법을 통해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불러내려 하고 있었고, 그는 이 주변 수백 미터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도령의 진법이 완성되기 전에 파괴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일대의 모든 생명체가 끔찍한 재앙을 맞게 될 것이었다!이를 깨달은 한지훈은 손에 쥔 적색 드래곤 장총을 강하게 휘둘렀고, 장총에서 흘러나오는 끝없는 별의 기운이 붉은 광선을 향해 곧장 뻗어갔다! “쾅!”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여러 사람들의 옷이 순식간에 타버리며 잿더미로 변했다. 한지훈도 열기에 밀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장도령의 얼굴은 오히려 잔혹한 미소가
바로 이때, 장도령은 갑자기 포효하는 동시에 손에 든 칠성 상문검을 휘두르며 한지훈에게로 던졌다. “한지훈, 너 확실히 만만치 않긴 하지만 절대 나를 죽일 수는 없어! 난 장도령이야! 내가 바로 천왕계의 진정한 천왕이라고!”장도령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크게 노호를 질렀다. 그가 방금 던진 검은, 어떠한 위세도 어떠한 검 그림자도 없는 단지 평평한 검 한 자루였지만, 이 검에는 초연한 힘이 있었다. 심지어 장도령 또한 예상치 못한 그 힘이 믿기지가 않았다. 삼절진을 동원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나 기괴한 수를 둘 수 있다니. 그렇다, 이건 바로 자신의 힘이었다. “이제야 느끼게 됐나 보네!”한지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말했다. 깜짝 놀란 장도령의 눈빛을 읽어낸 한지훈은, 그제야 장도령도 "인정승천"이라는 네 글자를 체득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그는 진정한 인정승천이 무엇인지는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다. 쾅! 바로 그때, 한지훈의 손에 있는 적색 장총과 장도령의 칠성 상문검이 다시 한곳에 부딪히게 되면서 갑자기 눈부신 흰빛이 폭발하게 됐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급히 눈을 감았다. 그 빛은 너무 눈부신 나머지 정오의 햇빛보다도 환했다. “푸!”이내 흰빛이 흩어질 무렵, 장도령의 몸은 다시 거꾸로 날아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큰 피를 뿜어냈다. 쨍그랑! 뒤이어 칠성 상문검이 그대로 땅에 떨어지게 됐고 장도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찢어진 자신의 상처를 보고는 발버둥 치며 땅에서 일어났다. 오늘 한지훈은 정말로 그에게 많은 유감을 남겼다. 이제 갓 무도에 진입한 어린 청년이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게다가 실력만으로도 쉽게 날려버리고, 심지어 피까지 토하게 만들다니? 그는 더 이상 한지훈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어때? 이제 알겠지? 너희 장 씨 집안 진법은 사실 너희 장 씨 집안사람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방금 그 일격을 통해 한지훈은 내심 또 무언가
“쨍그랑!”한지훈의 손은 더 이상 총을 잡을 힘조차 없어 결국 적색 장총을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 아직도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이 삼절진에 대한 이해를 잘못했다고 장담할 수 있어?”장도령은 얼굴을 들고 크게 웃어댔다. 지금의 한지훈은 그와 맞붙기는커녕, 손에 무기를 들기조차 어려웠다. 백발의 노인이 된 이상, 장도령이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는 한편, 한지훈이 천천히 다리를 들어 앞으로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디자 하늘에서는 별이 이동하고 붉은빛의 뜨거운 태양이 점차 서산에서 가라앉는 게 보였다. 곧이어 온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갑자기 나타나고 밝은 달까지 떠올랐다. “결코 너의 진법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아. 그건 단지 일종의 시각상의 환각일 뿐이지. 장 씨 집안 진법의 유일하게 특별한 점은 바로 사람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암시를 줄 수 있다는 거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하지만 이 세상에서 진짜는 영원히 가짜가 될 수 없고, 가짜는 영원히 진짜가 될 수 없어!”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내 그는 다시 적색 장총을 들었다. 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장도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이럴 리가 없어!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도 이럴 리가 없어...”과거 장 씨 집안 조상은 삼절진 중의 하나인 지절진으로, 삼성 지급 천신계의 강자를 죽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조상 또한 당시 천신계의 고수였다. 그랬기에 장도령은 줄곧 장 씨 집안의 삼절진에 대해 신심이 컸다. 게다가 한지훈은 자신과 동급이었기에 그가 결코 장 씨 집안의 진법을 깨뜨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만물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보다시피 안타깝게도 이 나뭇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무종 제자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직 기껏해야 20대의 젊은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이며 얼굴이며 주름이 가득 해진 걸까? 심지어 그의 스승은 심하게 노화한 나머지 눈꺼풀조차 뜰 수 없었고, 겨우 힘겹게 그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장도령은 여전히 여유롭게 뒷짐을 진 채, 오만하게 서있었다. 비록 그의 얼굴에는 한지훈으로부터 맞은 멍이 남아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시간의 흐름이야말로 진정한 살인 무기야. 난 사실 데뷔한 이래 한 번도 이렇게 기묘한 진법을 동원한 적이 없었어. 네가 처음이야!”“어차피 곧 죽을 운명이니, 네가 모르는 비밀 하나 알려줄게!”“용국 천왕계 강자들이 왜 이렇게 적은 지 그 이유를 알아?”장도령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역사적으로 용국은 천년 동안 천왕계는 말할 것도 없고, 천신계 강자들도 끊임없이 배출해 냈다. 심지어 고대 시절, 용국 천신계 강자는 오늘날의 땅강아지와도 같을 정도로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용국 무종은 약해져만 갔다. 현대에 와서는 천왕계의 강자들은 더욱 드물었다. 그렇기에 국왕 또한 당시 한지훈이 천왕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기뻐한 것이다. “설마 너희 장 씨 집안이 용국의 국운을 좌지우지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하! 장 씨 집안이 그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 자고로 용국의 무기는 그 자체가 진법으로 구성된 것이고 검경 역시 일종의 진법이야!”“하지만 진법과 무기를 동시에 배운 후에야 그 문턱을 순조롭게 넘을 수 있지. 만약 무기만 배우고 진법을 모른다면 무기는 그저 장식품만 될 뿐이야!” “아무런 위력도 없어!”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쩐지 최근 몇 년 동안, 무술 대가들이 권투 선수들에게 패했다는 소문이 자주 나더라니.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