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차가운 말소리가 떨어지자, 사방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맞은편에 서있던 일곱 줄기의 그림자는, 다섯 남자와 두 여자로 구성되어 있었고 체격은 제각각이었다. 그중 가장 중간에 서있던 사람은 대략 50~60세의 노인으로 추정되었다. 백발의 노인은 흰색 태극복을 입은 채 허리에는 한검을 차고 있었다. 얼핏 봐도 그 한검에서는 어마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일곱 사람들 모두가 천왕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일곱 명 중에서도 가장 대단해 보이는 상대는 바로 그 노인이었다. 최소 2성 현급 천왕 그 이상이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만 봐도 이미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상대에 눈빛이 흔들렸다. 눈앞의 이 일곱 사람은, 해외 전장에서 마주친 천왕 강자들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심지어 그중에는 삼성 지급 천왕도 한 명 있었으니까. 일반적인 천왕 강자라면 진작에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한지훈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서있는 7명을 주시하면서 발걸음을 내디디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바로 그때, 가운데에 서있던 노인이 갑자기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냈다. 곧이어 한 줄기의 검의 기운이 폭발하더니 순식간에 쓱 한지훈의 발아래 지면에 매우 무서운 검흔을 남겼다. 한지훈은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숙여 지면에 그을린 검흔을 바라보았다. 이 검의 기운은, 역시나 최소 2성 현급 천왕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었다. 바로 그때, 노인이 차갑게 먼저 입을 열었다. “북양 왕, 나는 명령대로 어떻게든 이곳을 지킬 거니까 넌 절대 그 선을 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일단 선을 넘게 되면 난 반드시 널 죽일 거거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색이 약간 변하기 시작하더니, 그의 입가에는 옅은 웃음기가 드러났다. 곧이어 한지훈은 노인의 말을 무시하고는 직접 검흔을 밟아 선을 넘어섰다. “난 지
전투가 계속될수록 더더욱 강한 검의 기운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한지훈 혼자의 힘으로는 칠존 천왕을 대항하기에는 확실히 어려움이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는 끊임없이 빛을 뿜어내며 상대의 기운을 막아냈다. 그렇게 금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죽여!”바로 그때, 칠존 중 몸집이 가장 우람한 까만 피부색의 한 사내가 손에는 톱니가 달린 중검을 든 채, 갑자기 뛰어들어 검의 기운을 뿜어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 그 기운은 대지를 뒤흔들 정도였다. 이내 그가 힘껏 칼을 올려들자, 한지훈은 눈썹을 치켜들고는 자신의 주먹을 올렸다. 뜻밖에도 그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단지 주먹으로 그 검을 막으려고 한 것이었다. “죽어버려!”그러자 사내는 노발대발하며, 검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폭발시켰다. 여태 아무도 감히 그의 중검을 단지 주먹으로 막은 적이 없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게 될 뿐이니까. 곧이어 우르릉거리는 굉음과 함께, 중검이 기운을 뿜어내자 광장 전체는 그 공포의 기운으로 휩싸이게 되었다. 순간 모래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연기와 먼지가 자욱하게 깔리게 되었다. 곧이어 지면에도 좁고 긴 균열이 생기게 되었다. 그 균열은 무려 반팔 너비에, 길이는 십여 미터 정도였다. 검을 든 사내는 여전히 전투태세를 하고 있었다. 연기와 먼지가 흩어지고 나서야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고, 한지훈은 여전히 제자리에 우뚝 서 있기만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방금 주먹으로 그 강한 검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주먹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뜻밖에도 멀쩡하기 그지없는 한지훈의 모습에, 사내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틈을 타, 곧이어 한지훈은 몸을 숙이고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내뻗어 사내의 가슴을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사내는 역시 천왕 강자답게, 재빠른 순발력으로 자신의 가슴 앞에 검을 놓았다. 그렇게 한지훈의 주먹 한 방은 강하게 검을 내리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검을 들고 달려드는 노인의 모습에도, 한지훈은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반갑게 맞이하였다. 물러서지도 않는 당당한 한지훈의 모습에 노인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공포스러운 2성 현급 천왕의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천박한 놈! 감히 맨몸으로 나의 칼을 막으려고 해?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노인은 노발대발하며 이내 손에 들고 있던 긴 검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어마무시한 기온은 순식간에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특히나 한지훈은 그 얼음장같이 차가운 공기가 더더욱 와닿았다. 그렇게 검은 거친 한기를 뿜어내며 상대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지훈도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를 폭발해 내며, 땡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그 검과 충돌하여 찬란한 은백색의 불꽃을 터뜨렸다. 두 기운이 부딪히게 되자 곧이어 공포의 위압이 마치 핵폭탄처럼 사방으로 강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광장 전체는 순식간에 기운으로 휩싸이게 되었다. 바닥, 사방의 벽들 그리고 돌기둥에는 온통 공포의 검흔 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던 한지훈과 노인은, 몇 번의 정면충돌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바로 이때 쾅하는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은 멀리 날아가버렸다. 노인은 알 수 없는 기운에 몸이 몇 걸음 뒤로 밀려나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한지훈도 마찬가지로 뒤로 10여 미터 미끄러지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곧게 폈다. 곧이어 그는 차갑고 무거운 눈빛으로 먼 곳에 서있던 노인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노인의 실력은 확실히 강하긴 했다. 이미 2성 현급 천왕의 실력은 많이 넘어섰고, 곧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에 오를 정도였다. 한지훈과 마찬가지로, 검을 든 노인도 놀란 기색이었다. 그는 한지훈이 이렇게 강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검의 기운을 이렇게까지 굳건히 버텨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일반 천왕의 강자라면 단 한 번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기운이었다. 노인은 내심 한지훈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한편, K대 대학병원.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또각또각.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이게 어디에 손을 대!”짝!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같은 시각, S시 공항은 완벽하게 봉쇄된 상태, 세계를 놀라게 만든 3대 신의가 동시에 도착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이에 S시 시장 소지성과 재계 1위 이안그룹 대표 이한승을 비롯한 각계 유명 인사들이 공항 VIP 휴게실에 모였다.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여 신의 손, 화타의 환생이라고도 불리는 3대 신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 재벌그룹 회장들은 줄을 섰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의 진료비용에 몇 년 뒤로 밀려있는 웨이팅 때문에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든 인물!그런 그들이 S시를 방문했다니 어떻게든 연이 닿지 않을까 싶어 모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가장 앞에 선 소지성과 이한승이 감격에 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손강수 신의님, 하시윤 신의님, 이나희 신의님. 저희 S시를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소지성의 인사 따위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세 사람은 초조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우우웅!그리고 그 순간, 군용 지프차 세 대가 총알처럼 달려오더니 군복 차림의 용육, 용칠, 용팔이 각기 차에서 내렸다.시장이니 재계 1위 그룹 회장이니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모습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시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신의님들이 이렇게 떠나시다뇨. 방금 전 그 군인들은 뭡니까?”시의원 송호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소지성 시장 역시 잔뜩 굳은 표정이다.군 장교 출신인 그는 방금 전 세 군인의 차림새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북양구 파용군 소속이 왜 여기에.’“어서 사람들을 보내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 단, 저들이 하는 짓을 막아선 안 됩니다. 그저 상황 보고만 하시면 되는 거예요.”소지성이 송호문에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송호문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려는 소지성에게 물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거예요?”“장군님한테 가봐야겠습니다.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지성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한편, 파용군 비밀 임무 수행
“사령관님, 이제 저흰 어떡하죠? 파용군이 S시에 나타나면 상황이 복잡해질지도 모릅니다. 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홍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한편,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어서 원로님들에게 이 사실을 아려. 그리고 참모장 자네는 직접 S시로 가봐. 최대한 빨리!”스크린을 통해 파용군의 위치를 다시 확인한 서효양이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S시 시장 연결해. 앞으로 30분마다 S시의 상황을 보고한다. 한민학 군단장더러 직접 움직이라고 해. 이번 일 제대로 못해내면 다들 옷 벗을 각오해야 할 거야!”퍽!분노에 찬 서효양의 펀치와 함께 의자가 산산조각 났다.한편,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S시는 거센 폭풍을 앞둔 바다처럼 기이한 고요함을 풍기고 있다.S시 교외의 한 별장.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기댄 한지훈의 얼굴이 보인다.극도의 흥분과 분노로 인해 과거 전투에서 입은 내상이 다시 도져 피까지 토하며 쓰러진 한지훈이었지만 3대 신의인 손강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사령관님, 더 이렇게 흥분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아니라 정말 화타님께서 환생하신다 해도 사령관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이미 환갑을 넘긴 손강수가 금색 침을 집어넣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고맙습니다.”아직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손강수의 말에도 한지훈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제 딸... 우리 고운이는 어떻습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두 분께서 치료를 하고 계시니 아가씨께서도 무사히 깨어나실 겁니다.”손강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의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한지훈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터벅터벅.한고운이 누워있는 방 앞에 도착한 한지훈은 혹시나 아이가 깨어날까 훨씬 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곱게 잠든 한고운을 보니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었다.“우리 고운이 괜찮은 거
송호문의 분노에 조명한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병원에서 신고를 받고 밤새 CCTV까지 뒤져가며 용의자들 위치를 파악했다.사망자가 워낙 많은 큰 사건이다 보니 이번 일만 깔끔하게 해결하면 특진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그런데... 칭찬은커녕 불호령이라니.‘게다가 왜... 오히려 저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눈치지?’“청장님, 저희 용의자 체포하러 온 겁니다. 전체 철수라뇨. 그게 지금 말이됩니까? 저 자식들 7명이나 죽인 흉악범들입니다!”송호문의 말에 반박하며 조명한은 한지훈 일행을 힐끗 바라보았다.‘방금 전, 내가 느꼈던 건 분명히 살기였어. 청장님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셨다면 정말 총격전이 벌어졌을지도 몰라!’“조명한, 너 미쳤어? 네가 뭔데 나대! 너만 경찰이야? 너만 경찰이냐고! 좋게 말할 때 당장 철수해, 알겠어?”송호문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시장님 특별 지시란 말이다, 이 자식아! 너나, 나나 자리 보전하고 싶으면 제발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비록 송호문 본인도 한지훈의 진짜 정체는 물론, S시까지 온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소지성 시장을 그렇게까지 벌벌 떨게 만들 사람이라면 결코 그가 상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보군요. 정의감에 심취한 경찰이 일으킨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송호문은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얼굴에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다리마저 후들후들 떨려오기 시작했다.정말 강제 진압이 진행되기 전에 달려왔으니 망정이지 단 몇 초라도 늦었더라면 조명한을 비롯한 경찰특공대 팀 전체가 전멸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며 두려움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워나갔다.이때 한지훈 대신 용일이 앞으로 한발 나서며 비아냥거렸다.“하, 일개 경찰특공대가 이런 짓을 벌여요? 정말 미치신 겁니까?”분명 존댓말이지만 단어 하나하나 사이에 박혀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