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생각해도 참 괜찮은 아이디어였다.“네 말은 우연그룹 대표 큰아버지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우자는 말이야?”강문복은 재빨리 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강우연 이름뿐이 아니고 한지훈 이름도 이용해야죠. 비밀 리에 고객사 임원들을 만날 때 북양왕과 우리가 친척이라는 사실을 흘리면 얌전히 우리한테 돈 내밀지 않겠어요?”강희연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리가 있네. 하지만 사람들이 속을까?”강희연은 눈을 반짝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시도해 보지 않고서 어떻게 알아요? 어찌됐건 요즘 회사가 나날이 매출이 줄고 있으니 뭐라도 해야죠. 성공하면 우린 돈방석에 앉는 건데.”“그래! 해보자. 일단 투자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누구누구 있는지 먼저 알아봐. 그들이 우연그룹을 찾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그들을 만나야겠어.”강문복이 말했다.“알았어요. 나한테 맡겨요.”강희연은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택시를 잡아 근처 호텔로 갔다.그날 오후, 강희연은 예쁘게 단장하고 강중 재벌들이 모이는 장소로 찾아갔다.저녁에 호텔로 돌아온 강희연의 손에는 수첩 하나가 들려 있었다.“아빠, 투자 의향 있는 사람들 명단을 적어봤어요. 다만 회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강우연이 미팅을 미룬 것 같아요. 일단 이 사람들부터 설득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그래? 어디 보자… 윤아 제약, 보리 제약… 많네.”적어도 열 곳이 넘는 회사에서 투자를 원하고 있었다.규모가 별로 크지 않아도 그들을 한데 합치면 적지 않은 규모였다.“그러게요. 우연그룹의 영향력이 이 정도일 줄은 저도 몰랐어요.”“일단 회사 규모에 따라 순위를 매길 테니까 일단 윤아 제약 회장 진윤석부터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강희연은 노트에 있는 진윤석의 이름을 가리켰다.윤아 제약은 약재를 공급하는 회사였는데 인지도도 괜찮은 편이고 자산 규모도 100억 가까이 됐다.다음 날, 강문복은 강희연과 함께 윤아 제약을 찾았다.“어라? 전에 우연그룹 마케팅 부
상당한 금액이었기에 진윤석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곤란하세요? 나중에 사업 잘되면 챙겨가는 배당금도 두둑할 텐데 곤란하시면 어쩔 수 없네요. 가자, 희연아.”강문복은 짐짓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첫 번째로 찾은 투자자였는데 좀 실망이네요. 다음 투자자가 땡잡은 거죠 뭐.”강희연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진윤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여기 오기 전에 미리 짜놓은 각본이었고 지금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잠깐만요! 싫다는 말은 안 했는데요. 20억 투자할게요. 다만 우연그룹에 사실확인을 좀 하고 투자하겠습니다.”진윤석은 다급히 강문복 부녀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진 회장님, 협력하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죠. 저희를 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희도 굳이 윤아 제약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요.”말을 마친 강문복은 뒤돌아섰다.“아… 아닙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바로 사인할게요.”진윤석은 이를 악물고 두 사람이 내민 계약서에 사인했다.“진 회장님은 역시 큰일을 하실 분이네요. 입금 확인되었으니 서로 잘해봅시다. 곧 오군에서 제품 설명회를 할 예정입니다. 꼭 현장에 오셔서 같이 축배를 드시죠.”강문복은 싱글벙글 웃으며 강희연과 함께 윤아 제약을 나왔다.곧이어 그들은 예정대로 다음 회사를 찾아갔고 똑 같은 각본대로 행동했다. 그들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그렇게 불과 3일 만에 두 사람은 2백억이나 되는 융자를 받았다.그리고 한지훈 부부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렇게 3일 뒤, 사무실 문이 열리고 변호사들이 강우연의 사무실에 들이닥쳤다.“강 대표님, 저희한테서 가져가신 돈 어서 갚으시죠.”말을 마친 그들은 강문복 부녀가 회사 대표들과 사인한 계약서를 들이밀었다.“이건 큰아버지랑 사촌언니가 계약한 거고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강우연은 계약서를 보며 담담히 그들에게 말했다.“그들은 강 대표님의 이름을 대고 돈을 받아갔습니다. 투자 철회할 거니까 당장 돈 돌려주시죠. 안
강문복은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강우연, 너 바보니? 내가 언제 그런 일을 했어? 사람 모함하지 마! 너 비방죄로 신고할 거야!”“아니!”강우연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내가 무슨 사기를 쳐? 넌 말을 왜 그렇게 하니? 나 네 큰아버지야! 예의 지켜. 내가 네 이름 좀 팔았다고 네가 나한테 뭘 어쩔 수 있는데?”“어차피 우연그룹 명의로 계약했으니까 그 사람들이 널 찾아가겠지 날 찾아오겠어?”강문복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미 계약서에 손을 써두었기에 조사가 내려와도 그에게 피해가 올 일은 없었다.“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정말 돈 안 돌려놓을 거예요?”강우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싫어! 강우연 너 강씨 가문 사람으로서 회사에 큰 문제가 생겼는데 너도 책임을 져야지. 강운 그룹은 내 손에서 다시 전성기에 들어설 거야.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강문복이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게 사람이 할 소리예요? 전성기요? 자기 실력으로 회사 키운 거 아니잖아요? 우리 우연그룹 이름 팔아서 사기친 돈으로 회사 확장하려는 거잖아!”강우연이 악에 받쳐서 말했다.“이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실력이 뭐? 내가 이 바닥에서 휩쓸고 다닐 때 넌 태어나지도 않았어! 나 네 큰아버지야!”강문복은 눈을 부릅뜨고 웃어른 신분으로 강우연을 누르려고 했다.“미안한데 당신은 진작에 나랑 관계없는 인물이었어요. 할아버지가 나를 집안에서 쫓아낸 그 시각부터 난 강씨 가문이랑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 됐다고요. 경고하는데 사기 친 돈 당장 돌려놓으세요! 그러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예요!”그렇게 말하는 강우연의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가만 안 두면 뭐? 웃기는 애네? 내가 피해를 볼 일은 없어. 넌 이 일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이나 해!”강문복은 대수롭지 않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탁!강문복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강문복은 통화가 끊긴 알림을 듣고 욕설을
강우연이 물었다.“뭘 하려는 거예요?”한지훈은 진지한 얼굴로 아내에게 물었다.“강운 그룹 되찾고 싶지 않아?”그 말에 강우연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할아버지의 심혈이 담긴 회사이긴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생전에 그녀에게 모질게 한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강운 그룹을 되찾고 싶은 마음은 줄곧 있었다.“그러고 싶어요.”강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됐어. 이 일은 나한테 맡겨. 당신은 회사에서 좋은 소식이나 기다려.”말을 마친 그는 회사를 나갔다.건물을 나온 그는 바로 온병림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인원들 동원해서 공항 봉쇄하고 그 인간들 내 앞에 데리고 오세요!”“알겠습니다!”온병림은 공손히 답한 뒤, 사병 백 명을 동원해서 공항으로 향했다.그 시각 공항.강문복 부녀는 탑승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때, 총을 든 무장 병사들이 공항에 들이닥치더니 순식간에 그들을 포위했다.순간 당황한 강문복이 손을 머리 위로 쳐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왜 이러세요?”앞으로 나선 온병림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강문복에게 말했다.“강문복 씨랑 강희연 씨 맞나요?”두 사람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총을 든 병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맞게 찾았네! 데려가!”온병림의 지시가 떨어지자 병사 몇 명이 다가와서 강문복 부녀의 팔을 잡더니 차로 끌고 갔다.강문복 부녀는 미친 사람처럼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대체 우릴 왜 체포하는 겁니까?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요? 이거 인권 침해 아닙니까! 군부에 소송 걸 거예요!”하지만 그들의 외침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잠시 후, 강문복 부녀는 강중 주군 본부의 조사실에 끌려갔다.곧이어 한지훈이 도착했다.한지훈을 본 강문복은 벌떡 일어서며 욕설을 퍼부었다.“한지훈! 너였구나! 당장 우릴 풀어줘! 무슨 자격으로 우릴 잡아들여? 북양왕이면 다야? 법도 무시해도 되냐고!”“한지훈! 당장 우릴 풀어줘! 안 그러면 군부에 고발할 거
“아! 내 머리! 머리가 터질 것 같아!”강문복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조사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마치 대형 트럭이 머리를 뭉개고 간 느낌이었다.극심한 고통에 온몸이 떨려왔다.“돈 토해낼 거야, 말 거야?”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돌려줄게! 돌려주면 되잖아! 그만… 그만해! 머리 터지겠어!”강문복이 고통스럽게 소리쳤다.한지훈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한지훈은 비웃음을 지으며 다리를 내리고 강문복에게 말했다.“그리고 빌려간 천억은 강운그룹의 모든 지분을 인수한 자금으로 치지. 오늘부터 강운 그룹은 더 이상 강문복의 회사가 아니야. 우연이가 인수할 거니까!”“뭐라고?”그 말을 들은 강문복은 바닥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분노한 얼굴로 발악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강운 그룹을 인수해? 나를 회사에서 쫓아낸단 말이야? 꿈 깨! 그건 절대 못 들어줘!”“그래?”한지훈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강문복을 빤히 바라보았다. 섬뜩한 눈빛에 강문복은 등골에 소름이 돋으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뭐… 뭐 하자는 거야? 한지훈, 네가 여기서 날 죽여도 그건 절대 양보 못 해! 강운 그룹은 내 회사야!”강문복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강운 그룹이 일단 강우연 밑으로 들어가면 그들 가족은 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재밌네.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자고.”말을 마친 한지훈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그는 강문복의 목덜미를 잡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강문복, 강운 그룹은 이미 파산 직전까지 갔던데? 우리가 빌려준 돈이 없으면 바로 문 닫게 생겼잖아? 그래서 천억으로 회사를 사들인다는데 뭐가 문제지? 당신들도 돈 받고 꺼지는 게 더 나을 텐데? 거부하면 가져간 돈 다시 토해내게 할 거야! 그때가 되면 강운 그룹은 그대로 망하겠지! 당신네 가족은 6백억이라는 채무를 떠안게 될 거고!”“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서 인수 제안을 한 거야. 할 거면 고개를 끄덕이고 거부할 거면 오늘 여기서 죽어!”한지훈의 두
모든 일을 마무리한 한지훈은 회사로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강우연에게 알렸다.한지훈의 얘기를 들은 강우연은 한참 침묵하다가 담담히 말했다.“고마워요, 여보.”한지훈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고맙긴. 앞으로 강운 그룹은 당신 거야. 강문복 일가는 아마 오군을 떠나게 될 거야.”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강압적이기는 해도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한편, 도망치듯 오군에 돌아온 강문복 부녀는 짐을 싸서 저택을 떠날 준비를 했다.입구에는 총기를 든 사병들이 지키고 있었다.강문복은 사병들을 보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한지훈! 꼭 이렇게 해야 했어?”“잔말 말고 타!”한 사병이 짜증스럽게 말하며 강문복 일가를 차에 태웠다.“그래서 우릴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강문복이 물었다.소대장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서북으로 갈 거야! 거기 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아!”“서북이요?”“거긴 황야잖아요!”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희연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부잣집에서 태어나 고생 한번 해본 적 없는 그녀인데 황무지로 뒤덮인 서북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리 없었다.게다가 농사를 하며 살아야 한다니!한편 일을 해결한 한지훈은 며칠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그 기간 동안 그는 한용이 남기고 간 천산어록의 마지막 두 장절을 복습하고 있었다.거기에는 천왕경을 돌파한 강자만이 터득할 수 있는 초식과 심법이 적혀 있었다.한지훈은 일주일을 거쳐 겨우 입문을 터득했다.비록 느리기는 해도 한용이 알았으면 크게 놀랄 성과였다.과거 한용은 거의 열흘을 공부해서 겨우 입문을 터득할 수 있었다.그런데 무려 3일이나 단축한 것이다!그만큼 한지훈은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그와 동시에 그는 강우연과 대결하며 무예를 가르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강우연도 습득이 빠르고 자기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했다.한지훈이 경지를 억제하고 그녀와 동등한 대결을 펼쳤을 때, 몇 번이나 그녀에게 질 뻔한 적도 있었다.한지훈도 놀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소름이 돋았다.20만이나 되는 죽음을 각오한 병사들!도룡 군단!게다가 각 전쟁부에 잠입하여 활동하고 있었다니!용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였다!한왕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이었다.“더 있어?”한지훈이 물었다.“저희가 한왕에 대해 조사할 때 조사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 뒤에 지금의 정보들을 모으게 된 거예요. 누군가가 한왕을 조사하라고 인도하는 것 같습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사색에 잠겼다.“적일까, 아군일까?”용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아주 은밀한 세력 같아요. 아무리 우리가 파도 나오는 게 없어요. 주군, 혹시 한왕에게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정면승부할 용기가 없으니 신룡전의 힘을 빌려서 한왕을 제거하려는 게 아닐까요?”그 말을 듣고 한지훈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국왕이었다.하지만 곧 그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국왕은 그를 돕겠다고 했고 이런 방식은 그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그렇다면 그들이 모르는 세력이 간섭했다는 뜻이었다.한참 침묵하던 한지훈이 말했다.“계속 조사해.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알겠습니다, 주군.”용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별장을 나갔다.용운이 떠난 뒤, 한지훈은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위압감이 풀풀 풍기는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반갑네, 북양왕.”“누구시죠?”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최근에 나에 대해 들쑤시고 있던데?”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흠칫하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한왕?”곧이어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한왕이 말했다.“한왕, 몇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호칭이군. 다시 들으니 내가 나이가 들긴 든 것 같아.”한지훈은 바짝 긴장하며 그에게 물었다.“원하는 게 뭐죠?”“뒤에서 조사하는 것보다 나랑 직접 대화하는 게 더 낫지 않겠나?”“좋습니다! 약속 잡으시죠!”한지훈은 잠깐 고민하
전화기 저편에서는 남영구 작전부에 있던 흑용이 한지훈의 전화를 받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한지훈 사령관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급하게 날 찾는 거지?"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사서의 이룡산장이 네 관할이었지?"흑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위치를 조정한 뒤 말했다."내 관할 구역이긴 하지만, 서사는 해안선에 가깝고 오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국경선에 속하지. 왜 그래, 뭐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한왕의 일을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한왕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마자, 흑용은 표정이 굳어지며 긴장한 눈빛으로 물었다."들었어, 무슨 일이야?""방금 한왕이 나한테 전화가 와서 사서 이룡 산장에서 만나자고 했어."한지훈이 말했다."한왕이 너한테 연락을 했다고?"이 말을 들은 흑용도 가슴이 철렁했다! 한왕, 그는 이전 국왕 시대의 풍운아이지 않았던가! "어떻게 할 작정이야?"흑용은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고, 한지훈이 대답했다."날 초대했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있겠어? 내일 사서로 갈 테니 우린 공항에서 보자고.""그래!"흑용이 대답했고,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우연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강우연이 자신을 지나치게 걱정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한지훈은 전용기를 타고 서사에 도착했고, 공항은 이미 계엄령이 내려졌다. 흑용은오백 남영 흑용군을 공항 주변에 배치했고,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한지훈은 병사들을 따라 VVIP 응접실로 가서 흑용을 만났다.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야?"이때, 흑용은 군복 차림에 황금 휘장을 어깨에 멘 채 소파에 앉아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한지훈은 창가에 서서 공항 밖을 둘러보고는 돌아서서 말했다."오늘 밤 이룡 산장에서 프라이빗 파티가 있을 예정이야. 넌 비밀리에 만 명의 흑용군을 보내 이룡 산장 주변에 계엄령을 내려줘. 이때 예측불허의 일이 발생하면 이룡 산장을 송두리째 태워버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