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걸은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박힌 단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푸흡..!동시에 그의 입에서 대량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경악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진짜로… 천왕경을 돌파한 건가?”쾅!한지훈은 그대로 다리를 뻗어 원천걸을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원천걸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다가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가 추락한 자리는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웅덩이가 생겼고 원천걸은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가주들의 얼굴도 경악으로 물들었다.그들은 바짝 긴장해서 한지훈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한지훈의 주변 공기도 이미 바뀌어 있었다.그에게서 비정상적인 압박감이 느껴진 것이었다.그것은 천지를 압도하는 기운이었고 세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일 것처럼 강력했다. 한지훈이 이대로 천왕경을 돌파해 버릴 줄이야!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천왕경을 우러러보고 수련에 뛰어들었던가!세 가주들도 반평생을 수련에 쏟았고 수많은 자원을 끌어다가 소비했지만 반보천왕에 그쳐야만 했던 경지였다.그런데 고작 20대에 불과한 한지훈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지금의 경지까지 돌파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세 가주들에게 천왕경은 가고 싶지만 꿈속에서도 갈 수 없는 금기된 영역이었다.4대 가문 내에서 속세를 떠나 수련에 미쳐 사는 스승님들도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업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세 가주는 동시에 물러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오늘의 싸움은 그들의 완벽한 패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기 더 남아 있다가는 그들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일 것이다.한지훈이 아직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철수해야 했다.세 가주는 동시에 시선을 교환하고 미친 듯이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그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원천걸을 챙길 여력도 없었다.천왕경을 돌파한 강자를 만나면 도망치는 게 정답이었다.한지훈은 도망치는 이들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담담히
당 가주가 쓸려나간 자리에는 깊은 홈이 패여 있었다.그의 팔은 충격으로 인해 뻘겋게 부어올라 이미 감각이 모두 마비된 상태였다.힘겹게 몸을 일으킨 당 가주는 음침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북양왕! 거기까지 해! 오늘 우리가 자네한테 실수한 건 인정하지!”한지훈은 냉소를 짓고 당 가주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거기까지 하라고? 내가 오늘 천왕경을 돌파하지 못했으면 난 당신들 손에 죽었을 텐데도? 난 당신들을 살려 보낼 마음이 없어!”그 말을 들은 당 가주의 얼굴은 그만 사색이 되어 버렸다.“지금 우리 4대 가문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겠다는 건가? 잊지 마. 용국 경내에 4대 가문의 세력은 넓게 분포되어 있어.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국왕이라고 해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우리라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비웃음을 터뜨렸다.“국왕께서 못하신다면 내가 하지! 내가 바로 4대 가문을 향해 칼을 빼든 첫 번째 사람이 될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다시 주먹을 움켜쥐고 당 가주를 향해 달려들었다.당 가주의 얼굴이 급변했고, 그 순간 수십 개의 은침이 한지훈을 향해 날아갔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공에 손을 뻗어 오릉군 가시로 은침을 막아냈다.멀리 있던 동 가주가 다급히 소리쳤다.“당 가주, 가자!”그 외침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손을 뻗어 한지훈의 앞에 연막탄을 마구 던져댔다.펑!수십 개의 연막탄은 바닥에 떨어지며 즉시 폭파해 한지훈의 시야를 가리는데 성공했다. 그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신속히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안개 중에는 대량의 마취제 성분이 들어 있었다. 잘못 흡입하면 일시적으로 행동력을 잃게 하는 약이었다.안개가 사라진 뒤, 한지훈은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세 가주의 모습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한지훈은 긴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를 감싸고 있던 무시무시한 기운이 사라지고 그의 입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압도적이던 그의 기운은 순식간에 천왕경에서 다시 반보천왕으로 돌아왔
한편, 강중에서는 비가 끊이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대낮인데도 불구가고 먹구름이 하늘을 장악해서 음침하고 어두웠다.강우연은 불안한 표정으로 거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별장 내부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용운과 용형, 용월까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는 별장 안팎으로 수백 명의 신룡전 전사들 까지도. “어떡하죠? 지훈 씨는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걸까요?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강우연이 다급한 어조로 물었고, 용운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답했다.“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주군께서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주군 옆에 용린도 있으니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에게서 연락이 왔겠죠.”“하지만….”강우연은 아까부터 강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주군께서 오셨대요!”강우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쏜살같이 뛰쳐나갔고 용운 일행도 다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정원에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한지훈이 용린을 업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주변에는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신룡전 호위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그를 따르고 있었다.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별장 주변이 순식간에 밝아졌다.신룡전 인원 모두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한지훈의 등에 업혀 있는 용린에게서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양팔은 이미 절단된 상태였고 핏물과 빗물이 섞여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다.한지훈은 처량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용운 일행은 비를 맞으며 달려 나와 한지훈의 등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용린을 부축해서 내렸다.그들의 눈에 진한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신룡전 호위 전체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가슴에 얹은 채 소리쳤다.“싸운다! 복수한다! 불태운다!”“싸운다! 복수한다! 불태운다!”“싸운다! 복수한다! 불태운다!”그들의 함성은 하늘을 찌를 것처럼 울렸다. 비록 간략한 말이었지
말을 마친 한지훈은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깊은 불안감에 휩싸였다.용운이 나서서 분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당장 신룡전 모든 인원을 소집하고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그 어떤 무인도 강중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 강중 주군 본부에 연락해서 당장 모든 병사를 동원하여 강중을 수호하도록 해!” “그리고 북양에 연락해서 북양왕이 현재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전하고 30만 북양대군은 1급 경비 체제로 돌입하고 즉시 강중으로 지원을 오라고 전해! 용각의 장로들께도 주군이 중상을 입었다 전하고!”명령은 신속히 전달되었다.잠시 후.강중 주군 본부의 온병림은 연락을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뭐라고요? 북양왕이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라에 빠졌다고요? 그럼 지금 당장 병사를 동원하겠습니다!”순식간에 강중의 5만 사병은 지시를 받고 강중으로 통하는 여섯 개 성문으로 출발했다.그와 동시에 신룡전의 무사들을 포함한 전국의 강자들이 명령을 받고 강중으로 향하고 있었다.수많은 신룡전 무사들이 비밀 리에 강중에 잠입하여 불의의 침공을 대비했다.현 시점의 강중은 성문을 닫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기에 모든 출입은 엄격한 절차와 통제를 받았다.한편, 북양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용일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뭐라고요? 사령관님께서 혼수상태에 빠졌단 말입니까?”쾅!용일은 무섭게 포효하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망할 원씨 가문! 4대가문 나부랭이들! 북양 30만 대구는 당장 1급 경계 체제로 돌입한다!”지시를 들은 북양군은 순식간에 무장을 하고 전투 체제로 전환했다.그 시각, 용각.신룡전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용각의 장로들도 충격에 빠졌다.“뭐라고? 지훈이가 중상을 입었다고?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신한국은 다급한 목소리로 용운에게 물었다.“어르신, 주군께서는 이번에 원씨 가문 원천걸의 초대를 받고 복용골에 가셨거든요. 조금 전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원천걸은 4대가문 가주들과 짜고 주군을 암살하려
놀라움을 잠재운 뒤, 강만용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실 안을 왔다 갔다 했다.그리고 고민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비서에게 말했다.“즉시 용각의 명령을 전한다. 5만 금위군을 동원하여 4대가문 아지트를 면밀히 주시하도록! 다만 그들과 충돌을 일으켜서는 안 돼! 그들의 이상한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가 나한테 보고해!”“네, 장로님!”비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신속히 명령을 전달하러 나갔다.신한국은 굳은 표정으로 강만용에게 말했다.“이제 우린 뭐 하지? 4대가문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원천걸은 죽었어. 놈들이 화가 나서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지훈이 그 녀석, 대체 무슨 수로 원천걸을 쓰러뜨린 거야?”“누가 아니래? 원천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보천왕을 돌파한 무인인데 지훈이 녀석이 네 명이나 되는 반보천왕을 상대하면서 원천걸까지 죽이고 살아서 돌아왔다니! 나도 믿겨지지가 않다고!”팽진국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말했다.“어쨌거나 우린 그들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해. 특히나 원씨 가문! 반보천왕이 죽었으니 어떻게든 지훈이한테 보복하려고 들거야! 원가의 대 선배인 원효천마저 출관했다는 건 그저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강만용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원효천은 원씨 가문의 5대 시조 중 한 명으로, 이미 10년 전에 반보천왕까지 돌파한 인물이었다.그는 오래 전부터 폐관수련에 들어갔기에 어쩌면 이미 천왕경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컸다.그리고 원효천은 원씨 가문 5대 시조 중에서 가장 잔인하기로 이름난 인물이었다.“맞아. 우린 원효천을 경계해야만 해. 과거 그놈은 혼자 힘으로 세 명이나 되는 외국 사령관의 목을 친 강자야! 그리고 4대 국왕의 찬양을 받았지. 잔인하고 교활한 놈이야!”신한국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국왕께 먼저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겠어.”말을 마친 강만용은 다른 장로들과 함께 재빨리 천자각으로 향했다.천자각.소식을 접한 국왕은 뜻밖에도 딱히 놀라거나 경악
“그럼 저희는 뭘 해야 합니까? 4대가문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원효천마저 출관했습니다. 지금 상황에 저희로써 나중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어요.”그러자 잠깐 침묵하고 있었던 국왕이 입을 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원효천은 4대 국왕 시기에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라지?”“네, 맞습니다. 왕년에는 4대 국왕의 찬양을 받기도 했었죠.”강만용이 말했다.국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잠깐 고민한 후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하지. 내 직접 명령을 내려 3개월 이내에 원씨 가문의 아무도 한지훈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겠네. 하지만 3개월이 한계야. 3개월 뒤에는 한지훈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네.”“3개월이요? 너무 짧은 것 아닙니까?”강만용이 미간을 찌푸리자 국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게 내 최선이야. 4대 가문은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가 않아. 만약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어. 그래서 가끔은 나도 무기력함을 느낀다네.”그 말을 들은 장로들은 모두 침묵에 빠졌다. 그 시각, 원씨 가문 별장.거대한 거실 안에 수십 명이나 되는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 자리했다.그들은 가문에서 새로 선발된 지도자급 인물들이었다.원천걸이 있어야 할 가주의 자리에는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그가 바로 원씨 가문 5대 시조 중 한 명인 원효천이었다.수십 명의 핵심 인물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공손히 원효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수련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르신!”원천걸은 음침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앉으라 손짓하고는 말했다.“이건 수십 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린 내부에서 단합하여 외적을 물리쳐야 할 것이다! 오늘 회의 요점은 딱 두 가지야. 첫째, 새로운 가주를 선발하는 것. 둘째, 북양왕과 북양을 토벌할 대책을 세우는 것!”말이 끝나기 바쁘게 거실에 있던 인원들은 흥분과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어르신, 그 망할 북양왕이 감히 우리 가주의 목숨을 빼앗아갔습니다! 절대 놈을 살려둘 수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원효천은 잠깐의 고민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괜찮은 제안이었어! 너 이름이 뭐지?”“어르신, 저는 원상용이라고 합니다.”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당당한 목소리로 답했다.“좋아! 아주 좋아! 우리 가문에 너 같이 똑똑한 녀석이 있었다니! 가문의 행운이로다!”원천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내가 시조의 신분으로 선포한다. 원상용에게 가문의 대업을 물려주고 가주로 임명한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거실에서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원상용 역시 놀라서 멍한 표정으로 원효천을 바라보기만 했다.다른 핵심 인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가주를 이렇게 정해 버리다니!“왜, 싫어?”원상용이 멍 때리고 있자 원효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닙니다! 너무 기쁩니다!”원상용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다짐했다.“저를 좋게 봐주시고 이런 중임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가문을 잘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원씨 가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원효천은 껄껄 웃고는 그에게 말했다.“알았어, 일어나. 지금부터 네가 바로 우리 원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이다.”그 순간, 원상용은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눈빛마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마음 속에만 간직했던 야망이 깨어난 것이다!가문의 다른 멤버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원상용에게 고개를 숙였다.“축하드립니다, 가주님!”원상용은 자신의 부하가 된 사람들을 둘러보며 야망을 불태웠다.“앞으로 자네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네. 잘 부탁해.”인사치레가 오간 뒤, 원효천이 말했다.“상용아, 대결 관련한 건 네가 맡아. 7일 내에 난 한지훈 그놈의 모가지로 죽은 천걸이와 다섯 장로의 영혼을 기릴 거니까!”“예, 어르신.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원천걸이 공손히 답했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밖을 지키던 호위무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다급히 소리쳤다.“어르
원효천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잠깐 침묵하다가 고개를 숙였다.“명을 받들겠습니다!”사내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조용히 별장을 나가버렸다.사내가 떠난 뒤, 사람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너도나도 바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르신, 폐하도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왜 우리만 3개월이나 가만히 있으라는 거죠?”“맞아요! 폐하는 편애가 너무 심하세요!”“3개월이면 한지훈 그 녀석에게 숨돌릴 시간을 주는 거 아닙니까!”사람들의 불만을 들으며 원효천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다들 입 다물어! 사사로이 폐하에 대해 의논하는 건 중죄야! 다들 죽고 싶어?”그의 호통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원효천은 뒤에 있는 원상용에게 말했다.“국왕께서 지시를 내렸으니 한지훈에게 3개월 시간을 더 줄 수 밖에! 난 3개월 동안 계속 폐관 수련할 것이다! 넌 가문을 안정시키고 3개월 뒤의 토벌을 준비하거라. 약속 시간이 지나면 난 출관해서 북양왕을 도륙하러 갈 것이다!”말을 마친 원효천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거실을 나갔다.원상용 일행은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살펴 가십시오!”그 시각, 약왕파.약왕파 종문의 저택 내부에 장로와 장교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도 음침하게 굳어 있었다.황학용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불만을 토로했다.“장로님들, 장교 여러분, 북양왕은 정말 괘씸한 놈이예요. 이 기회에 놈의 기세를 꺾어야 합니다. 놈이 4대 가문과 척을 지고 중상을 입은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정예를 파견해서 놈을 암살하여 돌아가신 종사님들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오허청도 옆에서 거들었다.“저는 도련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번 강중 행으로 알아본 바, 북양왕은 정말 거만하고 예의 없는 놈이었어요. 우리 약왕파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요! 심지어 저와 도련님을 협박까지 했었죠. 놈이 중상을 입은 지금이 혼쭐을 내줄 기회입니다!”장로들과 장교들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들은 약왕파 장로들 중의 극히 일부분이고 황학용을 지지하는 세력이
도청전인은 한지훈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을 데리고 서재로 들어왔다.“한천왕님, 북명종 윤지성입니다. 예를 갖춰 인사드립니다!”중년 남성은 한지훈에게 깊숙이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도청전인에게 들었는데, 윤 선생께서 저와 상의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던데요?”한지훈은 윤지성을 바라보며 물었고, 윤지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한 선생님, 방금 전에 장도령을 직접 처단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덮으며 윤지성을 바라보았다.“장도령 그 자체야 큰 문제가 아닙니다만, 장씨 가문을 적으로 돌린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장씨 가문은 분명히 분노할 것이고, 한 선생님께서 모를 수도 있지만, 장도령에게는 비밀리에 친분이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자의 실력은 장도령을 훨씬 능가합니다!”“게다가 장씨 가문이 분노하면 이 사람은 반드시 한 선생님을 찾아올 겁니다. 비록 선생님께서 장도령을 이겼지만, 이 사람은 장도령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입니다!”윤지성이 담담히 말하자, 한지훈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게 누구란 말입니까?”그는 자신이 막 위험에서 벗어나 다시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매일 이렇게 사람을 상대할 시간도 있을 리 없었다. “무맹의 맹주, 단해룡입니다!”윤지성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맹의 맹주라니?!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맹은 무종과 거의 동등한 권위를 가진 민간 조직이었다.그 맹주인 단해룡은 신비로운 인물로, 그의 행적을 본 사람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실력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단해룡이 이미 천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추측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세속적인 일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당신 말은, 단해룡이 직접
처음에 강우연은 한지훈의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눈은 점점 더 크게 뜨였다.여전히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적어도 내용을 세 부분 중 한 부분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특히, 한지훈이 팔을 들어 살짝 휘두르자 흰빛의 광채가 번쩍이며,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이 내려치는 장면을 보고, 강우연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게... 당신이 자기장을 이용해서 한 건가요?”강우연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 하지만 처음에는 자기장에 대한 제어 능력이 약해서 이런 효과를 내기 힘들지. 게다가, 진법의 도움으로 이 자기장의 에너지를 증폭시켜야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어!”한지훈은 설명하며 삼절진의 핵심 원리를 강우연에게 설명했고, 그의 설명을 듣고 난 강우연도 점점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특히 진법에 대한 강우연의 이해력은 남달랐으며, 한지훈이 단 한 번 설명했을 뿐인데 그녀는 그 핵심을 완전히 꿰뚫어 이해했다!“그렇다면, 이른바 진법이란 의념과 자기장 사이의 연결이라는 거네요. 서로 연결만 된다면, 자기장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거죠?”강우연은 말을 이어가며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그러자 보이지 않는 힘이 손끝에서 발산되며, 몇 미터 떨어진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물론, 이런 정도의 파괴력은 전신 경지의 강자들에게는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강우연에게는 충분히 큰 진전이었다! 첫 번째로 진법을 활용한 시도에서, 그녀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여보, 이…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강우연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 지금 단계에서 이 정도면 정말 잘한 거야. 처음엔 이런 감각이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그 자신도 처음 금용의 심장을 얻었을 때는 단순한 환영 진법만 구사할 수 있었다.이 진법은 모든 진법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불과했고, 강자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한지훈
문밖에 있던 상업계의 거물들이 무려 반나절을 무릎 꿇고 있었다.진우가 떠나는 순간, 도청전인이 한지훈을 대신해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 가도 된다! 우리 가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상인은 상업에만 전념해야 하며 아첨이나 권세를 따르는 데에 마음을 두어 선 안 된다고 하셨다!”말을 끝낸 도청전인은 소매를 뿌리치고는 곧장 별장으로 돌아갔다.그제야 상업계의 거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도청전인이 했던 말을 기억할 리 없었고, 어쨌든 오늘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대의 성과였다.강우연은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돌아서서 한지훈에게 말했다.“오늘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방금 전에도 내가 다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니까요!”“장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우리를 괴롭히지 않겠죠?”조금 전, 한지훈과 장도령이 싸우는 동안 강우연은 2층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그 장면들을 모두 그녀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동시에 그녀의 인식은 완전히 새로워졌다.무도라는 것이 하늘과 땅을 좌우할 수도 있다니!천지의 기상마저 무도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강우연의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장씨 가문이 어떻게 나올지 그는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적이 오면 맞서 싸우면 되는 법, 이미 원한을 맺었으니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두려움은 오히려 상대에게 약점이 될 뿐이었다!“장씨 가문이 어떻게 하든 그건 그들의 문제야. 요 며칠 당신 몸 상태는 좀 어때?”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잡고 함께 침대 옆에 앉으며 물었다.사실, 갓 아이를 낳은 강우연은 지금쯤 몸이 매우 약해져 있어야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그녀의 몸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하루 남짓의 시간 동안, 강우연은 이미 삼성 지급 전신 경지의 힘을 되찾은 상태였다.“느낌이... 임신했을 때보다 더 힘이 넘치는 것 같아요. 기운도 훨씬 좋아졌고요. 저도 참 이상해요. 원래라면 아이를 낳고 한 달은 조리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노 씨 어르신은 한지훈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의 몸을 꿰뚫고 있는 것을 느끼며,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한지훈 앞에서 열 번 넘게 머리를 조아렸다.한지훈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노 씨 어르신은 움직이지 못하다가, 한지훈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비로소 고개를 들어 올렸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노 씨 어르신, 보아하니... 당분간은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겠군요.”이때, 임천덕이 군중 속에서 나와 노 씨 어르신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그를 일으켰다.임천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존재가 한지훈에게 드러날까 두려워 숨어있었고, 한지훈이 떠난 후에야 그는 군중 속에서 나타났다. “흥! 네 사람들을 시켜 장도령의 시신을 거둬라! 그리고 천산으로 돌려보내도록!”노 씨 어르신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명령했다.“알겠습니다!”임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자들에게 장도령의 시신을 수습하라고 지시했다.별장으로 돌아온 후, 대장로는 발을 구르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아이고! 북양왕, 너무 감정적으로 나섰군요. 장도령이 죽든 말든 큰일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일로 인해 국왕 폐하와 5대 명산 간에 틈이 생길 게 분명합니다!”“대장로님, 말씀은 이해합니다만, 5대 명산은 늘 은둔 생활을 하며 심지어 용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방관했던 걸 기억 못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멀리 갈 것 없이, 오국 연합군이 용경을 공격했을 때, 5대 명산이 천왕급 인물 한 명만 내보냈어도 순식간에 백성을 수렁에서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 일은 무엇입니까?!”“그저 방관했을 뿐입니다!”한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면, 이들은 이익을 쟁취할 때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독점하려 듭니다. 용국의 국운이 다시 일어나는 지금, 화산이 동방 오우를 세상으로 내보낸 이유가 단순히 동방 가문의 복수를 위함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5대 명산 같은 존
한지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어진 적색 장총이 가볍게 흔들렸다.푹!한 줄기 핏물이 장도령의 뒤통수에서 튀어나왔다.장도령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대장로는 뒤를 돌아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더니 두 눈을 꼭 감았다.이제 국왕과 5대 명산 간의 균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장씨 가문은 필히 5대 명산을 선동하여 한지훈과 대립하려 할 것이고, 국왕은 결코 한지훈을 외면하지 않을 터였다.양측이 다시 화합할 수 있다는 희망은 이제 단지 아름다운 꿈이 되어버렸다.노 씨 어르신을 비롯한 이들은 멍하니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다, 잠시 후에야 모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이 시점에서, 그들은 더 이상 한지훈과 적대할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예전에는 자신들 뒤에 있는 세력을 의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장도령조차 한지훈의 손에 죽고 나니, 이제 그들은 누구도 의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반대로, 무맹의 장로인 노 씨 어르신조차도 앞으로 한지훈을 보면 피해 다녀야 할 처지였다.더욱이 장도령의 죽음은 반드시 무맹에 즉각 보고해야 할 일이었다.한지훈이 과거 노 씨 어르신과의 원한 때문에 무맹에게 복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성 천급 천왕에 불과했던 한지훈이, 순식간에 오성 용급 천왕 중에서도 최고라 칭해지던 장도령을 쓰러뜨릴 줄이야!오늘의 전투를 통해, 한지훈의 이름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천신 경지의 강자가 나오지 않는 한, 한지훈은 사실상 천하무적과 다름없었다!그의 조정에서의 신분이든, 무종에서의 지위든, 오늘 전투로 인해 전례 없는 높이까지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무신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문파가 이제부터는 한지훈의 눈치를 보며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한 천왕을 뵈옵니다!”노 씨 어르신이 가장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극도로 공손하게 말했다.다른 이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지훈 앞에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천왕!이것은 단순히 경지
“장도령이 죽는 것이 용국에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상의 실력이 다시금 진보하셨으니, 앞으로 2년 내에 천신 경지에 오를 유일한 강자는 주상밖에 없을 것입니다!”“오성 용급 천왕을 하나 잃고, 천신계 강자를 한 명 더 얻었으니 용국은 아무런 손실이 없습니다!”도청전인이 담담히 말했고 진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는 분명한 사실이었고, 장도령은 이미 백 살 가까운 나이에 이르렀지만 한지훈은 이제 겨우 스무 살을 갓 넘겼다.두 사람을 비교하자면, 한지훈의 앞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아이고! 장 선배님... 사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요. 우리 주상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분이 아닙니다!”땅에 쓰러져 죽기 직전인 장도령을 보며 도청전인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비록 그는 장도령에게 큰 은혜를 입었지만, 감히 장도령을 위해 나서지 못했기에 마음속으로만 양심의 가책을 느낄 뿐이었다. 장도령이 없었다면, 도청전인은 결코 검경을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장도령이 없었다면, 도청전인은 20년 만에 사령관 경지에서 삼성 지급 천왕 경지로 돌파할 수도 없었다.비록 이후의 모든 성장은 도청전인 자신의 노력 덕분이었지만, 길을 열어준 사람의 존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도청전인의 말에 장도령은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세속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였지만, 정작 장씨 가문 안에서 그는 작은 졸개에 불과했다.이번 한지훈과의 결전도 그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과거 자신의 전성기를 생각하면, 검 하나로 15개국의 고수를 제압했던 위세가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한지훈 앞에서 죽은 개처럼 쓰러져 움직일 힘조차 없다니. 자신의 명성과 장씨 가문의 수백 년 된 위세가 오늘 이 한순간에 모두 산산조각 난 것이다! “장도령,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다!”한지훈이 말하며, 적색 드래곤 장총을 들어 올려 장도령의 목구멍을 겨누었다. 이제 이 상황에서 장도령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
한지훈의 모습이 번쩍하더니, 순식간에 장도령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뺨을 올려쳤고, 장도령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수십 장 높이까지 솟구쳤다. “푸웁!”한 줄기 붉은 피가 안개처럼 흩어졌다.“소위 천절이란, 마음의 뜻으로 만물을 움직이는 것이다! 번개!”한지훈은 어느새 조룡의 진법을 깔아놓았지만, 그의 진법은 장도령이 펼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하늘에는 어떠한 이상도 없었고, 천둥 구름조차 없었으나, '번개'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자마자 ‘쾅’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한 줄기 번개가 순식간에 하늘에서 떨어졌고, 수천 개의 천둥번개가 공중에서 서로 뒤엉켰다. “이, 이건 대체...”도청전인과 진우조차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진법을 발동한 시점조차 눈치채지 못했으니 그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게다가 이 진법은 장씨 가문의 진법과 매우 흡사했으나, 수준면에서는 장도령의 진법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분명했다.모든 것이 소리 없이, 경고 없이 이루어졌기에 아무도 방어할 틈조차 없었다.번개를 마주한 장도령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안 돼! 이러지 마라!”번개의 위력은 곧 천지의 위력이다! 장도령이 비록 오성 용급 천왕 경지의 강자라 할지라도, 신이 아닌 이상 이 번개 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한지훈!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너는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없다! 설령 내가 네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해도, 장씨 가문의 사람을 더 이상 죽여선 안 된다! 장씨 가문의 보복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보복?”한지훈은 냉소를 흘렸다.장도령을 살려준다고 해서 장씨 가문이 보복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손을 한 번 휘둘렀고, 장도령의 몸은 순식간에 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많은 번개가 서로 얽히며 찬란한 빛을 뿜어냈고, 눈이 부셔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계속되는 천둥소리 속에서 장도령의 도포가 순식간에 먼지처럼 날아
장도령은 두 눈이 터질 듯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눈동자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실제로 튀어나올 것처럼 보였다!그는 결코 손을 놓고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그가 곧바로 하늘을 가리키며 손을 뻗자, 순식간에 바람과 구름이 뒤엉키고 천둥소리가 울리며, 대지 위에서는 수많은 뾰족한 가시가 솟구쳤다.천지가 마치 장도령의 한 손가락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뀌는 듯했다!노 씨 어르신과 다른 사람들조차 놀라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들 앞의 이 땅은, 마치 고대의 거대한 짐승이 입을 벌려 모든 생명을 삼키려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천둥번개가 뒤엉키고, 대지가 흔들리며, 폭풍이 휘몰아쳤다!천지를 울리는 번개의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는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그 비는 신비로운 마력을 지닌 듯 보였고, 비를 맞은 이들은 모두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심지어 제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이 광경을 본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장도령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고집스러움이 오히려 우스워 보일 정도였다!그 비는 한지훈의 옷깃조차 닿을 수 없었고, 그의 체력을 빼앗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했다.“한지훈! 이 천지조차 우리 장씨 가문의 진법 아래에 놓였는데,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이 국면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말해두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천 년 전에도 우리 장씨 가문의 삼절진에서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네놈도 예외가 될 수 없어!”장도령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휘감아 발톱처럼 세우고는 한지훈을 향해 가볍게 손을 움켜쥐었다.그러나 그 가벼운 움직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수많은 빗방울과 대지의 가시, 심지어 하늘의 번개까지도 동시에 한지훈을 향해 내리치기 시작했다.“한지훈! 지금 네가 상대하는 자는 나, 장도령만이 아니다! 바로 이 천지 그 자체다!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결국 인간일 뿐! 천지의 위력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느냐?!”그러자 이때, 한지훈은 천천히 팔을
확실히, 이 순간 한지훈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비록 장씨 가문이 진법의 근원에 대한 이해에 편차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법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웠다!어째서 여러 명산이 장씨 가문에 대해 미묘한 태도를 취하고, 무종이 장씨 가문을 신처럼 떠받드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 별장에서 다시 한번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여기까지다. 더 이상 아이를 깨우지 말아라!”한지훈은 놀랍도록 평온한 표정으로 발밑의 늪을 내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지훈을 마치 바보를 보듯 바라보았다.여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한지훈이 큰소리를 치며, 여기까지라는 말까지 꺼내다니?!다른 건 몰라도 발목을 붙든 덩굴줄기만 해도 어찌 벗어날지 막막한 상황이지 않은가! 게다가 장도령은 이제 모든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노련한 천왕을 눈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다니, 어불성설이 아닌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장씨 가문이 진법 연구에 매진한 것은 확실히 평범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시 말하지만 너희는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걸었어. 그리고 그 오차는 치명적이다!”“이 세상에서 영원히 외부의 힘에 의존해서 되는 것은 없다. 사람의 뜻은 하늘을 이긴다는 것을 기억해라!”“네 말도 맞다. 만약 천신계의 금령이 아니었다면, 너는 이미 천신의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그날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다!”한지훈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의 몸에서 희미한 한 줄기 흰빛이 퍼져 나왔다.그 빛은 온화했으며,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주었다.그 빛은 미약해 보였지만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고, 빛이 닿는 곳마다 검은 덩굴들은 햇볕에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즉시 사라졌다.곧이어 한지훈의 기세가 갑작스레 변하더니,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기운이 하늘 끝까지 뻗어 나갔다!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의 기운이 사방 수리를 뒤덮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