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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9화

왕린은 지난번 대전의 경과를 하나씩 짚으며 서방 국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 했다.

담판에 참여할 때부터 그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미 공국이 용국을 침범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준비했고 증거 앞에서 아무도 공국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크는 눈앞에 보여지는 증거를 보며 인상을 썼다.

죽은 인원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여 피해자 주장을 펼치려고 했는데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쪽이 되어버렸으니 연합국의 심사위원들도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담판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이 전부 공국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양군이 공국의 국경을 침범하고 고위 장관을 살해한 점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피해를 당했을 때 바로 연합국 회담을 신청하였다면 우리가 용국의 손을 들어주었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이미 칼끝을 상대에게 겨누었기에 우린 용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

“공국은 당신들의 병사를 인질로 잡고 있었지만 당신들은 상대의 수뇌부까지 군대를 이끌고 침범했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렀습니다. 이 점만 따지면 용국이 공국보다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재판장이 최후 결론을 내렸다.

“장 시간의 회의를 거쳐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다. 공국에 대한 용국의 배상 요청은 무효로 판결하고 공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용국은 공국에 6백억 달러를 한 달 안에 배상한다.”

왕린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배상금을 받아내려고 온 자리에서 오히려 배상금을 물어주게 생겼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옆에 있는 배심원들과 악수를 했다. 아마 그들은 용국의 기세를 꺾을 목적으로 이미 손을 잡은 것 같았다.

“이의 있습니까?”

재판관이 물었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회담장에 울렸다.

“이의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사내가 재판장으로 들어왔다.

가면을 쓴 한지훈이 무거운 위압감을 풍기며 걸어왔다.

그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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