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이 그저 태양혈을 지그시 눌렀는데도 하마터면 쇼크사할 뻔했다. 하지만 흑용군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기 때문에 그는 억지로 고통을 참아냈다.눈앞이 핑글핑글 돌아가고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지만 북양왕에게 얕보이지 않으려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약점을 공략하는 일에서 현석은 상대가 자신보다 월등하게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유일하게 승산이 있는 점이라고는 정면돌파뿐이었다.그는 꿋꿋하게 몸을 일으키고 신속하게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그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아무런 기교도 섞이지 않고 오로지 힘만 실은 일격이었다.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그대로 그 주먹을 향해 자신의 주먹을 뻗었다.우드득!주먹이 격돌하는 순간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해서 눈을 부릅떴다.상대는 6성용수인데다가 아무리 실력 좋은 특전사라고 해도 군왕급 실력에 불과했다. 아예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현석이라는 전사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먹이 격돌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손가락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강력한 통증에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그는 힘으로 승부해도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한지훈의 주먹은 그의 주먹에 비교하면 월등하게 딴딴했다.“자, 여기까지. 졌으니까 푸시업을 해야겠지? 그리고 너! 손뼈가 부러졌지만 한쪽 손은 멀쩡하니까 너도 푸시업 해야 해.”한지훈의 무정한 말에 다른 전사들의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동시에 그들은 자신이 과연 특전사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우린 정말 쓰레기인 걸까?이런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 진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참석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 걸까?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저 정도의 실력에 도달할 수 있을까?그런 생각을 하자 병사들의 눈빛은 절망으로 물들었다.푸시업을 하며 생각에 잠긴 병사들에게 한지훈은 더 이상 욕설을 퍼붓지 않았다.그는 흑용에게 다가가서 담배를 빌린 뒤에 병사들이 하는 동작 하나하나를
그 말을 들은 흑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사령관님, 왜 웃으십니까?”그 병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네가 하는 짓이 귀여워서. 한 사령관한테 검법을 겨루겠다니! 설마 너 한 사령관이 가장 잘하는 항목이 검술이라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런 거야?”검술 얘기가 나오자 흑용은 과거 자신과 한지훈이 내기했던 장면이 떠올랐다.한지훈은 단 1라운드에 그를 쓰러뜨렸었다.흑용의 말을 들은 병사는 목을 움츠렸다.처음에는 한지훈이 격투기술도 뛰어나고 사격도 잘하니까 그래도 못 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던진 얘기였는데 검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니 용기가 안 났다.“실례했습니다.”병사는 물러서기를 택했다.“그러니까 그냥 자신이 쓰레기라는 걸 인정하는 게 어때? 한 달 사이에 너희가 쓰레기라는 칭호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도하지.”“국제 대회에서 우리 나라 망신을 시키면 그냥 해외에서 바다 수영해서 귀국하도록 해. 너희는 국가 세금으로 비행기를 탈 자격도 없으니까.”그 말 한 마디를 남긴 뒤에 한지훈은 흑용과 함께 훈련 기지를 떠났다.남은 병사들은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주먹을 꽉 쥐고 훈련에 열중했다.그 시각, 오군 강문복의 별장.강문복은 담배를 피우며 어떻게 하면 강우연과 한지훈에게 한방 먹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바로 전화를 받았다.“원 선생이 어쩐 일이십니까?”“움직일 시기가 왔어요. 다크웹에서 킬러를 고용하세요.”원문준은 그 말 한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껃었다.강문복의 두 눈이 어둡게 빛났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어버린 것이다.한참 고민하던 그는 가장 아끼는 심복을 불렀다.“다크웹에 가서 한지훈과 강우연의 이름과 정보를 올리고 현상금 2억을 걸어. 그 정도 금액이면 웬만한 킬러들은 응할 거야.”잠시 후, 다시 돌아온 집사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킬러 고용했습니다. 킬러 랭킹 제72위의 천재 저격수 헨리요. 마침 오군에 휴가를 나왔답니다.”“헨리? 그래,
강문복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한지훈과 강우연의 자료를 헨리에게 던졌고, 헨리는 아무렇게나 몇 페이지를 펼쳐서 본 뒤 자료를 반대편에 내던졌다. 헨리의 태도를 본 강문복은 불만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 자는 매우 강하고 용국 전역에서의 지위도 꽤 높아요, 그러니 좀 더 자료를 살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그는 한지훈이 북양구 총사령관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만약 알게 되면 임무를 맡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자 헨리는 경멸하듯 대답했다."이 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이번 임무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제가 암살할 대상은 데릴사위이고, 여자보다도 더 상대하기 쉬울 겁니다.""이런 임무도 실패한다면, 차라리 총으로 자결하는 게 나을 겁니다."헨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총 두 자루를 꺼내 갖고 놀았다. 동시에 그는 또 다른 사진 속의 강우연을 발견하고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이 여자는 괜찮네요, 일단 내가 잘 갖고 놀다가 죽이겠습니다!""...이곳은 용국 구역입니다. 여기서 총을 사용하면 상부의 주의를 끌기 쉬우니, 추적당하기 시작하면 신원이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강문복은 걱정스러운 듯 주의를 주었다. "난 총만 쓰는 게 아니라 비수를 써도 능력이 뛰어납니다. 설마 제 실력을 못 믿으시는 겁니까?"헨리는 가운뎃손가락을 살짝 당기며 두 자루의 권총을 소매에 넣었고, 코트를 젖힌 뒤 옷 뒤에서 날카로운 비수를 꺼냈다."사실 전 비수를 전문적으로 연습을 했습니다. 비록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서 권총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매우 흥미로운 도구이긴 합니다. 특히 칼끝이 피부를 꿰뚫고 목과 뼈를 관통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피비린내 나는 쾌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킬러 리스트 172번, 양날 에반이 제 또 다른 계정입니다."헨리의 손가락 끝이 칼날을 부드럽게 스쳤고, 그의 지문이 칼날에 부드럽게 긁히면서 약간의 마찰음이 들렸다."......"강문복은
전문 킬러로서 작업을 수행하기 전에 반드시 사전점검이 필요했고, 결국 이곳은 안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진 용국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용병이 들어올 수 없었고, 헨리 또한 몇 년 동안 이곳을 어슬렁거리며 연줄과 속임수를 통해 가짜 신분을 얻어냈다. 따라서 이동 경로든 탈출 경로든 먼저 경로를 정리해야 했다. "이 정도 수준의 방어 장치밖에 안 된다고?"헨리는 보헤미 별장을 지나갈 때 비웃으며 말했다. 별장은 매우 넓었고, 외부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일련의 보호 장치들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이러한 보안 조치는 헨리가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전력망은 매우 낮게 배치되어 있으며 카메라에도 사각지대가 있었기에, 사각지대를 따라 잠복해 들어가기만 하면 쉽게 안으로 침입할 수 있다. 헨리의 몸은 매우 가벼웠고, 그는 먼저 도움닫기를 한 후 두 발로 벽을 밟은 뒤 가볍게 뛰어올라 벽에 있는 전력망을 쉽게 넘어 땅에 착지했다."식은 죽 먹기 군."헨리는 별장 안으로 들어와 여유롭게 주변을 산책했다.사람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이미 확인했기에, 남들에게 들킬까 걱정하지 않았다.동시에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내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이 별장을 유령의 집으로 만들어 아무도 이곳에 살지 못하게 한다면, 내가 이곳을 차지해 별장의 새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그에게 걱정이 있다면 그건 용국의 집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큰 별장을 소유할 수 있다면 매우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은 인적이 드물어 남들에게 들킬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하지만, 현재 헨리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별장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한지훈은 50명의 북양 병사들을 별장의 보안요원으로 남겨두었고, 현재 감시실에는 검은 군복을 입은 대장이 차가운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헨리가 별장 안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헨리는 낮에 공격할 계획이 없었다
"제기랄……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헨리는 땅에 쓰러졌고, 한지훈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이렇게 실력이 부족한데도 나를 암살하려 했던 건가?"한지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천천히 헨리에게 다가왔다.그러자 헨리는 순식간에 옷에서 총 두 자루를 꺼냈고, 그가 한지훈을 향해 겨냥하기도 전에 한지훈은 다리를 들어차며 총 두 자루를 땅바닥에 떨어트렸다."또 어떤 재주가 있지? 다 보여줘 봐."한지훈은 경멸적인 눈빛으로 헨리를 바라보았다.헨리는 이 남자 앞에서 무력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원래는 십여 명이 넘는 경호원을 쉽게 제거할 수 있었지만, 한지훈 앞에서는 전투 능력을 상실한 약자나 다름없었다.그는 심지어 자신의 삶을 의심하기까지 시작했다."당신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 그럼 목숨만은 살려줄 수도."한지훈은 핸리 앞에 멈춰 섰고, 그의 표정과 말투는 마치 쇼핑하러 온 행인처럼 매우 편안했다."...당신은 왜 이토록 강한 거지? 정보를 봤을 때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헨리는 매우 혼란스러웠다.그는 이전에 이런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는 한지훈 앞에서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무력감을 느꼈다."평범한 사람? 이 훈장을 본 적이 있을 텐데……"한지훈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갑을 꺼내 헨리 앞으로 훈장을 던졌다.헨리가 훈장을 보자, 그의 표정은 금세 얼어붙었다.그 훈장은 다름 아닌 황금색의 금용 훈장이었다!"금용왕… 당신이… 킬러 리스트 1위의 금용왕이라니…"헨리는 이 훈장의 상징을 보았을 때 두려움에 기절할 뻔했다.한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자, 헨리가 이미 독약을 먹고 자결한 것을 발견했다.금용왕.다크 웹 킬러 리스트 1위에 있는 킬러였다.그가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앞에 있던 킬러들을 모두 죽였기 때문이다.2위를 차지한 킬러는 감히 1위의 영예를 뛰어넘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당시 한지훈은 해외 훈련 중 킬러 훈련에 참가 등록을 했었고, 그때 킬러 리스트에 계정을 등록했던
곧 용린은 사람들을 별장으로 보낸 다음 헨리의 시신을 가져갔다.다음날 밤, 원문준은 자발적으로 강문복을 자신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별장으로 초대했다.두 사람은 회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을 마셨다."제가 맡긴 임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원문준이 묻자, 강문복은 자신감 있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매우 믿음직한 킬러를 고용했습니다, 그 자는 매우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겁니다."원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안심이 되네요.""그는 킬러 랭킹 72위의 헨리입니다, 원 선생님께서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그러자 원문준은 고개를 저었다.그의 눈에 킬러들은 단지 자신을 위해 일하는 부하들일 뿐이고, 돈만 주면 그들은 그의 총과 칼이 되어 일했기에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강문복은 어색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술을 들이켰다. 이때, 강문복의 휴대폰이 울렸고, 확인을 해 보니 집사가 그에게 건 전화였다. "아! 보십시오, 제 집사가 전화를 걸었네요. 분명 좋은 소식을 보고하려는 걸 겁니다."강문복은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전화를 받은 후 스피커로 전환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말하는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제부터 헨리에게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고 아무리 전화해도 받질 않습니다. 어쩌면 돈을 받고 도망간 것 같습니다.""뭐? 말도 안 돼!"강문복은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킬러는 신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이미 헨리에게 계약금으로 1억을 주었고 그가 이 1억을 받고 사라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강문복에게 이 소식은 마치 청천벽력 같았고, 옆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원문준도 코웃음을 쳤다. "이게 바로 당신이 말한 믿을만한 킬러란 말입니까? 보아하니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군요."원문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원 선생님,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이는 단지 사고일 뿐이고, 즉시 가서
거의 동시에 수백 명의 고수들이 사냥령을 주시하며 용국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수백 명이라는 킬러의 수는 매우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모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었기에 모두가 동시에 도착하지 못했다.게다가 매일 용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매우 많았기에 통일된 조사를 할 방법이 없었다.동시에 한지훈도 다크 웹을 우연히 살펴보다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한 사냥령 소식을 알게 되었다."흠? 흥미롭군."한지훈이 계정에 로그인한 직후, 그는 수많은 고용주들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누구는 해외에 나가 고위직을 암살하라 메시지를 보냈으며, 누구는 경쟁자를, 누구는 후보자를 죽이기를 원했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는 안 되지..."한지훈은 참지 못하고 불평 어린 대답을 보냈다. "안 받습니다!"이 한 문장 만으로 다크 웹의 킬러 게시판이 발칵 뒤집혔다!다크 웹을 휩쓸었던 금용왕이 돌아온 것이다!"이것 봐, 금용왕이 내 메시지에 답장을 했어. 이게 그 사람의 계정이라니까?!""정말 다시 등장한 건가? 적어도 2년 동안 이 바닥에서 보지 못했는데.""그 자가 받은 현상금만 해도 수십억이야, 게다가 혼자서 그 많은 현상금을 벌었으니 마땅한 제왕이라고 할 수 있지!"게시판에 어떤 사람이 한지훈이 자신의 질문에 답했다는 글을 올렸고, 날짜는 바로 오늘이었다.갑자기 게시판의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며 한지훈의 개인 페이지로 넘어갔고, 그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금용왕님, 저는 당신의 열렬한 팬입니다. 제 닉네임도 꼬마 용인이라고 지었고, 용왕님처럼 저도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어이, 쓰레기 자식아.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었던 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서겠지? 내가 이 업계에 몇 년만 더 일찍 들어갔다면 너보다 더 잘 나갔을 텐데!"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사람도 있고, 도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던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게시판을 연 뒤 글 하나를 올렸고, 대화창을 하나 만들었
한지훈은 오군으로 돌아온 이후 며칠 동안 계속 천생서문의 잔본 내용을 연구했고, 의술 부분을 반복해서 읽었으며 일부 실전된 심법과 무술도 여러 차례 연습했다.며칠 간의 깨달음과 연습 끝에 한지훈은 자신의 실력이 다시 정진하고 있음을 느꼈다.그러자, 한지훈은 용린을 불러 격투를 신청했다."용왕님!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용린은 매우 흥분한 얼굴로 별장 잔디 위에 서서 말했다. 그들은 한지훈을 매우 존경했기에, 당연히 한지훈과 겨루어 자신이 어떤 점이 부족한지 보고 싶었다.오늘, 한지훈과 겨뤄 볼 기회가 생겼으니 용린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용린은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고, 강력한 힘으로 한지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 주먹은 매우 빠르고 강력했으며, 전신 강자나 막 사령관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자리에서 패배할 위력을 갖고 있었다!결국 용린 또한 3성 지수 급의 강자였다! 하지만.용린의 공격에도 한지훈은 미동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손을 들어 손목을 잡았고, 힘을 이용해 세게 한 번 당기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용린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빠르게 뒤로 날아갔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용린은 땅에 쓰러졌고, 이후 재빨리 일어나 손목을 주무르며 한지훈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용왕님, 이게 무슨 공격이죠?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은데요, 아까 제가 어떻게 날아간 겁니까?"용린은 순간 매우 혼란스러웠고, 그는 아직도 자신이 어떻게 날아간 것인지 알지 못했다. 한지훈이 6성임에도 불구하고 용린은 여전히 자신이 몇 차례 공격 정도는 피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러나 그는 지금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피할 수 없었고, 한지훈이 어떻게 공격을 가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한지훈도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옛사람들은 날 속이지 않았어, 천생서문은 매우 정확하군! 이 ‘파운퇴월’은 확실히 대단해!"그 후 한지훈은 용린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동방 오우가 손을 휘두르자, 백일봉 전체가 진동하며 땅에서는 우르릉거리는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수많은 바위들이 이 거대한 흔들림에 의해 절벽에서 굴러떨어졌고, 이 장면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동방 오우를 바라보았다. 백일봉은 용경 서쪽에 위치한 진령 산맥의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산봉우리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곳은 진령 산맥 전체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백일봉의 진동과 함께 북방의 대지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수많은 새와 짐승들이 놀라 사방으로 달아났고, 마치 하늘의 재앙이 곧 닥쳐올 것만 같았다.“이... 이것이 천지를 흔든다는 것인가? 나는 이런 존재가 신화 속에나 나올 법하다고 생각했는데, 천왕계 강자가 정말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오?!”좌항도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망원경을 들고 멀리 내다보며, 진령 산맥 전체가 진동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 방금 전의 구름과 안개는 단순한 환영일 수 있었지만, 천 리에 걸친 진령 산맥이 모두 흔들리는 것은 결코 환각일 수 없었다.“그래, 이제야 믿어지는군. 천왕계가 정말 이렇게 두려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니! 이제 보니 우리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진우는 쓰라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는 이전까지 천왕계를 기벽 같은 자연의 일부 힘을 다루는 경지로만 이해했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이 천왕계를 얼마나 미미하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아마 동방 오우는 이미 삼성 천왕계에 있을 때부터 자신보다 훨씬 강했을 것이다.명산에 이르지 않으면 자신의 미미함을 알지 못하고, 명산에 들어가 고행하지 않으면 자신의 나약함을 알지 못한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명산의 제자들과 비교하자면, 자신은 마치 연줄을 이용해 억지로 따낸 자격증 같은 존재였다.이것이 삼성 천왕계의 차이라면, 오성 천왕계는 어떻겠는가?그렇다면 천신계는 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아무도 몇몇 명산에 단 한 명의 천왕계 강자만 있을 것이라 장담하지 못했고, 아무도 천왕계가 명산의 진정한 내력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
지금이 한여름임에도, 주변의 모든 풍경은 마치 늦가을처럼 변해 있었다.이 기술은 단순히 신묘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그야말로 귀신이 빚어낸 솜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어떠나, 한지훈! 너와 나는 동갑이지만, 몇 년 전부터 나는 이미 이러한 신적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발끝조차 따라올 수 없지 않느냐?”“네가 말해보아라. 내가 이렇게 자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와 같은 자리에 서 있느냔 말이지!”동방 오우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극도의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의 시선은 천하를 굽어보는 듯했고, 발아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미미한 벌레에 불과한 듯 보였다.적어도 겉보기에는 동방 오우가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임이 분명해 보였고, 그는 사계절을 통제하고 천기를 움직이는 손길을 가진 사람이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껏 아무도 그의 진정한 실력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심지어 흑병대조차 그의 실체를 알아내지 못하고, 그가 오성 용급 천왕계라는 사실만 알았을 뿐이다.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비로소 동방 오우가 왜 그렇게 오만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그는 진정으로 오만할 자격이 있었다.“그리고 또 하나 알려주지! 내가 너와 싸우려는 이유는 결코 동방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다! 더군다나 사대 가문을 위해서도 아니지!”이 말에 동방소와 원상용 등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특히 동방소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동방 오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동방 오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소와 원상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나는 화산 진종의 직계 제자로, 사대 가문 따위가 함부로 부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내 눈에, 동방 가문은 물론이고 사대 가문 또한 하찮게 보일 뿐! 내가 너와 싸우려는 이유는 단 하나, 나 동방 오우가 너의 피로 내 검을 제사 지내기 위해서다!”“오늘부로, 나 동방 오우가 용국의 최고 존재가 될
한지훈의 말이 끝나자, 그는 한 걸음 내디뎌 몸을 순식간에 공중으로 띄워 백일봉의 꼭대기에 올랐다.동방 오우도 백장산 벼랑을 올려다보며 경멸적인 미소를 지었고, 곧 천천히 몸을 날려 정상으로 올라갔다. 한지훈과 달리, 동방 오우는 거의 바람에 날려 올라간 듯 천천히 떠오르며, 마치 신선과 같은 자태를 보였다.이 놀라운 장면에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이지 않은가!“말도 안 돼! 저건......마치 바람에 밀려 올라간 것 같잖아?”“바람에 밀려간 게 아니라, 저건 날아간 거지!”“후, 역시 동방 오우가 한 수 위로군!”사람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며 수군거렸고, 이들의 말소리를 들은 동방 오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지훈, 죽기 전에 이 찬란한 세상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보도록 해라. 이것이 네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다. 너 같은 놈은 정말 말할 가치도 없다!”“하지만, 네놈도 거의 백 년 동안 젊은 세대들 중 뛰어난 인물인 건 인정하지.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을 뒤흔들고 군림할 정도의 위세를 가졌으니, 널 죽이는 것은 내 명예를 깎는 일도 아닐 테야.”동방 오우는 한 손을 뒤로 한 채 깔보는 듯한 태도로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진법을 더해 수십 리 밖까지 전달되게 했고, 그의 목소리는 산 아래뿐 아니라, 용경 전체에 울려 퍼졌다.용각과 무종의 여러 장로들은 이 소리를 듣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몇몇 종묘의 장로들은 분노에 치를 떨며 탁자를 두드리고 말했다. “동방 오우, 저 오만한 놈! 자신이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는군! 만약 계속해서 이렇게 오만하게 굴었다간, 우리가 합심해서라도 그를 없애 버려야 할 것입니다!”이 시각, 백일봉 꼭대기에 서 있던 한지훈은 평온한 시선으로 동방 오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신감이 대단한 듯하군.”동방 오우는 오만하게 한지훈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기세를 순식간에 사성 천급 천왕계까지 끌어올렸다!주변
“한용 아닌가!”“한용이라고?!”“정말 한용인가?!”모든 시선이 한용에게 쏠렸고, 대다수의 눈빛에는 경악이 담겨 있었다.몇십 년 전, 용경에서는 한용이 이미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그런데 지금, 비록 나이가 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한용이 살아 있는 모습으로, 그것도 천하를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로 나타났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하하! 오늘 사람들이 잘 모였군그래!”한지훈은 우천존과 사신 쪽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한용!”우천존은 불꽃이 튀는 듯한 눈빛으로 한용을 노려보았다.“우천존, 흥분하지 마시오. 오늘은 두 후배의 비무를 관전하기 위해 온 자리 아니겠소?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나설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가 나서기라도 한다면,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 않겠소.”궁본 현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분명히 살기가 스며 있었다!“쳇...”동방소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줄 몰랐다는 듯, 불안한 눈길로 우천존 일행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우천존과 사신의 안색도 매우 어두웠다. 궁본 현일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그는 한용의 편에 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에, 2 대 2의 상황에서 그들은 승산이 없었다.동방 오우가 당당히 일어서더니, 차갑게 맞은편을 응시했다.한지훈 측의 위세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는 자신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그는 어린 시절부터 화산에서 자라며 수많은 고난과 고통을 겪었다.그가 맞아서 부러진 회초리만 해도 백 개가 넘었고, 오늘 한지훈은 반드시 그의 발 아래 밟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는 동방 가문을 위해서, 더욱이 사대 가문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자신의 앞날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그의 몸에서 분노와 위엄이 뒤섞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그 순간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들어 이곳 하늘을 뒤덮었다. 한지훈은 느릿느릿 백일봉의 공터로 걸어 나와, 동방 오우를 조용히
“저 사람은 누구길래 저렇게 성대하게 나타나는 거요?!”좌항도는 아래쪽에 있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며 말했고, 심지어 공중에는 헬리콥터까지 따라다니며 경호를 맡고 있었다.경호원만 해도 백 명이 넘는 듯했으며, 산 정상으로 향하는 모습은 꽤 위압적이었다.“러셀로란 가문의 2순위 후계자이니, 저자는 결코 쉬운 인물이 아니오. 오륙 최대 암흑 조직의 수장이자, 그의 손아귀 안에는 몇 개의 다국적 기업도 있소!”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좌항도에게 설명했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차량 행렬이 천천히 멈췄고, 차에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백인 남자가 나왔다. 그를 본 순간, 진우는 미간을 찌푸려지며 말했다.“저 사람은 왜 온 거지?!”“저 사람은…”좌항도도 중년 남자를 힐끗 보았다. “세계 최대 킬러 조직인 암전의 창립자이자 수장인 빅터가 아니오! 저 사람은 정말 전설적인 인물이오. 열 살에 몇 차례나 탈옥에 성공했고, 열다섯 살에는 천왕계 강자의 고수를 쓰러뜨렸소. 지금은 몇 안 되는 삼성 천왕계 경지의 암살자이기도 하오!”“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큰 킬러 조직의 창립자이기도 하지요!”말을 마친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동방 가문의 인맥이 이렇게나 넓었다니!그때, 산을 걸어 올라오는 두 사람이 주변 강자들의 시선을 모두 끌었고 심지어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우천존! 사신!”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대단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화려하게 등장해도 이는 허울에 불과했지만, 진정한 강자는 격식을 차릴 필요 없이 등장만으로 엄청난 분위기를 내뿜었다! 우천존과 시신은 길을 따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마치 산책을 나온 듯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그들이 백일봉 근처에 다다랐을 때 우천존은 좌항도 일행 쪽을 한 번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잠시 후 상대방을 모조리 저세상으로 보내줄 거라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통복 차림의 부상 사람 무리도 산
진우는 자신의 신분이 특별하지만 않았다면, 진작에 동방 소를 처단할 생각이었다. “좋습니다! 어르신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그럼 저는 이만!”말을 마치자마자 진우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별장을 떠났다. 저 멀리 떠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동방 오우의 얼굴에는 하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와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니,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네! 한지훈 이놈... 흥!”악에 받친 동방 소는 진우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중얼거렸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매우 싸늘했다. 그날 밤, 이미 백일봉 부근에 도착하여 미리 좋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용경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 역사적인 대전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계홍 또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는 강중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도착하였다. 족히 20여 명은 되는 나 씨 집안 친지들은 오직 한지훈을 응원하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나 씨 집안은 오늘날까지 줄곧 한마음 한뜻으로 한 씨 집안과 협력을 해왔기에, 그들은 이번 대전에 반드시 한지훈이 이기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도청 전인 또한, 한 씨 별장을 지켜야 하는 임무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그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한편 천검종 역시 제자 수십 명과 함께 백일봉에 도착하여 벌써 아지트까지 만들었다. 낙구영 또한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긴 했지만, 일단 이번에는 백일봉으로 오게 됐다. 하지만 그는 한지훈을 응원하기 위해 온 것도 아니고, 그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려 온 것도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이 그동안 추앙해 온 용국 천교의 위엄 가득한 풍채를 보고 싶었다. 그 시각 용경에서는, 이른 아침에 위수군 무리를 데리고 백일봉에 도착한 좌항도는 역시나 아지트를 만들고는 조용히 앉아서 대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진우 일행도 선후로 도착하였고, 양 씨 어르신과 양령아의 좌항도의 초대를 받고는 관전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백일봉 주변에는 어느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물들이
“국왕이 내린 명령에 대해서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용경성 내에서 대군이 이동한 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알고 계시겠죠!”“그래서 말인데 가능만 하다면 내일 일전은 취소했으면 합니다. 제가 어르신께 충고를 하나 하자면, 굳이 동방 가문과 국왕 사이의 관계를 깨뜨리지 마시죠!”진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동방 소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혹시 진 선생은 한지훈을 대신해서 사정하러 여기까지 온 건가?”“그런데 정작 한지훈이 우리 동방 자제를 죽일 때는, 왜 진 선생이 나서서 사정하지 않았지? 동방 자제가 백골이 되어 돌아왔는데, 내가 대체 왜 한지훈에게 살 길을 남겨줘야지?”“이제 와서야 우리 동방 가문까지 찾아와서 부탁하는 건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담을 수는 없어. 그러니 진 선생은 이미 돌아가게!”어느새 동방 소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는 더 이상 진우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국왕은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4대 가문을 압박하고 있었기에, 동방 가문은 결코 한지훈의 일에 관해서는 누구와도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한지훈을 죽이기만 하면, 국왕은 신심을 잃게 되고 앞으로 4대 가문과의 관계가 다시 재정리될 거라 믿었다. 하물며 황약파 또한 한편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지훈만 죽이게 되면 국왕은 4대 가문에 무조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넓은 시야를 보는 것에 능통한 동방 소가 진작에 이런 이치를 알아채지 못할 리는 없었다. “어르신, 고작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우천존 게다가 광명파와 손잡는 것을 마다하지도 않고, 저희 용국의 군신을 말살하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만약 한지훈이 정말 죽게 되면 동방 가문이 여전히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지훈
동그랗게 뜬 창안백의 눈동자에서는 두 줄기의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선생님, 방금 말씀하신 무도에는 국경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저 아직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이내 동방 오우가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화산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광명파와 비밀리에 무엇을 의논하고 있는지 동방 오우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여태 그는 줄곧 동양 가문과 자신의 미래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화산에서 자라온 동방 오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친 부모에 대한 감정조차도 극히 옅었다. “자고로 세계에는 양극이 있어. 바로 서방의 교황청과 동방의 곤윤이지. 우리 명산들도 그리고 무종들도 결국 모두 이 양극에 복종해야 하는 거야!”“만약 서방이 협의를 체결하여 천신계의 강자가 세속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곤윤도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협의를 체결할 거야. 때가 되면 드디어 난 세속에 들어서서 내 진가를 발휘할 수가 있지.”“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출세야. 내 나라? 흥!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나라든 뭐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이 세상은 언제나 강자들이 움직이게 되는 거야!” “그러나 선견 지명이 확실한 사람만이 이 이치를 깨달을 수가 있지. 그래서 내가 너더러 하산하고 한지훈을 유인하여 죽이라고 한 거야! 그의 손에 있는 용심과 천생 서문, 우리 화산이 반드시 얻어야 되거든!”창안백은 그윽한 눈빛으로 입구 쪽을 바라보며 한편으론 주먹을 꽉 쥐었다. 이는 또한 화산이 그에게 직접 맡긴 사명 중 하나였기에, 만약 명령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그는 자결하여 사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동방 오우든 동방 소든 누구든지 마찬가지였다. 비록 동방 가문은 줄곧 화산을 자신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여기고 있었지만, 사실 화산의 눈에 그들은 세상에 널린 수많은 바둑돌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 바둑 돌은 일단 효력을 잃게 되면 결국 모래알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음양존은...”동방 오우는 여전히
한편 그 시각, 동방 가문의 별장에서는 동방소와 동방 오우의 두 사람이 한 노인의 양 측에 서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맞은편에는, 우천존과 기모노를 입은 또 다른 중년 남자가 한 명 앉아있었다.그가 바로 사신이었다. 그는 부상국에서, 궁본 현일에 버금가는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게다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천신계를 돌파하여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볼 수 없는 높이에 이르기도 했다. “우천존, 우리 둘 사이의 약속, 혹은 화산과 광명파 사이의 약속을 이제는 지켜야겠지?”이내 가운데에 앉은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노인은 바로 화산과 세속 사이를 지키는 장로로서, 화산과 세속의 모든 사무 결책권을 쥐고 있었다. 화산과 광명파 사이에 암암리에 체결된 계약 역시 바로 이 노인이 주도하는 것이다. “어르신, 저희 광명파가 화산을 도울 거라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 하지만 여기 남은 반쪽의 흑룡심을 얻어내려면 여전히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합니다!”“게다가 저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피라미드에는 인왕급 강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하는데, 과연 화산이 정말 무사히 용심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우천존은 미소를 띤 얼굴로, 남은 반쪽 용심의 행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럼 한지훈 그 몸에 있는 두 개의 용심을, 대체 어떻게 나눌 생각인 건가?” 창안백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저희 광명파는 금룡심만 있으면 됩니다! 적룡심은 얼마든지 화산한테 넘겨줄 수 있습니다! 다만, 천생 서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저희가 서로 공유를 해야 합니다!”“어르신도 아시다시피 천생 서문 없이는, 설령 용심을 쥐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쓸모도 없고 스스로 융합의 방법을 깨달을 수도 없습니다!”우천존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동방 오우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천존 님 그리고 창 씨 어르신, 제가 듣기로는 무적천도 한창 흑룡심을 융합시키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럼 차라리 그의 손에 있는 그 용심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