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정의 말에 한지훈은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에게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강우연은 서은정을 흘기며 다급히 해명했다.“아니에요. 당신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강우연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한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됐고, 병원에서 푹 쉬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말을 마친 한지훈은 병원을 나섰다.그는 먼저 회사에 가서 상황을 살폈다.말 그대로 모든 것이 부서져 있었다.현장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직원들의 핏자국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아무 말 않고 있는 한지훈의 얼굴이 점점 험하게 일그러졌다.박걸, 운해 박씨 가문.똑똑히 기억하겠어.감히 오군에서 강우연에게까지 찝쩍거렸다고?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흑뢰로 떠나기 전, 한지훈은 반드시 강우연 주위의 모든 위험요소들을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한지훈은 곧장 박걸이 오군에서 설립한 회사로 향했다.같은 시각, 박씨 그룹의 오군 지사의 대표방에는 젊고 잘생긴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었다.그는 옆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강우연 회사 쪽은 잘 처리했어?”비서는 재빨리 대답했다.“대표님의 분부대로 회사를 부쉈고 그녀도 다쳐서 입원했어요.”“뭐라고?”그 말을 들은 박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의 뺨을 후려쳤다.“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고 내가 말했잖아! 그녀는 내 여자라고! 지금은 어떤 상태야? 심각해?”비서를 볼을 감싸며 말을 더듬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우연 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그저 이마를 살짝 스친 것뿐입니다.”비서의 말에 박걸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별일 없도록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이마에 흉터라도 남는다면 네 얼굴을 망쳐버릴 거니까.”비서는 식은땀을 닦으며 대답했다.“대표님, 강우연의 남편이 돌아왔다고 했어요.”“할 일 없이 빈둥대기만 한다던 남편 말이야? 돌아왔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 그놈 주제에 나, 박걸과 감히 맞서
“뭐라고? 이 자식아, 죽고 싶어? 우리 대표님이 네가 보겠다고 볼 수 있는 존재야?”“경고하는데 빨리 꺼지는 게 좋은 거야. 안 그러면 후회할지도 몰라.”오만함으로 가득 찬 두 경비원은 손에 든 진압봉을 휘두르며 한지훈의 머리를 노렸다.“퍽!”하지만 지압봉은 한지훈에게 잡혔다.“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태도로군. 보통 사람이었다면 너의 이 한대에 뇌진탕, 심지어 아예 맛이 갔을 수도 있었겠지.”한지훈은 분노하며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진압봉을 부러뜨렸고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따.그 광경에 두 경비원은 바보가 되었다.그것은 강철로 된 진압봉이었다.그런데 상대는 맨손으로 그것을 부러뜨렸다.너무 끔찍했다.두 경비원은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났다.“당신, 뭐 하려는 거야! 여기는...”“퍽!”경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의 주먹이 그의 가슴에 날아가 꽂혔다.시끄러운 마찰음과 함께 그 경비는 저만치 날아가 떨어지며 뒤에 있던 유리문을 깨뜨렸다. 그러더니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나머지 경비는 너무 놀라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었다.“한 번만 봐주세요. 전 그저 경비일 뿐이고 집에서는 연로하신 부모님에 갓 태어난 아기가 있어요...”한지훈은 차갑게 노려보며 물었다.“박걸이 어디 있어?”경비가 대답했다.“대표실에 있어요.”한지훈은 한걸음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마침, 대표실 안에서 박걸이 그 한마디를 뱉고 있었다.“웃기지도 않아! 고작 귀향한 군인일 뿐이야. 감히 우리 회사에 침입한다면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벌컥!”거대한 소음과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박걸과 비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은 겁에 질려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문밖에서 살기로 가득한 실루엣이 나타났다.“당신, 누구야? 어떻게 감히 여길 마음대로 들어오는 거야! 당장 나가!’비서가 나서며 한지훈에 화를 냈다.하지만!“으드득!”한지훈은 비서의 손가락을 분질렀다.“악! 내 손가락...”90도로 꺾인 손가락을 움켜쥔 비서는 비명을 지르
이 말에 박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격분했다.강우연의 남편, 한지훈?별 볼 일 없는 쓰레기잖아?그런데 감히 회사에 쳐들어오고 비서를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숨을 헐떡일 정도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다.박걸은 고통스러워하며 한지훈의 어깨를 쳤다.“이거, 놔, 놔라고...이건 살인이야! 난 박씨 가문의 도련님이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하찮은 오군의 강씨 집안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눈살을 찌푸린 한지훈은 손을 들어 박걸을 던져버렸다.바닥에 쓰러진 박걸은 목을 잡고 기침하며 심하게 헐떡였다.“넌 죽어 마땅해! 난 박걸이야! 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지 못했는데 네가 처음이야!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소리 지르던 박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한지훈은 발을 들어 박걸의 복부를 걷어찼다. 박걸은 저 멀리 날아가 테이블과 소파를 쓰러뜨렸다.단 한번의 발길질에 박걸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비명만 지를 뿐이다.한지훈은 그저 냉정한 표정으로 박걸을 내려다보았다.“그래? 그럼 기대해 볼게.”“이 오만한 자식아! 우리 박씨 가문이 운해에서 3대 명문가란 말이야! 박창그룹은 운해에서 자산이 수억에 달하는 3대 그룹 중 하나야. 그런데 네까짓 하찮은 강 씨 가무의 사위가 이렇게 나를 모욕해?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박걸은 격분하며 소리 질렀다.하지만 복부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자리에서 일어서지는 못하고 겨우 앉아있는 모습이었다.“수조가 대단해?”한지훈은 걸상을 끌어와 그의 맞은편에 무덤덤하게 앉아 무릎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군용 나이프를 꺼냈다.그 모습에 깜짝 놀란 박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대체 뭘 하는 거야?”“별거 아니야.”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었다. 살짝 올린 입꼬리는 너무 섬뜩했다.“첫째, 병원으로 가서 내 와이프에게 사과한다. 다친 직원은 물론 회사의 재물까지 두 배로 보상한다.”“둘째, 오군을 떠난다. 만약 내
박걸은 피로 흥건한 오른 다리를 움켜주고 바닥을 뒹굴며 거친 단어들을 내뱉었다.한참 방관하던 한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는 내 제안이 어때?”박걸은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이라고 한지훈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자신이 운해에서 잘나가는 도련님인 걸 모른 사람이 없고 누구나 허리를 굽신거렸다.하지만 이 하찮은 오군, 강씨 가문의 사위 따위가 자시의 오른쪽 다리를 병신 만들었다.너무 치욕스러웠다.이것은 도발이다.박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박걸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우리 박씨 가문은 절대 누구에게도 굴복할 수 없어!”“그래? 남자 답네! 하지만 언제까지 나불댈 수 있을까?”한지훈은 또다시 나이프를 휘둘렀다.“퍽!”나이프가 아주 무자비하게 그의 왼쪽 다리를 관통했다.그 순간, 박걸은 비명을 질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피로 문들 왼쪽 다리를 쥐고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극심한 고통으로 전에 가졌던 오만함이 사라졌다.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은 바라보며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한지훈이 또 움직이려 하자 그가 외쳤다.“아니, 아니, 그렇게 할게. 모두 할게. 지금 당장 가서 사과하고 두 배로 보상할 것이며 오군을 떠날게. 그러니 용서해 줘.”“응? 태도가 이렇게 한순간에 변한다고? 운해의 3대 명문가라 나를 죽여버린다며?”한지훈은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박걸은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리고는 아부를 떨었다.“난 죽어도 싸. 아깐 헛소리를 지껄인 거야. 그러니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어. 제발 한 번만 살려줘...”한지훈은 냉소를 지었다.“왜 일찍 이렇게 나오지 않은 거야? 너에 대한 충고이자 너의 가문에 대한 충고이기도 해. 만약 훗날 승복하고 싶지 않아 보복하고 싶다면 나, 한지훈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친 한지훈은 사무실을 떠났다.한지훈이 사라지고 나서야 저쪽 바닥에 쓰러져있던 비서가 달려왔다. 그녀는 구급차를 불렀고 박걸에 황급히 다가갔다.“대표
박걸이 돌아간 후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강우연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박걸이 휠체어에 앉아있었다.한지훈이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해도 강우연은 믿을 수 없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도리를 설명했어.”“도리요?”강우연은 얼어붙었다.도리가 아니라 주먹으로 말한 거겠지.장난스럽게 미소 짓는 한지훈에 강우연도 더 캐묻지 않았다. 그 후 이틀 동안 한지훈은 병원에서 강우연을 돌보고 한고운의 등교를 책임졌다.비교적 여우로운 시간들이었다.회사도 새로 리모델링 중이었다.어느날, 오후 한지훈이 병원을 나와 시장 보러 가는 길에 갑자기 군용 지프차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차에서 중위가 내렸고 한지훈에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우리 동팽정역 서효양 장교께서 총 지휘부에 와서 상의드릴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서효양?”눈살을 찌푸리던 한지훈은 중위를 한번 보고는 즉시 차에 올랐다.지프차는 오군 군용 공항에 도착했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한지훈은 강우연에게 전화를 걸어 일시적을 할 일이 생겨 반나절 동안 돌아가지 못하다고 핑계를 댔다.그리고 그는 헬기에 탑승해 곧장 동팽전역의 총 지휘부로 향했다.약 한 시간 후 헬기는 동팽전역 공항에 멈췄다.한지훈은 그 중위를 따라 지휘부로 이동했다.건물 안은 마치 큰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제복을 입을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쳤다.중위가 총지휘 실의 문을 열었다.“여깁니다.”전자 디스플레이로 가득 찬 벽면 앞에 호랑이를 등에 업은 듯한 포스를 자랑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군복을 입고 어깨에 황금색 별이 4개, 온몸에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강열한 기운 때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거리낌 없이 다가가 옆에 앉았다.“왜 부른 거야? 밥 사려는 것이라면 할 일이 있어서 사양할게.”서효양이 몸을 돌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나, 서효양이 북양구 총사령관에 한 끼 대접하려는데도 싫
한지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지도와 군사력이 배치된 상황을 살펴보았다.“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거야?”서효양은 한숨을 내쉬었다.“40%.”40%?한지훈은 침묵했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총지휘는 누구야?”“벨리라고 이국의 장군으로 크고 작은 전쟁에 수십 번 참전했고 평판이 괜찮은 사람이지.”서효양은 다시 말을 이었다.“게다가 호전적이어서 지난 며칠 동안의 작전도 그가 계획했어.”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효양을 바라보았다.“그럼 난 왜 찾은 거야?”서효양은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당연히 너의 도움이 필요해서지.”“뭘 해주면 돼?”한지훈이 물었다.서효양이 대답했다.“벨리가 자진해서 군대를 철수하게 만들어주면 돼.”한지훈은 어깨를 으쓱였다.“미안한데 난 이제 총사령관이 아니어서 아무런 권력도 없어. 내가 돕고 싶어도 도울 길이 없어.”서효양은 미소를 지으며 편지 하나를 건넸다.“읽어봐.”편지 내용을 확인한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더러 이번 작전을 총지휘하라고?”“그래, 용각의 뜻이이자 왕의 뜻이기도 해.”서효양은 뒷짐을 지며 덧붙였다.“이제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단 말이지.”한지훈이 미소를 지었다.“위기에 처한 나라가 날 필요로 한다면 당연히 망설이지 않아. 다만 총지휘란 자리는 나에게 너무 과분한 것 같아.”한지훈은 편지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의 뒷모습을 보던 서효양이 물었다.“어디로 가는 거야?”“그 대단하다는 장군을 만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러 가.”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건물을 빠져나갔다.서효양은 못 말리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용각에 전화를 넣었다.“한지훈이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령관 자리는 포기했습니다.”“알았어.”강만용은 짧게 응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신한군은 강만용을 바라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건가? 그 자식이 뭐라고 했나?”강만용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동의했지만 총사령관 직은 사양했네.”
벨리와의 만남은 바다의 작은 섬에서 이루어졌다.주변이 모두 순양선이었다.섬에 도착한 한지훈은 주위를 둘러본 후 협상 실로 들어갔다.이곳은 임시 협상 실이었으며 내부와 외부에 국인들이 경호하고 있었다.방은 크지 않았고 20~3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다.한지훈은 네 명의 아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반대편에 2 스타 3명과 3 스타 이국 장군이 앉아있었다.메인 자리는 비어있었다.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한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메인 자리에 착석했다.10분 정도 흐른 뒤 한지훈의 부하 한 명이 낮게 속삭였다.“이미 10분 지났는데 계속 기다리겠습니까?”눈살을 찌푸린 한지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용국에서 보낸 협상가가 이렇게 무례해도 되나요? 이렇게 가면 우리 이국은 뭐가 됩니까?”갑자기 2스타를 단 한 명이 차갑게 말했다.한지훈은 몸을 돌렸고 냉혈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무례? 그럼, 벨리장군은 왜 아직 안 보이죠? 약속 시간이 3시 반이고 이미 15분이나 지났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하하!”그 장군은 비웃으며 말했다.“벨리 장군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에요. 그분은 이국의 5 스타라고요. 당신의 총사령도 굽신거릴 수밖에 없는 존재죠.”“헛소리 집어치워! 우리 용국은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아.”“젠장! 좋은 마음도 없이 우리를 모욕하려 해?”“이번 협상 집어치워! 차라리 한판 붙는 게 낫겠어!”한지훈의 부하들은 분노가 치밀었다.현장의 분위기는 살벌했다,3명의 상대는 냉소를 지었다.“그럼, 어디에서 왔으면 그 길로 꺼지면 되겠어! 우리도 협상하고 싶지 않아.”“이!”“어딜 감히!”“어떻게 하실 겁니까?”한지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는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럼, 전쟁하겠다는 거지?”“하하하! 왜 이제야 무거운 거야? 겁이 나면 총사령관을 모셔 와 다시 협상해!”상대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벨리 장군께서는 반드시 용이도를 손에 넣고야 말겠다고 하셨어. 그러
한 군관이 즉시 반응하더니 중복하였다. 순간,그들은 모두 당황하였다. 잇달아 그중의 한 장군이 바로 벨리의 전화에 연결하더니 긴장한 말투로 “벨리장군, 사고가 터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전화 반대편에는 도도한 목소리가 차갑게 전해왔다. “당신들은 지금 그 용국의 담판관과 담판중이 아닌가? 무슨 사고가 터질 리가 있나?”“벨리장군, 대방은 떠나갔습니다.”“뭐라고? 그들이 감히 이토록 무례할 수가 있나? 설마 그들은 나의 세척의 항공모함 타격군이 그들에게 공격을 발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냐?”항공모함에 서있는 벨리는 현재 망원경을 들고 용국의 해안선과 용이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벨리장군, 상대방은, 이상하게도 저희랑 전투하는 것을 아예 꺼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담판에 참석한 담판관은, 용국의 북양구 총사령관…”이 말을 듣자마자 벨리는 멍해졌다. “뭐라? 북양구 사령관? 왜 이제야 나에게 통지를 하는 거야?”벨리는 화가 듬뿍 났고 눈에는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 북양구 사령관은 온 세상에 위세를 떨쳤고 이국 전역 내부에서도 그 전설이 돌아다닐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분은 불패의 부대의 상장군이며 각국 연맹 세력을 방어하고 만 명으로 이루어진 부대로 10만명의 적군을 소멸하였던 것이다. “지금 바로 용국에 연락해서 전하라! 우리는 다시 한번의 담판을 원한다고 말해!”벨리는 순식간에 명령을 내렸다. 반 시간 후, 한지훈과 벨리는 만나게 되었고 정식적인 회담을 진행하였다. 만나자마자 벨리는 웃음이 넘치는 얼굴로 다가가 한지훈과 포옹하며 “안녕하십니까? 북양구 사령관님!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로 반갑습니다! 저는 벨리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머리를 끄덕이더니 마주하여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전에는 저희가 홀대하였습니다. 사령관님께서 화를 푸시기 바랍니다.”한지훈은 차갑게 웃더니 “괜찮아요. 회담을 시작하시죠!”라고 말했다.벨리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저희의 목
사실 장월동 그조차도, 천산 장 씨 집안을 떠난 후 현재의 절진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큰 위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과거 그가 천산에 있을 당시, 역시나 천절진을 사용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위력은 매우 약했었다. 그러나 눈부신 전광과 굉음과 함께 한지훈을 덮치기 시작하는 토네이도의 모습에, 장월동은 이미 한지훈의 죽음을 확신했다. “쏴!”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의 별들이 빛을 번쩍이더니 한지훈이 오릉군 가시를 던지자 한줄기 유광이 토네이도의 중심으로 날려갔다. “찢어!”이내 한지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한 줄기 유광이 오릉군 가시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오릉군 가시는 순식간에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토네이도 속에서는 잇달아 비명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토네이도는 육안으로 보아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약화되었다. 장월동은 눈앞의 이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고, 그가 멍하고 있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날카롭게 곧장 그를 향해 날려갔다. 쿵! 이번만큼은 장월동의 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푸른 광막은 쉽게 뚫리게 됐고, 오릉군 가시는 바로 그의 왼쪽 어깨를 뚫었다. “푸!”이내 한 줄기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장월동의 몸은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갔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월동은 땅에 힘없이 떨어지게 됐고,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는 거의 질식할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온 그는 한 번도 이렇게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왼쪽 어깨 전체가 거의 부서진 상황이었다. 장월동이 땅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으로 그의 또 다른 어깨를 꽉 잡았다. “철컥!”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월동의 또 다른 한쪽 어깨도 깨져버렸다. “아악!”너무 아픈 나머지 장월동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쇼크 할 뻔하여, 몸을 끊임없이 벌벌 떨기도 했다. “한... 한지훈, 살려줘! 나... 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한지훈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암만 봐도 장 씨 집안은 확실히 탄탄한 바탕이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장월동은, 고층 건물 18층의 높이에서 지면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 광경을 목격한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비명을 질렀다. “아악! 누군가 위층에서 떨어졌어!”“다들 비켜요!”“얼른 앰뷸런스 불러요!”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때, 장월동은 힘껏 허리를 비틀어 겨우 발을 땅에 착지하였다. 하마터면 뒷걸음질 쳐 넘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그의 뒤에 있던 검은색 승용차를 한 손으로 짚고 나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바로 그때, 한지훈도 몸을 훌쩍 날려 18층 고층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다. 필경 장월동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설령 10여 층의 고층 건물에 아무런 반항 없이 떨어지게 되더라도 그에게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그 누구든지 일단 천왕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육체는 금강석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단단해지니까. 넘어지기는커녕, 포격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쉽게 다칠 일은 없게 된다. 그리하여 한지훈이 끝까지 쫓아온 것이었다. 장월동은 다시 또 다가오는 한지훈의 모습에,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한지훈! 설마 너 정말 나랑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거야!”그제야 장월동은 단단히 화가 폭발했다. 한지훈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반격을 당하게 됐으니, 장 씨 집안은 이미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게다가 지금의 한지훈은 더 이상 용서하지도 않고 기어코 그를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니 장월동의 내심 두려웠다. 지금으로선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남은 천절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직 펼쳐보지 못한 남은 천절진의 진법을 시전 하게 되면, 어쩌면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네 두 손은 이미 피로 가득 물들었잖아. 그러니 넌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그는 부자 상인들을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그
보라색 번개가 거침없이 창문으로 돌진하는 모습에, 한지훈은 두 눈을 살짝 감고는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안정시키기로 했다. 사실 한지훈은 동방 오우와 맞붙을 때도 비슷한 진법을 쓰긴 했지만, 장월동이 펼친 이러한 진법은 한지훈도 아직 파악해내진 못한 상황이었다. 오직 감각에 의해서만 발휘해 내는 진법은, 물론 동방 오우와 장월동에게 있어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지훈에게 남겨진 시간은 점점 짧아지기만 했다. 일단 보라색 번개를 맞게 되면, 설령 5성 용급 천왕계인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필경 천위는 인간이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뒤이어 보라색 번개가 룸을 덮치는 순간, 앞쪽에서 무릎 꿇고 있던 10여 명의 재계 거물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 장면만으로도 보라색 번개의 위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무자비하게 천지를 파괴하는 위력에 한지훈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다시금 공명감이 엄습하게 되자, 한지훈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내 한줄기 금빛이 한지훈의 가슴에서 솟아올랐다. 만연한 금빛에 한지훈은 갑자기 홀가분함을 느끼게 됐다. 곧이어 한지훈의 몸에서는 한 줄기 광막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동방 오우가 펼쳐 보였던 진법이었다. 비록 한지훈은 그중 일부만 배워냈을 뿐이었지만, 장월동의 진법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쾅!”바로 그때, 흰색의 기랑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지훈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담효운만이 금빛 광막 속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됐다. 그에 반면 무릎 꿇고 있던 나머지 부자 상인들은 거의 모두 피투성이가 되었다. “우르르!”“쾅쾅!” 연이은 번개가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몰려들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개는 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게 됐다. “아니...”방금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하던 장월동은, 뜻밖의 모습에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천절진의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위력은 천산 산기슭에 있는 수십
안타깝게도 천생 서문에는 삼절진에 관한 내용은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록은 매우 상세히 돼 있었다. 삼절진은 조룡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왔지만, 조룡 이후로는 더 이상 삼절진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자고로 삼절이란 바로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천절전이 가장 포악했고, 지절전이 가장 오묘했으며, 인절진이 가장 잔인했다. 장월동은 삼절진 중에서도 오직 천절진만을 수련해 왔었고, 그가 선보인 이 남색의 광막이 바로 천절진의 기운이었다. 이 기운은 심지어 천둥과 번개와도 같은 엄청난 위력과 효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 기운에 타격을 입게 되면, 그 어떤 만물이든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외에도 천절진은, 당시 금용왕이 펼친 진법과도 비슷한 점이 꽤나 많았다. “훗! 그래, 네가 영리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애석하게도, 넌 젊은 나이에 일찍 죽게 됐네!”장월동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하늘에서는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자고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천위였다. 그 어느 속박에도 얽매이지 않은 천위는 얼마든지 하늘과 땅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불길한 생각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고, 먼 허공에는 어두운 구름만 은은하게 모였다. 검은 먹구름들은 하늘과 해를 가렸고, 구름층 속에는 짙은 남색의 전광이 누비며 노닐고 있었다. “어?”“아니... 도련님, 저희 모두 결백합니다!”“도련님,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모두 도련님을 맞이하러 이곳까지 온 겁니다!”어느새 수십 명의 부자 상인들은 그의 기운에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깜짝 놀란 낙소종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먹구름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게 된 이상, 룸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살아나갈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한 선생님!”이내 담효운도 고개를 들어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이미 온몸이
장월동은 자신의 진법이 정말 효과를 거두고, 게다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까지 쉽게 튕겨낸 걸 보고는 갑자기 신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동안 집안의 어른들이 줄곧 이 진법을 열심히 연습해라고 충고를 한 이유를 그제야 깨닫게 됐다. 사실 장 씨 집안이 세속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단지 수천 년간 줄곧 조룡 묘지를 수호해 온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 씨 집안은, 조룡부터 시작하여 모든 오묘한 진법들을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룡이 남긴 진법은 그 위력을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5대 명산도 쉽게 등한시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그제야 장월동은 득의양양하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5성 룡급 천왕계와의 맞대결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쉬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 자신이 한지훈을 정말 과대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다시 한지훈의 손아귀로 돌아온 오릉군 가시는, 알 수 없는 강한 위력과 함께 다시 돌아오게 됐다. 예상치 못한 기운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굳힐 수 있었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장월동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당황함은 전혀 없고, 오히려 여유롭게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한 선생님, 괜찮으세요?”겨우 한 라운드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게 된 한지훈의 모습에, 담효운은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현재로선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대결이 시작되었기에 아직 승패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천산 장 씨 집안, 역시 내 예상 밖 실력이었어!”한지훈도 결코 이 강한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장월동 또한 동방 오우만큼 5성 용급 천왕계 경지까지 도달했다면, 오늘 정녕 누가 죽게 될지는 정말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장월동의 실력은 동방 오우에 비해 하늘땅만큼의 차이가 났다. 어쩐지 천생 서문의 기록에 따르면, 천산 장 씨 집안
“너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한지훈이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하자, 이내 한 그림자가 급히 달려와 한지훈의 팔을 꽉 잡았다. “한 선생님! 제발 화를 푸세요. 오늘 이 일은 오해일 수도 있잖아요. 괜히 손댔다가는 상상치도 못할 후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깜짝 놀란 여시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의 말대로 장월동과 한지훈 두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건드리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강릉에서 둘 중 한 명이라도 사고가 나게 되면 그 후과는 여시수가 책임져야 했다. “오해?”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장월동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이름을 사칭하고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돈 빼앗은 것도 모자라, 이젠 아무런 죄 없는 여자까지 창녀로 몰아넣으려 하잖아. 그런데 이것도 오해라고 할 수 있어?”이내 한지훈의 몸에서 기운이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하더니,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세가 순식간에 전부 열리게 됐다. 한지훈의 팔을 잡고 있던 여시수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여시수는 더 이상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만 지킬 수 있다면, 감옥에 가는 것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생각에 잠긴 여시수는 이내 두말없이 땅에서 일어나 방을 벗어났다. 곧 전쟁터가 될 이곳에서 그는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구경하고 있던 한 무리의 부자 상인들도 잇달아 입구로 피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리 가지는 않고 복도나 룸 입구에 선 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다들 과연 장 씨 집안 후계자가 더 대단한지, 아니면 한지훈이 한 수 위인지 보고 싶었다. 한편 한지훈의 몸에서 폭발한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운을 느끼게 된 장월동은,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때는 4성 천급 천왕계였던 한지훈이 어느새 5성 용급 천왕계의 존재가 될 줄은 몰랐다. 그 말은 즉, 천신의 경지까지 단 한 발자국 남았다는 것이다. 든든한 믿는 구석 덕분에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장월동의 모습과 달리, 그의 실력은 사실 그리
이내 한지훈과 담효운이 한걸음 한걸음 룸 안으로 들어섰고, 사람들은 일제히 머리를 돌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응?”영문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그저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앞에 똑같게 생긴 한지훈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담효운 또한 마찬가지로 멍해졌다. 여태 한 번도 마주 선 적 없었던 두 사람은 그동안 단지 서로에게 약간의 공통점이 있다고만 여겼다. 그러나 정작 마주한 순간, 그들은 비로소 서로의 깊은 유사성과 차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기운 그리고 기세조차도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그러나 장월동의 몸에 있는 기세는 더욱 도도하고 위엄감이 있는 반면, 한지훈은 다소 평화로워 보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여시수는 손에 술잔을 든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지훈을 마주한 장월동 또한 깜짝 놀랐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흥! 한지훈!”진짜 한지훈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 이상, 장월동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술잔을 들고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는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지훈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일 테지만, 장월동은 결코 평범한 명문가 도련님이 아니었다. 필경 그는 천산 장 씨 집안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약하다 하더라도 그의 실력은 평균 이상일게 뻔했다. 게다가 장월동은 장 씨 집안의 서열 2위의 후계자로서, 가문에서 중점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장월동 역시 심상치 않은 저력을 품고 있었다. “너 대체 누구야? 뭔데 나로 위장하고 다니는 건데!”한지훈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장월동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다가 이내 술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드디어 가면을 벗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월동은 그렇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헉!”장월동의 진짜 얼굴을 똑똑히 보아낸 여시수는 깊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이 얼굴, 그는 결코 낯설지 않았다. 천산 장 씨 집안은 비
한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스... 스카이 호텔에 있어. 하지만 네 마음은 잘 알겠는데, 이렇게 네가 허무하게 죽게 놔둘 수는 없어!”담창운은 머리를 돌리고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담효령도 간곡히 권고했다. “우연이나 지금 한창 임신 중인데 너한테 절대 사고가 나서는 안되지. 괜히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내가 대체 무슨 체면으로 우연이 얼굴을 봐!”“내가 말했지. 나 한지훈이라고!”그러자 한지훈이 정색하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그동안 그들이 만난 한지훈은 가짜라고 강조했다. 사실 담씨 집안사람들은 거의 모두 장월동을 한 번씩 본 적이 있다. 장월동의 기세, 그리고 각 방면의 기품으로 보아도 그는 한지훈과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이 젊은이가 바로 명성이 자자한 북양 왕 한지훈이라는 것은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효령아, 나도 데리고 가!” 한지훈은 병상에 누운 담효운이 더 이상 아무런 큰 문제가 없고 안정까지 되찾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돌려 담효령에게 말했다. “그게...”담효령이 한창 난처해하고 있을 무렵, 담효운이 병상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를 데리고 갈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랑 같이 죽으면 되지!”“효운아!”담효령은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었지만, 담효운은 이미 한지훈과 함께 아래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담창운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막으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설령 막는다고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뒤이어 담효령이 아래층까지 쫓아갔을 무렵, 한지훈은 이미 담효운을 데리고 스카이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담효령은 급한 나머지 발까지 동동 굴렀고, 이내 급히 비서를 소환하여 차를 타고 다짜고짜 쫓아갔다. 한편 그 시각, 스카이 호텔 천자 1호의 대통령 스위트룸에서는 강릉의 고위 간부들이 차례대로 장월동에게
그 말을 들은 집사는 급히 몇 사람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뛰어올랐다. “둘째 아가씨! 아가씨 얼른 문 열어요!” 곧이어 위층에서는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둘째 아가씨 방문이 열리지 않는데요!”집사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뛰어 내려와 초조하게 말했다. “그럼 뭘 기다려, 얼른 문을 부수고 열어야지!”담창운은 급해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후회하며 가슴을 치게 됐다. 사실 담효령이든 담효운이든 그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손녀들이었다. 다만 애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였기에 그동안 항상 투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손녀가 정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창운은 크게 후회됐다. 한지훈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담씨 집안 하인 몇 명을 한꺼번에 밀치고는 방문을 걷어찼다.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담효운의 목에는 천이 묶인 채 몸은 공중에 높이 걸려있었다. “어? 둘째 아가씨...”집사가 막 나서려 하자, 한지훈이 먼저 방으로 뛰여 들어 손을 들어 담효운을 풀어주었다. 어느새 담효운의 몸은 좀 차가워졌다. 한지훈은 급히 손을 뻗어 담효운의 맥박을 살폈다. 담효운의 맥상은 이미 매우 미약하게 뛰고 있어 10분만 늦었더라도 저승길을 갈 뻔했다. “아가씨! 둘째 아가씨!”이내 하녀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담효운을 침대에 눕혔지만, 그들이 어떻게 불러도 담효운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곧이어 담창운과 두 중년 남자도 방문에 다가섰다. 그중 한 중년 남자는 쏜살같이 담효운의 침대 앞에 달려들어 초조하게 소리쳤다. “효운아! 담효운! 너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나한테 딸은 너 한 명뿐인데!”“효운아!”담창운은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와, 침대에 누워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담효운을 보면서 통곡하고 말았다. “만약 이대로 정말 죽게 된다면, 당신들 모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한지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