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무장군, 어떻게 오셨습니까?"원지용은 바삐 일어나 허리를 굽히며 무림국에게 말했다.무림국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원지용을 지나 바로 주위에 앉은 다음 싸늘하게 말했다. "원 선생, 당신이 방금 이 일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찢어버리겠다고 말했었죠?"이 말을 들은 원지용은 식은땀을 흘리며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습니까. 무 장군께서는 농담을 참 잘 하시는군요, 장군님께서 틀림없이 잘못 들으셨을 것입니다."퍽!무림국은 책상을 맨 손으로 부시며 소리쳤다. "당신의 뜻은 저, 무림국이 늙어서 귀가 안 좋다는 건가요?"두근!원지용은 놀라서 무릎을 꿇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 무 장군, 정말 오해십니다. 저, 저는 방금 전에 잠시 분개했을 뿐입니다. 배후의 사람이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원지용은 지금도 믿기 어려웠다. 이 일의 배후의 사람이 남용구 흑용 총사령관 옆의 제1 부장군, 무림국이라니!이거 어떡하지?원씨 가문 장로 몇 명은 이 무림국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도 될지 모르지만, 그는 감히 그럴 담이 없었다.몇 년 전 한 세가의 자식이 무림국에게 무례를 저질러, 무림국이 데려온 만명의 군사들에 의해 가문 전체가 평정된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무림국은 행동파에, 성격도 독한 사람이었다.어디 그 뿐인가, 그는 남용구에서의 지위도 낮지 않았다.아니, 그냥 흑용 총사령관에 버금가는 사람이라고 할수 있었다.강북이 바로 남용구가 관할하는 성 중 하나였다.그래서 무림국이 지금 이곳에 나타난 것에 대해 원지용은 매우 당황했다."흥!"무림국은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원 선생, 당신이 나 대신 원씨 가문에게 전해주시오, 강북 길씨 가문의 일은 흑용 총사령관의 뜻이라고. 길씨 가문이 강북에서 나쁜일을 적게 저지르지 않아 흑용 총사령관께서 일찍부터 길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어요. 오늘 일어난 일은 그저 시작에 불과해요, 앞으로 길씨 가문의 성원들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 말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르신, 우리 원씨 가문은 용국의 4대 명문가로서 종래로 그 어떤 군주도 두려워한 적 없어요.”“그래요! 그저 작디작은 남령구의 군주일 뿐이잖아요? 우리 원씨 가문은 용국에 큰 업적을 남겼고 오랜 역사를 기록하고 있어요.”“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현재 용국은 변했어요. 특히 국왕은 우리 4대 가문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한 지역의 군주와 충돌이 생기면 국왕이 노할 것이고 심지어 연쇄 반응을 일으킬 거예요.”몇몇 어르신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생각에 잠겼다.잠시 후 그 어르신은 책상을 내리치며 결심한 듯 말했다.“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결단을 내릴게요. 오늘부터 우리 원씨 가문은 흑용 총사령관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강북에서 물러나겠어요.”“어르신, 안 돼요. 우리는 강북에 오랜 세월 동안 공을 들여 겨우 입지를 다졌어요. 고작 흑용 총사령관 때문에 포기한다고요?”“정 안되면 제가 그분을 찾아 잘 말해볼게요. 난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맞아요. 우리가 강북을 포기하면 거액의 투자자금도 포기하는 거예요.”어르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됐어! 모두 알고 있는 사실들이야. 하지만 가주가 계시지 않으니, 누가 흑용 사령관에게 맞설 수 있겠어? 이대로 전쟁을 하고 싶은 거야?”“그게...”모두 대답이 없었다.흑용 사령관과 전쟁을 선포하면 죽으러 가는 거나 다름없다.아무리 강한 원씨 가문이어도 가주가 나서지 않는 한 힘을 겨룰 수 없었다.“거액의 투자자금은 없던 일로 치면 돼.”어르신은 냉담하게 말했다.회의는 끝났다.원지용도 원씨가문이 강북을 철수하겠다는 답변을 공식적으로 받았다.이 결정에 원지용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이렇게 쉽게 물러나?믿을 수 없다.흑용 총사령관의 위험은 실로 어마어마했다.그날 밤, 원지용은 그길로 강북을 떠났고 길씨 가문을 철저히 포기했다.같은 시각, 강북의 어느 한 비밀스러운 찻집.찻집 전체는 중무
“멸망이요?”그의 말은 남령의 흑용 총사령관마저 몸을 떨게 했다. 그의 얼굴이 매우 심각해졌다.어디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거지?상대는 용왕의 4대 가문중 하나였다.총사령관이라 해도 한 개 가문을 멸망시키겠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한다.그것은 용국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4대 가문은 용국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모든 영역에 4대 가문의 그림자가 빗겨있다.“농당이 아닌 거죠?”흑용은 다소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나에 대해 잘 알지 않아요?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하던가요?”흑용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원한이라도 있는 거예요?”“피의 원한.”차갑게 대답하는 한지훈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한지훈의 분노를 읽은 흑용이 눈썹을 치겨 올렸다.“알겠어요.”“친구로서 하는 말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만큼 쉬운 상대는 아니에요.”한지훈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한가지 얘기해 줄까요?”“뭐죠?”흑용이 물었다.“오늘 국왕이 나를 불러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아요?”한지훈은 담담하게 물었다.흑용은 고개를 저었다.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국왕은 이미 4대 가문에 불만을 품고 있어요.”긴장한 흑용은 얼굴이 경직되었다.“그럼, 국왕이 4대 가문에 대항할 준비를 하고 있단 말이에요?”한지훈: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고 그저 추측일 뿐이에요.”흑용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찌 되었든 스스로 조심해요.”“고마워요.”한지훈은 미소로 화답했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려는데 흑용이 갑자기 말했다.“꼭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그게 뭐죠?”한지훈이 반문했다.“일전에 한씨 가문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흑용은 눈살을 찌푸렸다.“한씨 가문이요?”한지훈은 의아해했다.“정확히 말하면 천용 원수에 대한 거예요.”흑용은 진지한 표정이었다.천용 원수?할아버지?!한지훈의 표정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흑용을
“고마워요. 돌아오면 술 한잔 대접할게요.”한지훈은 자리를 떠났다.호텔에 돌아온 한지훈은 흑용이 보낸 주소로 흑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진짜 흑뢰에 갈려는 거예요?”용린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흑뢰에 들어본 적 있는 극악무도한 죄수가 아니라면 거기에 갇힐 리 없다.게다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수다.성문을 지키는 간수들까지 모두 무신 급 실력자들이다.그리고 장군급 실력자들이 4명이나 있다고 한다.홀로 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한지훈 피가 들끓는 느낌이었다.“반드시 가야 해요. 할아버지가 만약 아직 살아계신다면 꼭 구해야 해요.”“그럼, 저도 같이 가요.”용린이 덧붙였다.“용인도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라고 할게요.”“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남아서 대신 다음 일을 마무리해야 해요.”한지훈은 목소리를 깔았다.그는 이미 자신만의 계획을 세운듯하다.“하지만...”용린이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한지훈은 물러가라는 신호를 보냈다.늦은 밤, 한지훈은 홀로 방안에서 원씨 가문에 대한 결본을 떠올렸다.회상은 밤새도록 계속되었다.한지훈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다음 날 정오가 되었다.“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한지훈은 시계를 보았다.결본의 내용은 고전 무술과 고전 의학에 대한 것이어서 그는 매우 흥미를 느꼈다.“의술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한번 찾아가 봐야 겠어.”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한지훈이 손짓하자 몇 미터 밖에 있떤 모기들이 은침을 맞고 벽에 못 박혔다.그의 눈썰미와 침술은 아주 놀라웠다.오후, 한지훈은 강북을 떠났고 남은 일은 모두 심천하에게 맡겼다.이제 길씨 가문이 없으므로 하여 강북은 찬도가 크게 바뀌었다.그날, 심천하는 길씨 가문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했고 강북에서 새롭게 승격한 가문 중 하나가 되었다.같은 시각, 오 군으로 돌아온 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강우연의 새 회가사 타 지방에서 온 재벌 2세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다.상대
서은정의 말에 한지훈은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에게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강우연은 서은정을 흘기며 다급히 해명했다.“아니에요. 당신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강우연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한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됐고, 병원에서 푹 쉬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말을 마친 한지훈은 병원을 나섰다.그는 먼저 회사에 가서 상황을 살폈다.말 그대로 모든 것이 부서져 있었다.현장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직원들의 핏자국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아무 말 않고 있는 한지훈의 얼굴이 점점 험하게 일그러졌다.박걸, 운해 박씨 가문.똑똑히 기억하겠어.감히 오군에서 강우연에게까지 찝쩍거렸다고?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흑뢰로 떠나기 전, 한지훈은 반드시 강우연 주위의 모든 위험요소들을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한지훈은 곧장 박걸이 오군에서 설립한 회사로 향했다.같은 시각, 박씨 그룹의 오군 지사의 대표방에는 젊고 잘생긴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었다.그는 옆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강우연 회사 쪽은 잘 처리했어?”비서는 재빨리 대답했다.“대표님의 분부대로 회사를 부쉈고 그녀도 다쳐서 입원했어요.”“뭐라고?”그 말을 들은 박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의 뺨을 후려쳤다.“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고 내가 말했잖아! 그녀는 내 여자라고! 지금은 어떤 상태야? 심각해?”비서를 볼을 감싸며 말을 더듬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우연 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그저 이마를 살짝 스친 것뿐입니다.”비서의 말에 박걸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별일 없도록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이마에 흉터라도 남는다면 네 얼굴을 망쳐버릴 거니까.”비서는 식은땀을 닦으며 대답했다.“대표님, 강우연의 남편이 돌아왔다고 했어요.”“할 일 없이 빈둥대기만 한다던 남편 말이야? 돌아왔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 그놈 주제에 나, 박걸과 감히 맞서
“뭐라고? 이 자식아, 죽고 싶어? 우리 대표님이 네가 보겠다고 볼 수 있는 존재야?”“경고하는데 빨리 꺼지는 게 좋은 거야. 안 그러면 후회할지도 몰라.”오만함으로 가득 찬 두 경비원은 손에 든 진압봉을 휘두르며 한지훈의 머리를 노렸다.“퍽!”하지만 지압봉은 한지훈에게 잡혔다.“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태도로군. 보통 사람이었다면 너의 이 한대에 뇌진탕, 심지어 아예 맛이 갔을 수도 있었겠지.”한지훈은 분노하며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진압봉을 부러뜨렸고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따.그 광경에 두 경비원은 바보가 되었다.그것은 강철로 된 진압봉이었다.그런데 상대는 맨손으로 그것을 부러뜨렸다.너무 끔찍했다.두 경비원은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났다.“당신, 뭐 하려는 거야! 여기는...”“퍽!”경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의 주먹이 그의 가슴에 날아가 꽂혔다.시끄러운 마찰음과 함께 그 경비는 저만치 날아가 떨어지며 뒤에 있던 유리문을 깨뜨렸다. 그러더니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나머지 경비는 너무 놀라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었다.“한 번만 봐주세요. 전 그저 경비일 뿐이고 집에서는 연로하신 부모님에 갓 태어난 아기가 있어요...”한지훈은 차갑게 노려보며 물었다.“박걸이 어디 있어?”경비가 대답했다.“대표실에 있어요.”한지훈은 한걸음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마침, 대표실 안에서 박걸이 그 한마디를 뱉고 있었다.“웃기지도 않아! 고작 귀향한 군인일 뿐이야. 감히 우리 회사에 침입한다면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벌컥!”거대한 소음과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박걸과 비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은 겁에 질려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문밖에서 살기로 가득한 실루엣이 나타났다.“당신, 누구야? 어떻게 감히 여길 마음대로 들어오는 거야! 당장 나가!’비서가 나서며 한지훈에 화를 냈다.하지만!“으드득!”한지훈은 비서의 손가락을 분질렀다.“악! 내 손가락...”90도로 꺾인 손가락을 움켜쥔 비서는 비명을 지르
이 말에 박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격분했다.강우연의 남편, 한지훈?별 볼 일 없는 쓰레기잖아?그런데 감히 회사에 쳐들어오고 비서를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숨을 헐떡일 정도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다.박걸은 고통스러워하며 한지훈의 어깨를 쳤다.“이거, 놔, 놔라고...이건 살인이야! 난 박씨 가문의 도련님이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하찮은 오군의 강씨 집안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눈살을 찌푸린 한지훈은 손을 들어 박걸을 던져버렸다.바닥에 쓰러진 박걸은 목을 잡고 기침하며 심하게 헐떡였다.“넌 죽어 마땅해! 난 박걸이야! 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지 못했는데 네가 처음이야!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소리 지르던 박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한지훈은 발을 들어 박걸의 복부를 걷어찼다. 박걸은 저 멀리 날아가 테이블과 소파를 쓰러뜨렸다.단 한번의 발길질에 박걸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비명만 지를 뿐이다.한지훈은 그저 냉정한 표정으로 박걸을 내려다보았다.“그래? 그럼 기대해 볼게.”“이 오만한 자식아! 우리 박씨 가문이 운해에서 3대 명문가란 말이야! 박창그룹은 운해에서 자산이 수억에 달하는 3대 그룹 중 하나야. 그런데 네까짓 하찮은 강 씨 가무의 사위가 이렇게 나를 모욕해?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박걸은 격분하며 소리 질렀다.하지만 복부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자리에서 일어서지는 못하고 겨우 앉아있는 모습이었다.“수조가 대단해?”한지훈은 걸상을 끌어와 그의 맞은편에 무덤덤하게 앉아 무릎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군용 나이프를 꺼냈다.그 모습에 깜짝 놀란 박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대체 뭘 하는 거야?”“별거 아니야.”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었다. 살짝 올린 입꼬리는 너무 섬뜩했다.“첫째, 병원으로 가서 내 와이프에게 사과한다. 다친 직원은 물론 회사의 재물까지 두 배로 보상한다.”“둘째, 오군을 떠난다. 만약 내
박걸은 피로 흥건한 오른 다리를 움켜주고 바닥을 뒹굴며 거친 단어들을 내뱉었다.한참 방관하던 한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는 내 제안이 어때?”박걸은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이라고 한지훈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자신이 운해에서 잘나가는 도련님인 걸 모른 사람이 없고 누구나 허리를 굽신거렸다.하지만 이 하찮은 오군, 강씨 가문의 사위 따위가 자시의 오른쪽 다리를 병신 만들었다.너무 치욕스러웠다.이것은 도발이다.박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박걸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우리 박씨 가문은 절대 누구에게도 굴복할 수 없어!”“그래? 남자 답네! 하지만 언제까지 나불댈 수 있을까?”한지훈은 또다시 나이프를 휘둘렀다.“퍽!”나이프가 아주 무자비하게 그의 왼쪽 다리를 관통했다.그 순간, 박걸은 비명을 질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피로 문들 왼쪽 다리를 쥐고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극심한 고통으로 전에 가졌던 오만함이 사라졌다.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은 바라보며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한지훈이 또 움직이려 하자 그가 외쳤다.“아니, 아니, 그렇게 할게. 모두 할게. 지금 당장 가서 사과하고 두 배로 보상할 것이며 오군을 떠날게. 그러니 용서해 줘.”“응? 태도가 이렇게 한순간에 변한다고? 운해의 3대 명문가라 나를 죽여버린다며?”한지훈은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박걸은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리고는 아부를 떨었다.“난 죽어도 싸. 아깐 헛소리를 지껄인 거야. 그러니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어. 제발 한 번만 살려줘...”한지훈은 냉소를 지었다.“왜 일찍 이렇게 나오지 않은 거야? 너에 대한 충고이자 너의 가문에 대한 충고이기도 해. 만약 훗날 승복하고 싶지 않아 보복하고 싶다면 나, 한지훈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친 한지훈은 사무실을 떠났다.한지훈이 사라지고 나서야 저쪽 바닥에 쓰러져있던 비서가 달려왔다. 그녀는 구급차를 불렀고 박걸에 황급히 다가갔다.“대표
사실 장월동 그조차도, 천산 장 씨 집안을 떠난 후 현재의 절진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큰 위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과거 그가 천산에 있을 당시, 역시나 천절진을 사용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위력은 매우 약했었다. 그러나 눈부신 전광과 굉음과 함께 한지훈을 덮치기 시작하는 토네이도의 모습에, 장월동은 이미 한지훈의 죽음을 확신했다. “쏴!”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의 별들이 빛을 번쩍이더니 한지훈이 오릉군 가시를 던지자 한줄기 유광이 토네이도의 중심으로 날려갔다. “찢어!”이내 한지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한 줄기 유광이 오릉군 가시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오릉군 가시는 순식간에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토네이도 속에서는 잇달아 비명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토네이도는 육안으로 보아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약화되었다. 장월동은 눈앞의 이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고, 그가 멍하고 있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날카롭게 곧장 그를 향해 날려갔다. 쿵! 이번만큼은 장월동의 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푸른 광막은 쉽게 뚫리게 됐고, 오릉군 가시는 바로 그의 왼쪽 어깨를 뚫었다. “푸!”이내 한 줄기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장월동의 몸은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갔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월동은 땅에 힘없이 떨어지게 됐고,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는 거의 질식할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온 그는 한 번도 이렇게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왼쪽 어깨 전체가 거의 부서진 상황이었다. 장월동이 땅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으로 그의 또 다른 어깨를 꽉 잡았다. “철컥!”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월동의 또 다른 한쪽 어깨도 깨져버렸다. “아악!”너무 아픈 나머지 장월동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쇼크 할 뻔하여, 몸을 끊임없이 벌벌 떨기도 했다. “한... 한지훈, 살려줘! 나... 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한지훈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암만 봐도 장 씨 집안은 확실히 탄탄한 바탕이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장월동은, 고층 건물 18층의 높이에서 지면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 광경을 목격한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비명을 질렀다. “아악! 누군가 위층에서 떨어졌어!”“다들 비켜요!”“얼른 앰뷸런스 불러요!”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때, 장월동은 힘껏 허리를 비틀어 겨우 발을 땅에 착지하였다. 하마터면 뒷걸음질 쳐 넘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그의 뒤에 있던 검은색 승용차를 한 손으로 짚고 나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바로 그때, 한지훈도 몸을 훌쩍 날려 18층 고층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다. 필경 장월동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설령 10여 층의 고층 건물에 아무런 반항 없이 떨어지게 되더라도 그에게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그 누구든지 일단 천왕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육체는 금강석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단단해지니까. 넘어지기는커녕, 포격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쉽게 다칠 일은 없게 된다. 그리하여 한지훈이 끝까지 쫓아온 것이었다. 장월동은 다시 또 다가오는 한지훈의 모습에,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한지훈! 설마 너 정말 나랑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거야!”그제야 장월동은 단단히 화가 폭발했다. 한지훈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반격을 당하게 됐으니, 장 씨 집안은 이미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게다가 지금의 한지훈은 더 이상 용서하지도 않고 기어코 그를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니 장월동의 내심 두려웠다. 지금으로선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남은 천절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직 펼쳐보지 못한 남은 천절진의 진법을 시전 하게 되면, 어쩌면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네 두 손은 이미 피로 가득 물들었잖아. 그러니 넌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그는 부자 상인들을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그
보라색 번개가 거침없이 창문으로 돌진하는 모습에, 한지훈은 두 눈을 살짝 감고는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안정시키기로 했다. 사실 한지훈은 동방 오우와 맞붙을 때도 비슷한 진법을 쓰긴 했지만, 장월동이 펼친 이러한 진법은 한지훈도 아직 파악해내진 못한 상황이었다. 오직 감각에 의해서만 발휘해 내는 진법은, 물론 동방 오우와 장월동에게 있어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지훈에게 남겨진 시간은 점점 짧아지기만 했다. 일단 보라색 번개를 맞게 되면, 설령 5성 용급 천왕계인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필경 천위는 인간이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뒤이어 보라색 번개가 룸을 덮치는 순간, 앞쪽에서 무릎 꿇고 있던 10여 명의 재계 거물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 장면만으로도 보라색 번개의 위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무자비하게 천지를 파괴하는 위력에 한지훈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다시금 공명감이 엄습하게 되자, 한지훈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내 한줄기 금빛이 한지훈의 가슴에서 솟아올랐다. 만연한 금빛에 한지훈은 갑자기 홀가분함을 느끼게 됐다. 곧이어 한지훈의 몸에서는 한 줄기 광막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동방 오우가 펼쳐 보였던 진법이었다. 비록 한지훈은 그중 일부만 배워냈을 뿐이었지만, 장월동의 진법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쾅!”바로 그때, 흰색의 기랑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지훈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담효운만이 금빛 광막 속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됐다. 그에 반면 무릎 꿇고 있던 나머지 부자 상인들은 거의 모두 피투성이가 되었다. “우르르!”“쾅쾅!” 연이은 번개가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몰려들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개는 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게 됐다. “아니...”방금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하던 장월동은, 뜻밖의 모습에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천절진의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위력은 천산 산기슭에 있는 수십
안타깝게도 천생 서문에는 삼절진에 관한 내용은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록은 매우 상세히 돼 있었다. 삼절진은 조룡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왔지만, 조룡 이후로는 더 이상 삼절진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자고로 삼절이란 바로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천절전이 가장 포악했고, 지절전이 가장 오묘했으며, 인절진이 가장 잔인했다. 장월동은 삼절진 중에서도 오직 천절진만을 수련해 왔었고, 그가 선보인 이 남색의 광막이 바로 천절진의 기운이었다. 이 기운은 심지어 천둥과 번개와도 같은 엄청난 위력과 효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 기운에 타격을 입게 되면, 그 어떤 만물이든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외에도 천절진은, 당시 금용왕이 펼친 진법과도 비슷한 점이 꽤나 많았다. “훗! 그래, 네가 영리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애석하게도, 넌 젊은 나이에 일찍 죽게 됐네!”장월동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하늘에서는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자고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천위였다. 그 어느 속박에도 얽매이지 않은 천위는 얼마든지 하늘과 땅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불길한 생각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고, 먼 허공에는 어두운 구름만 은은하게 모였다. 검은 먹구름들은 하늘과 해를 가렸고, 구름층 속에는 짙은 남색의 전광이 누비며 노닐고 있었다. “어?”“아니... 도련님, 저희 모두 결백합니다!”“도련님,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모두 도련님을 맞이하러 이곳까지 온 겁니다!”어느새 수십 명의 부자 상인들은 그의 기운에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깜짝 놀란 낙소종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먹구름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게 된 이상, 룸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살아나갈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한 선생님!”이내 담효운도 고개를 들어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이미 온몸이
장월동은 자신의 진법이 정말 효과를 거두고, 게다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까지 쉽게 튕겨낸 걸 보고는 갑자기 신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동안 집안의 어른들이 줄곧 이 진법을 열심히 연습해라고 충고를 한 이유를 그제야 깨닫게 됐다. 사실 장 씨 집안이 세속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단지 수천 년간 줄곧 조룡 묘지를 수호해 온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 씨 집안은, 조룡부터 시작하여 모든 오묘한 진법들을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룡이 남긴 진법은 그 위력을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5대 명산도 쉽게 등한시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그제야 장월동은 득의양양하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5성 룡급 천왕계와의 맞대결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쉬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 자신이 한지훈을 정말 과대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다시 한지훈의 손아귀로 돌아온 오릉군 가시는, 알 수 없는 강한 위력과 함께 다시 돌아오게 됐다. 예상치 못한 기운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굳힐 수 있었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장월동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당황함은 전혀 없고, 오히려 여유롭게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한 선생님, 괜찮으세요?”겨우 한 라운드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게 된 한지훈의 모습에, 담효운은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현재로선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대결이 시작되었기에 아직 승패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천산 장 씨 집안, 역시 내 예상 밖 실력이었어!”한지훈도 결코 이 강한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장월동 또한 동방 오우만큼 5성 용급 천왕계 경지까지 도달했다면, 오늘 정녕 누가 죽게 될지는 정말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장월동의 실력은 동방 오우에 비해 하늘땅만큼의 차이가 났다. 어쩐지 천생 서문의 기록에 따르면, 천산 장 씨 집안
“너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한지훈이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하자, 이내 한 그림자가 급히 달려와 한지훈의 팔을 꽉 잡았다. “한 선생님! 제발 화를 푸세요. 오늘 이 일은 오해일 수도 있잖아요. 괜히 손댔다가는 상상치도 못할 후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깜짝 놀란 여시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의 말대로 장월동과 한지훈 두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건드리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강릉에서 둘 중 한 명이라도 사고가 나게 되면 그 후과는 여시수가 책임져야 했다. “오해?”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장월동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이름을 사칭하고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돈 빼앗은 것도 모자라, 이젠 아무런 죄 없는 여자까지 창녀로 몰아넣으려 하잖아. 그런데 이것도 오해라고 할 수 있어?”이내 한지훈의 몸에서 기운이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하더니,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세가 순식간에 전부 열리게 됐다. 한지훈의 팔을 잡고 있던 여시수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여시수는 더 이상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만 지킬 수 있다면, 감옥에 가는 것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생각에 잠긴 여시수는 이내 두말없이 땅에서 일어나 방을 벗어났다. 곧 전쟁터가 될 이곳에서 그는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구경하고 있던 한 무리의 부자 상인들도 잇달아 입구로 피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리 가지는 않고 복도나 룸 입구에 선 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다들 과연 장 씨 집안 후계자가 더 대단한지, 아니면 한지훈이 한 수 위인지 보고 싶었다. 한편 한지훈의 몸에서 폭발한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운을 느끼게 된 장월동은,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때는 4성 천급 천왕계였던 한지훈이 어느새 5성 용급 천왕계의 존재가 될 줄은 몰랐다. 그 말은 즉, 천신의 경지까지 단 한 발자국 남았다는 것이다. 든든한 믿는 구석 덕분에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장월동의 모습과 달리, 그의 실력은 사실 그리
이내 한지훈과 담효운이 한걸음 한걸음 룸 안으로 들어섰고, 사람들은 일제히 머리를 돌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응?”영문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그저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앞에 똑같게 생긴 한지훈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담효운 또한 마찬가지로 멍해졌다. 여태 한 번도 마주 선 적 없었던 두 사람은 그동안 단지 서로에게 약간의 공통점이 있다고만 여겼다. 그러나 정작 마주한 순간, 그들은 비로소 서로의 깊은 유사성과 차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기운 그리고 기세조차도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그러나 장월동의 몸에 있는 기세는 더욱 도도하고 위엄감이 있는 반면, 한지훈은 다소 평화로워 보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여시수는 손에 술잔을 든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지훈을 마주한 장월동 또한 깜짝 놀랐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흥! 한지훈!”진짜 한지훈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 이상, 장월동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술잔을 들고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는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지훈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일 테지만, 장월동은 결코 평범한 명문가 도련님이 아니었다. 필경 그는 천산 장 씨 집안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약하다 하더라도 그의 실력은 평균 이상일게 뻔했다. 게다가 장월동은 장 씨 집안의 서열 2위의 후계자로서, 가문에서 중점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장월동 역시 심상치 않은 저력을 품고 있었다. “너 대체 누구야? 뭔데 나로 위장하고 다니는 건데!”한지훈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장월동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다가 이내 술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드디어 가면을 벗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월동은 그렇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헉!”장월동의 진짜 얼굴을 똑똑히 보아낸 여시수는 깊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이 얼굴, 그는 결코 낯설지 않았다. 천산 장 씨 집안은 비
한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스... 스카이 호텔에 있어. 하지만 네 마음은 잘 알겠는데, 이렇게 네가 허무하게 죽게 놔둘 수는 없어!”담창운은 머리를 돌리고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담효령도 간곡히 권고했다. “우연이나 지금 한창 임신 중인데 너한테 절대 사고가 나서는 안되지. 괜히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내가 대체 무슨 체면으로 우연이 얼굴을 봐!”“내가 말했지. 나 한지훈이라고!”그러자 한지훈이 정색하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그동안 그들이 만난 한지훈은 가짜라고 강조했다. 사실 담씨 집안사람들은 거의 모두 장월동을 한 번씩 본 적이 있다. 장월동의 기세, 그리고 각 방면의 기품으로 보아도 그는 한지훈과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이 젊은이가 바로 명성이 자자한 북양 왕 한지훈이라는 것은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효령아, 나도 데리고 가!” 한지훈은 병상에 누운 담효운이 더 이상 아무런 큰 문제가 없고 안정까지 되찾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돌려 담효령에게 말했다. “그게...”담효령이 한창 난처해하고 있을 무렵, 담효운이 병상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를 데리고 갈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랑 같이 죽으면 되지!”“효운아!”담효령은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었지만, 담효운은 이미 한지훈과 함께 아래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담창운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막으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설령 막는다고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뒤이어 담효령이 아래층까지 쫓아갔을 무렵, 한지훈은 이미 담효운을 데리고 스카이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담효령은 급한 나머지 발까지 동동 굴렀고, 이내 급히 비서를 소환하여 차를 타고 다짜고짜 쫓아갔다. 한편 그 시각, 스카이 호텔 천자 1호의 대통령 스위트룸에서는 강릉의 고위 간부들이 차례대로 장월동에게
그 말을 들은 집사는 급히 몇 사람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뛰어올랐다. “둘째 아가씨! 아가씨 얼른 문 열어요!” 곧이어 위층에서는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둘째 아가씨 방문이 열리지 않는데요!”집사는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뛰어 내려와 초조하게 말했다. “그럼 뭘 기다려, 얼른 문을 부수고 열어야지!”담창운은 급해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후회하며 가슴을 치게 됐다. 사실 담효령이든 담효운이든 그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손녀들이었다. 다만 애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였기에 그동안 항상 투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손녀가 정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창운은 크게 후회됐다. 한지훈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담씨 집안 하인 몇 명을 한꺼번에 밀치고는 방문을 걷어찼다.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담효운의 목에는 천이 묶인 채 몸은 공중에 높이 걸려있었다. “어? 둘째 아가씨...”집사가 막 나서려 하자, 한지훈이 먼저 방으로 뛰여 들어 손을 들어 담효운을 풀어주었다. 어느새 담효운의 몸은 좀 차가워졌다. 한지훈은 급히 손을 뻗어 담효운의 맥박을 살폈다. 담효운의 맥상은 이미 매우 미약하게 뛰고 있어 10분만 늦었더라도 저승길을 갈 뻔했다. “아가씨! 둘째 아가씨!”이내 하녀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담효운을 침대에 눕혔지만, 그들이 어떻게 불러도 담효운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곧이어 담창운과 두 중년 남자도 방문에 다가섰다. 그중 한 중년 남자는 쏜살같이 담효운의 침대 앞에 달려들어 초조하게 소리쳤다. “효운아! 담효운! 너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나한테 딸은 너 한 명뿐인데!”“효운아!”담창운은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와, 침대에 누워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담효운을 보면서 통곡하고 말았다. “만약 이대로 정말 죽게 된다면, 당신들 모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한지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