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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장

“어, 안녕하세요! 우리 또 보네요!” 젊은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며 해원이 말했다.

“아, 네..” 도윤은 뒤의 문을 닫으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 배낭을 내려 놓으며 도윤은 빈 테이블로 향하다가 우연치 않게 해원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도윤이 자리에 앉자, 해원이 말했다. “좀 전에 저희 기차에서 얘기 좀 했던 거 기억해요? 그때 너무 재밌어서 제가 그때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바로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제가 보기에 하늘에서 제 마음을 읽었나 봐요!”

“해원아 그만 해. 지금 식사하러 오셨는데 그만 방해해.” 해원의 언니인 해진이 해원의 발을 톡톡 차며 예의를 갖추라고 눈치를 보냈다.

“맞아, 누나. 왜 전화번호까지 물어보고 그래?” 태훈이 덧붙여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도윤은 그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해원이 말한 것처럼, 도윤은 기차에 있었을 때 손씨 남매 세 명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때, 손 씨 남매는 도윤의 바로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태훈은 도윤 옆에 앉아 있는 80세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에 창가 쪽 자리가 마음에 안 들었다. 노인은 가는 길 대부분의 시간 동안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자고 있었고 태훈은 그의 잠든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태훈은 도윤에게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부탁했다. 도윤은 처음엔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태훈은 도윤에게 물어보면서 10만원을 건넸다.

그가 조금 더 예의 바르고 착하게 물어봤더라면 도윤은 어찌 됐든 자리를 바꾸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윤 쪽으로 10만원을 건네는 모습을 본 순간, 도윤은 태훈의 요청을 완전히 무시했다.

만약 해원이 태훈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태훈은 도윤과 싸움을 시작하려 했을 것이다.

시간이 좀 흐르고, 해원은 도윤에게 대화를 걸었다. 도윤은 과거에 이동을 너무 많이 해봤기 때문에, 더 이상 성남시와 용인시만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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