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은 배 씨 가문 가장의 가장 자랑스러운 딸이자 배씨 가문의 2인자였다. 사실, 그녀의 위치는 채라의 아빠보다 훨씬 더 견고했다.그 사실 만으로도, 지연이 얼마나 유능하고 끼가 많은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었다.그녀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지연은 자신의 아버지가 선미를 납치했다는 사실에 확신을 했지만 어떻게 그녀를 찾아낸 건지는 도통 감이 안 잡혔다.“도윤아, 나는 배 씨 가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주 잘 알아. 가문 내에 여러 복잡한 내부 문제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버지가 선미를 납치한 사람이라면, 나는 아버지가 선미한테 해를 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아서 안심이 돼. 문제는 다른 배 씨 가문 사람들이라면 말이 달라져…”“하하! 이 모든 일이 내가 수십 년 전에 쏘아 올린 공에서 비롯된 거라니! 아버지는 분명 후회하실 테지만, 그 성질은 분명 똑같을 거야! 아직도 내가 먼저 나서서 사과하길 바라시고 있는 건가?” 지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 저희 어쩌죠? 선미가 그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이상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도윤이 머리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어쨌거나, 선미는 생물학적으로 그의 사촌이었다. 똑같은 이씨 가문 사람이었다.게다가, 선미를 이 곳에 데려온 사람이 도윤이었다. 자신 때문에 선미가 많은 사건 사고를 겪는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이 대표님, 제 생각에는 저희가 그 사람들 집을 침입해서 선미양을 구하는 건 어떨까요?” 재하와 재균이 동시에 말했다.“안 돼요. 당신들이 유능하다는 건 잘 알지만 다 따져보면, 두 분이서 저희 아버지 부하 4명을 무너트릴 수는 없을 거예요. 한 가지 명심해야 될 점은, 배 씨 가문은 이 씨 가문과 싸움 상대가 충분이 됩니다. 우리 몇 명이서 침입하는 건 말이 안돼요!” 지연이 대답했다.그 말을 듣자, 두 남자는 민망해서 고개를 숙였다.“…그러면, 선미양을 그대로 둬야 할 까요? 구하지 않고요?” 재균이 물었다.“그건 당연히
“애가… 지 엄마를 닮아서 고집은! 흠… 아직 채라가 장세아 위치는 파악 못한 게야? 그 지연이 개인 하녀 말이야. 일단 선미를 최대한 설득해 봐. 그리고, 아무도 선미가 여기 있다는 거 알면 안돼. 채라도 포함해서! 말이 새어나갔다간, 너희 다 죽을 줄 알아! 나가봐!” 그 말을 듣자, 의사들은 겁을 먹어 몸을 떨며 후다닥 나갔다.그들이 나가자, 용섭은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일어서더니 멍하니 벽을 바라보았다.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선명한 추억은 사랑하는 딸, 지연과 공공연히 관계를 끊었던 때였다.그는 지연을 배씨 가문에서 쫓아냈다. 그는 가문 규정에 대해서는 엄격했지만 그 순간 그녀를 떠나 보낸 것을 후회했다.지연을 찾아내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해왔다. 자신 옆에 두는 것까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소중한 자신의 딸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만약 살아 있다면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그것만으로 충분했다.하지만, 수십년이 지났지만, 그는 지연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항상 용모를 단정히 했던 용섭은 3일 후면 80살이었다. 그는 원래라면 더 젊어 보이는 게 맞았지만 같은 나이대에 매일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용섭은 그저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다시는 지연을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신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난데없이 연호의 아빠, 선승범이 그에게 전화를 했고 지연과 똑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말을 해 주었다.배 씨 가문은 입김이 꽤 셌기에 그 소식을 듣자, 지연과 그녀의 손녀의 행방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너가 날 싫어하는 거 안다, 지연아… 하지만 삼일 뒤에 내 생일인데.. 날 보러 와 주면 좋겠다..” 용섭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중얼거렸다.이러고 있는 동안, 한 하녀가 손에 박스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방 안에는 한 여자 아이가 침대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하녀는 그녀를 보자,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셋째 아가씨, 여기 정말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배대표님의 명령이에요!” 보디가드가 필사적으로 여자를 막아서며 말했다. 들어가려는 여자는 20대로 보였다. “와 대박! 나, 배가인이 지금 여기 배씨 가문 저택에서 못 들어가는 곳이 있다는 거야? 언니들은 이미 날 싫어해. 그런데 지금 할아버지도 나를 배척한다는 거야 지금? 너가 못 들어가게 하면 할수록 더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 보고 싶어지니까 얼른 비키지 못해?” 가인이 보디가드를 옆으로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겉보기에도 화려했고 1960년대 유럽 귀족 스타일로 보이는 고전 가구들이 곳곳에 있었다. 할아버지 방을 제외하고 저택 전체에서 이런 화려함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방이었다.가인은 할 일이 없을 때마다 종종 이 방에 와서 둘러보곤 했다. 다른 배 씨 가문 사람들처럼 가인은 종종 이 방으로 자신의 방을 옮기는 상상을 하곤 했다.그녀의 고모가 이 방을 썼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가인은 가문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누군가 지금 이 방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누가 이 방에 살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녀를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예고 없이 그녀가 들이닥치자 선미와 세아 둘 다 당황했다. 세아는 누군가 그렇게 불쑥 찾아올 줄 몰랐다. “너… 누구야? 낯이 익는데..” 가인은 선미를 보고 말을 했다.“나… 내 이름은 고선미야!”“선미? 배 씨 가문에서 본 적이 없는데, 내 말이 맞지?” 가인이 선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물었다.세아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아 셋째 아가씨 맞죠? 배 대표님께서 선미 양에게 잠시 이 곳에 머물면서 상처를 치료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하! 나도 그건 알거든! 그냥 왜 하필 이 방에서 쉬라고 한 건지를 모르겠다는 거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어쨌거나, 잠깐 나가 있어 줄래? 개인적으로 고선미 씨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채라는 주제에 상관없이 피상적인 지식을 항상 싫어했다.이 때문에, 그녀는 새로운 단서를 찾기 위해 민지와 함께 고모의 방에 들어가 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 곳에서 가인이를 마주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누군가 그 방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자, 그녀의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이 곳에서 머물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우리 몰래 들어가서 방 안 한번 보는 거 어때, 채라야?” 민지도 점점 궁금해져서 물었다.“성급하게 행동하지 마. 일단 지금은 나가자. 조만간 할아버지 생신 연회가 열리는데 이런 식으로 할아버지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채라가 걸어 나가기 시작하며 대답했다. 말을 하면서도 사실 그녀는 민지보다 더 궁금해했다.약 이틀 뒤…“내가 말한 재료들 다 챙겼어? 좀 이따가 한번 더 확인해. 밤에 꾸미고 장식할 때 써야 하니까 빠지는 물품이 있어서는 안돼. 우리 때문에 행사가 내일로 미루어지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30대 여자가 다소 어려 보이는 남자들에게 말을 했다.“그럴게요, 작은 사모님!” 젊은 남자들이 바로 대답했다.“그나저나, 노스베이에서 온다던 쉐프들은 한참 더 있다가 요리 시작할거야. 그리고 연예인들 대접하는 게 정말 힘들어. 그 사람들 지금 카드 놀이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을 거야! 이따가 한 명 한 명 잘 대접해 드려!”“문제없습니다!”의문 속에 젊은 남자는 다름 아닌 도윤이었다.지연의 파워는 아직 안 죽었었다. 그녀는 모든 곳에 인맥이 있었다.이틀 전, 재하, 재균과 몇몇 사람들이 아무 문제없이 이 팀에 합류 했다.매년 열리는 생일 연회에서 그러하듯, 배씨 가문은 유명한 지역 쉐프들 뿐만 아니라 연회에 연예인들도 초대하였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서비스를 도울 안내원들 즉 잡역인들이 필요했다.아주 부유한 가문이었기에, 이 행사에서 배씨 가문은 비교할 수 없는 부와 화려함을 보여 주었다. 도윤이 속해 있는 팀의 엄청난 사람들 수만으로도 그를 증
그 여자는 연아였다!그는 정말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그 모든 일 후에, 도윤은 연아가 노스베이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방송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인턴십을 하러 그 곳에 가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였다.하지만, 여기서 그녀를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나저나, 너가 지금 있는 그 바닥에 떨어진 것 좀 치워줄 수 있어? 고마워!” 도윤이를 심지어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다른 여자애가 말했다.“그래!”지연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재하와 재균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반면 도윤이는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잡역부 역할로 배정이 되었다! 단순 심부름을 하는게 정말 도윤이의 운명이었을까? 그럼에도,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도윤이에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연아야, 그냥 고난과 역경에서 오는 작은 휴가라고 생각 해. 어쨌든, 불운한 기억으로 가득한 성남시를 간신히 떠나왔잖아. 이제 노스베이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거라고! 누가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어? 원래 모든 게 다 너 거여야 했어! 만약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다면 우리도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화장을 계속 지우며 다른 여자 애가 말했다.그들을 힐끔 보며, 도윤은 대부분의 여자들은 공통적으로 낮에 화장을 하고 밤에 화장을 지우는 사실을 느꼈다.“이제 그 얘긴 그만하자, 현희야. 내가 겉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가슴 속 깊이 후회로 가득 차 있어. 맨 처음에 걔한테 내 인상이 좋아서 후회 감정을 안 느끼는 게 쉽지 않아. 걔가 다른 사람들한테 다정하기도 하고 꽤 훈훈하게 생기기도 했잖아. 그런데 너무 가진 게 없었어! 언제부터 인지 왜 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걔가 너무 싫어졌어!”그러고 연아는 화장 지우는 것을 멈췄다. 눈썹 연필로 손에 낙서를 하며 머리를 화장대에 기댔다.“현희야, 너는 가끔 여자들 마음이 진짜 이상한 것 같지 않냐? 걔가 부자가 된 후에야 내가 조금씩 걔를 좋아하기 시작한 게 아니
연아처럼 자존심이 강한 여자에게는 그 일은 당연히 큰 상처로 남았다.도윤은 이 일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었다.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는 그들이 부탁한 포도주 두 병을 가지러 나왔다.놀랍게도, 그 둘이 술을 마시고 와인에 취하기 시작하자, 현희는 도윤에게 그들의 짐가방을 싸는 것을 도와 달라고 했다.그가 마치 개인적으로 그들의 일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연아는 잡생각들을 하느라 그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 둘의 짐을 다 쌌을 때쯤, 포도주 두 병은 비어져 있었다.연아는 이때 분명 술에 취해 있었지만, 계속 와인을 더 마시자고 고집했다. 도윤은 그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도윤이 마침내 떠날 준비가 되자, 연아는 몸을 움츠리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그녀는 분명 술을 너무 빨리, 그리고 많이 마신 듯했다. 현희도 두 번째 병을 비울 때쯤 이미 잠을 자러 들어갔고 이제 의식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마시자! 더 마시고 싶어!” 연아가 흐느끼며 말했다.도윤은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그런 연아의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로 다가가면서 그가 도움을 주는 것은 죄책감 때문이지 애정이 아니라고 스스로 되뇌었다.“어쨌든, 연아가 나만 아니었어도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팔로 그녀를 벌쩍 들어올리며, 도윤이 말했다. “그래, 이만하면 오늘 많이 마셨어… 내일도 할 일이 있잖아. 그니까 빨리 들어가서 쉬어!”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막 이불을 덮어주려고 할 때 연아가 갑자기 도윤이의 손목을 잡았다.“이..도윤…? 정말 너야…?” 연아가 흐릿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사람 잘못 보셨어요!” 도윤은 황급히 연아의 손을 잡아 떼며 말했다.“너, 결국 나를 보러 와 줬구나…! 너한테 할 말이 많아… 아직 가지 마! 제 말, 내 말 좀 들어줘!” 연아가 술 취한 사람 치고는 놀랍게도 꽉 움켜쥔 채로 말을 이어했다.도
연아가 눈을 뜨자 이른 아침이었다.전날 밤에 포도주를 너무 많이 마셨지만 머리가 아픈 대신 가슴이 두근거렸다.머리를 흔들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일어나 앉았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직감이 바로 들었다. 이불을 옆으로 제쳐 두며 그녀는 자신이 본 것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현희야! 현희야!”“무슨 일이야, 연아야..?” 연아의 고함소리에 현희가 잠에서 깨면서 다소 비틀거리며 대답했다.“어젯밤에 술 마실 때 나 다른 옷 입고 있지 않았어? 봐! 나 왜 지금 잠옷 입고 있는 거지? 너가 나 갈아 입힌 거야?” 연아가 물었다.“…아니, 난 아닌데… 나는 어젯밤에 너무 많이 마셔서 기절했어… 너 아직 술 덜 깬 거 아니야…? 누가 너를 잠옷으로 갈아입히겠…. 잠깐, 만약 누가 너 옷 갈아 입힌 거라면, 전에 입고 있던 옷들은 벗겨야 될 거 아니야, 맞지?” 현희는 연아에게 몸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하면서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그래,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어젯밤에 너가 스스로 잠옷으로 갈아입은 건 아니라는 거 확실한 거지?”연아는 대답으로 눈썹을 찡그렸다. 말이 하나도 안 되잖아!“기억이 안나…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꾸긴 했는데… 꿈에서, 도윤이가 나를 침대에 옮겨서 눕혔어. 그리고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나! 아 나 지금 너무 불안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연아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몸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안심했다.짐을 싸기 위해 침대에서 나왔을 때, 여전히 수많은 의문들이 쏟아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지 간에 지금은 생일 연회로 가는 게 더 중요했다.한편, 도윤, 재하, 재균은 자신들이 이끄는 무리를 데리고 행사장으로 갈 준비가 되었다.도윤은 여전히 어젯밤 행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연아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본인뿐만 아니라 도윤이 쪽으로 토를 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러고나서
당연히 승범은 아들의 결혼에 대해 배씨 가문 사람들에게 물어볼 뻔뻔함도 용기도 없었다. 어쨌던 배 씨 가문은 선 씨 가문의 주요한 협력 가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성대한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승범은 마음을 먹고 마침내 그것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대답으로 용섭은 인상을 썼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그는 말했다. “채라와 연호의 결혼을 제안하는 겁니까?”“글쎄, 우리 채라가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요. 결국 결혼은 젊은 사람들이 지들끼리 해결한 문제지요! 이런 일은 애들끼리 알아서 하게 놔둬야 합니다!”이 말을 듣자 승범은 자신의 제안이 간접적으로 거절당한 것임을 알았기에 약간 서운했다. 어쨌거나 용섭의 손녀는 자신의 아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부모로서, 저희가 당연히 아이들의 혼사에 관여해야지요. 배대표님, 대표님이 제안을 해 주신다면, 채라가 어쩔 수 없이 따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애들한테 있어 저희의 명령이 법만큼 중요하니까요. 혹시 채라의 짝으로 저희 연호가 성에 안 차신다면… 혹시 연호가 배씨 가문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감정을 누르며 승범이 단호하게 물었다.“하하하! 그런게 절대 아니요!” 용섭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때, 서재 문이 열리더니 채라가 걸어 들어왔다.“여기 손님들 목록이랑 오늘 행사 스케줄입니다. 할아버지, 한번 확인해 주세요”오늘 채라의 주요 임무는 행사 담당이었다.“탁자에 놓고 가거라. 너가 맡아주니 안심이다”“그나저나, 채라야. 마침 잘 왔다! 배대표님과 내가 지금 너 얘기 중이었거든!” 승범이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네? 제 얘기를 하는 중이셨다고요, 승범 삼촌? 영광이네요!” 채라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 배 대표님이랑 너랑 연호의 결혼 문제에 대해 의논 중이었어… 너도 더 이상 어린 나이는 아니잖니 채라야. 너도 미래랑 결혼에 대해서 생각할 때지! 너랑 연호가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지냈고 너희 둘이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승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