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제약을 인수해.”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그러나 이 말에 예우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엄진우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안강제약을 인수하라고? 농담하는 거 아니지?”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제경에 도착하면 윤휘를 만나. 내가 보내서 안강제약을 인수한다고 말하면 돼.”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우림은 몇 번 심호흡을 하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어떻게 그런 일을 해낸 거야? 그건 안강제약이라고!”예우림은 놀라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알고 싶어? 그럼 오늘 밤 침대에서 천천히 얘기해줄게.”엄진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순간 예우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변태 같으니라고!”그녀는 핀잔을 주며 말했다.“알고 싶지 않으면 됐고.”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설 듯 몸을 움직였다.“알고 싶지, 하지만 오늘 밤에는 다른 일이 있어.”예우림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밤에는 진짜 중요한 일이 있었다.“무슨 일?”엄진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내 할아버지랑 아버지를 가둬두었잖아. 아까 전화가 왔는데, 할아버지가... 아마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했어. 어쨌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니까.”이 일을 말할 때 예우림의 얼굴에는 그다지 슬픔이 없었다.예흥찬과 예정국, 예정명 이 세 사람이 저지른 일로 인해 예우림은 깊은 상처받았었다.“그래, 그럼... 여기서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겠네.”엄진우는 짓궂게 웃으며 사무실 문을 잠그고 커튼을 내렸다.“미쳤어? 여기 사무실이야!”예우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정식으로 하긴 힘들겠지만 이자부터 좀 받아야지. 마침 요즘 내가 좀 욕구불만이야.”엄진우는 예우림의 머리를 눌러 그녀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곧 예우림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예우림은 물티슈로 붉게 부은 입술을 닦으며 입안이 아픈 듯 볼을 부풀리며 매섭게 엄진우를 노려보았다.“엄진우, 이 나쁜 놈아!”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서둘
엄진우는 거리를 걷다가 많은 사복 요원이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그들은 꽤 자연스럽게 위장하고 있었지만 엄진우의 한눈에 그들이 요원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자세나 긴장된 근육을 보면 그들이 경계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때 한 사복 요원과 엄진우가 눈이 마주쳤다.그 사복 요원은 나이가 꽤 어려 보였는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그는 엄진우를 한 번 쓱 훑어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왔다.“수련자야?”엄진우는 자기가 수련자임을 들킨 것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자기의 기운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날 따라와.”엄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복 요원은 엄진우에게 따라오라고 했다.그를 따라 한쪽으로 가니 사복 요원은 기록부를 꺼냈다.그 기록부에는 이미 여러 수련자의 정보가 적혀 있었는데 모두 외지인들이었다.“치안 시스템 소속인가? 난 창해시 본토 사람이야. 계속 이곳에 있었으니 굳이 기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기록하라면 기록해! 말이 많네.”하지만 그 남자는 차가운 얼굴로 호통을 쳤다.“화가 많네.”엄진우는 화내지 않고 그들이 자기의 직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가볍게 웃었다.“웃지 마! 너희 같은 수련자들은 자기가 수련자라는 이유로 날뛰면서 법을 어기기 일쑤지. 창해시에 왔으면 얌전히 있어. 똑똑히 지켜볼 거야.”그는 엄진우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보아하니 수련자들에 대해 불만이 많아 보이네. 하지만 모든 수련자가 네가 말하는 것처럼 그런 건 아니야.”엄진우는 기록부를 받아 들고 자기의 정보를 적으며 차분히 말했다.“내 손에 걸린 수련자 중에 죄를 저지르지 않은 놈은 없었어. 너도 내 손에 걸리지 않도록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그동안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두고 보겠어.”그는 엄진우에게서 기록부를 받아 들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손 들어! 몸수색이야!”엄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몸수색은 좀 과한 것 같은데?”이때 이미 많
“허우성, 괜찮아?”곧 그의 지원 인원들이 도착했다.허우성은 어깨가 아직도 약간 아팠지만 고개를 저었다.“바로 저놈이야!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해.”허우성은 엄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지원 요청을 보낸 상황에서 엄진우가 도망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너무나도 오만하게 느꼈다.“나는 떳떳한데 왜 도망가겠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처음부터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도망을 쳤다간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될 것이고 허우성 같은 열혈 청년은 자칫 잘못하면 자기를 수배령에 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정말 떳떳하다면 왜 검사를 거부했지?”한 사람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난 창해시 본토 사람이야. 정보 등록하라니까 이미 했는데도 몸수색을 강요했어. 당신들한테 이런 권한을 준 사람이 누구지?”엄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반문했다.그 말을 들은 남자는 허우성을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만약 문제가 없다면 몸수색을 한다고 해도 그게 뭐가 문제지? 문제만 없다면 그냥 보내줬을 텐데.”또 다른 사람이 까칠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고 엄진우는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럼 내가 여기 서 있을 테니까 정말 자신 있으면 한 번 수색해 봐.”엄진우는 두 손을 뒤로 하고 경멸하듯 말했다.“저놈을 잡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우성은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허우성이 움직이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공격을 시작했다.특이 사건 처리청에 들어갈 정도면 그들 역시 꽤 높은 수련을 쌓은 자들이었다.하지만 이들은 다른 수련자들과 달리 공식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엄진우 앞에서는 그야말로 상대도 되지 않았다.한 번의 접전 만에 그들은 모두 엄진우에게 제압당해 쓰러졌다.“빨리! 대장을 불러!”“우리는 상대가 안 돼!”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무슨 일이야.”이때 중년 남자가 급하게 달려왔다.그 중년 남자를 본 허우성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대장님, 잘 오셨습니다...”허우성이 말을 꺼내자마자
장준식이 말한 대로 허우성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다.허우성의 부모님은 모두 공장 노동자로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생활에는 문제가 없었다.그러나 그가 일곱 살이던 해 뜻밖의 재앙이 그를 덮쳤다.두 수련자가 도심 한복판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그 싸움의 여파로 허우성의 집이 무너졌다.그때 겨우 일곱 살인 허우성은 아버지에게 꼭 껴안긴 채로 보호받고 있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집의 붕괴로 인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후에 그 두 수련자는 용국 정부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미 깨져버린 가족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그때부터 허우성의 마음속에는 수련자에 대한 증오의 씨앗이 심어졌다.그는 경찰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여러 시험을 거쳐 결국 특이 사건 처리청에 들어갔다.그의 목표는 세상의 모든 불법 수련자를 처벌하는 것이었다.“이렇게 가다간 결국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거예요. 잘 상담해 줘야 합니다.”엄진우는 더는 허우성과 다툴 마음이 없어 말을 끝내자마자 떠났다.엄진우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장준식은 허우성 앞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허우성은 장준식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잠시 후 이를 악물며 장준식의 손을 잡았고 끌려 일어섰다.“저분이 누군지 알아?”장준식은 허우성에게 담배를 주며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저 사람 대단한 사람인가요? 설령 대단한 사람이라 해도 우리를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허우성은 담배를 받지 않고 반문했다.“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수련자 중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고. 며칠 전 연쇄 살인 사건을 저분이 해결했어. 저분이 수많은 가정과 수십 명의 동료를 구했고 혼자서 두 순혈 혈족을 잡았어. 너라면 할 수 있겠어? 더군다나 희생된 동료의 복수를 위해 혼자서 혈족을 전멸시켰다고! 이런 일을 우리 특이 사건 처리청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장준식이 일련의 질문을 던졌다.허우성은 멍하니 장준식을 바라보며 얼어붙었다.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가?세상의 수련자 중에서 이렇게 영웅적인
예우림은 문을 밀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소리를 듣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예정국과 예정명이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외모 변화가 너무 커서 예우림은 깜짝 놀랐다.예정국과 예정명은 별장에 머문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마치 10년은 늙은 것처럼 구레나룻은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 있었다.“우림아, 드디어 왔구나!”예정국이 일어나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기 뭐 하러 왔어? 형님, 이런 무정한 사람이 온다고 해도 아버지 몸만 더 망칠뿐이야!”예정명은 콧방귀를 뀌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예우림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바로 무시해 버렸다.“아버지, 왜 이렇게 변했어요?”예우림은 복잡한 표정으로 예정국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다 네 덕분 아니겠어!”예정명이 차갑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후... 나도 이제 마음을 비웠어. 최근에 네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됐어.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기만 하면 다른 건 다 부질없는 거야.”예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기뻐요.”이 말을 듣고 예우림의 눈가가 붉어졌다.만약 가능했다면 가족과의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싶었다.하지만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가족을 가둔 것이다.“예전엔 내가, 그리고 할아버지가 잘못했다. 우리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예정국은 예우림에게 다가가 머뭇거리다가 팔을 벌려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아버지...”참았던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리자 예우림은 아버지를 꼭 껴안았다.“가자! 네 할아버지를 보러 가자. 네 할아버지가 널 보면 틀림없이 기뻐하실 거야!”예정국은 예우림을 놓고 눈물을 훔치며 그녀를 이끌고 위층으로 향했다.예정명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뒤따랐다.예흥찬을 보자 예우림의 몸이 저절로 떨렸다.침대에 누워 있는 예흥찬은 온몸에 관을 꽂고 있었고 말라비틀어진 몸은 너무도 연약해 보였다.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을 뜨는 것조차
곧 의료팀이 별장에 도착했다.이 의료팀은 풍화메디칼 산하에 속한 팀이었다.그들은 빠르게 예흥찬의 전신 검진을 마쳤다.결과를 받은 후 의사는 예우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우림은 의사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확실히 폐암 4기이며 전신 장기들이 쇠약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의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결과를 듣자 예우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치료할 가능성은 없습니까?”예우림이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의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렵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찾자면 메이요 클리닉에 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이 최근 폐암 치료에 대한 표적 치료 방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전 세계 자원자를 모집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한 사람당 이미 2천억 달러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폐암 환자들은 기술이 성숙해서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까요.”임상시험이기 때문에 메이요 클리닉의 의료팀을 국내로 불러서 예흥찬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즉, 그를 해외로 보내 치료받게 해야 했다.이 부분이 예우림을 망설이게 만들었다..2000억 달러가 아까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예흥찬을 해외로 치료받으러 보낸다면 예정국과 예정명이 따라가서 그를 보살펴야 한다는 점인데 예우림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예우림은 정신을 차리고 의사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할아버지, 방금 물어봤는데 의사 말로는 메이요 클리닉에서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곧 메이요 클리닉과 연락해서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예우림이 말했다.어떤 일이 있더라도 치료 가능성이 있는데도 가족을 눈앞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이 말을 듣자 예흥찬의 눈에 기쁨이 번졌다.“정말 의사가 그렇게 말했느냐?”“네, 그러니 할아버지께서는 꼭 잘 회복하셔야 해요. 제가 할아버지의 해외 치료를 전부 준비할 테니 할아버지께서는 몸만 편히 회복하시면 됩니다.”예우림은 미소 지으며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쯤 되면 거절하기에는 너무 비정해 보였다.하지만 그녀 마음속에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고 여전히 예정국과 예정명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할아버지, 일단 메이요 클리닉과 연락해 임상 시험 자격을 확보한 후에 다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예우림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흥찬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쨌든 가족이 곁에 없으면 이 병도 치료하고 싶지 않아. 죽을 때 가족이 하나도 없이 외롭게 가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그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예우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별장을 떠났다.“정명아, 정말 이 약으로 모든 검사를 피할 수 있을까?”예우림이 떠난 후 예정국은 예정명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형님, 여러 번 말했잖아요. 이건 위조가 아니에요. 이 약은 정말로 아버지를 폐암에 걸리게 만들 수 있어요!”예정명은 다소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럼 그 해독제는 효과가 있을까?”예정국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는 예흥찬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 마요. 이 약과 해독제는 내가 큰돈을 주고 산 거예요.”예정명은 자신감 있게 웃으며 말했다.“메이요 클리닉과 연락했어? 결과는 어때?”차로 돌아온 예우림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예 대표님, 이미 연락했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에서 마지막 한 명액을 수락했습니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5일 후 시작이라 3일 이내에 환자를 보내야 하고 하루는 전신 검사를 위해 남겨두어야 합니다.”비서가 대답했다.“알았어.”전화를 끊고 예우림은 차 안에서 오랫동안 침묵하며 고민했다.결국 그녀는 남아 있는 마지막 감정과 신뢰를 믿기로 결정했다.“티켓 세 장 예약해 줘. 일정 정보는 나중에 보낼게.”그녀는 결국 예정국과 예정명이 예흥찬을 동반해 메이요 클리닉에 보내기로 했다.이틀이 빠르게 지나갔다.별장을 나선 예정국과 예정명은 특별히 기뻐 보였다.예우림의 차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즉시 얼굴의 미소를 거두었다
예우림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당신 어디야? 회사에 갔더니 당신 며칠째 출근 안 했다 하더라고. 제경 쪽 안강제약도 당신이 팀을 이끌고 가서 인수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 근데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예 대표님이 이제 안강제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엄진우의 농담에 예우림은 눈을 희번덕거렸다.그 회사는 용국의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고 시가총액은 지성그룹보다도 더 높다.“요즘 집안일로 바빴어.”예우림의 목소리는 약간 피곤하게 들렸다.“집안일? 아, 맞다. 당신 며칠 전에 어르신이 아프다고 했지. 괜찮아? 심각해?”엄진우가 말했다.“폐암 4기래. 의사가 말하기를 3개월 이상은 못 간대.”예우림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지금 어디서 치료받고 있어?”그가 물었다.“메이요 클리닉에서 폐암 치료를 위한 표적 요법이 개발돼서 치료 가능성이 좀 있다네. 그래서 임상시험 자리를 사서 할아버지를 메이요 클리닉으로 보냈어.”예우림이 대답했다.“이미 갔어?”엄진우는 다소 의심스러웠다.이 모든 것이 너무 우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방금 비행기에 태워 보냈어. 왜,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예우림은 그의 어조에서 약간의 의혹을 감지하고 물었다.“그 병이 가짜이지 않을까 의심이 돼서.”엄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럴 리는 없어. 풍화메디칼에 검사를 맡겼으니까. 정말 폐암 말기야.”예우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알기로는 폐약단이라는 약이 있어. 이 약을 복용하면 폐가 암으로 변하고 며칠 이내에 해독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말기로 발전해 치료가 불가능해.”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그 말에 예우림은 놀라 멈칫했다.“그... 그럴 리가 없잖아? 할아버지가 어떻게 자기 몸으로 그럴 수 있겠어? 단지 감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어르신이 모른다면?”엄진우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럼 지금 어쩌지?”예우림은 혼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