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간만에 산에서 내려왔는데 며칠 더 있을 수 없어요? 날마다 새도 안 오는 곳에서 속세를 떠난 고인 행세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 죽겠어요.”칠선 중 한 명이 입을 열자마자 속세를 떠난 고인의 이미지는 순간 깨져버렸다. “하하, 이제는 예씨 가문이 우리 뒷배를 봐주는데 굳이 산속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겠어?”칠선의 맏형이 웃으며 말했다.일곱 사람은 모두 같은 종문에서 사형제 관계였으며 당시 난세 중에 종문이 멸망하고 이들만 우연히 살아남았다.평소 명상과 수련만 하던 이들은 생계를 유지할 방법조차 없었다. 그러다 일곱이서 고민 끝에 아예 강도질을 하기로 했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난세가 끝나고, 용국은 안정을 되찾았다. 용국 궁정이 범죄자들을 숙청하기 시작하자, 일곱 사람은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 잠잠해지면 다시 내려올 계획이었다.하지만 그들이 예전에 습격해 죽인 집안에서 대종문에 입문한 어린아이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산에 숨어있게 되었다.일곱 사람은 확실히 수련 재능이 뛰어나 산속에서 수련이 급격히 항상 되었다.나중에는 아예 칠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산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속여왔다.하지만 그 원수의 행방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감히 하산하지 못했다.마지막으로 그 원수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수련계에서 손꼽히는 고수였다.세월이 지나 그는 더욱 강해졌을 터였다.말을 나누던 중 일곱 사람은 화산 정상에 서 있는 엄진우를 발견했다.“젠장, 나보다 더 잘난 척하는 놈이 있다니! 제일 싫어하는 게 나보다 더 잘난 척하는 놈들이야!”칠선 중 장선이 침을 뱉고는 바로 손을 내질렀다.장풍이 휘몰아쳤다!엄진우는 가볍게 몸을 날려 그 장풍을 피했다.다만 그의 발밑에 있던 거대한 바위는 그 장풍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이게 그 유명한 철선의 풍모란 말인가? 한마디 인사도 없이 공격을 하다니?”엄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너 같은 꼬맹이에게 뭘 더 말할 필요가 있겠나? 윤씨 가문은 이제
육선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그들은 백 년 동안 수련해 왔고 60, 70년 전부터 강호를 누비며 횡포를 부려왔다.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도 일곱이 힘을 합치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 자신들은 무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대일 싸움에서 한 꼬맹이에게 한 방에 이렇게 처참히 당할 줄이야!“넌 어디서 나온 괴물이냐? 이름을 대라!”칠선 중의 맏형, 검선이 검을 뽑아 들고 끊임없이 신음하는 장선 앞에 서며 엄진우를 노려보았다.얼굴을 젊게 유지할 수 있는 수련자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남성 수련자들이 이렇게 젊은 모습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젊어 보이면 경시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만약 엄진우가 이렇게 젊어 보이지 않았다면 그들은 결코 그를 가볍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검선의 생각으로는 엄진우가 자신들과 같은 시대의 수련자거나 심지어 더 오래된 수련자일 것이라고 여겼다.“아까는 나보고 꼬맹이라고 하더니, 이제 못 이기니까 내가 괴물이라고? 당신들 논리는 참 대단해. 어떻게 해도 체면은 잃지 않겠군.”엄진우는 비웃으며 조롱했다.“흥, 늙어 빠진 괴물이 아니라면 어찌 그런 수련 실력을 가질 수 있겠어? 난 백 년 넘게 수련했지만 너 같은 괴물은 본 적이 없어!”검선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그건 당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 그래. 그 많은 나이를 헛살았어. 내 수련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7년이 채 안 돼. 하지만 당신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하지.”엄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칠선 모두가 깜짝 놀랐다.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이건 도대체 무슨 괴물인가! 실로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상대는 강한 놈이야! 다 같이 덤벼. 봐주지 말고 끝장을 보자!”검선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낮게 말했다.그 소리는 엄진우의 귀에 쏙 들어왔고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 말은 강호의 은어였다.이들은 속세를 떠난 고인이 아니라 마치 산적 같았다.그가 생각을 정리할 때쯤 여섯 명이 엄진우를 둘러쌌다.
나머지 여섯 명도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윤씨 가문의 고수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들이 정말로 칠선이라 불리는 세외 고수들인가?전혀 기개가 없잖아!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주시했다.“정말로 나를 주군으로 모실 생각인가?”칠선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엄진우는 갑자기 웃었다.“아쉽게도 나는 원하지 않아. 너희 일곱 늙은 폐물이 내 문하로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나이에, 이미 반쯤은 관 속에 발을 담근 주제에 이렇게 약하기까지 하니 당신들을 데려다 어디에 쓰라고? 게다가 당신들은 이미 반쯤 폐인이 됐으니 신발을 벗기기에도 걸리적거릴 거야.”엄진우는 가차 없이 그들을 비웃었다.일곱 명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이 누구인가? 칠선이라 불리며 자신들이 은거하고 있는 수련 장소는 거의 수련계의 성지로 여겨질 정도였는데 이렇게까지 하찮게 여겨지다니?! “비록 저희는 별 볼 일 없지만, 주인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차를 가져다드리거나, 주인님의 옆에서 시중드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검선은 얼굴에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오? 그렇다면 말이지, 마침 내 발바닥이 좀 간지러우니 신발 좀 벗겨줄래?”엄진우는 웃으며 발을 들어 검선 앞에 내밀었다.그 순간 검선의 유일하게 남은 손이 소리 없이 허리 쪽으로 움직였다.갑자기 검선의 표정이 흉악하게 변했다.그는 허리춤에서 갑자기 비수를 꺼내어 엄진우의 다리를 향해 찔렀다.이 비수에는 강력한 독이 묻어 있었다.세상에는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약이 없다.피부에 조금만 긁혀도 독이 순식간에 몸으로 퍼져나가며 세 번 숨 쉬는 사이에 반드시 죽음에 이를 것이다.“젊은이, 너무 순진하고 멍청하군! 약한 척하는 수법에 넘어가다니. 정말 우리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어?”검선은 크게 웃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얼굴 웃음이 얼어붙었다.엄진우의 다리에 닿은 비수는 ‘쩡’하는 소리를 내더니 날카롭던
“안강제약을 인수해.”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그러나 이 말에 예우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엄진우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안강제약을 인수하라고? 농담하는 거 아니지?”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제경에 도착하면 윤휘를 만나. 내가 보내서 안강제약을 인수한다고 말하면 돼.”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우림은 몇 번 심호흡을 하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어떻게 그런 일을 해낸 거야? 그건 안강제약이라고!”예우림은 놀라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알고 싶어? 그럼 오늘 밤 침대에서 천천히 얘기해줄게.”엄진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순간 예우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변태 같으니라고!”그녀는 핀잔을 주며 말했다.“알고 싶지 않으면 됐고.”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설 듯 몸을 움직였다.“알고 싶지, 하지만 오늘 밤에는 다른 일이 있어.”예우림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밤에는 진짜 중요한 일이 있었다.“무슨 일?”엄진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내 할아버지랑 아버지를 가둬두었잖아. 아까 전화가 왔는데, 할아버지가... 아마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했어. 어쨌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니까.”이 일을 말할 때 예우림의 얼굴에는 그다지 슬픔이 없었다.예흥찬과 예정국, 예정명 이 세 사람이 저지른 일로 인해 예우림은 깊은 상처받았었다.“그래, 그럼... 여기서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겠네.”엄진우는 짓궂게 웃으며 사무실 문을 잠그고 커튼을 내렸다.“미쳤어? 여기 사무실이야!”예우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정식으로 하긴 힘들겠지만 이자부터 좀 받아야지. 마침 요즘 내가 좀 욕구불만이야.”엄진우는 예우림의 머리를 눌러 그녀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곧 예우림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예우림은 물티슈로 붉게 부은 입술을 닦으며 입안이 아픈 듯 볼을 부풀리며 매섭게 엄진우를 노려보았다.“엄진우, 이 나쁜 놈아!”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서둘
엄진우는 거리를 걷다가 많은 사복 요원이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그들은 꽤 자연스럽게 위장하고 있었지만 엄진우의 한눈에 그들이 요원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자세나 긴장된 근육을 보면 그들이 경계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때 한 사복 요원과 엄진우가 눈이 마주쳤다.그 사복 요원은 나이가 꽤 어려 보였는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그는 엄진우를 한 번 쓱 훑어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왔다.“수련자야?”엄진우는 자기가 수련자임을 들킨 것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자기의 기운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날 따라와.”엄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복 요원은 엄진우에게 따라오라고 했다.그를 따라 한쪽으로 가니 사복 요원은 기록부를 꺼냈다.그 기록부에는 이미 여러 수련자의 정보가 적혀 있었는데 모두 외지인들이었다.“치안 시스템 소속인가? 난 창해시 본토 사람이야. 계속 이곳에 있었으니 굳이 기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기록하라면 기록해! 말이 많네.”하지만 그 남자는 차가운 얼굴로 호통을 쳤다.“화가 많네.”엄진우는 화내지 않고 그들이 자기의 직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가볍게 웃었다.“웃지 마! 너희 같은 수련자들은 자기가 수련자라는 이유로 날뛰면서 법을 어기기 일쑤지. 창해시에 왔으면 얌전히 있어. 똑똑히 지켜볼 거야.”그는 엄진우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보아하니 수련자들에 대해 불만이 많아 보이네. 하지만 모든 수련자가 네가 말하는 것처럼 그런 건 아니야.”엄진우는 기록부를 받아 들고 자기의 정보를 적으며 차분히 말했다.“내 손에 걸린 수련자 중에 죄를 저지르지 않은 놈은 없었어. 너도 내 손에 걸리지 않도록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그동안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두고 보겠어.”그는 엄진우에게서 기록부를 받아 들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손 들어! 몸수색이야!”엄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몸수색은 좀 과한 것 같은데?”이때 이미 많
“허우성, 괜찮아?”곧 그의 지원 인원들이 도착했다.허우성은 어깨가 아직도 약간 아팠지만 고개를 저었다.“바로 저놈이야!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해.”허우성은 엄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지원 요청을 보낸 상황에서 엄진우가 도망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너무나도 오만하게 느꼈다.“나는 떳떳한데 왜 도망가겠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처음부터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도망을 쳤다간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될 것이고 허우성 같은 열혈 청년은 자칫 잘못하면 자기를 수배령에 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정말 떳떳하다면 왜 검사를 거부했지?”한 사람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난 창해시 본토 사람이야. 정보 등록하라니까 이미 했는데도 몸수색을 강요했어. 당신들한테 이런 권한을 준 사람이 누구지?”엄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반문했다.그 말을 들은 남자는 허우성을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만약 문제가 없다면 몸수색을 한다고 해도 그게 뭐가 문제지? 문제만 없다면 그냥 보내줬을 텐데.”또 다른 사람이 까칠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고 엄진우는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럼 내가 여기 서 있을 테니까 정말 자신 있으면 한 번 수색해 봐.”엄진우는 두 손을 뒤로 하고 경멸하듯 말했다.“저놈을 잡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우성은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허우성이 움직이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공격을 시작했다.특이 사건 처리청에 들어갈 정도면 그들 역시 꽤 높은 수련을 쌓은 자들이었다.하지만 이들은 다른 수련자들과 달리 공식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엄진우 앞에서는 그야말로 상대도 되지 않았다.한 번의 접전 만에 그들은 모두 엄진우에게 제압당해 쓰러졌다.“빨리! 대장을 불러!”“우리는 상대가 안 돼!”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무슨 일이야.”이때 중년 남자가 급하게 달려왔다.그 중년 남자를 본 허우성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대장님, 잘 오셨습니다...”허우성이 말을 꺼내자마자
장준식이 말한 대로 허우성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다.허우성의 부모님은 모두 공장 노동자로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생활에는 문제가 없었다.그러나 그가 일곱 살이던 해 뜻밖의 재앙이 그를 덮쳤다.두 수련자가 도심 한복판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그 싸움의 여파로 허우성의 집이 무너졌다.그때 겨우 일곱 살인 허우성은 아버지에게 꼭 껴안긴 채로 보호받고 있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집의 붕괴로 인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후에 그 두 수련자는 용국 정부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미 깨져버린 가족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그때부터 허우성의 마음속에는 수련자에 대한 증오의 씨앗이 심어졌다.그는 경찰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여러 시험을 거쳐 결국 특이 사건 처리청에 들어갔다.그의 목표는 세상의 모든 불법 수련자를 처벌하는 것이었다.“이렇게 가다간 결국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거예요. 잘 상담해 줘야 합니다.”엄진우는 더는 허우성과 다툴 마음이 없어 말을 끝내자마자 떠났다.엄진우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장준식은 허우성 앞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허우성은 장준식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잠시 후 이를 악물며 장준식의 손을 잡았고 끌려 일어섰다.“저분이 누군지 알아?”장준식은 허우성에게 담배를 주며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저 사람 대단한 사람인가요? 설령 대단한 사람이라 해도 우리를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허우성은 담배를 받지 않고 반문했다.“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수련자 중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고. 며칠 전 연쇄 살인 사건을 저분이 해결했어. 저분이 수많은 가정과 수십 명의 동료를 구했고 혼자서 두 순혈 혈족을 잡았어. 너라면 할 수 있겠어? 더군다나 희생된 동료의 복수를 위해 혼자서 혈족을 전멸시켰다고! 이런 일을 우리 특이 사건 처리청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장준식이 일련의 질문을 던졌다.허우성은 멍하니 장준식을 바라보며 얼어붙었다.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가?세상의 수련자 중에서 이렇게 영웅적인
예우림은 문을 밀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소리를 듣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예정국과 예정명이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외모 변화가 너무 커서 예우림은 깜짝 놀랐다.예정국과 예정명은 별장에 머문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마치 10년은 늙은 것처럼 구레나룻은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 있었다.“우림아, 드디어 왔구나!”예정국이 일어나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기 뭐 하러 왔어? 형님, 이런 무정한 사람이 온다고 해도 아버지 몸만 더 망칠뿐이야!”예정명은 콧방귀를 뀌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예우림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바로 무시해 버렸다.“아버지, 왜 이렇게 변했어요?”예우림은 복잡한 표정으로 예정국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다 네 덕분 아니겠어!”예정명이 차갑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후... 나도 이제 마음을 비웠어. 최근에 네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됐어.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기만 하면 다른 건 다 부질없는 거야.”예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기뻐요.”이 말을 듣고 예우림의 눈가가 붉어졌다.만약 가능했다면 가족과의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싶었다.하지만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가족을 가둔 것이다.“예전엔 내가, 그리고 할아버지가 잘못했다. 우리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예정국은 예우림에게 다가가 머뭇거리다가 팔을 벌려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아버지...”참았던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리자 예우림은 아버지를 꼭 껴안았다.“가자! 네 할아버지를 보러 가자. 네 할아버지가 널 보면 틀림없이 기뻐하실 거야!”예정국은 예우림을 놓고 눈물을 훔치며 그녀를 이끌고 위층으로 향했다.예정명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뒤따랐다.예흥찬을 보자 예우림의 몸이 저절로 떨렸다.침대에 누워 있는 예흥찬은 온몸에 관을 꽂고 있었고 말라비틀어진 몸은 너무도 연약해 보였다.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을 뜨는 것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