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휘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미친놈이지? 주선진을 깨부수다니!” 윤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땅에 내려선 엄진우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빠져 온몸을 떨어댔다. “아직 더 남은 카드가 있어? 아니면 이게 끝이야?” 엄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호를 응시하며 물었다. 윤호는 온몸을 떨려 저도 몰래 움찔했다. “너... 잘난 척 하지 마! 우리 윤씨 특수부대가 곧 도착할 거야!”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윤호는 전혀 자신감이 없었다. 주선진조차 엄진우를 어쩌지 못했는데 윤씨 특수부대가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이때, 드디어 윤씨 특수부대가 도착했다. 트럭 몇 대가 멈추고 차량에서는 완전 무장한 전투 요원들이 하나씩 내리기 시작했다. 이 전투 요원들은 군대에서조차 ‘병왕’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실력을 자랑했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없었지만 윤씨 특수부대가 도착하자 윤호는 그제야 안도를 숨을 내쉬었다.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와 함께 윤씨 특수부대는 엄진우를 빈틈없이 포위했다. “죽여라!” 윤호는 큰 소리로 손을 휘저으며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최신형 화기가 일제히 발사되었다. 보통 탄환, 관통 탄환, 로켓탄... 각종 탄약이 엄진우를 향해 쏟아졌고 엄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윤호는 아마 막다른 길에 몰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공격으로 엄진우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엄진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탄약들은 전부 그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자 윤씨 특수부대 요원들의 두려움에 찬 표정 속에서 탄약들은 모두 방향을 바꾸었다. 순간 피의 꽃이 만발하고 특수부대 요원들은 하나씩 쓰러져갔다. 곧 윤호 혼자만 남았고 그제야 윤호는 깨달았다. 이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는 엄진우가 처음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분명 그들의 가주를 목표로 온 것이 틀림없다. 만약 처음부터 윤휘에게 보고
이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상대는 윤씨 특수부대의 전왕들이었다. 수년간 적수가 없었던 전왕들이 이렇게 죽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전왕들이 어떻게 네 손에 죽을 수 있어?!” 윤휘는 도무지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전왕들의 죽음은 어쩌면 송전소와 유전의 손실보다 더 큰 타격이 되었다. 여덟 전왕의 존재는 윤휘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주었고 그는 전왕들만 존재하면 그 어떤 손실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전왕들은 수많은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설마... 명왕이 직접 나선 거야?” 윤휘는 겁에 질려 물었다. “그래, 정답이야. 명왕이 나섰지.”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에 윤휘는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명왕은 북강을 완전히 떠난 이후로 여태 신분을 숨기고 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엄진우는 대체 명왕과 어떤 사이길래 그를 위해 직접 나선단 말인가? 하지만 설령 전왕들이 명왕의 상대가 아니라고 해도... 그럼 창공17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용궁 궁정에서 헛발질을 해서 출동시키지 못한 건가? 이런 생각에 윤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궁정을 추궁할 때가 아니다. 윤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엄진우! 네가 아무리 명왕을 백으로 두었다고 해도 여긴 제경이야! 감히 제경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용국 궁정이 널 죽이려 명령을 내릴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북강 명왕이 왜 신분을 숨기고 은거하게 되었는지 너도 알지?” 윤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용궁 궁정? 내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설명한 거나 마찬가지야. 윤 회장, 어쩜 아직도 사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거지?”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비웃었다. 그 말에 윤휘는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이
그제야 윤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에 그는 마치 십여 년을 늙어버린 것처럼 머리카락마저도 희끗희끗해졌다. “엄진우, 네 목적이 뭐야?” 윤휘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우고 물었다. 지금 그는 엄진우에 대한 증오가 더 큰 건지, 아니면 윤씨 가문을 버린 용국 궁정에 대한 증오가 더 큰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게 단 하나 있다. 바로 윤씨 가문은 아직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엄진우는 이미 윤씨 가문을 뒤집어놓았을 것이다. “지금 날 뭐라고 부른 거지?” 엄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러자 윤휘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엄... 엄 선생님.” 엄진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 목적은 아주 간단해.” 십여 분 후, 엄진우는 창공17에 올라타고 오직 풀이 죽은 윤휘만 혼자 남겨두었다. 창해시. 비담 컴퍼니 내부. 회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암울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소지안의 안색은 창백하고 눈빛은 흐릿했다. 그녀는 엄진우가 전투기에 탑승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윤씨 가문을 아주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엄진우가 그 길에 들어선다면 결과는 단 하나, 바로 죽음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렸고 소지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아빠... 어떻게 됐어?” 소지안이 서둘러 물었다. 소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죽은 사람을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이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소지안의 머릿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끈이 순간 끊어져 버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 사람이 죽을 리는 없어!” 소지안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이 아빠도 인정해. 그놈 대단한 놈이야.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고 해도 혼자 윤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 소건우는 무겁
엄진우는 소지안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었다. 그녀는 비담의 부대표로 엄진우가 부재중일 때 회사의 모든 업무에 대해 임시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물론 회사 양도와 같은 중요한 문제는 혼자 결정할 수 없지만, 비담 컴퍼니는 지성그룹의 지사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예우림의 서명만 있으면 법적 효력이 있었다. 소지안은 예우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진우의 사망 소식에 예우림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강남성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여성 사업가답게 이 상황에 눈물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애써 냉정함을 유지했다. “기다려, 지금 바로 갈게.” 예우림은 곧 몇 명의 기술자와 함께 비담에 도착했다. “소 사장님, 실례하겠습니다.” 예우림은 소건우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동행한 기술자들에게 사진의 진위를 감정하도록 했다. 순간 소건우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이 사진들은 당연히 그가 조작한 것으로 사진을 위조한 사람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사람들이 위조한 사진이라 하더라도 가짜는 가짜였기에 소건우는 긴장감을 숨길 수 없었다. 잠시 후, 예우림의 기술자들은 사진과 장비를 내려놓았다. “예 대표님, 위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기술자가 말했다. “소 사장님, 계약서는 이미 작성했고 관련 조항들도 포함했으니 한 번 확인하세요.” 예우림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애써 눈물을 참은 채 계약서를 내밀었다. 소건우는 계약서를 몇 번이고 훑어보았다. 계약서에는 소건우가 비담을 양도받은 후, 3일 내로 엄진우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소건우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어차피 엄진우와 비슷한 체형의 시신을 구하기만 한다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계약서에 서명한 소건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제부터 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회사는 그의 소유가 되었다. 소건우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들어와.”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
소건우의 얼굴이 확 변했다. 이 목소리... 어떻게 이런 일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리가 없는데?! 소건우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 엄진우가 당당하게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엄진우, 네가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는 거지?” 소건우는 충격에 휩싸였다. 무려 윤씨 가문을 상대로! 전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윤씨 가문은 가족 내 가장 강력한 인물들을 동원해 엄진우에게 겹겹이 공격을 가했다. 심지어 용국 궁정까지 이 일에 참여했다는 소문까지 어렴풋이 들었다. “소 사장님, 저한테 관심이 아주 많네요.”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소건우에게 다가갔다. 소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려고 했다. 어쨌든 비담 컴퍼니는 이미 그의 손에 들어왔고 엄진우가 돌아왔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아직 살아있었다니, 잘 됐군. 내 회사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 소건우는 이미 자신을 이곳의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엄진우!” “진우 씨!” 엄진우를 본 소지안과 예우림은 무한한 기쁨을 느끼며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아름다운 두 여인이 품에 안겨 있으니, 게다가 스타일이 각기 다른 두 여인을 품에 안고 있으니 엄진우는 잠시 황홀함에 빠졌다. 눈물로 젖은 가슴을 느끼며 엄진우는 두 여인을 품에 안고 마음속에 오직 무한한 애틋함만 남겼다. “무슨 일이야? 나 반나절밖에 사라지지 않았어.” 엄진우는 두 여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이... 진우 씨가... 죽었다고 했어...” 소지안은 소건우를 가리키며 울먹였다. 그녀는 이런 저급한 거짓말로 자신을 속인 소건우가 역겨워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우린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예우림도 덧붙였다. “근데 소 사장이 한 말 무슨 뜻이야?” 엄진우는 소지안을 힐끗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진 몇 장을 들고 와서...” 예우림은 소건우가 가져온 사진들을 꺼내고 사건의 전말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설명을 들
소지안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며 막 말을 내뱉으려고 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만 가자.” 그러고는 한 손으론 소지안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론 예우림의 손을 잡고 회사를 떠났다. 길을 걷는 동안, 사람들은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과 손을 잡고 가는 엄진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제야 예우림과 소지안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엄진우의 손을 뿌리쳤다. “당신 정말 뻔뻔해!” 예우림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꾸짖었다.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는 두 여인과 함께 밤을 보내는 건 감히 상상도 하지 않았다. 비록 두 여자와 모두 관계를 가졌지만 두 여자는 모두 남자에게 맹목적이지 않으며 각자 자존심이 있었다. 그러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진우 씨, 미안해. 날 믿고 회사를 맡겼는데 내가 회사를 말아먹었어.” 소지안은 죄책감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내 책임도 있어. 내가 데려온 기술자들이 소 사장이 조작한 사진에 속아 넘어갔어.” 예우림도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비담 컴퍼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산이 아니라 바로 나야. 내가 없으면 소 사장은 비담을 얻어도 아무 의미가 없어.” 엄진우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비담을 무에서 유로 만드는 데 우리 모두 많은 노력을 했잖아...” 소지안은 입술을 깨물며 아쉬워했다. “걱정 마, 비담은 다시 돌아올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소지안과 예우림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계약서에 이미 서명했는데...” 소지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씨 가문도 해결할 수 있는 게 겨우 소 사장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지. 곧 순순히 비담을 다시 내놓을 거야.” 엄진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윤씨 가문을 굴복시킨 거야?” 예우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윤씨 그룹 공식 사이트에는 여전히 매장령이 걸려 있었다. 소건우는 한 번 훑어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아까와 똑같은 매장령인데 그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소건우는 왠지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 매장령 상대가 왜 소씨로 바뀐 거지? 엄진우를 겨냥한 게 아니었나? 소씨 가문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소건우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급히 아래로 스크롤 했다. 그런데 엄진우를 겨냥한 매장령은 사라지고 대신 소씨 가문에 대한 매장령이 나타났다. 소건우는 이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볐다. 이때, 윤씨 그룹의 공식 사이트가 갱신되었고 화면에는 사과문이 팝업으로 떴다. “... 엄진우 개인과 비담 컴퍼니에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소건우는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고 귓가에는 오직 혼란스러운 외침만 들려왔다. “사장님!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온통 새하얀 풍경뿐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하얀색으로 가득 찬 방에 누워있었고 머리맡에는 링거병이 걸려 있었으며 그것은 그의 손등과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소건우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사장님, 여긴 진료소입니다.” 비서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료소? 왜 병원으로 안 가고?” 소건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사장님, 윤씨 가문이 소씨 가문 매장령을 내려 모든 병원이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비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소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홍보팀에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라고 해!” “저... 사장님. 소씨 가문 사람들 외에 회사 직원들은 전부 퇴사했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사실 비서도 소씨 가문의 먼 친척이라는 이유로 윤씨 가문의 매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면 벌써 떠났을 것이다. 소건우의 눈에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때, 소건우는 갑자기 엄진우의
윤씨 그룹의 매장령은 소씨 가문을 사회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무시하는 무법자들에게는 그만큼의 영향력이 없었다. 큰돈이 걸려 있으면 언제나 용감한 자들이 나타나는 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건우는 한 사두를 통해 밀항하는 배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소씨 가문과 비담 컴퍼니의 모든 유동 자산이 담긴 무기명 카드가 있었는데 금액이 무려 4조에 달했다. 이 돈이면 해외에서 평생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이며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시 사업을 시작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배가 막 항구를 떠나자 고요한 물결이 갑자기 폭발하며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다. “젠장! 어뢰잖아!” 사두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단지 밀항을 주선하는 사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를 상대하는 데 어뢰까지 필요했단 말인가? 곧이어 몇 척의 군함이 빠른 속도로 접근해 배를 포위하더니 몇 명의 관리들이 밀항선에 올라탔다. “소건우 씨! 경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를 시도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으니 같이 가주시죠!” 그들은 체포 영장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과 사두는 모두 소건우를 향해 분노의 시선을 던졌다. 소건우는 그들을 바다에 수장될 뻔하게 만들었다. 그제야 소건우는 완전히 절망했다. 이제 그는 더는 도망칠 곳도 없었다. “엄진우를 만나게 해줘!” “엄진우를 만나게 해줘!” 그는 끌려가는 도중에도 계속 외쳐댔다. 심문실. 소건우는 수갑이 채워진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맞은편에는 두 명의 집행관이 앉아 있었으며 그들 옆에는 무표정한 엄진우가 자리하고 있었다. “말해. 비담 컴퍼니가 어떻게 당신의 명의로 넘어간 거지?” 집행관이 물었다. 소건우는 엄진우를 한 번 쳐다보더니 낙담한 듯 고개를 숙였다. “사기로 얻었어요.” “그렇다면 비담 컴퍼니의 자산 중 얼마를 빼돌렸나?” 집행관이 다시 물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