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경으로 돌아온 윤휘는 휴대폰을 켜자마자 여러 통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 내용은 하나같이 윤휘의 안색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 새끼, 빨리도 움직였네.”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강남성 권력가들이 엄진우에 의해 치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것이다. “아쉽지만 네놈은 우리 윤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모르고 있어.” 윤휘는 전 세계에서 단 10대밖에 없는 한정판 롤스로이스에 올라 굳은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다음날. 비록 밤새 황당했지만 엄진우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어젯밤 한밤중에 합격 절차를 밟은 후 소지안은 밤새도록 공사 준비를 완료했다. 하여 아침 일찍 불야성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니 대표인 엄진우 역시 현장에 나타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불야성 프로젝트는 이미 기초를 다 닦아놓은 상태이다. 시공차량은 이미 공사 현장에 도착했고 인부들은 아침을 먹으며 열기를 다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곧 공사가 시작할 건데 건축 자재는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거야?” 안전 헬멧을 쓴 소진안은 엄진우의 옆에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연락해서 확인해.” 엄진우 역시 안전 헬멧을 쓰고 있었다.물론 그의 실력으로 절대 다칠 일이 없다지만 아무래도 이곳에는 이곳의 규칙이 있기 때문에 대표로서 그 룰을 깨면 안 되기 때문이다. 소지안은 휴대폰을 꺼내 건축 자재 공급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곧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진 대표님, 어떻게 된 일이죠? 건축 자재가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 거죠?” 소지안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소 대표님, 어젯밤 창고에 불이 나는 바람에 비담에서 요구한 자재들을 보내드릴 수 없게 되었어요.” 진대강의 말투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불이 났다고요? 장비와 인부들이 다 들어왔는데 갑자기 불이 났다고 하면 어쩌라는 거죠? 하루 손해만 해도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요! 한업 건축자재 창고가 어디 하나뿐인가요? 서둘러 다른 창고에서 물건 조달해 주세요!”
“진우 씨 강남성 지상황제 아니야? 이런 작은 일은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지 않아?” 소지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비담 컴퍼니가 고작 프로젝트 하나에 이렇게 고생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볼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어젯밤 그를 방문했던 성 상업청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대략 이런 상황입니다.” 엄진우가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엄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람을 보내 확인할게요. 건축자재 업체가 감히 하늘 무서운 줄도 모르고.” 전화기 너머의 청장은 전화를 놓지 않고 다른 전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속에서 엄진우는 그의 말투가 꽤 확고하고 강력하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엄 대표님, 일이 예상보다 꽤 복잡하네요.” 잠시 후, 성 상업청 청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확인한 바로는 강남성의 모든 업종 상회가 그 어떤 자재도 비담 컴퍼니에 판매하지 말라는 제경의 명령을 받았다고 해요. 물론 저도 압박을 가해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물러서지 않아요. 엄 대표님, 이런 시장 문제는 제가 도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개별 업체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성 상업청 청장이 애매하게 대답했다. 엄진우는 그 말을 제꺽 알아듣고 상대의 곤란한 상황도 이해해 주었다. 어쨌든 그는 모든 상회를 다 다스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요, 황 청장님. 수고 많으셨어요.” 엄진우가 전화를 끊었다. “이젠 지상황제도 소용이 없군.”그는 소지안에게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 모습에 소지안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사실 말하지 않은 신분이 하나 더 있어. 강남성 지하황제도 나야.”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네네네, 그러면 빨리 왕위에 오르셔서 이 잡것들을 모두 처리해 주세요. 그러면 이년은 안심하고 부대표 노릇만 열심히 하겠답니다.” 소지안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인부들은 먼저 돌려보내고 장비는 그대로 둬. 내일
“시끄러워!”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더니 바로 공격을 개시했다. 순간 수십 명의 경비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 아무도 그의 앞을 막을 수 없었다. “엄 대표, 왜 이렇게 성급해 해?” 이때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진대강이다. 그는 구두를 또각거리며 엄진우에게 다가왔다. “당신이 한업 대표야?” 엄진우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래, 한업은 바로 내 거야.” 진대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 비담에서 주문한 자재에 정말 불이 났는지 확인해 보러 같이 가지.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내 무정함을 탓하지 마.” 엄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엄 대표,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인데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아? 확인해 봤자 좋을 게 없을 거야.” 진대강은 탁한 연기를 내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반드시 확인해야 하겠다면?” 엄진우가 물었다. “그러면, 후회하게 될 거야.” 진대강은 점차 웃음기를 거두더니 싸늘한 안색으로 위협했다. “날 어떻게 후회시키겠다는 지 두고 봐야겠군.” 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좋아. 엄 대표가 이렇게 고집을 부리니...... 얘들아, 문을 열어 엄 대표에게 똑똑히 보여드려!” 진대강은 크게 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경비원들이 바닥에서 일어나 창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먼지가 흩어져 나와 한참 뒤에야 엄진우는 창고의 상황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창고 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총을 들고 엄진우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 뒤에는 산처럼 쌓인 자재가 있었다. “엄 대표, 내가 말했지. 좋은 점이 없을 거라고.” 진대강은 창고로 들어가 바닥에서 총 한 자루를 주워 장탄을 장전했다. “엄 대표, 돌아가. 우리 한업 창고에는 정말 불이 났었어.” 그는 엄진우를 향해 잔인하게 웃어 보였다. “지금 나랑 장난하겠다는 건가?” 엄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장난하겠다면 또 어쩔 건데?” 진대강은 눈을 깜
영호는 흥분해서 온몸을 떨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위엄 있던 보스에서 도망치는 처지에 놓인 그는 요즘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그는 자기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으려 한다. 심지어 그보다 더 많이! 엄진우가 그에게 맡긴 것은 작은 창해시가 아니라 강남성이다. 진대강이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피 못에 쓰러졌다. 곧 엄진우의 사람은 그를 묶어 차에 던졌다. 엄진우는 차에 진대강을 태우고 직접 운전했다. 북강의 사람이 있으니 나머지는 그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윤씨 가문?” 엄진우는 황량한 외곽에 차를 세운 후 문을 열고 진대강을 내려놓았다. “아니... 맞아요!” 진대강은 워낙 부정하려고 했지만 엄진우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다급히 말을 바꾸었다.“엄 대표님,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윤씨 가문의 명령을 감히 누가 어길 수 있겠냐고요?” 엄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도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은 어때? 윤씨 가문이 더 두려워, 아니면 내가 더 두려워?” 엄진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진대강을 내려다보았다. 진대강은 창고 안의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윤씨 가문을 생각하면......“엄 대표님, 그건 엄 대표님이 아직 윤씨 가문의 실력을 잘 몰라서 하는 말씀이세요. 윤씨 가문은 아직 진짜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말 한마디만 해도 당신을 상대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감히 그 말 한마디를 어기지 못해요. 명령을 어긴다면 죽음밖에 없으니까요.” 한숨을 내쉬는 진대강의 두 눈에는 온통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건가?” 엄진우는 담배를 다 피우고 구두창으로 꽁초를 비벼 끄며 웃었다. “맞아요, 엄 대표님.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아니면 왜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겠어요?” 진대강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하하, 어쩔 수
진대강은 엄진우가 자기에게 먹인 단약의 정체를 모른 채 얼떨결에 송강호의 별장으로 와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무거운 문이 열리며 어마어마한 거실이 보였다. “진대강?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 진대강을 본 송강호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그에게 있어 진대강은 칼 한 자루도 아닌 아무렇게나 버려진 쓸모없는 몽둥이와도 같은 존재이다. “손 선생님, 엄진우가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엄지우...” 진대강이 말하고 송강호가 대답하려는 그때, “퍽”하는 소리와 함께 진대강은 몸이 터져 살점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송강호의 몸에도 그의 피와 살점이 흥건하게 튀었다. 그는 안색이 새파래지더니 이내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엄진우, 지금 나한테 도전장 내민 거야?” 송강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두려움도 솟구쳤다. 이때, 진대강의 몸이 한 번 더 폭발했다. 이건 엄진우가 이미 그의 신원을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거처까지 알아냈고 심지어 진대강이 그의 집에 도착한 시간대까지 정확하게 계산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너도 단지 가을의 메뚜기일 뿐, 오래 뛸 수는 없을 거야!” 송강호는 싸늘하게 웃더니 음흉하게 말했다. 그날, 비담 컴퍼니에서 주문한 자재들은 전부 공사장으로 옮겨졌고 다음 날 아침 공사장은 열기에 가득 쌓인 채 정식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비록 강남성의 건축자재 회사들은 비담 컴퍼니에 대한 거래를 풀지 않았지만 이 자재만으로도 한동안은 충분했다. 그만한 시간이면 다른 지역에서 자재를 주문해도 시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아무도 윤씨 가문의 공격이 이렇게 맹렬할 줄 몰랐다. 마치 진대강의 말처럼, 윤씨 가문은 아직 실력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말 한마디면 엄진우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윤씨 가문의 거물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휘는 매장령에 서명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그 누구도 비담 컴퍼니와의 협력과 거래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효할까? 법적 효력 면으로 봤을 때 이 매장령은 화
“다시 말하는데, 당장 집에 돌아와! 아니면 다시는 집에 발을 들이지 마!” 소지안의 아버지는 완전히 분노했다. 소지안은 왜 아직도 제경 윤씨 가문을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때가 되면 소지안뿐만 아니라 소씨 가문 전체가 휘말려 들 것이다. “말했잖아! 지금은 못 가!”말을 마친 소지안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조금 피로해진 눈을 비비며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사무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손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비켜!” 위엄 넘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고 상대를 확인한 소지안은 깜짝 놀랐다. “아빠, 여긴 어떻게 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찾아오지 않으면 너 때문에 우리 소씨 가문이 망할 거야!” 소지안 아버지의 말투는 더없이 싸늘했다. “아빠, 아무리 제경의 윤씨 가문이라고 해도 우리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요!” 소지안도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비록 아직까진 희망이 보이진 않지만 늘 기적을 만들어 내는 그 남자의 모습이 떠올라 소지안은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대응? 뭘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거지?” 소지안의 아버지는 경멸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직원도 거의 없는 회사가 어떻게 대응한다는 거야? 윤씨 가문은 아직 손도 쓰지 않았어.” “아빠, 아무튼 전 아빠랑 같이 돌아가지 않아.” 소지안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 소지안의 아버지가 손을 흔들자, 함께 온 몇 명의 경호원들이 소지안에게 달려들었다. “아가씨, 실례하겠습니다.” 경호원들은 소지안을 묶어 강제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심지어 비담 컴퍼니의 경비들은 이미 사직한 상태라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멈춰!” 이때 엄진우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엄진
“네가 뭔데 매장령이야? 나 진짜 우스워서 배꼽이 다 빠지겠네.” 소지안의 아버지는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다. 비담 컴퍼니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비담의 명의로 발표한 매장령이 당당히 게시되어 있었다. 매장령의 내용은 윤씨 가문이 발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상대는 윤씨 가문이었다. 산업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고 민생을 장악하고 있어야 그 매장령을 발표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담 컴퍼니가, 엄진우가 다 뭐라고? 이건 분명 장난이다. 강남성을 떠나면 누가 알아준다고. 사실 강남성 내에서도 비담과 엄진우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감히 윤씨 가문을 매장한다고?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웃긴가요?” 엄진우는 소지안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넌 이게 안 웃기니?” 소지안의 아버지는 그제야 웃음을 멈추고 소지안을 쳐다봤다. “이게 바로 네가 따른다는 사람이야? 근거없는 자만에 빠진 미친놈이구나! 네가 믿든 말든, 지금 너희들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었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 매장령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언론은 이미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매장령을 본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모두 동일했다. “이 엄진우라는 사람, 분명 미친 거야.” 누군가 이 매장령을 윤휘에게 보여주었고 윤휘는 잠시 멍해지더니 이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윤씨 가문을 매장하겠다고? 완전히 돌았구나?” 그는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윤씨 그룹이 북강에서 운영하는 유전 총책임자였다. 윤휘가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북강에 있는 모든 유전이 봉쇄되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봉쇄? 누가?” 윤휘는 순간 긴장했다. 이 유전은 지금까지 용국에서 발견된 가장 큰 면적과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유전이었고 그들은 이미 이 유전에 수십
하지만 윤휘는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비록 엄진우와 북강 군부와의 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고작 북강 군부 하나가 그를 억압하겠다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전화를 끊은 후 윤휘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사람 좀 캐줘. 이름은 엄진우, 창해시에서 비담 컴퍼니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그제야 윤휘는 엄진우의 정체를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장님.” 이때 그의 비서가 비틀거리며 서재로 들어왔다. “누가 맘대로 들어오라고 했어? 나가!” 서재는 그의 금지 구역이다. 그는 몇 번이고 비서에게 절대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는 건가? “회장님, 급한 일이 있습니다.” 비서가 다급히 말했다. “급한 일? 서재에 들어온 이유가 급한 일 때문이라고? 말해 봐! 만약 급한 일이 아니라면 널 아주 죽여버리고 말 거야!” 윤휘가 차갑게 말했다. “회장님, 북강의 송전 통로가 차단되었습니다.” 비서는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정도면 급한 일 맞습니까?” 윤휘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급한... 급한 일이구나... 당장 꺼져!” 윤휘는 책상 위의 찻주전자를 집어 비서에게 던졌고 비서는 거의 기다시피 서재를 빠져나갔다. “젠장, 그건 윤씨 가문의 생명줄이야! 누가 감히 건드려?!” 윤휘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윤씨 가문의 발전은 두 가지에 의존하고 있다. 하나는 전기, 다른 하나는 물이다. 전기는 서쪽에서 수송되는데 반드시 북강을 지나가야 한다. 하여 이 송전 통로는 윤씨 가문의 생명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휘는 빨간색 전화기를 들고 특별한 번호를 눌렀다. 이 전화는 북강 최고 책임자의 사무실로 직접 연결된다. “장관님, 설명이 필요합니다. 왜 윤씨 그룹의 모든 북강 송전 통로가 중단된 거죠?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으신다면 오늘 내로 윤씨 그룹은 모든 투자금을 철회하겠습니다.” 북강 최고 책임자와 대화하는 것도 윤휘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