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는 일이 좀 있어서 다음에 보자.”엄진우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안 돼요. 선생님 저랑 약속했잖아요. 어떻게 약속을 어길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선생님 집 앞에 갈 거예요. 만약 안 나오시면 계속 밖에서 기다릴 거예요.”이미영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미영이 엄진우의 주소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엄진우는 학교에서 제공한 별장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20분 후 엄진우는 메시지를 받았다.“도 선생님, 저 선생님 집 앞에 도착했어요.”엄진우는 거실 창가로 다가갔다. 예상대로 이미영은 대문 밖에서 고집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커튼을 다시 내렸다.이미영의 납치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 중 이미영만이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자살까지 시도한 엄진우는 그녀의 눈에 영웅이 된 것이다. 다시 만난 엄진우에게 이미영은 열정적으로 다가갔지만 그런 마음은 왜곡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이러한 이유나 두 사람의 신분 문제를 고려해도 엄진우는 이미영과 거리를 두어야 했다.쏴!갑자기 밖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엄진우는 소파에 앉아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창가로 가서 커튼을 열었다.이미영은 여전히 밖에 서 있었다. 폭우 속에서 그녀는 몸이 휘청거리며 위태로워 보였다.엄진우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이를 악물고 아래로 내려갔다.집 문을 열자 이미영이 환하게 웃었다.“너...”엄진우가 막 말을 꺼내려던 순간 이미영은 몸을 휘청이며 쓰러졌다.엄진우는 급히 그녀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차 안에서 엄진우는 진기를 사용해 이미영의 체내 냉기를 내보냈지만 그녀를 깨우지는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이미영을 집으로 데려가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발각된다면 엄진우는 해명할 길이 없게 된다.비록 그의 치료 덕분에 이미영은 무사했지만 엄진우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가족들에게 맡기기로 결심했다.차를
이때 엄진우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마당 안팎에서 여러 강력한 기운이 엄진우를 겨냥하고 있었다.그러나 엄진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결연하게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는 나무문을 밀어 열고 문턱을 넘었다.노천 마당 한가운데 한 노인이 탁자 앞에 앉아 차를 홀로 마시고 있었다.강력한 기운들이 치솟으며 엄진우를 향해 맹렬히 공격했다.그들은 엄진우의 급소를 노리지 않고 단지 그를 제압하려는 것처럼 보였다.아마도 그들 자신도 엄진우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엄진우의 가족이 그들의 손에 있기에 그들은 엄진우가 가족을 생각해 감히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한순간에 강남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러나 엄진우가 이미영을 안고 있는 것을 보자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눈동자가 심하게 수축했다.“멈춰!”그는 급히 외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엄진우, 미영을 도대체 어떻게 찾아냈어!”노인은 이를 갈며 물었다.순간 엄진우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이윽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이지. 종이는 불을 덮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엄진우는 이미영을 더욱 꽉 안았다.뜻밖에도 그토록 애타게 찾던 사람을 이렇게 쉽게 찾게 될 줄이야.엄진우가 여러 날 동안 애타게 찾고 있던 것은 바로 이 노인의 자녀였다.이 노인은 용국 궁정에서 매파를 이끄는 사람으로 엄진우에게 가장 큰 적의를 가진 자였다.엄진우가 아는 바에 따르면 이 노인은 늦은 나이에 자식을 얻었고 그 자식은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지만 성별은 몰랐다.또한 일부 고위 인사들이 자기의 자녀를 더 쉽게 관리하고 미래를 준비해 주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양자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 일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다.“명왕이 이런 비열한 짓을 하다니!”노인은 분노에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노인과 같은 수준의 인물들은 종종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위해 개인적인 감정을 버릴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노인이 진짜로 목숨을 걸고 엄진우의 가족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당신이 내 가족을 죽인다면 이 마당을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엄진우는 그를 노려보며 싸늘한 어조로 위협했다.“하하, 내가 여기 나타났다는 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야. 널 어떻게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 안전을 지키는 건 문제없어. 아니면 한번 해볼래?”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엄진우는 잠시 침묵했다.그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명을 걸고 도박할 수 없었다.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그의 품에 있던 이미영이 서서히 깨어났다.이미영은 낯선 엄진우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가 누구인지 애써 구분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고 바로 그녀의 눈에 기쁨의 빛이 번졌다.“도 선생님!”엄진우는 순간 멍해졌다.자기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는데 이미영은 어떻게 알아본 거지?“도성훈, 엄진우,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지!”노인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중얼거렸다.보아하니 노인도 학교의 새 교사인 엄진우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어떻게 날 알아봤어?”엄진우가 복잡한 심경으로 물었다.이렇게 완벽하게 꾸며낸 신분이 이미영의 한마디에 의해 무너져버렸으니 더는 이 신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사람의 외모는 바뀔 수 있지만 그 사람의 기질과 기운은 바꿀 수 없어요.”이미영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눈앞의 이 사람은 틀림없이 그녀의 도 선생님이라고 믿고 있었다.“이미영, 내 곁으로 와.”노인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미영은 노인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신은 누구시죠?”그녀가 물었다.노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쉬었다.“나는 네 친아버지야.”이미영은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너도 늘 궁금했을 거야, 왜 네 부모님이 너에게 정을 주지 않는지. 그건 그들이 네 친부모가 아니기 때
“봤지. 이미영이 날 따라오겠다고 한 거지 내가 놓아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야.”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노인의 얼굴은 심하게 찌푸려졌다.“당장 꺼져! 네 가족은 아래 사람들에게 풀어주도록 하겠지만 내 딸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네 전 가족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노인의 분노 섞인 외침 속에서 엄진우는 이미영을 안고 떠났다.신분이 노출된 엄진우는 더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이미영을 데리고 강남성으로 돌아갔다.비행기 안에서 이미영은 줄곧 엄진우의 팔을 꼭 안고 놓지 않았다.공항에 도착하자 엄진우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오빠!”엄진우를 본 엄혜우는 놀란 얼굴로 엄진우의 품에 안겼다.엄진우는 그녀를 껴안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괜찮아서 다행이야!”엄혜우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엄진우의 뒤에 서 있는 어색한 표정의 이미영을 발견했다.“오빠, 저... 저분도 내 새언니야?”엄혜우는 깜짝 놀랐다.외모만 보면 이미영이 자기보다 더 어려 보였다.“헛소리하지 마! 내 학생이야.”엄진우는 엄혜우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엄혜우는 이마를 만지며 아프다고 소리쳤고 이상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보았다.“오빠, 정말 변태 같아. 이제 학생한테까지 손대는 거야?”엄혜우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미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고 그녀의 손은 꼬여 있었다.“헛소리 그만하고 엄마 잘 돌봐드려. 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엄혜우가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웠는지 어이없어했다.“이미영, 따라 와.”엄진우는 이미영에게 말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문밖에서 엄진우는 문을 닫았다.“네가 날 좋아하게 된 건 내가 널 구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사실은 네가 본 것과 달라...”엄진우는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그는 어린 소녀를 속여 이용할 만큼 비열하지 않았다.마당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제 하수희와 엄혜우의 안전을 확인했으니
엄진우가 강남성을 떠난 기간 동안 비담 컴퍼니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여러 관련 부서에서의 괴롭힘과 영업 정지 명령이 끊임없이 내려지면서 회사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엄진우가 떠나기 전에 특별히 당부했기에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그를 방해하지 말라는 지시에 따라 소지안은 엄진우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그래서 엄진우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암울한 분위기였다.“무슨 일이야?”엄진우는 소지안의 사무실로 들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원래 우리와 잘 지내던 부서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우리 회사의 홍보팀이 여러 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전부 거절당했어.”소지안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진우가 회사를 맡긴 지 일주일 만에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알았어. 지안 씨 잘못이 아니야. 상대는 제경의 고위층이니까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해.”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위로했다.“제경 고위층이라고?”소지안은 놀라서 물었다.“얼마나 높은 위치인데?”“용국 최고층.”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뭐? 용국 최고층이 우리같이 작은 회사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나선 거야? 우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소지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내가 제경에 간 것도 이 일 때문이야. 다만 일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폭력을 행사하지 못하게끔 해놨어.”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용국 최고층이 우리를 노리고 있는데 더 저항해서 뭐 해? 차라리 회사를 접고 도망치는 게 낫지 않아?”소지안은 저항하기도 전에 이미 도망칠 생각을 했다.용국 최고층이기에 그것도 옳은 생각이었다.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비담 컴퍼니는 마치 개미처럼 약하기 때문이다.“용국 최고층이라도 날 건드리진 못해.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내 것을 함부로 할 수 없어!”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말했다.“됐어, 우리 굳이 싸우지 말고
한 사당 안.엄숙한 분위기가 모든 사람을 감쌌다.탁자 위에는 여러 위패가 놓여 있었다.제사를 주관하는 노인은 검은 옷을 입고 길게 목소리를 늘였다.“큰절을 올려라!”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 절했다.그러고 나서 노인의 인도에 따라 사람들은 앞으로 나와 향을 꽂았다.“우리 9대 수진 가문의 치욕을 씻어낼 기회가 왔다.”노인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조용한 사당 안에는 이빨을 갈아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사람들은 강남성의 9대 수진 가문의 잔당이었다.9대 수진 가문은 엄진우와 시천민에게 연이어 숙청당하면서 큰 타격을 입어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극도로 조용해졌다.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9대 수진 가문이 이미 멸망했다고 생각했다.사실 9대 수진 가문은 정말로 분열 위기에 처했었다.이 모든 것을 되살린 것은 바로 이 노인이었다.그는 원래 운씨 가문의 출신으로 한때 운씨 가문의 제1 천재로 불렸다.그러나 한 생선 파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어 운씨 가문이 반대하는 가운데 그는 운씨 가문을 떠나 세상을 떠돌았다.9대 수진 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운씨 가문으로 돌아와 나서며 9대 수진 가문의 지도자가 되었다.그의 지도로 9대 수진 가문은 생존력을 집중시켜 손발을 잘라내는 결단을 내리고 많은 산업을 포기하며 힘을 회복하는 데 전념했다.지금 이 사당 안에 서 있는 이들은 9대 수진 가문의 현 가주들이었다.“운 가주, 어떻게 할까요? 지시만 해주세요.”사람들은 운창준을 주시하며 일제히 말했다.“이번에는 교훈을 삼아 어둠 속에 있는 표범처럼 행동하되 다른 이들이 맨 앞에서 돌진하도록 해야 합니다. 엄진우를 겨냥하는 사람들은 용국 상층부의 중요한 인물들, 강남성 상계의 지도자들, 그리고 강남성 지하 어두운 세력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할 일은 기회를 포착해 일격에 끝내는 것입니다. 이 말을 잘 명심하세요, 한 마디도 빠뜨리지 말고!”운창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변화는 강남성 지하에서 시작되었다.“영호 형님
엄진우가 영호를 찾았을 때 영호는 이미 기절해 있었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 피가 다 흘러버렸을 거야.”엄진우는 상태를 살펴본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영호의 이미 열몇 대의 뼈가 부러졌고 등 뒤로 파고든 총알이 척추 신경까지 압박하고 있었다.병원에 데려간다고 해도 강남성에서는 영호를 도와줄 의사가 없다.엄진우의 도움이 없으면 영호는 이미 화장장으로 보내졌을 것이다.엄진우는 영호의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렸다.“푹푹푹!”무거운 소리가 울리며 피가 묻은 몇 개의 총알이 살에서 튕겨 나왔다.엄진우는 다시 진기를 사용해 영호의 부러진 뼈를 복원했다.마지막으로 영호에게 단약 한 알을 먹였다.곧 영호의 창백한 얼굴은 혈색을 되찾았고 그는 눈을 뜨며 깨어났다.“엄진우 님!”영호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일어나. 바닥 안 차가워?”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부상이 너무 심해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말을 하다 말고 영호는 갑자기 멍해졌다.고개를 숙여 보니 몸의 상처가 기적적으로 나아 있었다.“엄진우 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영호는 깜짝 놀라 물었다.“당연히 내가 널 구한 거지, 바보야. 네가 계속 소리 지르면 여기 있는 걸 다 알게 될 거야.”엄진우는 눈을 굴리며 대답했다.이 영호의 그 목소리 톤은 정말 낮출 수가 없었다.“엄진우 님은 정말 살아있는 신이시군요!”영호는 감탄하며 땅에서 일어섰다.“자, 무슨 일이었는지 말해봐.”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누가 저지른 일인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어요. 다행히 충성스러운 부하가 절 깨웠기에 도망칠 수 있었어요.”영호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엄진우는 의아했다.영호는 강남성에서 네 개의 주요 세력을 이끄는 보스였다.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몇 통의 전화를 걸었다.이 전화들은 강남성의 다른 지하 세계의 주요 인물들에게 거는 것이었다.그러나 전부 연결되지 않았다.“이상하네. 설마 다른 사람들도 전부 당한 건가?”엄진우는 뭔
“우리 회사의 스트리머들이 출근길에 깡패들에게 희롱을 당해서 출근을 못 하고 있어.”소지안이 급히 말했다.엄진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엄진우는 그들이 이렇게 빨리 행동에 나설 줄은 생각도 못 했다.하지만 이런 하찮은 방법을 쓸 줄이야?“걱정 마. 내가 처리할게.”그는 휴대폰을 꺼내려다 잠시 멍해지더니 머리를 툭 쳤다.예전 같으면 전화 한 통으로 영호가 이런 작은 문제를 알아서 처리해 줬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강남성의 지하 세계는 이미 변해버렸다.이런 작은 문제마저도 직접 처리해야 했다.“젠장 그놈들이 날 지치게 해서 죽이려는 속셈은 아니겠지?”엄진우는 투덜거리며 일어나 옷을 입었다.어젯밤 그는 영호를 구해온 후 소지안을 붙잡고 또다시 뜨거운 밤을 보냈다.“지안 씨 버스 하나 빌려 와. 내가 스트리머들 데리러 갈게.”곧 소지안은 버스 한 대를 준비했다.엄진우는 열쇠를 들고 버스에 올라타 출발했다.그러던 중 한 여자가 길가에서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엄진우는 멈출 생각이 없었지만 그 여자는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급브레이크를 밟아 도로 위에 여러 개의 제동 자국이 남았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는 버스 문을 열고 올라타자 강한 향수 냄새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아가씨, 오해한 것 같은데 이건 승객용 버스가 아니야.”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얼른 차나 몰아! 웃기네 이게 버스가 아니면 뭐야? 지각할 것 같으니까 중남빌딩으로 빨리 좀 몰아.”여자는 2천 원을 엄진우에게 던지며 자리에 앉았다.“더러운 돈 치워. 이건 승객용 버스가 아니라고 말했지. 난 사람을 데리러 가야 하니까 빨리 내려.”엄진우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싸늘하게 말했다.“난 사람이 아냐? 이 거지 같은 버스로 누굴 태우려고? 어떤 미인이 이런 엉망진창 버스를 타겠어? 덩치는 커가지고 승용차 하나 없으면서 무슨 말 할 자격이 있다고! 내가 이렇게 마음씨 착하고 예쁘니까 이 형편없는 버스를 타주는 거지. 얼른 출발해!”그녀는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