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는 더는 한시호를 쳐다보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고 한시호는 멍하니 엄진우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참, 아까 내 몸에 손을 댄 손은 잘라버려.”심문실 문밖에서 엄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시호는 마지막 한 줌의 힘마저 사라진 듯 눈빛이 텅 비었다.“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엄진우는 조중영을 보며 물었다.그는 정말로 조중영을 모른다.“명왕님, 조문지와 통화할 때 제가 옆에 있었습니다. 제가 자청해서 명왕님을 도우러 온 겁니다. 조문지를 탓하지 말아 주십시오.”조중영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다급히 설명했다.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한시호에게 끌려갔을 때 그는 확실히 조문지와 통화 중이었다.“뭘 원해?”엄진우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조중영의 위치에서 엄진우에게 부탁할 것이 없다면 이렇게 비굴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명왕님, 물으셨으니 감히 숨기지 않겠습니다. 다음 달에 제가 북강으로 임지를 가게 되는데 부디 명왕님의 돌봄을 부탁드립니다.”조중영은 조심스럽게 엄진우를 바라보았다.이번에는 엄진우가 조금 놀랐다.조중영은 아직 4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이미 일개 지역의 수장이 되었고 북강에서 성과를 낸다면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은 시간문제다.그가 이렇게 엄진우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엄진우는 북강의 명왕이고 북강에서 엄진우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그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당신도 알다시피 이런 작은 문제는 내 전화 한 통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내 호의는 그렇게 싸지 않아.”엄진우는 조중영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말했다.조중영은 한숨을 쉬었다.배척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의미였다.“명왕님, 부디 지시해 주십시오.”조중영이 급히 말했다.“예우림이 사라졌어. 원 지성그룹의 대표이자 내 여자 친구야. 가능한 빨리 찾아주기를 원해.”엄진우가 무겁게 말했다.이 지역에서는 조중영이 직접 나서는 것이 자기의 부하들을 동원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명왕을 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색을 진행한 결과, 조중영은 곧 예우림의 위치를 파악했다.“명왕님, 예우림 씨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북쪽 외곽의 폐공장 내에 있습니다.”조중영은 직접 팀을 이끌고 구출 작업에 나서며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잘했어! 정말 잘했어.”엄진우의 말에 조중영의 마음이 한껏 들떴다.“날 엄진우 씨라고 불러도 돼.”이 말은 엄진우가 조중영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뜻이다.“네 엄진우 씨, 우리는 1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며, 300명의 집행원이 출동하여 폐공장을 포위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겠습니다.”조중영이 흥분하며 말했다.“도착하면 먼저 방어를 구축하고 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엄진우는 지시를 내리고 서둘러 출발했다.곧 조중영이 먼저 도착했다.300명의 집행원들이 폐공장을 포위하며 진을 쳤다.폐공장 안에서는 예우림이 묶여 있었다.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옆에 앉아 눈만 드러내고 있었다.“조용히 해.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그중 한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갑자기 귀를 기울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우리가 얼마나 조용히 움직였는데, 절대 들킬 리가 없어.”그러자 다른 사람이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발소리를 들었어.”검은 옷의 인물이 일어서더니 허리에서 번쩍이는 칼을 꺼냈다.“사람 데리고 나가자. 나가도 예정국의 손아귀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잡히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겠지?”그는 예우림을 한 손으로 붙잡고 폐공장 옆문으로 향했다.“조 청장님, 그들이 사람을 데리고 나가려 합니다. 계속 기다릴까요?”작전 요원들이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예우림을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고 초조하게 물었다.“구출 목표가 저 사람들의 손에 있는 상황에서 지금 바로 행동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조중영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잔뜩 긴장해서 말했다.“조용히 뒤따라가면서 엄진우 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돼.”“청장님, 여기에 300명의 정예 집행원이 있습니다. 엄진우 씨가 누구인
“멈춰! 넌 누구야.”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큰 소리로 외치며 칼을 예우림의 목에 더욱 세게 누르자 부드러운 피부가 찔려 핏방울이 맺혔다.“진정해. 내가 대신 인질이 되어 줄게. 난 성검찰청 청장이야. 나를 인질로 삼는 게 더 낫지 않겠어?”조중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급히 외쳤다.검은 옷의 인물이 조중영을 유심히 살펴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어떻게 증명할 건데?”조중영은 주머니에서 검찰증을 꺼내 검은 옷의 인물에게 던졌다. 검은 옷의 인물은 검찰증을 손에 잡고 자세히 살펴보았다.“성검찰 청장으로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질로 나서는 목적이 뭐야?”검은 옷의 인물이 물었다.“그건 네가 알 바 아니야. 교환할지 말지만 결정해. 집행원들이 이미 널 포위했어. 예우림 씨를 인질로 잡고 있다지만 집행원들이 예우림 씨를 다치게 하더라도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가 인질이 된다면 상황이 달라져.”조중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검은 옷의 인물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예우림의 신분으로는 집행원들이 자기를 놓아줄 가능성이 없었다.“좋아, 그러면 천천히 다가와. 네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이년을 당장 죽일 거야.”검은 옷의 인물은 생각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조중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검은 옷의 인물에게 다가갔다. 그가 검은 옷의 인물 앞에 도착했을 때 검은 옷의 인물은 재빨리 조중영의 목을 잡고 힘껏 예우림을 밀쳤다.조중영은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주먹으로 상대의 목을 가격하고 무릎으로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검은 옷의 인물은 조중영이 반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잔뜩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 킬러였기에 곧바로 반응하여 손에 든 칼을 조중영의 가슴에 빠르게 찔렀다.푹!칼이 조중영의 가슴을 꿰뚫었다. 조중영은 검은 옷 인물의 팔목을 꽉 붙잡고 예우림을 향해 외쳤다.“빨리 도망쳐요.”총소리가 동시에 터지면서 검은 옷의 인물을 벌집처럼 가격했다. 이때 집행원들이 달려와 조중영의 출혈을 막으려 했다.“무능
엄진우는 조중영의 가슴에 난 칼자국을 보고 그가 도착하기 전의 모든 상황을 즉시 추측했다.“뭐 좀 배웠어?”엄진우는 약간 놀란 듯 물었다.“한동안 격투기를 배웠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조중영은 호흡이 거칠어지고 입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와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성검찰청 청장으로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필요까지 있었어?”엄진우는 자기와의 인연을 맺기 위해 조중영이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 곧 죽을 것 같군요...”힘이 빠져있는 조중영의 콧속은 흙냄새가 가득했다. 이것은 그가 곧 땅으로 돌아갈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 칼이 그의 심장을 찔렀기 때문이다.“하하. 내 앞에서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어.”엄진우는 허리를 굽혀 조중영의 가슴에 박힌 칼을 뽑아 들었다.“안 돼.”작전 요원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칼이 뽑히지 않으면 조중영이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뽑힌 이상 이미 늦었다.피가 상처에서 솟구치면서 3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다. 조중영은 곧바로 기절해 버렸다.작전 요원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몸을 비틀거리다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청장님, 청장님.””울지 마라.”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말하고 한 손을 조중영의 가슴에 얹었다.순간 조중영의 상처가 치유되더니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여... 여기가 지옥인가?”“엉? 엄진우 씨 왜 여기 있죠?”조중영은 눈앞에 있는 엄진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여기는 지옥이 아니야. 말했잖아. 내 앞에서는 죽고 싶어도 죽기 어렵다고.”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조중영은 눈을 깜빡이며 구사일생의 기쁨에 가득 찼다.작전 요원들은 입을 벌린 채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랐다.“엄진우, 왜 이제 왔어.”예우림은 엄진우의 품에 안기며 두려움에 떨었다.엄진우는 마음이 아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고생 많았어. 다친 데는 없어?”엄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예우림은 고개를 저었다
엄진우는 예우림을 향해 쫓아갔지만 오선생의 공격을 피해야 했기에 속도를 완전히 낼 수 없었다. 그저 겨우 따라붙을 수 있었을 뿐 반격할 여유조차 없었다.곧 엄진우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여러 군데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얼마나 멀리까지 쫓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만 주변 환경이 점점 황량해지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곧 그들은 사막에 도착했는데 창해시는 사막이 있을 리가 없었다.그는 마치 해가 지는 곳을 쫓는 사람처럼 지칠 줄 모르고 포기하지 않았다. 해가 쨍쨍한 낮에서 별이 빛나는 밤으로 바뀔 무렵 엄진우는 마침내 멈추었다.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 앞에는 절벽이 있었다.예우림을 납치한 사람은 절벽 끝에 서서 엄진우를 보며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그는 예우림을 절벽 아래로 던졌다.“안 돼!”엄진우는 눈에 불꽃을 일으키며 맹렬히 예우림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는 자기의 몸을 절벽 아래로 던지며 예우림을 안았다. 동시에 그들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쿵! 몇 명의 그림자가 절벽 아래에서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들의 몸에는 모두 V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함정이었다. 그들은 엄진우를 매복지로 유인하기 위해 예우림을 납치했던 것이다.“하하하! 이 멍청아. 얘는 뷔젠트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일곱째야. 널 이곳으로 유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네가 어떻게 얘를 따라잡을 수 있었겠어. 어때? 우리가 널 위해 선택한 무덤이 마음에 들어?”오선생의 비웃음 속에서 여섯 명의 그림자가 동시에 공격했다. 첫째부터 일곱째까지, 엄진우에게 죽임을 당한 여섯째를 제외하고 뷔젠트는 전원 출동했다.쾅!엄진우의 몸에서 갈색 비늘이 떠오르며 달빛 아래에서 차가운 빛을 발하더니 그의 금빛 눈동자가 어두운 밤을 비추었다.“이것은... 뭐야...”오선생은 입을 쩍 벌린 채 말을 잊지 못했다.그들의 공격이 엄진우의 몸에 닿았지만 엄진우는 두 팔로 예우림을 꽉 감싸며 모든 공격을 견뎌냈다. 그러자 땅은 마치 10급 지
“네 속도를 못 따라잡을 줄 알았어? 그러지 않았으면 어떻게 너희 이 하수구에 사는 쥐색끼들을 한꺼번에 끌어내겠어?”엄진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칠선생의 귀에 울리자 그는 몸을 떨었다.칠선생은 옆에 있는 엄진우에게 손바닥을 휘둘렀지만 허공을 쳤다.이때 한 손이 그의 가슴을 관통하더니 불꽃이 솟아오르며 밤하늘을 밝혀 주었다.칠선생은 불빛에 자기의 심장이 엄진우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을 보았다.펑!그의 심장은 엄진우에 의해 박살 났다.나머지 다섯 명은 이 장면을 보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엄진우의 손에 불꽃이 꺼지자 그도 함께 사라졌다.쉭!갈색의 그림자가 오선생 옆에 다시 나타났다.“포기해. 이 물안개는 나의 분신이야. 물방울이 떨어지는 곳이면 어디든지 내가 즉시 나타날 수 있어.”어둠 속의 엄진우는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살인자들보다 더 어둠의 사냥꾼 같았다.그들은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오선생은 급히 도망쳤지만 엄진우의 손이 이미 그의 머리를 잡고 있었다.쾅!엄진우는 그의 머리를 박살 내 버렸고 오선생은 아예 반항할 틈도 없었다.“죽어라.”바로 그 순간 엄진우에게 심장을 짓눌린 칠선생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우리는 개조된 인조인간이야. 넌 우리를 죽일 수 없어. 네가 다른 사람을 죽이고 나면 우리는 다시 살아날 것이야. 끝없이.”칠선생은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엄진우는 고요하게 하늘에 서서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탁!물방울이 칠선생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칠선생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그 물방울은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그의 몸을 관통했다.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절규가 들렸다.이 무시무시한 압박 속에서 삼선생은 멘탈이 붕괴되었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하지만 이내 그는 입을 다물었다. 엄진우가 그의 머리를 비틀었기 때문이다.“됐어. 이제 너희들과 쥐잡기 놀이할 기분이 아니야. 다 죽어버려
“여긴 야외야...”엄진우는 예우림의 뱀 같은 혀의 얽힘에서 겨우 벗어나 입을 열었지만 바로 다시 입이 막혔다.곧이어 예우림의 길고 하얀 두 다리가 엄진우의 허리에 감겼다.엄진우는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 윗부분을 손으로 꽉 잡았다.두 사람의 옷은 점점 더 적어졌다.뜨거운 밤이 지나고 예우림은 엄진우의 품에 기대어 헐떡였다.“왜 이렇게 갑자기 미친 거야?”엄진우는 동굴 입구 밖의 달빛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아까 그는 예우림에게 먹힐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말을 막 끝내자마자 예우림은 다시 몸을 뒤집어 엄진우의 위에 올라탔다.한편 남강의 한 지하 실험실에서 하얀 해골 가면을 쓰고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이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명왕 대단하군.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하지만 이 폐물들은 단지 내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일 뿐이야. 다음번에는 더 큰 선물을 선사하겠어.”그가 흰색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수많은 문이 열리고 수십 명의 음침한 남자들이 통로 양옆에 무릎을 꿇었다.“미스터 V를 뵙습니다.”그들은 일제히 외치며 미스터 V를 향한 눈빛에는 광기 어린 열정으로 가득했다.......예우림과 엄진우가 동굴에서 나왔을 때 두 사람의 옷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엄진우는 할 수 없이 자기의 셔츠를 벗어 예우림의 허리에 치마처럼 묶어주었다.이로써 두 사람이 어젯밤 얼마나 격렬했는지 알 수 있었다.“다 너 때문이야. 지금 이런 꼴로 어떻게 사람을 만나?”예우림은 부끄러워 화를 내며 엄진우의 팔을 때렸다.“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기억 안 나?”엄진우는 억울했다.“네 탓이라면 네 탓이야. 입 닥쳐.”예우림은 막무가내로 말하고는 얼굴을 붉혔다.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어쩔 수 없이 순응했다.“걱정마. 그래도 옷이 다 벗겨지진 않았어. 그냥 좀 누더기 같을 뿐이야.”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방향을 정한 뒤 창해시로 향했다.지성그룹과 비담 컴퍼니에서는 이미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너, 너, 그리고 너! 다 해고야.”오진철은
“예 대표님, 회장님 도착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회의실로 가 주십시오. 이사회가 곧 시작됩니다.”이때 예정국의 섹시한 비서가 들어왔다.“하하, 알았어.”예정국은 그녀의 엉덩이를 한 번 움켜잡더니 큰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예정명도 흥분한 표정으로 서둘러 뒤따랐다.회의실에는 지성그룹의 모든 이사가 모여있었다.예흥찬은 메인 자리에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비록 이 기간 동안 지성그룹은 예우림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예흥찬의 오랜 영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아버지!”예정국과 예정명이 회의실에 들어섰다.“회장님이라 불러.”예흥찬은 불쾌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앉아라.”“사람이 다 모였으니, 이사회를 시작하지. 오늘 이사회 의제는 단 하나, 바로 이사회 재구성이야.”이 말이 떨어지자 회의실은 마치 폭탄이 터진 듯 소란스러워졌다.특히 예우림을 지지하는 이사들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일일이 표결할 필요는 없고 이사회 재구성을 지지하는 사람은 손을 들면 돼.”말이 끝나자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그중에는 예우림이 신뢰하던 이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이들의 주식을 합치면 이미 50%를 넘었다.“내가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스스로 떠나고 주식은 나에게 양도해.”예흥찬은 미소를 지으며 리스트를 꺼내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이름이 불린 사람들은 움찔했고 일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하지만...예우림의 생사는 미지수이고 예흥찬은 큰 권력을 잡고 있기에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왜 아직 앉아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내쫓길 기다리는 거야?”예정국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말했다.순간 회의실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마침내 이름이 불린 이사들은 떨리는 몸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이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엄진우와 예우림이 문밖에 나타났다.두 사람의 옷차림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이 두 사람 퍼포먼스 아트라도 하는 건가?이 많은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