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명왕님을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청용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제가 끝까지 버티고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명왕님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어서였습니다.”엄진우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그는 이제까지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눈물이었다.“너, 절대 죽지 마! 내가 꼭 널 살릴 방법을 찾을 거야. 그전까지는 절대 죽지 마.”“컥컥컥. 명왕님은 여전히 예전의 그 기세와 패기를 가지고 계시군요.”청용은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제 인생에서 명왕님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이젠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말을 마친 청용의 눈꺼풀은 서서히 감겼다.“명왕님, 제발 복수하지 마십시오. 뷔젠트의 이 일은 거대한 음모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모두를 하나하나 죽이려는 계획일 수 있습니다. 개입하지 않으면 북강은 그나마 살길이 있겠지만 개입한다면 명왕님조차도 무고한 재앙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다시 형제처럼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안 돼! 죽지 마!”엄진우는 청용의 생명력의 급속한 감소를 느끼며 더욱 강하게 진기를 주입했다. “누가 죽으라고 했어? 누가 죽는 걸 허락했어?”그러나 아무리 모든 힘을 다해도 청용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청용은 전신으로서 이미 드높은 전투력을 가진 존재였다. 하반신이 잘린 상태에서도 이만큼 버텼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엄진우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생사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몇 분이 지나자 청용은 결국 영원히 눈을 감았고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엄진우는 세상이 무너진 듯한 느낌을 받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성인이 된 후 그는 가족을 잃은 경험이 없었다.북강에서 시체와 피가 넘치는 것에 익숙한 그도 이처럼 큰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엄진우가 말했다. “용아, 널 죽인 사람이 누군지 알려 주지 않은 것은 내가 복수하러 가는 것을 막으려는 거지. 너의 그런 마음은 이해하지
“내가 요구했다고 전해. 누가 막고 싶다면 막아보라고 해.”엄진우의 홀쭉한 얼굴에는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그들이 그 자리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내가 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원하기만 하면 용국의 황제가 누가 될지도 몰라. 예수님이 와도 못 막아.”이 말을 들은 이보향은 깜짝 놀랐다.이런 말은 절대 명왕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오늘 엄진우는 분노에 완전히 휩싸여 이런 대역부도한 말을 할 정도였다.하지만 명왕에게는 그런 발언을 할 자격이 있었다.왜냐하면 그는 용국에서 가장 강한 남자이기 때문이다.이보향은 이런 모습에 오히려 엄진우에게 더욱 매료되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청용전신의 시신을 태양신전으로 보내 국장을 열게 하겠습니다. 방해하는 자는 명왕의 적으로 간주할 거시며 즉시 죽이겠습니다.”엄진우가 말했다.“응.”그리고 혼자 우울하게 걸어가면서 말했다.“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니 아무도 따라오지 마.”그는 군영 밖으로 달려가 혼자 생각에 잠겼다.머릿속에는 청용과의 추억들이 떠올랐다.청용의 비참한 죽음은 그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는 범인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이 일을 생각하면 자기를 때리고 싶었다.“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면서 이 정도로 무능하다니.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겠지.”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휴대폰을 열어보니 예우림이 자기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음을 발견했다.“맙소사. 예 대표를 까먹었어. 큰일이야.”엄진우는 깜짝 놀랐고 그제야 그런 일이 있었음을 기억해 냈다.급히 전화를 걸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결국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예우림은 이번에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았다.“에휴, 불행은 겹친다더니.”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청용은 죽고 예우림은 화를 내고. 왜 이 많은 불행한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걸까? 창해시를 돌아가야만 예우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멀지 않는 곳에 오윤하는 단단히 묶여 있었고 온몸에는 얇은 실크 잠옷 하나만 입고 있었으며 하얀 다리에는 여러 개의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게다가 머리는 헝클어지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평소의 그 귀족 공주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날개를 잃은 봉황처럼 초라해 보였다.엄진우는 혼잣말로 말했다.“이 여자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북강 제일 공주가 납치당할 때도 있네.”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습격한 사람들은 바로 그녀를 노리고 온 것이고 대단한 배경을 가진 것 같았다.엄진우는 상황을 먼저 파악하기 위해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그때 그녀 앞에 서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자가 웃으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오윤하, 너 지금 무슨 처지인데 감히 우리에게 큰소리야? 아직도 네가 북강 오씨 가문의 공주라고 생각해? 우린 네 삼촌의 명령을 받아 널 제거하러 왔어. 나중에 네 죽음은 성안시 최고의 악당 예강호가 한 것으로 꾸며질 거야. 오씨 가문을 놓고 말하자면 그저 한 명의 후계자가 죽은 것뿐이야. 또 한 명을 찾으면 되지 뭐. 하지만 그때가 되면 아무도 널 기억하지 않을 거야. 결국 네가 북강에서 너무 거만해서 많은 가문 내부의 거물들을 적으로 돌렸으니까.”사람들은 크게 웃었다.오윤하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그럼 날 죽여. 단칼에 끝내줘.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한 번이라도 기회를 잡으면 너희들 그리고 너희의 가족 모두를 남김없이 죽여버릴 거야.”이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에 갑자기 따귀가 날아왔다.‘짝’ 소리가 나며 그녀의 얼굴에는 피범벅이 된 손자국이 남았다.“우릴 죽인다고? 우릴 위협해? 넌 지금 아무것도 아니야. 입으로만 우리 가족을 죽이겠다는 거야?”그들은 그녀의 입을 열고 혀를 장난치듯 만지며 말했다.“쯧쯧. 나라를 망칠 여자네. 침조차도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뭔가를 입에 넣으면 어떤 느낌일까?”그들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며 오윤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너희들 감히.”“넌 이미 포로야. 우리가 못할 게
아!순간 돼지 멱 따는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그들 중 한 명의 두개골이 현장에서 갈라지며 피가 솟구쳤다.그리고 이 모든 근원은 작은 은침 하나였다.엄진우가 무표정으로 나왔다.“너희들 간의 분쟁에는 관심이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사람은 두고 가. 그러면 살려 보내줄게.”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오윤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여보!”이 말을 들은 엄진우는 눈꺼풀이 뛰기 시작했다.뭐야! 누가 네 남편이야. 제멋대로 부르지 마. 너희 약혼자라고 인정한 적 없다고.그 사람들의 얼굴도 눈에 띄게 험악해졌다.“오윤하가 키운 애인인가? 쓸데없이 참견하다니. 죽여라.”휘이익!순간 수십 명의 검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엄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워낙 살길을 주려고 했는데. 휴.”쿵!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명의 고수들이 총알처럼 뒤로 날아가며 이리저리 부딪혀 온몸의 뼈가 부서졌다.더 놀라운 것은 그들은 하나같이 피를 흘리며 눈을 감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남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겁에 질려 말했다.“강남성 같은 작은 곳에 어떻게 이런 강자가 있을 수 있지. 말도 안 돼.”오윤하는 눈물을 닦고 즉시 다시 예전의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나 오윤하의 남자가 너희 같은 쓰레기랑 같은 줄 알아? 내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야.”그들은 눈이 튀어나올 듯 화를 내며 말했다.“젠장. 우리가 오씨 가문 사람인 걸 몰라? 우리를 죽이면 북강의 초대형 가문, 오씨 가문을 적으로 두는 것과 같아. 넌 시체도 남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하지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말을 한 사람은 엄진우에게 머리가 잡혔다.“알지, 매우 잘 알지. 아주 잘 알지.”쾅!엄진우가 손에 힘을 주자 상대는 머리가 터져버렸다.쓰러진 시체를 보며 나머지 사람들은 겁에 질려 떨었다.그들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그만해. 이 여자는 남겨두고 우리는 당장 떠날게. ”말을 마치고 급히 돌아서며 달아나려고 했다.
“아까 당신이 본 것처럼 그 사람들은 내 삼촌의 사람들이야.”오윤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진우는 순간 이런 강한 여인도 두려움에 떨 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엄진우가 물었다.“그래서 현재 오씨 가문은 어떤 상황이야?”오윤하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아버지가 삼촌들에 인해 궁지에 몰렸고 많은 가족의 중신들이 배신하며 상황이 위험하게 됐어. 그래서 이 사람들이 대담하게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서 날 생매장하려고 했던 거야. 나라는 명목상의 후계자만 죽으면 그들이 오씨 가문을 장악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도 없으니까.”엄진우는 몇 초 동안 침묵했다.오윤하는 침묵을 깨고 울먹이며 말했다.“미안해. 이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이 날 구하러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단지 지금 난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 오씨 가문이라는 신분을 잃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까.”엄진우는 말없이 돌아서서 전화를 걸었다.“나 엄진우야. 오씨 가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들었어. 처리해 줘. 응, 지금 당장.”이 말을 듣고 오윤하는 깜짝 놀랐다.“직접 오씨 가문의 일에 간섭하는 거야? 아무리 당신이 명왕이긴 하지만 오씨 가문은 북강의 슈퍼 명문가야. 3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곳인데, 그렇게 쉽게 흔들릴 리가 없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진우는 말을 끊었다.“처리됐어.”“처리됐다고? 무슨 말이야?”오윤하는 궁금해하며 질문을 던졌다.“네 삼촌들이 이미 죽었어.”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말은 마치 벼락처럼 오윤하의 귀에 울리며 그녀를 놀라게 했다.“농담하지 마...”오윤하는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똑똑하던 오윤하도 이 순간 오히려 예전의 냉철한 분석 능력을 잃어버렸다.이때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온 문자를 받았다.반란이 진압되었다.모든 오씨 가문의 반란 세력은 북강의 신비로운 특수부대에 의해 처리되었다.그녀의 아버지는 다시 오씨 가문을 장악했다.“이게...”그녀는 감격에 차서 휴대폰을 쥔 손이 격렬하게 떨렸
“건방지네.”엄진우는 코웃음을 쳤지만 입꼬리는 절로 올라갔다.오윤하, 이건 네가 날 자극한 거야! 이제는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쓸 테니 원망하지 마.엄진우는 순간 오윤하의 매끈한 다리를 움켜쥐더니 동공이 수축되었다.“씁...”오윤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엄진우의 손가락이 점점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다가가고 전혀 아낌없이 거칠게 그녀를 다루었다.그러나 엄진우가 이렇게 거칠게 다룰수록 오윤하는 더 흥분했다.그녀는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 자존심을 미친 듯이 짓밟아줘. 육체부터 정신까지. 모든 면에서 날 먹어 치워 줘.”......한 시간 후, 엄진우는 오윤하의 저택을 떠났다.그녀는 땀에 젖어 숨이 가빴지만 만족스러워했다.이 순간부터 그녀는 공식적으로 그의 여자가 된 것이다.명왕과 관계를 가졌기에 이제 그녀는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명왕은 내 남자라고!“하하! 엄진우, 내가 말했지. 당신은 내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당신도 인정해야 해. 나와 함께 있는 것이 그 늙은 여자 예우림과 함께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그녀는 혼자서 생각했다.밖에서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깊은 관계를 가지는 동안 엄진우는 오윤하에게 약신대회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오윤하는 그것이 신비한 여자가 한 짓이라고 말했다.그 여자는 비밀 경로를 통해 성안시에 들어왔다고 했고 오윤하조차 그 여자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그 여자가 성안시에 등록한 모든 정보는 거짓이었다.하지만 현재는 정보 시대이기 때문에 오씨 가문에서는 얼굴 인식을 통해 2주 안에 용의자를 신속히 선별할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최선의 결과로도 용의자를 10명 이내로 좁힐 수 있을 뿐, 100% 확실하지는 않다.“2주는 너무 길지만 현재 성안시는 전면적으로 경계 중이니까 그 여자가 들어오는 건 쉬워도 나가는 건 어려울 거고, 그 여자가 나가려고 하면 내가 가장 먼저 그 소식을 알 수 있을 거야.”엄
남궁민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예, 주인님.”“그동안 조사는 제대로 했겠지?”당초 엄진우는 남궁민희에게 당시의 진실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게 명왕령을 그녀에게 넘겨주었다.이 명왕령이 있으면 그녀는 명왕참살령을 발동할 수 있으며 최대 반경 100리 안의 모든 것을 초토화 시킬 수 있어 각 지역의 거물들을 위협할 수 있다.“지난 4개월 동안 강남성, 제경 등 곳에 머물면서 이 일을 비밀리에 조사했어요.”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말했다.“당시 엄비왕 님의 죽음은 역시나 사고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전에 주인님의 여동생 엄혜우 씨를 제경으로 데려가 제경 세가의 죽은 아들과 영혼결혼식을 시키려 했던 것도 사실은 단지 겉으로 드러난 수작일 뿐이었어요.”엄진우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네 말은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맞아요.”남궁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말이 되었다.제경의 한 인물이 죽은 아들을 위해 영혼결혼식을 하는데 왜 하필 음월, 음일, 음시의 여인을 신부로 삼아야 했을까? 내 여동생 엄혜우는 보기 드문 전음 체질로 만 명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체질이지만 영혼결혼식을 위해 창해시에 와서 잡아간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이 아닌가?“저는 이 실마리를 따라 조사를 진행했는데, 어떤 비밀 등급에서는 명왕령조차 작용이 없었어요.”엄진우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명왕령을 보면 곧 나를 보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작용이 없을 수 있지? 설마...”엄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갑자기 하나의 깨달음이 그의 마음에 스쳐 지나갔다.“용국 궁전?”남궁민희는 이전의 장난기 있는 태도를 버리고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엄진우는 몇 초 동안 침묵했다.확실히 엄진우는 명왕으로서 북경에서 왕 노릇을 하고 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은 용국 궁전이었다.엄진우의 성장으로 인해 용국의 수백 년간
“그래 궁전에서 내 여동생에게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거야?”엄진우의 눈은 매섭게 빛났다.남궁민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약을 만들려고 했어요.”쓱---엄진우의 얼굴이 살짝 변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무슨 약을 만들려고?”“그건 아직 조사하지 못했지만, 엄혜우를 어떤 중요한 약재로 사용하려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남궁민희는 말했다.“그리고 엄비왕 님이 죽은 후에도 그들은 주인님의 여동생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어요. 비록 드래곤 크루를 호출하지는 않았지만 은밀히 많은 사람을 창해시로 보내 잠복해 놨어요. 하지만 주인님 가족이 조용히 지내왔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으며 엄혜우 씨는 대부분 시간을 외지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들은 10년이 넘도록 찾지 못했어요.”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은 상황이 달라.”그는 성안시에서 회사를 설립했고 점차 유명해지고 있었다.언젠가는 그들이 이 자취를 따라 성안시에 있는 엄혜우를 찾아낼 것이다.그 말인즉 지금 엄혜우는 매우 위험한 상태이다.남궁민희도 계속 말했다.“맞아요. 제가 알기로는 창해시의 그 밀정들이 이미 대규모로 성안시로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들이 이쪽 상황을 이미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요.”“알았어. 이번 일은 정말 잘했어. 너에게 2주간의 휴가를 줄게.”엄진우가 말했다.남궁민희는 홀로 위험을 감수하였고 비록 명왕령이 있지만 사고가 날 확률도 높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휴가를 주는 것은 그녀를 포상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보호이기도 하다.용국 궁전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주인님, 저를 싫어하시는 건가요?”남궁민희는 불만스러운 듯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전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계속 정보를 알아내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엄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노란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이 약방은 네 스승 귀곡 의존이 눈발에 3일 밤낮을 무릎 꿇고 있었어도 주지 않았던 거야. 이제 이건 네 거야.”남궁민희는 근심에서 기쁨으로 바뀌어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