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유연희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공나경! 너 지금 누구 편을 서는 거야? 다들 날 위해 정의를 찾아주려고 하는데 넌 지금 이런 쓰레기 편을 들어?” 공나경이라고 부르는 여자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미안해, 언니. 하지만 오해인 것 같아서 그래. 이 사람 나쁜 사람 같지 않아. 난 단지 내가 본 걸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야. 입장 같은 건 없어.” 그녀의 말에 엄진우는 감동을 받았다. 스트리머 중에서도 이런 착한 사람이 있었구나. 내성적이고 착하고 용감한 여자군. 그러자 유연희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저 자식이 내 탈의실에 들어왔다고. 그런데 어떻게 오해야? 왜 일개 사원 편을 드는 거지? 잘생겨서? 네 취향이야? 우리가 스트리머가 되면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어. 이런 남자는 한 달에 일여덦 명도 바꿀 수 있다고. 그런데 이 상황에 굳이 남자가 고파서 이래?” 그 말이 끝나자 여자들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나경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그만해, 언니. 사람을 그렇게 저급하고 더럽게 생각하지 마.” 그러자 누군가 빈정대며 말했다. “나경아, 우리 중에 대졸은 너 하나뿐이라 우리와는 다를 줄 알았는데... 어쩜 이런 간단한 시비도 가릴 줄 모르는 거지? 이런 변태 자식 때문에 감히 연희 언니한테 대들어?” 공나경은 가슴을 들썩이며 화를 냈다. “난 모르는 남자야!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라고. 그러니 그만 빈정대!” 그러더니 가장 날카로운 말을 던졌던 여자를 확 밀쳤다. 여자는 비틀거리더니 뒤로 벌렁 넘어져 버럭 화를 냈다. “감히 날 밀쳤어?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 그녀가 일어서서 공나경에게 달려들려 할 때, 엄진우는 살며시 한쪽 발을 내밀었다. 그러자 여자는 또 한 번 앞으로 넘어져 얼굴을 바닥에 찧었고 코뼈가 부러졌다. “꺄악! 내 코... 내 코가...” “이야~ 가짜 코를 또다시 해야겠네. 예쁘게 재건해.” 엄진우는 발을 거둬들이며 싸늘하게
“그래서 저 여자한테 잘 보여서 면접에 통과하려고 했다는 건가?” 그 말을 들은 엄진우는 심장이 철렁하며 갑자기 무명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느 회사나 낙하산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는 회사에 벌써 낙하산이라니? 소지안 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지? 이런 품격 떨어지는 여자들을 스트리머라고 면접을 보게 하다니? 게다가 낙하산까지? “너랑 뭔 상관이야?” “부러워도 소용없어. 넌 존재감도 없는 사원일 뿐이잖아.” 여자들은 한껏 엄진우를 비웃으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충고하는데 빨리 꺼져. 연희 언니 기분 빡치게 하면 넌 바로 이 회사에서 아웃이야!” 그녀들의 조롱에 엄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 이 여자들은 단지 구정물 속의 개미이자 우물 안의 개구리와도 같았다. “면접 보러 왔으니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봤겠지? 이 회사 대표 이름이 뭔 줄 알아?” 엄진우가 물었다. 그러자 여자들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알지. 소지안, 소 대표님이잖아. 직접 얼굴도 봤는걸? 완전 여신에 커리어 우먼이잖아. 너 같은 투명 인간과는 하늘과 땅 차이지.”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 할 말이 없네.” 그가 자리를 비우니 사람들은 소지안을 회사 대표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이 여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때 유연희가 터벅터벅 걸어와 공나경의 뺨을 후려쳤다. 짝! 공나경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며 발목까지 삐었다. “언니! 왜 사람을 때려?” 공나경은 예쁜 얼굴을 감싼 채 눈시울을 붉혔다.그러자 유연희는 팔짱을 끼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때리면 어쩔 건데? 너 들었지? 나한테 조폭 아저씨가 있어. 난 평소 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지. 그러니 이 회사에 채용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우리 아빠가 날 안 밀어주면 누굴 밀어줘? 그러니 난 곧 탑 스트리머가 될 몸이야. 내가 던져주는 걸 받아먹고 싶다면 얌전히 있어. 어리석게 굴지 말고!” 그러
“곽 차장님 기다리고 계시니 빨리 면접실로 가세요.” 그제야 여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외모를 점검했다. “흥! 곧 알게 될 거야.” 유연희는 이내 몸을 돌려 옷을 갈아입었다. 유연희가 나간 후, 그제야 몇몇 여자들이 몰려와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공나경, 그러게 왜 유연희에게 대들어. 너 이번 면접은 망한 것 같아.” “인사팀 곽 차장이 바로 유연희가 아빠라고 부르는 아저씨야. 보통 면접에는 면접관이 따로 있어. 그런데 오늘은 무려 차장이 직접 왔다고. 이건 보나 마나 유연희의 기를 살려주려고 그러는 거야.” 그 말을 들은 공나경은 약간 실망했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굴었다. “아무튼 난 절대 유연희한테 복종하지 않아. 차라리 안 하고 말지!” 여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대로 해. 넌 고상하지만 우린 먹고 살아야 해.”이내 여자들은 하나둘 면접실로 들어갔다. 혼자 남은 공나경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면접에 참가해야 하는 걸까? 어차피 떨어질 운명이라면 굳이 창피를 당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냥 포기하기엔 내키지 않아. 공나경은 어려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살아왔다. “뭐해요? 다들 면접보러 갔는데, 왜 멍하니 서 있는 거죠?” 이때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엄진우가 있었다. “아직 안 갔어요?”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할까 봐 지켜보고 있었죠.” 그러자 공나경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고작 사원 주제에 뭘 도와줘요? 아까 제가 사실을 밝히지 않았더라면 그쪽은 제 코가 석 자였을 걸요? 그런데 어떻게 절 도와요? 사고 그만치고 빨리 나가세요. 아, 그리고 유연희는 이 회사의 대표 스트리머가 될 거니까 마주치면 꼭 피해서 다녀요. 그러다 찍혀요.” 유연희처럼 허영심이 많은 여자는 워낙 속이 좁은 법이다. 엄진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공나경이라고 했죠? 좋아
엄진우를 보자마자 여자들은 순간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 자식이 왜 여기에 있지?” 공나경도 깜짝 놀랐다. 엄진우가 했던 의미심장한 말이 이런 뜻이었다니! 그가 면접관이었어? 유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장난해? 내가 옷 갈아입는 걸 훔쳐보는 너 같은 일개 직원이 면접관이라고? 너 지금 곽 차장님을 바보로 생각하는 거야?” 그러자 곽영진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신입이야? 너 같은 직원은 본 적 없는데? 그리고 면접관이 바뀌었다는 통보는 못 받았어.” 그러자 유연희는 엄진우를 비웃으며 말했다. “어이없네. 지금 거짓말한 거야? 이거 아주 악질이잖아. 감히 날 놀래켜? 곽 차장님도 모르신다잖아. 배우 지망생이야?” 여자들은 입을 모아 엄진우를 비난했다. “저 자식 진짜 미쳤나 봐. 감히 거짓말을 하다니.” “인사팀 곽 차장님이 없었더라면 우리 진짜 깜빡 속았을 거야.” “탈의실에 기어들어 왔던 것도 아직 따지지 않았는데.” 그러자 엄진우는 주머니에서 도장을 찍은 서류를 꺼내 곽영진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세요!” 곽영진은 서류를 꽉 쥔 채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소 대표님의 도장이 찍혀있어. 이거 진짜야!” 그제야 엄진우를 비난하던 여자들은 돌처럼 굳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엄진우를 변태로 몰아가고 욕설까지 했는데 그가 면접관이라니. 망했다! 뒤바뀐 상황에 유연희는 곽영진의 팔을 꽉 잡았다. 그러자 곽영진은 바로 엄숙한 얼굴로 마른 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무리 소 대표님이 보낸 면접관이라 해도 나는 인사부 차장으로서 널 관리할 권한이 있어. 그러니 이 면접은 내가 주재할 거고 넌 옆에서 구경이나 해.” 그러자 엄진우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보자 보자 하니까, 존대로 상대할 필요가 없겠네. 당신이 뭔데 지금 나한테 구경이나 하라는 거야? 꺼져! 방해하지 말고!” 그러자 곽영진은 탁자를 치며 소리를 질렀
“아니요. 이선미 씨, 오늘 면접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옆에서 듣고만 있으면 돼요.”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 순간, 사람들의 하나 같이 사색이 되었다. 아무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사팀 부장이 이 남자를 엄 대표님이라고 부르다니? 그게 누구지? 곽영진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부장님, 이 사람 누구예요?” 이선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엄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곽영진, 당신은 해고야. 그러니 당장 짐 싸서 나가.” 순간 곽영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날 해고한다고? 장난해? 당신이 소 대표님이야? 그리고 난 이 부장님의 사람이야! 어디서 굴러온 물건이 감히 날 해고하겠다고 날뛰어?” 그러자 이선미가 말했다. “곽 차장, 엄 대표님 말 못 들었어? 당신은 해고야. 그러니 당장 나가.” 곽영진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렸다. 평소 이선미에게 밉보인 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싸늘해진 거지? 설마 이 남자를 대동해 날 밀어내려는 수작인가? 곽영진은 화가 치솟아 올라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이선미! 그래, 이제야 알겠어! 이 남자 당신 사람이야? 그래서 감싸는 거야? 당신이 아무리 내 상사라도 날 해고할 권리는 없어! 적어도 소 대표님의 승인이 필요해!” 그러자 이선미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엄 대표님, 이 사람은 아직도 엄 대표님의 신분을 모르는 것 같네요.” 갑작스러운 변화에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유연희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문뜩 그녀는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비담 컴퍼니의 최고 경영자는 소지안이 아니다. 소지안은 단지... 부대표일 뿐이고 그 위에는 대표가 있었다. “엄진우, 엄 대표님이야.” 이선미가 싸늘하게 말했다. 순간 곽영진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엄진우... 우리 회사 대표 이름이잖아.” 인사팀 차장으로서 그는 당연히 회사에 소지안보다 더 큰 보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1분 줄 테니까 회사에서 꺼져.” 이선미도 싸늘하게 입을 열었는데 그녀의 눈동자엔 오직 냉정함만 남았다. 평소엔 머리가 나쁘지 않던 곽영진이 왜 하필 오늘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는... 이건 스스로 무덤을 판 거나 다름없기에 이선미도 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겁에 질린 곽영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유연희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격에 나섰다. “당신 회사 대표가 아까 내가 옷 갈아입는 걸 훔쳐봤어요! 여길 나가면 내가 어떤 말을 할지 장담 못 해요!” 그러자 이선미는 화를 내며 말했다. “뭐라고? 감히 엄 대표님을 모함해? 아니면 협박인 건가?” 유연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회사 성의를 봐야겠어요. 입막음 돈을 주던가, 아니면 날 스트리머로 채용하고 월급 500에 15%의 인센티브를 주던가. 알아서 선택해요.” 이선미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네. 우리 회사를 호구로 알아?” “괜찮아요. 난 상관없으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이선미를 바라봤다. “요즘 회사에 소림사에서 온 보안팀을 새로 뽑았다죠? 마침 실력을 평가할 기회가 생겼네요.” 이선미는 즉시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살려둘까요? 아니면...” 그 말을 들은 곽영진은 바로 유연희의 뺨을 후려쳤다. “미친년! 그 입 다물어! 한마디만 더 하면 죽을 수도 있어.” 그러더니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엄 대표님, 이 부장님. 당장 나갈게요.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자 유연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곽영진! 감히 날 때렸어? 날 유혹해 침대에 오를 땐 달콤한 말로 꼬드기더니, 상황이 불리하니깐 날 때려? 나쁜 자식!” 하지만 곽영진은 그녀의 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강제로 그녀를 끌어냈다. 면접실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엄진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공나경 씨, 당신은 합격입니다. 다른 사람은 일단
“하하! 유치하군.”엄진우는 그것을 가볍게 쓰레기통에 던졌다.소지안은 뒤에서 농담조로 말했다.“그렇게 단호해? 내가 떠나면 바로 다시 주워가지는 않겠지?”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덕분에 뭔가 생각났어.”그는 쓰레기통에서 그것을 다시 주워서 이선미에게 던졌다.“위에 적힌 이름들 인사부 명단에 따라 면담하거나 해고해요.”이선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그러더니 바로 하이힐 소리와 함께 떠났다.소지안은 다소 놀라며 감탄했다.“정말 대단한 수단이네... 오늘만 몇 명이나 해고했어...”수단이 철권처럼 강력해서 소지안은 자격지심을 느꼈다.엄진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황제내경에는 ‘병이 생긴 후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나와 있어. 지금 이 독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언젠가 문제가 될 거야.”소지안은 도취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엄진우가 와서 한순간에 회사의 많은 문제를 미리 제거할 수 있었기에 안전감을 느꼈다.“오늘 하루 종일 고생한 보답으로 밤에 내 사무실로 와. 최근에 사무실에 스마트 소파를 바꿨는데 특별 기능도 있어...”그녀는 매혹적으로 웃으며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안 씨를 개처럼 지치게 만들어서 내일 아침 출근할 힘도 없을까 봐 걱정돼.”“쳇! 그건 진우 씨가 그렇겠지. 내가 그렇게 약할 것 같아? 당신 걱정이나 하세요!”소지안은 도전적으로 말했다.그때 소지안의 비서가 갑자기 급히 달려왔다.“소 대표님, 문제가 생겼습니다.”“무슨 일이야?”소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비서가 소지안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이자 소지안은 금세 긴장했다.“뭐? 시천민이 죽었다고?!”이 소식은 마치 거센 폭탄과 같아서 엄진우도 큰 충격을 받았다.자기의 가장 큰 적, 과거에 자기와 동등했던 남자.강남 드래곤 크루의 리더 , ‘미친개’라고 불리던 강남성 최강 전력인 시천민이 죽었다고?엄진우는 놀라며 말했다.“시천민? 시천민은
“9대 수진 가문도 최고 등급의 현상금을 걸었어. 그의 목숨에 2백억을 걸었다고!”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예강호는 이제 모두의 타깃이 된 건가?”“움직이는 현금 인쇄기가 따로 없지. 어떻게 생각해?”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무 어이없어. 안 돼.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야겠어.”그렇지 않으면 예강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기에게도 피해가 올 것이다. 9대 수진 가문 사람들은 예강호가 자기에 의해 구출된 것을 알고 있으니 찾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다.소지안이 말했다.“안 자고 갈 거야?”“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어. 다음에 자고 갈게.”엄진우는 소지안의 고운 코를 살짝 꼬집더니 그녀의 옷깃을 따라 가슴을 살짝 만진 후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간다.”소지안은 화가 나서 엄진우의 다리를 걷어차며 말했다.“이 변태, 빨리 꺼져.”엄진우는 웃으며 회사를 나섰고 이내 고풍스러운 옷을 입은 공나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엄 대표님!”“어? 왜 아직 회사에 있어요? 내일부터 정식 출근인데.”엄진우는 걸음을 멈추고 놀라서 말했다.“사과하려고 왔어요. 오늘 일은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공나경은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지금 시간 있으세요? 제가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어요. 사과의 표시로요.”엄진우는 잠시 멈춰서 그녀의 가슴 부분을 살펴봤다.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전부 볼 수 있었다.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뜻밖이네요. 먼저 초대하다니요. 또 무슨 미인계로 날 시험하려는 거 아니죠?”공나경은 당황하여 화를 냈다.“무슨 소리예요. 대표님이 하라고 해도 안 할 거예요.”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제가 아는 공나경 씨답네. 어디서 먹을 건데요?”공나경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럼 받아들이는 건가요?”엄진우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공나경은 기뻐하며 말했다.“근처에 아주 괜찮은 샤부샤부가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고기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