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철호는 혼자 중얼거리며 자기를 최면시켰지만 얼굴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르신이 무너졌다니.” 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엄진우는 피범벅이 된 이철한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어떻게 계속해 볼래? 이 정도면 나도 꽤 봐준 건데. 제대로 했더라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 이철한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누워있었는데 이내 지면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영감탱이가... “자폭이다! 어르신이 자폭하시려고 한다!” 이철호는 너무 놀라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지존종사의 자폭 위력은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의 땅을 파괴하기에 충분한데 굳이 비유하자면 소형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위력이다. 소지안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물귀신 작전이야! 저거 아주 미친 영감탱이네!” “어르신은 워낙 저런 분이야! 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이시지. 젊은이에게 패배당한 것도 모자라 이런 모욕까지 당했으니... 어르신은 기꺼이 본인을 포함한 이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하실 거야.” 이철호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끝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이철한 앞에서 엄진우는 여전히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목숨을 걸고 싶은 거야?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송광 그놈이 준 그깟 푼돈 때문에 목숨을 걸다니.” 그러자 이철한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내 명성을 위해 싸우는 거야! 선비는 죽일 수 있어도 모욕할 수 없어!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면 차라리 다 함께 죽자고!”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난 빡빡이 영감의 명성을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무도지! 내 추측이 맞는다면 영감은 선천적으로 영기 통로가 막힌 체질이
충격적인 말에 이철한은 잠시 굳어지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철한은 엄진우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100년 동안 난 유명하다는 명의는 다 찾아다녔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 똑같았지. 영기 통로가 막힌 건 하늘의 저주로 평생 보잘것없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불운한 존재라고! 난 수련에 있어 지름길을 찾아보았지만 불행하게도 모두 헛수고가 되었어. 이번 생은 여기까지야, 다른 기회는 없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엄진우는 갑자기 이철한의 어깨를 내리쳤다. 바드득바드득! 순간 상대의 어깨에서 콩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엄진우가 말했다. “그건 영감이 날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야. 하늘의 저주? 수련은 원래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야. 그런데 하늘의 눈치를 봐서 뭐 해?” 이철한은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기가 뚫렸다. 게다가 아홉 개의 영기 통로가 전부 뚫렸다.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비록 지금 우린 적수의 입장에 있지만 난 영감의 그 기개가 너무 존경스러워. 하여 영감 인생 최대의 유감을 해결해 준 거야. 자, 이젠 다 같이 죽는 것을 택하든, 아니면 나와 통쾌하게 붙든 영감의 자유야.” 엄진우는 두 팔을 벌린 채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를 보였다. 이때 이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쭉 펴고 엄진우 앞으로 걸어왔다. 털썩! 이철한이 무릎을 꿇었다. “?!” 소지안과 이철호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그들은 단지 두 사람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것만 보았을 뿐인데 이철한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은인이시여! 은인이시여!” 피도 눈물도 없던 이철한이 무릎을 꿇은 채 엄진우의 다리를 껴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내 평생의 유감이었네. 이것 때문에 난 무시당하고 수많은 고생을 했지. 난 이번 생은 글렀다고 생각했다네. 그런데 오늘 자네를 만나 내가 드디어 운명을 바꾸게 되었어. 하하하하!” 조
이철호는 그제야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우리 철운당에서 증인으로 나서서 반드시 송광 그놈을 감옥에 처넣겠네! 평생 교도소에서 썩지는 못하겠으나 적어도 20년은 처넣어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어야지!”철운당은 송광을 위해 일하는 동안 그의 더러운 사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확보하게 되었다. 엄진우가 말했다. “좋아. 철운당이 정말 약속을 지킨다면 난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고 더는 이 일에 대해 따지지 않을 거야.” 그러자 이철한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은인 앞에서 내가 어찌 감히 다른 속셈을 가지겠는가?” 엄진우가 그의 영기를 뚫어준 이 한 가지 일만으로도 그는 앞으로 100년을 더 수련해도 절대 엄진우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철운당은 청해시의 자그마한 세력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권 세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가늘고 길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엄진우는 몇 분의 시간을 이용해 이철한에게 천뢰의 악영향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수련 사항을 얘기해줬고 이철한은 기쁨에 겨워 이철호와 함께 엄진우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올렸는데 하마터면 한참 어린 후배에게 존댓말을 쓸 뻔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당장에 거절했다. “다 늙은 영감이 나한테 존댓말을 쓰면 내가 기쁘겠어? 수명 단축하니까 하던 대로 해!” 소지안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에 쌍불을 켜고 엄진우와 함께 죽겠다던 이철한이 엄진우의 앞에서 허리를 굽신거리다니. 게다가 존댓말을 하려고 한다니. 그녀는 평생 충격이란 걸 몇 번 겪은 적 없었는데 그 몇 번의 충격은 모두 엄진우에게서 받은 것이다.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다. 철운관 사람들이 떠난 후, 그제야 소지안은 다급히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궁금하면 나랑 함께 집에 가서 샤워부터 해요. 내가 천천히 알려줄게요.” 그 말에 소지안은 얼굴이 빨개졌다. “대표
“예우림이 지안 씨한테 날 잘 지키라고 했다면서? 이게 지키는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놀렸다. 소지안도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뾰로통하게 말했다. “진우 씨 나빠. 며칠 동안 나 기껏 따먹고 놀리기까지 해? 역시 남자란 다 똑같네.” 엄진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니 매번 내가 하자고 했나? 소 비서가 먼저 나 꼬신 적도 많았잖아.” 순간 소지안은 할 말을 잃고 아예 소파에 누운 채 억지를 부렸다. “몰라! 아무튼 진우 씨 이젠 내 남자니까 나한테 양보해야 해.”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여자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래. 지안 씨 이젠 내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여자가 하나뿐이 아니잖아. 내 첫 번째 여자는 예우림이야.” 그러자 소지안은 질투심에 불타 뾰로통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우림이가 나보다 더 좋다는 거야?” 엄진우는 윙크를 날리더니 소지안의 몸에 올라타 방금 입은 브래지어를 벗겨 바닥에 던졌다. “당연히 아니지. 두 사람은 완전히 달라. 하나는 차가운 빙산이고, 하나는 뜨거운 불이야. 각각 좋은 점이 있어. 예를 들자면... 요즘 우리의 깊은 교류로 난 지안 씨가 예우림보다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 오히려 이런 면에서 더 쿨하지.” 소지안은 삽시에 귀가 빨개졌다. “나 이젠 힘드니까 그만하자.” 그녀는 엄진우가 또 섹스를 원하는 줄 알았다. 엄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핑계 대지 마. 오늘 업무는 우리 소 부대표가 처리해야 해. 조퇴는 절대 안 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소지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자기 여자 아까운 줄도 모르고 일만 시켜!”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엄진우가 자기 남자가 됐다는 거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설령... 예우림과 이 남자를 공유해도 그녀는 개의치 않을 자신이 있었다. 옷을 입고 사무실에서 나온 그녀는 바로 세련되고 차가운 커리우먼으로 돌아왔다. “부대표님!” 비서실 비서들은 전전긍긍하며 물었다. “업무보고 하셨어요?
"진우 씨..." 소지안은 엄진우의 박력에 잠시 놀랐지만 그를 믿기로 했다. "그래, 걱정하지 마! 밤하늘엔 달이 있고 여긴 내가 있어! 하루 내로 반드시 불법 건축물들 전부 밀어버릴게."엄진우도 바삐 돌아쳤다. 그는 두 통의 전화를 걸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창해시 시장 조문지였다. "조 시장, 듣자니 시청 소속의 사람 명의로 불법 건물이 좀 있다던데? 물론 조 시장은 몰랐겠지. 아무튼 내가 그 건물들을 싹 밀어버릴 건데 조 시장이 따라줬으면 좋겠어.” 조문지는 멈칫하더니 정중하게 대답했다. “명왕님, 확실히 저도 처음 듣는 얘깁니다. 만약 시청에 정말 그런 직원이 있다면 전 반드시 끝까지 탈탈 털어버릴 겁니다.” 조문지의 확실한 대답에 엄진우는 바로 조연설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청장 잘 지냈어? 나 요즘 승진하고 보행로 프로젝트 진행 중인 거 조 청장도 알고 있지? 아무튼 양아치들이 좀 꼬일 수도 있는데 창해시 치안 때문에라도 조 청장한테 미리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수작 부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조연설은 싸늘하게 말했다. “어쩌다 전화한다 했더니 이런 목적이었어? 다른 할 말은 없어?” 엄진우는 멈칫했다. 헐! 이 여자도 이런 말 할 줄 알아? 솔로로 오래 살다 보니 나 같은 남자한테 면역력을 잃은 건가? 엄진우는 큰 소리로 웃었다. “물론 있지. 요즘 시간 있어?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호텔 갈래?” 엄진우의 말에 마음이 심란해진 조연설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엄진우! 너 진짜 날 뭐로 보는 거야? 흥! 변태 같은 자식! 입만 열면 더러운 말이야! 아무튼 정말 양아치들이 출몰한다면 당연히 난 팀원들과 함께 출동할 거니까 걱정 마! 너 때문이 아니라 창해시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야!” 말을 끝낸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나 다음 주 토요일 쉬어. 그러니까 알아서 해...”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여자들이란 정말 알 수 없는 동물이다. “그리고, 너 조심
비서는 황급히 말했다. “대표님, 아니면 제가 다시...” “됐어. 그놈 하나 다루는 건 쉬워.” 예우림은 입꼬리를 올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에게는 여자가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약점이 하나 있다. 같은 시각, 불야성 프로젝트로 철거된 불법 건축물을 밀어버린 사건은 이미 전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창해시 땅값이 폭등하자 많은 외지인이 이 기회를 알아보고 창해시에 건물을 지어 여행객이나 학생들에게 임대해 큰돈을 벌어들였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분노한 사람은 바로 이웃 도시 창강시의 지하황제 정대용이다. 철거한 백여 개의 건물 중 3분의 1 이상이 전부 그의 건물이었다. 그 건물들을 짓기 위해 정대용은 하마터면 병원에 실려 갈 뻔했고 인맥 관계에 거액을 들여 겨우 성사했었다. 게다가 건물비용도 만만치 않은 지출이다. 이제야 겨우 본전을 되찾기 시작했는데 듣보잡인 비담 컴퍼니가 그의 건물을 밀어버렸다. “엄진우? 비담 컴퍼니? 다 뭐 하는 것들이야!” 고급 저택 안에서 정대용은 버럭 화를 내더니 품에 안고 있는 여자의 허리를 세게 꼬집었다. 여자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지금 정대용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사지를 뜯긴 채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창강시 지하황제 정대용은 일찍이 밀수로 이름을 날렸는데 바다에서 인터폴을 만나도 거침없이 죽여버렸다. 하여 인터폴에 의해 적색 수배령이 내려졌는데 현상금이 무려 백만 달러가 걸렸다. 그러다 어느 정도 재산을 모인 후 그는 부동산으로 옮겨져 신분마저 세탁해 버렸다. “창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회사입니다. 그렇게 많은 건물을 밀어버렸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거로 보아 아마 대단한 백을 둔 것 같습니다.” 부하들은 두뇌를 풀가동해 분석했다. 정대용은 품에 안긴 여자를 발로 걷어차더니 테이블 위에 있는 시가를 집어 들었다. “상관없어! 내가 본 손해가 얼만데! 아무도 안 나선다면 내가 나서야겠군! 사람 보내서 엄진우 그 새끼
“회장님,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불길한 징조입니다.” 부하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풍수지리 대가를 불러 불야성 그 땅을 극도로 불길한 터로 소문내면 사람들은 전부 도망가고 말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불야성은 건설되더라도 죽음의 도시로 소문나 텅 빈 구역이 되겠죠.” 정대용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이런 일은 소문만 나면 연쇄효과가 일어나 불야성에 입주 계획이었던 상가와 스폰서, 은행도 결국 돌아서기 마련입니다. 결국 비담 컴퍼니는 본전도 못 찾고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겁니다. 즉 우리가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결국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때, 정대용은 갑자기 숨을 몰아쉬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부하들은 눈치껏 못 본 척했다. “좋아. 그렇다면 이 일은 너한테 맡긴다. 그 자식 무너뜨리기만 하면 내가 한몫 톡톡히 챙겨줄 거다. 그리고 지금의 네 위치에서 적어도 세 자리는 올려주지.” 몇 초 후 정대용은 정신을 차리더니 담배를 물고 음흉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 일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다면 널 포함해서 네 아래의 모든 부하는 당장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정대용이 창강시의 지하 세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사람을 죽이는 데는 더없이 단호하고, 상을 주는 데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흠칫 놀라더니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머리를 조아렸다. “회장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그놈을 반드시 죽이겠습니다.” ... 예우림의 집. 회사에서 다급히 달려온 엄진우는 바로 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예우림, 어딨어?” 10분 전 예우림은 집에서 넘어졌는데 두 다리가 골절된 것 같다며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회의 중이던 엄진우는 회의고 뭐고 다급히 때려치운 채 바로 예우림의 별장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우림은 보이지 않았다. “예우림?”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뒤에서 가녀린 그림자가 다가왔다. “오빠, 안
하지만 이때. “꺄악!” 엄진우가 매정하게 피하는 바람에 양설희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오빠!” 양설희는 코를 움켜쥔 채 화를 내며 말했다. “설마 진짜 게이야? 아니면 그쪽에 문제 있어?”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필요 없으니까 빨리 꺼져. 지금 안 나가면 후회할 거야.” 양설희는 안색이 일그러졌다. “몰라! 예우림 씨가 오빠 바지 안 벗기면 돈 한 푼도 안 준다고 했단 말야!” 말을 끝낸 그녀는 아예 옷을 전부 벗어 던졌는데 온몸에 달랑 팬티만 남아 사람 마음을 더 일렁이게 했다. 그녀는 어떤 남자든 그녀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상대가 고자만 아니라면! 쾅!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흔들림이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아예 별장 문밖으로 내던져버린 후 문까지 걸어 잠갔다. 밖에서 욕지거리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예우림, 적당히 해! 저딴 여자를 보내 내 인내심을 시험해?”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 아직 그 정도로 굶지 않았어.” 이때 위층에서 오피스룩 차림의 예우림이 나타났는데 아무리 봐도 골절은 아니었다. “어머, 우리 엄 대표님 화났어?” 그 모습에 예우림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네가 그사이에 나쁘게 변했는지 나도 확인은 해야지. 이젠 내 초대도 감히 거절하잖아.” 엄진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해야. 불야성 공사 기간이 너무 빠듯해서 나 요즘 밤낮으로 일하고 있어.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근데 당신 만나러 지성그룹까지 갈 시간이 어딨겠어?” 예우림은 엄진우의 설명이 꽤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속이 너무 좁아서 오해했던 걸까? 여기까지 생각한 예우림은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턱을 치켜올리고 전보다 거친 엄진우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수염을 쓸며 말했다. “면도할 시간도 없었어? 지저분하게. 가자. 내 방으로 가서 면도해 줄게.” 예우림은 엄진우의 손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