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는 창해시 상류층에서 굉장히 유명한 무관인 철운관의 관장으로 많은 권력자들의 경호를 맡아왔다. 그런데 만약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그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 것이며 잘못하면 파산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철호는 후회막급했지만 한 편으로는 정면으로 붙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안돼! 이 자식 반드시 막아야 해! 어쩔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어르신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어.” 이철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철운관의 1대 관장이자 창시자인 이철한은 평소 폐문 수련과 귀한 단약으로 깊은 산속에서 연명하고 있었다. 상대는 뢰수라는 무공 외에도 수백 개의 무공에 능통하며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젊은 시절 창해시에서는 최강의 일인자로도 불렸다고 한다. 게다가 세월이 덧없이 흘러 이철한의 실력도 마치 오래된 우물처럼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생각한 이철호는 다급히 이철한 지존종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르신, 저는 제35대 관장 이철호인데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 후, 상대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식 주소 보내. 1분 안에 바로 죽여줄 것이다. 하지만 철호야, 넌 반드시 철운관 위패 사당 앞에 무릎을 꿇고 3일 밤낮으로 온몸을 채찍질하여 벌을 받아야 한다!” 이철호는 깜짝 놀라 물었다. “어르신, 도대체 왜?” “내가 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지혜이고 공은 이루어도 내세우지 않는다고 몇 번을 말했더냐! 그 어떤 일도 세 번은 생각하고 겸손하게 움직여야 해! 그런데 넌 권력자들의 경호나 맡으면서 항시 밖에서 원한만 사들이는구나! 내가 없었더라면 철운관의 기나긴 역사는 네 손에서 끝장났을 거야! 알겠느냐?” 이철한의 훈계에 이철호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철운관의 풍기를 다시 잡고 다시는 권력가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겠습
그리고 이내 천둥번개는 소지안에게 내리꽂혔다. “조심해요!” 위기일발의 순간, 엄진우는 소지안을 밀어내고 대신 상대의 공격을 받아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는 온몸이 검게 타버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소지안은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진우 씨! 괜찮아요?” 하지만 엄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은 거야?” 소지안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동공은 격렬하게 수축하였다. 이럴 수는 없어!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던 엄진우가 천둥번개 한 방에 이렇게 인사불성이 된다고? 소지안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에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윙윙거렸다. 엄진우는 그녀를 위해 이렇게 되었다. 그러자 무승은 합장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 무극천뢰에 죽은 것도 이 사람의 운명입니다. 만약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재로 변했을 텐데 육체를 보존했다니, 이건 기적입니다.” “당신은 누구죠?” 소지안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채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전 철운관의 창시자, 이철한 지존종사입니다.”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이철호는 엄진우의 모습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철운관의 창시자다! 그의 한 수는 타인의 한계였다. 한순간에 이철호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던 엄진우도 이철한의 앞에서는 고작 한주먹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이철한은 담담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하늘은 만물을 살리는 덕이 있지요. 여인이여, 그대는 죽이지 않을 테니 지금 당장 내 시선에서 사라지세요.” 나이를 먹다 보니 이철한도 일찍이 속세를 꿰뚫어 보았는데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도심에 대한 침범으로 수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신은 남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창백한 안색의 소지안은 제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끓어 넘치는 화는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진우 씨가 죽었든 살았든 난 반드시 이 남자 데리고 갈 거예요!” 그녀는 반드시 엄진우를 데리고 떠나야 한다. 성안으로, 소씨 가문으로 돌아가 대단한 의
“뭐? 2천억?” 이철호는 너무 놀라 턱이 다 빠질 것 같았다. 쉰 살이 넘도록 살았지만 한평생 그런 돈은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2천억은 철운관을 사고도 남는 돈이다. “어르신, 정말 수지맞는 장사니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이철호는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고 화가 난 이철한은 바로 그의 뺨을 날려버렸다. “못난 놈!” 이철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 “내가 반평생 공들여 세운 철운관을 이까짓 냄새나는 돈 때문에 넘길 것 같단 말이냐?” 이철한은 노발대발했다. “돈이면 다 살 수 있는 줄 아는 게야? 그렇다면 넌 고작 부자들이 키우는 개와 다름없어!” 이철한은 무엇보다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티끌만 한 오점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철호는 벌벌 떨며 다급히 이철한 앞에 기어가서 참회했다. “어르신,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깟 돈에 눈이 멀어서 잠시 제정신이 아녔습니다. 속죄하겠습니다.” 말을 끝낸 이철호는 벌떡 일어서더니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 “꽃길이 있는데 굳이 가시밭길을 선택하다니. 넌 어르신이 가라고 했을 때 곱게 꺼졌야 했었어. 이젠 네년이 가고 싶다고 해도 못 보내 줘. 그러니 너도 목숨을 내놔!” 비록 소지안의 거래는 유혹적이었지만 이철한이 반대하는 한 이철호는 반드시 그의 말에 따라야 했다. 이철한은 철운관의 기둥으로 그가 존재하는 한 철운관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다. 소지안은 깜짝 놀라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2천억도 거절한다고? 역시, 그냥 미친개들이었어.” 그 말에 이철호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좋아, 그렇다면 미친개한테 물려 죽는 기분을 똑똑히 알려주도록 하지.” 말이 끝나기 바쁘고 이철호는 소지안을 향해 돌진했고 소지안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때, 번개 같은 그림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 앞을 막아섰다. 쿵! 순간 이철호는 처량한 비명을 짓더니 마치 포탄처럼 순식간에 수십 미
“아주 용기 있는 젊은이군.” 엄진우의 말에 이철한은 흉악한 표정을 짓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우르릉! 우레 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철한은 완전히 뚜껑이 열려버렸다. 그는 이곳을 평정하고 눈앞의 두 남녀를 한 줌의 재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뇌용! 뇌해! 10억 볼트! 토르의 분노! 신들의 황혼!” 순간 이철한 평생의 절학이 한데 어우러져 사방에는 차가운 바람이 일고 먹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먹구름은 엄진우의 머리 위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뇌용과 뇌해, 그리고 뇌상... 밀려오는 공포의 기운에 뒤에 있던 소지안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버렸다. 망했다. 도망갈 곳도 그렇다고 피할 곳도 없다. “어르신, 이러다 저도 함께 죽으면 어떡합니까?” 이때 상처투성이가 된 이철호가 절뚝거리며 걸어와 버럭 화를 내며 말했지만 분노에 눈이 뒤집힌 이철한은 더는 어떤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철호는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망했어. 어르신이 저렇게 분노하는 모습은 처음이야. 이젠 적어도 반경 10킬로미터 이내의 곳은 전부 평지가 되겠지... 창해시 절반이 아마 대형 핵폭발 경험 못지않은 위력을 느끼게 될 거야... 우린 다 죽었어...” 이철호는 혼자 중얼거렸고 옆에 있던 소지안은 겁에 질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죽는다고? “죽어라!” 이천한은 하늘을 향해 길게 소리를 외쳤다. 순간 하늘에 눈부신 빛줄기가 나타나 사면팔방을 환히 비추었는데 이건 마치 영화에서만 보던 세계 종말처럼 무중력감과 공백감, 공포감을 만들어 내면서 소지안과 이철호를 절망에 빠지게 했다. 슥-- 하지만 순간 이런 느낌은 사라져 버렸다. 소지안은 두 눈을 살짝 뜨고 주변을 바라봤지만 주변은 멀쩡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건가? 이때 옆에 있던 이철호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뭐야? 이럴 리가 없어! 이건 불가능해!” 이철호는 정면을 가리키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엄진
“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철호는 혼자 중얼거리며 자기를 최면시켰지만 얼굴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르신이 무너졌다니.” 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엄진우는 피범벅이 된 이철한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어떻게 계속해 볼래? 이 정도면 나도 꽤 봐준 건데. 제대로 했더라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 이철한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누워있었는데 이내 지면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영감탱이가... “자폭이다! 어르신이 자폭하시려고 한다!” 이철호는 너무 놀라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지존종사의 자폭 위력은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의 땅을 파괴하기에 충분한데 굳이 비유하자면 소형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위력이다. 소지안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물귀신 작전이야! 저거 아주 미친 영감탱이네!” “어르신은 워낙 저런 분이야! 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이시지. 젊은이에게 패배당한 것도 모자라 이런 모욕까지 당했으니... 어르신은 기꺼이 본인을 포함한 이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하실 거야.” 이철호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끝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이철한 앞에서 엄진우는 여전히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목숨을 걸고 싶은 거야?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송광 그놈이 준 그깟 푼돈 때문에 목숨을 걸다니.” 그러자 이철한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내 명성을 위해 싸우는 거야! 선비는 죽일 수 있어도 모욕할 수 없어!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면 차라리 다 함께 죽자고!”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난 빡빡이 영감의 명성을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무도지! 내 추측이 맞는다면 영감은 선천적으로 영기 통로가 막힌 체질이
충격적인 말에 이철한은 잠시 굳어지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철한은 엄진우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100년 동안 난 유명하다는 명의는 다 찾아다녔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 똑같았지. 영기 통로가 막힌 건 하늘의 저주로 평생 보잘것없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불운한 존재라고! 난 수련에 있어 지름길을 찾아보았지만 불행하게도 모두 헛수고가 되었어. 이번 생은 여기까지야, 다른 기회는 없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엄진우는 갑자기 이철한의 어깨를 내리쳤다. 바드득바드득! 순간 상대의 어깨에서 콩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엄진우가 말했다. “그건 영감이 날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야. 하늘의 저주? 수련은 원래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야. 그런데 하늘의 눈치를 봐서 뭐 해?” 이철한은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기가 뚫렸다. 게다가 아홉 개의 영기 통로가 전부 뚫렸다.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비록 지금 우린 적수의 입장에 있지만 난 영감의 그 기개가 너무 존경스러워. 하여 영감 인생 최대의 유감을 해결해 준 거야. 자, 이젠 다 같이 죽는 것을 택하든, 아니면 나와 통쾌하게 붙든 영감의 자유야.” 엄진우는 두 팔을 벌린 채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를 보였다. 이때 이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쭉 펴고 엄진우 앞으로 걸어왔다. 털썩! 이철한이 무릎을 꿇었다. “?!” 소지안과 이철호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그들은 단지 두 사람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것만 보았을 뿐인데 이철한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은인이시여! 은인이시여!” 피도 눈물도 없던 이철한이 무릎을 꿇은 채 엄진우의 다리를 껴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내 평생의 유감이었네. 이것 때문에 난 무시당하고 수많은 고생을 했지. 난 이번 생은 글렀다고 생각했다네. 그런데 오늘 자네를 만나 내가 드디어 운명을 바꾸게 되었어. 하하하하!” 조
이철호는 그제야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우리 철운당에서 증인으로 나서서 반드시 송광 그놈을 감옥에 처넣겠네! 평생 교도소에서 썩지는 못하겠으나 적어도 20년은 처넣어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어야지!”철운당은 송광을 위해 일하는 동안 그의 더러운 사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확보하게 되었다. 엄진우가 말했다. “좋아. 철운당이 정말 약속을 지킨다면 난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고 더는 이 일에 대해 따지지 않을 거야.” 그러자 이철한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은인 앞에서 내가 어찌 감히 다른 속셈을 가지겠는가?” 엄진우가 그의 영기를 뚫어준 이 한 가지 일만으로도 그는 앞으로 100년을 더 수련해도 절대 엄진우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철운당은 청해시의 자그마한 세력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권 세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가늘고 길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엄진우는 몇 분의 시간을 이용해 이철한에게 천뢰의 악영향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수련 사항을 얘기해줬고 이철한은 기쁨에 겨워 이철호와 함께 엄진우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올렸는데 하마터면 한참 어린 후배에게 존댓말을 쓸 뻔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당장에 거절했다. “다 늙은 영감이 나한테 존댓말을 쓰면 내가 기쁘겠어? 수명 단축하니까 하던 대로 해!” 소지안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에 쌍불을 켜고 엄진우와 함께 죽겠다던 이철한이 엄진우의 앞에서 허리를 굽신거리다니. 게다가 존댓말을 하려고 한다니. 그녀는 평생 충격이란 걸 몇 번 겪은 적 없었는데 그 몇 번의 충격은 모두 엄진우에게서 받은 것이다.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다. 철운관 사람들이 떠난 후, 그제야 소지안은 다급히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궁금하면 나랑 함께 집에 가서 샤워부터 해요. 내가 천천히 알려줄게요.” 그 말에 소지안은 얼굴이 빨개졌다. “대표
“예우림이 지안 씨한테 날 잘 지키라고 했다면서? 이게 지키는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놀렸다. 소지안도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뾰로통하게 말했다. “진우 씨 나빠. 며칠 동안 나 기껏 따먹고 놀리기까지 해? 역시 남자란 다 똑같네.” 엄진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니 매번 내가 하자고 했나? 소 비서가 먼저 나 꼬신 적도 많았잖아.” 순간 소지안은 할 말을 잃고 아예 소파에 누운 채 억지를 부렸다. “몰라! 아무튼 진우 씨 이젠 내 남자니까 나한테 양보해야 해.”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여자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래. 지안 씨 이젠 내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여자가 하나뿐이 아니잖아. 내 첫 번째 여자는 예우림이야.” 그러자 소지안은 질투심에 불타 뾰로통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우림이가 나보다 더 좋다는 거야?” 엄진우는 윙크를 날리더니 소지안의 몸에 올라타 방금 입은 브래지어를 벗겨 바닥에 던졌다. “당연히 아니지. 두 사람은 완전히 달라. 하나는 차가운 빙산이고, 하나는 뜨거운 불이야. 각각 좋은 점이 있어. 예를 들자면... 요즘 우리의 깊은 교류로 난 지안 씨가 예우림보다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 오히려 이런 면에서 더 쿨하지.” 소지안은 삽시에 귀가 빨개졌다. “나 이젠 힘드니까 그만하자.” 그녀는 엄진우가 또 섹스를 원하는 줄 알았다. 엄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핑계 대지 마. 오늘 업무는 우리 소 부대표가 처리해야 해. 조퇴는 절대 안 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소지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자기 여자 아까운 줄도 모르고 일만 시켜!”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엄진우가 자기 남자가 됐다는 거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설령... 예우림과 이 남자를 공유해도 그녀는 개의치 않을 자신이 있었다. 옷을 입고 사무실에서 나온 그녀는 바로 세련되고 차가운 커리우먼으로 돌아왔다. “부대표님!” 비서실 비서들은 전전긍긍하며 물었다. “업무보고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