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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이건 예우림의 폐부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이다.

그녀는 엄진우가 죽길 바라지 않는다. 비록 평소 엄진우를 하찮게 생각했지만 마음속에는 왠지 엄진우에 대한 자그마한 감정이 존재했다.

물론 그녀는 이 감정이 절대 애정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진우는 분명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 말에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예우림, 걱정해 줘서 고맙다."

엄진우는 천천히 소천붕에게 다가갔고 소천붕은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뭉그적거리지 말고 빨리 꿇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서 두고두고 봐야겠어."

"사진을 찍으신다고요? 아까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예우림은 사색이 되어 말했다.

"지금 추가하면 안 되는 거야?"

소천붕은 걸걸하게 울었다.

"그리고 사진 액자로 만들어서 소씨 저택 중앙에 걸어둘 거야.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다 똑똑히 볼 수 있게."

비겁한 사람.

소천붕은 비록 엄진우를 죽이지 못한대도 이런 방식으로 체면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사진은 가장 좋은 체면이 될 것이다.

"사천칙 어르신, 이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

예우림은 시선을 사천칙에게로 돌리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상대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사진 한 장 찍는데 살점이라도 떨어져?"

사천칙 역시 엄진우에게 불만이 많았기에 소천붕의 소심한 행동을 그저 모른 척 눈감아줬다.

"하지만..."

"두 사람 살려둔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고 적당히 해!"

상대는 귀찮은 듯 예우림의 말을 잘라버렸고 순간 예우림의 안색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말 길게 할 필요 없어."

이때 엄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무릎 꿇겠다고 한 적 없어."

"뭐야!?"

소천붕은 버럭 화를 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진우는 소천붕의 면상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는데 상대의 머리통은 금세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난 말보다 행동이 빠른 놈이야."

엄진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설마 내가 무릎 꿇으려고 온 줄 알았어? 영감탱이 낯짝이 아주 두껍네? 봐주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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