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내가 했거든.”엄진우는 또박또박 말했다.“진씨 가문 식구들만 2천 명이 되더라고. 나이를 막론하고 하나도 남김없이, 내가 모조리 죽여버렸어.”그 말을 들은 진이한은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우리 가문이 멸족된 게 너 때문이라고?”순간 진이한은 무거운 질식감이 그의 온몸을 뒤덮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4대 고대 무가는 늘 창해시의 신비한 세력이었고 소수의 엘리트를 제외하고는 천씨 가문이 멸족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런데 눈앞의 엄진우는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너무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진이한은 머리가 굳어져 약 5초간 침묵하더니 모두의 예상을 비껴간 행동을 했다.그는 손을 높이 들더니 바로 자기의 머리를 내리찍었다.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진이한은 그렇게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진이한이 자살했어?”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렸다.조연설은 의아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너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진이한이 이런 선택을 한 거야?”수조의 자산을 보유하고 무한한 권력을 손에 든 대종사가 자살했다니. 대체 얼마나 큰 절망감을 느낀 걸까?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냥 좀 다독여줬을 뿐인데, 뭐가 이렇게 나약해?”“닥쳐!”조연설은 화가 나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따졌다.“진이한 눈도 못 감고 죽었어. 그만큼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야. 대체 뭔데! 당장 말해!”...지성그룹.예우림은 아무 반응도 없는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화가 나서 펜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엄진우 이 자식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감히 상사의 전화도 안 받아?”전에는 그녀가 전화를 걸기만 하면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뭔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2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여전히 응답이 없는 전화기에 예우림은 솟구치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 자식 정말 데이트 중이야? 그래서 일부러 내 전화 안 받는 건가? 하아, 유치한 새끼. 내가 정말 질투할 거라고 생각한 거
“꺄악! 살려주...”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이내 기절해 버렸다.상대는 예우림의 뒤통수를 무겁게 내리쳤고 이내 차에서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들이 내려왔다.“이 여자 빨리 데려가. 일 똑바로 해야 할 거야.”남자는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자 한 덩치 남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구린내 나는 입을 나불거렸다.“이년 졸라 예쁘네요! 보스, 우리가 좀 놀면 안 될까요? 일에 지장 없이 잠시만 즐길게요.”턱시도를 입은 남자는 그 자리에서 상대의 목을 졸랐는데 ‘빠직’하는 소리와 함께 덩치 남은 그대로 목덜미가 부러져 죽어버렸다.“기억해. 이 여자 지금 우리한테 아주 중요한 여자야. 장관님의 금령을 어기고 제멋대로 건드린다면 너희들도 죽음을 면치 못할 거야.”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덩치들은 바로 입을 열어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절대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은 하지 않겠습니다!”소지산은 그제야 긴 숨을 내쉬더니 다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이번 미션은 아주 중요해. 이번 건만 제대로 완성한다면 창해시의 그 어떤 여자라도 내가 다 너희들 침대에 올려줄 거야. 기억해. 우리 뒤에는 성안 소씨 가문이 있어.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자신감이자 저력이야.”소지산이 그려준 떡에 덩치들은 하나같이 흥분했다.“네! 장관님의 명령대로 엄진우만 죽이면 원하는 것은 다 얻을 수 있습니다!”...제트썬 카지노.조연설이 아무리 따져 물어도 엄진우는 끝까지 진이한이 나약해서 자살했다고 우겨댔다.그녀는 결국 어찌할 도리가 없어 눈을 희번덕거리고 말했다.“됐다. 진이한과 범죄자 일당 시신 다 옮겨!엄진우, 네가 공도 세웠으니 오늘 일은 내가 따지지 않을게. 용감한 시민상이라도 줄려고 했는데 이젠 못 줘!”조연설은 집행청 유니폼 코트를 걸치고 예리한 눈빛을 보냈다.진이한이 죽었으니 엄진우의 말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상은 필요 없어. 조 청장이 크롭탑에 스커트 입은 모습을 앞으로 더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
“제가 여길 온 목적은 진이한을 무너뜨리기 위한 거지 이 카지노가 아니에요.”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전 귀찮은 게 딱 질색인 사람이라, 형님이 저 좀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받아주세요.”그러자 눈치 빠른 홀 지배인은 얼른 예강호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예강호 님에게는 우리 제트썬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로운 보스에게 인사드립니다!”“인사드립니다.”“인사드립니다.”예강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진우 동생, 난 강남 제일 폭도야. 그런데 내가 두렵지 않아?”“전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이라서요. 오늘 제가 만난 예강호는 아주 의리있고 멋진 무도종사였어요.”엄진우의 미소에 예강호는 만감이 교차했다.“다들 내 이름만 들어도 날 못된 악당으로 생각하더군. 그런데 오늘 이런 평가를 듣게 되다니. 오늘 여기서 진우 동생을 만난 건 내 행운이야. 앞으로 진우 넌 내 동생이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도 좋아!”예강호는 가슴을 두드리며 말하더니 이내 홀 지배인에게 분부했다.“지금부터 엄진우는 이 제트썬 카지노 40%의 주식을 소유한 2대 주주이자 내 동생이다. 알겠어?”사실 예강호는 악당이 아니라 단지 권세자들의 횡포를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늘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수호했다.최근 은행을 털었던 것도 빈민가의 서민들에게 돈을 나눠주기 위한 것이었다.사람마다 정의에 대한 기준이 다른데 공교롭게도 그의 눈에 보이는 정의는 어둠 속을 걷고 있을 뿐이다.눈치가 유달리 빠른 홀 지배인은 이내 굽신거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오늘부로 보스와 작은 보스로 칭하겠습니다.”“고마워요.”여기서 더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였다.바로 이때, 예우림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 왔다.엄진우는 깜짝 놀라 혼자 중얼거렸다.“또 전화 왔네?”이미 30분이나 그녀를 방치해두었으니 아마 잔뜩 화가 났을 것이다.“진우야, 애인? 와이프? 왜 그렇게 잔뜩 졸았어?”눈치
“예우림 내놔. 아니면 너희들은 전부 내 손에 죽는다.”엄진우는 한 손으로 앞을 가리키는데 마치 한 겹의 구름에 뒤덮인 것 같았다.그는 그 어떤 도발도 다 참을 수 있지만 그의 주변 사람으로 그를 협박하는 건 명왕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쿵!엄진우는 단지 고개를 들었을 뿐인데 순간 뿜어져 나온 살기에 소씨 가문 킬러 수백 명은 새까맣게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나머지 사람들도 너무 놀라 온몸을 벌벌 떨었다.“어떡해. 눈빛이 너무 무서워. 저런 사람과 어떻게 싸워?”“그냥 튀자. 이까짓 돈으로 목숨 잃긴 싫어!”“지방 도시의 어린놈이 어떻게 이런 살기를 가지고 있지?”“하하! 엄진우, 역시 듣던 대로 실력이 아주 대단하네.”이때 소지산이 팔짱을 끼고 성큼성큼 걸어왔다.“반갑다. 난 소씨 가문의 이인자 소지산이야.”소지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바닥이 갑자기 무너져 내려갔고 엄진우는 지척까지 다가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예우림 어딨어?”순간 소지산은 가슴이 뒤집히고 온몸의 갈비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어떻게 된 거지...내력 절정 대종사인 내가 이런 애송이에게 눌려 머리도 못 들다니.“그 여자 데려와!”겁에 질린 소지산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그러자 몇 명의 덩치들이 예우림을 질질 끌고 나왔는데 그녀의 입은 테이프로 막혀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안색도 창백했다.엄진우를 발견한 그녀는 맑은 눈동자를 크게 뜬 채 웅얼웅얼 소리를 냈다.“부대표님, 괜찮아요?”엄진우는 다급히 그녀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소지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장 뒤로 물러서! 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 바로 죽일 거야.”덩치들은 이내 눈치를 채고 예우림의 하얀 목덜미에 칼을 가져다 댔다.“감히 그 여자 건드린다면 너희들은 내 손에 죽는다.”엄진우의 갸름한 얼굴에 살기가 돌았다.하지만 소지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당당하게 말했다.“그래, 죽일 수 있겠지. 하지만 네가 날 죽이는 그 순간, 저 여자도 같이 죽을 거야. 내 말이
그 말은 마치 청천벽력과 같아 엄진우를 깜짝 놀라게 했다.그 말인즉 수행을 자폐하라는 건가?그러면 난 도마 위의 생선이 되는 거 아니야?악랄한 계략이군. 이건 소지산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야. 배후에 사람이 있는 걸까?잔인한 말에 예우림은 몸부림을 치며 엄진우를 막으려 했다.“가만히 있지 못해? 계속 시끄럽게 굴면 여기서 당장 너 박아버린다.”덩치는 예우림의 어깨를 누르더니 참지 못하고 돼지 발 같은 손을 그녀의 찢어진 옷깃으로 가져갔다.“동작 그만!”이때 엄진우가 큰 소리로 덩치의 행동을 제지했다.“그 여자 건드리지 마! 아니면 너희들 전부 뒷산에 묻어버린다.”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상대는 깜짝 놀라더니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소지산도 비록 두려웠지만 여전히 용기를 내어 말했다.“엄진우, 협박해도 소용없어. 예우림의 목숨은 우리 손에 있으니 죽어도 예우림이 먼저 죽어. 능력 있으면 같이 죽던가.”그 말에 엄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핏대를 세운 채 물었다.“내가 수행을 폐하면 약속대로 저 여자 놓아주는 거지?”“걱정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성안 명문가인데 널 속이겠어?”소지산은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좋아.”엄진우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쾅’하는 굉음과 함께 그는 그 자리에서 자기 두 손과 발의 힘줄을 끊었는데 피가 콸콸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우우우우!”잔인한 장면에 예우림은 발을 동동 구르며 무슨 말을 하려고 해를 썼다.하지만 덩치는 그녀를 완전히 제압해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이젠 만족해?”엄진우는 창백한 얼굴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쓰읍--”다들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살신이 정말 여자를 위해 폐인이 되는 걸 선택했다니.“하하, 당연하지. 하지만 나 아직 믿을 수 없어. 진짜 수행이 사라졌는지 한번 확인해야겠다.”소지산은 갑자기 음흉하게 웃더니 천을 주먹에 칭칭 감고 자기 폐를 가격했다.쿵!그의 진기가 순간 방출되었는데 이건 분명 대종
얼마 후, 엄진우는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소지산은 엄진우의 머리를 짓밟은 채 경멸에 찬 눈빛을 보냈다. "아니, 아까만 해도 우리 다 죽일 거라고 그렇게 까불어 대더니 이게 뭐야? 상갓집 개가 되어버렸네?"순식간에 다들 배를 끌어안더니 침을 튀겨가며 엄진우를 비웃었다. 마치 아까 엄진우한테서 공포를 느꼈던 원한을 모두 쏟아내듯이. 오직 예우림만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엄진우가 자기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그녀만 아니었다면 엄진우는 이미 그들을 전부 학살했을 것이다. 그녀가 엄진우를 해쳤다. "하마터면 이 여자의 존재를 잊을 뻔했네."소지산은 예우림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 음산하게 웃어 보였다. "너 꽤 능력 있다? 이 자식이 널 위해 수행까지 포기하고 이렇게 비굴하게 엎드려 있다니. 하지만 이젠 네년의 이용 가치는 사라졌어."소지산은 불쑥 손바닥을 높이 들더니 빠른 속도로 엄진우의 가슴을 가격했다. 순간 엄진우는 오장육부가 폭발하고 안색이 창백해 지더니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죽었어요."소지산은 이어폰에 대고 말했다. "미션 완료. 예우림은 어떻게 처리할까요?""한 시간 줄 테니 마음껏 즐기다가 죽여."이어폰 저쪽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지산이 대답했다. "네."그러더니 이내 짐승처럼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수고했으니까 이 여자 한 시간은 마음껏 놀아. 하지만 시간이 되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헤헤, 알겠습니다!"그 말에 덩치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불결한 눈빛으로 예우림의 몸을 훑어보았다. "씨발,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이제야 이년 제대로 혼내주게 생겼네.""나 한 시간 동안 거기가 터질 것 같았잖아. 오늘 이년한테 제대로 화풀이 해야겠다."덩치들은 칼을 거두고 예우림을 바닥에 누르더니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미친 듯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예우림은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쳤지만 덩치들의 눈엔
소지산은 너무 놀라 턱이 다 빠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이건 말도 안 돼!아까 분명 엄진우의 온몸을 산산조각 냈었는데. 설사 하늘 아래 최고의 신의가 왔다 해도 절대 살릴 수 없는데!그런데 왜? 왜 엄진우는 이리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 있는 거지?게다가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를 풍기며 예우림을 그들의 손에서 빼앗았다.“예우림, 걱정하지 마. 너한테 손댄 놈은 내가 반드시 만 배로 갚아 준다.”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이더니 손가락뼈를 하나하나 맞추기 시작했다.“정말 괜찮아? 말도 안 돼. 나 아까 분명 네가...”예우림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엄진우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정말 멀쩡하다.옷에 핏자국이 그대로 있는 것만 빼면 거의 다친 곳이 보이지 않는 정상인이다.“어떻게 상처가 하나도 없어?”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꿈만 같았다.소지산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다가왔다.“어떻게 된 거지? 분명 내 손으로 직접 죽였는데?”엄진우는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설마, 진짜야? 네까짓 게 날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네가 원하는 대로 연기 좀 했을 뿐이야. 야, 네 주먹 말인데. 완전히 솜뭉치더라?”그의 진짜 목적은 단지 기회를 만들어 예우림을 구할 수 있게 상대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것이었다.“내 목적은 달성했으니, 너희들은 그만... 뒤져줘야겠다.”엄진우의 목소리는 화살처럼 소지산과 덩치들의 심장을 찔렀다.순간 소지산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개자식, 네가 뭔데 입을 함부로 놀려. 난 소씨 가문 대종사야, 이 새끼야! 아까 널 죽이지 못했다면 한 번 더 죽여주마!”소지산은 마치 폭주하는 사자처럼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사마권!”이때, 소지산의 오른팔에 갑자기 자줏빛의 맹렬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대기층이라도 다 태워버릴 기세로 엄진우를 향해 돌진했다.공포의 에너지 파동에 소씨 가문 킬러들은 다급히 뒷걸음질 쳤다.“이게 바로 소지산 님의 필살기야?”“듣자 하니 고대의 비법을
“대종사가 이렇게 죽었다고?”그들은 하나같이 두 눈과 두 귀를 의심했다.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엄진우는 예우림을 옆에 둔 채 손을 뒤로 젖히고 침착하고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자, 이젠 너희들 차례지?”그러자 예우림은 걱정이 앞섰다.“엄진우, 그만해. 이 사람들 전부 집행청에 넘기는 게 좋겠어.”그러자 엄진우는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고 말했다.“강남 전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소씨 가문이 집행청에 넘어간 들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들 앞에서 법률은 무용지물이에요. 법이 그들을 제재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제재할 거예요.”엄진우는 갑자기 손바닥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의 가벼운 행동 하나에 창공이라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기력이 솟아 나왔고 그 기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은 순간 시체로 변해버렸다.심지어 현장에 있던 수십 명의 무도종사는 반항할 틈도 없이 재로 변해버렸다.예우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수백 명이야. 게다가 수십 명의 무도종사도 있었는데, 그들이 이렇게 죽었어?”평소 잔챙이 같던 직원의 정체가 이런 대단한 살신이었다니.보아하니 평소에는 그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멀지 않은 곳에서.그 모습을 지켜보는 소찬석은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소지산 이 멍청한 새끼, 어떻게 이런 계략에 넘어갈 수 있지? 예우림이라는 카드를 잃었는데 이젠 어떻게 엄진우를 제압할 수 있냐고! 그래, 나 역시 저 자식의 실력을 과소평가했어. 대종사의 공격에도 저리 멀쩡하다니. 설마 저 자식 대종사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거야?”소찬석은 이를 악물었다.“그럴 리가 없어! 이 강남에서 가장 대단한 실력을 가진게 바로 대종사야. 그 이상은 절대 없어.”고작 서민 주제에... 겨우 엄씨 가문의 피를 반 정도 물려받은 자식이... 절대 그럴 리가 없다.“소찬석 씨, 현실을 직면하세요.”옆에 있던 라인은 가면 뒤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한기를 뿜어냈다.“소씨 가문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라면 난 차라리 파트너를 바꿔도 좋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