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가 부대표님 욕하고 회사 욕했는데, 부대표님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예우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한참 후에야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그래! 맞아도 싸! 근데 라방은 어떡해? 5분도 안 남았어. 어디서 사람을 찾냐고. 이 라방에 얼마나 많은 직원이 고생한 줄 알아? 이렇게 감정적으로 일 처리하면 모두의 노력을 헛되게 할 뿐이야.”예우림은 속이 바질바질 타올랐지만 반대로 엄진우는 너무 평온하게 웃어 보였다.“이 뱀처럼 생긴 성형미인이 아니면 라방 못 해요? 다른 사람 찾으면 되죠.”“말이 쉽지, 어디서 찾아? 네가 찾아봐.”예우림은 기가 찼다.“저 사람 괜찮네요.”엄진우는 예우림 옆에 있는 평범한 외모에 주근깨가 가득한 어시를 가리켰다.“네? 저요? 저 안 돼요!”상대 어시는 깜짝 놀라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자기 같은 외모는 카메라 앞에 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런 외모는 네티즌의 분통을 사기 충분했다.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렸다.“엄진우, 장난치지 마. 소혜 아주 착실한 애지만 쇼호스트로 나서기엔 비주얼상 맞지 않아.”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쇼호스트가 반드시 예뻐야 한다고 누가 그래요? 얼굴과 몸매를 팔아서 관심을 끄는 건 일시적인 효과일 뿐, 시청자들의 지갑을 열 수 없어요.”“소혜 씨, 한번 해보실래요? 왜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플루언서들은요, 껍데기만 벗기면 다들 평범한 사람이에요. 소혜 씨는 학력도 높고 순수하잖아요. 그런데 왜 안 되죠?”엄진우의 말에 허소혜는 마음이 흔들려 눈에서 투지가 불타올랐다.“제가 할 수 있을까요?”엄진우는 확고하게 대답했다.“당연하죠. 누구는 태어나서부터 쇼호스트래요?”그녀는 갑자기 자신감을 얻고 용기를 냈다.“부대표님, 제가... 한 번 해볼게요!”예우림은 놀라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어 마지못해 승낙했다.“그래,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어. 한 번 해보자.”미디어 부서에서는 이내 라방 세트를
“잠깐만요!”중요한 시각, 엄진우가 예우림을 말렸다.“부대표님, 10분만 주세요. 10분이면 뷰어 수 다시 올려놓을게요.”예우림은 싸늘하고 카리스마 있게 말했다.“이 상태로? 10분만 더 줬다간 지금 남은 뷰어들도 다 떨어지게 생겼어.”“내가 못 하면 당장 사직서 쓸게요.”엄진우의 자신감 있는 말투에 예우림은 깜짝 놀랐다. 자기 커리어를 고작 라방에 걸었다고?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걸까?“이 부장님. 미디어 부서 부장으로서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그게... 사실 여태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이 부장이 고개를 가로젖자 예우림은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쩌면 우리 지성그룹이 손해를 보게 될 운명인가 보네요.”그래, 고작 수십억이야. 나 예우림,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하지만 부대표님.”이 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정보업계에서는 경험적 판단에 큰 착오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왜죠?”예우림이 멈칫했다.“디지털 미디어가 페이퍼 미디어를 대체하고 숏폼이 디지털 미디어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듯이 말이죠.”이 부장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시대가 너무 빨리 발전하다 보니 예전의 경험은 그저 뒤떨어진 사상에 불과해요.”라방.엄진우는 헤드셋으로 허소혜에게 속삭였다.“소혜 씨, 조급해할 것 없어요. 몇 분만 진정하세요. 인터넷은 종종 한 사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법이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보통 삶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소혜 씨보다 훨씬 못난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마음 가라앉히고 댓글에 대응해 보세요.”엄진우의 위로에 허소혜의 안색은 그제야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고마워요, 엄진우 씨. 네티즌들의 악플은 날 무너뜨릴 수 없어요.”이때 뷰어는 2, 3천 명 좌우에 멈추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댓글 창의 분위기도 한결 좋아졌고 심지어 호의적인 댓글도 쏟아지기 시작했다.“누가 못생겼대? 그
“우리가 바본 줄 알아? 어디서 꼼수를 부려? 피부가 어떻게 한순간에 변할 수 있어.”“아니야. 필터 아닌 것 같아. 피부 모공까지 다 보이잖아.”“아니, 정말 아이스 스킨 파우더라는 제품을 바르고 이렇게 됐다고? 장난해? 이게 가능하냐고.”하지만 허소혜의 리액션은 너무 리얼했다.오랫동안 억눌려온 콤플렉스는 이 순간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감격에 겨워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소혜 씨!”라방 스태프들이 다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뭐야? 이거 연기야? 요즘 이런 연기 너무 많더라.”금세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했다.“연기 아닌 것 같은데? 나 간호사야. 사람이 희비가 엇갈릴 때 기절 반응은 충분히 있을 수 있어.”“나도 가짜는 아닌 것 같아. 설마 이거 사실일까?”비록 누군가 반박하기도 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믿게 되었다.“됐다. 내가 직접 써봐야겠어. 뭐 하나에 고작 20만 원인데 이 정도는 껌값이지.”“이거 너무 설레는데? 정말 그렇게 대단한 제품이라면 나 진짜 가족과 친구들한테도 추천할 거야.”“정품 보장도 있다고 하니까 일단 하나만 사봐야겠다.”“지성그룹 그래도 대기업인데 설마 우릴 속이겠어?”같은 시각.“부대표님, 8분 만에 판매량이 2천여 건을 돌파했어요.”이 부장은 잔뜩 신나서 달려와 보고했다.예우림은 멈칫하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뷰어가 1만 명도 안 되는데 벌써 2천 개를 팔았다고? 전환율이 이렇게 높아?”“게다가 라방 인기 순위도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부대표님, 소혜 씨 정신 차렸어요. 지금 투입할게요.”스태프가 달려와 보고했다.지옥에서 천당으로 상승한 예우림은 눈시울이 빨개졌다.“고작 8분이야. 모든 것이 엄진우의 말대로 흘러가고 있어. 비록 예상 효과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손해 볼 정도는 아니야.”그녀는 이 결과에 그나마 만족했다. 예상했던 수십억대의 손실에 비하면 너무 좋은 결과이다.“부대표님.”이때 엄진우가 살며시 나타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급
“우리 여편네한테 사주면 더는 불 안 꺼도 할 수 있겠는데?”“남자인 나도 사서 바르고 싶어. 멋지게 해서 여자나 좀 꼬시게.”허소혜가 촌스러운 외모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로 환골탈태한 것은 최고의 홍보가 되었으며 이는 그 어떤 인플루언서가 와도 달하지 못할 효과이다.순간 라이브 채널은 뷰어가 10만 명을 넘어섰다.“부대표님, 매출이 이미 10만 건을 돌파했어요.”미디어 부서에서 전해준 소식에 예우림은 크게 놀랐다.“10만 건? 지금 10만 건이라고 했어?”방송이 시작된 지 고작 20분도 안 되는 사이에?한 건당 10만 원의 순이익이 떨어진다면 그들은 이미 100억의 이윤을 벌어들인 것이다.“부대표님, 15만 개만 준비했는데 어떡하죠? 당장 떨어지게 생겼어요.”“당장 창고에서 본사로 옮기라고 해!”예우림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체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녀는 유명한 인플루언서인 노미소가 쇼호스트를 맡는다면 첫 라방에서 대략 3만 건이 팔릴 거라고 예상했다.그런데 첫 방송에 품절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너무 충격적이다.예우림은 그제야 엄진우가 말한 메인 요리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그런데 어떻게 해낸 거지? 전혀 초보답지 않았어. 오히려 반드시 승리한다는 압도적인 기세를 보였으니까.이때, 이 부장이 다급히 달려왔다.“부대표님, 10만 건의 주문 외에 선물도 수천만 원이나 받았어요. 그런데 상대가 한 사람이에요.”“수천만 원?”예우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생방송.“북강디즈니공주님이 999,999 다이아몬드를 선물하였습니다.”“북강디즈니공주님이 500,000 다이아몬드를 선물하였습니다.”“북강디즈니공주님이 로얄 다이아몬드를 선물하였습니다.”“로얄 다이아몬드, 로얄 다이아몬드, 로얄 다이아몬드...”선물이 끊기지 않았다.어마어마한 선물에 허소혜는 잠시 넋을 잃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북강디즈니공주님, 지성그룹에 대한 성원은 고맙다만 선물이 너무 과분해요. 이성적으로 소비하시길 바랄게요. 제품이 마
“이건 아무리 봐도 동업자의 악의적인 장난이야.”예우림은 꼿꼿이 앉아 입을 열었다.“그러니 이건 전부 반환해야 해. 그리고 선물도 전부 돌려보내.”이 뜻밖의 돈은 회사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재난이 될 수도 있다.게다가 50만 건의 주문은 절대 3일 안에 발송할 수 없는 일이다.현재 모든 재고를 합쳐봐야 20만도 되지 않는다.아무리 전천후로 생산을 가속해도 절대 불가능한 미션이다.“하지만 지금 이걸 전부 반환한다면 회사 신용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겁니다. 게다가 적지 않은 보상금까지 지급해야 할 거예요.”홍보팀 사원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렸다.“어쩔 수 없어. 회사가 파산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제때 손실을 막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부대표님, 내 말대로 하세요. 50만 건 주문은 그대로 받고 선물도 한 푼도 돌려주지 마세요.”예우림이 명령을 내릴 때, 엄진우가 불쑥 들어오며 말했다.“대처할 방법이 있어요.”“방법이 있다고?”예우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정색해서 말했다.“엄진우, 상대는 일부러 우릴 겨냥하고 한 짓이야. 50만 건의 주문에 10억의 선물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라고. 분명 어느 대기업 사장이나 명문가의 권력자일 텐데, 이런 상대를 너 혼자서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루살이는 절대 큰 나무를 흔들 수 없어!”엄진우는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부대표님, 30분 전에 나한테 똑같은 말을 두 번이나 했었죠? 기억하세요?”예우림은 멈칫했다.30분 전에 예우림은 확실히 엄진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래, 네가 해결해. 말썽 일으키지 말고.”예우림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술을 오므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승낙을 받고 엄진우는 바로 밖으로 나가 청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용이야. 너 북강에 일렉트론 전문가 해커 군단 두 개 있지 않았어?”“네, 맞습니다.”청용이 힘차게 대답했다.“1개 군은 3개 사단을 책임지고, 1개 사단은 3개 여단을 책임지며, 1개 여
“아가씨, 방화벽이 깨졌다고요!”상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창해시에 있던 돈이 절반이나 날아났어요!”“뭐라고? 절반?”오윤하는 감전된 듯 벌떡 일어나 경악하여 말했다.“아니, 그러니까 수조 원을 날렸다는 거야? 어떤 자식이야. 감히 오정그룹을 노려?”그녀는 격노하며 말했다.“내가 아주 그 자식 온 집안 다 죽여버린다.”“상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조직적인 해커 집단인 것 같아요. 3분도 안 되어 우리 방화벽을 깨버렸어요. 게다가...”상대는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렸다.“말 똑바로 안 하면 너부터 죽인다.”오윤하는 화가 솟구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아니요, 아니요.”상대는 다급히 손을 저었다.“놈은 분명 돈을 전부 집어삼킬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절반만 증발시켰어요. 하여 전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아무래도 오정그룹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여지를 조금 남겨둔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상대가 정말 우리 그룹을 두려워했었다면 절대 금융시스템은 해킹하지 않았겠죠.절반을 가져가는 것과 전부를 가져가는 것은 본질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모두 오정그룹의 분노를 자아낼 수 있어요.”“두 번째 가능성은?”오윤하가 싸늘하게 물었다.“두 번째 가능성은요. 그게...”상대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더니 잔뜩 겁먹은 듯 오윤하를 힐끗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정그룹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어요. 이번에는 아가씨의 체면을 봐서 절반만 증발시켰지만 다음에는 전부 털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쾅!화가 난 오윤하는 그 자리에서 진귀한 도자기를 들어 가신에게 집어 던지더니 발로 상대의 머리를 밟으며 화풀이를 했다.“누구야? 어떤 새끼가 감히 나한테 경고장을 날려? 이 오윤하의 얼굴을 밟겠다고? 개새끼, 빌어먹을 새끼!”“아가씨, 살려주세요. 제가 한 말 아니에요. 단지 추측일 뿐이라고요.”가신은 계속 아우성을 치며 애원했다. 재
오윤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소찬석, 네가 뭔데 나랑 손을 잡아? 너한테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게다가 엄진우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가 알아서 해. 너 학원 다닐 때 나한테 얻어터졌던 거 벌써 잊은 거야?”오윤하의 말에 전화기 저편의 소찬석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화를 억눌렀다.“오윤하. 너 이 새끼 안 죽이면 나중에 후회해. 내가 너 생각해서 말해주는데 엄진우 그 새끼 아무도 다룰 수 없는 호랑이야. 그런 자식을 컨트롤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네가 잡아먹히게 되는 수도 있어. 내가 전에 강남 무도랭킹에 오른 고수를 보냈거든? 그런데 어떻게 됐을까? 그 자식은 멀쩡하고 두 고수는 처참하게 죽었어.이 새끼 겨우 20대 초반인데 벌써 무도랭킹에 오른 두 고수를 죽일 실력을 갖췄어. 만약 실력이 앞으로도 더 늘게 된다면 부처님이 와도 제어할 힘이 안 돼. 오윤하 네가 아무리 북강의 공주라고 해도 겨우...”소찬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윤하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소찬석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버럭 화를 냈다.“씨발!”소찬석은 완전히 뚜껑이 열려 휴대폰을 부숴버렸다.“어때요? 오윤하가 거절한대요?”뒤에 서있는 여인은 몸매가 아주 좋았는데 검은 면사를 두르고 있어 이목구비를 볼 수 없었다.“하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 끊었다고? 쌍년이 가문만 믿고 까불어대네.”소찬석은 안경을 벗고 성질을 부렸다.“아니, 이게 며칠짼데 뷔젠트는 왜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거죠? 이게 협력이에요? 강남 무도랭킹 고수가 둘이나 죽었어요.”“어머! 장관님,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태산이 무너져도 꿈쩍없을 거라고 하던데, 지금 보니 별거 아니네요.”여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깔깔 웃어댔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죠. 뷔젠트가 만약 날 칼잡이로 쓸 목적이라면 난 바로 당신들과 정면으로 붙을 거예요.”소찬석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그는 사법부와 소씨 가문이라는 자원을 손에 쥐었으며 강남 최고 지니어스라는 타이틀까지 소유
탁! 예우림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에 들려있던 사인펜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파렴치한 변태 새끼. 날이 아직 밝은데 벌써 꿈꾸는 거야, 뭐야!"예우림의 아름다운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입은 멈출 줄 몰랐다. "내가 질투한다고? 웃기시네! 세상에 남자가 너 하나만 남아도! 길가에 거지와 살더라도 난 절대 너 같은 뻔뻔한 자식을 택하지 않아! 퉷! 욕하는 것도 역겨워!"과격한 반응에 직원들은 깜짝 놀라 눈꺼풀이 다 뛰기 시작했다. 늘 얼음처럼 차갑고 호수처럼 잔잔하던 부대표님이 저렇게 화를 냈다고? 그냥 평범한 장난 같은데 굳이? 예전과 같으면 아마 그저 웃고 넘어갔을 것인데... "두 사람 정말 뭔가 있는 거 아닐까? 어떡해, 너무 짜릿하잖아. 저렇게 차가운 부대표님이 마케팅 부서 사원과 그렇고 그런..."직원들은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뭐라는 거야? 퇴근 시간에 퇴근 안 하고 뭐 해? 야근 신청이야?"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직원들을 향해 호통쳤다. 수군거리던 직원들은 깜짝 놀라 분분히 도망갔다. 곧 사무실에는 예우림 혼자 남아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무실을 갔다 왔다 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물결이 일렁거리는 것이 왠지 아주 초조해 보였다. 데이트? 이 자식이 날 두고 지금 뭐 하는 거지? 밤 8시. 제트썬 카지노. 도로변에 흰색 파가니 오픈 탑 슈퍼카가 정지되어 있었고 매끈한 긴 다리에 하얀 피부의 여자가 차 문 옆에 서있었다. 그녀는 에르메스 다이아몬드 백에 페라가모 하이힐, 그리고 발렌시아가 크롭티를 입었는데 탄탄한 복근은 행인들의 시선을 강탈했다.행인들은 그녀를 힐끗거리며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을 추측해 보았는데 저렇게 예쁘게 차려입은 거로 보아, 아마도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도대체 어떤 마약 같은 남자기에 이런 여자가 도로에서 기꺼이 기다리는 걸까? 순간 행인들은 이 미스터리한 남자가 궁금하기도, 질투가 나기도 했다. 탁. 이때, 멀지 않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