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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엄진우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부처님이 아니기에 그 킬러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지안이 옆에 있으니 할 수 없이 일단 보내버렸다.

이젠 소지안도 집에 보냈으니 당연히 싹을 잘라야 한다. 타인에 대한 인자함은 자기에 대한 잔인함이다.

“네, 모조리 처리하겠습니다.”

청용이 명을 받들었다.

워낙 집에 돌아가려고 했던 엄진우는 도중에 낯선 전화를 받게 되었다.

“진우야, 나 가연이야! 드디어 연락이 닿았네.”

전화기 저편에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진우는 멈칫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가연아, 왜 그래? 괜찮으니까 천천히 말해 봐.”

“네가 준 블랙카드로 회사 위기 넘겨서 이젠 정상으로 운영하게 되었어. 너무 고마워. 하지만 네 돈을 10억이나 썼으니 내가 너무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그 돈 빨리 갚고 싶어서 내가...”

호가연은 죄책감에 푹 젖어있었다.

“내가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친구의 추천으로 그 10억 벌려고 카지노에 들어갔었어.”

엄진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래서 지금 도박했다는 거야? 미쳤어? 아무리 돈이 부족해도 그런 데는 왜 가?”

순수하고 착했던 여자가 물욕이 난무하는 사회에 찌들어 사람이 변했나 보다.

여기까지 말한 호가연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빨리 네 돈 갚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 넌 이 10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나한테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갚아야 하는 돈이야.”

호가연은 자기만의 마지노선과 원칙이 있는 여자다.

게다가 돈을 빌려준 상대는 학창 시절에 짝사랑했던 짝꿍이라 더더욱 그의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그런데 카지노에 들어서니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눈이 돌아가더라고. 처음에는 거의 10억 가까이 돈을 땄었어. 그러다 내가 한순간 눈이 멀어서 그 돈 전부 다 걸었었는데... 쫄딱 망하게 된 거야. 화가 났어. 난 단지 잠시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계속 지기만 했지?”

엄진우는 상대의 말을 끊어버렸다.

안 봐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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