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다! 오윤하 님이 보내준다고 했어?”“오윤하 님 심기를 건드리고 감히 도망가려고?”“넌 끝장이야!”사람들은 씩씩거리며 입을 놀려댔다.“다들 입 다무세요!”이때 오윤하의 쌀쌀한 목소리가 그들을 얼어붙게 했다.“누가 함부로 입을 놀리라고 했죠?”순간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엄진우를 죽이고 싶어 했던 오윤하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걸까?엄진우의 작품을 보는 오윤하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천하제일.분명 똑같은 네 글자다.하지만 경지와 필세에 있어서 경매에 나온 작품을 훨씬 능가했다.머릿속에는 북강에서 한 남자가 해외 백만 군대를 상대하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피바다와 시신 무더기에서 남자는 의연히 위세를 떨쳤다.명왕이다. 이 글에는 명왕의 기운이 들어있다.“그런 거였어!”오윤하는 감격에 겨워 20억에 낙찰한 작품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오윤하 님, 왜 그러십니까?”“명왕의 필적이자 당대의 보물입니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당대 제일의 해서를, 백 세에 길이 남을 작품을 파손하다니.하지만 오윤하는 입꼬리를 올리고 엄진우가 쓴 서예를 번쩍 들고 말했다.“만약 아까 그 작품이 명왕의 진적이라면, 이건 뭘까요?”사람들은 다급히 머리를 빼 들고 엄진우가 쓴 글을 보았다.“아주 훌륭하네요.”“이 글은 획의 길이와 흐름을 강인하지만 여유롭게 다루었는데 군인의 혈기와 문인의 기품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네요.”“이에 비하면 아까 이천 억짜리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비교할 가치도 없습니다!”“설마 이것이야말로 명왕의 필적이란 말입니까?”사람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어쩐지 한눈에 모조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더라니, 설마 저 젊은이가 명왕인가요?”그 말에 현장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하지만 오윤하는 큰소리로 웃어댔다.“다들 지금 무슨 생각하시는 거죠? 제 약혼자인 명왕이, 용국의 수호신이 이런 작은 도시의 회사원일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말랐으며 다른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뚱뚱했다.키 큰 남자가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반가우니까 내 소개부터 할게. 난 백호랑이.”그러자 이번에는 뚱뚱하고 작은 남자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뭐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겠지만, 반갑다. 난 늑대킹이야. 잘 기억해. 누구 손에 죽는 건 그래도 알고 죽어야지 않겠어?”“두 사람... 설마 우리 오빠가 보냈어?”소지안은 대경실색하더니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까지 버벅거렸다.두 사람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너무 강력해 소지안은 마치 두 개의 큰 산에 깔린 듯 숨이 막혀왔다.“알면 됐어요. 만약 아가씨께서 순순히 같이 가주신다면 잘못을 따지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안 돼요. 반드시 죽이라고 분부하셨으니까요.”백호랑이는 손을 주머니에 꽂고 터벅터벅 다가왔다.“그러니 아가씨는 우리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순순히 따라오세요. 그리고 넌 그냥 알아서 죽어. 그게 아마 제일 편할 거야. 우리는 그리 부드러운 사람들이 아니라서.”늑대킹도 깔깔 웃으며 말했다.“나 망나니라 어떻게 사람을 고문하면 가장 고통스러울지 아주 잘 알아.”소지안의 눈빛은 순간 날카로워졌다.“우리가 도마 위에 있는 물고기처럼 보여?”쿠웅!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방에서 갑자기 무장 전사들이 몰려와 두 사람을 겹겹이 둘러쌌다.이건 소지안이 미리 준비한 비장의 카드이다.그녀는 혹시라도 소찬석이 킬러를 보내 엄진우를 해칠까 봐 일부러 주변에 용병을 매복시켰다.“아가씨, 이러면 재미없어요.”백호랑이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장관님의 명령을 거억하는 건가요?”“어차피 처음이 아니야. 지금부터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결정해. 아무도 상관할 수 없어!”소지안은 매섭게 쏘아붙였다.“진우 씨, 겁먹을 거 없어요. 전에 진우 씨가 나 지켜줬으니 오늘은 내가 진우 씨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이번에 무려 300여 명의 용병에 중장비까지 준비했는데 고작 무도종사 두 명을 상대하기엔 자신이 있
쿠웅!백호랑이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버럭 화를 냈다.“뭐야? 내가 약해?”말이 끝나기 바쁘게 백호랑이 손바닥에서 수십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는데 그 열기에 주변의 건물들이 녹아내렸다.이것이 바로 백호랑이를 건드린 결말이다.그는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 빠르고 독하게 엄진우를 아작 낼 생각이었다.“그렇다면 내가 정말 약한지 네 그 두 눈 똑똑히 뜨고 봐!”백호랑이는 엄진우의 머리를 향해 손바닥을 번개처럼 휘둘렀다.공포의 기압에 소지안은 가슴이 떨렸다.너무 무섭다.보통 사람이었다면 아마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진우 씨, 랭킹에 오른 강자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뭐 있어요.”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무의식적으로 두 눈을 꼭 감았다.하지만 그녀가 상상했던 잔인한 장면은 발생하지 않았다.엄진우는 상대보다 더 빠르게 손을 움직여 백호랑이의 팔을 낚아채더니 평온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뭐야? 이게 끝이야?”“뭐라고?”백호랑이는 믿을 수 없었다.“어떻게 수십만 볼트인 내 장중뢰를 막을 수 있지? 그럴 리가 없어!”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전압은 단지 수십 볼트이다. 아무리 무도종사라 할지라도 육신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하지만 엄진우는 그의 전압에도 너무 멀쩡했다.“간단해. 넌 너무...”엄진우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약하잖아.”그 말은 백호랑이의 자존심을 정곡으로 찔렀다. 백호랑이는 핏대를 세우며 으르렁댔다.“죽여버린다!”그의 두 손바닥은 엄청난 아크를 터뜨리더니 같이 죽자는 식으로 본인의 한계치를 돌파하는 전압을 뿜어대며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펑!하지만 엄진우는 단지 고개를 살짝 젖히더니 다리를 들어 아래로 내리찍을 뿐이다.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지척까지 왔던 전압이 바로 꺼져버렸다.마치 담뱃불을 끄듯 가볍게 꺼졌는데 곧 거센 파도가 생기면서 상대는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아, 뭐야? 소리를 질러대서 이번에는 좀 강해질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소리만 요란한 놈이네.
백호랑이를 처리한 늑대킹은 엄진우를 향해 음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자식이 약하다는 네 놈 말이 나는 아주 공감이 가더라고. 하지만 내가 왔으니까 넌 이젠 끝났어. 난 강남 무도랭킹 97위, 낭아 대종사야!”늑대킹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하지만 그 말에 소지안은 순간 겁에 질려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강남 무도랭킹 100위권이라고? 세상에, 오빠가 진우 씨를 죽이려고 이런 고수까지 보냈어?”강남 무도랭킹에서 200위권에만 들어도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다.100위권에 든 사람들은 최고의 고수로 불렸는데 국무원이나 지방 장군 장교도 그들의 체면을 봐줬다.심지어 창해시 사대 고대 무가의 천년의 역사를 합쳐도 100위권에는 달랑 세 명밖에 들지 못했으며 근 100년 동안에는 한 명도 없었다.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훑어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너도... 약해 보이잖아.”그 말에 소지안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저게 약하다고? 뚫린 입이라고 너무 막말을 해대는 거 아니야?“그래?”하지만 늑대킹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역시 예사로운 놈이 아니네. 소찬석이 애송이 하나 죽여달라기에 시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넌 충분히 나한테 죽을 가치가 있는 놈이야.”말을 끝낸 늑대킹은 외투를 벗더니 조끼를 겹겹이 벗기 시작했다.우르르!그러자 순간 땅이 꺼지더니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그 조끼의 무게는 대략 천근에 달했다.“내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말이야. 이런 물건으로 날 제한 좀 했어.”늑대킹은 긴 숨을 내쉬더니 잔뜩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네 놈한테는 내가 내 실력을 아낌없이 사용해야 할 것 같아. 내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힘을 동원해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는 거니까 영광으로 생각해. 하하하!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쾌락이야?”순간 늑대킹은 제자리에서 빠르게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더니 사라졌다.“너무 빨라. 순식간에 사라졌어!”상대의 속도를 캐치하려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지만 전혀
“아직 피도 안 봤는데, 이대로 끝나면 시시하잖아.”여기까지 말한 엄진우는 바로 늑대킹의 머리통을 그대로 뜯어버렸다. 순간 머리 없는 시체에서 혈장이 뿜어져 보기만 해도 온몸이 오싹해났다.소지안은 너무 놀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꺄악!”하지만 이내 그녀는 몸을 움찔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늑대킹이 죽었어요.”강남 무도랭킹 97위 늑대킹이 잔뜩 졸아서 도망치려 했다니. 엄진우가 늑대킹보다 더 강한 존재란 말인가?“소 비서님. 놀랐죠? 미안해요.”엄진우는 소지안에게 터벅터벅 걸어와 걱정되는 듯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았는데 이내 진기가 그녀의 몸에 흘러들었다.창백했던 소지안의 안색은 순간 혈색을 되찾았고 마음속의 두려움도 눈 녹듯 녹아내렸다.오늘 일어난 일들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녀의 여린 마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숨지 말고 나와.”이때 엄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지안은 흠칫하며 입을 열었다.“또 다른 킬러가 있어요?”이때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삿갓을 쓴 십여 명의 남자들이 나왔는데 고수의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하지만 놀라운 건 그 사람들도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그들은 일제히 엄진우에게 다가오더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살려주세요! 우리는 돈 받고 일할 뿐이에요!”“우리는 그쪽과 아무런 원한도 없으니 제발 살려주세요.”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보냈어?”딱 봐도 백호랑이와 늑대킹과는 전혀 다른 패거리이다.“엄씨 가문에서 보냈습니다.”그들은 벌벌 떨며 말했다.“누군가 큰돈을 주고 그쪽을 죽이라고 해서 며칠 동안 그쪽 동향을 감시했는데 오늘에야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뒤를 따랐습니다.”손을 쓰려는 그때, 갑자기 백호랑이와 늑대킹이 먼저 나섰을 뿐이다.하여 그들은 늑대킹과 백호랑이가 엄진우를 죽이면 다시 나서서 두 사람을 기습하려고 했다.혹시 엄진우가 이기더라도 힘이 다 빠졌을 테니 그들은 쉽게 엄진우를
엄진우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부처님이 아니기에 그 킬러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소지안이 옆에 있으니 할 수 없이 일단 보내버렸다.이젠 소지안도 집에 보냈으니 당연히 싹을 잘라야 한다. 타인에 대한 인자함은 자기에 대한 잔인함이다.“네, 모조리 처리하겠습니다.”청용이 명을 받들었다.워낙 집에 돌아가려고 했던 엄진우는 도중에 낯선 전화를 받게 되었다.“진우야, 나 가연이야! 드디어 연락이 닿았네.”전화기 저편에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엄진우는 멈칫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가연아, 왜 그래? 괜찮으니까 천천히 말해 봐.”“네가 준 블랙카드로 회사 위기 넘겨서 이젠 정상으로 운영하게 되었어. 너무 고마워. 하지만 네 돈을 10억이나 썼으니 내가 너무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그 돈 빨리 갚고 싶어서 내가...”호가연은 죄책감에 푹 젖어있었다.“내가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친구의 추천으로 그 10억 벌려고 카지노에 들어갔었어.”엄진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래서 지금 도박했다는 거야? 미쳤어? 아무리 돈이 부족해도 그런 데는 왜 가?”순수하고 착했던 여자가 물욕이 난무하는 사회에 찌들어 사람이 변했나 보다.여기까지 말한 호가연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빨리 네 돈 갚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 넌 이 10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나한테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갚아야 하는 돈이야.”호가연은 자기만의 마지노선과 원칙이 있는 여자다.게다가 돈을 빌려준 상대는 학창 시절에 짝사랑했던 짝꿍이라 더더욱 그의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그런데 카지노에 들어서니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눈이 돌아가더라고. 처음에는 거의 10억 가까이 돈을 땄었어. 그러다 내가 한순간 눈이 멀어서 그 돈 전부 다 걸었었는데... 쫄딱 망하게 된 거야. 화가 났어. 난 단지 잠시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지.”“그런데 계속 지기만 했지?”엄진우는 상대의 말을 끊어버렸다.안 봐도 비
"설마 조 청장도 이 카지노 조사하던 참이었어?"엄진우의 질문에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사한 지 보름 정도 됐어. 내가 알기론 보기에는 평범한 제트썬이 사실 미얀마 사기 집단과 협력하는 사이래. 도박판 조작에 마약 거래, 심지어 인신매매까지 아주 악랄한 새끼들이야. 그런데 증거가 없어. 그래서 우리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조연설의 말에 엄진우는 대략적인 구도를 알 수 있었다. 호가연이 60억을 날린 건 우연이 아니다. 제트썬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아주 어두운 곳이다. 하지만 해외 세력과 협력하는 저질스러운 곳이라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뼛속까지 새겨진 애국 유전자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내일 밤 시간있어? 시간 있으면 섹시하게 차려입고 나랑 같이 나가자."엄진우는 갑자기 음흉하게 웃었다. "뭐야? 엄진우! 날 뭐로 보고! 내가 그렇게 쉬워?"그 말에 조연설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그러고! 여자랑 매번 이렇게 약속 잡았어? 사람이 어쩜 그렇게 둔해?""뭔 생각해? 내 말은 내일 나랑 제트썬에 가보자고. 내가 제트썬 제대로 뒤집어 줄게."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어? 그런 거였어?"조연설은 흠칫하더니 순간 얼굴이 빨개져 대뜸 앙탈을 부렸다. "그러면 그렇다고 제대로 말했어야지. 이건 내 잘못 아니야. 다 네가 평소에 너무 응큼했던 탓이라고!""내일 갈 거야, 말 거야?"엄진우는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가야지! 내일 밤 8시에 만나!"말을 끝낸 조연설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동료에게 말했다. "연석아, 너 바로 제일 유명한 샵에 가서 내 사이즈에 맞게 예쁘고 야한 원피스로 주문 제작해. 내일 입을 거야.""네?"순간 연석이라 부르는 부하 직원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청장님... 설마 연애하세요?""뭔 헛소리야? 미션 수행 중이라고!"조연설은 삽시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헐! 미션 수행하는데 섹시한 원피스가 필요해요? 남자 꼬시는 미션인가요?"
“개런티 문제는 사전에 합의했었지? 그런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이거야?”예우림은 버럭 화를 냈다.“우리 지성그룹을 뭐로 보고! 현금인출기인 줄 알아? 당장 사람 바꿔!”“하지만 부대표님, 생방송까지 이제 10분밖에 없어요.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적임자를 찾아요.”미디어 부서 부장이 버벅거리며 말했다.“방송 취소하면요?”“지금 취소하게 되면 홍보를 위해 투자한 수십억을 그대로 날리게 될 거예요.”퍽!예우림은 서류를 책상에 던지더니 눈동자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그러니까 그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요? 이렇게 상대한테 질질 끌려다녀야겠어요?”부하 직원들은 감히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엄진우, 넌 왜 왔어?”마침 엄진우를 발견한 예우림은 싸늘한 어조로 물었고, 엄진우는 잠시 얼어붙었다가 이내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부대표님이 날 불렀잖아요. 아닌가요? 아니면 이만 가볼게요.”예우림은 잠시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아, 그런 것 같기도 해. 거기 서!”예우림은 이내 도망가려는 엄진우를 불러세우고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하는 말 다 들었겠지?엄진우는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네, 들었어요.”아니, 자기가 부른 쇼호스트가 약속을 파기했는데 나랑 대체 뭔 상관이라고? 빙산녀 할 일이 없는 거야, 뭐야?“이 라방 때문에 많은 직원이 고생했으니까 네가 가서 양보 좀 해달라고 설득해 봐.”예우림은 명령조로 말했다.“게다가 넌 이 회안단과 아이스 스킨 파우더의 설계자니 네가 가는 게 제일 적합해.”순간 엄진우는 눈꺼풀이 뛰기 시작했다.아니, 왜 이까짓 일도 날 찾는 거지? 난 미디어 부서가 아니라 마케팅 부서라고! 아니, 내가 뭔 해결사야?“엄진우, 뭐 하고 있어. 너 지금 속으로 나 욕하고 있었지?”예우림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물었다.“너 오늘 바닥에서 자고 싶어?”그 말에 직원들은 일제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말은 뭔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