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 내가 마지막으로 말할 기회 줄게. 당장 나한테 사과한다면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있어.”오윤하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이건 그녀의 마지막 이성이다. 만약 엄진우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면 그의 재능을 봐서라도 이대로 넘어가 줄 수 있다.이때 소지안이 다급히 달려와 엄진우의 앞을 막아서더니 사색이 되어 입을 열었다.“오윤하 씨, 정말 죄송해요. 전 성안 소씨 가문의 소지안이에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진우 씨가 워낙 말을 잘 못해요. 헛소리일 뿐이니 노여움을 풀어주세요.”그러자 오윤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지안을 째려보았다.“내가 사과하라고 한 사람은 엄진우인데, 그쪽이 엄진우야? 성안 소씨 가문? 당신 오빠도 날 보면 슬슬 기어야 한다는 거 몰라?”속사포 같은 오윤하의 말에 소지안은 말문이 막혔다.오윤하는 아예 소지안을 무시하고 시선을 다시 엄진우에게로 돌렸다.“대답해.”“오윤하 님이 대답하라잖아!”“우스운 광대 같은 자식. 이제야 난처한 줄 아나 보네?”“당장 오윤하 님에게 사과해. 그러면 없던 일로 해주시겠다잖아. 목숨이 중요한 줄 알아야지.”다들 씩씩거리며 한마디씩 했다.이 상황에 바보들도 권세 있는 쪽에 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엄진우의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가짜는 가짜야. 거짓말은 천 번을 반복해도 진짜가 될 수 없어.”엄진우의 단호한 말에 소지안은 혼비백산하여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망했다. 내가 나서도 소용없어. 진우 씨는 반드시 죽게 될 거야.”상대는 명왕의 약혼녀이자 북강의 슈퍼 명문가 상속자인 오윤하이다.지이익!화가 난 오윤하는 치맛자락을 찢어버리더니 얼굴을 찌푸렸다.“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이게 가짜라는 증거를 대! 너 같은 서민이 명왕 얼굴이라도 본 적 있겠어? 명왕의 친필이라도 본 적 있냐고! 당장 증거 내놔.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곳은 네 무덤이 될 거야.”수많은 총구를 마주하고도 엄진우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무례하다! 오윤하 님이 보내준다고 했어?”“오윤하 님 심기를 건드리고 감히 도망가려고?”“넌 끝장이야!”사람들은 씩씩거리며 입을 놀려댔다.“다들 입 다무세요!”이때 오윤하의 쌀쌀한 목소리가 그들을 얼어붙게 했다.“누가 함부로 입을 놀리라고 했죠?”순간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엄진우를 죽이고 싶어 했던 오윤하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걸까?엄진우의 작품을 보는 오윤하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천하제일.분명 똑같은 네 글자다.하지만 경지와 필세에 있어서 경매에 나온 작품을 훨씬 능가했다.머릿속에는 북강에서 한 남자가 해외 백만 군대를 상대하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피바다와 시신 무더기에서 남자는 의연히 위세를 떨쳤다.명왕이다. 이 글에는 명왕의 기운이 들어있다.“그런 거였어!”오윤하는 감격에 겨워 20억에 낙찰한 작품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오윤하 님, 왜 그러십니까?”“명왕의 필적이자 당대의 보물입니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당대 제일의 해서를, 백 세에 길이 남을 작품을 파손하다니.하지만 오윤하는 입꼬리를 올리고 엄진우가 쓴 서예를 번쩍 들고 말했다.“만약 아까 그 작품이 명왕의 진적이라면, 이건 뭘까요?”사람들은 다급히 머리를 빼 들고 엄진우가 쓴 글을 보았다.“아주 훌륭하네요.”“이 글은 획의 길이와 흐름을 강인하지만 여유롭게 다루었는데 군인의 혈기와 문인의 기품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네요.”“이에 비하면 아까 이천 억짜리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비교할 가치도 없습니다!”“설마 이것이야말로 명왕의 필적이란 말입니까?”사람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어쩐지 한눈에 모조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더라니, 설마 저 젊은이가 명왕인가요?”그 말에 현장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하지만 오윤하는 큰소리로 웃어댔다.“다들 지금 무슨 생각하시는 거죠? 제 약혼자인 명왕이, 용국의 수호신이 이런 작은 도시의 회사원일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말랐으며 다른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뚱뚱했다.키 큰 남자가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반가우니까 내 소개부터 할게. 난 백호랑이.”그러자 이번에는 뚱뚱하고 작은 남자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뭐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겠지만, 반갑다. 난 늑대킹이야. 잘 기억해. 누구 손에 죽는 건 그래도 알고 죽어야지 않겠어?”“두 사람... 설마 우리 오빠가 보냈어?”소지안은 대경실색하더니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까지 버벅거렸다.두 사람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너무 강력해 소지안은 마치 두 개의 큰 산에 깔린 듯 숨이 막혀왔다.“알면 됐어요. 만약 아가씨께서 순순히 같이 가주신다면 잘못을 따지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안 돼요. 반드시 죽이라고 분부하셨으니까요.”백호랑이는 손을 주머니에 꽂고 터벅터벅 다가왔다.“그러니 아가씨는 우리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순순히 따라오세요. 그리고 넌 그냥 알아서 죽어. 그게 아마 제일 편할 거야. 우리는 그리 부드러운 사람들이 아니라서.”늑대킹도 깔깔 웃으며 말했다.“나 망나니라 어떻게 사람을 고문하면 가장 고통스러울지 아주 잘 알아.”소지안의 눈빛은 순간 날카로워졌다.“우리가 도마 위에 있는 물고기처럼 보여?”쿠웅!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방에서 갑자기 무장 전사들이 몰려와 두 사람을 겹겹이 둘러쌌다.이건 소지안이 미리 준비한 비장의 카드이다.그녀는 혹시라도 소찬석이 킬러를 보내 엄진우를 해칠까 봐 일부러 주변에 용병을 매복시켰다.“아가씨, 이러면 재미없어요.”백호랑이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장관님의 명령을 거억하는 건가요?”“어차피 처음이 아니야. 지금부터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결정해. 아무도 상관할 수 없어!”소지안은 매섭게 쏘아붙였다.“진우 씨, 겁먹을 거 없어요. 전에 진우 씨가 나 지켜줬으니 오늘은 내가 진우 씨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이번에 무려 300여 명의 용병에 중장비까지 준비했는데 고작 무도종사 두 명을 상대하기엔 자신이 있
쿠웅!백호랑이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버럭 화를 냈다.“뭐야? 내가 약해?”말이 끝나기 바쁘게 백호랑이 손바닥에서 수십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는데 그 열기에 주변의 건물들이 녹아내렸다.이것이 바로 백호랑이를 건드린 결말이다.그는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 빠르고 독하게 엄진우를 아작 낼 생각이었다.“그렇다면 내가 정말 약한지 네 그 두 눈 똑똑히 뜨고 봐!”백호랑이는 엄진우의 머리를 향해 손바닥을 번개처럼 휘둘렀다.공포의 기압에 소지안은 가슴이 떨렸다.너무 무섭다.보통 사람이었다면 아마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진우 씨, 랭킹에 오른 강자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뭐 있어요.”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무의식적으로 두 눈을 꼭 감았다.하지만 그녀가 상상했던 잔인한 장면은 발생하지 않았다.엄진우는 상대보다 더 빠르게 손을 움직여 백호랑이의 팔을 낚아채더니 평온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뭐야? 이게 끝이야?”“뭐라고?”백호랑이는 믿을 수 없었다.“어떻게 수십만 볼트인 내 장중뢰를 막을 수 있지? 그럴 리가 없어!”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전압은 단지 수십 볼트이다. 아무리 무도종사라 할지라도 육신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하지만 엄진우는 그의 전압에도 너무 멀쩡했다.“간단해. 넌 너무...”엄진우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약하잖아.”그 말은 백호랑이의 자존심을 정곡으로 찔렀다. 백호랑이는 핏대를 세우며 으르렁댔다.“죽여버린다!”그의 두 손바닥은 엄청난 아크를 터뜨리더니 같이 죽자는 식으로 본인의 한계치를 돌파하는 전압을 뿜어대며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펑!하지만 엄진우는 단지 고개를 살짝 젖히더니 다리를 들어 아래로 내리찍을 뿐이다.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지척까지 왔던 전압이 바로 꺼져버렸다.마치 담뱃불을 끄듯 가볍게 꺼졌는데 곧 거센 파도가 생기면서 상대는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아, 뭐야? 소리를 질러대서 이번에는 좀 강해질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소리만 요란한 놈이네.
백호랑이를 처리한 늑대킹은 엄진우를 향해 음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자식이 약하다는 네 놈 말이 나는 아주 공감이 가더라고. 하지만 내가 왔으니까 넌 이젠 끝났어. 난 강남 무도랭킹 97위, 낭아 대종사야!”늑대킹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하지만 그 말에 소지안은 순간 겁에 질려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강남 무도랭킹 100위권이라고? 세상에, 오빠가 진우 씨를 죽이려고 이런 고수까지 보냈어?”강남 무도랭킹에서 200위권에만 들어도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다.100위권에 든 사람들은 최고의 고수로 불렸는데 국무원이나 지방 장군 장교도 그들의 체면을 봐줬다.심지어 창해시 사대 고대 무가의 천년의 역사를 합쳐도 100위권에는 달랑 세 명밖에 들지 못했으며 근 100년 동안에는 한 명도 없었다.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훑어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너도... 약해 보이잖아.”그 말에 소지안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저게 약하다고? 뚫린 입이라고 너무 막말을 해대는 거 아니야?“그래?”하지만 늑대킹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역시 예사로운 놈이 아니네. 소찬석이 애송이 하나 죽여달라기에 시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넌 충분히 나한테 죽을 가치가 있는 놈이야.”말을 끝낸 늑대킹은 외투를 벗더니 조끼를 겹겹이 벗기 시작했다.우르르!그러자 순간 땅이 꺼지더니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그 조끼의 무게는 대략 천근에 달했다.“내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말이야. 이런 물건으로 날 제한 좀 했어.”늑대킹은 긴 숨을 내쉬더니 잔뜩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네 놈한테는 내가 내 실력을 아낌없이 사용해야 할 것 같아. 내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힘을 동원해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는 거니까 영광으로 생각해. 하하하!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쾌락이야?”순간 늑대킹은 제자리에서 빠르게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더니 사라졌다.“너무 빨라. 순식간에 사라졌어!”상대의 속도를 캐치하려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지만 전혀
“아직 피도 안 봤는데, 이대로 끝나면 시시하잖아.”여기까지 말한 엄진우는 바로 늑대킹의 머리통을 그대로 뜯어버렸다. 순간 머리 없는 시체에서 혈장이 뿜어져 보기만 해도 온몸이 오싹해났다.소지안은 너무 놀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꺄악!”하지만 이내 그녀는 몸을 움찔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늑대킹이 죽었어요.”강남 무도랭킹 97위 늑대킹이 잔뜩 졸아서 도망치려 했다니. 엄진우가 늑대킹보다 더 강한 존재란 말인가?“소 비서님. 놀랐죠? 미안해요.”엄진우는 소지안에게 터벅터벅 걸어와 걱정되는 듯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았는데 이내 진기가 그녀의 몸에 흘러들었다.창백했던 소지안의 안색은 순간 혈색을 되찾았고 마음속의 두려움도 눈 녹듯 녹아내렸다.오늘 일어난 일들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녀의 여린 마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숨지 말고 나와.”이때 엄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지안은 흠칫하며 입을 열었다.“또 다른 킬러가 있어요?”이때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삿갓을 쓴 십여 명의 남자들이 나왔는데 고수의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하지만 놀라운 건 그 사람들도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그들은 일제히 엄진우에게 다가오더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살려주세요! 우리는 돈 받고 일할 뿐이에요!”“우리는 그쪽과 아무런 원한도 없으니 제발 살려주세요.”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보냈어?”딱 봐도 백호랑이와 늑대킹과는 전혀 다른 패거리이다.“엄씨 가문에서 보냈습니다.”그들은 벌벌 떨며 말했다.“누군가 큰돈을 주고 그쪽을 죽이라고 해서 며칠 동안 그쪽 동향을 감시했는데 오늘에야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뒤를 따랐습니다.”손을 쓰려는 그때, 갑자기 백호랑이와 늑대킹이 먼저 나섰을 뿐이다.하여 그들은 늑대킹과 백호랑이가 엄진우를 죽이면 다시 나서서 두 사람을 기습하려고 했다.혹시 엄진우가 이기더라도 힘이 다 빠졌을 테니 그들은 쉽게 엄진우를
엄진우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부처님이 아니기에 그 킬러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소지안이 옆에 있으니 할 수 없이 일단 보내버렸다.이젠 소지안도 집에 보냈으니 당연히 싹을 잘라야 한다. 타인에 대한 인자함은 자기에 대한 잔인함이다.“네, 모조리 처리하겠습니다.”청용이 명을 받들었다.워낙 집에 돌아가려고 했던 엄진우는 도중에 낯선 전화를 받게 되었다.“진우야, 나 가연이야! 드디어 연락이 닿았네.”전화기 저편에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엄진우는 멈칫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가연아, 왜 그래? 괜찮으니까 천천히 말해 봐.”“네가 준 블랙카드로 회사 위기 넘겨서 이젠 정상으로 운영하게 되었어. 너무 고마워. 하지만 네 돈을 10억이나 썼으니 내가 너무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그 돈 빨리 갚고 싶어서 내가...”호가연은 죄책감에 푹 젖어있었다.“내가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친구의 추천으로 그 10억 벌려고 카지노에 들어갔었어.”엄진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래서 지금 도박했다는 거야? 미쳤어? 아무리 돈이 부족해도 그런 데는 왜 가?”순수하고 착했던 여자가 물욕이 난무하는 사회에 찌들어 사람이 변했나 보다.여기까지 말한 호가연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빨리 네 돈 갚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 넌 이 10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나한테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갚아야 하는 돈이야.”호가연은 자기만의 마지노선과 원칙이 있는 여자다.게다가 돈을 빌려준 상대는 학창 시절에 짝사랑했던 짝꿍이라 더더욱 그의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그런데 카지노에 들어서니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눈이 돌아가더라고. 처음에는 거의 10억 가까이 돈을 땄었어. 그러다 내가 한순간 눈이 멀어서 그 돈 전부 다 걸었었는데... 쫄딱 망하게 된 거야. 화가 났어. 난 단지 잠시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지.”“그런데 계속 지기만 했지?”엄진우는 상대의 말을 끊어버렸다.안 봐도 비
"설마 조 청장도 이 카지노 조사하던 참이었어?"엄진우의 질문에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사한 지 보름 정도 됐어. 내가 알기론 보기에는 평범한 제트썬이 사실 미얀마 사기 집단과 협력하는 사이래. 도박판 조작에 마약 거래, 심지어 인신매매까지 아주 악랄한 새끼들이야. 그런데 증거가 없어. 그래서 우리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조연설의 말에 엄진우는 대략적인 구도를 알 수 있었다. 호가연이 60억을 날린 건 우연이 아니다. 제트썬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아주 어두운 곳이다. 하지만 해외 세력과 협력하는 저질스러운 곳이라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뼛속까지 새겨진 애국 유전자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 "내일 밤 시간있어? 시간 있으면 섹시하게 차려입고 나랑 같이 나가자."엄진우는 갑자기 음흉하게 웃었다. "뭐야? 엄진우! 날 뭐로 보고! 내가 그렇게 쉬워?"그 말에 조연설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그러고! 여자랑 매번 이렇게 약속 잡았어? 사람이 어쩜 그렇게 둔해?""뭔 생각해? 내 말은 내일 나랑 제트썬에 가보자고. 내가 제트썬 제대로 뒤집어 줄게."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어? 그런 거였어?"조연설은 흠칫하더니 순간 얼굴이 빨개져 대뜸 앙탈을 부렸다. "그러면 그렇다고 제대로 말했어야지. 이건 내 잘못 아니야. 다 네가 평소에 너무 응큼했던 탓이라고!""내일 갈 거야, 말 거야?"엄진우는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가야지! 내일 밤 8시에 만나!"말을 끝낸 조연설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동료에게 말했다. "연석아, 너 바로 제일 유명한 샵에 가서 내 사이즈에 맞게 예쁘고 야한 원피스로 주문 제작해. 내일 입을 거야.""네?"순간 연석이라 부르는 부하 직원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청장님... 설마 연애하세요?""뭔 헛소리야? 미션 수행 중이라고!"조연설은 삽시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헐! 미션 수행하는데 섹시한 원피스가 필요해요? 남자 꼬시는 미션인가요?"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