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악연이야!엄진우는 심장이 후들후들 떨려왔다. 그냥 확 혀 깨물고 죽을까?“약혼자 찾으러 왔다고? 설마 이 자식이야?”소찬석은 엄진우를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에 엄진우는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젠장! 설마 벌써 눈치챘어?오윤하는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나 이 남자 맘에 들어. 우리 오정그룹으로 데려갈 생각이니 이 남자는 죽이면 안 돼.”“천하의 오윤하가 이런 지방 사는 병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소찬석과 오윤하는 오래된 친구인 듯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내가 싫다면?”“네 맘대로 해. 어차피 넌 날 못 이겨.”오윤하는 활짝 웃어 보였다.소찬석은 얼굴에 핏줄이 솟아오르더니 손에 쥔 안경을 그대로 부러뜨렸다.“독한 년. 두고 보자!”그러더니 소지안도 내팽개치고 혼자 떠나버렸다.강남 최고의 지니어스가 이렇게 풀이 죽어 도망간다고?이 여자 누구지? 대체 무슨 신분이지?예우림과 소지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하지만 오윤하는 오직 엄진우에게만 관심을 보이며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너 나 기억해? 저번에 사거리에서 너 나 욕했잖아. 아, 물론 걱정할 것 없어. 난 말이야, 워낙 마음이 넓어서 뒤끝이 없어. 내 사람이 된다면 저번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 물론 회안단의 제조법도 나한테 줘야겠지?”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절할게.”오윤하는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올렸다.“너 아까 소찬석 반응 못 봤어? 그 자식도 나 무서워해. 너 나 거절하고 뒷감당할 수 있겠어?”“상관없어. 알아서 해.”엄진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많이 당황했다. 제발 나 알아채지 마. 난 북강의 약혼녀가 필요 없어.하지만 오윤하는 엄진우화 1초간 눈을 마주치더니 피식 웃었다.“너 되게 재미있는 놈이다? 지금 거절해도 괜찮아. 돌아가서 잘 생각해. 곧 마음이 변할 거라고 믿어.”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아가씨,
예우림은 순간 살기를 뿜어냈다.“너 회사 잘리고 싶어?”엄진우는 다급히 손을 거두고 말했다.“농담이에요! 부대표님처럼 너그러운 상사가 설마 나한테 이런 일로 시시콜콜 따지지 않겠죠?”예우림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능글맞게 굴지 마. 하도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서 말이지 아니면 너 죽을 뻔했어. 다음에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욕은 욕이고 이내 예우림은 말머리를 돌렸다.“타!”엄진우는 잔뜩 신이 나서 눈빛이 반짝 빛났다.“정말요?”“그냥 집에 데려다주는 것뿐이야. 김칫국 마시지 마!”예우림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바로 쌀쌀하게 뒤돌아섰다.엄진우는 말문이 막혔다.“만족을 모르는 여자라고야. 내가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데 나한테 저리 쌀쌀하게 굴어?”빙산녀는 빙산녀다. 하나도 녹지 않았다.밤.엄진우는 오션 아파트로 돌아왔다.집에 들어갔는데 엄비왕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는 하수희가 보였다.“엄마, 오늘 무슨 날이야?”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진우야, 빨리 와. 아버지한테 우리 현재 상황 좀 얘기해 드려.”하수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너 잊었어? 일주일 뒤면 네 아버지 기일이야. 생각해 보니 네 아버지가 우릴 떠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돼 가더라고.”엄진우는 자기 머리를 툭 치며 자책했다.“그러게. 내가 기일을 잊었다니!”여기까지 말한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아버지의 기일에 엄마와 나만 제사 지낼 수 없어.아버지를 죽게 한 엄씨 가문 사람들도 아버지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해!“네 탓도 아니야.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너와 네 동생은 너무 어려서 인상이 별로 없었을 거야.”하수희가 울먹이며 말했다.“하지만 이젠 너도 장가갔으니 이번 네 아버지 기일에는 너와 우림이의 웨딩 사진 좀 제사상에 올려드리고 싶어.”순간 엄진우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뭐? 웨딩 사진?”예우림과 고작 혼인신고만 했는데 웨딩 사진이 어딨어? “두
그러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장관님, 그건 좀 그런데요. 오늘 제가 친구들한테 한턱 내는 거예요. 근데 여기서 그러시면......”소찬석은 새로 산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며 하얀 가루를 상대의 손에 던져주었다.“이래도 싫어?”상대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바로 그 가루를 던져버렸다.“지금 저한테 누명이라도 씌우겠다는 뜻입니까? 아무리 장관님이라도 이건 너무 하십니다. 여긴 창해시라고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찬석은 상대의 머리채를 잡고 테이블 모서리로 내리찍자 상대의 머리통은 순간 깨지고 피가 흘렀다.소찬석은 상대의 입에 하얀 가루를 털어 넣으며 싸늘하게 말했다.“이 정도면 넌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해.”그러자 상대는 순간 두 눈을 크게 뜨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어떻게 해야 할지 이젠 알겠어?”소찬석은 그제야 손을 뗐다.그러자 상대는 순간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얘들아, 쟤들 족쳐!”순간 수십 명의 조폭이 튀어나와 룸에 있던 거물들을 만신창이가 되도록 팼다.그 모습에 소찬석은 포악하고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소찬석은 워낙 누군가를 짓밟는 기분을 제일 즐겼다.그는 하얀 가루 몇 봉지를 얻어맞은 거물들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보고서는 이미 작성했어. 너희들이 여기서 가루를 거래하다가 얘한테 들킨 거야. 그래서 얘가 용감하게 너희들을 때려눕히고 나한테 신고한 거지. 알겠지? 얘들아, 다 끌고 가.”소찬석이 손짓하며 말했다.“우리 착한 사람들이니 그 새끼들 얌전하게 다뤄.”사법부 검사들은 마치 죽은 개를 처리하듯 하나씩 끌어내갔다.소찬석으로 인해 머리가 깨진 남자는 식은땀을 뚝뚝 흘렸다.얌전하고 착하게 생긴 사람이 알고 보니 이런 또라이였다니.“소찬식, 당신 감히 내 구역에서 실적 챙겨?”이때 이레나가 섹시하고 긴 다리를 움직이며 요염하게 걸어왔는데 그녀의 금발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북방 곰국 군수 산업 거물의 딸 이레나는 여태 명왕 외에는 아무도 두려워한 적 없었다.“퀸 레나님
“우리 정체를 알고 있었어요?”여자는 순간 멈칫하며 말했다.소찬석은 입꼬리를 올렸다.“사법부 장관이 그것도 몰랐겠어요? 당신 조직의 행적은 이미 추적하고 있어요. 심지어 일 인당 100억이라는 고액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죠. 이렇게 된 이상 나한테 숨길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소찬석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여자를 건들건들 쳐다봤다.그러자 여자는 싱긋 웃어 보였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전 뷔젠트의 진짜 조직원이에요. 전에 진씨 가문도 정남선도 색인마도 전부 제 꼭두각시일 뿐이죠.절 알아보셨으니 혹시 현상금과 바꾸실 생각이세요?”“아니요. 난 돈에 관심 없어요.”소찬석은 싸늘하게 웃었다.“반대로 오히려 우리가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엄진우, 같이 치울래요?”만약 사법부의 힘으로 엄진우를 처리한다면 반드시 오윤하의 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해외 마피아 조직인 뷔젠트를 이용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오씨 가문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고작 용국 내에서만 강한 것이기에 절대 뷔젠트를 단속할 수 없다.“그러죠.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여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았다.“요즘 북강 청용전신이 절 추적하고 있어요. 덕분에 제 꼭두각시들이 하는 수 없이 자살을 선택했고요. 그래서 소씨 가문의 힘이 필요해요. 제 행적 좀 숨겨주세요.”“좋아요.”소찬석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랄게요. 엄진우, 같이 처리해요.”여자는 큰 소리로 웃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장관님, 정말 마피아의 앞잡이가 되실 생각입니까? 뷔젠트는 우리 용국을 전복하려는 사악한 조직이라 들었습니다.”한 부하가 참다못해 불쑥 나와 물었다.그러자 몇몇 부하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뷔젠트는 마피아 조직입니다. 그러다 결국 화를 입게 될 거란 말입니다.”소찬석은 머리도 들지 않고 다섯 손가락을 들어 상대의 머리통을 깨버렸다.“감히 날 가르치려고 들어?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해!”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
순간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 예우림의 싸늘한 두 눈에는 빛이 일렁였다. "너 대체 뭔 생각해? 웨딩 촬영? 너랑?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하지만 엄진우도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부대표님, 뭔 말을 그렇게 해요. 아니, 여자가 어떻게 웨딩드레스를 거부할 수 있죠? 부대표님은 여자 아니에요?"그 말에 공기는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예우림은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 "시시해 죽겠네!"예우림은 새침한 한마디를 내뱉더니 바로 뒤돌아섰다. "잠깐만요!"카드를 까지 않는 한 이 빙산녀,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이 아니라요, 우리 엄마 뜻이에요."엄진우는 일의 자초지종을 하나도 빠짐없이 예우림에게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예우림은 팔짱을 끼더니 눈빛이 불타올랐다. "엄진우, 저번에 엄씨 저택에서 나올 때 난 분명 말했어. 당신 어머니의 이상한 요구 더는 들어주지 않겠다고! 저번에 당신 어머니 만났을 때 내가 얼마나 난감하고 난처했는지 알아? 나 손발이 다 오그라들었다니까?"그녀의 대답에 엄진우는 기분이 씁쓸해졌다. 역시 빙산녀답게 칼 같이 거절하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괜찮았다. 이렇게 된 이상, 사진을 합성하는 수밖에 없다.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도 이해해 주실 거다. "그래요. 그럼 이만 갈게요. 쉬세요."엄진우는 어깨가 축 처져 뒤돌아섰다. 그런데 이때 예우림이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 나 거절한다고 안 했어!"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들어주지 않는다고...""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지만 당신 어머니가 나한테 잘 대해주셨으니..."예우림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어른의 뜻이니 따라야지, 어쩌겠어."엄진우는 흠칫하더니 환희에 차서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웨딩촬영 하겠다는 거죠?""하지만 반드시 비밀 지켜야 해! 지안이한테도 절대 말하면 안 돼!"예우림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웨딩 촬영하는 건, 단지 당신 어머니 즐
잠깐 사이.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예우림이 드레스 자락을 들고 나타나는 순간, 엄진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백옥같은 피부에 순백의 드레스, 매끈한 몸매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이는 이 세상 아름다움이 아니었고 엄진우에게 무한한 상상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빤히 보지 마. 이상하잖아."엄진우의 시선에 예우림은 얼굴이 화끈해났다.그러자 엄진우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빙산녀가 수줍어하다니. 이 차가운 상사도 이럴 때가 있구나.“손님, 이 드레스는 프랑스 파리 예술 아카데미의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전 세계에 단 한 벌밖에 없는데 마침 우리 샵에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어요.”직원은 마치 봄바람이 부는 듯 살랑살랑 말했다.“그런데 어쩜 이렇게 찰떡이세요? 마치 손님을 위해 주문 제작한 드레스 같아요.”예우림도 아름다운 드레스에 푹 빠져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예쁘네요. 렌트 말고 이거 그냥 제가 살 게요.”“네, 손님. 7,500만 원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예우림이 드레스를 벗은 후, 직원이 드레스를 받아 들고 말했다.예우림은 깜짝 놀랐다.“8,000만 원 가까이 한다고요? 그렇게 비싸요?”“손님, 저희 웨딩 썬의 드레스는 워낙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명품이자 한정판이라 로맨틱과 럭셔리한 것이 특징이에요.”직원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포스기를 꺼냈다.“카드 긁으실 건가요? 아니면 현금으로 하실까요?”“너무 비싼데.”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이 정도의 돈은 부족하지 않지만 드레스 하나에 7,500만 원은 너무 아까웠다.예우림이 거절하려는데, 엄진우가 불쑥 말했다.“그냥 주세요.”예우림은 흠칫하더니 두 눈을 부릅떴다.“엄진우, 미쳤어? 7,500만 원이야. 7만 5천 원 아니라고!”수십억대 연봉을 받는 예우림도 아까운데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엄진우가 7,500만 원짜리 드레스를 사겠다고?엄진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왜 내가 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대표님 나에 대해 잘 알아요?”예우
그러자 엄진우도 맞서서 반박했다.“어떡하죠? 이거 나도 반드시 사야겠는데?”그러자 남자가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제기랄! 나 고진섭이야! 창해시 수산대왕이라고! 감히 나한테서 물건을 빼앗으려고? 너 너무 오래 살았지?”잔뜩 흥분한 고진섭에 비해 엄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난 또 뭐라고, 생선 장수였군. 어쩐지 생선 비린내가, 어우.”그 말에 고진섭은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그가 제일 싫어하는 게 생선 장수라는 말이다. 생선 비린내를 덮기 위해 그는 항상 향수를 듬뿍 치고 다녔다.그러자 여자도 입을 삐죽 내밀고 옹알거렸다.“자기야, 어떡해? 나 저 웨딩드레스 너무 갖고 싶어.”고진섭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야, 직원. 돈 많이 주는 사람한테 팔아야지 않겠어? 내가 1억 5천 줄 테니까 그 드레스 나한테 팔아.”직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예우림을 향해 말했다.“손님, 저분이 두 배의 가격을 내시면 저는 저 손님에게 드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드레스를 원하신다면 제가 20% 할인해 드릴게요.”그 말에 예우림은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그래요. 그렇게 하죠.”하긴 7,500만 원짜리 웨딩드레스는 확실히 너무 비싸서 고지섭 같이 안목 없는 졸부들만 이 가격을 주고 살 것이다.그러자 고진섭은 마치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머리를 잔뜩 쳐들고 웃어댔다.“이 세상은 말이야. 역시 돈이 최고야. 능력 없는 거지들이나 개처럼 짖어대지. 내가 말이야. 생선가게를 하는데 풍랑이 심할수록 생선가격은 더 올라가는 법이야. 그런데 너희들 같은 거지가 두렵겠어?”“꺅, 자기야! 너무 멋있어. 저런 거지들한테는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해. 고진섭의 대단한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여자도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엄진우를 경멸하듯 바라봤다.“자기 마누라 웨딩드레스도 못 사주는 남자라니. 언니, 이런 무능한 남자는 빨리 버리는 게 상책이야.”두 사람의 돌발에 예우림의 싸늘한 얼굴에 점점 화가 차올랐다.뭐야?
고진섭은 의기양양해서 거친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감싸며 사납게 웃었다.“이게 바로 상남자다, 이거야! 여자를 아낄 줄 알고 갖고 싶은 거 다 사준 게 남자지, 안 그래?”비록 16억을 날려서 마음은 아팠지만 사람들 앞에서 위세를 제대로 떨쳤으니 가치 있게 날린 것이다.고진섭은 엄진우의 콧구멍을 향해 삿대질하며 도발했다.“어때? 항복이야?”“40억.”엄진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말은 마치 폭탄처럼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4... 40억?”직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기 볼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저기 손님, 농담 아니시죠?”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아, 40억은 너무 적어서 또 개가 짖을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80억으로 가죠.”그러자 현장은 또 한 번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용해졌다.예우림은 너무 놀라 턱이 다 빠질 것 같았다.“80억...”이 자식 고작 세후 150만 원 받는 월급쟁이 아니었어?그런데 80억? 80억이 개 이름인 줄 알아? 저러다 큰일날 텐데.삽시간에 고진섭의 안색도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자기야, 고작 80억이야. 창해시 수산대왕이 80억에 벌벌 떨겠어? 계속해. 저 자식 콧대 납작하게 눌러버려!”여자는 계속해서 남자를 부추겼다.하지만 이번에 고진섭은 손바닥을 휘둘러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80억? 너 뭐 금으로 만들었어? 내가 너 같은 것한테 16억을 쓰는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뭐, 80억? 야, 너 팔아도 80억 안 돼!”여자는 얼굴을 감싼 채 서러운 표정으로 쫑알거렸다.“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갖고 싶은 거 다 사준다고 했잖아!”고진섭은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너 같은 김치녀 데리고 놀려는 수작이야! 너 같은 성형미인은 지하철에 가면 수두룩해! 근데 80억이 너한테 가당키나 해?”말을 끝낸 남자는 엄진우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여자 때문에 80억을 쓴다고? 대가리에 총 맞았어? 난 됐어.”7,500만 원짜리 드레스를 80억에 산다고? 밑지는 장사는 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