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색 정장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오자 소지안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오빠!”소지안의 오빠? 그 말에 예우림도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사흘이 지났으니 이젠 나와 같이 가자.”소찬석은 바로 소지안의 팔목을 잡고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잠깐만요!”이때 예우림이 불쑥 소리쳤다.“당신이 지안이 오빠든 누구든 상관없어요. 지성그룹 부대표 비서를 이렇게 데려가는 건 불합리하지 않아요?”그 말에 상대는 몸을 돌리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지성그룹 부대표 예우림?”“네!”예우림은 당당하게 대답했다.“내 말 한마디면 1분 내로 당신 회사는 파산이야. 어때?”소찬석의 말에 지성그룹 사람들은 순식간에 안색이 얼어붙었다.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지?“하하! 대단한 사람이군!”이때 심사위원들이 가슴을 쭉 펴고 뒷짐을 쥔 채 다가왔다.“젊은이, 우리를 너무 안중에 두지 않는 거 아닌가?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말게. 그러다 우리가 혼낼 수도 있어.”지성그룹에 부탁할 것이 있었던 심사위원들은 바로 엄진우를 도와 한마디씩 했다.“나 지금 기분 너무 더럽지만 당신들이 무릎 꿇고 개처럼 짖어준다면 살려줄 생각은 있어.”소찬석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그러자 사람들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뭔데 감히 우리를 개 취급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그중 누군가 소찬석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는데 주먹이 상대의 얼굴에 닿는 순간, 마치 철판을 내리친 것 같더니 주먹 전체가 움푹하게 들어갔다.그는 주먹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장관님, 뭐 더 할 일 있으십니까?”이때 제복을 입은 사법부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왔다.그런 강렬한 압박감에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장관님?눈앞의 이 남자가 사법부 장관이라니!“소찬석? 강남 최고의 지니어스 소찬석?”이때 누군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개처럼 소리를 짖기 시작했다.“장관님, 죄송합니다.
소지안은 너무 놀라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는 소찬석이 누구를 죽이든 상관없지만 엄진우는 절대 안 된다.소찬석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창해시 4대 고대 무가도 그의 눈에는 단지 파리 같은 하찮은 존재이다.“멍청한 짓? 그럴 리가요.”엄진우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소찬석은 안경을 밀며 물었다.“당신은?”“엄진우, 지성그룹 마케팅 부서 팀장.”엄진우는 차분하게 웃으며 말했다.“소 비서님은 우리 회사 직원이에요. 본인이 싫다면 아무도 못 데려갑니다. 아, 물론 당신도 마찬가지예요.”소찬석은 싸늘하게 웃었다.“난 또 누군가 했는데, 알고 보니 보잘것없는 놈이었네.”퍽!순간, 엄진우는 소찬석의 따귀를 후려갈겼고 현장은 그대로 얼어붙어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소지안의 비명으로 침묵이 다시 깨져버렸다.꺄악!엄진우가 미쳤다.감히 강남 최고의 지니어스를, 국무총리 후보를, 사법부 장관을 때리다니.예우림도 깜짝 놀라 입을 가린 채 몸을 가늘게 떨었다.엄진우, 간땡이가 아주 배 밖으로 튀어나온 거야?“보잘것없다고?”엄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진우 씨, 빨리! 빨리 우리 오빠한테 사과해요.”소지안이 애타게 외쳤다.“이분 입안에 똥이 들어차서 내가 좀 털어준 것뿐이에요.”엄진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하하! 너 싸움 좀 해?”안색이 제대로 일그러진 소찬석은 안경을 올 리 밀더니 살기를 내뿜으며 엄진우를 노려보다가 돌연 팔을 휘둘렀다.예우림은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이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사람을 죽이려고?그녀는 다급히 엄진우 앞을 막아섰다.“죄송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인데 아직 젊다 보니 충동적이에요. 회사를 대표해 사과드리겠습니다.”예우림은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맞아, 오빠. 이 사람 좀 봐줘.”소지안은 창백한 얼굴로 애원했다.이때, 엄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부대표님, 소 비서님, 사과는 왜 해요? 나 이런 놈 혼내기 좋아해요.”“그 입 다물어!”예우림은 두 눈을
이건 악연이야!엄진우는 심장이 후들후들 떨려왔다. 그냥 확 혀 깨물고 죽을까?“약혼자 찾으러 왔다고? 설마 이 자식이야?”소찬석은 엄진우를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에 엄진우는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젠장! 설마 벌써 눈치챘어?오윤하는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나 이 남자 맘에 들어. 우리 오정그룹으로 데려갈 생각이니 이 남자는 죽이면 안 돼.”“천하의 오윤하가 이런 지방 사는 병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소찬석과 오윤하는 오래된 친구인 듯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내가 싫다면?”“네 맘대로 해. 어차피 넌 날 못 이겨.”오윤하는 활짝 웃어 보였다.소찬석은 얼굴에 핏줄이 솟아오르더니 손에 쥔 안경을 그대로 부러뜨렸다.“독한 년. 두고 보자!”그러더니 소지안도 내팽개치고 혼자 떠나버렸다.강남 최고의 지니어스가 이렇게 풀이 죽어 도망간다고?이 여자 누구지? 대체 무슨 신분이지?예우림과 소지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하지만 오윤하는 오직 엄진우에게만 관심을 보이며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너 나 기억해? 저번에 사거리에서 너 나 욕했잖아. 아, 물론 걱정할 것 없어. 난 말이야, 워낙 마음이 넓어서 뒤끝이 없어. 내 사람이 된다면 저번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 물론 회안단의 제조법도 나한테 줘야겠지?”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절할게.”오윤하는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올렸다.“너 아까 소찬석 반응 못 봤어? 그 자식도 나 무서워해. 너 나 거절하고 뒷감당할 수 있겠어?”“상관없어. 알아서 해.”엄진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많이 당황했다. 제발 나 알아채지 마. 난 북강의 약혼녀가 필요 없어.하지만 오윤하는 엄진우화 1초간 눈을 마주치더니 피식 웃었다.“너 되게 재미있는 놈이다? 지금 거절해도 괜찮아. 돌아가서 잘 생각해. 곧 마음이 변할 거라고 믿어.”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아가씨,
예우림은 순간 살기를 뿜어냈다.“너 회사 잘리고 싶어?”엄진우는 다급히 손을 거두고 말했다.“농담이에요! 부대표님처럼 너그러운 상사가 설마 나한테 이런 일로 시시콜콜 따지지 않겠죠?”예우림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능글맞게 굴지 마. 하도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서 말이지 아니면 너 죽을 뻔했어. 다음에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욕은 욕이고 이내 예우림은 말머리를 돌렸다.“타!”엄진우는 잔뜩 신이 나서 눈빛이 반짝 빛났다.“정말요?”“그냥 집에 데려다주는 것뿐이야. 김칫국 마시지 마!”예우림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바로 쌀쌀하게 뒤돌아섰다.엄진우는 말문이 막혔다.“만족을 모르는 여자라고야. 내가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데 나한테 저리 쌀쌀하게 굴어?”빙산녀는 빙산녀다. 하나도 녹지 않았다.밤.엄진우는 오션 아파트로 돌아왔다.집에 들어갔는데 엄비왕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는 하수희가 보였다.“엄마, 오늘 무슨 날이야?”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진우야, 빨리 와. 아버지한테 우리 현재 상황 좀 얘기해 드려.”하수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너 잊었어? 일주일 뒤면 네 아버지 기일이야. 생각해 보니 네 아버지가 우릴 떠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돼 가더라고.”엄진우는 자기 머리를 툭 치며 자책했다.“그러게. 내가 기일을 잊었다니!”여기까지 말한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아버지의 기일에 엄마와 나만 제사 지낼 수 없어.아버지를 죽게 한 엄씨 가문 사람들도 아버지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해!“네 탓도 아니야.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너와 네 동생은 너무 어려서 인상이 별로 없었을 거야.”하수희가 울먹이며 말했다.“하지만 이젠 너도 장가갔으니 이번 네 아버지 기일에는 너와 우림이의 웨딩 사진 좀 제사상에 올려드리고 싶어.”순간 엄진우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뭐? 웨딩 사진?”예우림과 고작 혼인신고만 했는데 웨딩 사진이 어딨어? “두
그러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장관님, 그건 좀 그런데요. 오늘 제가 친구들한테 한턱 내는 거예요. 근데 여기서 그러시면......”소찬석은 새로 산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며 하얀 가루를 상대의 손에 던져주었다.“이래도 싫어?”상대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바로 그 가루를 던져버렸다.“지금 저한테 누명이라도 씌우겠다는 뜻입니까? 아무리 장관님이라도 이건 너무 하십니다. 여긴 창해시라고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찬석은 상대의 머리채를 잡고 테이블 모서리로 내리찍자 상대의 머리통은 순간 깨지고 피가 흘렀다.소찬석은 상대의 입에 하얀 가루를 털어 넣으며 싸늘하게 말했다.“이 정도면 넌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해.”그러자 상대는 순간 두 눈을 크게 뜨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어떻게 해야 할지 이젠 알겠어?”소찬석은 그제야 손을 뗐다.그러자 상대는 순간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얘들아, 쟤들 족쳐!”순간 수십 명의 조폭이 튀어나와 룸에 있던 거물들을 만신창이가 되도록 팼다.그 모습에 소찬석은 포악하고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소찬석은 워낙 누군가를 짓밟는 기분을 제일 즐겼다.그는 하얀 가루 몇 봉지를 얻어맞은 거물들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보고서는 이미 작성했어. 너희들이 여기서 가루를 거래하다가 얘한테 들킨 거야. 그래서 얘가 용감하게 너희들을 때려눕히고 나한테 신고한 거지. 알겠지? 얘들아, 다 끌고 가.”소찬석이 손짓하며 말했다.“우리 착한 사람들이니 그 새끼들 얌전하게 다뤄.”사법부 검사들은 마치 죽은 개를 처리하듯 하나씩 끌어내갔다.소찬석으로 인해 머리가 깨진 남자는 식은땀을 뚝뚝 흘렸다.얌전하고 착하게 생긴 사람이 알고 보니 이런 또라이였다니.“소찬식, 당신 감히 내 구역에서 실적 챙겨?”이때 이레나가 섹시하고 긴 다리를 움직이며 요염하게 걸어왔는데 그녀의 금발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북방 곰국 군수 산업 거물의 딸 이레나는 여태 명왕 외에는 아무도 두려워한 적 없었다.“퀸 레나님
“우리 정체를 알고 있었어요?”여자는 순간 멈칫하며 말했다.소찬석은 입꼬리를 올렸다.“사법부 장관이 그것도 몰랐겠어요? 당신 조직의 행적은 이미 추적하고 있어요. 심지어 일 인당 100억이라는 고액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죠. 이렇게 된 이상 나한테 숨길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소찬석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여자를 건들건들 쳐다봤다.그러자 여자는 싱긋 웃어 보였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전 뷔젠트의 진짜 조직원이에요. 전에 진씨 가문도 정남선도 색인마도 전부 제 꼭두각시일 뿐이죠.절 알아보셨으니 혹시 현상금과 바꾸실 생각이세요?”“아니요. 난 돈에 관심 없어요.”소찬석은 싸늘하게 웃었다.“반대로 오히려 우리가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엄진우, 같이 치울래요?”만약 사법부의 힘으로 엄진우를 처리한다면 반드시 오윤하의 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해외 마피아 조직인 뷔젠트를 이용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오씨 가문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고작 용국 내에서만 강한 것이기에 절대 뷔젠트를 단속할 수 없다.“그러죠.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여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았다.“요즘 북강 청용전신이 절 추적하고 있어요. 덕분에 제 꼭두각시들이 하는 수 없이 자살을 선택했고요. 그래서 소씨 가문의 힘이 필요해요. 제 행적 좀 숨겨주세요.”“좋아요.”소찬석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랄게요. 엄진우, 같이 처리해요.”여자는 큰 소리로 웃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장관님, 정말 마피아의 앞잡이가 되실 생각입니까? 뷔젠트는 우리 용국을 전복하려는 사악한 조직이라 들었습니다.”한 부하가 참다못해 불쑥 나와 물었다.그러자 몇몇 부하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뷔젠트는 마피아 조직입니다. 그러다 결국 화를 입게 될 거란 말입니다.”소찬석은 머리도 들지 않고 다섯 손가락을 들어 상대의 머리통을 깨버렸다.“감히 날 가르치려고 들어?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해!”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
순간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 예우림의 싸늘한 두 눈에는 빛이 일렁였다. "너 대체 뭔 생각해? 웨딩 촬영? 너랑?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하지만 엄진우도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부대표님, 뭔 말을 그렇게 해요. 아니, 여자가 어떻게 웨딩드레스를 거부할 수 있죠? 부대표님은 여자 아니에요?"그 말에 공기는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예우림은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 "시시해 죽겠네!"예우림은 새침한 한마디를 내뱉더니 바로 뒤돌아섰다. "잠깐만요!"카드를 까지 않는 한 이 빙산녀,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이 아니라요, 우리 엄마 뜻이에요."엄진우는 일의 자초지종을 하나도 빠짐없이 예우림에게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예우림은 팔짱을 끼더니 눈빛이 불타올랐다. "엄진우, 저번에 엄씨 저택에서 나올 때 난 분명 말했어. 당신 어머니의 이상한 요구 더는 들어주지 않겠다고! 저번에 당신 어머니 만났을 때 내가 얼마나 난감하고 난처했는지 알아? 나 손발이 다 오그라들었다니까?"그녀의 대답에 엄진우는 기분이 씁쓸해졌다. 역시 빙산녀답게 칼 같이 거절하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괜찮았다. 이렇게 된 이상, 사진을 합성하는 수밖에 없다.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도 이해해 주실 거다. "그래요. 그럼 이만 갈게요. 쉬세요."엄진우는 어깨가 축 처져 뒤돌아섰다. 그런데 이때 예우림이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 나 거절한다고 안 했어!"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들어주지 않는다고...""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지만 당신 어머니가 나한테 잘 대해주셨으니..."예우림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어른의 뜻이니 따라야지, 어쩌겠어."엄진우는 흠칫하더니 환희에 차서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웨딩촬영 하겠다는 거죠?""하지만 반드시 비밀 지켜야 해! 지안이한테도 절대 말하면 안 돼!"예우림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웨딩 촬영하는 건, 단지 당신 어머니 즐
잠깐 사이.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예우림이 드레스 자락을 들고 나타나는 순간, 엄진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백옥같은 피부에 순백의 드레스, 매끈한 몸매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이는 이 세상 아름다움이 아니었고 엄진우에게 무한한 상상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빤히 보지 마. 이상하잖아."엄진우의 시선에 예우림은 얼굴이 화끈해났다.그러자 엄진우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빙산녀가 수줍어하다니. 이 차가운 상사도 이럴 때가 있구나.“손님, 이 드레스는 프랑스 파리 예술 아카데미의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전 세계에 단 한 벌밖에 없는데 마침 우리 샵에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어요.”직원은 마치 봄바람이 부는 듯 살랑살랑 말했다.“그런데 어쩜 이렇게 찰떡이세요? 마치 손님을 위해 주문 제작한 드레스 같아요.”예우림도 아름다운 드레스에 푹 빠져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예쁘네요. 렌트 말고 이거 그냥 제가 살 게요.”“네, 손님. 7,500만 원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예우림이 드레스를 벗은 후, 직원이 드레스를 받아 들고 말했다.예우림은 깜짝 놀랐다.“8,000만 원 가까이 한다고요? 그렇게 비싸요?”“손님, 저희 웨딩 썬의 드레스는 워낙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명품이자 한정판이라 로맨틱과 럭셔리한 것이 특징이에요.”직원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포스기를 꺼냈다.“카드 긁으실 건가요? 아니면 현금으로 하실까요?”“너무 비싼데.”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이 정도의 돈은 부족하지 않지만 드레스 하나에 7,500만 원은 너무 아까웠다.예우림이 거절하려는데, 엄진우가 불쑥 말했다.“그냥 주세요.”예우림은 흠칫하더니 두 눈을 부릅떴다.“엄진우, 미쳤어? 7,500만 원이야. 7만 5천 원 아니라고!”수십억대 연봉을 받는 예우림도 아까운데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엄진우가 7,500만 원짜리 드레스를 사겠다고?엄진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왜 내가 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대표님 나에 대해 잘 알아요?”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