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예쁘다.”엄영우는 저도 몰래 몸을 흠칫 떨었다. 수많은 예쁜 여자들을 놀아봤지만 이렇게 완벽한 여자는 처음 본다.숏폼에 나오는 예쁜 얼굴의 인플루언서들도 눈앞의 이 여자에 비하면 다들 추하기 짝이 없을 지경이다.“여보 미안해. 내가 많이 늦었지?”예우림은 핸드백을 들고 천천히 다가와 엄진우의 팔짱을 끼며 끈적한 느낌을 연출했다.하지만 그녀의 눈길이 다른 사람에게 닿는 순간 즉시 빙산이 되어 차가운 아우라를 풍겼다.사람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헐! 엄진우의 여자라고? 설마......“부대표...... 아니 우림이. 내 와이프!”엄진우도 잠시 얼떨떨해 있다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예우림은 시선을 하수희에게로 돌리더니 열정적으로 인사를 올렸다.“어머님~”하수희도 얼떨떨했지만 다급히 대답했다.“우림이구나. 우리 진우한테서 많이 들었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쁘네. 우리 진우 정말 복도 많아.”“별말씀을요. 우리 진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요. 아니면 제가 굳이 진우 씨와 혼인신고 했겠어요?”예우림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싱긋 웃었다.그 모습에 엄지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예우림 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옆에 있으니 순간 열등감이 생겼다.엄영우는 이내 태도를 바꾸고 그녀의 환심을 사려는 듯 꼬리를 흔들어댔다.“제수씨 안녕? 난 엄진우의 사촌 형인 엄영우야. 스탠퍼드 건축학 석사 졸업하고 작년에 막 귀국했어.”“네, 학력은 복수학위 박사, 직업은 지성그룹 부대표, 이름은 예우림. 반가워요.”예우림은 차갑게 대답하고는 상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무시당하고 난처해진 엄영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질투가 났다. 배가 아팠다.엄진우 같은 거지가 이런 예쁜 여자를 얻었다니. 이때 엄씨 어르신이 상황을 수습했다.“그만, 엄진우의 와이프니까 앉아서 밥이나 먹고 가.”이렇게 그들의 식사는 결국 불쾌한 마무리를 지었다.식사가 끝난 후 엄진우는 다급히 예우림을 한쪽으로 끌어당겼다.“부대표님, 아까는 왜 안 나왔어요?”“그
“부대표님도 그걸 원해요?”엄진우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것뿐만이 아니야. 난 네가 중간패의 지지를 받고 엄씨 가문의 새로운 소주가 되었으면 좋겠어!”예우림이 또박또박 말했다.“엄진우 기억해. 이건 네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야. 그리고 네가 상류사회에 발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하지.이 기회를 잡는다면 넌 나와 대등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날 능가할 수도 있어.”왠지 모르겠지만 예우림은 엄진우가 자기에게 어울리는 배경을 갖길 바랐다.그녀는 여태 지위와 실력이 자기보다 부족한 남자에게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강한 여자이다.물론 예외인 엄진우는 제외하고.“그러면 내가 어쩌길 바라요?”엄진우는 무뚝뚝하게 물었다.“엄씨 가문에 들어가 어르신의 인정을 받고 네 세력을 키워. 그리고 무도종사가 되는 거지. 엄진우 당신은 반드시 저속한 인식과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야 해. 엄씨 가문의 소주가 되면 당신은 누구나 우러러볼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될 거야.”엄진우는 예우림의 절박한 눈빛을 무시하며 말했다.“엄씨 가문 소주요? 난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저 늙은이에게 잘 보이려고 꼬리를 흔드는 건 역겨워서 못 하겠어요.그러니까, 난 거절할게요.”용국의 천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왕이 고작 엄씨 가문 소주 자리를 탐낼까? 어이없긴!갑부가 왜 서민의 만두를 빼앗는단 말인가?그 말에 예우림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보았다.“엄진우 넌, 기회도 잡을 줄 모르는 멍청이야!”이게 어떤 기회인데 이렇게 포기하다니!이것은 무력한 것이 아니라 욕심도 없고 진취 심도 없는 것이다.“내가 괜히 왔나 봐.”제대로 화가 난 예우림은 엄진우의 해석도 들으려 하지 않은 채 바로 고개를 돌려 떠나버렸다.“당신 엄마한테 인사나 전해 줘.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저 빙산녀는 왜 자꾸 남들이 자기 생각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용이 엄숙하게 말했다.“명왕님, 엄씨 어르신의 뒤에 제경의 거물이 존재하는 것 같으니 그쪽에 미리 말이라도 해둘까요?”“용이야,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소리야?”엄진우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순간 청용은 온몸에 소름이 끼쳐 털썩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죄송합니다, 명왕님. 제가 잠시 머리가 좀 어떻게 됐나 봅니다.”잠시 잊고 있었다. 명왕은 여태 누구에게도 자기의 움직임을 알린 적 없다는 것을.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지 이유는 필요 없다.단지 죽이고 싶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이유일 것이다.“됐으니까 가서 계속 조사해.”엄진우가 분부했다.“너무 티 나니까 더는 네 기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 내가 제때 커버했으니 말이지, 아니면 큰일나.”“네!”말을 끝낸 청용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엄씨 저택 입구.예우림이 막 밖으로 나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제수 씨 왜 벌써 가? 엄진우랑 싸웠어?”임영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훑어보더니 저도 몰래 혀를 날름거렸다.예우림은 싸늘하게 상대를 흘겨보며 대답했다.“그쪽과 무슨 상관이죠?”“내 말이 맞았나 보네. 하하하!”임영우는 큰 소리로 깔깔 웃어댔다.“제수씨, 내 사촌 동생 엄진우 말인데. 걔 춤추는 여자가 낳은 천한 놈이야. 돈도 없고 권력도 없어. 글쎄 할아버지가 걔 인정한다면 운이 좋은 거지. 하지만 이 가문에 들어와봤자 제일 하찮은 존재야.”“그래서 더 할 말 있어요? 없으면 이만.”예우림의 얼굴은 서리가 앉은 듯 싸늘해졌다.그녀는 엄진우를 마음껏 욕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엄진우는 다급히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엄진우는 예우림 씨와 어울리지 않아. 차라리 나한테 오는 건 어때? 나 엄씨 가문 장손이야. 엄씨 가문 미래의 소주, 더 나아가 이 가문 가주가 될 몸이지. 때가 되면 예우림 씨는 엄씨 가문의 주모이자 이인자가 될 거야.”그 말에 예우림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 그거였어
순간 엄영우는 저만치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바닥에 떨어졌는데 귀가 터져서 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 “영우 도련님!”하인들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엄진우는 여유롭게 손을 거두고 예우림을 안아 들더니 하인 몇 명을 발로 걷어차 날려버렸다.“죽고 싶어? 유부녀 꼬시는 게 취미야?”엄진우는 엄영우의 꿍꿍이를 미리 눈치채고 시시각각 그를 관찰했었다.“비천한 새끼! 어디서 감히 하극상이야! 나 네 형님이야!”뒤로 벌렁 넘어진 엄영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엄진우를 단단히 혼내주려고 했지만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온몸 곳곳의 뼈가 부러졌다!그럴 리가! 난 무도종사야!어떻게 엄진우의 한방에 이렇게 부러지지?엄진우는 엄영우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그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말했지? 개가 또 짖으면 대가리 깨버린다고.”예우림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엄진우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엄진우,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엄진우가 버럭하며 말했다.“그렇다고 보고만 있으라고요?”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노발대발했다.“뭐라는 거야! 패지 말라고 한 적 없어! 엄씨 가문의 장손이라 적당히 해라는 거지.”“걱정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 게요.”엄진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휘둘렀고 엄영우는 강냉이가 제대로 털려 합죽이가 되어버렸다.“그래도 나 꽤 교양 있는 사람이라 막무가내는 아니야.”“이 씨발! 엄진우, 나 너 가만두지 않아!”엄영우는 화가 나서 온몸이 다 떨렸다.“왜 벌써 사람을 욕하고 그래?”엄진우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나 아직 할 거 하나 남았어. 그때 다시 쫑알거리면 안 될까?”엄진우의 손이 점차 엄영우의 하반신으로 다가가자 엄영우는 대경실색하며 소리를 질렀다.“엄진우! 너 하지 마! 거긴 건드리면 안 돼! 아니면 너 내 손에 죽는다!”부득!경쾌한 파열음이 들리더니 엄영우의 하반신은 이미 피범벅이 되어버렸다.엄영우는 얼굴이 일그러져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너
“누구 짓이야!”엄영우의 피투성이가 된 하반신을 보고 엄씨 어르신은 버럭 화를 냈다.엄씨 어르신은 평소 손아랫사람들의 암투를 아주 넓은 마음으로 관용했다. 어쨌든 적당한 경쟁을 통해 나은 자는 이길 것이고 못한 자는 패할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인명피해가 생기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엄진우가 당당하게 말했다.“저요.”“일부러? 아니면 실수로?”엄씨 어르신의 안색은 이미 극도로 어두워졌다.“일부러요! 제 와이프한테 수작을 부린 이 새끼 가만둬서 되겠어요? 그나마 할아버지 체면을 보고 목숨은 남겨둔 겁니다.”엄진우의 싸늘한 대답에 엄비룡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아버지! 들으셨어요? 이 자식 완전 무법천지예요! 감히 아버지 앞에서 엄씨 가문 사람을 이렇게 만들다니. 누가 봤으면 저 자식이 이 엄씨 가문의 주인인 줄 알겠네요!”그러자 엄비호가 걸걸하게 웃으며 말했다.“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형님 아들이 남의 집 마누라 건드렸다가 보복당한 거잖아요.”“엄비호, 너 평소 유부녀 잘 갖고 노는 거 아니었어? 쓸데없는 소리 작작 좀 해!”엄비룡은 바로 쏘아붙였다.“오늘 일은 반드시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엄진우, 내 아들에게 무릎 꿇고 빌어. 지금 당장!”그러자 엄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릎은 개뿔. 당신이 뭔데?”쿵!엄비룡의 얼굴에 순식간에 살기가 치솟았다.“나 오늘 너 반드시 죽여서 갈아 마신다.”최악의 상황에 예우림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어르신, 4대 고대 무가인 엄씨 가문에서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대할 수 있죠? 저 같은 외부인이 봐도 한심할 정도네요.”하수희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버님, 무녀 신분 때문에 저 무시하는 거 다 알아요. 하지만 우림이는 명문가 딸이에요! 그런데도 취급할 수 없는 건가요?”“엄비룡, 적당히 해!”엄씨 어르신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싸늘하게 명령했다.‘성지’가 내려지자 엄비룡은 내키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이번에는 확실히 유부녀를 건
이 순간, 예우림은 단단히 겁에 질려 떨리는 손으로 엄진우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강렬한 공포감은 삽시에 그녀의 뇌를 지배했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 거물들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잘것없는 여자로 보인단 말인가?이때 하수희가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진우야. 이거...... 나......”진퇴양난에 놓인 하수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바심을 냈다.엄씨 어르신이 제시한 조건은 그 누구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대가로 며느리인 예우림을 내놓아야 한다.엄비룡과 엄비호는 비록 질투심이 폭발했지만 감히 반대 의견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런 큰일에 공개적으로 엄씨 어르신을 거역하면 그 후과는 매우 비참할 것이다. 물론 친아들이라고 해도 소용없었다.마치 옛날의 소주였던 엄비왕처럼 말이다......이때 엄영우가 이를 악물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깔깔 웃어댔다.“푸하하하! 이 거래 괜찮네요. 전 좋습니다! 저 여자는 그럼 저한테 주시는 거죠? 저년 매일 밤 아주 호되게 박을 겁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 아버지, 그리고 친구와 부하들에게까지 빌려줄 겁니다.엄진우, 안심해. 그 정채로운 장면은 내가 반드시 성실하게 촬영해서 너한테 보내 줄게.”엄영우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널 이기지 못한다면 네 여자라도 제대로 짓밟아 줄 거야.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내 침대에서 음탕하게 몸을 흔들며 신음하는 모습 꼭 보여줄게.이때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예우림에게 물었다.“부대표님은 찬성해요?”예우림은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내 아내가 싫다네요. 그러면 나도 싫어요.”엄진우는 몸을 돌려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은 또다시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엄진우, 너 지금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나 있어?”“엄씨 가문의 최고 권력자인 어르신의 말을 거절하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건 당신들이 배
엄씨 어르신은 단단히 화가 났다.“아버지, 명령만 내려주시면 엄씨 가문의 무도종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저 대역무도한 후레자식을 죽일 겁니다.”엄비룡이 음침하게 말했다.찰나의 순간, 수백 명의 무도종사가 한쪽에 서서 햇빛을 가렸다.하수희와 예우림은 너무 놀라 넋이 다 나갔다.이게 고대 무가의 진짜 실력이란 말인가? 강자가 노하면 백만의 사람이 시체가 되어버리는데 돈이나 권세도 이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엄진우, 그냥 그러겠다고 해.”잠시 머뭇거리던 예우림은 의연하게 말했다.혼자 죽는 것이 다 같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러긴 뭘 그래? 나만 믿어.”심쿵.엄진우는 몸을 풀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람 많으면 뭐 해? 온통 토종닭과 개들이 뭐 어쩌겠다고.”“하하하! 132명의 무도종사를 지금 토종닭과 개라고 했어?”엄비룡은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아버지, 들으셨죠? 저놈이 비왕이 그 자식보다 더 건방지네요. 아주 저러다 하늘을 뚫을 기셉니다.”엄영우도 개처럼 짖어댔다.“엄비왕은 죽어 마땅하네요. 아들이 더 건방지잖아요!”“그 냄새 나는 입으로 감히 내 아버지를 입에 올려?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뭐 하고 계셨는 지 알아요? 이건 우리 아버지 유품이에요!”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엄씨 어르신의 발밑에 던져줬다.“탄광이 무너진 뒤 병원으로 실려 갔을 때도 이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있었죠. 정말 가치도 없는 짓을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고 계시더라고요.그런데 아버지가 가족들이 저런 개돼지보다 못한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땅속에서라도 아주 벌떡 일어나겠네요.나 오늘 할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바로 우리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는 일이죠. 난 당신 엄씨 가문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거예요.다들 잘 들어. 당신들 대가리 깨끗이 씻고 나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아버지 죽음을 주도한 자, 가담한 자, 그리고 방관자까지
한바탕 우여곡절 끝에 예우림은 엄진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우림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하수희의 따뜻한 걱정에 싸늘했던 예우림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잔뜩 서렸다.그녀는 종래로 고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아주머니...... 어머님. 제가 오늘 너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여기 5천만 원 들어있으니 차라도 사드세요.”분위기를 풀기 위해 예우림은 카드 한 장을 꺼내 하수희에게 내밀며 진지하게 말했다.“부족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계좌로 이체해 드릴게요.”하수희는 다급히 예우림의 손을 밀며 말했다.“내가 네 돈을 어떻게 받아. 우림아, 넌 아무 걱정하지 마. 나 혼자 돈 벌어도 충분해. 중요한 건 두 사람의 행복이야. 그리고 빨리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서 나 할머니 만들어 줘.”예우림은 흠칫했다.“할머니요?”“그럼. 너 이제 내 며느리가 되었으니 당연히 나 할머니 만들어 줘야지. 경험 없어서 그래?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때가 되면 내가 다 가르쳐줄게.”하수희는 인자하게 웃었다.그러자 예우림의 아름다운 얼굴에 홍조가 뜨겁게 떠올랐다.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이 나이 먹도록 처음 겪어보는 난감한 상황이다.“켁켁! 엄마, 늦었으니 일단 집에 데려다줄게.”상황이 심상치 않자 엄진우가 급히 끼어들었다.“우림아, 너 오늘 회사 급한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예우림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머리를 끄덕였다.“아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내가 회의 있다고 그랬지?”말을 마친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나갔다.하수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좋은 애야. 일도 참 성실하게 하나 보네.”엄진우는 너무 웃겨 입이 다 삐뚤어질 뻔했다.“나 저 여자가 저렇게 당황한 모습 처음 봐.”빙산녀도 이럴 때가 있다니. 너무 희한해서 보면 볼 수록 웃음이 나온다.이내 엄진우도 하수희를 데리고 오션 아파트로 향했다.절반쯤이나 갔을까? 인행도로를 건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