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기 짝이 없군!”“이제야 정규직으로 전환된 엄진우를 팀장에 앉힌 것도 모자라 제7팀을 맡게 했다니!”예정명은 거리낌 없이 그녀를 나무랐다.“장필문 사건도 그래. 하도 장필문이 착해서 그 자식 한 번 봐준 거지, 그게 아니라면 엄진우가 이 회사에서 무사하게 발붙이고 있었을 것 같아?그런데 제7팀에 보내? 그러다가 그 2세들의 심기라도 건드려서 이사회까지 영향을 받으면 어쩌려고?”이때 예정국도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우림아, 제7팀 다들 난다긴다하는 집안의 2세들이야. 너 절로 네 무덤 파지 마!”또 다른 이사인 예정덕도 한마디 했다.“우림아. 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엄진우 사원 당장 제7팀에서 나오라고 해. 7팀은 구제 불능이야. 그러니 시간 낭비할 것 없어.”예우림은 다리를 꼬고 정색해서 말했다.“그래요. 엄진우가 그 팀에 있는 예씨 가문 사람들을 건드릴까 봐 그게 두려운 거죠? 좋아요. 지금 당장 인사팀에 연락해서 엄진우 원상 복귀시킬게요.”제7팀의 병신들은 회사에서 키우면 충분하다. 아무래도 이 큰 회사에서 고작 그 십여 개의 병신을 키우는 건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부대표님!”이때 소지안이 경악한 기색이 역력해서 달려왔다.“마케팅 제7팀에서 6개월 사이 부족했던 판매실적 전부를 보충했다고 연락 왔습니다.”예우림은 깜짝 놀랐다.“이번 달만 해도 5억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빨리 다 보충했다고?”“아니요. 이번 달 뿐만 아니라 6개월 실적이라고요. 총 30억입니다.”소지안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그 말에 회의실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예씨 가문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라고? 뭐가 잘못된 거 아닌가? 제7팀이? 엄진우 사원이 제7팀에 들어간 지 고작 이틀 만에?”소지안은 마치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합니다. 재무팀에서 이미 입금 확인한 상탭니다.”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럴 리가 없어! 제7팀이 어떤 팀인데, 다들 하나같이 병
“그러니까. 연락처 다 있을 거 아니야. 하나씩 연락해 보는 거지, 뭐.”예정명은 잔뜩 신이나서 건들 거렸다.“그렇다면 지금 당장 연락하는 거로 하지. 여기서 나가면 누군가는 소식을 전할 테니까.”엄진우가 고인하를 회사에서 밀어내고 심복을 잃은 예정명은 줄곧 엄진우를 아니꼽게 여겼다.그런데 매번 예우림이 감싸주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이 눈엣가시를 뽑을 기회가 생겼다.다른 이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생각이네요.”“그러...... 죠.”예우림은 하는 수 없이 승낙했다.볼품없는 제7팀이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다니.홧김에 엄진우를 제7팀으로 보낸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다. 혼 좀 내주려고 보냈는데 이런 상황을 만들 줄 생각도 못 했다.“엄진우, 너 진짜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길 바랄게. 아니면 이번엔 나도 너 못 지켜.”그녀는 긴장감에 두 손을 꽉 잡았다.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니 만약 부정행위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이틀에 30억 매출을 완성할 수 있단 말인가?아마 부정행위가 맞는 것 같았다.이때 예정국은 이미 제7팀의 고객 리스트를 손에 넣고 미친 듯이 기뻐했다.“전부 낯선 번호들이야. 보나 마나 이 새끼들이 눈을 피하고자 일부러 이렇게 한 거겠지? 하지만 전화만 해 보면 답은 바로 나올 수 있어.”“형님, 전화는 제가 할게요.”예정명은 다급히 전화를 꺼내 들고 리스트에 적힌 첫 번째 고객의 전화번호를 주시했다.풉! H 어르신? 총주문 금액 10억.협상부터 주문 결제까지 1분도 안 걸렸어.2세들의 집안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호탕하게 돈을 입금한단 말인가?전화를 거니 무겁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전 과학원 원사 허성호입니다.”그 말에 장내의 분위기는 순간 얼어붙었고 예정명의 얼굴 근육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이 목소리는 정말 원사님의 목소리가 맞는 것 같은데요.”허성호의 명성은 현지에서 정말 익히 들었다.과학원 일 성급 원사 허성호, 국가 최고 등급의 퇴직금을 받는 대단한 인
북방 곰국의 한 군수 산업 거물의 딸이자 국분부의 정상급 인물.심지어 4대 고대 무가 사람들이 아이스 블루에 가도 꼬리를 감추고 사람이 되어야 한다.“뭐야? 왜 말이 없어? 할 말 없으면 끊어! 이상해!”이레나는 몇 마디 중얼거리더니 곧 전화를 끊었다.예정명은 완전히 멍해졌다.“이레나? 어떻게 이런 일이......”그들이 찾고 있는 건 제7팀 병신들의 인맥이다.아무리 그들이 재벌 2세라지만 그래도 허성호와 이레나 같은 인물과 절대 친할 리가 없다.바꾸어 말하면 제7팀 팀원들의 가문도 그들에겐 손을 뻗지 못한다는 말이다.“믿을 수 없어. 그 병신들의 인맥이 반드시 여기 숨어 있을 거야!”그는 바로 다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상대의 목소리에 예정명은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소대호 입니다. 누구시죠?”헐, 창해시 갑부 소대호? 그럴 리가! 어떻게 이런 일이!이어지는 여러 통의 전화는 더 모두를 놀라게 했다.“국가 기밀 전화에 연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들려오는 신호음에 사람들은 넋이 나가버렸다.기밀 전화? 이건 적어도 체제에서 높은 수준의 개인 전화이다.제7팀의 병신들은 절대 그런 사람을 알 리가 없다.예우림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다들 이제 만족하셨어요?”지성그룹의 이사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채 발을 구르며 나가버렸다.사람들이 모두 나간 뒤, 예우림은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난 저 사람들의 괴로운 표정을 보는 게 미치도록 좋아. 단체로 똥 씹은 표정이잖아. 근데 지안아, 너 소씨 가문 힘을 빌린 거야?”그 말에 소지안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를 가리켰다.“나?”나랑 뭔 상관인데?장필문의 무릎을 꿇리고 눈물을 쏙 빼놓은 남자가 고작 소씨 가문이 필요할까?하지만 예우림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연기 그만 좀 해! 네가 아니면 누가 그런 거물들에게 연락했겠어? 제7팀 병신들? 아니면 엄진우?”“정말 엄진우 씨가 한 거라면?”소지안이 입을
어떻게 이런 일이.“보스, 말씀 많이 하셨으니 목 불편하시죠? 여기 따뜻한 차 가져왔습니다.”“보스, 저 마사지 좀 하죠?”“아니, 우리 보스 의자가 왜 이러지? 보스, 제 의자로 교체하세요. 인체공학적으로 제작돼서 아주 편해요.”십여 명의 2세들이 하나같이 엄진우의 곁을 둘러싸서 마치 노비들처럼 다리를 주무르고 발을 씻겨 주며 과일을 깎아서 대령했다.“다들, 지금 뭐 하는 거야?”예우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부대표님, 내가 강요한 게 아니에요! 다들 열정적으로 하겠다는데 어떻게 거절합니까.”갑자기 엄진우는 손을 뻗으며 한 팀원에게 말했다.“이따가 내 발 씻은 물 바로 화장실에 버려! 또 훔쳐 마시다가 큰일난다!”“보스의 선기가 묻은 물인데 큰일은요. 오히려 영광이죠.”이 사람들 전부 미쳐버린 것 같다.알랑방귀에 태워 우주 끝까지 보낼 셈인가?믿을 수 없는 광경에 예우림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보스? 엄진우가 왜 보스야?”“보스니까 보스라고 부르죠.”윤세호는 순간 엄진우의 광팬이 되어 단호하게 말했다.“보스가 우리를 이끌고 이틀 만에 제7팀을 기사회생시켰으니 앞으로는 아무도 우리에게 병신이라고 하지 못할 거요?”“보스에 비하면 우리는 비록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그 후광을 받을 수 있잖아요!”예우림의 머릿속에는 온통 물음표들이 떠다녔다.“엄진우, 너 팀원들한테 약이라도 탄 거야?”“그게 뭔 소리예요? 단지 실적 보충해 준 것뿐이에요.’엄진우의 말에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렸다.“넌 그런 말 하기 창피하지도 않아? 이 실적 정말 네가 채운 거 맞아?”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그럼요. 사실이잖아요.”예우림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 남자 역시 파렴치하고 뻔뻔하다.하지만 이 상황에 소지안은 분명 엄진우의 편을 들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그래. 통과한 셈 치자. 하지만 잊지 마. 아직도 두 가지 테스트가 남았어! 기대해도 좋아.”말을 끝낸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떠나갔다.소지안은
예우림도 바보가 아니기에 그의 일방적인 말을 믿지 않았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부청장님. 아니, 박도명 씨. 지성그룹에는 웬일로 오셨죠?”“물론 우림 씨를 얼굴 보는 게 우선이죠. 이것 보세요. 제가 특별히 남반구에서 공수해 온 파란 장미예요. 창해시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희귀 품종이죠.”박도명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그리고 이 남아프리카 다이아몬드, 때깔이 아주 장난 아니죠? 여자라면 모두 끔뻑 죽을 희귀한 보물이에요. 우림 씨에게 아주 어울려요.”하지만 예우림은 가늘고 긴 다리를 꼬고 담담하게 말했다.“고마워요. 선물은 받을 게요. 그러니 이젠 진짜 목적을 얘기하시죠.”그녀는 상대가 목적을 가지고 찾아왔다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봤다.다이아몬드고 장미꽃이고 다 미끼일 뿐이다.그러자 박도명도 더는 숨기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역시 우림 씨는 총명해요. 내가 이런 멋에 반했잖아요?나 지금 진스 제약의 개발팀 부장으로 취직했어요.”박도명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진스 제약은 4대 고대 무가의 진씨 가문 소주인 진천무가 세운 회사죠. 요즘 진 대표님이 지성그룹의 의약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손잡을 수 있는 합당한 기회를 찾고 싶다고 하셨어요.”“그래서 원하는 게 뭐래요?”예우림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박도명 이 자식 진스 제약에 들어가다니 운도 좋아. “진 대표님의 조건은 아주 간단해요. 지성그룹 명의로 아주 유명한 뷰티 제품이 몇 개 있다고 들었는데.만약 그 비법을 진스 제약에 공유한다면 두 기업은 손을 잡고 이 강남성 전체를 씹어먹게 되는 거죠.”상대는 참신하게 개소리를 짖어댔다.예우림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비법을 공유하라고요?”박도명이 말하는 그 몇 가지 뷰티 제품은 지성그룹의 중요한 수입원이자 현지 시장을 독점해 매출의 20%을 차지하는 효자 제품이다.그런데 그 비법을 공유하라고? 이것은 분명 강도와 다름없다.“안심해요. 우림 씨만 찬성한다면 앞으로 진 대표
“삼촌이 진씨 가문에서 얼마를 받았던!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 보이고 싶던 전 상관 안 해요. 전 절대 찬성 못 해요!제가 지성그룹의 부대표 자리에 있는 한, 제품 비법은 절대 아무에게도 공유하지 않아요!”예우림이 쐐기를 박아버리자 예정명은 화가 나서 안색이 일그러졌다.“너 어디서 감히 근거도 없는 헛소리야! 에미도 없는 사생아 주제에 감히......”예정명의 욕설에 예우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이때 마침 궁금증을 안고 올라왔던 엄진우가 두 남자와 정면으로 마주쳤고 두 남자는 경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또 너야?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여긴 왜 왔대?”“어머, 오늘 재수 옴 붙었네? 냄새나는 똥개 두 마리와 정면으로 마주치다니. 윽, 구린내.”엄진우는 혼자 중얼거리며 코를 틀어막더니 두 사람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며 말했다.“별일 없으면 비키시지? 똥개 냄새가 어우~”화가 솟구친 박도명은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야, 이 개새끼야. 예우림 꼬셔서 여기까지 온 주제에 넌 뭐가 그리 잘났어?내가 불쌍해서 말해주는 데, 예우림처럼 오만한 년은 너 같은 쓰레기 쳐다도 안 봐. 걔 눈에 넌 그냥 꼬리나 흔들 줄 아는 강아지일 뿐이야. 필요하면 뼈다귀나 던져주고, 필요 없으면 넌 그냥 아웃이야. 알아?”엄진우는 덤덤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알지, 알지. 네가 가질 수 없는 여자를 내가 가졌으니 얼마나 배 아프겠어. 이해해. 근데 뭐? 꼬리나 흔들 줄 아는 강아지? 야~ 너 꽤 겪어봤나 봐? 너무 잘 아네?”“미친 새끼, 너 죽고 나 살자!”잠시 멈칫하던 박도명은 뒤늦게 엄진우의 뜻을 알아차리고 버럭 화를 내는 데 예정명이 그를 말렸다.“박 부장님, 회사에서는 싸우지 마세요.”박도명은 예정명의 뜻을 알아차리고 낄낄 웃었다.“그러게요. 이 개새끼가 밤낮으로 회사에 있을 것도 아니고. 야, 너 퇴근하면 나 좀 보자......”두 남자는 거만하게 엄진우를 스쳐 지나갔다.엄진우는 눈을 희번덕거리더
엄진우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부대표님, 질문이 너무 야한 거 아니에요?”“솔직하게 말해. 내 말이 틀렸어?”예우림은 강하게 밀어붙였다.“자고 싶어요!”엄진우가 대답했다.“근데 그냥 생각뿐이에요......”예우림은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게 내가 원하는 답이었어. 솔직한 대답.”그녀는 겉과 속이 다른 남자를 너무 많이 보았다.남자들은 분명 그녀의 외모와 몸매에 끌렸으면서 아닌 척, 신사다운 척하며 그녀를 역겹게 했다.“좋아, 엄진우! 기회 줄게. 하지만 기억해.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야.”예우림은 엑셀러레이터를 밟았고 두 사람은 이내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술집에 도착했다.이 술집의 남녀들은 모두 노출이 심했고 음침한 구석에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저기요? 스페이스 베어리 열 병, 그리고 제가 자주 마시던 그 위스키로 몇 병 올려주세요.”능수능란하게 술을 주문하는 예우림의 모습에 엄진우는 의구심이 들었다.이 빙산녀 설마 여기 단골이야?“자, 마셔!”예우림은 엄진우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며 맥주를 앞으로 밀었다.“네가 날 술로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오늘 뭐든 너한테 맡길게. 기억해. 기회는 이번뿐이야. 두 번은 없어.”엄진우는 삽시간에 큰 충격을 받았다.뭐든 맡긴다고? 그러니까 예우림이 지금 나한테 몸을......오늘 왜 저러지? 수상한데?“뭐야? 귀먹었어? 나랑 자고 싶다며? 설마 너 쫄았어? 입으로만 떠든 거야?”예우림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엄진우를 비웃었다.“난 배짱 없는 남자는 별로야.”“부대표님, 이건 부대표님이 자초한 거예요.”그녀의 한마디에 자존심이 상한 엄진우는 바로 맥주 한 병을 까더니 뜨거운 눈빛으로 예우림의 몸을 훑어보며 한꺼번에 들이켰다.그래, 좋아. 당신이 원한다면 제대로 즐겨주지.마침 오늘은 사무실이 아니니 북강 명왕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겠어.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한 병 두 병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예우림은 점점 취하
순간 엄진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난 준비 됐어......”예우림은 남자에게 얼굴을 바싹 붙인 채 그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그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뜨겁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이 순간, 두 사람은 마치 화산처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엄진우는 그녀에게서 팔을 풀고 진지하게 말했다.“부대표님, 난 불났을 때 도둑질이나 하는 그런 비겁한 놈이 아니에요.기분이 더러워서 한번 미쳐보고 싶겠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맞지 않아요.현실 도피는 영원히 현실이 될 수 없어요.”엄진우는 결국 하체에서 폭발하는 욕망을 꾹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니 오늘은 아니에요.”오늘의 예우림은 진심이 아니다. 단지 자기 자신과 이 세상에 복수하고 싶을 뿐이다.엄진우는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얻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엄진우의 대답에 예우림은 불같이 화를 내며 그를 밀쳤다.“그럴 줄 알았어! 겁쟁이! 내가 주겠다는데 이제 와서 두려워?내가 실력 없고 능력 없는 남자 제일 싫어한다고 했지? 네가 바로 그런 남자야! 나쁜 자식, 배짱도 없는 놈!내 앞에서 꺼져! 더는 너 보고 싶지 않아!”말을 끝낸 예우림은 맥주 한 잔을 엄진우의 얼굴에 끼얹었고 순간 사람들의 이목은 모두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누군가 엄진우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헐, 저 자식 저거 미친 거 아냐? 저렇게 예쁜 여자를 화나게 하다니!나 같았으면 간도 쓸개도 다 빼줬겠다. 여자도 다룰 줄 모르는 병신 새끼.”엄진우는 예우림이 술김에 한 행동에 굳이 화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여기 있어요. 대리 부를게요.”술집의 예우림은 회사의 예우림보다 더 무섭다. 그러니 건드리면 안 된다.엄진우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댄디한 외모에 피어싱을 한 남자가 예우림에게 다가왔다.“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어. 저런 쓸모없는 남자는 기회고 뭐고 그냥 멀리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 누구야?”예우림은 순간 차갑고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반가워. 난 지은우. 나